현대차그룹, 미 조지아공대와 산학협력 MOU 체결

현대차그룹-조지아주, 정몽구 명예회장 때부터 각별한 협력관계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현대자동차그룹이 미래 모빌리티 혁신 기술 확보, 우수 인재 발굴 및 육성을 위해 세계적 명문 공과대학인 조지아공과대학교(Georgia Institute of Technology, 이하 조지아공대)와 중장기 파트너십을 구축한다.

세계적 수준의 연구 역량을 보유한 조지아공대와 배터리, 수소에너지, 소프트웨어 등 미래 모빌리티 관련 산학협력을 통해 자동차 시장 퍼스트 무버로 도약하기 위한 미래 핵심 기술 및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다.

현대차그룹과 조지아공대는 19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시 조지아공대 존 루이스 학생회관(John Lewis Student Center)서 미래 모빌리티 협업을 위한 양해각서(MOU for Future Mobility Collaboration)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양측은 향후 지속 가능한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를 구현하기 위해 ▲미래 기술 산학협력 ▲우수 인재 발굴 ▲인재 육성은 물론 다각적인 분야서 협업해나가기로 했다.

체결식에는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 현대차 장재훈 사장, 호세 무뇨스(Jos? Mu?oz) 사장(COO), 현대차·기아 김용화 사장(CTO), 조지아공대 앙헬 카브레라(?ngel Cabrera) 총장, 조지아주 공립대학 협의회(University System of Georgia) 소니 퍼듀(Sonny Perdue) 의장 등 현대차그룹과 조지아공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미래 모빌리티 혁신 기술 확보 우수 인재 발굴 및 육성 위한 중장기 파트너십 구축
현대차그룹, 조지아공대와 미래 모빌리티 협업 위한 양해각서 체결식 개최
정의선 회장, 앙헬 카브레라 총장, 소니 퍼듀 조지아주 공립대학 협의회 의장 등 참석


이 자리서 장재훈 사장은 “현대차그룹은 모든 인류가 이동의 자유를 즐기며 안전하고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는 미래를 만드는 데 막중한 사명감을 느끼고 있다”며 “지속가능한 모빌리티, 수소 경제, 인력 개발, 스마트 시티 등 다양한 분야의 미래를 조지아공대와 함께 그려나갈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호세 무뇨스 사장은 “조지아공대 캠퍼스를 돌아다니는 무공해 수소차, 애틀랜타 국제공항까지 운행하는 미래 항공 모빌리티, 고속도로를 달리는 자율주행차 등을 상상해보라”며 “현대차그룹과 조지아공대는 이들 모두를 실현시킬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앙헬 카브레라 총장은 “품질과 혁신, 첨단 기술의 대명사인 현대차그룹과 파트너십을 맺게 돼 자랑스럽다”며 “현대차그룹과 함께 뛰어난 리더를 양성하고 자동차 산업 및 미래 모빌리티 발전을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과정서 우리의 파트너십은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이 조지아공대와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것은 조지아공대가 모빌리티를 비롯한 미래 혁신 관련 우수한 연구 역량과 인재를 확보하고 있을 뿐 아니라 현대차그룹 신설 전기차 생산 거점이 집중된 조지아주에 위치해 있어 활발한 기술 및 인적 교류를 통해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파트너십은 글로벌 유수 대학과의 산학협력 중요성을 강조해 온 정의선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 정의선 회장은 조지아주 전기차 신공장 건설 현장 방문 당시, 조지아공대와 협력 방안 모색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지아공대는 세계 최고 권위의 대학 평가 기관인 THE(Times Higher Education)와 QS(Quacquarelli Symonds)가 올해 발표한 글로벌 공과대학 순위서 각각 11위와 12위에 이름을 올린 연구중심 공립대학이다. 특히 기계공학, 전자공학, 산업공학 등의 분야서 전 세계 최상위권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대차그룹-조지아공대, 미래기술 확보·인재 발굴·인재 육성 위한 산학협력 추진
조지아공대, 세계적 명문 공대로 현대차그룹 북미 전동화 핵심 거점에 위치


조지아주를 비롯한 미국 남동부는 현대차그룹 북미 전동화 시장 공략의 핵심거점으로, 전기차 전용 신공장 ‘HMGMA(Hyundai Motor Group Metaplant America)’는 물론 배터리셀 합작공장, 배터리시스템 공장이 건설되고 있다.

또 기아 오토랜드 조지아서도 2024년부터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이다.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은 올해 GV70 전동화 모델을 시작으로 전기차 생산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정몽구 명예회장 때부터 이어져온 조지아주와의 각별한 협력과 신뢰도 현대차그룹이 조지아공대와 손잡기로 한 이유 중 하나다.

2006년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기아 사장은 기아의 미국 첫 생산기지 위치를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로 선정했다. 조지아주의 우수한 입지조건 외에도 소니 퍼듀 주지사를 비롯한 조지아주의 적극적인 협력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 경영진과 조지아주 정부 인사들은 만남을 거듭하며 공장의 기초를 닦았다. 이를 토대로 기아 조지아 공장은 2009년 첫 가동 이후 지금까지 14년간 400만대 이상의 차량을 생산했고, 기아가 미국 시장서 강력한 브랜드를 구축할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여겨지고 있다.

특히 현대차그룹과의 협력에 열성적으로 나섰던 소니 퍼듀 당시 조지아 주지사는 현재 조지아주 공립대학 협의회 의장으로 우수 인재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 퍼듀 의장은 앞으로도 현대차그룹과 조지아주의 산학협력에 중요한 가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①미래기술 확보 : 배터리·수소·소프트웨어 등 모빌리티 주요 기술 연구
②인재 발굴 : 인턴십 비롯한 다양한 프로그램 통해 미래 우수 인재 조기 영입
③인재 육성 : 현대차그룹 북미 직원 대상 생산기술 및 리더십 역량 강화 교육

현대차그룹이 여러 후보지 중에서도 조지아주 서배너에 전기차 전용 신공장을 짓기로 한 것도 선대로부터 이어진 끈끈한 협력과 조지아공대 같은 우수한 연구시설의 존재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차그룹과 조지아공대는 ▲미래 기술 산학협력을 추진한다. 배터리, 수소에너지, 소프트웨어, ADAS 등 미래 모빌리티 관련 연구개발 과제를 선정해 조지아공대 교수진, 현대차그룹의 미국기술연구소(HATCI), 남양연구소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다.

또 조지아공대가 육성하는 학생 스타트업 중 유망한 곳을 선정해 지원하고 협력하는 방안도 모색한다.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갖춘 스타트업들은 아이디어 실현화 및 향후 현대차그룹 계열사들과 협업할 기회를 얻게 된다.

현대차그룹과 조지아공대는 조지아공대 학생들에게 공동 연구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한다. 프로젝트 참여 학생들은 완성차 업계서 실질적으로 필요로 하는 연구 분야의 심화 프로젝트 수행을 통해 차별화된 미래 연구 인력으로 성장할 기회를 얻게 된다.

우수 인재 발굴을 위해서는 다양한 인재 양성 및 채용 프로그램도 추진된다.


또 대학원생 대상 연구 프로그램 후원, 현대차그룹 하계 인턴십 운영, 졸업 프로젝트 협업 및 후원, 조지아공대 주관 취업설명회 참여 등을 진행해 우수 인재와의 접점 확대 및 연계 채용에 나선다.

현대차그룹-조지아공대, 미래기술 확보·인재 육성 위한 산학협력 추진
우수 인재 발굴 위해 다양한 인재 양성 및 채용 프로그램 추진

북미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확대됨에 따라 배터리를 비롯한 미래 모빌리티 인재의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현대차그룹은 조지아공대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미래 우수 인재를 조기에 발굴하고 양성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됐다.

현대차그룹과 조지아공대는 조지아공대의 수준 높은 공학기술 교육 커리큘럼을 기반으로 ▲인재 육성 분야서도 협력하기로 했다. 양측은 북미 지역서 근무하는 현대차그룹 직원들을 대상으로 생산기술 역량 강화 프로그램과 리더십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할 계획이다.

또 현대차그룹은 파트너십의 일환으로 조지아공대 스포츠단을 후원하기로 했다. 조지아공대는 미식축구, 야구, 농구 스포츠단을 운영하고 있다. 조지아공대 풋볼 경기장의 명칭도 ‘바비 도드 스타디움 앳 그랜트 필드(Bobby Dodd Stadium at Grant Field)’서 ‘현대(Hyundai)’가 포함된 ‘바비 도드 스타디움 앳 현대 필드(Bobby Dodd Stadium at Hyundai Field)’로 변경됐다.

현대차그룹은 스포츠 후원을 통해 현대차그룹 각 브랜드에 대한 지역사회 내 친밀도와 신뢰도를 높여 나간다는 구상이다.


현대차그룹과 조지아공대는 향후 더욱 긴밀한 협업을 통해 구체적인 산학협력 방안을 수립하고 시행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 국내 유수 대학들과도 산학협력 적극적으로 추진
조지아공대 스포츠단도 후원…지역사회 내 현대차그룹 브랜드 친밀도 증대 차원
현대차그룹, 국내 유수 대학과도 긴밀한 협업…배터리 공동연구센터, 계약학과 개설 등

현대차그룹은 국내서도 주요 대학들과 산학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난 7월 미래 전기차 기술 리더십 확보를 위해 서울대학교 내에 배터리 공동연구센터를 개관하고, 국내 최고의 배터리 전문가 그룹과 함께 차세대 배터리를 연구하고 있다.

리튬메탈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 등 전기차 주행거리와 충전시간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선행기술 연구를 위해 서울대, 카이스트(KAIST·한국 과학기술원), 유니스트(UNIST·울산 과학기술원), 디지스트(DGIST·대구 경북 과학기술원), 성균관대, 한양대, 충남대 등 국내 대학 유수 교수진 및 석·박사급 우수 인재와 공동 연구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또 전동화 기술 세부 분야별로 전문성을 가진 다양한 대학의 교수진들과 ‘시스템 공동연구실’ ‘지능 제어 공동연구실’ ‘전기차 에너지 관리 공동연구실’을 운영하며, 전기차 PE(Power Electric, 전력전자) 부품 기술은 물론 AI, 제어 기술, 에너지 관리 기술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우수 인재를 선발해 전문가로 육성하기 위해 계약학과도 활발하게 설치하고 있다.

지난 8월 서울대와는 SDV(Software Defined Vehicle,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전문 리더를 양성하기 위해 채용 조건형 석사 과정의 ‘미래자동차모빌리티학과’를 설립해 내년부터 신입생을 모집하기로 했고, 연세대·한양대와도 내년부터 미래 모빌리티 관련 계약학과를 운영할 예정이다.

고려대, 성균관대와는 올해부터 채용 조건형 학·석사 통합 과정의 계약학과를 오픈해 미래 모빌리티 인재를 육성하고 있다.

이와 함께 현대차그룹은 2004년 서울대학교 ‘차세대 자동차 연구관’, 2013년 고려대 ‘현대차 경영관’, 2015년 한양대 ‘정몽구 미래자동차연구센터’ 건립을 지원하며 우수 인재를 꾸준히 육성하고 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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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