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영풍 화물열차의 비밀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3.09.21 09:32:09
  • 호수 144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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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도 안 쓰는 불량품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아연 생산기업 영풍(주)이 발주한 화물열차에 탑재된 중국산 핵심 부품이 안전성 논란에 휩싸였다. 해당 열차를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사규에 따른 절차를 어기고 사유화차로 도입해 특혜 의혹도 불거졌다. 사유화차는 기업 등이 소유한 화물차지만 코레일에 편입돼 코레일 기관차로 운행된다. 기업 소유의 열차가 철도 노선서 운행하기 위해 코레일의 시스템 등록을 마친 ‘차적 편입’ 차량이라는 의미다.

영풍(주)은 2018년 12월 말 철도차량 제작업체 고려차량(주)에 황산조차 20량 제작을 의뢰했다. 고려차량은 그해 1월 황산조차 도면설계에 착수했고 6월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측에 통보했다. 이 과정서 코레일은 사규에 따라 차량제작설명서 등 문서화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았다. 

위험천만
황산 운송

이후 2021년 2월 코레일은 “황산조차 20량에 대한 기술검토가 완료됐다”는 공문을 영풍과 고려차량에 발송했다. 유해 물질을 운반하는 화물열차의 기술검토를 절차와 규정을 어긴 채 완료한 것이다.

코레일 사규인 ‘사유화차 취급 및 유지보수 세칙’ 제5조(차량 편입조건)는 사유화차가 코레일 차적에 편입되려면 ‘차량의 구조 및 기능이 철도안전법령 및 공사의 차량제작설명서에서 정하는 기준에 적합할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해당 사규는 사유화차에 관해 ‘전용 적재화물의 수송이 가능’ ‘신조 차량은 ‘철도안전법’에 따른 형식승인 등에 합격해야 한다’는 점도 들어가 있다.


상급기관인 국토교통부의 고시 ‘철도안전관리체계 기술기준’서도 철도차량 발주자와 운영자가 다른 경우 ‘차량설계·제작·완성검사·시운전 시 운영자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야 하며, 철도운영자 등은 철도차량 제작감독 관련 사항을 협의·이행하기 위한 문서화된 절차를 수립·실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고려차량이 수입·제작한 문제의 열차는 영풍의 사유화차로 2021년 초 도입됐다. 영풍이 운영하는 경북 봉화 석포제련소서 나온 황산을 싣고 석포역과 온산역을 왕복한다. 열차 불량으로 탈선·전복 등 사고가 발생하면 대량의 황산 유출로 막대한 환경 피해가 불가피하다.

코레일이 직접 발주하는 화차는 물론, 기업의 사유화차도 반드시 코레일 표준사양서에 맞춰 제작해야만 한다. 표준사양서에 따라 제작해온 철도업계는 고려차량이 시장 교란을 일으킨다고 주장했다.

코레일은 현행법상 사양서에 맞지 않아도 기업·개인이 보유한 화차라 이를 제재할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무책임한 입장을 보인다. 수년간 코레일 사양서 기준에 따라 제작해온 제작사들은 “물 먹은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업계에선 영풍이 발주한 사유화차에 탑재된 주요 부품이 중국서조차 외면받은 저가품이라는 입장이다. 화차 제조업계에 종사 중이라는 제보자는 “화차의 안전을 결정짓는 주요 장치는 주행장치(대차), 제동장치, 연결장치”라며 “고려차량이 2년 전 제작한 황산조차의 주요 장치는 모두 중국서 들여왔다”고 주장했다.

석포제련소 황산열차 핵심 부품 안전성 논란
코레일 ‘차적 편입’ 왜?···특혜 의혹도 불거져

황산조차 20량에 적용한 대차·제동·연결장치는 기존 코레일 표준사양서와 다를뿐더러, 타 화차 부품과 호환성도 떨어진다.


제보자는 “영풍 황산조차에 적용한 대차가 원 제조사인 미국 와브텍(Wabtec)사 제품의 특허권을 회피하고자 중국서 모양을 변형해 만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해당 대차는 지금까지 국내서 사용한 적이 없었고, 미국 AAR(Asscociation of American Railroads)의 승인도 받지 못한 제품”이라며 “원산지인 중국서조차 사용승인을 받지 못한 불안전한 제품”이라고 꼬집었다.

고려차량이 수입한 중국산 제동·연결기도 문제다. 국내서 사용해본 적이 없다 보니, 기존 화차와의 호환성을 검증하기 어렵다. 연결기 간 호환성이 떨어지면 운행 도중 분리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열차 간 연결기에는 출발할 때나 제동할 때 충격을 완화하는 기능도 있는데, 중국산 화차가 기존 화차와 연결할 때 사고가 일어날 위험성이 다분하다는 주장이다. 제보자는 “중국서 들여온 제품은 기존 연결기와 외관부터 달라 단순 체결만 가능한 정도로 호환성이 없다”고 말했다.

2002년부터 코레일의 검증절차를 거쳐 선정된 사양과 고려차량이 중국서 수입한 사양은 제원상 큰 차이를 보인다.

기존 사양의 A 대차는 북미권서 60년간 사용돼 신뢰성을 확보했다. 반면, 고려차량이 수입한 B 대차는 중국서 1990년도에 개발됐으면서도 현지서 운행되지 않고 있다. 결정적으로 바퀴 단면이 거칠고, 금이 발생하는 등 편마모 현상도 발견됐다.

전문가들은 B대차의 바퀴가 선로에 알맞게 올라가지 않으면서 주행 시 미세한 충돌로 손상이 발생한다고 봤다.한국철도기술연구원 시험결과에 따르면 고려차량이 수입한 제동장치는 기존 화물열차에 제동장치보다 제동시간이 2배 이상 늦게 기록됐다. 자동차로 비유하면 ‘브레이크가 밀린다’는 표현이 적절해 보인다.

외면받은 
저가품?

제보자는 “호환성을 고려하지 않은 연결장치가 화차의 기본적인 운영방식에 부적합하다”고 지적했다. 일반 열차와 달리 화차의 경우, 서로 다른 화차끼리 혼합해 연결·분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황산조차는 물론, 컨테이너화차, 유조차, 시멘트화차 등 다양한 종류의 화차끼리 연결하더라도 제 성능을 낼 수 있어야 한다.

심지어 호환성을 보장하는 국내산 화차 핵심장치들이 있음에도 불구, 중국산을 들여온 것은 잇속 챙기기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제보자는 “화차에 사용하는 대차, 제동, 연결장치 등은 모두 국내 중소기업서 생산해온 제품”이라며 “(고려차량이)국산제품을 외면한 채 중국산을 들여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업계에선 영풍이 단가를 낮춰 사유화차를 발주하는 상황서, 고려차량이 입찰을 위해 헐값에 중국산 화차를 수입한 것으로 추정했다.

중국산 화차가 선로를 활보할 수 있는 이유는 국토부의 생색내기식 승인 절차 때문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고려차량은 국토부 형식승인제도를 거쳤기에 “당당하다”는 입장이다.


철도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사유화차 도입 절차와 안전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제보자는 “차량제작설명서 없이 제작된 사유화차를 차적에 편입해 운행하는 것은 코레일이 고려차량에 특혜를 준 것”이라며 “새로 도입된 사유화차의 주행, 제동, 연결장치 등이 기존 코레일 차량과 달라 철도 시스템에 필요한 안전성과 표준성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알았나 
몰랐나

이에 대해 고려차량 관계자는 “국토부 철도차량 형식 승인을 받은 사유화차의 안전성과 차적 편입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은 숱하게 나왔다”며 “신경 안 쓴다”고 코웃음을 쳤다. 그러면서 “영풍이 어떤 그룹인데 화차 수입하는 게 얼마나 한다고 아까워하겠냐”며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면 코레일이 차적에 이미 편입한 황산조차 20량을 계속 운행하는 이유는 뭐냐”고 반문했다.

코레일이 차량기술단과 종합검토를 무시하고, 해당 열차를 차적 편입하면서 연쇄적 현상도 야기된다. 상급기관인 국토부는 ‘철도 운영 전문인 코레일이 차적 편입을 했기에 문제없을 것’으로 보고 형식승인제도에 따라 허가한 상태다. 서류로만 확인하고 승인해 중국산 화차의 안전상 문제까지 들여다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제보자는 “국토부서 제대로 확인했다면 승인하지 않았을 중국산 화차가 현장에 나와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산 화차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 영풍이 고려차량에 발주해 제작한 황산조차 30량도 차적 편입을 위해 대기 중이다. 앞서 20량도 허락해준 코레일이 강경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2021년 10~11월 영풍은 고려차랑에 두 차례에 걸쳐 도합 30량의 황산조차를 추가 발주했다.

영풍은 이듬해 2월 코레일 측에 제작 협의를 요청한 데 이어 올해 5월 차적 편입을 요청했다. 

황산조차 30량의 적정성을 두고 코레일과 영풍·고려차량 측 입장이 엇갈린다. 코레일 측은 “지난해 5월부터 진행되던 기술검토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서 영풍과 고려차량이 올해 5월 차적 편입을 요청하는 등 코레일 규정과 절차를 준수하지 않아 차적 편입 적정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존 열차와 호환성 입증 어려워
사문화된 국토부 내규···권고일 뿐?

이에 영풍 측은 “앞서 차적에 편입된 20량과 동일한 모델임에도 코레일 측이 자사의 ‘권고사항 미이행’이라는 이유로 계속 차적 편입을 미뤄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코레일이 사규를 위반하면서 스스로 재갈을 물게 됐다. 코레일은 앞서 영풍 황산조차 20량을 차적 편입하는 과정서 차량제작설명서를 제시하지 않는 등 자사 사규를 위반한 것을 시인했다. 

코레일이 영풍의 추가 발주한 30량의 차적 편입을 미룰 경우 “기존 황산조차 20량 운행은 되고, 추가 편입은 안 된다는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전망이다.

코레일 측은 “사고 우려 등 안전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어 사실 검증이 필요하다.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30량의 조치 여부를 판단하겠다. 이미 도입한 20량과 편입을 검토하는 30량 중 각 2량 정도를 기존에 운행해온 황산조차 화차와 혼합 조성해 제동시험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선 표준사양서에도 맞지 않는 중국산 화차에 관해 코레일이 차적 편입해준 것은 “영풍에 특혜를 줬거나,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코레일 내규인 ‘사유화차 취급 및 유지보수 지침’에 따라 부적합한 중국산 화차는 차적을 주면 안 된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코레일 관계자는 “사규를 어긴 것은 맞다”면서도 “국토부령으로 상위법에 해당하는 ‘철도안전관리체계 기술기준’이 시행되면서 해당 내규가 사문화됐다”고 해명했다.

철도안전관리체계 기술기준에 따르면 철도차량 발주자(소유자)와 운영자가 다른 경우 발주자는 차량 설계, 제작, 완성검사, 시운전 시 운영자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야 한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최대한 반영’이라는 점이다. 시행령을 법리적으로 해석하면 일종의 권고일 뿐 의무가 아니라는 것이다.

코레일 측은 “소유주가 표준사양서에 맞지 않게 화차를 제작했더라도, 절차에 따라 검사를 통과해 차적을 편입해달라고 요구하면 제재할 명분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황산조차 20량 제작 당시 철도연서 형식, 제작자 승인, 성능시험 등을 모두 통과했다”며 “근거 없이 위험하다고 단정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항변했다.

전관 개입?
카르텔 의혹

그러면서 “신규 제작한 황산조차가 실제 운행을 하면서 ‘휠 플랜지 편마모 현상’ 등 위험징후가 나타났다고 했는데, 확인 결과 기준치 이내였고 특별한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고받았다”고 덧붙였다.

지금껏 코레일 표준사양서를 지켜가며, 화차 부품과 완성차를 만든 국내 업체가 중국산 화차에 밀려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국토부가 관심을 가져야 할 시점이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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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민낯이 드러났다. 주로 수도인 프놈펜 인근과 시아누크빌 범죄 단지가 그들의 주둔지였다. 국내 조직폭력배가 중국 갱단과 결탁해 만든 ‘셀허브’의 경우 피해자만 수십명이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가장했다. 사이트에는 유명인의 사진이 수차례 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사라진 셀허브 엔터테인먼트의 홈페이지. 지난해 7월 <일요시사>가 취재한 이후 대표이사의 이름과 사진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표창장을 받았다며 문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이 기업의 정체는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확인된 피해액만 약 40억원, 피해자는 수십명이다. 한 언론사는 보도자료까지 작성하며 홍보하기도 했다. 조직적 준비 경찰 수사 중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4일, 셀허브 조직원 3명을 각각 구속·불구속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조건 만남 사이트를 운영한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여성 관련 데이트 상품을 판매하거나 연애 빙자 사기를 일삼았다. 셀허브 조직원이던 A씨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모델과 연락하게 해 준다며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대포통장 계좌에 돈을 입금하게 한 뒤 텔래그램 아이디를 알려주고 연락하게 하는 시스템”이라며 “연결된 여자는 실제 남성이고 한국에서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3월 캄보디아 범죄 밀집 지역인 태자 단지에서 인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같은 해 5월 사이트를 개설해 조직원들에게 민간인 협박, 중국어 통역 등의 역할을 맡기고 수십명으로부터 약 40억원을 뜯어냈다. 같은 해 7월 <일요시사> 취재가 시작되자 이 조직은 셀허브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의 이름을 ‘김현숙’에서 ‘박소희’로 변경하고 유명인의 사진을 수차례 도용했다. 유 전 장관에게 표창장까지 수여받았다며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려는 꼼수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조직에서 탈출하려는 사람은 밤새 맞거나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하기도 했다. 조직폭력배 출신 한국 사람들이 간부고 일반 조직원은 교민 사이트를 통해 ‘한 달에 500만~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일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수사하기 이전인 지난해 7월부터 강서·영등포·구로경찰서 등에 여러 고소장이 접수됐었다. 하지만 수사는 원활하지 않았다. 주요 혐의자가 해외에 거주 중이거나 피의자 특정이 어려운 게 난관이었다.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주요 혐의자들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해부터 공조를 요청했으나 캄보디아 당국이 비협조로 일관했다”며 “고소인분들이 ‘왜 안 잡냐’ ‘내 돈 어떻게 하냐’는 등 불만이 많으셨다. 매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캄보디아가 협조하지 않으면 조치가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3월부터 조직원 모집…태자 단지서 모의 ‘유인촌 표창장’ 걸어 놓고 ‘정상 기업’ 홍보 막막했던 수사는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이재명정부가 캄보디아를 압박했고 현지에 구금된 한국인 범죄자 겸 피해자 수십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송환된 인원 중 일부는 셀허브 사건과도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성학 충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지난 20일 청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로 전원 구속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부건(총책 가명, 40대 초반, 한국말을 쓰는 외국인 추정) 조직으로부터 확인된 피해 건수는 110건, 피해액은 93억여원에 달했다. 약 100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부건은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7월까지 주로 프놈펜 웬치(범죄 단지) 및 태국 방콕 등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범행을 벌여왔다. 부건 조직은 지난 2018년 중국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해 그동안 단속을 피하려 태국, 캄보디아 등지로 거주지를 옮겨가며 범행을 계속해 왔다. 이들은 데이터베이스, 입출금 등을 지원·관리하는 CS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팀,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팀, 코인투자리딩 사기팀, 공무원 사칭 노쇼 사기팀 등 총 5개 팀으로 이뤄진 조직체계를 갖췄다. 이들은 가구판매업을 하러 캄보디아에 갔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지역 선·후배 권유, 고액 아르바이트 인터넷 광고 등을 접하고 범죄에 연루된다는 걸 알면서도 조직에 가입해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속아서 조직에 들어갔다고 진술하지 않은 이들의 유입 경로는 ▲지인 포섭 29명 ▲인터넷 광고 등 포섭 8명 ▲현지 카지노 포섭 6명 ▲기타 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남성 42명과 여성 3명으로 연인도 있었다. 대부분은 20~30대 연령으로 최소 2개월부터 최대 16개월까지 범행에 가담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건 만남 사이트 경기북구경찰청 형사기동대도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피의자 15명 중 11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여성을 사칭, 조건 만남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챘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성 만남 광고를 낸 후 이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에게 여성인 척 채팅으로 유인했다. 여성을 소개받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개발한 조건 만남 사이트에 회원 가입과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속여 인증을 위한 돈을 요구했다. 3차례에 걸친 인증 절차 과정에서 여러 게임에 성공하면 가입비를 돌려준다고 속여 피해자로부터 1인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받아 챙겼다. 피해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별도의 만남 인증과 후기글을 남기는 ‘화력방’도 운영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는 피해자 36명, 피해금 16억원 상당이며, 1인당 최대 피해 금액은 2억1000만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 남녀다. 최초 범죄집단을 구성한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 명칭 ‘툴콕’을 의미하는 ‘TK’파로 스스로를 부르며 총책을 정점으로 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췄다. 조직 운영을 총괄하는 총책, 이를 보좌하며 실무 전반과 인력 공급 등을 담당하는 총관리자, 각 파트 팀원의 근태를 관리하고 지시하는 팀장으로 구성됐다. 또 자체적인 조건 만남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개발자, SNS에 광고 글을 게시하는 홍보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 2개팀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상호 가명 사용 ▲근무 중 휴대전화 금지 ▲사진 촬영 금지 ▲야간에는 커튼으로 외부 차단 ▲다른 부서와의 업무 내용 공유 금지 등의 규칙에 따라 생활하기도 했다. 중국 국적 100명 뒷배 이들은 총책이 마련한 건물에서 2인1조로 합숙했는데 프놈펜 툴콕 지역의 13층 건물을 사용하다가 지난 8월, 현지 단속을 피해 센소크 지역 7층 건물로 이전해 범행을 이어오던 중 현지 수사 당국에 의해 검거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SNS 구직 광고나 조직원을 통해 범죄단체에 가입했다고 진술했으며 사기임을 알고도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 대부분은 현지에서 구금된 중에도 총책이 이른바 관작업을 통해 자신들을 석방시켜 줄 것이라는 말만 믿고 대사관의 도움을 거절하고 귀국하지 않았다. 셀허브 사건 간부들은 타 사건에도 연루됐다. 지난 7일 캄보디아 바벳에 인접한 베트남 떠이닌 지역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30대 여성 B씨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숨지기 직전까지 셀허브 간부와 같이 있었다. B씨의 사인은 마약 과다 투약이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B씨가 셀허브에서 한국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공급해 왔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셀허브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는 역할을 했던 B씨인데 통장을 팔려고 캄보디아에 도착한 한국인들을 유인해 범죄 단지로 팔아넘기고 유인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보·수사기관도 B씨에 의해 범죄 단지에 넘겨지는 피해를 입거나 유흥업소 일을 강요당한 사례를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사실상 마약을 강제로 과다하게 투약당한 살인사건이라는 첩보는 아직 확인 중”이라며 “특정 조직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건 현지 경찰도 수사 중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대개 조직폭력배 출신…지휘는 중국 조직이 맡아 40억 피해액 환수 불가능 “자금 세탁 끝났다” 첫 데이트하던 연인을 치어 여교사를 숨지게 했던 이른바 ‘대전 머스탱 교통사고’의 피의자도 셀허브 조직원으로 확인됐다. 피의자 전모씨는 2019년 2월10일 오전 10시14분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면허도 없이 외제차를 운전하던 중 인도를 걷던 조모씨와 박모씨를 들이받아 박씨를 숨지게 하고, 조씨에게 중상을 입혔다. 전씨가 대여한 외제차는 불법 대여 차량이었다. 이 차량은 애초 대구에 사는 C씨가 자신 명의로 캐피털에서 월 115만원씩 주는 조건으로 60개월간 대여한 것이다. C씨는 사촌 안모씨와 함께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나모씨가 올린 ‘외제차 저렴하게 빌려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보고 접근, 한 달에 136만원씩 받기로 하고 대여한 머스탱 차량을 재임대했다. 나씨는 이렇게 빌린 머스탱 차량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외제차를 빌려준다”고 광고하며 또다시 대여업을 했다. 전씨는 나씨가 올린 이 글을 보고 일주일에 90만원씩 주기로 약속하고 머스탱을 빌려 운전했다. 매년 확정되는 범죄수익 추징금은 30조원을 넘지만 환수 금액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법무부가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 등의 범죄로 발생한 현지 범죄수익을 국내로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법무부는 “캄보디아 내에서 벌어진 범죄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이 1차 현지 수사 의뢰 대상”이라며 “이후 국내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종적으로 환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에 따르면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국내에 있고 피해액이 특정될 경우, 우리 정부가 해외에 범죄수익 환수를 요청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캄보디아와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을 체결해 2021년 정식 발효됐다. 주요 간부들 타 사건 연루 정보기관 관계자는 “범죄자 개인이 아닌 조직을 대상으로 한 범죄수익 환수 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이 끝나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좋지만 이미 늦었다. 범죄조직 특성상 이미 코인이나 대포 통장으로 제3국에 은닉하거나 세탁을 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수사가 끝나고 유죄 판결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환수 절차는 이 모든 사법절차가 종료돼야 가능하다. 특히 조세회피처로 범죄수익을 옮겨놨다면 환수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