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대담> 보다 못해 직접 나선 양향자 의원

“대선후보 없어도 당당하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제3지대라는 말을 선호하지 않는다. ‘생각지대’ 내지는 ‘상식지대’라고 불러달라.” <일요시사> 취재진과 마주 앉은 무소속 양향자 의원이 가장 먼저 꺼낸 말이다. 제3지대는 거대 양당에 균열을 내는 데에서 그치지만 신당 ‘한국의희망’은 상식지대로서 좋은 정치, 과학 정치로 거듭나는 게 목표라는 설명이다.

삼성전자 직원으로 입사해 ‘첫 여성 출신 임원’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는 무소속 양향자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국민의힘을 모두 거친 인물이다. 낡은 정치에 염증을 느낀 그는 과학기술을 사용해 ‘패권 정당’으로 거듭나겠다며 직접 두 팔을 걷어붙였다. 양 의원은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한국의희망’ 창당인으로서 바라본 정치의 현 주소에 대해 짚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바쁜 일정을 소화 중이라고 들었다

▲지난 6월26일 창당발기인대회를 열고 벌써 두 달이 지났다. 지난 15일에는 광복절 74주년을 맞아 시도당 창당대회를 비대면을 진행했고, 지금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등록 절차를 거치고 있다. 오는 28일 창당대회가 끝나 한국의희망이라는 새로운 정당이 출범하게 된다.

-당명이 한국의희망이다. 지금 대한민국에는 어떤 희망이 필요한지 궁금하다

▲희망이라는 것은 계층별로 다르지만 우리가 집중하는 세대는 청년이다. 청년들의 미래가 희망적이지 않다. 그들에게 희망을 주는 일이 가장 중요한 과업이다. 희망이 없다는 건 사회적 현상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매일같이 사회가 분열되고 갈등을 겪으면서 포퓰리즘이 일상화됐다. 여기에 정치적 부패까지 만연하다. 지금 드러난 모습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앞으로 미래 세대를 살아갈 청년에게는 비극일 것이다.


-청년이 희망을 잃어버린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지?

▲가장 영향을 많이 끼친 게 바로 정치다. 신당을 창당하는 입장서 바라본 정당의 기능은 국민을 위한 대의제를 정책에 반영하는 것이다. 제대로 된 정치인을 배출하고 그 정치인들이 정부를 감시해야 올바른 사회가 만들어진다. 그런데 현재 정당들은 그런 역할을 하고 있지 않다.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한 지 오래다.

-그렇다면 한국의희망은 정당의 올바른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가? 하루가 멀다고 일어나는 정쟁에 염증을 느낀 국민을 설득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본다

▲‘과연 되겠어?’라고 회의적인 시각으로 보는 분도 많다. 당이 아닌 정치집단에 실망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를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해 제대로 된 정당을 만들고 국민의 대의제로서 구실을 하고자 한다. 그다음에 정부를 움직이고 정책을 만들 계획이다.

-창당을 결심했을 때 주변서 의아해했을 것 같은데?

▲“왜 쉬운 길 놔두고 어려운 길을 자꾸 가느냐”는 반응이 많았다. 그런데 나는 태어나기를 오지랖이 넓게 태어났는지 남의 아픔을 보고 편한 길을 가지 못하겠더라. 어릴 때부터 동네의 모든 아픔은 내 아픔처럼 여겼다. 삼성전자서 근무할 때도 내가 승진할 때보다 함께 일하는 친구들이 행복할 때 제일 행복했다. 지금도 변함이 없다. 내가 국회의원이 되는 게 첫 번째가 아니다. 나는 시대의 아픔을 해결하기 위해 몸을 던져야 직성이 풀린다.

-2016년 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 위원장을 지내고 지난해 국민의힘에서는 반도체특위 위원장을 지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양당서 영입하려는 시도는 없었는지?


▲내가 봐도 이력이 특이한 편이다. 정치적으로 봤을 때 “재료가 좋다”는 말도 종종 들었다. 반도체의 경우 미래 먹거리로 꼽히니까 여당의 러브콜을 받고 가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물론 미래 먹거리도 중요하지만 나는 정치세력을 새롭게 세우는 일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국회의원 300명 중 한 명이라도 같은 생각을 했으면 나는 여기에 없었을 것이다. 아직 그런 사람은 없다고 보기 때문에 내가 하려는 것이다.

호남 민심 바닥 친 민주당
정부·여당은 ‘카르텔 중독’

-지역구인 광주 서구을에 출마 선언을 하셨다. 현재 호남 쪽 민주당 민심은 어떤가?

▲지난 15일 광복절 행사를 위해 광주에 다녀왔는데 깜짝 놀랐다. 광주 시민들이 내 손을 잡고 “한국의희망 잘 창당했다. 우리 한을 풀어달라”고 하셨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호남서 긍정적인 이미지는 아니다. 예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추진을 반대했다가 어르신들에게 ‘배신자’ 소리를 많이 들었다. 그랬던 분들이 이제 내 손을 잡고 응원을 해주신다. 호남 지역 민주당 민심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한을 풀어달라는 게 무슨 뜻인지?

▲지역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민주당을 선택하는 ‘불행한 사태’를 반복되지 않게 해달라는 것이다. 지금은 최악이 아닌 차악을 고르는 것 외엔 선택지가 없다. 이전부터 호남은 곡창지대로 불려왔다. 그래서 호남이 중심이 됐지만,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변방으로 밀려났다. 그런데도 호남인들은 국가가 어려울 때 가장 먼저 목숨을 내놨다는 정신과 자부심, 그리고 긍지가 있다. 이게 정치로 나타나야 하는데 그러질 못하니 호남분들이 자괴감과 실망감에 젖어 계신 상황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정치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하다

▲갈 길을 잃고 우왕좌왕하는 모양새다. 대통령 제조 공장에 그쳤다. 대통령 후보 배출 유무가 가장 크다. 후보가 없으면 빌려오기도 한다. 우리나라가 이제는 추격 국가까지 다다른 만큼 더 열심히 해야 하는 시기가 왔는데 정치가 제대로 일을 못 하고 있으니 답답할 따름이다. 이런 현상에 관해서는 공천과 총선이라는 울타리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울타리를 부수고 나온다면 정치 생명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일종의 경고다.

그래서 현재 정치를 ‘썩은 고인 물’이라고 표현한다. 새로운 물을 길어다 넣는다고 해서 그 물이 맑아지지 않는다. 통째로 옮겨야 한다. 한국의희망 캐치프레이즈인 ‘이제는 건너가자’와 맞닿은 부분이기도 하다.

-양당을 모두 거친 인물로서 국민의힘과 민주당을 평가한다면?

▲우선 국민의힘을 비롯한 대통령실은 검찰 체제 이미지가 강하다. 윤 대통령은 정치를 해본 적 없는 사람인 만큼 신뢰가 부족한 시작점서 출발했다. 그렇기에 더욱 메시지를 신중하게 골라야 하고 국민이 느끼는 무게감 신뢰감에 신경을 써야 한다. 주변에 있는 장·차관을 포함해서 인재를 두루두루 두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 국민에게 있어 대통령의 인식은 ‘검찰 조직’에 그쳤다.

여당이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구조도 지적하고 싶다. 한 번은 잘 아는 국민의힘 의원에게 “대통령이 잘못됐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냐”고 질문했는데 “설사 잘못됐다 하더라도 그렇게 말할 수 없다”고 답하셨다. 반면 민주당은 민변 조직으로 이뤄진 큰 틀이다. 결국 검찰과 민변의 프레임 싸움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후쿠시마 오염수와 4대강 같은 사안을 두고 장시간 여야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가?

▲적어도 국민에게 투명하게 알려주고 공개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인간이 모르는 것에 불안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이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진실을 알려달라는 것이다. 무조건 반대하거나 찬성하는 게 아니라 데이터가 생성되는 과정과 그 신뢰도를 논리적으로 접근해야 해결된다.

양쪽 정당 모두에 해당하는 말이다. 선거에 불리한 결과를 가져올 것 같아서 근거 없이 주장만을 밀어붙이는 게 문제다. 선거서 지더라도 확실하게 국민을 설득시키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현재 정치권서 가장 심각하게 보고 있는 사안이 있다면?

▲지난 15일 윤석열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서 큰 위기감을 느꼈다. 78주년 광복절이라 하면 국민을 향한 사랑과 조국에 관한 자부심이 담긴 메시지가 필요하다. 결국 상대 진영에 험담만 하시더라. 당선 초 윤 대통령은 “열 가지 중 하나만 같아도 동지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근데 지금은 열 가지 중 하나만 다르게 보여도 적으로 대한다. 처음 지도자로서의 모습이 어디 갔는지 잘 모르겠다. 지지율이 단 1%만 돼도 내 갈 길을 가겠다는 식이다. 이건 정치가 아니다. 카르텔을 깨부수겠다는 기조만 가득하다.


-윤 대통령의 카르텔 발언을 문제라고 보는지?

▲카르텔은 어떤 문제를 과학적·논리적으로 규정한 상태서 찾는 문제점이다. 사안을 쭉 늘어놓은 로드맵서 발견되는 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 카르텔을 깨부수려면 이 문제점을 발견하고 바꿔나가자는 이야기가 나와야 한다. 그런데 이 과정 없이 “이건 카르텔”이라고 찍어 누르는 게 문제다.

-예를 든다면?

▲광복절 경축사에서 뜬금없이 과학 혁신 R&D를 언급하면서 또다시 카르텔 이야기로 흘러갔다. 이른바 ‘나눠먹기식’ 체계를 개편해서 과학기술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누가 여기에 선뜻 동참하겠냐는 것이다. 과학기술에 투여되는 예산 대부분을 카르텔로 규정해버렸다. 과학기술서조차 희망을 잃어버리게 하는 메시지가 나왔다.

“변하는 세상 속 국회는 그대로”
창당 결심 “과학정치만이 살길”

-과거 삼성 반도체 부문서 근무했던 만큼 양향자 하면 과학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매번 강조하고 있는 과학정치란 무엇인지 설명을 부탁한다

▲철학을 기본으로 한 과학기술을 통해 패권 국가로서 세계를 선도하자는 것이다. 높은 기술력으로 어젠다를 제시하는 국가가 선도국가다. 진정한 자유는 기술력서 나온다. 선의로 정책을 펼치기에는 복잡한 시대가 도래했다.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면서 인간의 삶이 달라졌지만 정치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고 있다. 사회를 제대로 돌아가게 하기 위해서는 과학정책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메모리 반도체 영역에 있어 지난 30년 동안 뛰어난 기술력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패권을 쥘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다른 나라에 추월당할 위기에 처해 있다. 글로벌 시장서 삼성이나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지 않는다면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 이는 기술 식민지로 귀결된다. 나는 과학기술로 거버넌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 사람이다. 과학정치를 내세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과학과 정치를 결합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앞서 말했듯이 정치는 과학기술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영역이다. 인간은 타인을 과학적 근거, 논리적 근거, 정량적 근거를 기반으로 판단해야 한다. 단지 ‘저 사람은 착해서’ ‘저 사람은 마음씨가 좋아서’ 이런 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요새는 출신이나 학력, 성별을 보지 않고 DNA를 판별해서 뽑는 방식을 사용하기도 한다. 뉴로사이언스(뇌신경 과학)라고 부르는 이 기술은 정치에도 필요하다고 본다.

이 밖에도 한국의희망은 블록체인을 활용한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다. 사실 부패는 도덕적 해이나 인간의 선의에 기댈 수 있는 경계를 넘었을 때 발생한다. 정치권에서는 당비 하나만 투명하게 쓰여도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선관위나 검찰이 당비의 흐름을 일일이 들여다볼 필요가 없으니 노동력도 줄일 수 있다.

-양향자와 함께할 후보들은 누구인가? 현역 의원 중 뜻을 함께한 이들도 있는지?

▲오는 28일 창당대회서 국민께 모두 소개할 것이다. 우리 당에 들어온 분들은 국가를 위해 봉사하겠다는 사람이다.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좋은 정치를 실현할 것이라고 본다. 다만 현역 의원들 중에는 아직 울타리를 뛰쳐나와 내 모든 걸 걸고 해보겠다는 분은 없다. 아마 공천 과정서 탈락하거나 컷오프를 당하면 함께하자고 하실 분이 많아질 것이다.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한국의희망 몇 석 가능하다고 보시는지?

▲이전에는 50석이라고 말했는데 정치 환경이 나빠질수록 우리에게 기회가 될 것으로 본다. 국민이 진짜 정치를 돌아보기 시작했다. 창당하고 나면 상황은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고 자신한다.

-당헌·당규도 짧게 소개해준다면?

▲청년 부분을 강화했다. 한국의희망에는 청년위원회도 있고 청년단도 있다. 또 특정한 성 비율이 60%를 넘길 수 없도록 조정했다. 균형적인 성별을 유지하고자 하는 점이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정치라는 건 이전부터 남성의 오래된 영역이었고 여기에 익숙한 사람이 대다수다. 그 익숙함과 결별하지 않으면 새로운 정치인을 만들 수 없다는 생각에 이처럼 정했다.

-최종 목표는?

▲대한민국이 지금보다 조금 더 나아지게 만드는 것. 우리 미래세대가 잘살아갈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 내가 살아 있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다수의 국민이 행복할 수 있는 일을 찾고 그 일을 하다가 죽는 게 나의 호상이다. 이기적인 삶을 정리하고 이타적인 삶을 소명으로 삼고 싶다. 한 인간으로서도 정치인으로서도 동일하게 지닌 신념이다.

-마지막으로 국민에게 어떤 정치인으로 남고 싶나?

▲기댈 수 있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만 하는 게 아닌 주도 국가로 이끈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다. 주도하지 않으면 끌려가게 된다. 불행의 시작이다. 우리는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시기를 이미 겪어봤다. 이제는 주도권을 잡고 성장해야 할 때다. 그 성장을 위해 새롭게 건너가는 다리 같은 사람이고 싶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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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