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대담> 보다 못해 직접 나선 양향자 의원

“대선후보 없어도 당당하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제3지대라는 말을 선호하지 않는다. ‘생각지대’ 내지는 ‘상식지대’라고 불러달라.” <일요시사> 취재진과 마주 앉은 무소속 양향자 의원이 가장 먼저 꺼낸 말이다. 제3지대는 거대 양당에 균열을 내는 데에서 그치지만 신당 ‘한국의희망’은 상식지대로서 좋은 정치, 과학 정치로 거듭나는 게 목표라는 설명이다.

삼성전자 직원으로 입사해 ‘첫 여성 출신 임원’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는 무소속 양향자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국민의힘을 모두 거친 인물이다. 낡은 정치에 염증을 느낀 그는 과학기술을 사용해 ‘패권 정당’으로 거듭나겠다며 직접 두 팔을 걷어붙였다. 양 의원은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한국의희망’ 창당인으로서 바라본 정치의 현 주소에 대해 짚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바쁜 일정을 소화 중이라고 들었다

▲지난 6월26일 창당발기인대회를 열고 벌써 두 달이 지났다. 지난 15일에는 광복절 74주년을 맞아 시도당 창당대회를 비대면을 진행했고, 지금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등록 절차를 거치고 있다. 오는 28일 창당대회가 끝나 한국의희망이라는 새로운 정당이 출범하게 된다.

-당명이 한국의희망이다. 지금 대한민국에는 어떤 희망이 필요한지 궁금하다

▲희망이라는 것은 계층별로 다르지만 우리가 집중하는 세대는 청년이다. 청년들의 미래가 희망적이지 않다. 그들에게 희망을 주는 일이 가장 중요한 과업이다. 희망이 없다는 건 사회적 현상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매일같이 사회가 분열되고 갈등을 겪으면서 포퓰리즘이 일상화됐다. 여기에 정치적 부패까지 만연하다. 지금 드러난 모습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앞으로 미래 세대를 살아갈 청년에게는 비극일 것이다.


-청년이 희망을 잃어버린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지?

▲가장 영향을 많이 끼친 게 바로 정치다. 신당을 창당하는 입장서 바라본 정당의 기능은 국민을 위한 대의제를 정책에 반영하는 것이다. 제대로 된 정치인을 배출하고 그 정치인들이 정부를 감시해야 올바른 사회가 만들어진다. 그런데 현재 정당들은 그런 역할을 하고 있지 않다.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한 지 오래다.

-그렇다면 한국의희망은 정당의 올바른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가? 하루가 멀다고 일어나는 정쟁에 염증을 느낀 국민을 설득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본다

▲‘과연 되겠어?’라고 회의적인 시각으로 보는 분도 많다. 당이 아닌 정치집단에 실망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를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해 제대로 된 정당을 만들고 국민의 대의제로서 구실을 하고자 한다. 그다음에 정부를 움직이고 정책을 만들 계획이다.

-창당을 결심했을 때 주변서 의아해했을 것 같은데?

▲“왜 쉬운 길 놔두고 어려운 길을 자꾸 가느냐”는 반응이 많았다. 그런데 나는 태어나기를 오지랖이 넓게 태어났는지 남의 아픔을 보고 편한 길을 가지 못하겠더라. 어릴 때부터 동네의 모든 아픔은 내 아픔처럼 여겼다. 삼성전자서 근무할 때도 내가 승진할 때보다 함께 일하는 친구들이 행복할 때 제일 행복했다. 지금도 변함이 없다. 내가 국회의원이 되는 게 첫 번째가 아니다. 나는 시대의 아픔을 해결하기 위해 몸을 던져야 직성이 풀린다.

-2016년 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 위원장을 지내고 지난해 국민의힘에서는 반도체특위 위원장을 지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양당서 영입하려는 시도는 없었는지?


▲내가 봐도 이력이 특이한 편이다. 정치적으로 봤을 때 “재료가 좋다”는 말도 종종 들었다. 반도체의 경우 미래 먹거리로 꼽히니까 여당의 러브콜을 받고 가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물론 미래 먹거리도 중요하지만 나는 정치세력을 새롭게 세우는 일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국회의원 300명 중 한 명이라도 같은 생각을 했으면 나는 여기에 없었을 것이다. 아직 그런 사람은 없다고 보기 때문에 내가 하려는 것이다.

호남 민심 바닥 친 민주당
정부·여당은 ‘카르텔 중독’

-지역구인 광주 서구을에 출마 선언을 하셨다. 현재 호남 쪽 민주당 민심은 어떤가?

▲지난 15일 광복절 행사를 위해 광주에 다녀왔는데 깜짝 놀랐다. 광주 시민들이 내 손을 잡고 “한국의희망 잘 창당했다. 우리 한을 풀어달라”고 하셨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호남서 긍정적인 이미지는 아니다. 예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추진을 반대했다가 어르신들에게 ‘배신자’ 소리를 많이 들었다. 그랬던 분들이 이제 내 손을 잡고 응원을 해주신다. 호남 지역 민주당 민심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한을 풀어달라는 게 무슨 뜻인지?

▲지역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민주당을 선택하는 ‘불행한 사태’를 반복되지 않게 해달라는 것이다. 지금은 최악이 아닌 차악을 고르는 것 외엔 선택지가 없다. 이전부터 호남은 곡창지대로 불려왔다. 그래서 호남이 중심이 됐지만,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변방으로 밀려났다. 그런데도 호남인들은 국가가 어려울 때 가장 먼저 목숨을 내놨다는 정신과 자부심, 그리고 긍지가 있다. 이게 정치로 나타나야 하는데 그러질 못하니 호남분들이 자괴감과 실망감에 젖어 계신 상황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정치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하다

▲갈 길을 잃고 우왕좌왕하는 모양새다. 대통령 제조 공장에 그쳤다. 대통령 후보 배출 유무가 가장 크다. 후보가 없으면 빌려오기도 한다. 우리나라가 이제는 추격 국가까지 다다른 만큼 더 열심히 해야 하는 시기가 왔는데 정치가 제대로 일을 못 하고 있으니 답답할 따름이다. 이런 현상에 관해서는 공천과 총선이라는 울타리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울타리를 부수고 나온다면 정치 생명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일종의 경고다.

그래서 현재 정치를 ‘썩은 고인 물’이라고 표현한다. 새로운 물을 길어다 넣는다고 해서 그 물이 맑아지지 않는다. 통째로 옮겨야 한다. 한국의희망 캐치프레이즈인 ‘이제는 건너가자’와 맞닿은 부분이기도 하다.

-양당을 모두 거친 인물로서 국민의힘과 민주당을 평가한다면?

▲우선 국민의힘을 비롯한 대통령실은 검찰 체제 이미지가 강하다. 윤 대통령은 정치를 해본 적 없는 사람인 만큼 신뢰가 부족한 시작점서 출발했다. 그렇기에 더욱 메시지를 신중하게 골라야 하고 국민이 느끼는 무게감 신뢰감에 신경을 써야 한다. 주변에 있는 장·차관을 포함해서 인재를 두루두루 두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 국민에게 있어 대통령의 인식은 ‘검찰 조직’에 그쳤다.

여당이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구조도 지적하고 싶다. 한 번은 잘 아는 국민의힘 의원에게 “대통령이 잘못됐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냐”고 질문했는데 “설사 잘못됐다 하더라도 그렇게 말할 수 없다”고 답하셨다. 반면 민주당은 민변 조직으로 이뤄진 큰 틀이다. 결국 검찰과 민변의 프레임 싸움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후쿠시마 오염수와 4대강 같은 사안을 두고 장시간 여야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가?

▲적어도 국민에게 투명하게 알려주고 공개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인간이 모르는 것에 불안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이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진실을 알려달라는 것이다. 무조건 반대하거나 찬성하는 게 아니라 데이터가 생성되는 과정과 그 신뢰도를 논리적으로 접근해야 해결된다.

양쪽 정당 모두에 해당하는 말이다. 선거에 불리한 결과를 가져올 것 같아서 근거 없이 주장만을 밀어붙이는 게 문제다. 선거서 지더라도 확실하게 국민을 설득시키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현재 정치권서 가장 심각하게 보고 있는 사안이 있다면?

▲지난 15일 윤석열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서 큰 위기감을 느꼈다. 78주년 광복절이라 하면 국민을 향한 사랑과 조국에 관한 자부심이 담긴 메시지가 필요하다. 결국 상대 진영에 험담만 하시더라. 당선 초 윤 대통령은 “열 가지 중 하나만 같아도 동지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근데 지금은 열 가지 중 하나만 다르게 보여도 적으로 대한다. 처음 지도자로서의 모습이 어디 갔는지 잘 모르겠다. 지지율이 단 1%만 돼도 내 갈 길을 가겠다는 식이다. 이건 정치가 아니다. 카르텔을 깨부수겠다는 기조만 가득하다.


-윤 대통령의 카르텔 발언을 문제라고 보는지?

▲카르텔은 어떤 문제를 과학적·논리적으로 규정한 상태서 찾는 문제점이다. 사안을 쭉 늘어놓은 로드맵서 발견되는 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 카르텔을 깨부수려면 이 문제점을 발견하고 바꿔나가자는 이야기가 나와야 한다. 그런데 이 과정 없이 “이건 카르텔”이라고 찍어 누르는 게 문제다.

-예를 든다면?

▲광복절 경축사에서 뜬금없이 과학 혁신 R&D를 언급하면서 또다시 카르텔 이야기로 흘러갔다. 이른바 ‘나눠먹기식’ 체계를 개편해서 과학기술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누가 여기에 선뜻 동참하겠냐는 것이다. 과학기술에 투여되는 예산 대부분을 카르텔로 규정해버렸다. 과학기술서조차 희망을 잃어버리게 하는 메시지가 나왔다.

“변하는 세상 속 국회는 그대로”
창당 결심 “과학정치만이 살길”

-과거 삼성 반도체 부문서 근무했던 만큼 양향자 하면 과학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매번 강조하고 있는 과학정치란 무엇인지 설명을 부탁한다

▲철학을 기본으로 한 과학기술을 통해 패권 국가로서 세계를 선도하자는 것이다. 높은 기술력으로 어젠다를 제시하는 국가가 선도국가다. 진정한 자유는 기술력서 나온다. 선의로 정책을 펼치기에는 복잡한 시대가 도래했다.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면서 인간의 삶이 달라졌지만 정치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고 있다. 사회를 제대로 돌아가게 하기 위해서는 과학정책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메모리 반도체 영역에 있어 지난 30년 동안 뛰어난 기술력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패권을 쥘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다른 나라에 추월당할 위기에 처해 있다. 글로벌 시장서 삼성이나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지 않는다면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 이는 기술 식민지로 귀결된다. 나는 과학기술로 거버넌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 사람이다. 과학정치를 내세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과학과 정치를 결합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앞서 말했듯이 정치는 과학기술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영역이다. 인간은 타인을 과학적 근거, 논리적 근거, 정량적 근거를 기반으로 판단해야 한다. 단지 ‘저 사람은 착해서’ ‘저 사람은 마음씨가 좋아서’ 이런 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요새는 출신이나 학력, 성별을 보지 않고 DNA를 판별해서 뽑는 방식을 사용하기도 한다. 뉴로사이언스(뇌신경 과학)라고 부르는 이 기술은 정치에도 필요하다고 본다.

이 밖에도 한국의희망은 블록체인을 활용한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다. 사실 부패는 도덕적 해이나 인간의 선의에 기댈 수 있는 경계를 넘었을 때 발생한다. 정치권에서는 당비 하나만 투명하게 쓰여도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선관위나 검찰이 당비의 흐름을 일일이 들여다볼 필요가 없으니 노동력도 줄일 수 있다.

-양향자와 함께할 후보들은 누구인가? 현역 의원 중 뜻을 함께한 이들도 있는지?

▲오는 28일 창당대회서 국민께 모두 소개할 것이다. 우리 당에 들어온 분들은 국가를 위해 봉사하겠다는 사람이다.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좋은 정치를 실현할 것이라고 본다. 다만 현역 의원들 중에는 아직 울타리를 뛰쳐나와 내 모든 걸 걸고 해보겠다는 분은 없다. 아마 공천 과정서 탈락하거나 컷오프를 당하면 함께하자고 하실 분이 많아질 것이다.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한국의희망 몇 석 가능하다고 보시는지?

▲이전에는 50석이라고 말했는데 정치 환경이 나빠질수록 우리에게 기회가 될 것으로 본다. 국민이 진짜 정치를 돌아보기 시작했다. 창당하고 나면 상황은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고 자신한다.

-당헌·당규도 짧게 소개해준다면?

▲청년 부분을 강화했다. 한국의희망에는 청년위원회도 있고 청년단도 있다. 또 특정한 성 비율이 60%를 넘길 수 없도록 조정했다. 균형적인 성별을 유지하고자 하는 점이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정치라는 건 이전부터 남성의 오래된 영역이었고 여기에 익숙한 사람이 대다수다. 그 익숙함과 결별하지 않으면 새로운 정치인을 만들 수 없다는 생각에 이처럼 정했다.

-최종 목표는?

▲대한민국이 지금보다 조금 더 나아지게 만드는 것. 우리 미래세대가 잘살아갈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 내가 살아 있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다수의 국민이 행복할 수 있는 일을 찾고 그 일을 하다가 죽는 게 나의 호상이다. 이기적인 삶을 정리하고 이타적인 삶을 소명으로 삼고 싶다. 한 인간으로서도 정치인으로서도 동일하게 지닌 신념이다.

-마지막으로 국민에게 어떤 정치인으로 남고 싶나?

▲기댈 수 있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만 하는 게 아닌 주도 국가로 이끈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다. 주도하지 않으면 끌려가게 된다. 불행의 시작이다. 우리는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시기를 이미 겪어봤다. 이제는 주도권을 잡고 성장해야 할 때다. 그 성장을 위해 새롭게 건너가는 다리 같은 사람이고 싶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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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인수전’ 카카오 후유증

‘SM 인수전’ 카카오 후유증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입에 삼키기엔 너무 컸던 걸까?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카카오가 사법 리스크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하이브와의 전쟁서 이겼지만 ‘상처뿐인 승리’가 된 모양새다. 엔터계 공룡을 삼킨 공룡 기업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불과 몇 년 만에 국민 기업서 밉상 기업으로 전락했다. ‘카카오톡’이 전 국민의 메신저가 될 때까지만 해도 카카오의 미래는 밝았다. 카카오톡의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배경으로 사업을 확장했던 초기에도 부정적인 여론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골목상권 침해, 쪼개기 상장 등의 문제가 터지면서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국민 기업 밉상 기업 카카오가 창립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해 2~3월 하이브와의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인수전 과정서 일어난 일이 사법 리스크로 되돌아오는 모양새다. 이른바 ‘승자의 저주’라는 말이 어울리는 결말이다. 승자의 저주는 경쟁에서는 이겼지만 그 과정서 과도한 비용을 사용해 후유증을 겪는 상황을 뜻한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는 지난 17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CA협의체 경영쇄신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SM 인수 과정서 경쟁사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의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인 12만원보다 높게 올릴 목적으로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김 위원장이 카카오가 지난해 2월 2400억원을 동원해 553차례에 걸쳐 SM 주식을 고가에 매수하는 데 관여했다고 보고 있다. 카카오는 사모펀드 운용사인 ‘원아시아파트너스’와 공모해 주가가 떨어지지 않도록 지난해 2월16~17일, 27일 원아시아파트너스가 1100억원을 먼저 투입하고 같은 달 28일 카카오가 뒤이어 1300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검찰은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 지모씨를 시세조종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변호인단은 김 위원장이 SM 지분 매수 과정서 어떤 불법적 행위도 지시, 용인한 바 없으며 지분 매수는 정상적 장내 매수였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카카오 내부는 당혹스러운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영장을 청구한 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첫 구속영장을 발부했던 영장전담판사가 배정된 점 등에 긴장하는 분위기다. 하이브와 크게 벌인 ‘쩐의 전쟁’ 경영권 차지했지만 사법리스크↑ 김 위원장은 지난 9일, 20시간의 밤샘 조사에서 “SM 주식을 장내 매수하겠다는 안건을 보고받고 승인한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매수 방식과 과정에 대해서는 보고받지 않아 몰랐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조사 이후 8일 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위원장의 혐의를 입증할 인적·물적 증거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김 위원장이 사모펀드를 통해 투자해서 우호 지분을 확보하라고 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카카오 임직원 간 메시지를 비롯해 김 위원장의 혐의를 뒷받침하는 관계자의 통화 녹취, 진술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와 하이브의 SM 인수전은 혈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치열했다. SM은 K팝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연예기획사로 H.O.T, 보아, 동방신기, 소녀시대, 샤이니, EXO, NCT, 에스파, 라이즈 등의 유명 보이·걸그룹을 배출한 ‘아이돌 명가’로 알려져 있다. 대형 연예기획사를 둘러싼 카카오와 하이브의 인수전은 K팝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받았다. SM 인수전의 시작은 이수만 SM 전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 매각설서 시작됐다. 이 전 프로듀서는 SM의 설립자로 SM 소속 가수를 좋아하는 팬덤 사이에서는 ‘수만 아버지’로 불리는 등 일종의 개척자로 여겨지고 있다. 이 전 프로듀서가 지분을 매각한다는 소문이 돌았을 당시 카카오, 네이버 등이 매수자로 언급되곤 했다.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얼라인파트너스)이 SM 지배구조를 문제 삼으면서 인수전의 막이 올랐다. 특히 얼라인파트너스는 이 전 프로듀서 소유의 라이크기획이 SM과의 내부거래로 주주가치를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SM이 얼라인파트너스의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내부 갈등이 촉발됐다. 급히 먹다 탈 났나? 이 과정서 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 등 현 SM 경영진이 얼라인파트너스, 카카오와 손을 잡았다. 이 전 프로듀서 측과 완벽한 대립각을 세운 현 SM 경영진은 ‘SM 3.0’을 발표하고 멀티 제작센터·레이블 체제로 전환을 발표했다. 이 전 대표 지우기에 나선 것이다. 여기에 SM 경영진이 지난해 2월7일 카카오가 신주와 전환사채(CB) 인수를 통해 지분 9.05%를 확보할 것이라고 공시했다. 이 전 프로듀서가 찾은 동앗줄은 하이브였다. 이 전 프로듀서는 SM의 공시 다음 날 법원에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기했다. 그리고 2월9일 자신이 보유한 SM 지분 18% 중 14.8%를 하이브에 매각하는 계약을 맺었다. 하이브는 SM 주식을 주당 12만원에 공개매수해 지분을 추가로 25%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SM 인수전이 카카오와 하이브의 대결로 압축됐다. SM 인수전은 한치 앞도 예상하기 힘들 정도로 엎치락 뒤치락을 반복했다. 법원이 이 전 프로듀서가 제기한 가처분신청을 인용하면서 하이브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가 공개매수가 실패한 사실이 드러나자 카카오가 반격하는 식이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는 지난해 3월7일부터 SM의 지분 35%를 주당 15만원에 공개매수하기 시작했다. 약 833만주에 달하는 주식으로 총 1조2500억원이 투입되는 어마어마한 물량이다. SM 인수전은 하이브가 카카오가 시작한 ‘쩐의 전쟁’서 한발 물러나면서 변곡점을 맞게 됐다. 쇄신 노력 ‘물거품’ 이후 카카오가 경영권을 갖고 하이브는 플랫폼 협력을 하는 방향으로 SM 인수전이 마무리됐다. 지난해 3월12일 하이브는 SM 인수 절차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하이브는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의 경쟁 구도로 인해 시장이 과열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고 판단했다”며 “이는 하이브의 주주가치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의사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카카오는 “SM의 가장 강력한 자산이자 원동력인 임직원, 아티스트, 팬덤을 존중하고자 자율적‧독립적 운영을 보장하고 현 경영진이 제시한 SM 3.0을 비롯한 미래 비전과 전략 방향을 중심으로 글로벌 성장에 속도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엔터계 ‘공룡’을 삼킨 또 다른 공룡 기업의 탄생이었다. 하지만 카카오가 SM을 인수하기 위해 벌인 ‘쩐의 전쟁’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하이브는 당시 SM 인수전서 발을 뺀 뒤 “비정상적 매입 행위가 발생했다”며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에 조사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SM 주가가 공개매수가인 12만원을 넘어 한때 13만원까지 급등한 점을 문제 삼았다.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비정상적으로 주식을 매입해 시세를 조종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이하 특사경)은 지난해 10월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 대표와 카카오법인을 검찰에 넘겼다. 지난 11월에는 김범수 당시 전 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홍은택 대표, 김성수·이진수 카카카오엔터테인먼트 각자 대표이사 등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는 등 카카오 수사에 열을 올렸다. 시세조종 의혹 창업자에 칼끝 댔다 카카오뱅크 대주주 자격 잃을 수도 카카오는 말 그대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금감원이 카카오 경영진과 함께 카카오법인까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면서 카카오뱅크를 잃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카카오 법인이 벌금 이상의 형을 받으면 카카오뱅크의 지분 27.17%를 보유한 카카오가 대주주 자격을 잃을 수도 있다. 금융당국은 6개월마다 대주주 적격성을 심사하는데 이때 대주주는 최근 5년간 금융간 금융관련법, 공정거래법, 조세범처벌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등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의 형사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SM 인수전 과정서 제기된 시세조종 의혹으로 카카오는 창업자 구속 가능성과 알짜배기 기업을 놓칠 가능성을 함께 안고 있는 셈이다. 카카오의 쇄신 노력에도 찬물이 끼얹어졌다. 카카오는 지난 3월 새 대표이사에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전 대표를 선임했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게임즈 등 계열사 대표도 바꿨다. 계열사 준법‧윤리경영을 지원하는 독립기구인 카카오 준법과신뢰위원회(준신위)도 쇄신에 속도를 내고 있었다. 하지만 김 의장을 비롯한 카카오의 사법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쇄신작업은 물론 기업 전체 동력에 타격을 입게 됐다. 일각에서는 카카오가 그룹 덩치를 줄이기 위해 알짜배기만 남겨두고 일부 자회사를 매각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쪼개기 상장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만큼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어렵게 인수한 SM 역시 매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카카오뱅크 등은 핵심 자산으로 분류된다. 몸집 줄여 해결될까? 문제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카카오는 SM 시세조종 의혹 외에도 문어발식 기업 인수, 계열사 확장 과정서의 잡음으로 수사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남부지검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2020년 드라마 제작사 ‘바람픽쳐스’를 인수하는 과정서 김성수 당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와 이준호 당시 투자전략부문장이 바람픽쳐스에 시세차익을 몰아줄 목적으로 비싸게 매입·증자했다는 의혹을 조사 중이다. 카카오의 운명이 연이은 사법 리스크에 잠식되는 모양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