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묻지마 범죄를 묻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 동국대 명예교수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8.29 06:00:00
  • 호수 144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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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늘려? 내근·간부부터 줄여야”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지난 22일 만난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 동국대 명예교수의 핸드폰은 쉬지 않고 울렸다. 모두 묻지마 범죄에 대해 자문을 구하는 전화였다. 이 교수는 현재 묻지마 범죄에 관한 두려움이 한국서 너무 높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범죄 예방을 위한 정부 정책에는 회의적이었다. 

한국은 사람이 많은 장소나 대낮에 길을 거닐 때 위험을 느끼는 국가가 아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 대낮에도, 사람이 많은 장소에서도 위험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시민들은 대중교통을 타는 것에도 두려움을 느낀다. 그렇다고 자가용을 타는 것도 안전하지 않다. 주차장마저도 위험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은 묻지마 범죄 불안감이 날로 증폭되고 있다. 그렇다면 묻지마 범죄는 어떻게 예방이 가능할까? <일요시사>는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 동국대 명예교수를 만나 한국 사회가 묻지마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묻지마 범죄 사건이 언론을 통해 끊임없이 보도되고 있다. 이런 범죄가 최근에 왜 많이 발생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한국은 범죄가 많이 발생하는 나라가 아니다. 이런 범죄는 꾸준히 있었다. 그런데 언론을 통해 계속 보도되니까 부추기는 경향도 있다. 오히려 언론이 촉매제 역할을 한다. 다만 짧은 기간에 범죄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니까 많은 것으로 느끼는 것이다. 또 범죄 보도를 대역 배우까지 써서 재연해 보도하는 나라는 없다. 이걸 보고 범죄자가 수법을 배우게 되고 시민들은 불안감이 상당히 높아질 수밖에 없다.

-호신용품이 많이 팔린다고 한다


▲호신용품 소지는 조심해야 한다. 몇몇 호신용품은 소지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이다. 모든 호신용품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당연히 무기 소지는 전부 불법이다. 예를 들어, 식칼도 마찬가지고. 테이저건도 불법인데 이건 허가받으면 된다. 한국은 무기 소지를 엄격하게 제한한다. 테이저건도 눈이나 민감한 곳에 쏘면 살상이 가능하기 때문에 위험하다.

-일반인이 호신용품으로 스스로를 지키는 게 가능한가?

▲보통 체격의 여성이 삼단봉을 가지고 있다고 해보자. 그런데 덩치가 큰 남자가 여성에게 가해하려고 하면 대부분은 호신용품을 빼앗긴다. 그러면 호신용품이 오히려 흉기가 된다. 호신용품으로 스스로를 지키더라도, 이런 경우 쌍방폭행이 되는 경우가 많다.

-위협을 느끼거나 폭행당해 방어 목적으로 공격해도 쌍방폭행인지?

▲정당방위가 인정되려면 피해자가 가해자한테 위협을 당하거나 공격당해야 한다. 또 호신용품을 사용했을 때 상대가 3주 이상의 상해를 입으면 안 된다. 그런데 누가 이걸 계산해서 공격하나? 그냥 정당방위는 인정이 안 된다는 말이다. 결국 범죄자를 만났을 때는 도망치거나, 도망칠 시간을 만들 수 있는 호신용품을 사용해야 한다. 가스 스프레이가 그런 용도다. 범죄자를 제압하려고 하면 안 된다.

-정당방위 인정 범위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닌지?

▲미국은 가정집에 범죄자가 들어온 경우 총으로 쏴도 정당방위로 인정된다. 한국도 정당방위 인정 범위가 넓어져야 한다. 우리나라의 사법제도는 가해자 중심으로 절차와 과정을 거쳤다. 그렇다면 피해자 권리장전은 누가 지키나? 존재하지도 않은 것이다.


“경찰 24시간 전국 커버 못 해”
“호신용품도 스스로 보호 불가”

피해자를 중심으로 하면 정당방위 범위가 훨씬 확대돼야 한다. 최근에 편의점 앞에서 피해자가 허벅지에 칼이 찔렸는데, 살기 위해 가해자의 팔을 발로 찼다. 그런데 피해자도 가해자가 돼 경찰청 출두 고지를 받는 게 현실이다. 이러니 호신용품을 잘못 사용하면 큰일 난다.

-정부가 묻지마 범죄 예방을 위해 CCTV 설치를 한다는데?

▲CCTV는 범죄 예방용이 아니다. 범인 검거용이다. 증거를 확보하고 범인 신상을 파악하는 용도다. 묻지마 흉기 난동 범죄는 CCTV와 아무 관련이 없다. 특히 묻지마 흉기 난동 범죄자는 확신범이다. 본인이 잡힌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으로 범죄를 과시하기 위해서 저지른다. 그러니 CCTV가 많다고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게 아니다.

-경찰 인력이 부족하다는 말도 들었다

▲한국 경찰은 15만명이다. 절대 부족한 숫자가 아니다. 그런데 이 중에서 사무실에 근무하는 경찰이 40%다. 그러니 필수 인력을 제외한 모든 경찰을 밖으로 나가게끔 해야 한다. 외국은 경찰이 다 현장 근무를 한다. 사무실에는 민간인 행정직원이 있다. 내근 인력을 줄이면 문제가 해결된다.

그리고 경찰은 현재 간부가 너무 많다. 순경, 경장, 경사가 절대적으로 많아야 하는데 반대로 역삼각형 형태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인력을 아무리 늘려도 의미가 없다. 경찰 내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이건 정치적으로 결단을 내려야 한다.

-경찰 처우도 문제가 되는지?

▲외국은 현장에 나가는 경찰이 생명 수당을 받기 때문에 월급이 많다. 그런데 한국은 다 똑같으니 다들 사무실서 근무하려고 한다. 사무직이 편하니까. 그리고 열심히 한다고 순경이 진급을 빨리 할 수 있지도 않다. 이러니 경찰이 ‘경찰’로 일하는 게 아니라, 아니라 ‘직장인’이 되는 게 현실이다. 그리고 순찰하다가 범인을 만나도 총을 쏘면 과잉 진압을 했다고 한다. 

이런 문제가 빨리 해결돼야 한다. 사실 묻지마 범죄 같은 경우도 경찰이 범죄를 예방하려면 순찰을 많이 하는 것 말곤 방법이 없다. 그런데 사건이 발생하면 무조건 경찰이 잘못했다고 한다. 경찰은 범인을 검거하는 게 본래 하는 일이다. 사회에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

-경찰의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현재 경찰은 계급이 너무 심하게 나뉘어 있고 진급에 목매달게 되는 구조다. 그런데 인사권을 가지고 있는 건 권력자, 정치권이다. 결국 정치권이 바뀌는 상황에 따라 이리 기울고 저리 기운다. 이런 상황이니 경찰이 정치적 중립이 안 된다. 이러니 해결되기 어렵다.


-묻지마 범죄 범죄자들의 형량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법률가들이 바라보는 법과 일반 시민이 바라보는 법에는 큰 차이가 있다. 법은 우리의 사회 인식을 반영해야 하는데, 이 차이가 너무 심하면 법을 바꿔야 한다. 살인하고도 10년형만 받는 경우가 있다. 일반 시민은 이해하기 힘들다.

양형에는 기준이 있는데 시대가 변하면서 범죄 유형, 범죄자, 시민들의 인식이 계속 바뀐다. 이런 것을 제때 반영해 줘야 옳다. 결국 법은 형벌을 통해 범죄자가 범죄를 저지르는 것을 억제하는데, 범죄자가 범행을 저질러서 얻는 게 형벌보다 많다면 억제 효과가 없다. 범죄 이익이 훨씬 크면 당연히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다.

-그렇다면 형벌이 높으면 범죄 예방에 도움이 될까?

▲우발적인 살인이나 치정이나 원한이 있는 상태서 살인을 저지른 경우 재범률은 거의 0%다. 종신형이나 25년 형을 살았는데 살인을 왜 하냐? 그래서 살인 범죄와 사형 제도는 관계가 없다는 말도 많다. 조직범죄라고 해도 20년 이상 형을 살면 행동대장을 할 수 없어 매력이 없다.

그러니 형벌을 강화한다고 범죄 예방 효과가 있느냐, 없느냐는 범죄에 따라 다르다. 문제는 형벌이 높아지면 장기수가 많아진다는 점이다. 교도소가 과밀하게 되면 교정 비용이 엄청나게 늘어난다.


-일반 시민은 한 번 범죄를 저지르면 재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직접 만났던 사람 중 고등학생 때 친구와 패싸움하다가 사람을 죽인 경우가 있다. 이 사람이 15년 형을 받았다. 그런데 이런 경우는 재범할 이유가 없다. 실제로 교도소서 공부해서 검정고시를 패스하고, 이후 대학도 수석으로 입학했다. 이런 경우는 형을 받았지만 무조건 다 채워야 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시민의 법 감정이 굉장히 보수적이다. 무조건 엄중하게 처벌하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형량 올라가면 
세금도 올라가”

-결국 세금이 문제인가?

▲이미 교도소는 과밀이라 감당하기 힘들다. 옛날에는 가석방 없이 종신형을 살면 평균수명에 따라 70세 정도까지 있었는데 지금은 100세까지 교도소에 있어야 한다. 교도소에 재소자 한 명을 수용하는 데 드는 비용이 1년에 3000만원이다. 그런데 교도소엔 수감자들이 계속 들어온다. 그러면 재범 위험성이 있는 범죄자도 가석방을 시켜줄 수밖에 없다. 민간교도소 등을 만드는 방법이 있는데, 시민단체 등의 반대로 민간교도소는 국내에 1개밖에 없다.

-교도소서 교화 시스템이 잘 작동되고 있는지?

▲교도소 인구가 과밀해서 교화 시스템이 이뤄질 수 없다. 사람이 너무 많은데 사고 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도 힘들어 죽는다. 현재 상황서 교도소서 교화가 되길 바라는 건 너무 과한 욕심이다. 이런 상황이니 보호 관찰 가석방으로 교도소 수용 인원을 낮춰야 하는데, 가석방 심사를 통해 출소 후 엽기적인 범죄를 저지르면 감당이 안 된다.

-정신질환 환자를 잠재적 범죄자라고 말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굉장히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다. 정신질환 환자는 세상에 굉장히 많다. 정신질환자가 범죄자라는 등식화는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다. 안 그래도 우리나라는 정신질환자에 관한 부정적 인식이 있다. 이런 인식 때문에 우울증 치료도 못 받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러면 결국 정신질환자 상태가 더 악화하고 범죄가 더 자주 발생할 수 있다. 관리만 잘하면 아무 문제 없는 게 정신질환자다. 다만 망상 증상이 있으면 문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도 치료만 받으면 된다. 부정적인 낙인 효과 때문에 치료를 못 받는 것이다. 사회적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묻지마 범죄 범죄자들의 신상 공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신상 공개는 공공의 알 권리, 재범 방지 목적으로 시행된다. 일반 시민이 범죄자를 보고 피하라는 거다. 이건 국민이 알아서 피하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결국 시민의 법 감정을 충족시키는 것 외엔 없다. 그리고 범죄자들에게 너희도 범죄를 저지르면 이렇게 얼굴이 공개된다고 낙인찍는 효과가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때문에 범죄가 발생한다고도 하는데?

▲전통적 범죄서 벗어난 새로운 범죄 유형이다. 사이버 세상과 현실을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 현실에서는 병신 취급받고 소외당하는데 사이버에서는 왕자로 군림이 가능하다. 범죄를 저지르겠다는 게시물을 남겨도 응원받으니까. 그래서 실제로 옮기기도 하는 것이다.

사회서 소외된 사람들이 많다. 이런 경우는 포털이 사회적 책임을 지지 않아 그렇다. 포털이 커뮤니티를 감시·감독해야 한다. 이런 부분까지 경찰이 할 수 없다. 경찰은 범죄가 일어난 다음에 수사해서 잡는 일을 한다. 그런데 포털은 본인 고객의 비밀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사회적 피해는 생각하지 않는다.

-묻지마 범죄를 예방하려면 어떤 방법이 있는지 궁금하다

▲사람들이 병에 걸리지 않기 위해, 또는 병에서 낫기 위해서 병원에 가고 건강검진을 한다. 이런 걸 예방의학이라고 한다. 범죄를 저지르기 위한 예방은 범죄자들이 겪는 상대적 박탈이나 좌절을 없애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사회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말이다. 

‘경찰이 문제’ ‘정신질환이 문제’라는 식으로는 문제 해결에 도달할 수 없다. 또 사법제도나 법률을 고친다고 해결이 되지도 않는다. 사회정책, 복지정책, 형사정책 세 개가 통합해서 같이 논의돼야 한다. 결국 건강하지 못한 사회이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마지막에 책임져야 하는 것이 형사정책이다. 경찰이 24시간 전국을 확인할 순 없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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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