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묻지마 범죄를 묻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 동국대 명예교수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8.29 06:00:00
  • 호수 144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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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늘려? 내근·간부부터 줄여야”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지난 22일 만난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 동국대 명예교수의 핸드폰은 쉬지 않고 울렸다. 모두 묻지마 범죄에 대해 자문을 구하는 전화였다. 이 교수는 현재 묻지마 범죄에 관한 두려움이 한국서 너무 높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범죄 예방을 위한 정부 정책에는 회의적이었다. 

한국은 사람이 많은 장소나 대낮에 길을 거닐 때 위험을 느끼는 국가가 아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 대낮에도, 사람이 많은 장소에서도 위험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시민들은 대중교통을 타는 것에도 두려움을 느낀다. 그렇다고 자가용을 타는 것도 안전하지 않다. 주차장마저도 위험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은 묻지마 범죄 불안감이 날로 증폭되고 있다. 그렇다면 묻지마 범죄는 어떻게 예방이 가능할까? <일요시사>는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 동국대 명예교수를 만나 한국 사회가 묻지마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묻지마 범죄 사건이 언론을 통해 끊임없이 보도되고 있다. 이런 범죄가 최근에 왜 많이 발생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한국은 범죄가 많이 발생하는 나라가 아니다. 이런 범죄는 꾸준히 있었다. 그런데 언론을 통해 계속 보도되니까 부추기는 경향도 있다. 오히려 언론이 촉매제 역할을 한다. 다만 짧은 기간에 범죄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니까 많은 것으로 느끼는 것이다. 또 범죄 보도를 대역 배우까지 써서 재연해 보도하는 나라는 없다. 이걸 보고 범죄자가 수법을 배우게 되고 시민들은 불안감이 상당히 높아질 수밖에 없다.

-호신용품이 많이 팔린다고 한다


▲호신용품 소지는 조심해야 한다. 몇몇 호신용품은 소지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이다. 모든 호신용품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당연히 무기 소지는 전부 불법이다. 예를 들어, 식칼도 마찬가지고. 테이저건도 불법인데 이건 허가받으면 된다. 한국은 무기 소지를 엄격하게 제한한다. 테이저건도 눈이나 민감한 곳에 쏘면 살상이 가능하기 때문에 위험하다.

-일반인이 호신용품으로 스스로를 지키는 게 가능한가?

▲보통 체격의 여성이 삼단봉을 가지고 있다고 해보자. 그런데 덩치가 큰 남자가 여성에게 가해하려고 하면 대부분은 호신용품을 빼앗긴다. 그러면 호신용품이 오히려 흉기가 된다. 호신용품으로 스스로를 지키더라도, 이런 경우 쌍방폭행이 되는 경우가 많다.

-위협을 느끼거나 폭행당해 방어 목적으로 공격해도 쌍방폭행인지?

▲정당방위가 인정되려면 피해자가 가해자한테 위협을 당하거나 공격당해야 한다. 또 호신용품을 사용했을 때 상대가 3주 이상의 상해를 입으면 안 된다. 그런데 누가 이걸 계산해서 공격하나? 그냥 정당방위는 인정이 안 된다는 말이다. 결국 범죄자를 만났을 때는 도망치거나, 도망칠 시간을 만들 수 있는 호신용품을 사용해야 한다. 가스 스프레이가 그런 용도다. 범죄자를 제압하려고 하면 안 된다.

-정당방위 인정 범위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닌지?

▲미국은 가정집에 범죄자가 들어온 경우 총으로 쏴도 정당방위로 인정된다. 한국도 정당방위 인정 범위가 넓어져야 한다. 우리나라의 사법제도는 가해자 중심으로 절차와 과정을 거쳤다. 그렇다면 피해자 권리장전은 누가 지키나? 존재하지도 않은 것이다.


“경찰 24시간 전국 커버 못 해”
“호신용품도 스스로 보호 불가”

피해자를 중심으로 하면 정당방위 범위가 훨씬 확대돼야 한다. 최근에 편의점 앞에서 피해자가 허벅지에 칼이 찔렸는데, 살기 위해 가해자의 팔을 발로 찼다. 그런데 피해자도 가해자가 돼 경찰청 출두 고지를 받는 게 현실이다. 이러니 호신용품을 잘못 사용하면 큰일 난다.

-정부가 묻지마 범죄 예방을 위해 CCTV 설치를 한다는데?

▲CCTV는 범죄 예방용이 아니다. 범인 검거용이다. 증거를 확보하고 범인 신상을 파악하는 용도다. 묻지마 흉기 난동 범죄는 CCTV와 아무 관련이 없다. 특히 묻지마 흉기 난동 범죄자는 확신범이다. 본인이 잡힌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으로 범죄를 과시하기 위해서 저지른다. 그러니 CCTV가 많다고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게 아니다.

-경찰 인력이 부족하다는 말도 들었다

▲한국 경찰은 15만명이다. 절대 부족한 숫자가 아니다. 그런데 이 중에서 사무실에 근무하는 경찰이 40%다. 그러니 필수 인력을 제외한 모든 경찰을 밖으로 나가게끔 해야 한다. 외국은 경찰이 다 현장 근무를 한다. 사무실에는 민간인 행정직원이 있다. 내근 인력을 줄이면 문제가 해결된다.

그리고 경찰은 현재 간부가 너무 많다. 순경, 경장, 경사가 절대적으로 많아야 하는데 반대로 역삼각형 형태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인력을 아무리 늘려도 의미가 없다. 경찰 내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이건 정치적으로 결단을 내려야 한다.

-경찰 처우도 문제가 되는지?

▲외국은 현장에 나가는 경찰이 생명 수당을 받기 때문에 월급이 많다. 그런데 한국은 다 똑같으니 다들 사무실서 근무하려고 한다. 사무직이 편하니까. 그리고 열심히 한다고 순경이 진급을 빨리 할 수 있지도 않다. 이러니 경찰이 ‘경찰’로 일하는 게 아니라, 아니라 ‘직장인’이 되는 게 현실이다. 그리고 순찰하다가 범인을 만나도 총을 쏘면 과잉 진압을 했다고 한다. 

이런 문제가 빨리 해결돼야 한다. 사실 묻지마 범죄 같은 경우도 경찰이 범죄를 예방하려면 순찰을 많이 하는 것 말곤 방법이 없다. 그런데 사건이 발생하면 무조건 경찰이 잘못했다고 한다. 경찰은 범인을 검거하는 게 본래 하는 일이다. 사회에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

-경찰의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현재 경찰은 계급이 너무 심하게 나뉘어 있고 진급에 목매달게 되는 구조다. 그런데 인사권을 가지고 있는 건 권력자, 정치권이다. 결국 정치권이 바뀌는 상황에 따라 이리 기울고 저리 기운다. 이런 상황이니 경찰이 정치적 중립이 안 된다. 이러니 해결되기 어렵다.


-묻지마 범죄 범죄자들의 형량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법률가들이 바라보는 법과 일반 시민이 바라보는 법에는 큰 차이가 있다. 법은 우리의 사회 인식을 반영해야 하는데, 이 차이가 너무 심하면 법을 바꿔야 한다. 살인하고도 10년형만 받는 경우가 있다. 일반 시민은 이해하기 힘들다.

양형에는 기준이 있는데 시대가 변하면서 범죄 유형, 범죄자, 시민들의 인식이 계속 바뀐다. 이런 것을 제때 반영해 줘야 옳다. 결국 법은 형벌을 통해 범죄자가 범죄를 저지르는 것을 억제하는데, 범죄자가 범행을 저질러서 얻는 게 형벌보다 많다면 억제 효과가 없다. 범죄 이익이 훨씬 크면 당연히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다.

-그렇다면 형벌이 높으면 범죄 예방에 도움이 될까?

▲우발적인 살인이나 치정이나 원한이 있는 상태서 살인을 저지른 경우 재범률은 거의 0%다. 종신형이나 25년 형을 살았는데 살인을 왜 하냐? 그래서 살인 범죄와 사형 제도는 관계가 없다는 말도 많다. 조직범죄라고 해도 20년 이상 형을 살면 행동대장을 할 수 없어 매력이 없다.

그러니 형벌을 강화한다고 범죄 예방 효과가 있느냐, 없느냐는 범죄에 따라 다르다. 문제는 형벌이 높아지면 장기수가 많아진다는 점이다. 교도소가 과밀하게 되면 교정 비용이 엄청나게 늘어난다.


-일반 시민은 한 번 범죄를 저지르면 재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직접 만났던 사람 중 고등학생 때 친구와 패싸움하다가 사람을 죽인 경우가 있다. 이 사람이 15년 형을 받았다. 그런데 이런 경우는 재범할 이유가 없다. 실제로 교도소서 공부해서 검정고시를 패스하고, 이후 대학도 수석으로 입학했다. 이런 경우는 형을 받았지만 무조건 다 채워야 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시민의 법 감정이 굉장히 보수적이다. 무조건 엄중하게 처벌하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형량 올라가면 
세금도 올라가”

-결국 세금이 문제인가?

▲이미 교도소는 과밀이라 감당하기 힘들다. 옛날에는 가석방 없이 종신형을 살면 평균수명에 따라 70세 정도까지 있었는데 지금은 100세까지 교도소에 있어야 한다. 교도소에 재소자 한 명을 수용하는 데 드는 비용이 1년에 3000만원이다. 그런데 교도소엔 수감자들이 계속 들어온다. 그러면 재범 위험성이 있는 범죄자도 가석방을 시켜줄 수밖에 없다. 민간교도소 등을 만드는 방법이 있는데, 시민단체 등의 반대로 민간교도소는 국내에 1개밖에 없다.

-교도소서 교화 시스템이 잘 작동되고 있는지?

▲교도소 인구가 과밀해서 교화 시스템이 이뤄질 수 없다. 사람이 너무 많은데 사고 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도 힘들어 죽는다. 현재 상황서 교도소서 교화가 되길 바라는 건 너무 과한 욕심이다. 이런 상황이니 보호 관찰 가석방으로 교도소 수용 인원을 낮춰야 하는데, 가석방 심사를 통해 출소 후 엽기적인 범죄를 저지르면 감당이 안 된다.

-정신질환 환자를 잠재적 범죄자라고 말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굉장히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다. 정신질환 환자는 세상에 굉장히 많다. 정신질환자가 범죄자라는 등식화는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다. 안 그래도 우리나라는 정신질환자에 관한 부정적 인식이 있다. 이런 인식 때문에 우울증 치료도 못 받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러면 결국 정신질환자 상태가 더 악화하고 범죄가 더 자주 발생할 수 있다. 관리만 잘하면 아무 문제 없는 게 정신질환자다. 다만 망상 증상이 있으면 문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도 치료만 받으면 된다. 부정적인 낙인 효과 때문에 치료를 못 받는 것이다. 사회적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묻지마 범죄 범죄자들의 신상 공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신상 공개는 공공의 알 권리, 재범 방지 목적으로 시행된다. 일반 시민이 범죄자를 보고 피하라는 거다. 이건 국민이 알아서 피하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결국 시민의 법 감정을 충족시키는 것 외엔 없다. 그리고 범죄자들에게 너희도 범죄를 저지르면 이렇게 얼굴이 공개된다고 낙인찍는 효과가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때문에 범죄가 발생한다고도 하는데?

▲전통적 범죄서 벗어난 새로운 범죄 유형이다. 사이버 세상과 현실을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 현실에서는 병신 취급받고 소외당하는데 사이버에서는 왕자로 군림이 가능하다. 범죄를 저지르겠다는 게시물을 남겨도 응원받으니까. 그래서 실제로 옮기기도 하는 것이다.

사회서 소외된 사람들이 많다. 이런 경우는 포털이 사회적 책임을 지지 않아 그렇다. 포털이 커뮤니티를 감시·감독해야 한다. 이런 부분까지 경찰이 할 수 없다. 경찰은 범죄가 일어난 다음에 수사해서 잡는 일을 한다. 그런데 포털은 본인 고객의 비밀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사회적 피해는 생각하지 않는다.

-묻지마 범죄를 예방하려면 어떤 방법이 있는지 궁금하다

▲사람들이 병에 걸리지 않기 위해, 또는 병에서 낫기 위해서 병원에 가고 건강검진을 한다. 이런 걸 예방의학이라고 한다. 범죄를 저지르기 위한 예방은 범죄자들이 겪는 상대적 박탈이나 좌절을 없애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사회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말이다. 

‘경찰이 문제’ ‘정신질환이 문제’라는 식으로는 문제 해결에 도달할 수 없다. 또 사법제도나 법률을 고친다고 해결이 되지도 않는다. 사회정책, 복지정책, 형사정책 세 개가 통합해서 같이 논의돼야 한다. 결국 건강하지 못한 사회이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마지막에 책임져야 하는 것이 형사정책이다. 경찰이 24시간 전국을 확인할 순 없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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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