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조상규 변호사가 겪은 국회 윤리특위의 한계

“멀뚱멀뚱 허수아비 왜 세워놨냐”

[일요시사 취재1팀] 옥지훈 기자 = 조상규 변호사는 지난해 윤석열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신스틸러’다. 당시 조 변호사는 자신의 인수위 해촉 사실과 관련해 “인수위를 누군가 사유화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촉된 상황을 취재 차 연락 온 기자에게 처음 들었다고 했다. 이후 그는 일주일 뒤 다시 인수위로 복귀했다. 그는 자신에 대해 “불공정에 맞서는 합리주의자”라고 말했다.

조상규 변호사를 만난 장소는 서울 용산구 법무법인 주원 사무실이다. 사무실 창밖에는 대통령실이 훤히 보였다. 그는 2020년 당시 서울 용산구에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예비후보로 나섰던 바 있다. 대통령실보다 먼저 용산에 자리 잡고 있었다. ‘정치 1번가’로 떠오른 용산은 다가올 총선 격전지로 꼽힌다.

조 변호사는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부터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 등을 거쳤다. 현재는 경찰청 수사심의위원회 위원을 역임하고 있다. 그는 무소속 김남국 의원에 대한 제명 결의와 관련해 윤리특위의 한계점을 지적했다. <일요시사>는 지난 8일, 조 변호사를 만나 윤리특위와 국회의원 특권의 문제점 등을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윤리심사자문위원을 4년간 역임하면서 느낀 윤리특위의 한계점과 문제점은?

▲4년 전 5·18 망언 윤리위 제소 당시 처음 파행을 겪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추천 위원이 4명, 미래통합당이 3명, 바른미래당이 1명이었다. 당시 미래통합당 위원 중 최고령자인 한 분을 위원장으로 확정지었는데, 민주당서 갑자기 추천 위원 한 명을 더 고령자로 교체하면서 위원장 자리를 두고 가로채기하려고 했다.

교체된 장훈열 민주당 위원장은 5·18 유공자 출신이라 이해충돌 논란도 있었다. 아무리 여야 추천으로 구성된다 해도 각자 당의 이해관계를 대변할 것 같으면 윤리자문위 존재 의의가 없다. 그러면서 2년 임기가 끝나고 재임 당시 각자 정파 색깔을 그대로 비추면 안 된다며 다시 모인 새 위원들과 합의했다.


그 이후 윤리자문위원회 분위기가 확실히 달라졌다. 민주당 윤미향 의원 제명 의결도 만장일치로 이뤄냈다. 윤리자문위원회의 발전이었다. 그런데도 지금 윤리특위서 처리를 하지 않았고 결국 윤 의원은 임기를 다 채우게 됐다.

-김남국 의원 제명 결의도 결국 윤리특위서 멈추나?

▲윤리심사자문위원을 4년 지내면서 느낀 바로는 김남국 의원에 대한 윤리심사 자문 의결은 절대 본회의에 못 간다. 보수 쪽에서 반발이 심하겠지만 그렇게 예상된다. 왜냐하면 지금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이 무너지고 있다. 김은경 혁신위원장의 노인 폄하 발언, 돈봉투 의혹과 관련된 당 내부 리스크와 대북송금 의혹은 또 다른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다. 이런 상황서 이 대표가 과연 김남국 의원직 제명 의결로 당 내부 사법 리스크를 더 끌어올리겠나?

-김남국 의원은 민주당서 먼저 윤리위에 제소했다

▲민주당 진상조사단이 김 의원에게 자료를 달라고 요청했는데 협조를 하지 않아 결국엔 윤리자문위원회로 올 수밖에 없다. 여당서 윤리심사를 빨리 진행하자 하고 야당에서는 원래 기간대로 하자고 하는데 둘 다 틀렸다. 서로 반대로 이야기했다. 윤리심사를 빨리 할수록 김 의원에게 유리하다. 윤리자문위가 자료도 없는 상태서 어떤 의결을 하겠느냐? 자문위 의결만 밀어붙이면 너무 정무적으로 갔다는 색깔만 비쳐진다.

-여당은 왜 성급히 김남국 의원 윤리위 제소에 서둘렀나?

▲이번 21대 국회 임기가 얼마 안 남았고 현재 민주당 김은경 혁신위가 이렇게 ‘똥 볼’만 차는 상태서 이슈를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김 의원 죄책을 두 가지로 나눠 본다면 정치적 측면과 법률적 측면이 있다. 정치적 측면은 국회의원이 너무 고액의 코인을 투자했다는 점이다. 법률적 측면에선 P2E 게임 합법화 발의 과정서 이해충돌 관계가 있다고 하는데 당시 김 의원은 법사위원회 소속이었으니 직접적인 이해충돌 관계로 볼 수 없다.


-여당서도 코인 논란이 존재한다

▲현재 여당의 코인 논란은 어떻게든 해결해야 한다. 저는 지금 국민이 야당의 사법 리스크가 너무 커서 코인 투기 의혹이 야당에 쏠려 있는데 그냥 넘어가선 안 된다고 본다. 왜냐면 여당의 코인 투기 이슈도 솔직히 김 의원에게 들이댔던 잣대 그대로 해야 한다. 거기서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 권영세 의원이 이해충돌 측면에선 더 심각하다고 생각한다. 권 의원은 3000~4000만원 잃었다고 하는데 그건 국내 코인 이야기다. 중국계 가상자산 거래소인 후오비나 바이낸스 해외거래소 지갑도 오픈하라고 해야 한다.

-해외 코인거래소 지갑은 어떤 문제가 되나?

▲코인 가격을 상승시키는 방식을 시세조종 방식이라고 부르는데 그것을 마켓 메이킹(MM)이라고 한다. MM은 중국이 제일 잘하는데 중국 쪽에 다수 인원을 이용해서 진행한다. 권 의원은 전 주중대사였다. 코인 투기 의혹이 있는 권 의원이 그런 정보에 가까이 있지 않다고 국민 중 누가 생각하겠나? 애당초 자산신고도 안 했고 이미 다 처분했을 것이다. 해외거래소 지갑은 들고 있어도 상관없다. 핸드폰 압수만 안 당하면 된다.

-코인 수사는 어떻게 해야 하나?

▲수사는 사실 힘들다. 핸드폰을 압수해서 앱을 열어봐야 하는데 수사기관은 할 수가 없다. 해외 거래소에도 공조 요청을 해야 하는데 오픈하지 않는다. 김 의원도 국내 거래소에만 50억~60억을 거래했는데 해외 거래소에는 얼마나 했겠나. 해외 거래소는 더 많을 것이다. 김 의원은 공짜 코인을 받았다는 쟁점서 상당한 자신감을 보였다. 이유는 변명의 여지가 충분한데, 에어드롭으로 받은 코인은 행사로 받은 것이고, 아무나 받을 수 있는 코인이라는 것이다.

“코인 관련 입법 공백, 김남국이 제일 잘 알아”
너무 성급하게 접근…제명의결 본회의 못 갈듯

-누군가에게 코인을 받았다는 수사가 이뤄지지 않으면 정치자금법 적용은 힘들다는데?

▲정치자금법을 적용할 수 없다. 만약 내가 김 의원이 보유하고 있는 코인을 시세 조작해서 가격을 상승시켜줬다면 그건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생각할 수 있다. 부정거래 행위를 잡아야 한다. 그러나 자본시장법은 상장된 주식 말고는 적용할 수 없다. 자본시장법에는 자본시장 증권성이 인정돼야 부정거래 행위를 잡을 수가 있는데 현재 한국서 코인은 증권성을 인정받기 힘들다.

-코인 관련 입법 공백이 취약하다. 변화는 있나?

▲ 코인 사기 관련 피해자들을 다수 변호해왔다. 코인은 자본시장법 적용을 할 수 없어 시세 조정 행위를 처벌하지 못한다. 코인 사기꾼 집단의 주 수법이다. ICO(가상화폐 공개)를 막을 게 아니라 코인을 이용한 시세조종 행위, 내부자 거래 행위를 막았어야 했다. 김남국 의원 코인 사태 이후 이제야 법안이 올라갔다. 시세조종 행위를 무조건 막아야 한다는 것은 지난 문재인정권도 알았을 텐데도 지난 5년간 하지 않았다. 본인들이 당사자일 수도 있다는 의심이 든다.

-김남국 의원은 입법 공백을 노렸나?


▲김남국 의원은 입법이 부재하다는 것을 더 잘 안다. 시세조정을 해도 처벌이 안 된다는 걸 본인 스스로 잘 알았을 것이다. 김 의원은 국회의원 당선 전부터 코인을 했기 때문에 코인 전문가다. 본인 모친 명의의 계좌를 이용해서도 코인 투기를 했다. 어떻게 보면 치료를 받아야 할 수준일 수도 있다. 너무 코인 투기를 많이 해서 코인 중독에 가깝다. 

검찰은 김 의원이 투기한 위믹스 코인에 대해 증권성이 없다는 판단을 내리면서 수사 동력을 잃었다. 남은 수사는 국회의원 윤리 관련이 아니다. 위믹스 코인을 만든 위메이드 회사와 김 의원 간 거래가 있었는지 밝혀야 하는데 못 밝히고 있다. 모친 명의와 여동생 명의 계좌로 코인 거래한 것도 금융실명제법 위반으로 적용할 수도 없다. 김 의원 가족이 코인 투자하는 것을 옆에서 직접 도와줬다고 하면 문제가 안 된다.

-일각에선 위메이드 업무 담당자가 김남국 의원실을 방문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위메이드 대관 업무 담당자가 국회를 갔을 때 출입증에 김남국 의원실을 적었겠는가? 안 적는다. 국회 사무처 자료에 각 여당 의원실, 야당 의원실 출입 기록이 남아있었다. 국회 출입 구조가 그렇다. 의원실 하나만 체크해놓으면 그 안에서 여기저기 다닐 수 있다. 결국에는 어떤 의원실에 갔는지 알 수가 없다. 김 의원과 모종의 네트워크를 형성한 사람이 김 의원실을 썼겠나. 그냥 김남국 면죄부 주는 소리다.

-윤리심사자문위원회는 이번 제명 결의에 자료가 다 안 왔다는데?

▲윤리심사자문위원회가 근거를 못 밝히고 재명을 결의한 것도 매우 아쉬웠다. 자료를 못 받았다는 이야기뿐이었는데 수사기관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고 자료 제한성으로 의견을 낼 수 없다며 의견을 거절했어야 했다. 여당서 자료를 제한적으로 제출했다고 비판하는 식으로 나서면 안 된다.


오히려 김 의원이 자료를 제대로 제출 안 해서 의견 못 준다고 압박했어야 했다. 역사상 윤리심사자문위원회가 근거 없이 윤 의원에 대한 의원직 제명을 결의했다. 그는 이미 유죄 판결이 확정되고 나서 진행했는데도 여전히 의정 활동을 하고 있다. 부끄러운 일이다.

‘OOO 의원 방지법’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징계 받으면 최소 6개월 내 의결 내려야”

-윤미향 방지법, 박덕흠 방지법 등 관련 법안이 나오기만 할 뿐 실효성이 없는데?

▲국회의원들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사법부의 판단을 받았다면, 의원직을 박탈하도록 하자는 게 공통분모고, 국회의원에 대한 특권들을 다 내려놓자는 것으로 헌법을 개정해서 불체포특권을 없애야 한다. 그리고 한 번 문제가 되면 최소 6개월 안에 의원 징계와 관련해 판단을 받아야 한다.

민주당 최강욱 의원도 의원직을 다 마치게 생겼다. 최 의원과 관련한 선거법 위반 고발은 한참 전에 이뤄졌는데 당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결제를 해주지 않아 공소시효 만료 전날 오후 11시50분에 기소가 이뤄졌다. 이런 게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

-선거법 위반으로 최강욱 의원은 1심서 의원직 상실 선고를 받았다

▲당시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으로 3년 전에 최 의원을 기소했다. 당시 최 의원은 조국 사건 수사 과정서 딸 조민씨 관련 의전원 인턴 확인서가 허위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건 엄연한 허위 사실 유포다. 권순일 대법관 이야기도 나온다. 권 대법관은 직전에 판결 하나를 만들어놨는데 본인이 본인 관련 사실을 이야기해야 허위 사실 유포라며 제 3자의 이야기를 했을 때는 허위 사실이 아니라며 이재명 대표에 무죄 판결을 내렸다.

1심서 의원직 상실 선고를 받은 최강욱 의원은 임기 만료되게 생겼다. 선거법을 위반해도 의원직 임기를 다 채우는 이 나라가 정상적인 나라인가? 야당에서는 국민의힘 김웅 의원이 고발장을 전달했다며 ‘고발 사주’라고 주장하는데, 법률자문위원으로서 참고자료를 받은 것이지 누구로부터 사주받은 적이 없다.

-선거법 위반은 윤리특위에 징계를 내릴 수 없나?

▲선거법 위반은 법의 심판을 받기 때문에 징계 사유로 올라오지 않는다. 예를 들면 5·18 망언이라던지, 코인 투기 관련 등이 올라온다. 최종 법적 판결이 올라와도 불체포특권을 내려놓지 않는 이상 구속 수사는 불가해 결국 윤리자문위원회는 안타깝지만 허수아비다.

어떤 징계 사유를 결정했으면 국회의원이 따르도록 강제력을 부여해야 하는데 본인들이 자기 식구 징계 건을 판단하겠다는 어불성설이다. 자문위원회의 권위가 승격돼야 한다.

-국회의원 특권과 관련 상당히 부정적인 입장인데?

▲어느 날 TV조선 기자로부터 연락이 왔다. 기자가 대통령직인수위원서 해촉됐느냐는 질문과 사진 관련 질문을 했다. 이게 무슨 해촉 사유냐며 보안 위반 사진 얘기는 무슨 말이냐고 물었는데, 기자는 인수위서 나를 해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인수위 실무위원이든, 전문위원이든 공무원으로 인정된다. 공무원을 해촉할 때는 해촉 사유를 당사자에게 직접 전달하고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부여한다. 그런데 당시 인수위로부터 문자 한 통 받은 적 없다.

-인수위 내부서 완력 다툼이 있었던 건가?

▲누군가 기자에게 해촉 사실을 당사자보다 먼저 알린 게 아닌가 싶다.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에는 안철수 위원장, 권영세 부위원장, 장제원 비서실장이 있었다. TV조선 보도가 나갔던 당일, 안 위원장과 P2E(Play to Earn, 돈 버는 게임) 합법화 관련 면담을 했다. 당시 인수위 과학 분과 실무 위원으로 독대를 했는데 해촉시킬 의사가 있었으면 나랑 논의했겠나? 안 위원장은 나한테 관심도 없었다. 그렇다면 누구겠느냐? 과학기술 분과 박성준 간사는 인수위 출근 첫 주에 나를 따로 불러서 인수위 명단에 없다는 말과 함께 조용히 나가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후 일주일 만에 다시 인수위로 복귀했다

▲왜 문제를 만들어서 조상규를 인수위서 나가게끔 했을까? 분명 인수위가 시끄러워진다는 걸 알았을 것이다. 그 이후 기자회견을 열어 인수위 내부의 정치적 음해라고 밝혔다. 당시 인수위원의 성 비위 사실까지 같이 폭로했다. 이후로 많은 인수위원들은 숙청 계획서 보호받을 수 있었다.

-보호받았다는 게 무슨 뜻인가?

▲나를 시작으로 2차, 3차 인수위원 해촉 계획이 있었는데 초강경 대응으로 나오는 바람에 계획이 중단됐다고 전해 들었다. 소송을 택할 수도 있었지만, 윤석열정부의 성공을 바랐기 때문에 부담을 끼칠 수 없었다. 인수위원 자진 사퇴 이후 일주일 뒤 경제 분과로 다시 인수위에 들어갔다. 현재는 경찰청 수사심의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나에 대한 인사검증은 끝났다.

<ojh34522@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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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