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대담> 국힘 최전방 공격수 장예찬 최고위원

“강한 이재명? 까보면 약하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청년재단에는 고용부서 마련한 프로그램에 참석하기 위한 청년들로 북적거렸다. 문을 열고 사무실이 있는 제일 안쪽까지 들어가면 장예찬 최고위원의 사무실인 이사장실이 있다. 그는 지난 3월에 열린 전당대회서 55.16%를 득표하며 최다 득표로 청년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더불어민주당의 공세에 방어를 담당하고, 역공까지 펼치는 국민의힘의 공격수 역할을 맡았다. 

음악, 자동차 회사 홍보팀장 등 여러 경험을 해왔던 국민의힘 장예찬 최고위원은 현재 집권여당의 지도부를 맡고 있다. 한 우물을 파는 것도 중요하다지만 산전수전 다 겪었다. 그만큼 인생의 경험 스펙트럼이 다양한 편이다. 먼 미래에는 소박하게 맥주를 마시며 젊은 세대와 대화를 나누는 게 목표다. <일요시사>가 장 최고위원을 만나 정치 현안, 국민의힘 총선 전략, 총선 출마 여부 등을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공격받고 방어하는 역할이다. 요즘 말로 탱커인데?

▲김병민 최고위원 역시 방송을 많이 출연하는데, 안정적이고 어려운 이슈를 잘 풀어내는 스타일이다. 청년에 속하는 최고위원이라고 할 수 있는 김가람 최고위원, 김병민 최고위원과 이야기를 자주 나눈다. 아무래도 체급도 그렇고 지금까지도 그래왔기 때문에 그렇지 않을까 싶다.

-최근 잼버리 사태가 터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한 지시를 내리고 한덕수 국무총리가 현장에 가서 화장실 청소까지 하자, 현장 상황이나 전 세계서 온 대원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아졌다고 한다. 한 가지 아쉬운 건 ‘윤 대통령이 나서기 전에, 한 총리가 화장실 청소하기 전에 중앙부처와 지방 정부서 알아서 잘했으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텐데’ 하는 점이다.


물론 지방은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나도 지방 사람이기 때문에 지방 시대가 필요한 것에는 동의하지만 지방자치에 대해 근본적인 고민을 해볼 때다. 지난 정부 때 단순히 예산뿐만 아니라 지방자치 권한을 너무 많이 지방 정부에 내려줬다.

-지난 정부의 권한 이행이 잼버리 사태까지 촉발시켰다고 보는 건가?

▲전북서 그동안 최초 지방 정부 주도의 국제적 행사라고 광고해왔다. 냉정하게 보면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가 이런 국제 행사를 컨트롤하고 핸들링할 수 있는 역량이 되느냐에 관해 여론이 크다. 지방자치에 회의적이라고 해서 수도권 중심으로 가야 하고, 지방은 죽으라는 말이 아니다. 지방을 효율적으로 살리고 지방서 줄줄 새는 예산을 감시해서 정말 지방 시민을 위해 쓰기 위해서는 중앙 정부의 감독이나 지시가 필요하다고 본다. 

-여당서도 이 사태와 관련해서 사과하긴 했다

▲네 탓 공방을 떠나 이 말씀은 꼭 드리고 싶다. 본의 아니게 기상 상황으로 잼버리 K팝 공연의 장소가 전주구장서 상암구장으로 변경됐다. FC서울의 홈구장이라 K리그 팬에게 죄송하고 감사하다. 국가적·국제적 규모의 행사이고 대한민국의 국격이 달린 문제다. 피치 못할 측면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체육관광부나 이런 곳이 K리그 구단과 잘 협의하고 소통하는 모습이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여당 지도부를 대신해 죄송하다고 말씀드린다. 

-국민의힘 차원에서는 어떤 대책을 마련했나?

▲잼버리가 열린 첫째 주가 가장 심각했다. 국민의힘은 대책회의를 원내서 열고 현장도 내려가 정부가 대책을 마련하는 데 많은 힘을 쏟았다. 태풍까지 겹치면서 안전 문제로 수도권으로 잼버리 대원들이 올라왔는데 이후 여러 지자체나 수도권 각지로 오신 분에게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전 세계 청소년이 한국서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돌아갔으면 좋겠다. 이후에 책임 소재에 대해 따질 부분이 있다면 전 정부, 지차체, 나아가 현 정부 부처의 실수까지도 가리지 않고 가감없이 조사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 

-국회가 정쟁을 벌이고 있는 지점은 잼버리 사태만 있는 게 아니다. 불체포특권도 포함됐다

▲나는 말로 하는 약속을 믿지 않는다. 국민도 마찬가지다. 말이라는 건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정당한’이라는 조건을 붙였다.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영장이면 언제든 정당하지 않다고 말하겠다는 뜻이다. 국민의힘은 2명을 제외하고는 전부 다 서명했다. 이재명 대표를 필두로 민주당도 서명해야 한다. 문서를 만든다는 건 굉장히 중요한 의미다. 국민과의 계약서를 쓰는 것과 다름없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의 요청을 자꾸 거부하고 있다. 나중에 쌍방울 건이나 백현동으로 영장이 청구됐을 때 이 대표는 불체포특권을 포기한다고 했지만, 민주당 의원들이 정당하지 않다는 이유로 이 대표를 지키겠다며 반대표를 다 던져버리면 이 대표가 ‘나는 포기했는데 우리 의원들이 그랬다’며 책임을 회피할 여지가 너무 많아진다. 불체포특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다음 총선 공약으로 내놔야 한다. 

-불체포특권 포기가 총선 때 국민의힘의 무기로 작용할 수 있을까?

▲확실하게 이 부분은 과거 민주당 같은 소위 진보 계열 정당이 도덕적 우위를 늘 점하고 있었다. 윤리나 도덕이 진보 정당의 주무기였다. 국민마다 평가가 다르겠지만 이제는 국민의힘이 좀 더 적어도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정당이라는 인식이 생긴 것 같다. 이 내용은 민주당서 외부에 공개한 자체 조사서도 한 번 거론됐던 내용이다.

“불체포특권 민주당 얼른 동의해야”
“총선 정책과 민심 챙기는 게 전략”

이 대표라는 아주 특이할 정도로 비윤리적이고 비도덕적인 대표가 민주당을 장악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최근 굵직한 부정부패 이슈는 대부분 민주당서 나왔다. 민주당과 진보 진영 입장에서는 가장 뼈아픈 상처다.

-이준석 전 대표의 전망은 다르다. 총선서 야당이 180석 이상 차지한다는 의견을 냈는데?

▲이 전 대표는 전당대회 때도 천하람 후보가 2등을 한다고 예측했고, 천아용인 중에 일부는 당선된다는 말도 안 되는 전망을 했다. 전망이 맞지 않다는 게 전당대회서 증명된 것 아니냐? 고장 난 시계다. 어쩌다 몇 번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중요할 때마다 틀렸다. 그래서 크게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최근 정당 지지율을 살펴보면 국민의힘이 수도권서 계속 이기고 있지만, 자만할 단계는 절대 아니다.

물을 계속 찾아서 발굴해내야 하는 상황이다. 총선은 박빙의 승부가 될 것이다. 다만 현재 추세로만 봤을 때 야당 180석론이 등장할 때는 아니다. 이 같은 예측은 끊임없이 위기설을 퍼뜨려 현 지도부 체제의 빈틈을 만들기 위한 사람들의 희망사항이다. 

-문제는 전라도다. 지지율이 높지만은 않은데?


▲호남 정서와 맞지 않는 발언을 한 분들에 대해선 과감한 조치를 내렸다. 그게 시작이다. 지역 균형발전과 지방 시대에 관한 윤 대통령의 철학은 확고하다. 대선 때 공약한 부분도 상당히 많이 진척됐다고 알려져 있다. 서울과 수도권에도 호남 출신 당협위원장 같은 인물이 많다. 강성만 금천구 당협위원장이 대표적인 예다. 국민의힘이 호남 출신 인재를 잘 키워 호남서 지지를 받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 지지율이 내려가면 같이 영향을 받는데 오르면 함께 오르진 못한다

▲지금 체제에서는 정부 지지율과 당 지지율이 어느 정도 연동관계를 이루고는 있다. 다만 그게 부정적이라고 보지 않는다. 당에 있는 분들도 여전히 정권 초이기 때문에 다음 총선까지는 윤정부를 성공시키겠다는 의지가 대단하다. 정부와 당은 운명공동체로 갈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의 총선 승리 전략은 무엇인가?

▲여당 프리미엄을 노출시킬 필요성이 있다. 지금부터 남은 기간 국민의힘은 정책 위주로 당을 끌어가려고 한다. 민주당과 싸우고 정치적인 파이팅도 해야 하지만 여당답게 정책과 민생 관련 성과를 계속 내겠다. 앞서 청년정책 네트워크가 냈던 여러 가지 청년정책들이 꽤 있었다. 1000원 학식의 경우 반향이 좋아서 민주당도 뒤늦게 따라왔다. 이런 것처럼 정책과 민생 이슈를 빠르게 추진할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여당이기 때문에 정부 부처와 대화도 빠르다. 야당에 비해 빨리 성과를 낼 수 있는 측면이 있다. 앞서 말한 대로 이런 것이야말로 여당 프리미엄이다. 민생을 챙기고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총선 전략이다. 


-인재 영입은 어떻게 추진되고 있나? 젊은 기업인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리는데?

▲아직까지는 큰 틀의 기조가 있진 않다. 다만 특정 직군, 특정 연령대 사람만 대거 혜택을 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이야기다. 이들 중에서 국가를 위한 소명감, 정무적 감각을 갖춘 분을 잘 선별해 균형감을 갖춰야 한다. 상대적으로 볼 때는 586 용퇴가 하나의 시대정신이 될 것이라고 본다.

다시 말하지만 진보 정당의 무기는 도덕과 윤리였는데 그걸 빼앗겼다. 진보 정당이 또 다른 무기를 갖고 있던 게 운동 청년이다. 그런데 더 이상 민주당을 보면서 청년 정당, 젊은 정당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다음 번 총선 때는 국민의힘이 오히려 젊은 정당이 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586 용퇴는 최고위원 후보 시절부터 줄곧 외쳐오던 말이다

▲586보다 선배들이 물러나라고 하는 건 이상하다. 후배 세대인 30대와 40대가 주축이 돼 이제 집에 가라고 말하는 게 하나의 흐름이 돼야 한다. 이건 단순히 청년을 많이 공천하자는 게 아니다. 하나의 시대정신을 만들 수 있는 정도의 무브먼트가 있어야 하지 않겠나.

부산 지역으로 출마 가닥
“단순한 정치인 되고 싶어”

이 아젠다 역시 총선의 한 전장이 될 것으로 본다. 586세대를 만나면 하는 이야기가 아직 자신들 세대의 대통령이 없다고 말하곤 한다. 그건 그 사람들 생각이다. 20년 동안 국회의원 했으면 충분하다. 특정 세력이 대거 유입되고 정치가 더 좋아졌느냐? 국민의 평가는 그렇지 않다. 

-김기현 지도부 출범 5개월이 지났다. 어떻게 평가하나? 말이 많았는데?

▲당의 리스크를 수습하고 매듭 짓는 게 생각보다 간단치 않다. 우리는 시작하자마자 그걸 겪었는데 너무 컸다. 그러나 김 대표가 잘 정리했다. 김 대표의 경우는 안정적인 당정 관계가 기반이 돼 여러 리스크가 터져도 잘 수습하고 정리하는 능력이 있다는 걸 분명히 보여줬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평가는?

▲민주당은 국민의힘 리스크가 터졌을 때 반사이익을 전혀 보지 못했다. 김남국 의원 코인 사태, 김은경 혁신위원장 발언 리스크 등 이 대표가 칼로 자르듯이 징계하거나 읍참마속 하지 않았는데 이는 이 대표의 리더십이 매우 취약하다는 것을 증명한다. 본인도 늘 내려오라는 요구를 받고 있지 않은가? 사고 친 사람들에 대한 징계를 못하는 이유 아니겠느냐? 이 대표의 캐릭터가 강한 축에 속하지만 사실 까보면 허약한 리더십이라고 말하겠다. 

-당내서 이 대표 공격수를 맡고 있다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 오를 시기는 9월 이후로 본다. 의도적으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재판을 지연시키고 있다. 이 대표가 나를 굉장히 싫어한다는데 나보고 패륜이라고 직접 언급한 적도 있었다. 당내서 이미지 관리도 하고 고소·고발당하면 피곤하고 적당히 하라고들 이야기하긴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잘 모른다.

나는 언제든지 정치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윤 대통령을 도운 건 순전히 검찰총장 시절 보여준 모습에 반해서다. 나는 나름대로 방송서 파급력을 가진 사람이라 물불 가리지 않고 이 대표를 때리고 공격할 수 있다. 

-내년 총선 출마 결심은 한 건가?

▲개인적으로 고민 중이고 당에서도 여러 요청들이 있는데 나갈 확률이 높다. 다만 출마 자체가 목적이 되어선 안 된다. ‘국회의원을 왜 하고 싶냐’는 질문에 단순히 ‘국회의원이 되고 싶어서’라고 답한다면 너무 저급하다. 내가 국회의원이 돼서 반드시 이거 하나만큼은 하겠다는 명확한 목표가 있어야 한다. 당선 자체가 목표면 누가 해도 상관없다. 또 이제 30대 후반인데 40대 10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내 인생서 중요한 숙제다. 

-어느 지역으로 나가라고 권유받았나?

▲부산 이야기를 많이 하신다. 다만 부산의 어느 지역이 될지 대해선 아직까지 세밀하게 이야기하고 있진 않다. 부산은 중요한 도시다. 부산이 중심축이 돼 우리나라 2축 경제가 형성돼야 한다. 수도권 못지 않게 외국서 독자적으로 출장 올 수 있을 만한 곳이 필요한데 그런 지역이 바로 부산이다. 부산이 발전하면 부산만 잘사는 게 아니라 한국 전체에 숨통이 트인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를 두고 언론탄압을 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평가가 내려진다

▲처음에는 아들 학교폭력 우려 때문에 걱정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보도된 사안을 보면 친구끼리 싸웠던 것이었다. 그 이후에 민주당이 제기하는 게 딱히 (큰 문제는)없다. 이 부분이 해소됐으면 이 후보자 정도 되는 인물이 와야만 망가진 방송 환경을 정상화시킬 수 있다.

매주 방송에 출연하는 사람으로서 문제는 MBC나 KBS 등의 라디오 프로그램이다. 출·퇴근을 담당하는 시사 라디오 프로그램이 얼마나 편향적인지 보도된 적이 있다. 이 후보자에게 바라는 건 윤정부 칭찬하는 방송을 만들게 해달라는 게 아니라 1대1 균형을 맞춰달라는 부분이다. 

-장예찬은 어떤 정치인인가?

▲단순한 정치인이고 싶다. 전당대회 때 슬로건이 최전방 공격수였다. 골을 넣고 화려한 스트라이커보다는 궂은일을 하는 다재다능한 만능 선봉장을 꿈꾼다. 길에 돌이 있으면 끄집어내고 치우는 그런 단순한 사람 말이다. 실제로도 그러려고 많은 노력을 한다. 윤 대통령의 국정 방향 큰 틀을 다 동의하기 때문에 이런 것들을 관철시키는 데도 앞장설 것이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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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