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도 버린’ 대망신 잼버리 막전막후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3.08.14 11:11:58
  • 호수 144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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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게임’ 안 죽었으니 다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한국의 위기 대응 역량을 전 세계에 보여줄 수 있는 시점이다.” 지난 8일 기자회견에 나선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잼버리 조기 철수 사태에 대해 이같이 합리화했다. 한국의 병리 현상인 ‘빨리빨리 문화’를 초능력으로 미화한 셈이다. 군대 간 ‘방탄소년단(BTS)’이라도 무대에 투입할 기세다.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이 내놓은 타개책이다. 같은 당 박대출 의원은 IMF 외환위기 시절 금 모으기 정신으로 이겨내자고 했다. 예나 지금이나 영수증 처리는 국민 몫이다.

올해 전북 새만금서 열린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의 사업비는 1171억원. 이 중 천막으로 만든 샤워장과 수시로 막힌 화장실에 119억원을 썼다. 변기는 중고제품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마저도 턱없이 부족했다. 기본적인 생존권도 위협받았다. 진흙밭에 세운 텐트 등에 59억원이 투입됐다. 모기 밥상이 따로 없었다. 텐트 실내온도는 30도를 훌쩍 넘겼다.

국제행사 
역대 최악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대회는 세계스카우트연맹이 주최하는 가장 대표적인 행사다. 1920년 영국 런던서 선보인 이후 회원국 20곳을 돌며 4년마다 열린다. 올해 전북 부안 새만금서 열린 잼버리는 32년 만에 국내서 개최됐다. 강원도 고성서 열린 제17회(1991년)는 성공적인 대회로 꼽힌다. 

최근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을 봐도 부족함이 없다. 반면, 지난 1일 새만금 잼버리는 외교 문제로 번질 만큼 열악했다.

고성 잼버리를 경험했던 이들은 ‘숲과 매립지의 차이’를 꼽았다. 당시 참가자들은 나무 숲이 자리해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고 기억했다. 또 벌레 물림 등의 안전사고를 막고자 군부대와 함께 진료 부스도 운영해 안전을 지켰다.

올해 잼버리 개최지인 전북 부안 새만금은 원래 바다였다가 인공 매립을 통해 조성한 부지다. 매립 당시부터 농어촌 용지라 물 빠짐이 쉽지 않았다. 상·하수 배수관 시설이 없어 폭우 때는 수시로 잠겼다. 대회 개막을 2주 앞두고 전례 없는 폭우도 이어졌다. 이후 폭염이 시작돼 펄펄 끓는 진흙탕이 됐다.

문제는 개최지의 특성만이 아니다. 야영장의 화장실과 샤워장은 악취가 끊이지 않았다. 포세식 화장실은 막히기 일쑤였다. 휴지는 없고 변만 그대로 남아 있었다.

화장실 개수도 턱없이 부족했다. JTBC가 입수한 잼버리 사업계획서에는 여성 20명당 하나, 남성 30명당 하나를 설치하겠다고 했다. 실제로는 70%밖에 설치하지 않았다. 야영장에 이동식 화장실은 354개만 설치했다. 이는 121.5명당 1개꼴이다.

화장실 사용법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각자 언어와 생활환경이 다른데 이를 간과했다는 지적이다. 야영장을 청소했던 전북도청 공무원들에 따르면 ‘수직 낙하식’인 변기는 페달을 밟아 오물을 내려보내는 수세식이다. 이 변기는 페달을 힘차게 밟지 않을 경우 오물이 잘 내려가지 않는다. 

1171억 예산 보니…기초시설에 고작 50억
꽉 막힌 화장실과 뻥 뚫린 샤워실 ‘멘붕’

전북도 관계자는 “변기를 청소하고 작동시켜본 결과 세번 정도만 페달을 힘차게 밟으면 어지간한 오물은 모두 처리되는데 작동법을 제대로 몰라 혼란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물휴지를 변기에 버리거나 화장지를 많이 쓴 것도 원인으로 지적됐다. 막힌 변기를 직접 뚫어본 공무원은 “이물질을 빼내 보면 물휴지가 걸린 경우가 대부분이고 화장지를 너무 많이 몰아넣은 사례도 적지 않았다”고 전했다.

다음으로 민원이 발생한 것은 샤워시설이다. 당초 예산 계획대로라면 3700여개를 설치해야 했다. 10명당 1개씩 샤워장을 쓸 수 있었다. 실제 설치된 샤워장은 겨우 2200개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악취와 막힘으로 민원이 들끓었다. 외관은 천막으로 이루어져 바람 불면 내부가 훤히 보였다.

급기야 태국 남성이 여자 샤워실에 난입해 경찰까지 동원됐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3일 새벽 태국 남성 지도자 A씨는 여자 샤워실서 발견돼 적발됐다.  A씨를 발견한 피해자는 노랫소리가 들려 확인해보니 A씨가 샤워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최소한의 치안 대원조차 없었다는 증거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더워서 그랬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성적 목적을 두고 샤워실에 침입한 것은 아닌 것으로 봤다. 

열악한 화장실·샤워장 등 기초시설에 들어간 국고보조금만 51억원이다. 피 같은 세금을 쓰고도 화장실 위생 불량 등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정부도 조기 파행의 주된 원인이 기초시설 문제라고 봤다. 지난 8일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새만금서의 마지막 브리핑을 열고 “세계연맹서 제기한 가장 큰 문제는 위생 문제였던 것 같다”며 “화장실 위생이나 청결 문제 부분서 부족한 점이 있었던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혈세로 
돈잔치

영국 스카우트연맹 대표는 이번 잼버리 참가에 약 3500파운드(582만원)씩 지출했다. 나라별로 다르지만 1인당 최소 수백만원에 달하는 참가비를 지불했다. 그들이 마주한 건 곰팡이 핀 구운 달걀이었다. 지난 3일 <뉴시스>에 따르면 잼버리 현장에 공급된 구운 달걀 7개서 곰팡이가 발견됐다.

식약처는 해당 구운 달걀에 대해 제조 단계부터 유통 단계까지 조사했다. 최고기온이 38도를 육박하던 상황서 식음료 안전관리에 허점을 보인 것이다. 식약처는 곰팡이 핀 달걀이 지난달 제조돼 소비기한(10월)이 지나지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 다만, 유통 과정서 껍데기가 깨지며 곰팡이가 들어갔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실한 식단에 불만도 잇따랐다. 아침, 점심 식사에 빵과 과자 두 봉지, 식혜 한 캔만 제공됐다. 초코파이 같은 낱개 과자 2봉에 소시지, 음료수 한 캔만 나오기도 했다. 

내부 병원의 치료 실태도 지적받았다. 온열 질환을 호소한 대원들과 화상 입은 대원들은 치료를 받지 못했다. 직접 요리를 하다가 기름이 튀어 옷이 녹았음에도 약조차 발라주지 않았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의료 인력들은 인력과 물자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잼버리 대회 성인 자원봉사자는 “환자들이 막 밀어닥치니까, 환자들이 누울 공간은 없고, 병원 뒤편에 있는 리셉션 공간을 활용했다”며 “준비를 얼마나 안 했으면 이런 상황까지 왔을까”라고 토로했다.

1000억원이 넘는 예산 중 의료와 안전·소방 관련 예산 편성은 48억9000만원 수준에 그쳤다. 그 밖에 ▲의료시설 및 코로나 방역시설 등 28억원 ▲행사장 방역 및 해충기피제 8억7000만원 ▲CCTV 설치 및 차량차단시스템 4억8000만원 ▲안전시설 및 소방용품 3억원 ▲폭염 대비 물품 구입(소금, 물) 2억원 ▲과정 활동장 안전시설 및 전문안전요원 확보 1억9000만원 ▲종합상황실 운영 5000만원 등이다.

파행 국면은 영국이 철수를 통보하면서 시작됐다. 잼버리에 최대 인원을 보낸 영국은 지난 4일 잼버리 영지서 전격 철수를 결정했다. 

4000여명을 파견한 영국은 당시 자국 스카우트 대원들을 새만금 캠프서 호텔로 철수시킨다고 발표했다. BBC는 이날 “한국서 열리는 세계 잼버리 대회서 4000명 이상의 영국 스카우트 대원들이 폭염으로 호텔로 이동한다”고 보도했다.

끝나긴
했지만…

결국 주요 참가국들도 못 버티고 조기 퇴소했다. 지난 6일 미국의 루 폴슨 운영위원장은 “우리는 (평택 미군기지 내)캠프 험프리스로 돌아가는 것으로 돼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성인 자원봉사자 등을 포함해 총 1200여명을 파견하기로 돼있었다. 전날 0시 기준 참가 인원이 3만9304명인 점을 고려하면 전체의 15%가량이 퇴소를 결정한 셈이다.

조기 철수한 이유와 관련해 미국의 학부모가 화장실·샤워실 문제를 지적했다. 미국 대표단 학부모인 A씨는 지난 8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미국 스카우트는 청소년보호훈련이 엄청 기본 중에 기본으로 아주 중요시 여기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A씨는 “그런데 화장실 샤워실이 남녀 구분은 물론이고 어른 청소년 구분이 확실하게 돼야 되는데 여기서는 그게 안 돼있었다”며 “영내에 청소년 화장실 샤워실이 다 고장이 나거나 아니면 엉망이어서 사용 불가 상태서 아이들을 하는 수 없이 어른들이 사용하는 샤워실 화장실을 사용하게 했던 게 제일 큰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화장실·샤워실로 인한)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어서 철수 결정을 내리게 된 거라고(미국 대표단 측이) 말씀하셨고, 저도 4~5년 정도 스카우트를 시킨 부모기에 이 결정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A씨는 자신의 자녀 역시 온열질환으로 한 차례 쓰러졌다고 밝혔다. 그는 ”숨을 안 쉬는 상태서 앰뷸런스를 불렀는데 45분 동안 오지도 않았다"며 “회복된 저희 아이보다 더 중증 환자가 오면 침상서 내려와서 의자로 옮기고 의자에서 내려와서 바닥서 잤다. 결국엔 쫓겨나서 다른 데서 애가 잠을 잤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아울러 A씨는 잼버리 관련 소송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A씨는 “(잼버리 참여 비용 등)준비하는 돈까지 합치면 7000달러 가까이 된다”며 “(소송은)돈이 문제가 아니다. 잼버리를 망친 누군가에게 묻고 따지고 싶은 것”이라고 했다.

“책임 반드시 물어야 한다”
폐막 후 거센 후폭풍 불가피

새만금 잼버리의 조기 파행은 개최 3일 만에 이미 예견됐던 바 있다. 지난 4일 영국의 <가디언>은 “한국에 있는 스카우트 대원들은 다소 끔찍한 상황에 있다”고 보도했다. 스카우트의 종주국인 영국에 제대로 찍힌 셈이다.

한 영국 참가자는 “샤워하려고 한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화장지가 항상 있는 것도 아니고 비누는 아예 없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영국인 참가자 소피는 “너무 더워 행사가 중단됐다. 밤이 되니 갯지렁이가 나와 대원들이 모두 물렸다. 끔찍하다”고 말했다. 날씨 핑계로 돌리기엔 기본적인 시설조차 갖추지 못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1170여억원에 달하는 대회 예산이 혈세로 지출되는 데 불만을 쏟아냈다. 

정부와 전북도 등에 따르면 이번 잼버리에는 국비 302억원, 도비 409억원을 비롯한 지방비 419억원, 참가비 등 자체 수입 400억원, 옥외광고 49억원 등의 예산이 들어갔다. 이 가운데 무려 74%를 차지하는 869억원이 조직위 운영비로 잡혔다.

정치권에서는 잼버리 예산의 사용처가 의심된다며 조사 필요성을 제기했다.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은 지난 6일 SNS를 통해 “이번 대회가 끝난 후라도 1000억원이 넘는 예산은 어떻게 지출했는지 철저히 검증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여성가족부는 올 상반기 전북도에 잼버리 기반시설 설치 등의 목적으로 국고보조금 51억3600만원을 교부했다.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 마련에 21억7400만원, 화장실·샤워장·급수대 등 야영장 조성에 26억5250만원이 편성됐다. 이 밖에 야영안전센터·물놀이시설 등에 3억950만원이 교부됐다.

여가부는 보조금 지급을 전북도에 요청했다. 통지서에 교부 목적으로 ‘새만금 잼버리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사업 지원’을 꼽았다. 올해 새만금 잼버리는 조기 파행을 맞이하면서 혈세 낭비의 온상이 됐다.

태풍 ‘카눈’을 핑계 삼았으니 하늘에 감사해야 할지도 모른다. 지난 8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오전 9시경 대만 참가자를 태운 첫 버스가 출발한 이후 1014대 버스가 각 행선지로 순차 출발하고 있다”며 “대상 인원은 156개국 3만7000여명”이라고 밝혔다.

계산은 
이제부터

파행 수순을 밟으면서 스카우트 대원들은 대거 흩어졌다. 지역별로 ▲서울 숙소 17곳서 8개국 3133명 ▲경기 64곳서 88개국 1만3568명 ▲인천 8곳 27개국 3257명 ▲대전 6곳 2개국 1355명 ▲세종 3곳 2개국 716명 ▲충북 7곳 3개국 2710명 ▲충남 18곳 18개국 6274명 ▲전북 5곳 10개국 5541명이 체류했다.

잼버리 뒷수습은 사실상 이제부터다. 미흡한 준비와 운영 미숙으로 여당 내에서 장관 해임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지난 9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정부 최고위 관계자가 사과하고,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장관을 해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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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