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도 버린’ 대망신 잼버리 막전막후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3.08.14 11:11:58
  • 호수 144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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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게임’ 안 죽었으니 다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한국의 위기 대응 역량을 전 세계에 보여줄 수 있는 시점이다.” 지난 8일 기자회견에 나선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잼버리 조기 철수 사태에 대해 이같이 합리화했다. 한국의 병리 현상인 ‘빨리빨리 문화’를 초능력으로 미화한 셈이다. 군대 간 ‘방탄소년단(BTS)’이라도 무대에 투입할 기세다.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이 내놓은 타개책이다. 같은 당 박대출 의원은 IMF 외환위기 시절 금 모으기 정신으로 이겨내자고 했다. 예나 지금이나 영수증 처리는 국민 몫이다.

올해 전북 새만금서 열린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의 사업비는 1171억원. 이 중 천막으로 만든 샤워장과 수시로 막힌 화장실에 119억원을 썼다. 변기는 중고제품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마저도 턱없이 부족했다. 기본적인 생존권도 위협받았다. 진흙밭에 세운 텐트 등에 59억원이 투입됐다. 모기 밥상이 따로 없었다. 텐트 실내온도는 30도를 훌쩍 넘겼다.

국제행사 
역대 최악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대회는 세계스카우트연맹이 주최하는 가장 대표적인 행사다. 1920년 영국 런던서 선보인 이후 회원국 20곳을 돌며 4년마다 열린다. 올해 전북 부안 새만금서 열린 잼버리는 32년 만에 국내서 개최됐다. 강원도 고성서 열린 제17회(1991년)는 성공적인 대회로 꼽힌다. 

최근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을 봐도 부족함이 없다. 반면, 지난 1일 새만금 잼버리는 외교 문제로 번질 만큼 열악했다.

고성 잼버리를 경험했던 이들은 ‘숲과 매립지의 차이’를 꼽았다. 당시 참가자들은 나무 숲이 자리해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고 기억했다. 또 벌레 물림 등의 안전사고를 막고자 군부대와 함께 진료 부스도 운영해 안전을 지켰다.

올해 잼버리 개최지인 전북 부안 새만금은 원래 바다였다가 인공 매립을 통해 조성한 부지다. 매립 당시부터 농어촌 용지라 물 빠짐이 쉽지 않았다. 상·하수 배수관 시설이 없어 폭우 때는 수시로 잠겼다. 대회 개막을 2주 앞두고 전례 없는 폭우도 이어졌다. 이후 폭염이 시작돼 펄펄 끓는 진흙탕이 됐다.

문제는 개최지의 특성만이 아니다. 야영장의 화장실과 샤워장은 악취가 끊이지 않았다. 포세식 화장실은 막히기 일쑤였다. 휴지는 없고 변만 그대로 남아 있었다.

화장실 개수도 턱없이 부족했다. JTBC가 입수한 잼버리 사업계획서에는 여성 20명당 하나, 남성 30명당 하나를 설치하겠다고 했다. 실제로는 70%밖에 설치하지 않았다. 야영장에 이동식 화장실은 354개만 설치했다. 이는 121.5명당 1개꼴이다.

화장실 사용법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각자 언어와 생활환경이 다른데 이를 간과했다는 지적이다. 야영장을 청소했던 전북도청 공무원들에 따르면 ‘수직 낙하식’인 변기는 페달을 밟아 오물을 내려보내는 수세식이다. 이 변기는 페달을 힘차게 밟지 않을 경우 오물이 잘 내려가지 않는다. 

1171억 예산 보니…기초시설에 고작 50억
꽉 막힌 화장실과 뻥 뚫린 샤워실 ‘멘붕’

전북도 관계자는 “변기를 청소하고 작동시켜본 결과 세번 정도만 페달을 힘차게 밟으면 어지간한 오물은 모두 처리되는데 작동법을 제대로 몰라 혼란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물휴지를 변기에 버리거나 화장지를 많이 쓴 것도 원인으로 지적됐다. 막힌 변기를 직접 뚫어본 공무원은 “이물질을 빼내 보면 물휴지가 걸린 경우가 대부분이고 화장지를 너무 많이 몰아넣은 사례도 적지 않았다”고 전했다.

다음으로 민원이 발생한 것은 샤워시설이다. 당초 예산 계획대로라면 3700여개를 설치해야 했다. 10명당 1개씩 샤워장을 쓸 수 있었다. 실제 설치된 샤워장은 겨우 2200개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악취와 막힘으로 민원이 들끓었다. 외관은 천막으로 이루어져 바람 불면 내부가 훤히 보였다.

급기야 태국 남성이 여자 샤워실에 난입해 경찰까지 동원됐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3일 새벽 태국 남성 지도자 A씨는 여자 샤워실서 발견돼 적발됐다.  A씨를 발견한 피해자는 노랫소리가 들려 확인해보니 A씨가 샤워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최소한의 치안 대원조차 없었다는 증거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더워서 그랬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성적 목적을 두고 샤워실에 침입한 것은 아닌 것으로 봤다. 

열악한 화장실·샤워장 등 기초시설에 들어간 국고보조금만 51억원이다. 피 같은 세금을 쓰고도 화장실 위생 불량 등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정부도 조기 파행의 주된 원인이 기초시설 문제라고 봤다. 지난 8일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새만금서의 마지막 브리핑을 열고 “세계연맹서 제기한 가장 큰 문제는 위생 문제였던 것 같다”며 “화장실 위생이나 청결 문제 부분서 부족한 점이 있었던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혈세로 
돈잔치

영국 스카우트연맹 대표는 이번 잼버리 참가에 약 3500파운드(582만원)씩 지출했다. 나라별로 다르지만 1인당 최소 수백만원에 달하는 참가비를 지불했다. 그들이 마주한 건 곰팡이 핀 구운 달걀이었다. 지난 3일 <뉴시스>에 따르면 잼버리 현장에 공급된 구운 달걀 7개서 곰팡이가 발견됐다.

식약처는 해당 구운 달걀에 대해 제조 단계부터 유통 단계까지 조사했다. 최고기온이 38도를 육박하던 상황서 식음료 안전관리에 허점을 보인 것이다. 식약처는 곰팡이 핀 달걀이 지난달 제조돼 소비기한(10월)이 지나지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 다만, 유통 과정서 껍데기가 깨지며 곰팡이가 들어갔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실한 식단에 불만도 잇따랐다. 아침, 점심 식사에 빵과 과자 두 봉지, 식혜 한 캔만 제공됐다. 초코파이 같은 낱개 과자 2봉에 소시지, 음료수 한 캔만 나오기도 했다. 

내부 병원의 치료 실태도 지적받았다. 온열 질환을 호소한 대원들과 화상 입은 대원들은 치료를 받지 못했다. 직접 요리를 하다가 기름이 튀어 옷이 녹았음에도 약조차 발라주지 않았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의료 인력들은 인력과 물자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잼버리 대회 성인 자원봉사자는 “환자들이 막 밀어닥치니까, 환자들이 누울 공간은 없고, 병원 뒤편에 있는 리셉션 공간을 활용했다”며 “준비를 얼마나 안 했으면 이런 상황까지 왔을까”라고 토로했다.

1000억원이 넘는 예산 중 의료와 안전·소방 관련 예산 편성은 48억9000만원 수준에 그쳤다. 그 밖에 ▲의료시설 및 코로나 방역시설 등 28억원 ▲행사장 방역 및 해충기피제 8억7000만원 ▲CCTV 설치 및 차량차단시스템 4억8000만원 ▲안전시설 및 소방용품 3억원 ▲폭염 대비 물품 구입(소금, 물) 2억원 ▲과정 활동장 안전시설 및 전문안전요원 확보 1억9000만원 ▲종합상황실 운영 5000만원 등이다.

파행 국면은 영국이 철수를 통보하면서 시작됐다. 잼버리에 최대 인원을 보낸 영국은 지난 4일 잼버리 영지서 전격 철수를 결정했다. 

4000여명을 파견한 영국은 당시 자국 스카우트 대원들을 새만금 캠프서 호텔로 철수시킨다고 발표했다. BBC는 이날 “한국서 열리는 세계 잼버리 대회서 4000명 이상의 영국 스카우트 대원들이 폭염으로 호텔로 이동한다”고 보도했다.

끝나긴
했지만…

결국 주요 참가국들도 못 버티고 조기 퇴소했다. 지난 6일 미국의 루 폴슨 운영위원장은 “우리는 (평택 미군기지 내)캠프 험프리스로 돌아가는 것으로 돼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성인 자원봉사자 등을 포함해 총 1200여명을 파견하기로 돼있었다. 전날 0시 기준 참가 인원이 3만9304명인 점을 고려하면 전체의 15%가량이 퇴소를 결정한 셈이다.

조기 철수한 이유와 관련해 미국의 학부모가 화장실·샤워실 문제를 지적했다. 미국 대표단 학부모인 A씨는 지난 8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미국 스카우트는 청소년보호훈련이 엄청 기본 중에 기본으로 아주 중요시 여기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A씨는 “그런데 화장실 샤워실이 남녀 구분은 물론이고 어른 청소년 구분이 확실하게 돼야 되는데 여기서는 그게 안 돼있었다”며 “영내에 청소년 화장실 샤워실이 다 고장이 나거나 아니면 엉망이어서 사용 불가 상태서 아이들을 하는 수 없이 어른들이 사용하는 샤워실 화장실을 사용하게 했던 게 제일 큰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화장실·샤워실로 인한)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어서 철수 결정을 내리게 된 거라고(미국 대표단 측이) 말씀하셨고, 저도 4~5년 정도 스카우트를 시킨 부모기에 이 결정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A씨는 자신의 자녀 역시 온열질환으로 한 차례 쓰러졌다고 밝혔다. 그는 ”숨을 안 쉬는 상태서 앰뷸런스를 불렀는데 45분 동안 오지도 않았다"며 “회복된 저희 아이보다 더 중증 환자가 오면 침상서 내려와서 의자로 옮기고 의자에서 내려와서 바닥서 잤다. 결국엔 쫓겨나서 다른 데서 애가 잠을 잤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아울러 A씨는 잼버리 관련 소송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A씨는 “(잼버리 참여 비용 등)준비하는 돈까지 합치면 7000달러 가까이 된다”며 “(소송은)돈이 문제가 아니다. 잼버리를 망친 누군가에게 묻고 따지고 싶은 것”이라고 했다.

“책임 반드시 물어야 한다”
폐막 후 거센 후폭풍 불가피

새만금 잼버리의 조기 파행은 개최 3일 만에 이미 예견됐던 바 있다. 지난 4일 영국의 <가디언>은 “한국에 있는 스카우트 대원들은 다소 끔찍한 상황에 있다”고 보도했다. 스카우트의 종주국인 영국에 제대로 찍힌 셈이다.

한 영국 참가자는 “샤워하려고 한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화장지가 항상 있는 것도 아니고 비누는 아예 없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영국인 참가자 소피는 “너무 더워 행사가 중단됐다. 밤이 되니 갯지렁이가 나와 대원들이 모두 물렸다. 끔찍하다”고 말했다. 날씨 핑계로 돌리기엔 기본적인 시설조차 갖추지 못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1170여억원에 달하는 대회 예산이 혈세로 지출되는 데 불만을 쏟아냈다. 

정부와 전북도 등에 따르면 이번 잼버리에는 국비 302억원, 도비 409억원을 비롯한 지방비 419억원, 참가비 등 자체 수입 400억원, 옥외광고 49억원 등의 예산이 들어갔다. 이 가운데 무려 74%를 차지하는 869억원이 조직위 운영비로 잡혔다.

정치권에서는 잼버리 예산의 사용처가 의심된다며 조사 필요성을 제기했다.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은 지난 6일 SNS를 통해 “이번 대회가 끝난 후라도 1000억원이 넘는 예산은 어떻게 지출했는지 철저히 검증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여성가족부는 올 상반기 전북도에 잼버리 기반시설 설치 등의 목적으로 국고보조금 51억3600만원을 교부했다.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 마련에 21억7400만원, 화장실·샤워장·급수대 등 야영장 조성에 26억5250만원이 편성됐다. 이 밖에 야영안전센터·물놀이시설 등에 3억950만원이 교부됐다.

여가부는 보조금 지급을 전북도에 요청했다. 통지서에 교부 목적으로 ‘새만금 잼버리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사업 지원’을 꼽았다. 올해 새만금 잼버리는 조기 파행을 맞이하면서 혈세 낭비의 온상이 됐다.

태풍 ‘카눈’을 핑계 삼았으니 하늘에 감사해야 할지도 모른다. 지난 8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오전 9시경 대만 참가자를 태운 첫 버스가 출발한 이후 1014대 버스가 각 행선지로 순차 출발하고 있다”며 “대상 인원은 156개국 3만7000여명”이라고 밝혔다.

계산은 
이제부터

파행 수순을 밟으면서 스카우트 대원들은 대거 흩어졌다. 지역별로 ▲서울 숙소 17곳서 8개국 3133명 ▲경기 64곳서 88개국 1만3568명 ▲인천 8곳 27개국 3257명 ▲대전 6곳 2개국 1355명 ▲세종 3곳 2개국 716명 ▲충북 7곳 3개국 2710명 ▲충남 18곳 18개국 6274명 ▲전북 5곳 10개국 5541명이 체류했다.

잼버리 뒷수습은 사실상 이제부터다. 미흡한 준비와 운영 미숙으로 여당 내에서 장관 해임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지난 9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정부 최고위 관계자가 사과하고,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장관을 해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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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떠나더라도 자신이 모집·관리해 온 고객의 보험계약을 함께 옮길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이른바 ‘포괄양수도’. 한 대형 보험대리점 산하 조직이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퇴사 시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의 약정서를 작성했다. “나가도 기존 계약을 가져갈 수 있다”는 약속은 실제로 지켜질 수 있었을까.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옮길 때 자신이 기존 회사에서 모집·관리하던 보험계약을 새 소속에서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넘겨받는 것을 업계에서는 흔히 ‘포괄양수도’라고 부른다. 설계사 입장에서는 이직 이후에도 기존 고객을 계속 관리할 수 있고, 계약 유지에 따라 발생하는 수수료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어 소속을 옮길 때 중요한 조건으로 꼽힌다. 양수도 약속 실행 미지수 다만 보험계약 자체가 설계사의 소유물인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의 당사자는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자이고, 보험설계사는 고객에게 상품을 설명하고 계약 체결을 중개한 대가로 보험사나 법조인보험대리점(GA)으로부터 약정된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따라서 설계사가 자신이 모집한 계약에 대해 법적인 ‘소유권’을 갖고 있어 회사를 옮길 때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한 설계사가 한 법인보험대리점에서 근무하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을 모집했다고 가정해 보자. 설계사가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보험대리점으로 옮긴다고 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이 자동으로 설계사를 따라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 자체는 기존 보험사와 고객 사이에 그대로 유지되고, 설계사가 퇴사하면 기존 회사가 해당 계약을 관리하거나 다른 설계사를 담당자로 지정할 수 있다. 반대로 기존 회사와 설계사 사이에 계약 이관에 대한 합의가 있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설계사가 새 보험대리점으로 이동한 뒤에도 자신이 모집했던 계약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기존 회사에서 새 회사로 관리관계를 옮기는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신규 보험대리점 간 협의와 수수료 정산, 보험사 전산상 담당자 변경 등 실무적인 절차가 뒤따를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이 같은 계약 이관을 보험업법 등이 일률적으로 보장하거나 금지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보험설계사의 이직에 따른 계약 이관을 직접 규율하는 법령이 없어, 실제로 계약을 넘겨줄지 여부는 기본적으로 보험대리점과 설계사 사이의 계약이나 합의에 따라 결정되는 영역으로 해석된다. 설계사 영입 ‘계약 이관’ 약정 본사는 양수도 불허…엇갈린 방침 이 때문에 보험대리점이 설계사를 영입할 당시 “향후 다른 회사로 옮기더라도 기존 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속했다면 해당 약정이 중요해진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인카금융서비스 내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은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향후 퇴사할 경우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을 약정서에 담았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인카금융서비스(주) 사업단 부속 약정서’에는 인카다이렉트 사업단과 설계사 김모씨 사이의 구체적인 계약 조건이 적혀 있다. 눈에 띄는 것은 퇴사 이후의 계약 처리 방식이다. 약정서에는 “조직의 이동(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의 양수도 조건으로 원활한 계약 이관 조치한다”고 명시돼있다. 설계사가 향후 조직을 떠나더라도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계약 이관뿐 아니라 퇴사 이후 남아 있는 수수료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약정서에는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미정산 잔여 유지수수료는 월지급 또는 퇴사 시점부터 1년이 되는 시점에 정산해 지급한다”고 적혀 있다. 영입 당시 지급 수수료율과 일부 시책 등 구체적인 보상 조건도 함께 약정됐다. 앞서 작성된 또 다른 부속 약정서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확인된다. 해당 문서 역시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양수도 조건으로 이관하고, 남은 유지 수수료를 별도로 정산하도록 했다. 그런데 이 약정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설계사에게 계약 이관을 약속한 주체는 인카금융서비스 본사가 아니라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다. 인카다이렉트는 인카금융서비스 내에 편입된 영업 조직이다. 기존 다이렉트119가 인카금융서비스에 합병되면서 인카다이렉트라는 조직으로 편입됐고, 그 아래 다시 사업단과 본부 등 영업 조직이 구성돼있다. 계약 옮겨도 정산은 별개 앞서 김씨와 부속 약정을 체결한 사업단 역시 이 같은 인카다이렉트 산하 조직 중 하나다.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체결한 이 같은 약정이 인카금융서비스 본사의 방침과 맞아떨어졌느냐다. 인카금융서비스 본사는 지난 2024년 소속 조직에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방침을 전달했다. 김씨는 이후 본사의 방침과 자신이 체결한 약정 내용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본사에서는 안 된다고 하는 포괄양수도를 사업단이 어떻게 약정할 수 있는 것이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본사가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갖고 있었다면, 사업단이 설계사에게 향후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정할 수 있었는지가 쟁점인 셈이다. 사업단 자체 판단만으로 계약 이관을 약속할 수 있었는지, 아니면 인카다이렉트나 인카금융서비스 차원의 권한이나 승인이 전제돼있었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약정서에 ‘계약을 이관한다’고 적었다고 해서 실제 포괄양수도가 쉽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기존 소속 회사와 새로 옮길 회사, 보험사 등 여러 주체의 협의가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가령 한 설계사가 A법인보험대리점(GA)에서 B 대리점으로 옮기면서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함께 가져가려 한다면, 우선 기존 GA가 해당 계약을 내보내는 데 협조해야 하고, 새 GA 역시 이를 받아 관리할 수 있는 상태여야 한다. 이후 실제 보험계약을 보유한 보험사 전산에서도 담당 조직이나 설계사 변경 등 필요한 절차가 이뤄져야 한다. 근저당 걸고 3년 만 이관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돈 문제도 함께 정리해야 한다.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수수료는 계약 체결 시점에 모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유지 기간에 따라 나눠 지급되는 경우가 많다. 회사가 자체 재원으로 일부 수수료를 먼저 지급했거나 정착 지원금·시상금 등을 지급했다면, 퇴사 시 이를 어떻게 정산할지를 두고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실제 보험업계에서는 설계사가 다른 GA로 옮기는 과정에서 기존 소속 회사가 계약 이관에 협조하지 않아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반복돼 왔다. 계약 이관 여부를 일률적으로 정한 법적 기준이 없는 만큼, 기존 GA가 계약을 내보내지 않겠다고 판단할 경우 설계사가 이를 일방적으로 요구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기존 GA 입장에서도 계약이 빠져나가면 향후 해당 계약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등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 설계사의 이직과 함께 기존 고객 계약까지 다른 회사로 넘어갈 경우, 회사가 관리하던 계약과 수익 기반을 함께 내주는 셈이어서 계약 이관에 소극적일 유인이 있다는 설명이다.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해도 실제 진행은 쉽지만은 않다. 계약의 관리만 넘겨주는지, 남은 수수료까지 함께 정산하는지, 기존에 지급된 지원금이나 시상금에 환수 조건이 붙는지 등에 따라 설계사가 체감하는 조건은 크게 달라진다. 인카다이렉트 측 관리자들은 이와 관련해 포괄양수도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지난 8월 김씨와의 카카오톡 대화에서 한 관리자는 “인카다이렉트 양수도 100% 된다”며 “W금융이 대표적이고, 개인이든 지점이든 자신들이 계속분을 받기 위해 안 한 거지 원하는 분들 다 해드렸다”고 말했다. 이들의 설명대로라면 포괄양수도가 이뤄지지 않은 사례는 회사가 이를 거부해서가 아니라, 설계사나 조직이 기존 계약에서 계속 발생하는 수수료를 받기 위해 스스로 계약 이관을 선택하지 않은 경우라는 취지다. ‘100% 가능’ 철석같은 약속 실제 이관까지 절차 수두룩 하지만 <일요시사>가 확인한 W금융 측 설명은 달랐다. W금융 대표는 DM(다이렉트 메시지)에서 “포괄양수도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전했다. “내가 과거 인카 측에서 해촉된 뒤 곧바로 포괄양수도를 받은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인카다이렉트 측 설명처럼 퇴사와 동시에 기존 계약과 관련 권리가 한꺼번에 넘어온 것이 아니라, 해촉 이후 약 3년이 지나서야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받았다는 것이다. 대표는 계약을 넘겨받는 과정에서도 별도의 조건이 뒤따랐다고 주장했다. 계약 이관 과정에서 근저당 설정 등의 부담이 있었고, 기존 계약에서 발생하는 유지 수수료 역시 충분히 정산받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계약 이관을 어디까지 ‘포괄양수도’로 볼 것인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퇴사 이후 기존 계약 일부 또는 전부가 다른 회사로 이관됐다고 하더라도, 영입 당시 약속한 조건에 따라 즉시 계약과 잔여 수수료 등이 함께 이전된 것인지,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별도의 협의와 조건을 거쳐 이관된 것인지는 성격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포괄양수도 사례로 W금융을 언급한 경위에 대해 당시 김씨와 대화를 나눴던 사업단 관리자에게도 확인을 요청했다. 해당 관리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회사에서 전해 들은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을 뿐”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자신이 포괄양수도 가능 여부나 과거 사례를 직접 확인해 안내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후 A씨는 인카다이렉트를 떠나 같은 인카금융서비스 내 다른 조직으로 소속을 옮겨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포괄양수도 약정과 실제 운영 방식에 대한 문제를 SNS에 제기했다. 해당 내용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자 인카다이렉트 측은 A씨의 게시물 등을 문제 삼았고, 결국 A씨는 ‘허위 사실 유포 및 회사 평판 리스크’ 등을 이유로 해촉 통보를 받은 상태다. 결국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설계사들에게 약정한 포괄양수도가 실제 100% 가능한 조건이었는지다. 또 본사의 방침과는 달리 ‘포괄양수도’에 대해 사업단이 자체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도 쟁점이다. 방침 따로 약정 따로 인카다이렉트 측은 현재 회사 내부 규정상 설계사 퇴사에 따른 타사 계약 이관과 잔여 수수료 등을 일괄 이전하는 포괄양수도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소비자가 직접 요청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개별 계약 이관을 허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산하 사업단에서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안내하거나 별도 약정을 체결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만약 그렇게 했다면 사업단에서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하며, 잘못된 안내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내부 조사와 필요시 제재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