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도 버린’ 대망신 잼버리 막전막후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3.08.14 11:11:58
  • 호수 144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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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게임’ 안 죽었으니 다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한국의 위기 대응 역량을 전 세계에 보여줄 수 있는 시점이다.” 지난 8일 기자회견에 나선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잼버리 조기 철수 사태에 대해 이같이 합리화했다. 한국의 병리 현상인 ‘빨리빨리 문화’를 초능력으로 미화한 셈이다. 군대 간 ‘방탄소년단(BTS)’이라도 무대에 투입할 기세다.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이 내놓은 타개책이다. 같은 당 박대출 의원은 IMF 외환위기 시절 금 모으기 정신으로 이겨내자고 했다. 예나 지금이나 영수증 처리는 국민 몫이다.

올해 전북 새만금서 열린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의 사업비는 1171억원. 이 중 천막으로 만든 샤워장과 수시로 막힌 화장실에 119억원을 썼다. 변기는 중고제품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마저도 턱없이 부족했다. 기본적인 생존권도 위협받았다. 진흙밭에 세운 텐트 등에 59억원이 투입됐다. 모기 밥상이 따로 없었다. 텐트 실내온도는 30도를 훌쩍 넘겼다.

국제행사 
역대 최악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대회는 세계스카우트연맹이 주최하는 가장 대표적인 행사다. 1920년 영국 런던서 선보인 이후 회원국 20곳을 돌며 4년마다 열린다. 올해 전북 부안 새만금서 열린 잼버리는 32년 만에 국내서 개최됐다. 강원도 고성서 열린 제17회(1991년)는 성공적인 대회로 꼽힌다. 

최근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을 봐도 부족함이 없다. 반면, 지난 1일 새만금 잼버리는 외교 문제로 번질 만큼 열악했다.

고성 잼버리를 경험했던 이들은 ‘숲과 매립지의 차이’를 꼽았다. 당시 참가자들은 나무 숲이 자리해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고 기억했다. 또 벌레 물림 등의 안전사고를 막고자 군부대와 함께 진료 부스도 운영해 안전을 지켰다.


올해 잼버리 개최지인 전북 부안 새만금은 원래 바다였다가 인공 매립을 통해 조성한 부지다. 매립 당시부터 농어촌 용지라 물 빠짐이 쉽지 않았다. 상·하수 배수관 시설이 없어 폭우 때는 수시로 잠겼다. 대회 개막을 2주 앞두고 전례 없는 폭우도 이어졌다. 이후 폭염이 시작돼 펄펄 끓는 진흙탕이 됐다.

문제는 개최지의 특성만이 아니다. 야영장의 화장실과 샤워장은 악취가 끊이지 않았다. 포세식 화장실은 막히기 일쑤였다. 휴지는 없고 변만 그대로 남아 있었다.

화장실 개수도 턱없이 부족했다. JTBC가 입수한 잼버리 사업계획서에는 여성 20명당 하나, 남성 30명당 하나를 설치하겠다고 했다. 실제로는 70%밖에 설치하지 않았다. 야영장에 이동식 화장실은 354개만 설치했다. 이는 121.5명당 1개꼴이다.

화장실 사용법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각자 언어와 생활환경이 다른데 이를 간과했다는 지적이다. 야영장을 청소했던 전북도청 공무원들에 따르면 ‘수직 낙하식’인 변기는 페달을 밟아 오물을 내려보내는 수세식이다. 이 변기는 페달을 힘차게 밟지 않을 경우 오물이 잘 내려가지 않는다. 

1171억 예산 보니…기초시설에 고작 50억
꽉 막힌 화장실과 뻥 뚫린 샤워실 ‘멘붕’

전북도 관계자는 “변기를 청소하고 작동시켜본 결과 세번 정도만 페달을 힘차게 밟으면 어지간한 오물은 모두 처리되는데 작동법을 제대로 몰라 혼란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물휴지를 변기에 버리거나 화장지를 많이 쓴 것도 원인으로 지적됐다. 막힌 변기를 직접 뚫어본 공무원은 “이물질을 빼내 보면 물휴지가 걸린 경우가 대부분이고 화장지를 너무 많이 몰아넣은 사례도 적지 않았다”고 전했다.


다음으로 민원이 발생한 것은 샤워시설이다. 당초 예산 계획대로라면 3700여개를 설치해야 했다. 10명당 1개씩 샤워장을 쓸 수 있었다. 실제 설치된 샤워장은 겨우 2200개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악취와 막힘으로 민원이 들끓었다. 외관은 천막으로 이루어져 바람 불면 내부가 훤히 보였다.

급기야 태국 남성이 여자 샤워실에 난입해 경찰까지 동원됐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3일 새벽 태국 남성 지도자 A씨는 여자 샤워실서 발견돼 적발됐다.  A씨를 발견한 피해자는 노랫소리가 들려 확인해보니 A씨가 샤워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최소한의 치안 대원조차 없었다는 증거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더워서 그랬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성적 목적을 두고 샤워실에 침입한 것은 아닌 것으로 봤다. 

열악한 화장실·샤워장 등 기초시설에 들어간 국고보조금만 51억원이다. 피 같은 세금을 쓰고도 화장실 위생 불량 등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정부도 조기 파행의 주된 원인이 기초시설 문제라고 봤다. 지난 8일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새만금서의 마지막 브리핑을 열고 “세계연맹서 제기한 가장 큰 문제는 위생 문제였던 것 같다”며 “화장실 위생이나 청결 문제 부분서 부족한 점이 있었던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혈세로 
돈잔치

영국 스카우트연맹 대표는 이번 잼버리 참가에 약 3500파운드(582만원)씩 지출했다. 나라별로 다르지만 1인당 최소 수백만원에 달하는 참가비를 지불했다. 그들이 마주한 건 곰팡이 핀 구운 달걀이었다. 지난 3일 <뉴시스>에 따르면 잼버리 현장에 공급된 구운 달걀 7개서 곰팡이가 발견됐다.

식약처는 해당 구운 달걀에 대해 제조 단계부터 유통 단계까지 조사했다. 최고기온이 38도를 육박하던 상황서 식음료 안전관리에 허점을 보인 것이다. 식약처는 곰팡이 핀 달걀이 지난달 제조돼 소비기한(10월)이 지나지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 다만, 유통 과정서 껍데기가 깨지며 곰팡이가 들어갔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실한 식단에 불만도 잇따랐다. 아침, 점심 식사에 빵과 과자 두 봉지, 식혜 한 캔만 제공됐다. 초코파이 같은 낱개 과자 2봉에 소시지, 음료수 한 캔만 나오기도 했다. 

내부 병원의 치료 실태도 지적받았다. 온열 질환을 호소한 대원들과 화상 입은 대원들은 치료를 받지 못했다. 직접 요리를 하다가 기름이 튀어 옷이 녹았음에도 약조차 발라주지 않았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의료 인력들은 인력과 물자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잼버리 대회 성인 자원봉사자는 “환자들이 막 밀어닥치니까, 환자들이 누울 공간은 없고, 병원 뒤편에 있는 리셉션 공간을 활용했다”며 “준비를 얼마나 안 했으면 이런 상황까지 왔을까”라고 토로했다.

1000억원이 넘는 예산 중 의료와 안전·소방 관련 예산 편성은 48억9000만원 수준에 그쳤다. 그 밖에 ▲의료시설 및 코로나 방역시설 등 28억원 ▲행사장 방역 및 해충기피제 8억7000만원 ▲CCTV 설치 및 차량차단시스템 4억8000만원 ▲안전시설 및 소방용품 3억원 ▲폭염 대비 물품 구입(소금, 물) 2억원 ▲과정 활동장 안전시설 및 전문안전요원 확보 1억9000만원 ▲종합상황실 운영 5000만원 등이다.


파행 국면은 영국이 철수를 통보하면서 시작됐다. 잼버리에 최대 인원을 보낸 영국은 지난 4일 잼버리 영지서 전격 철수를 결정했다. 

4000여명을 파견한 영국은 당시 자국 스카우트 대원들을 새만금 캠프서 호텔로 철수시킨다고 발표했다. BBC는 이날 “한국서 열리는 세계 잼버리 대회서 4000명 이상의 영국 스카우트 대원들이 폭염으로 호텔로 이동한다”고 보도했다.

끝나긴
했지만…

결국 주요 참가국들도 못 버티고 조기 퇴소했다. 지난 6일 미국의 루 폴슨 운영위원장은 “우리는 (평택 미군기지 내)캠프 험프리스로 돌아가는 것으로 돼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성인 자원봉사자 등을 포함해 총 1200여명을 파견하기로 돼있었다. 전날 0시 기준 참가 인원이 3만9304명인 점을 고려하면 전체의 15%가량이 퇴소를 결정한 셈이다.

조기 철수한 이유와 관련해 미국의 학부모가 화장실·샤워실 문제를 지적했다. 미국 대표단 학부모인 A씨는 지난 8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미국 스카우트는 청소년보호훈련이 엄청 기본 중에 기본으로 아주 중요시 여기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A씨는 “그런데 화장실 샤워실이 남녀 구분은 물론이고 어른 청소년 구분이 확실하게 돼야 되는데 여기서는 그게 안 돼있었다”며 “영내에 청소년 화장실 샤워실이 다 고장이 나거나 아니면 엉망이어서 사용 불가 상태서 아이들을 하는 수 없이 어른들이 사용하는 샤워실 화장실을 사용하게 했던 게 제일 큰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화장실·샤워실로 인한)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어서 철수 결정을 내리게 된 거라고(미국 대표단 측이) 말씀하셨고, 저도 4~5년 정도 스카우트를 시킨 부모기에 이 결정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A씨는 자신의 자녀 역시 온열질환으로 한 차례 쓰러졌다고 밝혔다. 그는 ”숨을 안 쉬는 상태서 앰뷸런스를 불렀는데 45분 동안 오지도 않았다"며 “회복된 저희 아이보다 더 중증 환자가 오면 침상서 내려와서 의자로 옮기고 의자에서 내려와서 바닥서 잤다. 결국엔 쫓겨나서 다른 데서 애가 잠을 잤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아울러 A씨는 잼버리 관련 소송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A씨는 “(잼버리 참여 비용 등)준비하는 돈까지 합치면 7000달러 가까이 된다”며 “(소송은)돈이 문제가 아니다. 잼버리를 망친 누군가에게 묻고 따지고 싶은 것”이라고 했다.

“책임 반드시 물어야 한다”
폐막 후 거센 후폭풍 불가피

새만금 잼버리의 조기 파행은 개최 3일 만에 이미 예견됐던 바 있다. 지난 4일 영국의 <가디언>은 “한국에 있는 스카우트 대원들은 다소 끔찍한 상황에 있다”고 보도했다. 스카우트의 종주국인 영국에 제대로 찍힌 셈이다.

한 영국 참가자는 “샤워하려고 한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화장지가 항상 있는 것도 아니고 비누는 아예 없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영국인 참가자 소피는 “너무 더워 행사가 중단됐다. 밤이 되니 갯지렁이가 나와 대원들이 모두 물렸다. 끔찍하다”고 말했다. 날씨 핑계로 돌리기엔 기본적인 시설조차 갖추지 못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1170여억원에 달하는 대회 예산이 혈세로 지출되는 데 불만을 쏟아냈다. 

정부와 전북도 등에 따르면 이번 잼버리에는 국비 302억원, 도비 409억원을 비롯한 지방비 419억원, 참가비 등 자체 수입 400억원, 옥외광고 49억원 등의 예산이 들어갔다. 이 가운데 무려 74%를 차지하는 869억원이 조직위 운영비로 잡혔다.

정치권에서는 잼버리 예산의 사용처가 의심된다며 조사 필요성을 제기했다.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은 지난 6일 SNS를 통해 “이번 대회가 끝난 후라도 1000억원이 넘는 예산은 어떻게 지출했는지 철저히 검증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여성가족부는 올 상반기 전북도에 잼버리 기반시설 설치 등의 목적으로 국고보조금 51억3600만원을 교부했다.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 마련에 21억7400만원, 화장실·샤워장·급수대 등 야영장 조성에 26억5250만원이 편성됐다. 이 밖에 야영안전센터·물놀이시설 등에 3억950만원이 교부됐다.

여가부는 보조금 지급을 전북도에 요청했다. 통지서에 교부 목적으로 ‘새만금 잼버리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사업 지원’을 꼽았다. 올해 새만금 잼버리는 조기 파행을 맞이하면서 혈세 낭비의 온상이 됐다.

태풍 ‘카눈’을 핑계 삼았으니 하늘에 감사해야 할지도 모른다. 지난 8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오전 9시경 대만 참가자를 태운 첫 버스가 출발한 이후 1014대 버스가 각 행선지로 순차 출발하고 있다”며 “대상 인원은 156개국 3만7000여명”이라고 밝혔다.

계산은 
이제부터

파행 수순을 밟으면서 스카우트 대원들은 대거 흩어졌다. 지역별로 ▲서울 숙소 17곳서 8개국 3133명 ▲경기 64곳서 88개국 1만3568명 ▲인천 8곳 27개국 3257명 ▲대전 6곳 2개국 1355명 ▲세종 3곳 2개국 716명 ▲충북 7곳 3개국 2710명 ▲충남 18곳 18개국 6274명 ▲전북 5곳 10개국 5541명이 체류했다.

잼버리 뒷수습은 사실상 이제부터다. 미흡한 준비와 운영 미숙으로 여당 내에서 장관 해임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지난 9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정부 최고위 관계자가 사과하고,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장관을 해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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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