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탈’ 털리는 전라도, 왜?

민주당 텃밭 뒤집고 수도권·인천 일군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여러 사안들이 맞물려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여전히 위기다. 극복할 길을 찾기는커녕 숨 쉴 구멍조차 보이지 않는 게 현실이다. 지지율도 점점 떨어진다. 이러다가 정말 위험한 코너에 몰리게 될지도 모른다. 돈봉투와 잼버리 사태가 맞물려 상황이 극악으로 치닫고 있다. 이대로 정말 괜찮을까?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텃밭인 호남이 여러 사안들로 시끄럽다. 돈봉투를 받았다고 특정된 의원들 명단 및 잼버리 사태가 불거진 탓이다. 검찰은 무소속 윤관석 의원 이외에 돈봉투를 받았다고 의심하는 민주당 의원들의 명단을 특정했다. 검찰에 따르면 민주당 김회재·김승남·김윤덕·이용빈 의원 및 무소속 김남국 의원이 돈봉투를 수수했다.

엎친 데 
덮쳤다

해당 의원들의 공통점은 무소속인 김 의원을 제외하고 대부분 호남 지역구를 둔 의원들이라는 점이다. 김회재 의원은 전남 여수시을, 김승남 의원은 전남 고흥군·보성군·장흥군·강진군, 김윤덕 의원은 전북 전주시갑, 이용빈 의원은 광주광역시가 지역구다. 이 밖에 몇몇 의원 역시 수도권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민주당 돈봉투 사태는 2021년 발생했지만, 아직까지 전체적인 규모와 세부적인 내용은 크게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전당대회에 출마한 송영길 전 대표를 당선시키기 위해 경선캠프 총괄인 윤관석·이성만 의원,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 당시 강래구 수자원공사 감사 등이 돈을 마련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다수 의원들에게 불법 자금을 건네 정치자금법과 정당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송 전 대표는 당시 프랑스서 기자회견을 열고 급거했다. 해당 사태로 당시 민주당 소속이었던 윤관석·이성만 의원은 자진 탈당했으며 송 전 대표 역시 같은 길을 걸었다.


국회 본회의서 윤·이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표결에 부쳐졌으나, 부결 처리됐다. 법원은 윤 의원에게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으나 이 의원에 대해선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했다.

돈봉투 사태는 민주당의 큰 리스크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이를 의식한 듯 당 지도부는 자세를 한껏 낮췄다. 이재명 대표도 머리를 숙였고, 박광온 원내대표 역시 상식대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현재까지 보도된 돈봉투 사태와 관련된 인물은 19명이다. 검찰은 이 중 10명이 2021년 4월28일에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실, 나머지 9명은 이튿날, 국회 의원회관서 돈봉투를 건네 받았다고 보고 있다. 사실상 시기와 날짜까지 특정된 셈이다.

돈봉투 사태는 사실상 혁신위원회 발족의 시발점이 되기도 했다. 이들 모두는 실명이 나왔고, 일각에서는 민주당 인물 중 최대 40명까지 연루돼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언급된 인물들은 단호하게 “아니다”라고 선을 긋고 있는 가운데, 고소·고발도 난무하고 있는 상황이다. 

‘돈봉투’ 실명 의원들 공통점 ‘호남’
지방선거 당시 민주 성향 후보 패배

김회재 의원은 실명을 보도한 기자들에 대해 서울중앙지검(반부패수사 제2부)에 허위 사실 적시로 인한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다른 의원들 역시 전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과 함께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이 같은 호남 지역구 의원들의 의혹은 민주당에 치명적인 리스크로 작용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사실상 호남은 민주당의 텃밭으로 최초 돈봉투 사태가 터졌을 때도 광주 및 호남서 10%p 가까이 하락하는 등 지지율이 주춤했다.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는 민주당에 큰 타격으로 작용했다. 지난 4월6일, 국회의원 재선거 때 이미 한 차례 경고음이 들려왔다. 당시 진보당 후보였던 강성희 의원이 무소속 임정엽 후보를 누르고 깃발을 꼽은 것이다. 앞으로도 돈봉투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의원들 명단이 공개된 만큼 민주당은 호남서의 입지가 흔들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탓에 호남 정가에서는 재창당 수준의 물갈이가 필요하다는 말까지 들린다. 

돈봉투 사태는 민주당에 위기 그 자체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은 3개월 만에 지지율 최저치를 찍었다. 연이은 악재들이 겹치면서 이대로는 총선서 승리를 장담하기도 힘들어졌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리스크에 반사이익이 생기는 반면, 민주당은 챙길 틈도 없이 하루 걸러 리스크가 터져나오면서 오히려 악재만 쌓이고 있다.

호남서 압도적으로 이기지 못할 경우, 이는 수도권 등 다른 지역까지도 연결된다. 현재 수도권에는 호남 출신의 국민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실제로 수도권에 거주 중인 호남향우회 회원 수는 전국서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불안한 점은 서울과 인천서의 지지율마저 밀리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미뤄볼 때 민주당의 호남권 사수가 어쩌면 쉽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게 문제다. 

위기 일발
비상 상황

국민의힘 입장에선 어차피 호남 승리가 힘들다면 민주당의 당선을 어렵게 만들자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점에서 민주당이 호남 민심을 되돌릴만한 묘수가 필요해진 상황이다.

이와 함께 세계잼버리 사태도 호남 민심에 찬물을 끼얹는 형국이 돼버렸다. 1차적으론 윤석열정부의 책임이 있기는 하지만 전북도지사의 책임론도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이번 잼버리 대회 개최로 한국의 국격이 떨어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잼버리는 4년에 한 번씩 열리는 세계적인 대회이자 국제행사로 전 세계 언론으로부터 집중 조명을 받았다. 특히 준비 미흡과 부실 운영 논란에 휩싸인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사태로 민주당은 예산과 관련한 부분서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김관영 전북도지사가 잼버리 집행위원장을 맡았던 탓이다.

이번 잼버리에 투여된 국가 예산은 1171억원 규모로 일본의 3배(380억원), 참가 인원은 4만명이 넘었다. 외형적으론 비약적 성장을 거뒀지만 대회 운영부터 시설 미비까지 입길에 올랐던 바 있다. 

잼버리 대회 중 온열환자들이 발생하는가 하면, 야영시설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대원들이 크고 작은 불편을 겪어야 했다. 결국 전 세계적으로 망신을 받았고, 잼버리 대회 본거지인 영국, 최다 인원이 참가했던 미국은 대원들을 조기 철수시켰다. 


새만금 간척지에 잼버리를 유치한 것 자체가 무리수였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도로와 공항 등 인프라 구축도 제대로 마련돼있지 않는 사업에 정부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해 잼버리를 활용했다는 점도 전북은 공격 대상이 됐다.

새만금은 그동안 잼버리 개최를 위한 장소로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던 곳이다. 문제는 예산의 사용처다. 1100억원이 넘는 예산 중 야영장에 사용된 예산은 11% 정도인데, 이 중 869억원(약 74%)은 조직위원회 운영비에 쓰인 것으로 확인됐다. 

난관 극복
묘수 필요

앞서 전북도 공무원들이 잼버리 준비 활동 명목으로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는 지적도 나왔다. 일부 언론 매체 보도에 따르면 전북도청 공무원 5명이 2018년에 잼버리 성공 개최 사례 조사를 위해 스위스와 이탈리아를 방문했다. 문제는 해당 국가들은 잼버리 개최 경험이 전무했다는 점이다. 

부안군에선 잼버리 개최지 홍보를 이유로 크루즈 여행까지 다녀온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부안군 예산으로 다녀왔다고는 하지만, 잼버리 대회와는 크게 관련이 없어 보이는 대목이다.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사태 수습을 위해 발 벗고 나서긴 했으나 예산 사용처가 속속 밝혀지면서 책임 회피는 불가피해 보인다. 


정치권서도 잼버리 대회 파행과 관련해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김 지사 역시 거센 책임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상황서 전북도는 도지사 표창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에 기름을 끼얹었다. 표창 명목은 “잼버리 성공 개최 준비를 위해 적극적으로 기여한 공무원에 대한 포상”인 것으로 확인됐다. 전북도 자치행정과가 신청서를 접수한 뒤 결격 사유가 없는 인원을 선발했다.

논란이 일자 김 지사는 “걱정을 끼친 점 굉장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문제는 그 이후로 정치권서 네 탓 공방이 펼쳐지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여당에서는 현 정부의 책임론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김 지사를 물고 늘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잼버리가 윤정부서 맡아 추진했음에도 예산과 관련된 부분은 민주당 소속인 도지사 측이 맡은 점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잼버리 사태로 흉흉한 민심
이대로라면 내년 총선 필패

국민의힘 지도부 한 인사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서 “전북서 최초 지방정부 주도의 국제적 행사라고 홍보해왔다”면서도 “지방서 국제 행사를 컨트롤하고 핸들링하는 역량이 있느냐는 여론이 형성돼있다”고 비판했다. 지방서 새는 예산을 잘 감시할 필요가 있다는 뜻으로 잼버리 사태로 지방자치의 권한을 확대하는 게 과연 옳은 것이냐는 의구심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읽힌다. 

현재 두 사안을 두고 호남 민심이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은 해당 지역서 4.5%p나 끌어올렸다. 대선 당시 최다 득표를 기록했던 이후 한동안 곤두박질치다가 최근 다시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한동안 우클릭을 통해 극우 프레임에 갇혔던 과거를 점차 벗어나는 모양새로 이른바 ‘서진 정책’이 어느 정도 통하고 있는 분위기다. 앞서 윤 대통령은 휴가 첫날에도 전북 군산을 찾았던 바 있는데 이로 인해 민주당의 돈봉투 및 잼버리 사태가 함께 맞물린다면 민주당에게는 더욱 큰 타격이 가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윤정부는 김 지사에게는 아무런 책임도 묻지 않았다. 또 역대 민주당 도지사 중 직접 윤 대통령이 만남을 가졌던 도지사는 김 지사가 유일했다. 정치권에서는 야권 인사들 중 윤 대통령이 김 지사를 신뢰하는 인물로 분류한다. 관계 역시 크게 불편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앞으로다. 점차 전북도지사 책임론서 호남의 책임론, 심지어 민주당의 책임론으로까지 확전될 수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 내부서도 자신들에게까지 불똥이 튈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김현숙(여성가족부)·이상민(행정안전부) 등 현 정부 장관 책임론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지만, 쉽지만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비 사용과 관련한 책임론이 여전히 김 지사를 가리키고 있기 때문이다.

미워도 
다시 한번?

국민의힘 박대출 의원은 “잼버리 사태에 대한 책임은 행사를 주관한 전북도에 있다. 중앙정부는 지방정부가 잘한다고 생각해 예산을 아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도 “민주당이 여러 사태들로 인해 호남서 쉽지 않을 수 있다”며 “호남서 패배할 일은 없지만 어려운 상황을 맞이할 수는 있다. 이는 곧 총선서 전국 패배로 이어질 수 있다. 하루 빨리 여러 리스크들을 정리하고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잼버리 후폭풍 윤석열정부 책임은?

야권서 윤석열정부를 향해 연일 공격을 쏟아붓고 있는 가운데, 여권에선 “죄송하다”면서도 전 정부의 책임으로 몰아가는 분위기다. 

현재까지 현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말할 때 언급되는 인물은 크게 2명으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다.

이 장관은 또다시 민주당의 타깃이 됐다.

잼버리 공동조직위원장인 이 장관에 대한 책임 추궁 필요성을 주장하고 나서면서다. 

또다시 이 장관의 책임론이 불거지게 되면서 위기가 찾아왔다.

앞서 국무위원 최초로 탄핵 심판까지 받았던 그다.

극적으로 살아돌아왔지만, 이번 마저 책임론이 가해진다면 앞으로의 행보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 

책임론이 가해지는 또 다른 인물은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당시 잼버리와 관련된 질의에서 “대책을 다 세워놓았다”며 자신 있는 태도를 보였다. 

점차 사태가 커지자 “처음에 준비 부족이 있었던 건 맞다”고 인정했다.

논란은 예정돼있던 브리핑이 10분 전 급하게 취소되면서 다시 논란을 낳았는데, 이유조차 제대로 밝히지 않았다.

김 장관의 거듭된 입길로 현재 여권에선 하는 수 없이 여성가족부 폐지를 꺼내들고 있다.

정부는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여러 대응책 마련을 고심 중이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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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