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이 가는 정치 종점

양평선 타고 대선까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일명 ‘양평 카르텔’로 불리는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을 두고 진실 공방에 불이 붙었다. 차기 대권주자로서 입지를 넓히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원 장관은 지난 대선 경선 이후 윤석열 대통령 선거캠프서 정책본부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꼿꼿하게 중심을 잡은 원 장관이 내년 대선후보에 다시 이름을 올릴 수 있을까?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을 두고 정치권의 설왕설래가 끊이질 않는다. 해당 사업은 경기도 하남시 감일동서 출발해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을 종점으로 하는 고속도로 신설이 목표였다. 10년 가까이 진행되던 이 사업은 2021년 4월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한 뒤 본격 추진을 앞두고 있었다. 그러던 중 5월8일 고속도로 종점이 양서면서 양평군 강상면으로 바뀌었다. 

출구 없는 터널

우연일까? 틀어진 종점 인근에는 김건희 여사와 그 일가가 보유한 토지가 있었다. 이날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종점을 강상면으로 변경한 노선이 담긴 ‘서울-양평 고속국도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 항목 등의 결정 내용’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요점은 현지 여건과 환경영향 등을 고려했을 때 변경안이 기존안보다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국토부 주장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해찬 전 대표는 지난달 16일, 당원 행사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 처가가 땅 투기한 곳으로 고속도로 노선이 변경됐고 이들이 부당한 이득을 취하게 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지난해 5월 윤 대통령이 취임하고 같은 해 6월 지방선거서 여당인 국민의힘 전진선 후보가 양평군수로 당선되자 고속도로 종점 역시 방향을 틀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를 시작으로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은 김 여사 일가가 연루된 ‘양평 카르텔’이라는 꼬리표를 달았다. 민주당은 고속도로 노선 변경 과정서 청탁과 압박이 있었는지 조사해야 하고 그 시점과 이유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실로 향하는 화살을 막아낸 것은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었다. 원 장관은 양평 카르텔은 민주당의 거짓과 선동에 불과하다며 방패를 세웠다. 원 장관의 목소리가 커지자 민주당도 “원 장관이 2019년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사업 발표 때부터 유지된 노선을 윤 대통령 처가에 특혜를 주기 위해 변경함으로써 권한을 남용했다”며 맞불을 놨다.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자 원 장관은 지난 6일, 돌연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 백지화를 선언했다. 김 여사의 땅을 옮기지 않는 한 민주당의 ‘날파리 선동’이 계속되는 만큼 국토부가 그 원인을 제거하겠다는 설명이었다.

백지화 선언 뒤 번복?
커지는 장관님 목소리

원 장관은 “청탁 압력 사실이 있다면 장관직뿐만 아니라 정치 생명을 걸겠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민주당을 향해서는 “간판을 걸고 붙어보자”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자충수를 둘 여지도 주지 않은 채 판을 엎어버린 셈이다.

이로써 10년간 진행돼왔던 사업이 한순간에 붕 떴다. 10여년 넘게 고속도로가 뚫리길 염원하던 양평군민들은 민주당과 국토부를 향해 “해당 사업을 정쟁의 도구로 사용하지 말아달라”며 “사업을 백지화할 게 아닌 군민들이 가장 원하는 지역에 이익이 되는 쪽으로 종점을 정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백지화 선언으로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국토부는 17일 만에 “서울양평고속도로가 하루속히 정쟁의 대상서 벗어나 정상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다시 입장을 번복했다. 원 장관 역시 자신의 SNS를 통해 “백지화 선언 당시 ‘거짓 선동과 괴담 유포 행위가 멈춘다면 언제든 사업을 정상 추진할 수 있다’고 밝힌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사과만 이뤄진다면 언제든지 사업을 재추진할 의향이 있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민주당은 1조8000억원짜리 사업을 한순간에 백지화시킨 것은 권력남용이며 국민에게 사과해야 할 중대 사안이라고 되받아쳤다. 그 누구도 고개를 숙일 생각은 하지 않은 채 언성만 높아지는 형국이다.

원 장관의 행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모든 게 차기 대선주자로 나서기 위한 시나리오라고 해석했다. 논란이 발생하면 당사자가 침묵을 지키거나 수동적 해명에 나서는 게 일반적인데, 오히려 원 장관은 공세적으로 나오고 있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원 장관은 국민의힘 내에서 소장파로 꼽히는 인물이지만 합리적인 이미지만 추구한 나머지 뚜렷한 존재감을 보이지 못해 압박감을 느꼈을 것이라는 해석도 존재한다. 보수층의 탄탄한 지지를 통해 정치적 기반을 다지는 중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 한판 붙자”
몸집 키우기 나서

원 장관이 입을 열수록 야당은 비난을, 보수층은 환호하는 모양새다. 백지화 선언 이후 보수 지지자들이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화환 60여개가 세종시 국토교통부 청사 앞에 놓이기도 했다. 화물연대 파업과 ‘건폭’을 향해 칼을 갈던 그에게 있어 백지화 선언은 본격 ‘강경 보수’ 이미지를 구축하는 활로가 된 셈이다.

원 장관이 민주당을 거론하면서 “한판 붙자”고 한 것 역시 차기 대선주자로서 몸집을 키우려는 정치적 발언이란 해석이 제기됐다. 한 정치권 관계자도 “사업 백지화 뒤집기는 국회 모두가 공공연하게 알고 있던 사실”이라며 “보수 민심을 잡기 위해 무리해서라도 몸집 부풀리기에 나선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의 눈길을 받는 데는 성공했지만 민심을 고루 얻기에는 부족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사업 백지화는 직권남용은 물론 국민을 우롱하는 행동이라는 것이다. 정치적 주가를 높이는 일에만 앞장선 나머지 책임 행정으로 풀어야 할 문제를 퍼포먼스로 무마했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진실 공방과 정치적 해석이 난무하는 가운데 지난 2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서 열린 현안 질의를 두고 원 장관을 포함한 여야가 마주 앉았다. 이날 현안 질의는 시작부터 ‘괴담 정치’ ‘국민 우롱’을 둘러싼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원 장관은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을 거짓 선동으로 몰고 있는 민주당 전·현직 대표의 사과가 우선시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국민에게 심려를 끼치고 사업을 중단시킨 것은 민주당의 괴담이 자초했다는 주장이었다. 반면 민주당은 국토부의 부실한 자료 제출을 질타하며 원 장관의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면서 고속도로 사업 중단을 민주당 탓으로 돌리는 자세를 일관한다면 국정조사는 불가피하다는 입장도 내놨다.


분명한 목적지

이날 양측은 ‘사과’에 목맨 채 언성만 높였다. 원 장관은 “지금이라도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고속도로 사업 정상 추진 여부는 바로 결정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종점이 강상면으로 변경된 타당한 이유를 제시하라는 민주당의 입장 역시 꺾일 기미가 없었다. 결국 민주당은 지난 27일,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이렇듯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이 무사히 첫 삽을 뜰 수 있을지 섣불리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번 사태서 고속도로는 사라지고 ‘원희룡’이라는 세 글자만 남는 건 아닌지 양평군민들의 속만 타들어가는 모양새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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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