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객전도?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 등 솔루션 프로 단상

하정훈 원장 “소수 얘긴데 다수가 세뇌되는 것”
누리꾼들 “극단적·자극적 소재 불편” 폐지론도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지난 18일, 서울 서이초교 20대 여교사의 극단적 선택으로 “교권이 붕괴됐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채널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 등 솔루션 육아 프로그램으로 불똥이 튀는 모양새다.

서이초 교사의 사망 사건이 발생하기 불과 나흘 전이었던 지난 14일, 오은영 박사는 <금쪽같은 내 새끼> 말미에 작금의 교권 위기에 대해 언급하면서 “안쓰럽다”고 위로했다. 이날 방송엔 학급 친구들은 물론, 담임교사와 교감에게까지 폭언을 일삼는 금쪽이에 대한 솔루션이 소개됐다.

초등학교 2학년의 금쪽이로 인해 담임교사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날 오은영 박사는 학부모들에게 교사들에 대한 지지와 신뢰를 당부했는데 되려 그의 훈육법에 찬반 논란이 불거졌다. 그러면서 기다렸다는 듯 그의 소셜미디어엔 “이제 TV에 그만 나오셔라. 교권 추락에 한몫 하셨다” 등 책임을 묻는 비판 댓글이 쏟아졌다. 

지난 26일에는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오은영 박사가 학부모들 여럿을 망친 것 같다’는 제목의 글이 게재되면서 논쟁이 일기도 했다. 글 작성자는 “체벌 없이 오냐 오냐 받아주고, 남 불편하게 하고 피해 주는 일까지도 존중해주고 공감하니 아이들 버릇이 없어지는 것”이라며 오 박사에게 책임을 돌렸다.

같은 날,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도 ‘다른 육아 전문가가 본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 방송’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안 그래도 낮은 출산율이 국가적 문제가 되는 상황서 멀쩡하고 정상적인 아이들의 육아를 보여줘 쉽고 재미있다는 걸 알려줘도 모자랄 판”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글 작성자 A씨는 “맨날 말썽부리고 정신병원 가는 아이들만 보여주니 누가 애를 낳으려고 하겠느냐?”며 “평범하고 일상적인 육아 방송은 없고 <아빠 어디가> <슈퍼맨이돌아왔다>처럼 비현실적이거나 금쪽이처럼 자극적이거나 그저 시청률에만 집착해서 극단적으로 방송해대고 있다”고 비판했다.

해당 글에는 “아이들 나오는 프로그램 자체를 보지 않는다. 부모가 오은영 솔루션을 볼 필요 없이 상식선에서만 키워도 다들 잘 자란다. 일부 안 되는 애들만 정신의학과 상담치료 받으면 된다” “금쪽이도 그렇고 연예, 결혼 등 예능프로그램이나 방송들도 그렇고 자극적이고 극단적으로만 보여주니 아이를 낳는 건 둘째 치고 결혼이나 하겠느냐?” 등 솔루션 프로그램에 대한 지적 댓글이 잇따랐다.

한 회원은 “오은영은 요즘 광고도 많이 나오던데…현실에 가까워야 할 내용의 방송이건만, 너무 설정이 들어가 있고 자기들끼리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 두어 번 보고 바로 채널을 돌렸다”고 말했다.

다른 회원은 “저런 프로그램을 만드는 이유는 정상적이지 않는 아이들과 어른들이 점점 많아지기 때문이고, 반려견 프로그램이 많아진 이유도 관리가 되지 않는 비정상적인 반려견과 반려견 주인이 많아지기 때문”이라며 “더 늦기 전에 육아 방법을 배워야 한다. 단순히 자꾸 보면 아이 낳기를 무서워한다는 게 아니라, 자꾸 보여줘 그렇게 해선 안 된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과연 사나운 개를 보여준다고 반려견 인구가 줄어들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반면 “똑같은 상황이 아니더라도 도움이 되는 부분도 많은 게 사실이다” “육아가 힘든 건 다 아는 사실이고 솔직히 아이 키워본 사람들은 쉽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 “오은영 박사가 가르치는 것은 아이가 문제가 아닌, 부모가 문제라는 것이다. 이걸 소아과 전문의가 저런 식으로 평가해선 안 될 것 같다” “저 선생님, 말씀도 잘하시고 현실적인 조언을 많이 해주셔서 육아에 도움이 된다” 등 옹호 댓글도 달렸다.

또 자극적인 콘텐츠와 주제, 설정으로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한쪽으로 특화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한 회원은 “진짜 문제다. 방송 시청률만 올리기 위해 자극적이고 사회에 소수가 겪고 있는 문제만 부각시킨다. 이혼, 좀 특이한 육아 문제, 아이 안 낳고 개와 고양이만 키운다”고 지적했다.

다른 회원들은 “볼 때마다 짜증이 난다. 안 본지 오래됐는데 그냥 폐지가 답” “극 공감한다. 방송이 사람들을 다 망쳐놓고 있다. 채널이 많아지면서 다양한 볼거리가 생겨야 하는데 자극적인 내용들만 난무하고 있다” “진심 폐지해야 한다. 치료할 아이들 데리고 장사하는 거 아니냐” “돈과 시청률에 미친 방송 관계자들의 합작품” 등 폐지론을 언급하기도 했다.

실제로 해당 프로는 이른바 ‘황금 시간대’인 매주 금요일 오후 9시30분에 방송되고 있다. 0세부터 100세까지 다양한 고민을 함께 풀어보는 오은영 박사의 전 국민 멘털 케어 프로그램을 지향한다. 방송 취지는 ‘멘털 케어’라고 밝혔지만, 정작 솔루션 대상인 아이들의 욕설이나 폭행 등 자극적인 장면들이 주를 이루면서 문제 해결이 아닌 시청률에 매몰돼 주객이 전도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서천석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도 지난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신과 의사라면 노력해도 바꾸기 어려운 아이가 있고, 상당수는 장기간의 노력이 필요하며, 이런 노력에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안다는 그런 진실을 말해야 하는데도 프로그램은 흥행 내지 권위를 위해 의도적인 건지, 아니면 은연중에 그러는지 환상을 유지하려 든다”고 지적했다.

한 회원은 “결혼, 연애 방송만 봐도 어차피 방송용이고 각본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현실성이 떨어져 보지 않는다. 육아프로그램도 마찬가지고, 저분(하 원장) 말씀이 지극히 맞는 말”이라며 “저러니 아이도 안 낳으려고 하고 결혼도 안 하려고 하는 것이다. 세뇌시킨다는 말이 딱 맞는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소아과 전문의 하정훈 원장은 유튜브 채널 ‘IMtv 아이엠티비’에 ‘요즘 육아 컨텐츠가 대세인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문제가 있는 애들을 위한 건 정말 필요하다”면서도 “문제가 뭐냐면 일반인들이 자꾸 질병있는 아이들을 보게 되면 ‘육아가 힘들다’고 생각하게 된다”고 답했다.

하 원장은 “요즘 엄마들에게 물어보면 육아가 쉽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쉽고 재밌게 키우는 걸 보여줘야 하는데 지금 너무 어려운 것만 계속해서 방송에 나오고 있다”며 “이건 환자를 위한 소수의 이야기인데 마치 다수처럼 돼서 ‘세뇌가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은영 박사의 육아와 다른 점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우리는 정상 아이들의 육아법이(필요하다)라는 것이다. 정상 아이들의 육아법은 다르다”며 “정상 아이들을 키우는 분야를 다루는 게 소아과로 문제 있는 아이들은 또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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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