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는 ‘친박’ 3인의 마이웨이

“TK, 우리가 접수한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과거 권력의 정점들이 다시 돌아왔다. 지난해 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면 복권되며 그 중심으로 친박(친 박근혜)이 부활을 꿈꾸고 있는 듯 보인다. 현재 보수세력은 같은 이름 아래 여러 조직으로 나뉘어져 있다. 속속 돌아오는 ‘진박’(진짜 친박) 세력은 국민의힘의 아군일까? 적일까?

원조 친박 세력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한동안 잠잠했던 이들이 물밑서 활발한 활동 재개를 시사하거나, 실제로 활동하고 있다. 내년에 총선이 열린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미리 세력을 다지기 위함이라고 풀이된다. 당 내에선 ‘과연 되겠느냐?’는 반응이 주를 이루지만, 실제로는 불안감이 감도는 분위기다. 일단 부정적 기류가 흐른다.

기지개 켜는
진박 세력들

국민의힘은 각종 설화를 진화하는 데 체력 소모를 겪었다. 이런 상황서 원조 친박의 등장으로 다시 당이 혼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최근 움직이기 시작한 대표적인 친박 인물은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최경환 전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박근혜정부 당시 실세 중 실세로 불렸던 이들이다. 

이들은 친박의 시작과 몰락 지점에 함께 서 있었다. 주요 인물들이 대거 사면 혹은 복권되면서 다시 기지개를 켜는 모양새다. 우 전 수석은 과거 국정 농단 사태 당시 주범으로 꼽혔던 인물로 국가정보원을 통해 공직자 등을 불법 사찰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징역 1년을 확정받았다. 

우 전 수석은 권력의 최정점에 서 있었다. 이른바 우병우 사단을 통해 박근혜정부서 막강한 권한을 행사했다는 점은 익히 잘 알려져 있다. 사적·업무적으로 긴밀한 인연을 맺은 의혹을 받는 검사들을 통해서다. 


그러던 그가 지난해 특별사면 복권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다시 돌아온 우 전 수석은 변호사 등록부터 서둘렀다. 국정 농단 당시에도 ‘변호사직’을 끝까지 지키려 했었던 그는 최근 서울 서초구에 변호사 우병우법률사무소를 열고 활동을 재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우 전 수석이 고향 경북 영주에 출마한다는 말이 거론되기도 했다.

우 전 수석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출마설에 대해 “나라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고 언급했던 바 있다. 사실상 출마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은 셈이다. 

영주는 보수 텃밭으로 공천 경쟁이 치열한 지역이다. 장윤석 전 의원을 제외하고 보수당 내 인사가 3선 이상을 지낸 적이 없는 지역이면서 ‘보수 인사가 출마할 경우, 무조건 당선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현직 국민의힘 소속인 박형수 의원의 지역구로 그는 친윤(친 윤석열)계로 분류되는 인사다. 

박 의원은 비록 초선이지만 당시 무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했던 3선 출신 장 전 의원을 이겼다. 만약 우 전 수석이 자신의 고향에 출마할 경우, 친윤과 친박의 대립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하지만, 우 전 수석이 국민의힘 공천을 받을 수 있는 확률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가 그다지 좋지 않은 편인 데다 당내 지지기반 역시 크지 않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국정 농단 사태 당시 수사를 지휘했던 인물 중 한 명이기도 했다.

현재 국민의힘의 ‘주류’ 세력은 과거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찬성했던 이들이 대부분이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우 전 수석에게 공천권을 줄 리가 없다. 다만 공천만 거머쥔다면 박근혜 전 대통령을 등에 업으면서 적지 않은 변수가 될 수도 있다. 

박정부 실세들의 물밑 행보 시작
공천 가능성 낮아도 파급력 있어


만에 하나 박 전 대통령이 우 전 수석에 대한 지지 표명 입장을 보일 경우, 하나의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도 정치적 활동을 재개했던 바 있다. 앞서 대구 달서구로 향한 뒤,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유영하 변호사를 지지하는 메시지를 던지자 단숨에 선호도 2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우 전 수석은 박 전 대통령의 아이콘과 같은 인물이다. 과거의 인사라고 해서 국민의힘이 애써 무시하려 해도 쉽사리 묵과할 수 없는 존재인 셈이다. 

우 전 수석에 이어 안 전 수석도 움직이는 모습이다. 지난 21일, 그는 자신이 설립한 정책평가연구원의 출범 1주년을 맞아 서울 코엑스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해당 연구원은 국가 정책평가를 전문으로 하는 곳으로 복지, 조세, 노동 등의 행사를 평가하는 행사다. 눈에 띄는 지점은 해당 심포지엄에 참석한 인사들이다.

이날 심포지엄엔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 이원재 국토교통부 1차관, 조동철 KDI원장 등 현직 장관들이 토론자로 나섰다. 전직 장·차관들의 이름도 눈에 띄었다.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김경환 전 국토교통부 1차관 등 박근혜정부서 중용된 이들이 대부분이었으며 후원금 액수도 2000만원서 1억원까지 상당했다.

정치권에선 의도가 있는 행사였다는 해석이 나온 가운데, 일각에선 박근혜정부의 세력을 다시 모으기 위한 자리가 아니었느냐는 분석도 나왔다. 

안 전 수석 역시 권력의 정점에 서 있던 인사 중 한 명이다. 박근혜정부 청와대서 임명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경제수석을 거쳐 정책조정수석까지 발탁됐다. 괜찮은 경제학자로도 불리며 정치인 박근혜의 경제 가정교사 역할까지 도맡기도 했다. 

보수 텃밭
공천 경쟁

보수 성향이었으나 진보와도 말이 잘 통하는 사람으로 유명했으며,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 프로젝트에 참석해 결과를 이끌어냈던 재정·복지 분야 전문가였다. 

<일요시사>와 통화한 박근혜정부에 몸담았던 전 고위직 관계자 역시 그를 ‘전문가’로 칭했다. 이 관계자는 안 전 수석에 대해 “대통령에게는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았던 사람 중 한 명”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그에게도 문제가 있었다. 박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범행 상당수에 수족 역할을 한 부분이다. 특히 재판 증거가 됐던 업무수첩에 청와대 회의 내용이 기록돼있어 마지막 사관으로도 불렸다. 

이런 중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씨와 공모해 대기업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을 내라며 압력을 가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고, 김모 원장 부부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추가 기소된 바 있다. 그에게 적용된 죄목은 직권남용과 강요죄, 강요미수, 증거인멸 등 4가지다. 

최씨, 박 전 대통령, 안 전 수석까지 이어지는 공모관계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우 전 수석과 마찬가지로 안 전 수석은 국정 농단의 핵심인물로 지목되면서 징역 4년 및 6000만원 벌금형이 선고됐으나 지난해 사면 대상엔 포함되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죄질이 좋지 않다는 판단이 깔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안 전 수석 역시 국민의힘 공천을 받기는 힘들어 보인다.

그러나 고향이 대구로 TK(대구·경북)서의 파급력을 무시할 수 없다. 현재 국민의힘서 대구에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물갈이돼야 한다는 주장은 여러 차례 제기됐다. 이런 탓에 국민의힘 현역의원들 사이에선 불안감이 가득한 상황이다. 

김기현 대표가 “검사 공천은 없을 것이고, 물갈이는 괴담”이라고 언급했지만, 당내에서는 여전히 공천을 두고 신경전이 날카로운 게 사실이다. 안 전 수석 출마 시 고향인 TK가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게 중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역 지지층
기반 다지기

최 전 장관은 친박 세력을 묶는 핵심 축이다. 서청원 전 의원보다 친박계 입문이 훨씬 빨랐던 원조 격 친박 인사로 ‘박근혜의 남자’로도 불린다. 

2005년 초부터 친박에 몸담아왔고, 그 역시 경제전문가로 박 전 대통령의 과외교사를 자처하고 나선 바 있다. 본래 이회창 전 총리 밑에서 일하며 2004년, 고향인 경북 경산·청도서 한나라당 후보로 공천받아 당당하게 정계 입문에 성공했다. 


이후 2007년 대선 기간 당내 후보 경선 당시 박근혜캠프서 상황실장을 맡으면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이후 2012년에는 박 전 대통령 후보 시절 비서실장을 맡으며 대선 승리에 기여한 후로 줄곧 탄탄대로를 걸었다. 그 어렵다는 보수 텃밭서 4선을 지냈고, 박근혜정부에서는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까지 역임했다. 

20대 총선서도 ‘진박(진짜 친박) 감별사’로 활동하며 권력의 정점에 있음을 과시했다. 대구와 경북을 순회하면서 박 전 대통령이 퇴임 후에도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했고, 진박을 영남서 당선시켰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그러나 이때부터 공천 파동과 친박의 득세가 역풍을 맞으면서 서서히 몰락이 시작됐다. 사실상 2인자로 불렸던 최 전 장관은 특활비 수수 의혹이 발목을 잡았다. 당시 그는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의원으로 있으면서 예산 편성을 좌우하는 위치에 있었다. 

국정원 예산을 챙겨주는 대가로 특활비를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나왔다. 당시는 야권이 국정원 댓글 사건을 문제 삼아 예산 배정 문제를 띄우던 시기였다. 결국 징역 5년을 선고받고 옥살이하던 중 지난해 연말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됐다.

그런 그에게 최근 출마설이 제기됐다. 유력 지역구는 고향인 경북 경산이다.

보수 조직 분열 본격 다가올 수도
박 전 대통령 움직이면 세력 커져

이미 해당 지역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인물인 만큼 자연스레 공천권을 받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해당 지역구는 윤두현 의원이 자리 잡고 있는데, 당내 경쟁자로는 한무경 의원(비례)이 거론된다. 

전 장관 역시 공천권 보장이 어려울 수도 있으나 박 전 대통령의 신뢰를 두텁게 받아온 인물인 만큼 박근혜정부 전 고위직 관계자들도 친박이 다시 뭉칠 수 있는 계기로 보고 있다.

이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의 사상을 염두에 두고 이들이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며 공천 가능성에 대해선 “정치는 생물로 공천을 주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불만과 긴장 목소리가 동시에 나온다. 친박, 진박, 탈박(탈 박근혜) 등 다른 계파 인사들도 튀어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총선에 대거 참전할 수 있다는 말들도 있다. 제3지대 열풍이 부는 마당서 계파의 출현은 국민의힘에게 악재일 수밖에 없다. 

열풍이 크지 않을 수 있지만, 총선서 공공의 적은 늘 ‘여당’이었다. 이미 당내 공천의 방향성을 두고 일부 구성원들로부터 벌써부터 불만이 터져 나오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친박까지 참전하게 된다면 당내 혼란은 불보듯 뻔해진다. 박 전 대통령도 정치적 행보를 하나둘 이어나가고 있다. 특정 인사를 응원하거나 메시지를 던질 경우, 그에 따른 파급력을 무시하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칫 보수의 분열을 야기시킬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앞서 국민의힘 전당대회서 김 대표는 절반을 겨우 넘기는 지지율로 당선됐다. 다시 말해 절반이 김 대표를 지지했지만, 절반에 가까운 이들은 그를 지지하지 않았다는 소리다. 

또 세 인물이 노릴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구는 모두 TK다. 수도권 등 여타 지역에서는 이들이 나와도 힘을 쓰기 어렵지만, TK는 사정이 다르다. 무소속이라도 인지도 높은 보수 정치인이면 훨씬 유리해지는 구도다. 

세 인물이 중심이 돼 신당을 창당하는 경우도 고려해야 한다. 보수세력의 분열을 낳을 수 있기 떄문이다. 그러나 이런 점을 계산해 국민의힘 소속으로 출마할 경우 악재가 생길 수 있다. 여전한 ‘탄핵의 강’을 건널 수 있느냐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또 다음 총선에 세 인물이 나서는 경우 ‘경제 카드’를 꺼내들 것으로 보인다. 현재 윤석열 대통령의 경제 행보를 두고 역대 보수정권은 이렇지 않았다는 평가가 보수권 내에서도 나오는 탓이다. 

신당 창당
가능성도

한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당원이 아니라 개개인이 내는 메시지를 차단할 수는 없다. 아직까지 지도부 차원서 논의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우리 당과 연결지어 이야기하는 건 앞서 나가는 것 같다. 정확히 어떤 계획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지켜봐야 한다”고 부연했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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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