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한국 전시산업 세계화 앞장서길

  •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
  • 등록 2023.06.19 15:50:57
  • 호수 1432호
  • 댓글 8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13일 광주비엔날레 전시 행사장을 방문했다. 김건희 여사는 “광주비엔날레가 지역과 세대를 넘어 온 국민과 세계인이 하나 될 수 있는 세계적인 미술 축제로 거듭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사실 김건희 여사는 지난 3월31일 강기정 광주시장으로부터 아시아 최대 현대미술 전시 행사인 광주비엔날레(4월7일~7월9일)에 공식 초청받았다. 당시 대통령실은 전시 기획자 출신인 김건희 여사가 그동안 영부인으로 활동하며 문화·예술 분야에 각별한 관심을 보였던 터라 “강 시장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광주전남촛불행동’이 김건희 여사의 광주 방문을 반대하자, 곧바로 김건희 여사의 광주비엔날레 방문 검토를 접었다. 그런데 김건희 여사의 강한 의지로 초청받은 지 74일 만에 광주행이 성사된 것이다. 이는 김건희 여사가 지난달 ‘한국방문의해위원회’ 명예위원장으로 추대된 뒤 두 번째 지역 행보이기도 하다. 

이명박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도 2009년 ‘한식세계화추진단’이 발족됐을 때 초청받았다. 그러나 당시 주변에서는 고 노무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의 사법 리스크가 이슈화된 상황이어서 김윤옥 여사의 참여를 반대했다.

그런데 반대 주장의 결이 김건희 여사와 다르긴 하지만 김윤옥 여사는 주변의 반대를 물리치고 초청에 응해 명예회장까지 맡았다. 

그 후 한식세계화추진단은 김윤옥 여사의 관심 속에 2010년 농식품부 산하 비영리재단법인 ‘한식재단’으로 공식 출범했고, 김윤옥 여사는 세계 심포지엄에 참석해 “한식 세계화를 위해 식품산업이 발전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윤옥 여사가 한식 세계화에 관심을 갖자 가장 먼저 움직인 곳은 방송국이었다. 2008년까지만 해도 의학드라마가 우리 안방을 휩쓸었는데 2009년부턴 식품 관련 드라마가 안방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처음엔 드라마서 식품이 주제가 아닌 하나의 배경으로 식당이나 요리사의 등장이 고작이었다.

<개성명가> <델리슈> <진성식품> <퀸즈푸드> 등이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그 후로 식품이 주제인 <제빵왕 김탁구> 같은 시청률 1위의 식품 드라마가 우리 안방을 강타했고, 이어 <대장금> <내이름은김삼순> <파스타> <신들의만찬> 등 식품이 주제인 드라마가 우리 안방을 점령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식품 드라마는 동남아를 뛰어 넘어 전 세계에 보급되면서 한식이 전 세계에 알려졌다. 

당시는 이명박정부가 2008년 정연주 KBS 사장을 해임했고, 대통령 측근인 구본홍 YTN 사장을 임명했다. 2009년엔 MBC <PD수첩> 제작진에 대한 검찰 수사·기소를 강행했고,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의 종합편성채널 출범을 가능케 한 미디어법을 통과시켜 방송국 길들이기를 하고 있을 때였으니 그럴 만도 했다. 

아무튼 한국의 식품산업은 식품 드라마와 함께 이명박정부 5년간 눈부신 발전을 했다. 이 모든 건 김윤옥 여사가 주변의 만류에도 적극적인 행보를 통해 마중물 역할을 했고, 방송서 식품 드라마 붐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당시 방송국에 영향력을 행사했던 청와대 참모는 이동관 홍보수석이었다. 

최근 윤 대통령이 신임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보를 내정했다. 이에 야당은 이동관 특보가 이명박정부서 ‘방송 장악’을 실행에 옮긴 장본인이라며 방송의 자유와 공공성과는 거리가 먼 이력을 가진 부적격자라고 비난했다. 

그런데 필자는 이동관 특보가 이명박정부 때 김윤옥 여사의 한식 세계화 관심에 귀 기울여 식품 드라마 붐을 일으키는 데 일조해 한식 세계화가 성공할 수 있었다는 점을 기억했다. 그리고 이동관 특보가 방송통신위원장이 되면 김건희 여사의 전시산업 세계화 관심에 귀 기울여 전시 드라마 붐을 일으킬 것이고, 그래서 한국 전시산업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한식에 관심이 많은 김윤옥 여사가 주변의 만류에도 한식세계화추진단에 들어가 한식 세계화에 앞장섰듯이, 문화·전시에 관심이 많은 김건희 여사가 광주 단체의 반대를 무릅쓰고 광주비엔날레에 참석해 한국 전시산업 세계화에 앞장선 점은 참으로 잘 했다고 생각한다.

김건희 여사는 지난달 ‘한-태평양도서국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한 태평양도서국 정상 배우자들을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초청해 신라 금관, 경천사 십층석탑, 청자·백자 등 우리 문화재를 함께 둘러보며 한국의 미라고 소개했다. 

또 김건희 여사는 장기임대 형식으로 국내로 돌아온 우리 조선 왕실의 유네스코 기록유산, 외규장각 의궤 전시회도 참석해 “해외로 반출된 우리 문화재가 국내로 돌아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얼마 전 신드롬급 인기를 끈 ‘합스부르크 전시회’도 33만명에 달하는 관람객을 기록하며 140일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고 한다. 최근 10년 사이 관람객 30만명을 넘은 전시회가 두 건뿐이었다고 하니, 올해를 우리나라 전시산업 세계화의 원년으로 삼아도 좋을 것 같다.

김건희 여사가 관심을 갖고 있는 한국 전시산업 세계화가 방송국의 마음을 움직여 우리 안방서 전시 드라마로 방영되고, 결국 그 전시 드라마가 전 세계에 수출돼 다시 한번 전시산업으로 한류 붐을 일으키리라 기대해본다. 우리 국민은 머지 않아 안방서 전시관 배경과 큐레이터의 활동상을 자주 시청할 수 있을 것 같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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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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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풀어주느냐, 마느냐, 이재명 대통령이 깊은 고심에 빠졌다. 8·15 특별사면·복권 명단에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의 이름이 올라오면서다. 한때 아군이었던 조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이 용산의 선택에 달렸다. 조국혁신당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친문계까지 사면론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7일 이재명정부의 첫 특별사면을 준비하기 위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특별사면 명단에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급상승했다. 사면심사위원회가 사면·복권 건의 대상자를 검토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오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설에 부채질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실형을 확정받았다. 조 전 대표의 만기 출소 예정일은 내년 12월15일이다.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이 이뤄질 경우 출소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기소 자체가 검찰의 무리한 시도였다고 보는 만큼 이번 정권에서 검찰개혁을 이뤄내고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지난 대선 정국서 “조 전 대표가 보고 싶지 않느냐”며 “(이재명 후보가) 그냥 이기는 게 아니라 크게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곧 조 전 대표의 사면이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한 것이다. 조 전 대표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또한 비슷한 시기에 ‘더1찍 다시 만날 조국’이라는 홍보물을 제작하는 등 이 후보의 당선과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동일시했다. 이렇듯 혁신당은 지난 총선과 대선 등에서 일궈낸 업적을 청구서 삼아 은근한 눈치를 보냈고, 최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까지 목소리를 키우면서 이 대통령을 전방위로 둘러쌌다. 지난달 30일 친문계인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조 전 대표와의 접견 사실을 알리며 “특유의 미소가 여전하고 세상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많을 법도 한데 오히려 긍정 에너지가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자꾸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마음의 빚을 지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적었다. 이어 “조국의 사면을 많은 이들이 바라는 이유는 검찰개혁을 요구했던 우리가 틀리지 않았음을 그의 사면을 통해 확인받고 싶은 마음 아닐까”라며 “야수의 시간과 같았던 지난 겨울 우리가 함께 외쳤던 검찰개혁이 틀리지 않았음을, 서로 생각은 달라도 통합과 연대라는 깃발 아래 모두가 함께 있었음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통합 일환? 이 결정만 남아 친문계에 문까지 팔 걷어붙여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 역시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통합을 위한 측면에서 넓게 사면 복권에 관한 판단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란 생각이 든다”면서도 “이 문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통령께서 판단할 문제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문 전 대통령이 용산 측에 조 전 대표의 사면 의견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우상호 정무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고, 우 수석은 “뜻을 전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원기·임채정·정세균·문희상·박병석·김진표 등 민주당 출신인 전 국회의장도 가세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책임을 수용한 이들에 대한 절제된 관용”이라며 “대통령께서 국민 통합의 뜻을 담아 조 전 대표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한 개인의 구제가 아니라 극한 대립과 갈등의 시기를 겪어내며 상처 입은 우리 사회 공동체에 건네는 ‘공정한 매듭과 위로’의 손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방에서 사면 요청이 쇄도하자 대통령실은 막판 고심에 빠졌다. 앞서 지난 5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사회적 약자와 민생 관련 사면에 대해 일차적으로 검증 및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치인 사면에 관해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 중”이라며“아직 최종적인 검토 내지는 결정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혁신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조 전 대표가 수감 된 지 8개월이 지났는데 혁신당은 아직도 권한대행 체제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뽑을 만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뭐겠느냐”며 “이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조 전 대표가 사면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가 돌아와서 혁신당이 이전 같은 명성을 되찾길 기다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혁신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대표가 궐위된 때에는 최고위원 가운데 가장 많은 득표로 선출된 최고위원이 남은 임기 동안 당대표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선민 권한대행이 내년 7월까지 조 전 대표의 임기를 대신해 자리를 지킬 의무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당초 조 전 대표가 자신의 수감 생활을 예측하고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이러한 당헌·당규를 개정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8개월째 대행 체제 혁신당 “확신” 믿을 구석 있었나 내년 지방 선거를 위해서라도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사면이 필요하다. 구심점이 없고 ‘조국’혁신당이라는 이름만 존재하는 지금으로서는 지난 보궐선거만큼의 역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민주당은 딜레마에 빠졌다. 국정 초기부터 자녀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으로 법의 심판을 받고 복역 중인 인사를 사면했다가는 ‘범죄자 프레임’에 함께 걸려들 수 있다. ‘조국 사태’에 거부감을 느낀 지지자들의 이탈도 고려해야 하는 지점이다. 반면 사면 요청을 거절할 경우 오히려 조 전 장관의 정치력을 키우는 등 일종의 서사를 부여할 수 있다. 조 전 대표는 본인의 사면에 대해 큰 뜻을 밝히지 않아 오히려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란 해석이다. 민주당에 있어 조 전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의 ‘변수’다. 지난 총선서 호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혁신당이기에 조 전 대표가 정치권에 돌아온다면 진보진영 텃밭을 둘러싼 두 정당 간의 경쟁과 그로 인한 잡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그의 행보를 예측하고 나섰다. ‘자유의 몸’이 될 경우 이른 시일 안에 전당대회를 치러 다시 한번 당대표직을 거머쥐고 내년 지방 선거를 진두지휘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서는 조 전 대표가 부산 시장 등으로 직접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도 보고 있다. 어디로 튈까 민주당은 최종 사면 명단이 공개되기 전까지 별다르 입장을 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7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지만, 이날 조 전 대표의 사면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제 공은 이 대통령에게 넘어왔다. 단 한 사람의 정치 인생이 걸린 문제지만 그의 복권은 정치 진영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여러 가지 변수와 상수가 존재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최종 선택에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