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막히는 ‘아들’ 공방전

자녀 놓고 벌이는 헛심 공방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가상자산(코인) 논란이 여의도 정가서 끊임없이 터진다. 이번엔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의 아들이 문제다. 김 대표는 아들이라는 역린을 건드리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아들을 걸고 넘어졌다. 서로 물타기 중 한쪽에선 완벽히 동의하는 척 하고, 다른 한쪽에선 이 사태를 어떻게 빠져나갈까 고민만 하고 있다. 

이번에는 아들 논란을 두고서 여야가 시끄럽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었던 김남국 의원의 코인 논란으로 민주당은 국민의힘에게 온갖 공세를 당했다. 김 의원의 탈탕까지 이끌어냈다. 결국 정치권의 코인 논란은 여당인 국민의힘으로 확전됐다. 이번에는 김기현 대표의 아들이 블록체인 업체에 근무 중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부터다.

지도부
리스크

민주당도 즉시 공격을 가했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은 “김 대표가 단순 직원이라고 해명했는데, 최고운영책임자(COO)다. 대표급 임원으로 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진상파악을 위해 민주당은 가상자산조사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할 계획이다. 

물론, 근무 자체만으로는 논란거리가 아닐 수 있다. 문제는 대체불가토큰(NFT)과 게임 관련 회사의 억대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부분에 더해 해당 회사가 러그플, 즉 ‘먹튀’ 논란이 있던 곳이라는 점이다. 

앞서 김 대표의 아들이 근무하고 있는 블록체인 회사의 NFT 프로젝트가 과거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해당 NFT는 메타버스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아바타 NFT로 소개됐다. 일반 투자자 대상 민팅서 완판 기록을 세울 정도로 유망한 NFT로 꼽혀왔다. 원화로 따지면 16억~17억원상당을 판매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해당 회사가 1년 가까이 약속된 로드맵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을 문제삼았다. 또 담당 팀원 규모를 축소했다며 먹튀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당시 이 회사는 일부 투자자들의 주장일 뿐이라며 논란에 대해 일축했지만 러그플 의혹은 김 대표의 아들 발언서도 확인 가능하다. 

김 대표 아들이 지난해 2월, NFT와 관련한 음성채팅 프로그램에 남긴 글이 화근이 됐다. 아들 김모씨는 “불장이 다시 왔을 때 다바로 인생 엑싯(탈출)해야죠”라고 언급한 것. 즉 상승장일 때 한 방에 인생을 역전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엔 여러 공격들이 들어온다. 김 대표가 직접 나서 아들의 가상자산을 공개하라며 옥죄고 있다. 또 민주당은 아들의 회사가 전무투자사 해시드의 자회사인데, 해시드는 수조원대 코인 사기 행각을 벌인 테라, 루나의 초기 투자자로 유명하다고 꼬집었다.

앞서 김 대표는 원내대표 시절이었던 2021년 6월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가상자산 과세 유예를 주장한 바 있어 이해충돌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김 원내대표는 “가상화폐가 불안한 청년들의 자화상”이라며 “투자자 보호장치부터 준비하고, 과세 시점도 유예해야 한다”고 가상화폐 과세에 대해 언급했다.

현재 김 대표 아들은 SNS와 링크드인, 유튜브에 출연했던 영상을 모두 삭제했다. 이와 관련해 김 대표는 “아들이 봉급을 받는 중소기업의 회사원일 뿐”이라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공격 들어오자 다시 아들로 역공
신고 ‘본인’만 있어 사실상 꼼수

앞서 국민의힘 곽상도 전 의원도 아들이 단순 회사원이라고 해명했으나 ‘50억 퇴직금’ 논란이 일자 검찰이 수사에 나섰던 바 있다. 


지난 15일, 김 대표는 상황이 다급해지자 아들의 가상자산 보유 내역을 여야 합의로 처리한 국회법과 공직자윤리법 절차에 따라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주당을 향해 김남국 코인 논란을 감추기 위한 물타기라고 몰아갔다.

그는 취임 100일 기자회견 질의응답 과정서 해당 논란에 대한 질의를 받자, 오히려 ‘NFT가 코인이냐’며 되물으면서 즉답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문제는 얼마 전 있었던 국회의원 가상자산 소유 현황 및 변동내역서 발견됐다. 국회사무처가 지난 9일, 국회의원 가상자산 등록 안내서를 각 의원실에 배포했다. 이번 달 말까지 가상자산 보유 내역을 모으기로 했다. 

여야 의원들은 21대 국회 임기 시작인 2020년 5월30일부터 지난달 31일까지 가상자산 소유 현황과 변동내역을 윤리심사자문위원회에 등록해야 한다. 세부 내역은 가상자산 거래일자, 거래 비용, 거래 상대 등이 포함되는데,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해당 내용에 따르면 가상자산 공개 대상이 본인으로 한정돼있다는 점이다. 

가족은 등록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공개 이유가 없는 것이다. 공직자 재산신고는 본래 직계존비속으로 법률화돼있는데, 공직자윤리법 제3조, 제5조, 제6조에 따라 공개 의무가 있다. 즉, 가상자산 공개 시 본인으로만 한정해 양당이 가상자산 등록에 합의한 셈이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게다가 국회의원 가족의 경우는 내년 1월부터 가상자산 재산등록을 하도록 공개 시점이 미뤄졌다. 경우에 따라서는 김 대표 아들이 이미 가상자산을 팔았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결국 현재로선 가상자산 보유 논란이 불거진 NFT 외에 그의 아들이 다른 가상자산을 얼마나 보유했는지 알 방법이 없는 셈이다. 

국회법에 따라 독립생계자일 경우 고지를 거부하면 공개할 의무도 없어진다. 실제 김 대표는 올해 아들 재산을 공개하지 않았던 만큼 논란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은 이번 기회에 소속 의원 전원이 국회의원 가상자산 전수조사를 위한 전원의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 제출 절차를 마치며 국민의힘을 더욱 압박하고 나섰다.

그러나 민주당의 이 같은 행위도 요식행위에 그칠 수 있다. 한 국회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정보 제공 동의서라는 게 문서 양식이 있긴 하지만, 가상자산 거래소서 자신들이 갖고 있는 양식이 다 다르다”며 “(민주당이)동의한다는 의사를 밝힌 수준이고, 해당 동의서로 실제 조사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회사마다 양식이 달라 어떤 분야는 빠져 있는 등 제각각인 셈이다. 한 의원실의 경우 직접 양식을 만들어 제출하기도 했다.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압박하는 게 ‘정치적 보여주기’가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다른 국회 관계자도 “요식행위일 수 있다. 국민의힘도 이를 알고 실효성이 없다는 걸 알면서 동의서를 내지 않았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의원실서 만든 형식을 윤리감사관실서 만든 것처럼 의원들에게 보내면 동의서를 보내는 식으로 이뤄진다. 또 회사 내에서 정보를 받으려면 저마다 동의서를 내야 한다. 현재는 그런 상황이 아니라 동의서만 제출해놓은 상태라 실효성이 없는 셈이다.


먹튀 논란
둘 다 위험

그러나 현실적으로 김 대표 아들 논란이 커져버린 까닭에 민주당의 주장은 힘이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아직까지도 동의서 제출에 유보적인 태도다. 전수조사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이번 달까지 입법 절차인 가상자산 신고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전수조사 반대 이유로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문재인정부 인사이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포함시켰다. 

채택된 결의안은 여야 합의 사안이다. 국민의힘서 유일하게 제출한 인사는 안철수 의원뿐이다. 이런 탓에 논란은 국민의힘으로 옮겨붙는 모양새다. 결과적으론 민주당의 한발 앞선 조치가 먹혀든 셈이다. 

현재 청년층은 일시적이나마 국민의힘에 지지를 보내는 중이다. 문제는 국민의힘이 전수조사로 자꾸 시간을 끌 경우인데, 전 위원장이 물러나고 난 뒤 뒤늦게서야 전수조사에 응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아들 논란이 더 확전될 경우 걷잡을 수 없게 돼 당 차원서 대응책을 고심해야 한다. 

전수조사 역시 여야가 합의한 사안이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도 “(가상자산 전수조사는)우리 당이 반대할 이유가 없지 않다”고 언급했었다. 


양당이 가상자산으로 공방을 벌이던 중 김 대표 아들이 공격을 받자 국민의힘은 반대로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아들을 물고 늘어지는 모양새다. 이른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전략이다. 앞서 이 대표 역시 아들 논란서 자유롭지 않다. 아들 이모씨가 성매수와 도박을 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던 바 있다. 

민주당 조사 응하는 척 요식행위
앞으로 더욱 대화 단절될 가능성

해당 논란은 대선 기간인 2021년 터졌다. 이씨가 미국에 서버를 둔 한 온라인 포커 커뮤니티 게시판에 200개 정도 게시글을 올린 게 문제였다. 해외 포커 사이트의 게임머니를 거래하자는 글도 다수 올렸다. 또 스스로 서울과 경기도 소재의 불법 도박장을 방문했다는 글도 포착됐다. 

민주당은 2019년부터 2020년 7월까지 1년 반 동안 도박을 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즉시 조사팀을 꾸렸다. 자체조사를 통해 이 대표의 아들이 한 사이트서 2020년 7월까지 도박했고, 포커를 쳤다며 시인했다. 성매수 의혹도 이씨가 “특정 마사지 업소가 위치한 지역과 상호 중 일부를 언급하며 다신 안 가겠다”는 내용의 게시글을 작성하면서 불거졌다. 

이후 해당 업소 이용자들이 여러 커뮤니티에 성매수 후기를 퍼다 나르면서 이씨 역시 성매수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논란이 커지자 게시글들은 모두 삭제됐다.

이 대표도 즉시 “아들이 쓴 글이 맞다. 다시는 해당 사건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재발 방지와 함께 머리를 숙였다. 아들 역시 입장문을 내고 속죄의 시간을 갖겠다고 사죄했다. 그러나 성매수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며 극구 부인했다.

이후 해당 사건은 상습도박,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위반, 성매매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경찰 수사로 확대됐다. 경찰은 성매매 혐의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으나 검찰의 재수사 요청 및 보완수사까지 이뤄졌다. 경찰은 성매매 의혹 사건에 대해 혐의를 증명할만한 새 증거를 찾지 못했다며 기존 불송치 결정을 유지했다.

이처럼 아들이라는 역린을 건드리자, 양당의 분위기는 한층 더 냉랭해지는 모양새다. 결국 가족 리스크가 당 차원으로까지 확장된 양상이다. 이런 탓에 TV 토론회와 관련된 협의가 난항을 맞고 있다. 회동 논의도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정책 대화를 하자며 이번에는 손을 내미는 듯 보였으나,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지금껏 지도부의 논란은 수차례 있었다.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2명이 징계를 받았고, 재보궐선거까지 이뤄졌다. 

이제는 양당의 아들 공방으로 이어져 당 대표 리스크가 재차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도부 수장의 리스크가 커지자 양당 모두 흔들릴 수 있는 사안이다. 

너나 나나
가족 숨기기

한 정치권 관계자는 “양당 모두 당 대표 리스크가 터진 꼴이다. 이런 탓에 앞으로 토론은 물론 대화도 쉽지 않을 것 같다”며 “지도부 리스크가 아니라 당 대표 리스크로까지 확전돼 논란이 가라앉지 않으면, 두 사람 모두 흔들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윤정부 내정자도… 아들 학폭 논란

새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사실상 내정된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보 아들의 학교폭력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 특보는 이와 관련해 내정되기 전에 입장문을 내고 적극적으로 해명하는 모습을 보였다.

적법한 절차를 거쳤고, 외압도 없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특히 피해 학생과 화해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재까지 알려진 피해자는 4명으로 ‘피해자로 몰지 말라’는 한 명을 제외하고는 다른 3명의 입장은 확인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 특보가 화해했다고 밝힌 피해자도 1명뿐인 가운데, 윤석열정부는 임명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커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기 때문이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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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민낯이 드러났다. 주로 수도인 프놈펜 인근과 시아누크빌 범죄 단지가 그들의 주둔지였다. 국내 조직폭력배가 중국 갱단과 결탁해 만든 ‘셀허브’의 경우 피해자만 수십명이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가장했다. 사이트에는 유명인의 사진이 수차례 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사라진 셀허브 엔터테인먼트의 홈페이지. 지난해 7월 <일요시사>가 취재한 이후 대표이사의 이름과 사진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표창장을 받았다며 문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이 기업의 정체는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확인된 피해액만 약 40억원, 피해자는 수십명이다. 한 언론사는 보도자료까지 작성하며 홍보하기도 했다. 조직적 준비 경찰 수사 중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4일, 셀허브 조직원 3명을 각각 구속·불구속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조건 만남 사이트를 운영한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여성 관련 데이트 상품을 판매하거나 연애 빙자 사기를 일삼았다. 셀허브 조직원이던 A씨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모델과 연락하게 해 준다며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대포통장 계좌에 돈을 입금하게 한 뒤 텔래그램 아이디를 알려주고 연락하게 하는 시스템”이라며 “연결된 여자는 실제 남성이고 한국에서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3월 캄보디아 범죄 밀집 지역인 태자 단지에서 인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같은 해 5월 사이트를 개설해 조직원들에게 민간인 협박, 중국어 통역 등의 역할을 맡기고 수십명으로부터 약 40억원을 뜯어냈다. 같은 해 7월 <일요시사> 취재가 시작되자 이 조직은 셀허브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의 이름을 ‘김현숙’에서 ‘박소희’로 변경하고 유명인의 사진을 수차례 도용했다. 유 전 장관에게 표창장까지 수여받았다며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려는 꼼수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조직에서 탈출하려는 사람은 밤새 맞거나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하기도 했다. 조직폭력배 출신 한국 사람들이 간부고 일반 조직원은 교민 사이트를 통해 ‘한 달에 500만~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일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수사하기 이전인 지난해 7월부터 강서·영등포·구로경찰서 등에 여러 고소장이 접수됐었다. 하지만 수사는 원활하지 않았다. 주요 혐의자가 해외에 거주 중이거나 피의자 특정이 어려운 게 난관이었다.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주요 혐의자들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해부터 공조를 요청했으나 캄보디아 당국이 비협조로 일관했다”며 “고소인분들이 ‘왜 안 잡냐’ ‘내 돈 어떻게 하냐’는 등 불만이 많으셨다. 매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캄보디아가 협조하지 않으면 조치가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3월부터 조직원 모집…태자 단지서 모의 ‘유인촌 표창장’ 걸어 놓고 ‘정상 기업’ 홍보 막막했던 수사는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이재명정부가 캄보디아를 압박했고 현지에 구금된 한국인 범죄자 겸 피해자 수십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송환된 인원 중 일부는 셀허브 사건과도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성학 충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지난 20일 청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로 전원 구속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부건(총책 가명, 40대 초반, 한국말을 쓰는 외국인 추정) 조직으로부터 확인된 피해 건수는 110건, 피해액은 93억여원에 달했다. 약 100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부건은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7월까지 주로 프놈펜 웬치(범죄 단지) 및 태국 방콕 등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범행을 벌여왔다. 부건 조직은 지난 2018년 중국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해 그동안 단속을 피하려 태국, 캄보디아 등지로 거주지를 옮겨가며 범행을 계속해 왔다. 이들은 데이터베이스, 입출금 등을 지원·관리하는 CS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팀,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팀, 코인투자리딩 사기팀, 공무원 사칭 노쇼 사기팀 등 총 5개 팀으로 이뤄진 조직체계를 갖췄다. 이들은 가구판매업을 하러 캄보디아에 갔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지역 선·후배 권유, 고액 아르바이트 인터넷 광고 등을 접하고 범죄에 연루된다는 걸 알면서도 조직에 가입해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속아서 조직에 들어갔다고 진술하지 않은 이들의 유입 경로는 ▲지인 포섭 29명 ▲인터넷 광고 등 포섭 8명 ▲현지 카지노 포섭 6명 ▲기타 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남성 42명과 여성 3명으로 연인도 있었다. 대부분은 20~30대 연령으로 최소 2개월부터 최대 16개월까지 범행에 가담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건 만남 사이트 경기북구경찰청 형사기동대도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피의자 15명 중 11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여성을 사칭, 조건 만남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챘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성 만남 광고를 낸 후 이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에게 여성인 척 채팅으로 유인했다. 여성을 소개받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개발한 조건 만남 사이트에 회원 가입과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속여 인증을 위한 돈을 요구했다. 3차례에 걸친 인증 절차 과정에서 여러 게임에 성공하면 가입비를 돌려준다고 속여 피해자로부터 1인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받아 챙겼다. 피해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별도의 만남 인증과 후기글을 남기는 ‘화력방’도 운영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는 피해자 36명, 피해금 16억원 상당이며, 1인당 최대 피해 금액은 2억1000만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 남녀다. 최초 범죄집단을 구성한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 명칭 ‘툴콕’을 의미하는 ‘TK’파로 스스로를 부르며 총책을 정점으로 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췄다. 조직 운영을 총괄하는 총책, 이를 보좌하며 실무 전반과 인력 공급 등을 담당하는 총관리자, 각 파트 팀원의 근태를 관리하고 지시하는 팀장으로 구성됐다. 또 자체적인 조건 만남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개발자, SNS에 광고 글을 게시하는 홍보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 2개팀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상호 가명 사용 ▲근무 중 휴대전화 금지 ▲사진 촬영 금지 ▲야간에는 커튼으로 외부 차단 ▲다른 부서와의 업무 내용 공유 금지 등의 규칙에 따라 생활하기도 했다. 중국 국적 100명 뒷배 이들은 총책이 마련한 건물에서 2인1조로 합숙했는데 프놈펜 툴콕 지역의 13층 건물을 사용하다가 지난 8월, 현지 단속을 피해 센소크 지역 7층 건물로 이전해 범행을 이어오던 중 현지 수사 당국에 의해 검거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SNS 구직 광고나 조직원을 통해 범죄단체에 가입했다고 진술했으며 사기임을 알고도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 대부분은 현지에서 구금된 중에도 총책이 이른바 관작업을 통해 자신들을 석방시켜 줄 것이라는 말만 믿고 대사관의 도움을 거절하고 귀국하지 않았다. 셀허브 사건 간부들은 타 사건에도 연루됐다. 지난 7일 캄보디아 바벳에 인접한 베트남 떠이닌 지역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30대 여성 B씨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숨지기 직전까지 셀허브 간부와 같이 있었다. B씨의 사인은 마약 과다 투약이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B씨가 셀허브에서 한국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공급해 왔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셀허브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는 역할을 했던 B씨인데 통장을 팔려고 캄보디아에 도착한 한국인들을 유인해 범죄 단지로 팔아넘기고 유인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보·수사기관도 B씨에 의해 범죄 단지에 넘겨지는 피해를 입거나 유흥업소 일을 강요당한 사례를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사실상 마약을 강제로 과다하게 투약당한 살인사건이라는 첩보는 아직 확인 중”이라며 “특정 조직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건 현지 경찰도 수사 중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대개 조직폭력배 출신…지휘는 중국 조직이 맡아 40억 피해액 환수 불가능 “자금 세탁 끝났다” 첫 데이트하던 연인을 치어 여교사를 숨지게 했던 이른바 ‘대전 머스탱 교통사고’의 피의자도 셀허브 조직원으로 확인됐다. 피의자 전모씨는 2019년 2월10일 오전 10시14분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면허도 없이 외제차를 운전하던 중 인도를 걷던 조모씨와 박모씨를 들이받아 박씨를 숨지게 하고, 조씨에게 중상을 입혔다. 전씨가 대여한 외제차는 불법 대여 차량이었다. 이 차량은 애초 대구에 사는 C씨가 자신 명의로 캐피털에서 월 115만원씩 주는 조건으로 60개월간 대여한 것이다. C씨는 사촌 안모씨와 함께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나모씨가 올린 ‘외제차 저렴하게 빌려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보고 접근, 한 달에 136만원씩 받기로 하고 대여한 머스탱 차량을 재임대했다. 나씨는 이렇게 빌린 머스탱 차량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외제차를 빌려준다”고 광고하며 또다시 대여업을 했다. 전씨는 나씨가 올린 이 글을 보고 일주일에 90만원씩 주기로 약속하고 머스탱을 빌려 운전했다. 매년 확정되는 범죄수익 추징금은 30조원을 넘지만 환수 금액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법무부가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 등의 범죄로 발생한 현지 범죄수익을 국내로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법무부는 “캄보디아 내에서 벌어진 범죄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이 1차 현지 수사 의뢰 대상”이라며 “이후 국내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종적으로 환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에 따르면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국내에 있고 피해액이 특정될 경우, 우리 정부가 해외에 범죄수익 환수를 요청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캄보디아와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을 체결해 2021년 정식 발효됐다. 주요 간부들 타 사건 연루 정보기관 관계자는 “범죄자 개인이 아닌 조직을 대상으로 한 범죄수익 환수 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이 끝나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좋지만 이미 늦었다. 범죄조직 특성상 이미 코인이나 대포 통장으로 제3국에 은닉하거나 세탁을 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수사가 끝나고 유죄 판결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환수 절차는 이 모든 사법절차가 종료돼야 가능하다. 특히 조세회피처로 범죄수익을 옮겨놨다면 환수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