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극악무도’ 7명 죽인 연쇄살인범 풀스토리

유영철, 정남규…그들보다 더 무서운 놈

[일요시사=김지선 기자] 8년 전, 비오는 목요괴담의 주인공인 연쇄살인범이 강도 살인 등의 추가범행으로 경찰에 검거됐다. 이로써 미제사건으로 남을 뻔 했던 미아동 부녀자 살인사건의 실마리가 풀렸다. 범인의 추가범행이 표면으로 드러난 정황에는 공범이 죽기 전 양심고백을 선언한 데에 있다. 극악무도한 연쇄살인마들이 활개 치던 시절. 그 이면에는 이들이 있었다. 

미제사건으로 남을 뻔 했던 비오는 '목요괴담'의 실체가 밝혀졌다. 괴담의 주범은 바로 성동구치소에 무기징역으로 복역 중인 석촌동 연쇄살인사건의 피의자 이모(46)씨. 이씨의 추가범행은 무기형을 선고받고 지난해 7월 간암으로 사망한 공범 이모(64)씨의 양심고백으로 드러나게 됐다. 이들은 무직의 고향선후배 사이로 마약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강도 및 절도행위를 일삼아 왔으며 대부분 환각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르다보니 별 죄책감을 느끼지 못했다. 총 7명 살해, 20여 개에 달하는 강도와 절도, 살인미수 행위 등 마약구매 이외의 특별한 동기 없이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묻지마 범죄를 저질러온 이씨 일행의 무자비한 연쇄살인 풀스토리를 나열해본다.

절도·강간·살인 등
각종 강력범죄 저질러

지난 1995년 7월, 필로폰을 투약한 뒤 환각상태였던 공범 이씨는 전북 익산 소재의 도로 노상에서 자신의 차량을 이용해 신원 불명의 한 피해자를 들이받고 사망케 했다. 이후 범행이 발각될까 두려웠던 그는 인근 야산에 시체를 암매장했다.

약 6년 뒤 이씨는 범행 장소로 또 다시 전북 익산을 선택한다. 그는 2001년 2월25일 전북익산 소재의 교보서적에서 손님으로 가장해 서점에 침입했다. 이날 역시 필로폰을 투약한 뒤였다. 그는 환각상태에서 일면식도 없는 여성 1명을 칼로 위협한 뒤 여성을 서점에서 끌고나와 강간 후 무참히 살해했다.

유영철, 정남규 등 극악무도한 연쇄살인마가 기승을 부리던 암흑의 2003∼2005년에는 일명 ‘서울판 살인의 추억’도 국가 불안조성에 힘을 더했다. 당시 상황은 이랬다. 지난 2004년 1월부터 미아동을 포함한 서울시내 서남부권에서 비오는 목요일 새벽에 여성만 대상으로 하는 묻지마 연쇄살인 사건이 발생하면서 부녀자들이 외출하기를 두려워할 정도였다. 유영철에 이어 정남규 같은 사이코패스형 연쇄살인마가 전국을 뒤흔들면서 사회적 분위기는 점차 악화됐고 시민들은 매일 불안에 떨고 있었다.


이를 두고 언론에서는 비 오는 새벽에 발생한 사건인 점을 꼽아 ‘비오는 목요일 새벽괴담’이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이 중 강북구 미아동에서 발생한 묻지마 부녀자 살인사건은 끝까지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 사건으로 남아있었다. 공범 이씨가 사망을 앞두고 양심고백을 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2004년에 들어와 이들의 습관적 범행은 지푸라기에 불붙듯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비오는 목요일마다 ‘서울판 살인의 추억’ 재현
마약 구매 위해 20차례 무차별적 강도·절도 행각

지난 2004년 1월 이씨 일행은 마약자금을 대기 위해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신문사 직원을 가장했고, 남모씨의 승용차에서 금품을 훔치려다 남씨에게 발각되자 칼로 피해자의 오른팔을 찌른 후 곧바로 도주했다.

다음 달에도 그들의 범행은 멈추지 않았다. 2월 말 즈음 이씨 일행은 환자로 가장해 서울 노원구 월계동의 한 이비인후과에 침입했다. 당시에도 그들은 흉기를 소지하고 있었으며 의사를 위협한 후 현금 20만원을 빼앗아 달아났다.

8월15일 오후 1시경에는 미제로 남을 뻔한 명일동 주부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서울 강동구 명일동 아파트에 침입해 혼자있는 주부 김모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지갑과 현금 등 금품을 훔쳐 달아나는 등 강도 살인을 저질렀다. 진범 이씨는 사흘 뒤인 8월19일 오전 3시30분쯤 서울 강북구 미아동에서 귀가하는 여성 2명을 뒤쫓아가 흉기를 휘둘렀다. 그는 특별한 동기 하나 없이 단순히 살인을 하기 위해 힘없는 여성들을 노렸다. 이씨는 채모씨를 흉기로 찔러 중상을 입히고 10분 뒤 600m 떨어진 골목에서 원모양도 복부 등을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하려고 했지만 주민의 신고로 그대로 도주해 미수에 그치고 말았다.

명일동 주부살인과 미아동 칼부림은 영구 미제사건으로 남을 뻔했지만 죽음을 앞두고 양심의 가책을 느낀 공범 이씨가 경찰에 과거의 추가범행을 털어놓으면서 전말이 드러났다.

이씨 일행의 묻지마 범행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들은 지난 2004년 12월 서울 송파구 석촌동 소재의 한 전당포에 침입했다. 그들은 범행 전 마약을 복용한 후 미리 소지한 흉기를 꺼내 전당포 주인 고모씨와 살해한 장면을 우연히 목격한 옆 비디오 가게 종업원 신모군을 수차례 찔러 살해했다.


끝을 알 수없는
‘묻지마 범죄’

무자비한 살인을 저지른 이씨의 잔인함은 상상을 초월했다. 그는 사건 당시 피해자의 “살려달라”는 애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숨질 때까지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난자했다. 이씨 일행은 두 명을 연쇄살해 후 현금 1500만원 상당을 갈취해 그대로 달아났다. 이 사건은 ‘석촌동 연쇄살인 사건’으로불렸고 흉악범죄 중 하나로 꼽히며 전 국민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같은 해 10월에도 이들은 원한관계가 전혀 없는 부녀자들을 흉기로 8∼10차례나 찔러 살해했다. 그 당시에도 이씨 일행은 필로폰을 투약한 상태에서 서울 송파구 방이동의 한 빌라에 침입해 김모씨 등 2명을 추가 살해하고 현금카드를 빼앗아 50만원을 인출했다.

공범 이씨도 다음해인 2005년 1월 길거리에 세워진 승용차에서 담배 한 갑을 빼가려다 피해자가 항의하자 흉기를 휘두르는 등 단독범행을 감행했다.

1월8일 서울 양천구 신정동의 한 성형외과에 침입해 원 내 직원들을 상대로 흉기 등으로 위협한 후 현금 210만원을 갈취하는 등 지속적으로 강력범죄를 저질렀다.

이씨는 공범 이씨와 함께 2004년 8월16일 첫 범죄를 저지른 이후 2005년 3월16일 경찰에 체포되기까지 8개월 동안 주요 6건의 강도 살인·상해를 단독 또는 공동으로 저질러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2005년과 2010년 두 차례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특히 2010년 이들이 무기형을 복수로 받게 된 경위에는 교도소 내에서 주고받은 편지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 등은 “우리가 죽인 사람 알려지면 강호순·유영철은 게임도 안 돼” “송파구 방이동에서 죽인 사람이 자꾸 떠올라 괴롭다”라는 내용의 편지를 주고받다가 진범 이씨의 살인 4명, 강도 2건의 추가 범행이 자연스럽게 들통 났다.

공범의 양심고백에
범죄 순순히 시인

그러다 한 강력계 형사가 이씨 일행의 추가 살인 범행이 더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그는 1년6개월 동안 약 16차례에 걸쳐 이씨 등이 수감돼있는 서울구치소와 경북북부 제1교도소를 찾아가 끈질기게 범행을 추궁했다. 공범 이씨는 매번 범행사실을 부인해 오다가 간암으로 사망하기 일주일 전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추가 범행을 털어놓았다.

그의 고백으로 인해 드러난 추가범행은 강도살인 1명과 살인미수 2건이었다. 그는 또한 진술 중 자신이 저지른 엽기적이고 잔인한 행위에 대해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지인의 병든 어머니를 위해 과거 자신이 죽인 사람의 머리를 파내서 끓여 먹인 적 있다”고 말해 충격을 줬다.

이 사실을 접한 네티즌들은 그의 행동에 경악을 금치 못했으며 이씨도 희대의 연쇄살인마들과 같이 사이코패스 성향을 가진 게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됐다. 양심고백을 한 공범 이씨에 이어 진범 이씨도 자신의 무자비한 범죄행위에 대해 깊이 반성, 유가족과 피해자들에게 사죄의 뜻을 밝힘으로써 추가 범행을 시인했다. 간암으로 사망한 공범 이씨의 경우 2차례에 걸친 현장검증을 통해 범죄사실이 입증됐고 진범 이씨는 추가 강도 살인 등의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

특히 진범 이씨의 경우 기존에 있던 두 번의 무기형에서 최근 추가 범행사실이 밝혀져 일각에서는 그가 사형선고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하고 있다. 이로써 3건의 장기미제사건을 모두 해결하게 된 셈이 됐다.


환각상태서 묻지마 범행
무기서 사형 가능성 높아

이번 경찰 조사에 따르면 이씨 일행은 2004년 8월경부터 2005년 2월 중순까지 모두 16회에 걸쳐 5100만원 상당의 금품을 강취했고 이는 모두 마약자금 마련에 동기를 뒀을 것이라 추측하고 있다. 대부분의 범행을 환각상태에서 저지르다보니 아무 이유 없이 사람을 죽이거나 금품을 빼앗고 총 7명의 달하는 무고한 시민을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법원에서 이들을 두고 무기형 선고를 내릴 당시 판결문을 토대로 범죄 행각을 분석해 보면 이씨와 공범 이씨는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진범 이씨는 어릴 때 모친이 재혼한 뒤 계부와 생활하다 중학생이 될 시점 가출을 결심했다. 어디 하나 정 붙일 곳 없었던 그는 어둡고 냉정한 사회에 첫 발을 내딛으며 일찌감치 범죄의 세계로 뛰어 들었다.

강호순·유영철·정남규와 같은 사이코패스형 연쇄살인범에게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유년시절 문제가 이씨에게도 있었던 것이다. 공범 이씨 역시 진범 이씨 못지않은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고, 가정 내 폭력까지 일삼았다.

이들은 전형적 사이코패스의 일환인 범죄에 대해 전혀 반성하지 않는 반사회적 성향이 강했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들은 반성하지 않고 언제라도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교화 여지가 없고 위험성이 큰 만큼 피고들을 사회로부터 격리시킬 필요가 크다”고 판결했다.

궁극적인 원인 찾아
사회적 문제 해결해야


사이코패스형 연쇄살인범들의 특징을 살펴보면 불우한 유년시절을 많이들 떠올리곤 하는데 전문가들은 원인이 꼭 이것 뿐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한 범죄심리학 전문가는 “불우한 유년시절과 사회적 스트레스가 연쇄살인의 주요한 원인은 아니다. 힘들고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의지 대신 칼과 도끼를 마구 휘둘러댐으로써 회피해버리는, 보다 쉽고 비겁한 방법을 선택한 연쇄살인범의 자유의지가 결정적 요인이자 궁극적인 원인”이라며 “그들을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보지 말고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제도나 시설 등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Tip>

<희대의 연쇄살인마 총집합>

 

[김대두] 1975년 8월13일부터 10월7일까지 55일 동안 전라남도 광산군에서 마을 주민 안종현(63)씨 살인을 시작으로 무안군, 경기도 평택시, 서울 등지로 총 9차례에 걸쳐 17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국내 최초의 연쇄살인으로 불릴 만큼 전국을 들썩인 사건이다.

[지존파] 1993년 7월부터 1994년 9월까지 김기환 등 지존파 일당 7명이 5명을 연쇄살인한 사건. 지존파는 애당초 연쇄살인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조직이다. 단순히 부유층이 싫다는 이유로 연쇄살인을 저질렀고 인육까지 먹는 등 극히 야만적인 행위를 일삼기도 했다.

[정두영] 1999년 6월부터 강도를 저지르며 약 17명을 살상했다. 그는 당시 18세였던 1988년 불심검문 중인 방범대원 김찬일씨를 살해, 11년간 복역 후 출소했다. 1999년 출소 후 10개월 동안 19번의 강도행각을 벌였고 그 과정에서 9명을 살해했다.

[유영철] 2003년부터 2004년 7월까지 부녀자 약 20명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았다. 그는 이혼 후 여성에게 더욱 혐오감을 느꼈으며 유흥업소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주로 노렸다. 살해 수법도 매우 잔인한 점을 미루어 사이코패스라는 진단이 내려졌다.

[정남규] 2004년 1월부터 2006년 4월까지 13명의 시민을 살해했다. 그 역시 사이코패스 진단을 받았다. 그는 경기도 부천에서 윤기현군과 임영규군을 납치·살해했고 수도권 일대의 귀가하는 여성들을 노려 무차별적으로 살해하거나 거주지에 침입 후 방화한 혐의도 있다.

[강호순] 2006년 12월부터 2008년 12월까지 경기도 서남부일대에서 연쇄적으로 7명의 여성을 납치·살해했다. 그는 호감형 외모의 소유자로 여성들이 아무 의심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전형적인 사이코패스 성향을 지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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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