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코로나 소독제 ‘4급 암모늄’ 환경부 알고도 뿌렸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환경부가 ‘코로나 펜데믹’ 시기에 소독제의 위험성을 알고도 사용을 강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가 된 소독제의 성분은 4급 암모늄 화합물이다. ‘가습기살균제 참사’ 당시 가장 문제였던 PHMG·PHG만큼 인체 유해성이 우려된다고 지적됐다. 이를 인지했던 환경부는 ‘코로나 소독제’ 안전성 실험을 진행했으나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

문재인정부는 ‘코로나 펜데믹’을 성공적으로 방어했다고 평가받았다. 하지만 전문가들로부터 지적받은 소독제의 인체 유해성 문제는 크게 대두되지 않았다. 환경부는 비밀리에 실험을 진행하고 실험용 쥐들이 전부 사망한 사실을 숨겼다. ‘비공개 대상’이라는 명목을 넘어 실험 자료가 없다는 거짓말은 윤석열정부가 들어섰음에도 계속됐다.

실험쥐
죽었다

코로나19 사태 당시 병원과 요양원 등에서 많이 쓰인 방역 소독제에는 4급 암모늄 화합물이 첨가됐다. 가습기살균제에도 사용됐을 만큼 독성이 강한 성분이다. 해당 사실을 파악한 질병관리청은 환경부에 우려를 전달했다. 그러나 환경부는 2020년 초, 이 성분을 방역 소독제로 승인했다.

전문가들은 해당 성분이 포함된 코로나 소독제를 수건에 묻혀 물건을 닦는 데 쓰기만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분무기로 뿌리거나 살포해서는 안 된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위험성은 2021년부터 직접적으로 언급됐다. 일부 언론서 인체 유해성 우려를 제기하고 나섰으나 이목을 끌진 못했다.

환경부는 안전성이 입증됐고 흡입독성 실험이 면제돼 실험을 진행할 필요가 없고 자료도 없다고 설명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환경부 산하기관인 국립환경과학원 보고서를 보면 환경부의 입장은 앞뒤가 맞지 않았다. 환경부의 설명과 달리 환경과학원은 2021년 4급 암모늄의 흡입독성에 대한 동물 실험을 진행했다. 해당 실험은 4급 암모늄 물질을 실험용 쥐에 단회 흡입 노출 후 발현되는 독성을 관찰하기 위해 실시됐다.

약 30마리의 실험용 쥐를 대상으로 0.1PPM, 0.3PPM, 0.6PPM의 농도로 하루 4시간 흡입 노출을 실시한 결과 0.193PPM의 농도서 실험체 절반이 죽었고 0.3PPM의 농도에서는 전부 사망했다.

일부 실험용 쥐의 폐에서는 부종, 충혈, 염증세포가 발생했고 후두, 비인두조직서도 궤양·자가 융해 등이 발견됐다. 해당 성분에 노출된 쥐들의 폐에서 염증과 충혈이 발생하고 일부 조직서 궤양이 생겼다. 실험 보고서에는 0.193PPM 농도만으로 죽을 수 있다고 적혀 있지만 환경과학원은 추가 실험을 진행하지 않았다.

환경부는 “실험을 진행한 건 맞지만 2024년 살생물 제품 승인 평가를 앞두고 진행한 것이다. 원활한 업무수행을 위해 진행됐기에 공개 대상이 아니다”고 밝혔다. 환경부의 추가 입장도 수상하다. 환경과학원의 실험 배경은 ▲공기 중 분무로 국민 건강이 우려된다는 언론 지적 ▲방역용 소독제로 사용되는 4급 암모늄 계열 소독제 제품 2종의 흡입독성 실험을 통한 흡입 노출 유해성을 규명이라고 명시돼있다.

2020년 인체 유해성 알고도 사용 승인
“면제 대상” 실험 안 했다고 거짓말

환경부가 언급한 ‘2024년 제품 승인 평가를 위해 원활한 업무수행 목적’이라는 문장은 찾아볼 수 없었다. 환경부는 “보고서 작성 ‘기술상’ 추진한 배경을 언급한 것”이라는 어이없는 해명을 내놨다.

환경부는 각 시설에 분사 금지를 권고했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까지 지자체와 질병관리청은 현실적으로 권고를 지키기 힘들다고 전했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24시간 밀착해 관리·감독하기 어려운 부분이 존재한다”며 “일부 지자체에서는 분사 소독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는 얘길 듣고 점검에 나서려 한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 관계자는 “사람이 자주 돌아다니는 곳에 분무하면 안 되는 물질”이라며 “접촉을 피하는 게 가장 좋다”고 말했다.

환경부가 4급 암모늄의 위험성을 인지했음에도 코로나 소독제로 사용을 강행한 정황은 뚜렷하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환경과학원은 지난해 가습기살균제 노출과 질환 간 역학적 상관관계 검토보고서를 작성했다.

환경과학원은 구아니딘 계열의 PHMG·PGH, 4급 암모늄 계열의 BKC, 이소치아졸리논 계열의 CMIT·MIT, 염소화합물 계열의 NaDCC에 대해 독성학적 연구를 진행했다. 이 중 코로나 소독제와 같은 4급 암모늄 BKC는 동물실험에서 반복적으로 노출 시 세기관지 및 폐포 부위의 지속적인 손상으로 섬유아세포 증식 및 콜라겐 침착 등이 유발된다.

동물 독성영향을 ▲강도 ▲특이성 ▲일관성 관점서 검토한 결과 간질성폐질환 유발에 대한 개연성이 확인됐다.

특히 환경과학원은 생물학적 개연성과 독성 발현경로 구성의 근거 수준을 통합해 BKC가 다른 가습기살균제 성분만큼이나 독성학적 근거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또 직접적 소견이 확인된 바는 없으나 종말세기관지 과다형성, 폐포 연접부의 염증세포 침윤 등 폐 섬유화 관련 병변이 증가하고 기관지 확장증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서울 지하철
최근도 분사

BKC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환경과학원의 결론에도 불구하고 환경부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환경과학원은 지난해 48종 살생물물질 승인 자료를 발표하기도 했다. 화학제품안전법에 따라 제품의 시장 출시 이전에 안전성과 효과가 검증되는 경우에만 유통이 허용된다며 사전승인제도를 거쳐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하지만 환경부는 승인을 강행한 48종서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흡입독성’ 시험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해왔다.

내부 규정인 화학제품안전법과 코로나 이후 신설된 감염병 예방에 관한 법률서도 4급 암모늄계 화합물 등 독성물질에 대해서는 가습기살균제 사태 이후 강화된 규정으로 반드시 그 성능과 안전성이 확인돼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환경부는 가습기살균제의 주원인으로 분류되는 4급 암모늄에 대해 이관 전 부처의 안전성 자료를 주장해왔으나 사실이 아니었다. 이후 해외 기관의 자료를 근거로 ‘면제 대상’이라고 말을 바꿨다.

환경부가 근거로 제시한 미국환경보호청(EPA)의 자료에는 5대 독성물질이 ‘성능과 안전성’이 확보된 것이 아니기에 맹독성 물질로 분류, 반드시 PPE(Personal protective equipment, 개인안전장비)를 갖추라고 강조하고 있고 특히 ‘비접촉·비흡입’ 조건서 방역자 등이 사용할 수 있도록 강제하고 있다.


“위험 성분”
보고서 작성

환경부는 해당 자료의 지적과는 다르게 다중이 존재하는 공공방역, 즉 다중이용시설서 반드시 4급암모늄계 화합물과 염소화합물 등 5대 독성물질만을 사용하도록 강제하고 있으며 개인보호장구와 비흡입·비접촉 사항에 대해서는 ‘뿌리지 말라’는 정도의 권고에 그쳤다.

환경과학원의 입장도 환경부와 크게 다르지 않다. 과거 식약처에서 허가를 받았고 EU-BPR, US-EPA 등에서 안전성이 검증됐다는 해명뿐이다.

그러나 한 시민단체 전문가는 “유럽과 미국 등의 선진국에서는 독성이 너무 강해 사용이 강제되지 않는다. 사용해야 한다면 PPE를 갖추고 방역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코로나 소독제로 쓰인 4급 암모늄도 마찬가지다. 국제기준으로 따졌을 때는 흡입독성 검증 실험서 통과될 수 없는 물질”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WHO와 EPA는 4급 암모늄의 인체 유해성을 인지한 뒤 분무·분사는 바이러스 제거에 효과가 없고 인체에 유해하다고 판단했다. 환경부와 달리 미국, 유럽 국가들은 EPA, 유럽 질병예방통제센터(ECDC),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의 관련 자료들을 인용해 먼저 5대 독성물질로 만든 독성소독제에 대한 사용을 금지·강제하고 이에 대한 사용법이 나와 있는 안내 가이드를 소개하고 있다.

특히 5대 독성물질이 ‘안전성과 성능’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의 독성물질이므로 PPE를 갖춰야 하며, 인체에 접촉하거나 흡입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한다.


환경부는 WHO와 EPA가 지적한 ‘안전성’에 대한 해석도 달리했다. 환경부는 코로나 발생 이후 공공방역에 사용된 ‘5대 독성물질’을 두고 호흡독성 등 안전성 논란이 제기되자 ‘면제 대상’을 주장했다. 그러나 환경부가 제시한 EPA 영문자료에서는 오히려 맹독성으로 ‘비인체·비흡입’을 조건으로 강제하고 있고 사용처와 복장까지 특정하고 있다.

폐 섬유화 ‘가습기살균제’ 성분
근거 제시 EPA 보고서 일부 오역

2021년 2월 환경부 장관의 국회 업무보고 당시 공공방역에 강제하고 있는 5대 독성물질에 대해 한정애 장관은 ‘면제 대상’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당시 미국, 유럽, 일본 등이 기준으로 하고 있는 EPA 등의 영문 원본 번역본을 통해 환경부와 과학원의 주장은 ‘Not Required’에 대한 오역으로, 보통 ‘요구되지 않는다’ ‘~을 필요하지 않다’는 표현이며, 이를 안전성 실험을 요구하지 않거나 필요치 않다고 오역한 바 있다.

여기서 ‘Not Required’는 독성이 높은 위험물질이니 안전성 실험에 대해 ‘~을 요구되지 않는다’ ‘~을 필요하지 않다’로 독성이 강함을 강조하는 표현이다.

환경부의 거짓말은 최근까지 지속됐다. 지난 2월10일, 국회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서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은 “환경부와 과학원이 대처하는 행정의 안일성을 지적할 수밖에 없다”며 “의원실서 호흡기 독성자료가 있느냐고 물으니 최초에는 ‘있다’고 했고 다음에는 ‘약사법 때문에 식약처에 있다’고 했다가, 결국 자료는 없었던 것이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면제 기준을 적용한다”고 답변했다.

환경부는 KTV 국민방송을 통해 정책에 대한 오해라며 “환경부에 해당 소독제와 관련한 흡입독성 자료가 없다거나, 혹은 실험을 했는데도 그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규정에 따르면 WHO서 공인하거나 OECD 2개국 이상서 승인된 경우 흡입 독성 실험은 면제된다. 미국과 EU서 등록 후 승인된 상황이다. 정상적으로 실험이 면제되는 조건을 갖춘 것”이라고 밝혔다.

자료 들통
말 바꾸기

이어 “다만 이후 환경과학원에서는 오는 2024년 예정된 방역용 소독제 유해성 평가에 대해 연구하기 위해 관련 실험을 진행한 적이 있다. 환경부 측에서는 실험이 진행된 것에 대해 물질서 안전성 문제가 발견됐기 때문이 아니라 사전 검증을 강화하는 차원서 이뤄졌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물질의 경우 애초에 분사용이 아니라 모두 표면을 닦는 용으로만 허가되고 승인된 상황이다. 방역 현장서 공기 중 분사를 한 사례가 발견된 만큼 환경부는 지자체와 협의해 소독업체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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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