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그날 송암동의 증언’ 이조훈 감독

<5·18 43 주기> 숨겨진 비극을 쫓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잔혹한 ‘광주의 봄’이 또 다시 돌아왔다. 1980년 이후 43년간 반복된 한 맺힌 봄이다. 계엄군의 총칼에 스러져간 시민군, 무기 없이 맨손으로 죽어간 민간인, 사라진 시민까지 광주의 진실은 여전히 꾹 다문 입 너머에 감춰져 있다.

시작은 한 사람의 제보였다. 광주 시내 외곽 송암동서 민간인 학살이 있었다는 증언이다. 1980년 5월24일 당시 사건 현장에 있었던 공수부대원 A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이조훈 감독은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듯했다”고 말했다. 공수부대와 전투교육사령부대의 오인교전은 엉뚱하게도 조용한 일상을 보내던 마을주민에게로 불똥이 튀었다. 

한 건의 제보

20여년간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이 감독은 A의 증언이 진실에 가깝다고 판단했다. 그는 “A를 3번 정도 만났다. 그때마다 일관적으로 당시 상황에 대해 말했다. 평소 갖고 있는 철학, 군에서의 생활 태도, 제대 이후 모습 등 삶의 길을 봤을 때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A가 당시 현장에 있던 다른 부대원을 특정해서 알려줬다. 그들을 몇 번 찾아갔는데 다들 도망가더라. 그게 A의 말이 진실일 수 있다는 방증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이 감독은 사진, 영상 등 피해자의 증언 외에 그 어떤 자료도 남아있지 않은 사건을 극화하기로 결심했다. 영화 <송암동>의 시작이다. 

지난해 초 나온 시나리오는 극화된 <송암동>의 3배 분량이라고 한다. 당초 구상 자체를 3부작으로 했기 때문. 이 감독은 “송암동서 민간인 학살이 일어났다는 정보 전달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배경까지 알려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던 와중에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서 제작지원을 받아 먼저 첫 번째 영화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실제 영화 <송암동>을 보면 군데군데 궁금증을 자아내는 대목이 나온다. 20여명의 민간인을 논두렁에 세워두고 한 군인이 이들을 총살하는 장면, 계엄군 사이의 오인교전이 사고가 아니라 사건일 수 있다는 두 사람의 대화 장면 등 이 감독이 의도적으로 흩뿌려둔 ‘떡밥’이 존재한다.

이 감독은 “(두 부대 사이의) 오인교전이 사건일 수 있다는 의혹을 추적하는 게 2편, 그 의도가 어디서 출발했는지 뿌리까지 뽑는 게 3편의 주요 내용”이라고 귀띔했다. 올해 가을로 개봉이 예정돼있는 <송암동>의 흥행 여부에 따라 2~3편의 영화화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3부작으로 구상
5회 차 촬영으로 완성

현재 진행 중인 펀딩 모금액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2~3편의 제작비로 사용할 것이라고도 했다. 

상영시간 72분의 <송암동>은 이 감독의 첫 장편 극영화다. <블랙딜> <서산개척단> <광주비디오: 사라진 4시간> <송암동>까지 총 4편의 장편영화를 만들었지만 장편 극영화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1989년 광주청문회서 시민군이었던 최진수씨가 진술을 하는 장면은 실제 화면을 사용했다.

그 외 장면은 모두 배우의 연기로 구성했다. 피해자의 증언을 90% 이상 극화한 것으로 일종의 ‘논픽션 시네마’다.

배우는 모두 오디션을 통해 뽑았다. 이 감독은 “전재수 어머니 역할의 오디션을 보는데 배우가 너무 잘 울었다. 그 모습을 보고 ‘이 영화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전재수는 송암동 사건서 계엄군의 총에 맞아 사망한 11세 소년이다. 사망한 전재수를 끌어안고 어머니와 형이 오열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송암동>의 제작은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지난해 초 완성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제작 지원이 결정된 시기가 같은 해 7월 말이었다. 제출 마감은 같은 해 11월. 4개월 만에 영화를 만들어야 하는 강행군이었다. 이 감독은 5회 차 만에 촬영을 마쳤다. 배우의 호연과 감독의 확신이 빚어낸 결과물이었다.

“(촬영을) 5회 차 만에 다 마치려면 배우가 완벽해야 했어요. 오디션 과정서 (사투리)네이티브 스피커만 뽑았거든요. 그래서인지 배우들이 본인 이야기로 여기고 정말 열심히 연구를 많이 해오셨어요. 오히려 배우가 서운해 하더라고요. 조금 더 몰입해서 한 번 더 찍고 싶은데 쿨하게 OK 하고 끝냈죠.”

지난 8일 서울 용산 CGV서 열린 언론시사회에는 출연배우가 참석했다. 이들도 이날 시사회서 처음 완성본을 봤다. 이 감독은 “시사회가 끝나고 배우들이 다음 시사회에 가족이나 지인을 더 데려와도 되냐고 묻더라. 영화를 다른 사람한테도 보여주고 싶다는 뜻이지 않나. 쪽팔리진 않겠구나 생각했다”고 웃었다.

<송암동>은 <광주비디오: 사라진 4시간>에 이어 이 감독이 5·18민주화항쟁을 다룬 작품이다. 광주 출신인 그는 다큐멘터리 감독으로서 5·18을 다루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가 40대에 이르러서야 제작에 나섰다. 5·18을 객관적으로 거리를 두고 바라볼 수 있는 시기에 소재를 다루고 싶었기 때문.

뒷모습으로만 등장하는 계엄군
“2편에선 얼굴 낱낱이 보여줄 것”

이 감독의 고심은 영화 곳곳에 드러난다. 영화 중간에 이르면 한 계엄군이 민가에 들어와 물을 달라고 하고 가져다준 아주머니에게 ‘우리도 이러고 싶어서 그러는 게 아니다’라는 뉘앙스의 말을 한다. 자칫 계엄군의 행위를 합리화 하거나 정당화 하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는 대목이다.  

“송암동 사건의 피해자 한 분이 증언한 내용입니다. 사실 이 영화서 계엄군은 얼굴이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마지막에 사건을 제보한 계엄군 역할의 배우만 얼굴이 나와요. 저는 계엄군을 하나의 덩어리, 명령에 의해서 움직이는 조직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표정이나 감정이 드러나는 얼굴을 보여주면서 그들의 감정을 낱낱이 분쇄해서 표현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있던 계엄군의 말을 따오되 뒷모습으로 표현해 이를 중화하려 했습니다.”

<송암동> 2편의 내용은 아예 반대라고 언급했다.

이 감독은 “(계엄군이) 송암동으로 오기 전 출발 단계부터 보여주는데 그때는 객체로서의 계엄군의 얼굴을 낱낱이 드러낼 생각이다. 아예 제목도 <송암동: 얼굴>로 생각하고 있다. 계엄군 가운데 누군가는 사람을 죽였지만 말린 군인도 있었다. 계엄군 사이에도 분명하게 층위가 존재했을 것이라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5·18민주화항쟁을 다룬 콘텐츠서 계엄군은 가해자, 광주시민은 피해자라는 이분법적인 분류에서 벗어나 그 안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는 취지다. 이 감독은 “섞여 있는 어떤 부분을 잘 발라내서 보여주는 게 앞으로 용서와 화해로 가는 중요한 코드가 아닐까. 그런 길을 열어놔야 감춰져 있던 진실이 드러날 가능성이 생긴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용서와 화해

“송암동 사건은 광주시민 가운데서도 모르는 분이 많아요. 일단 이런 사건이 있었다는 것을 알리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에 영화를 만들게 됐습니다. 5‧18민주화항쟁에 숨겨져 있던 또 다른 비극적인 사건을 보고 무엇이 진실을 밝히는 데 더 중요할지 한 번 더 생각하면서 많은 공감을 나누길 바랍니다.”

<jsjang@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