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상 자유와 권리, 균형점 찾는 법·제도 보완 시급

‘집회·결사의 자유’(21조) 앞세워 ‘환경권’(35조) 침해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시민들의 생활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행복추구권’ 못지않게 ‘환경권’이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무분별한 집회와 시위가 쾌적한 생활환경을 추구하는 시민들의 ‘환경권’을 공공연하게 침해하고 있어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헌법상 권리인 ‘집회·결사의 자유’를 앞세워 동등한 가치의 헌법상 권리인 ‘환경권’을 외면한 채 벌어지는 막무가내식 집회와 시위는 정당한 권리 행사의 범위를 벗어난 만큼 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국내 주요 기업 사옥 주변 등 곳곳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수준을 넘어 특정 목적 관철을 위해 타인을 괴롭히거나 피해를 끼치는 수단으로 집회·시위를 악용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시위자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명예를 훼손하는 모욕적 표현 및 허위 사실이 적시된 현수막 등을 별다른 제재없이 내걸고 있고, 고성능 스피커를 통해 고음의 운동가요를 반복 재생하는 방식 등을 동원해 특정인과 기업, 인근 지역 시민을 힘들게 하고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우리 헌법은 질서유지, 공공복리 등을 위해 필요할 경우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면서 “집회 및 시위의 자유에 가려진 ‘환경권’의 가치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과도한 집회·결사의 자유 내세운 무분별 집회·시위, 시민의 기본권인 ‘환경권’ 침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은 현행 헌법 개정(1987년) 이후 집회·시위에 대한 허가의 절대적 금지(신고제), 국가의 절차적 통제 최소화, 사전 신고 등 시위 당사자의 의무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개정돼왔다.

헌법재판소도 집회와 시위의 장소(국회, 법원 인근 금지 등), 시간(일몰 후 ~ 일출 전 금지) 등의 제한 움직임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렸고, 대법원 역시 ‘시위 소음으로 인한 업무 방해’와 ‘사전 신고 절차를 위반한 집회 개최’ 등과 관련해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의 취지 등을 감안할 때 불가피한 부분이 있음을 인정해오고 있다.

집회·결사 자유 내세운 막무가내식 집회·시위, 정당한 권리 행사 범위 이탈
특정 목적 관철 위한 시위 만연으로 국민의 ‘환경권’ 훼손 사례 수시 발생

문제는 민주화의 결실로 탄생한 현행 헌법의 영향으로 집회·시위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가 과도하게 해석되면서 헌법이 동등하게 보장하고 있는 가치인 ‘환경권’ 등이 불합리하게 침해당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그룹 서초 사옥이 위치한 서울 강남역 주변은 주말까지 집회 시위가 지속돼 기업은 물론 주변 상인들과 인근을 지나는 시민들까지 극심한 소음피해를 입고 있다. 불특정 다수 시민들이 영문도 모른 채 ‘환경권’을 침해받고 있는 것이다.

개인사업자로 자동차 판매업을 했던 A씨는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그룹 사옥 인근서 근거 없는 ‘원직 복직’을 요구하며 10년 이상 시위를 이어오고 있는데 소음과 불법 천막으로 인한 시민들의 고통이 상당하다.


A씨는 아침, 점심, 저녁으로 극심한 소음을 발생시키며 기업과 인근 시민의 ‘환경권’을  침해하는 것은 물론, 인도 위에 불법 천막을 설치해 보행하는 시민들의 이동 환경마저 저해하고 있다. 지자체의 허가 없이 인도나 차도에 천막을 설치하는 행위는 명백한 불법이다.

강남역 주변 시위, 인근 시민들 주말도 없이 쾌적한 환경 저해 소음 공해 노출
현대차 사옥 주변 시위, 인도 위에 불법 천막 설치로 시민들의 이동 환경 저해

또 도로 사거리 주변에 세운 10여개의 깃발형 현수막은 천막과 함께 도로를 이용하는 운전자, 보행자들의 시야를 가려 교통사고 위험성마저 높이고 있다.

A씨는 법원의 가처분 결정, 민·형사상 판결 등에도 불구하고 시위를 지속하고 있고, 지자체와 경찰 등도 적극적인 대처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집회·시위의 자유를 적시한 헌법 제21조가 특정인이나 특정 집단의 이익을 관철시키는 도구로 전락하면서 다수 시위 현장이 법원의 판결과 행정당국의 영향력이 미치지 못하는 통제 불능의 공간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서 생활할 권리’ 중요성 부각…’환경권’ 권리 주장도 강해져

우리 헌법 제35조는 ‘모든 국민이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서 공해 없이 생활을 누릴 수 있는 권리’로 국민의 기본권인 ‘환경권’을 명시하고 있다. ‘환경권’은 부당한 환경 침해 방지를 요청할 수 있는 생존권적 기본권 중 하나인 셈이다.

환경권 이념은 일부 선진국서 산발적으로 논의돼오다 1972년 스웨덴 스톡홀름의 UN 인간환경회의서 “인간환경의 보호와 개선은 인간의 복지와 경제발전에 미치는 주요 문제므로 이는 전 세계 인간의 절박한 염원이고 모든 정부의 책임”이라는 ‘UN 인간환경선언’ 결의문이 채택된 것을 계기로 세계 각국이 자국 법 체계에 흡수했다.

환경권서 언급되는 환경은 토지·물·공기 등 자연적 환경뿐만 아니라 도로·공원과 같은 인공적 생활환경서, 넓게는 문화유산·의료·교육과 같은 문화·사회적 환경까지 인간을 둘러싼 환경 모두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환경권은 우리 생활과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는 권리로, 침해될 경우 즉시 생활의 불편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헌법 제10조에서 보장한 ‘행복추구권’과 함께 가치와 중요성이 갈수록 강조되고 있다.

‘환경권’에 대한 시민들 권리 주장 강해져…집회·시위의 자유 조정 검토 필요
회기 1년 남짓 국회, 집시법 개정 논의 외면…헌법상 가치 보호 노력 절실

하지만 쾌적한 생활환경 추구에 대한 시민들의 열망에도 불구하고 무분별한 집회·시위의 확산으로 인한 환경권침해 사례가 늘고 있어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동시에 헌법상 권리인 환경권이 침해됐을 때 현수막 설치, 진정서 제출, 손해배상청구 등 민사적 구제 수단을 통해 보다 적극적으로 권리를 주장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현직 대통령 자택 인근인 서울 서초동 주상복합아파트 주민들은 “아파트 맞은 편서 열리는 집회 소음으로 인해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없다”며 경찰에 “확성기 사용 등을 금지해달라”는 내용의 진정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 전문가는 “환경권에 대한 인식변화는 개인이 누리는 환경권의 가치와 보호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사회적 공감대가 점점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고 말했다.

‘집회·시위의 자유' vs ‘환경권’, 헌법상 기본권 충돌 조정 위한 법·제도 개선 나서야

헌법상 다른 권리들에 비해 집회·시위의 자유가 과도하게 보호받는 과정서 나타난 기본권 간 충돌을 국회가 나서서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본권 간 충돌을 조정할 수 있는 법률 개정 권한이 국회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 헌법 제37조 제2항은 필요 최소한의 범위를 전제로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번 21대 국회서도 집회·시위의 자유를 제한함으로써 다른 기본권과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내용의 집시법 개정안 30여건이 다수 의원들을 통해 발의돼있다.

자신의 의사를 합리적으로 표현하는 정도를 넘어 타인에게 심각한 괴롭힘이나 피해를 주기 위한 수단으로 집회·시위를 악용하는 것을 법률로써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데 동의한 결과다.

하지만 지난해 여야가 정치적 이해관계를 조율해 건물로부터 100m 이내 집회·시위를 금지하는 대상에 대통령 집무실과 전직 대통령 사저를 추가한 것 외에는 별다른 논의의 진전이 없다.

21대 국회(2020년 5월30일 ~ 2024년 5월29일) 회기가 고작 1년 남짓 남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집시법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미국의 오랜 격언 중 ‘당신이 주먹을 휘두를 권리는 타인의 코앞에서 끝난다’(Your right to swing your fist ends where the other man’s nose begins)는 말이 있다”면서 “지금은 집시법 개정을 통해 집회·시위의 자유에 가려진 다른 헌법상 가치 보호를 위해 노력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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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