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가고…’ 엠폭스 진짜 정체

원숭이두창, 제대로 아십니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국은 코로나19로 감염병의 영향력을 진저리 날 정도로 겪었다. 2020년부터 현재까지 코로나 창궐로 3년이 흘렀지만 사회를 할퀸 상흔은 현재진행형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또 다른 감염병이 조용히 사회 구석구석으로 파고들고 있다. ‘원숭이두창’으로 알려진 엠폭스가 확산하고 있다.

감염병의 공포는 ‘속도’에 있다. 얼마 빠르게 확산되느냐에 따라 그 위력이 결정된다. 정부에서 감염병이 창궐하면 격리 등의 방법을 통해 일단 확산부터 막으려는 이유다. 코로나19의 경우 마스크 의무 착용, 격리, 백신 접종 등의 정부 조치가 확산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3년 넘게 이른바 ‘암흑기’를 보냈다.

조짐 보이는데…

엠폭스(원숭이두창) 확진자가 50명에 육박하고 있다(지난 3일 기준).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2일 0시 기준 신규 엠폭스 확진자는 2명 늘어 49명이 됐다. 지난해 6월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지난달 13일까지 9개월간 확진자 수가 5명에 불과했는데 지난달 7일 이후 불과 한 달 사이에 44명이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이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감염경로다. 초기 5명의 확진자는 모두 해외서 국내로 들어왔거나 확진자와 접촉한 의료진으로 알려졌다. 반면 나머지 44명은 대부분 국내서 옮았다. 문제는 엠폭스에 대한 국민의 인식 정도가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전파 사례가 확인된 만큼 정부 차원서 정보 공유를 진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팀은 지난달 21~24일 한국리서치와 함께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엠폭스 인식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지난 1일 발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39.1%는 ▲국내 감염 현황 ▲의심 증상 시 행동요령 ▲국내 위기경보 수준 등 5개 영역의 엠폭스 정보 중 ‘비교적 정확히 아는 게 하나도 없다’고 답했다. 

지난달 7일 이후 44명
국내에서만 전파됐다

국민 10명 중 4명이 엠폭스에 관한 정보가 없는 셈이다. 남성(27%)보다는 여성(41.1%)에서, 연령별로는 20~30대(43.9%)에서 ‘정확히 아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응답이 많았다. 엠폭스의 감염경로나 증상에 대해서는 60% 이상이 ‘알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치료제나 백신 유무 등에 대해서는 ‘모르겠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었다. 

유행 가능성이나 본인 감염 가능성에 대한 위험 인식은 평균(3점)보다 낮게 나타났다. 엠폭스 이해도가 높을수록 위험 인식이 낮아지는 경향이 드러났다.

유 교수는 “엠폭스 감염이나 유행에 대해 낮음에서 보통 수준의 위험으로 인지하는 것은 대유행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당국이나 전문가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다만 일반 국민의 엠폭스 대응 효능감을 높일 구체적인 행동요령 정보와 소통 강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엠폭스는 1958년 실험실 사육 원숭이서 처음 발견됐다. 이후 1970년 콩고민주공화국서 인체 감염 사례가 처음 보고됐다. 지난해 유행 전까지는 중앙아프리카와 서부아프리카의 농촌우림지역서 주로 발생하는 풍토병으로 알려졌다. 

엠폭스는 유증상 감염 환자와의 접촉을 통해 감염된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감염된 사람·동물의 체액, 피부 등에 직접 접촉 ▲감염된 사람‧동물이 사용한 물건과 표면에 접촉 ▲호흡기 분비물에 접촉 등을 통해 감염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성접촉 등 밀접접촉에 따른 확진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엠폭스에 감염되면 일반적으로 발열·오한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림프종이 붓거나 피로·근육통·요통·두통이 동반된다. 인후통이나 코막힘, 기침 등 호흡기 증상 등을 시작으로 1~4일 후에 얼굴·입·손·발·가슴·항문 등에 발진이 생긴다. 감염 시 경미하게 증상이 나타났다가 2~4주 뒤면 완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민 10명 중 4명 ‘모른다’
치료제·백신은 확보돼있어

문제는 면역저하자·아동·임산부·기저질환자 등 고위험군서 드물지만 출혈·패혈증·뇌염 등 중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여기에 2차 세균감염, 심한 위염, 설사, 탈수 등 합병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폐렴과 같은 합병증이나 뇌(뇌염) 또는 눈에 감염이 일어나면 치명적일 수 있다.

풍토병 국가를 중심으로 발생하는 중앙아프리카 계통 엠폭스의 치명률은 10% 정도로 보고된다. 다만 지난해 이후 유럽 및 북미를 중심으로 발생 중인 서아프리카 계통 엠폭스는 대부분 2~4주 후 자연치유 되고 치명률은 1% 미만으로 보고돼있다.

엠폭스 진단 결과 양성으로 확인되면 격리 입원 절차를 밟는다. 증증도와 사망 위험도를 고려해 필요한 경우 항바이러스제 같은 치료제를 투여한다. 우리나라는 엠폭스 치료제인 항바이러스제 504명분, 백신 5000명분을 지난해 도입했다. 진단 검사 시약은 4400명분을 보유하고 있어 하루 200건 이상 검사가 가능하다. 

현재 국내엔 백신 ‘진네오스’도 확보돼있다. 백신 예방접종은 상대적으로 바이러스 노출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군 밀접접촉자와 확진환자를 진료하는 의료진 등을 대상으로 한다. 일반 국민을 상대로 한 백신접종은 이르다는 판단이다. 해외서도 일반인보다는 고위험군 중심으로 예방접종을 시행 중이다. 

“틀어막아야”

정부는 엠폭스 확산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민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방역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추가 발생 최소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박 조정관은 “엠폭스는 감염경로가 제한적이고 백신·치료제를 확보해 충분히 관리 가능한 질환”이라며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고 모르는 사람과 밀접접촉을 삼가해달라. 발진 등 의심 증상이 있으면 보건소나 질병관리청 콜센터(1339)로 문의 바란다”고 당부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다시 느는 코로나19

지난 2일 기준 2만197명이 확진되는 등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마스크 의무 착용 조치가 해제되고 나들이 관람객 수가 늘어나면서 확진자 수가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정부는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정부 당국은 코로나 주간 위험도를 15주 연속 ‘낮음’으로 평가했다. <선>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