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수 분석> 문재인 트위터의 이면

온라인서 지핀 불, 정치판으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의 말은 그 무게감이 남다르다. 공식 석상에서 한 말은 물론 비공식적으로 흘러나온 말에도 다양한 해석이 따라붙는다. 퇴임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자리가 주는 압박서 벗어난 상태라 자유로운 듯 보이지만 발언 하나에 온갖 정치적 해석이 난무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어떨까?

사실 전임 대통령에게 ‘잊힐 권리’는 없다. 자리서 물러나도 발언과 행보에 대한 주목도는 늘 높은 편이다.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전임 대통령은 조용한 행보를 택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그런 듯 보였다. 재임 시기 여러 차례에 걸쳐 ‘잊히고 싶다’는 뜻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말과 행동
180도 달라

“잊혀진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다.”(2020년 신년 기자회견) “남은 기간 동안 최선을 다하고 자연으로 돌아가서 잊혀진 삶, 자유로운 삶을 살겠다.”(지난해 3월 제15대 종정 ‘중봉 성파 대종사’ 추대 법회) 등 문 전 대통령의 관련 발언은 언론 보도를 통해 ‘박제’돼있다. 문제는 문 전 대통령의 실제 행보와 발언 사이의 괴리다. 

문 전 대통령은 퇴임 직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활발한 SNS 활동을 하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이 SNS에 글을 올리면 지지자는 공감을 표하고 댓글을 단다. 말 그대로 잊히려야 잊힐 수 없는 상황이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해 5월9일 임기를 마치고 지난달 25일까지 1년여 동안 트위터에 58개의 글(날짜 기준)을 올렸다. 6일에 한 번 꼴이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해 5월9일 트위터에 퇴임 인사를 남겼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대통령으로서 무거운 짐을 내려 놓습니다”로 시작된 글은 “선거 과정에서 더욱 깊어진 갈등의 골을 메우며 국민 통합의 길로 나아갈 때 대한민국은 진정한 성공의 길로 더욱 힘차게 전진할 것입니다”로 끝을 맺었다. 

다음 날인 5월10일 윤석열 대통령이 대한민국 20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처음으로 5년 만에 정권교체가 이뤄진 상황이었다. 문 전 대통령은 임기 내내 지지율이 40% 밑으로 떨어지지 않을 만큼 확고한 지지층을 보유한 정치인이다.

‘문파’로 불리는 지지자는 문 전 대통령에 무한한 지지를 보냈다. 그럼에도 5년 만에 보수정당에 정권을 빼앗겼다.

대선 직후부터 5년 만의 정권교체에 대한 언론의 분석이 나왔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득표율 격차는 0.7%p에 불과했고, 윤 대통령이 정치 신인이라는 점에서 문 전 대통령이 도마에 올랐다. 문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 행보가 진영 사이에 뚜렷한 갈등을 만들었고 그 결과가 정권교체로 이어진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퇴임 사흘 만에 글 올려
책 추천으로 에둘러 비판?

많은 정치인이 선거 패배 이후 외국으로 떠나는 등 공식적인 외부 활동을 줄이는 식으로 시간을 보낸다. 문 전 대통령이 당분간 별다른 활동 없이 사저서 ‘자연인’의 시간을 보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이른바 정권교체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라 조용한 행보를 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은 이 같은 예상을 깨고 윤 대통령 취임 사흘째 되던 날인 지난해 5월12일 트위터에 글을 게시했다. 이미지 파일로 업로드된 글에는 문 전 대통령의 일상이 주된 내용으로 담겼다. 퇴임 이후 처음 올라온 근황 글에 문 전 대통령의 지지자는 ‘마음에 들어요’(하트) 4만3000개, 리트윗 1만9000개, 댓글 2793개로 화답했다.  


이후 그는 평산책방 개점 소식을 알린 지난 25일까지 날짜 기준으로 58개의 글을 올렸다. 트위터는 짧은 글에 특성화돼있는 SNS다. 280자의 글자 수 제한이 있어 긴 글을 쓰기 위해서는 여러 개를 이어 쓰는 등의 방법이 필요하다. 문 전 대통령은 페이스북 링크를 통해 긴 호흡의 글을 전달하기도 했다.  

문 전 대통령이 업로드한 트위터 글을 보면 ▲일상 ▲책 추천 및 서평 ▲기념일 인사 ▲현안에 대한 발언 등으로 크게 분류된다. ‘[평산마을 비서실]’이라는 말머리로 시작되는 글이 올라오는 경우도 있다. 문 전 대통령이 아닌 관계자가 대신 작성하는 것으로 사진을 첨부해 업로드한다.

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첫 글을 올릴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 [평산마을 비서실입니다] 대통령님께서 직접 쓰시는 글 외에도 평산마을에서의 일상을 비서실에서 간간히 전해드리겠습니다. 오늘은 내외분께서 평산마을에 오시고 첫 외출을 한 날입니다’라는 내용의 글도 함께 업로드됐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책과 관련된 글이다. 책을 추천하고 짤막한 서평을 덧붙이는 식이다. 책을 추천한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해석이 뒤따른다. 추천자의 의중이 책에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녹아있기 때문.

책 20여권
담긴 의미는?

대통령이 추천하는 책은 더욱 그렇다. 문 전 대통령이 첫 번째 책을 추천했을 때 ‘정치 행보’라는 말이 나온 이유다.

문 전 대통령은 <짱깨주의의 탄생> <실크로드 세계사> <한컷 한국사>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지정학의 힘> <시민의 한국사> <하얼빈> <쇳밥일지> <지극히 사적인 네팔> <옛 그림으로 본 서울> <우주시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나는 독일인입니다> <아버지의 해방일지> <기술의 충돌> <한국과학문명사 강의> <나무수업> <차이에 관한 생각> <털 없는 원숭이> <말하는 눈> <조국의 법고전 산책>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서울편> <작별하지 않는다> 등 20여권의 책을 언급했다.

처음으로 추천한 김희도 광운대 교수의 <짱깨주의의 탄생>을 두고는 윤석열정부의 정책을 비판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짱깨주의의 탄생>은 한국 사회에 확산되고 있는 반중·혐중 정서를 들여다본 책이다. 문 전 대통령은 “도발적인 제목에 매우 논쟁적입니다. 책 추천이 내용에 대한 동의나 지지가 아닙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을 어떻게 볼 것이며 우리 외교가 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 다양한 관점을 볼 수 있습니다. 이념에 진실과 국익과 실용을 조화시키는 균형된 시각이 필요합니다”라며 “언론이 전하는 것이 언제나 진실은 아닙니다. 세상사를 언론의 눈이 아니라 스스로 판단하는 눈을 가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줍니다”라고 덧붙였다.

문 전 대통령은 글의 서두에 과도한 해석을 경계하는 문구를 넣었다. 그럼에도 문 전 대통령이 윤석열정부의 외교정책을 책 추천을 통해 에둘러 비판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윤 대통령은 문재인정부의 미중 균형 외교를 실패로 규정짓고 한·미·일 동맹 강화를 내세웠다. 중국과는 거리를 두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한국역사연구회의 <시민의 한국사>를 추천하면서는 “한국사국정교과서를 반대하고 폐지했던 사람으로서 매우 반가운 책입니다”라고 적었다. 정지아 작가의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추천하는 글에는 “책을 추천하는 마음이 무겁습니다”라고 했다. 정 작가는 평산책방의 첫 손님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조국 책 추천
여전히 옹호?


지난 2월8일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조국의 법고전 산책>을 추천했다. 문 전 대통령은 “저자의 처지가 어떻든 추천하고 싶은 좋은 책입니다”라고 표현했다. 글 말미에는 “갖은 어려움 속에서 꽃을 피워낸 저자의 공력이 빛납니다”라고도 했다. 조 전 장관은 현재 본인과 가족이 비리 의혹에 연루돼 재판을 받고 있다.

책 추천보다 뚜렷하게 의중을 밝힌 글도 눈에 띈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구속된 것을 두고 입장을 밝힌 것이다.

서 전 실장은 해양수산부 공무원인 고 이대준씨가 북한군에 살해된 이튿날인 2020년 9월23일 오전 1시께 열린 관계 장관회의에서 피격 사실을 은폐하려 합참 관계자와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에게 ‘보안 유지’ 조치하라고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를 받고 있다. 

서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3일 구속됐다. 문 전 대통령은 “서훈 실장은 김대중·노무현·문재인정부의 모든 대북협상에 참여한 최고의 북한전문가·전략가·협상가입니다. (중략)서훈처럼 오랜 연륜과 경험을 갖춘 신뢰의 자산은 다시 찾기 어렵습니다. 그런 자산을 꺾어버리다니 너무나 안타까운 일입니다”라고 밝혔다.

앞서 문 전 대통령은 “정권이 바뀌자 부처의 판단이 번복됐다”며 “부디 도를 넘지 않길 바란다”는 입장문도 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의 대독으로 문 전 대통령의 입장이 전해졌다.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은 문재인정부와 윤석열정부서 서로 다른 결론을 내면서 정치 이슈로 떠올랐다. 이 과정에서 사건의 최종 책임자로 문 전 대통령이 지목된 바 있다.


풍산개 논란과 관련해서도 “지금이라도 내가 입양할 수 있다면 대환영이라는 걸 밝혀둡니다”라고 강조했다. 2018년 9월 남북정상회담 이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선물한 풍산개 곰이와 송강의 거취를 두고 불거진 논란이다.

서훈 구속, 적극적으로 비판
사회 현안마다 얹은 한 마디

풍산개를 사저로 데려갔던 문 전 대통령은 대통령기록물법 시행령 개정이 이뤄지지 않자 곰이와 송강을 반납했다. 

평소 반려동물을 아끼던 모습을 보였던 문 전 대통령이 풍산개를 반납하면서 파양 논란이 불거졌다. 풍산개 사육비용이 250만원이라는 사실이 공개되면서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은 물론 일반 국민 사이에서도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자 트위터에 글을 쓴 것으로 보인다. 

제주 4·3사건과 관련해서도 적극적인 목소리를 냈다. 지난 3월28일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언급하면서 “더 이상 이념이 상처를 헤집지 말기를 바랍니다. 4·3의 완전한 치유와 안식을 빕니다”라고 적었다. 4·3희생자 추념일 당일에는 제주도를 직접 찾아 추념식에 참석했다. 전직 대통령으로서는 최초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4·3사건과 관련해 다양한 발언이 나오고 있던 시기였다. 여기에 윤 대통령이 추념식에 참석하지 않은 것과 비교해 문 전 대통령의 행보를 해석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당시 현장서 나온 윤 대통령의 추념식 불참 관련 질문에 문 전 대통령은 “달리 말씀 드리지 않겠다”며 말을 아낀 것으로 전해졌다. 

사회 현안과 관련해서도 꾸준히 목소리를 냈다. 유홍식 신부의 추기경 임명(지난해 5월30일), 누리호 2차 발사 성공(지난해 6월21일), 일본 아베 전 총리 서거(지난해 7월7일), 수해 복구(지난해 8월12일),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 서거(지난해 9월9일), 이태원 참사(지난해 10월30일), 튀르키예 대지진(지난 2월7일) 등을 언급했다.

새해 인사도 잊지 않았다.

문 전 대통령이 올린 가장 최근 게시물은 평산책방 개점 소식이다. 지난 25일 ‘평산책방이 문을 열었습니다’라는 내용의 이미지 파일을 업로드했다. “평산책방의 중심은 북클럽 ‘책 친구들’입니다. (중략)여러분을 평산책방과 문재인의 책 친구로 초대합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스스로를 ‘책방지기’로 지칭했다.

해당 글을 두고 문 전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오프라인 활동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왔다. 4·3 추념식 참석에 이어 책방 개점으로 지지자 결집을 도모하려는 게 아니냐는 설명이다. 시기상으로도 22대 총선을 1년 앞두고 있다. 다음 달 11일에는 영화 <문재인입니다>도 개봉한다. 전임 대통령 가운데 역대급으로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다. 

책방 이면
총선 때문?

국민의힘 장예찬 청년최고위원은 문 전 대통령의 행보를 두고 “정치적 노림수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 방송에 출연해 “(문 전 대통령은)역대 전직 대통령 중에 가장 활발하게 정치와 사회활동을 하시는 분”이라며 “잊히고 싶다라는 말은 진심이 아닌 게 100% 드러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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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