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공범’ 공인중개사의 두 얼굴

“먹튀 집주인보다 더 나빠요”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세사기 피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지역을 가리지 않고 ‘펑펑’ 터지는 모양새다. 일각에선 “이제 시작”이라는 암울한 진단까지 나온다. 전세사기 문제를 마냥 임대인과 임차인의 문제로만 볼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들을 연결한 공인중개사의 책임론이 대두되고 있다.

전세사기 사건은 한 개인의 전 재산을 좌지우지 한다는 점에서 악질적인 범죄로 여겨진다. 임차인은 전세금 마련을 위해 은행 대출 등의 방법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금리 등락에 벌벌 떨면서 돈을 빌려 최소 2년 동안 살 집을 마련한다. 전세사기는 임차인의 돈뿐만 아니라 ‘당분간 내 집’이라는 주거 안정감까지 앗아가는 셈이다. 

돈 잃고

전세사기 피해자는 거리로 나와 눈물을 흘리고 있지만 즉각적으로 피해자를 구제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은 상황이다. 전세사기로 전세금을 날릴 위기에 처한 임차인 가운데 일부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전세사기를 당해 극단적 선택을 한 피해자의 연령대가 대부분 20~30대로 알려지면서 많은 이들을 가슴 아프게 했다. 

경찰은 지난해 7월25일부터 지난달 26일까지 전세사기 전국 특별단속을 벌여 총 729건, 2188명을 검거해 209명을 구속했다. 특히 전세사기 피해자는 2030세대에 집중됐다. 연령별 피해자는 20대가 18.1%(308명), 30대가 33.4%(570명)로 집계됐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원룸에 사는 2030세대가 피해를 본 것이다.

피해 금액은 2억원 이하가 71.1%였고 피해 주택 중 66.2%는 다세대주택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인천 미추홀구, 서울 강서구에서 다수 발생했다.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해 2030세대가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특히 미추홀구에서는 최근 전세사기 피해를 본 20대, 30대 청년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났다. 


미추홀구전세사기피해대책위, 빌라왕피해대책위 등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등은 지난 26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보증금 반환 채권매입 방안이 빠진 정부여당의 특별법은 수많은 피해자를 사각지대에 방치할 가능성이 높다”며 “전세사기·깡통전세는 사회적 재난이다. 사각지대 없는 피해 구제, 보증금 채권매입을 활용한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세사기 피해가 크게 불거지면서 여야는 앞다퉈 대책을 내놓았다. 야당은 ▲피해 세입자의 보증금 반환채권 공공매입을 통한 일부 보전 ▲피해주택의 공공매입을 통한 주거권 보호 ▲경매 시 우선매수권 부여 등을 골자로 잡았다.

반면 정부여당은 보증금 채권매입 방안은 제외하고 우선매수권 부여와 피해주택의 공공매입만을 담았다. 피해자들은 이 부분을 문제삼고 있는 것이다.

가담 혐의로 400명 입건
문제 있어도 못 걸러낸다

전문가는 사인 간의 거래인 전세계약 과정에서 발생한 피해를 정부가 모두 보전해줄 수 있는 방안은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강서구 전세피해지원센터에 방문한 뒤 “사기 피해를 국가가 떠안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설사 가능하다 하더라도 이는 사기 범죄를 국가가 조장하는 결과가 된다”고 선을 그었다. 

문제는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 가해자 처벌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공인중개사에 대한 비판은 상대적으로 옅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전세사기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면서 다수의 공인중개사가 가담한 정황도 포착됐다. 한때 ‘선호 직업’으로 여겨졌던 공인중개사가 전세사기의 공범으로 전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전세사기로 입건된 피의자 2188명 가운데 414명(18.9%)은 공인중개사였다. 가짜 임대인 1000명(45.7%) 다음으로 많은 숫자다. 공인중개사는 시세를 알기 어려운 신축 빌라의 가격을 부풀려 전세계약을 유도해 임차인을 끌어들였다. 깡통 전세 위험이 크다는 점을 알면서도 일단 계약을 진행하고 보는 식이다. 

최근 경기 구리시 등 수도권에서 전세사기 행각을 벌인 빌라왕의 범행에 개입된 공인중개사 40여명이 추가로 입건됐다. 이들은 법정 수수료율보다 더 높게 수수료를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 부분에 대해 컨설팅 비용을 받은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수사 결과 컨설팅 비용 명목으로 뒷돈을 챙기면서도 임차인에게 전세 매물의 문제점을 알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공인중개법상 중개인은 중개 물건의 위치, 주변환경, 종류 등 기본적인 사항을 알려줘야 한다. 또 해당 주택의 권리관계를 제대로 설명해야 하는 의무를 갖고 있다. 일반적으로 부동산 거래를 하려는 사람은 공인중개사를 통해 하는 경우가 많다. 개인끼리의 거래보다 안전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전세사기 사건에 공인중개사가 다수 연루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근본적인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2만명에 육박하는 공인중개사(국토부 통계)를 싸잡아 비판할 순 없지만 일부의 도덕적 해이가 다수의 피해자를 낳은 부분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피해자 극단적 선택
부랴부랴 대책 마련

더 큰 문제는 임차인이 공인중개사에 대한 정보를 접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마치 ‘복불복’처럼 좋은 공인중개사가 걸리길 바라야 하는 실정이다. 전세사기 가담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진행하더라도 확정판결까지는 사실이 알려질 가능성이 낮다.

형사 고소를 당하고 재판이 진행되는 기간 동안에도 구속이 되지 않는 한 중개 업무를 하는 데 아무런 제약이 없다는 뜻이다. 

전세사기 가해자, 이른바 빌라왕 등으로 불리는 문제의 임대인의 정보가 일부나마 공개되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결국 공인중개사의 책임과 권한을 강화하는 방향의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공인중개사가 신용정보시스템 등을 통해 임대인의 세금 체납 정보나 주택의 선순위 권리관계를 열람할 수 있는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공인중개사가 집행유예 등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을 경우 자격을 취소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공인중개사에 많은 정보를 주고 이를 임차인에게 제공하게끔 해 전세사기를 막자는 취지다. 그러면서 문제의 공인중개사는 퇴출하는 이른바 ‘당근과 채찍’ 방식을 쓰겠다는 것이다.

업계서도 자체적으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업계의 대책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는 지적이다. 임대차 기간을 ‘2+2년’으로 연장하는 계약갱신청구권과 임대료 인상률을 5%로 제한하는 전월세상한제, 전월세신고제 등 임대차3법이 당시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통과됐을 당시 전세 관련 ‘폭탄 돌리기’라는 예측이 나온 바 있다.

전세값 상승이 예상됐고 언젠가 터질 문제로 꾸준히 지적됐다면 미리 대책이 나왔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음 다치고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민주당과 정의당이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한 국가 보상을 주장하는 것에 대해 “왜 정책 실패의 주범인 본인의 반성은 없나? 역겹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윤 전 의원은 “전세사기 원인을 제공해놓고 피해자 지원을 외치는 것은 제비 다리를 부러트린 다음 고쳐준 놀부 심보와 무엇이 다르냐”며 “이 사태를 초래한 민주당과 정의당부터 책임을 인정하는 진정성을 보여야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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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당원의 명령인 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질주다. 당의 ‘아웃사이더’였던 그가 당을 휘어잡기까지 수많은 당원이 등을 밀어줬다. 비주류에서 주류 ‘인싸’로 자리 잡기 위한 정 대표의 다음 스텝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가 매섭다. 윤석열정부에서 막힌 과제를 해치우는 동시에 공약이었던 각종 개혁을 빠르게 완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같은 당 박찬대 의원보다 덜 알려졌다는 평이 나오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서 보여준 ‘사이다’ 면모가 주목받으면서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받았다. 정청래가 걸어온 길 비주류였던 그가 당 대표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21대 국회 때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수석 최고위원을 지냈고, 22대 국회에선 법사위원장으로서 국민의힘에 호통을 치며 유튜브 단골 주제가 됐다. 당시 정 대표는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고 상대편 의원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언론 대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지지자와 직접 소통해 왔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보다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평이 나오지만 팬덤 정치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정 대표는 최근에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청-명 프레임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SNS에 ‘언론의 자유와 횡포 그리고 언론의 게으름의 관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조국 전 대표의 사면·복권을 놓고 일부 언론에서 ‘정청래 견제론’을 말한다.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근거 없는 주장일뿐더러 사실도 아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바로 반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청래는 김어준이 밀고, 박찬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밀었다는 식의 가짜 뉴스가 이 논리의 출발”이라며 “어심이 명심을 이겼다는 황당한 주장, 그러니 정청래가 이재명 대통령과 싸울 것이란 가짜 뉴스에 속지 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각을 세울 일이 1도 없다. 당정대가 한 몸처럼 움직여 반드시 이재명정부를 성공시킬 생각이 100(이다)”이라고 덧붙였다. 계파 갈등 프레임이 씌워질 조짐이 보이자 이를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의 정치적 뿌리를 따지자면 친노(친 노무현)에 가깝다. 그러나 문재인 전 정부서는 친문(친 문재인),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는 친명(친 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등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편이다. 1989년 미국 대사관저 점거 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은 등 학생 운동권 출신이지만, 대표 운동권인 민주당 86 그룹과의 친분을 공개적으로 과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 대표는 당의 주류보다 비주류에 가깝다는 게 여의도에 떠도는 평이다. 친문? 친명? 오히려 ‘계파 청산파’ “잘못된 586 문화 배운 97도 청산” 전당대회가 한참이던 당시 한 민주당 의원은 “사석에서 만난 정 의원은 아주 뚝심 있는 사람이었다. 박찬대 의원은 특유의 재치로 호감을 얻는 편이라면 정 의원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할 말은 제대로 하는 캐릭터”라며 “그래서 계파를 분류하기 어려운 것 같다. 나만의 길을 가는 것 같으면서도 한번 정한 길은 꺾지 않고 걷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정 대표는 ‘계파 청산’을 외치는 인물이다. 그는 당 대표 후보이던 당시 “국민께서 비판하시는 586의 운동권 문화는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계파는 당을 좀먹는 독약”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정파와 노선은 필요하지만, 계파는 없어져야 한다. 저 스스로 계파에 가입하지 않고, 그런 데서도 저는 안 불러준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586의 질서, 운동권의 수직적 관계가 싫었다. 그런 분들과 몰려 다니는 게 너무 비생산적”이라며 “586의 안 좋은 문화를 따라 배운, 너무 빨리 늙어버린 97 세대들의 그런 것도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원들의 요구를 파악해 발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8·2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당선 이후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것은 민주당 주류가 바뀌었단 뜻이고, 민주당에서 정청래가 대표가 됐다는 것은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전당대회를 “예전에는 당원들이 국회의원 눈치를 봤지만,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당원 눈치를 봐야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민주당의 민주화’가 드디어 그 깃발을 높이 든 8·2 전당대회”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 대표를 탄탄히 받쳐주는 건 여의도 인맥이 아닌 당원이었다. 정 대표는 이들을 대주주 삼아 힘을 키워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당원권에 힘을 쏟으며 역사상 처음으로 ‘평당원 최고위원’ 선출을 시도하는가 하면 당원 주권 정당 실현을 강조하기 위해 ‘대의원 1인1표제’를 띄우기도 했다. 대의원 1인1표제는 당원들의 권한을 대폭 향상하는 방안이다. 정 대표는 지난 18일 열린 국회 당원주권 정당특위 출범식에서 “10년 넘게 당원주권정당, 1인1표를 주장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열리지 않았다”며 “헌법에서 얘기하고 있는 평등 선거가 민주당에서도 구현이 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3대 개혁 풀가동 이어 “대한민국 헌법에는 평등 선거가 명시돼있고, 많은 선거에서 1인1표가 행사되지만 유독 더불어민주당에선 누구는 1표, 누구는 17표를 행사한다”며 “헌법적으로 보나 상식적으로 보나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정부가 국민주권시대를 강조하는 만큼 이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권리당원의 권리를 보장하고 상징적인 ‘1인1표’ 시대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정 대표는 당헌·당규 개정을 비롯한 ▲평당원 선출 준비 지원 ▲연말 당원 콘서트 지원 등을 약속했다. 당원의 힘이 커질 수록 정 대표의 정치적 입지도 넓어진다. 정 대표는 연일 국민의힘 때리기에 집중하며 당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민주당의 목표로 3대 개혁 완수를 내걸었다. 이는 비주류였던 자신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도 읽힌다. 이 대통령이 ‘사이다’ 발언으로 당권까지 올랐다면 정 대표는 각종 특위를 띄우며 거침없는 개혁가의 모습을 굳히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따라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다음 달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 대표는 지난달 21일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 회동을 언급하며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설립을 담은 정부조직법을 9월 내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당과 대통령실이 입장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약속드린대로 추석 귀향길 뉴스에서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는 기쁜 소식을 국민 여러분께 전해드릴 수 있도록 당에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임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추미애 의원 역시 “법사위원장 선출은 검찰과 언론, 사법개혁 과제를 완수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전폭적으로 힘을 실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위원회도 속속들이 들어섰다. 우선 민주당은 ‘국민주권 검찰정상화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정 대표는 출범식 및 1차 회의에 참석해 “지금의 시대적 과제는 내란 종식, 내란 척결, 이정부 성공에 있다”며 “가장 시급히 해야 할 개혁 중 개혁이 검찰개혁”이라며 “개혁도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저항이 거세져서 좌초되고 말 것이기 때문에 시기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위의 주요 과제로는 ▲수사·기소 완전 분리 ▲국민 주권 실현 및 민생 뒷받침 등을 제시했다. 새로운 구심점 이어 언론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추석 전까지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피해자에게 손해액의 최대 5배 배상을 의무화하는 법적 장치다. 언론뿐만 아니라 ‘유튜버’도 포함하는 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중심 사법개혁특별위원회’도 출범했다. 정 대표는 “대법관의 증원과 추천 방식을 변경하는 내용의 사법개혁안을 추석 전까지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구석구석 눈도장을 찍기 위한 지역별 공략에도 나섰다. 지난 21일 호남발전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다들 대한민국 민주화에 대해서 호남이 기여한 바가 지대하다는데, 국가는 ‘호남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답을 이제 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호남만 발전시키면 되겠느냐”며 영남발전특위도 띄웠다. 이는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대비해 대구·경북 등의 표밭을 다지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정 대표를 구심점으로 신흥 세력이 탄생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정 대표는 계파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권력자의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해석이다. 정 대표의 편에 선 동료 의원들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를 공식적으로 지지했거나 개혁 선봉에 함께 섰던 의원 등이다. 정 대표가 당권 도전을 선언한 국회 기자회견장에는 장경태·최기상·문정복·임오경·양문석 의원 등이 자리했다. 여의도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 대표는 ‘당원 중심 정당’ 철학에 부합하는 인사로 장 의원을 꼽았다. 현재 장 의원은 평단원 최고위원 선출 절차를 위한 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민희 의원은 정 대표를 공개 지지한 인물이다. 당시 정 대표가 수박 논란에 휩싸였을 당시 최 의원은 “심하게 비난받는 정청래 후보를 지켜보면 짠하다”며 “비난에도 역비난하지 않고 여전히 유쾌·상쾌하게 선거운동하는 정 후보를 격하게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밖에도 한민수·김영환·이성윤 의원은 경선 유세 현장에 함께하며 힘을 실어줬다. 왼쪽으로 붙는 민주당…좁아지는 공간 강성 지지층 등에 업고 개혁가의 길로 개혁가의 길을 걷는 정 대표의 존재감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을 거치며 ‘중도 보수론’으로 넓혀놨던 민주당의 정치 공간이 다시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대표의 강경한 태도가 민주당의 기조가 된다면 야당과의 협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실제 정 대표는 “악수는 사람하고만 한다”며 국민의힘을 척결 대상으로 대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서 정 대표는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과 악수는커녕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 역시 적대감을 드러내면서 그야말로 ‘국회 빙하기’ 시대가 열렸다. 여당인 민주당은 좌우를 넓게 아우르는 정당이 돼야 앞으로 다가올 선거에서 유리한 구도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처럼 국민의힘이 보수로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왼쪽은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에 맡겨둔 채 중도 보수를 자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원의 힘으로 대표가 된 만큼 그는 개혁을 완수하기까지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당 상임고문단도 “집권여당은 당원만 바라보고 정치를 해선 안 된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우리 국민은 당원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내란의 뿌리를 뽑기 위해 전광석화처럼, 폭풍처럼 몰아쳐 처리하겠다는 대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유불급이다. 의욕이 앞서 결과를 내는 게 지리멸렬한 것보다는 훨씬 나으나, 지나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민주당으로 민주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포스트 이재명’ ‘이재명 키즈’가 아닌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당이 계속해서 순환하는 등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민주당의 주류는 강성 지지층이다. 당원이 당을 좌지우지하는데 그들의 숫자가 얼마가 되든 목소리가 커 여론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주류의 흐름에 올라탄 사람이 정 대표다. 이 대통령이 대표이던 때와는 다른 모습의 민주당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직 남은 정 견제 세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SNS에 올렸다 곧바로 삭제한 게시글이 화제다. 민주당은 지난달 19~20일 양일간 경주를 찾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했는데 정 대표가 마치 천마총 금관을 쓰고 있는 듯한 착시 사진이 문제가 된 것이다. 정 대표가 금관을 직접 착용한 것은 아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시에 왕 노릇을 한다” “벌써 왕인 것처럼 군다” 등 거친 비판이 쏟아졌다. 현재 해당 사진은 삭제됐지만 8·2 전당대회 때 불거진 박찬대 의원과의 앙금이 아직 남은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