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놓친’ 강남 납치살인사건 전말

서울 한복판서 “살려주세요”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강남 한복판서 납치 살인사건이 터졌다. 경찰은 관련자 신병을 확보하고 정확한 범행동기 파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조사 과정서 ‘살인 교사’ 의혹을 받는 배후도 드러났다. 피의자들과 피해자의 관계도는 한 가상화폐를 중심으로 복잡하게 얽혀있다. 이들이 투자했던 코인의 등락 폭은 약 1800배에 달한다.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 주택가서 발생한 납치·살인 사건은 철저한 계획범죄였다. 경찰에 따르면 이경우, 황대한, 연지호 등 일당 3명은 범행 2~3개월 전부터 피해자 A씨를 미행하는 등 주도면밀한 납치 계획을 짰다. 

늘어나는 
피의자들

황대한과 연지호는 범행 당일 오후 4시경부터 A씨의 사무실 인근서 대기하다가 오후 7시경 퇴근하는 A씨를 미행했다. 때를 기다리던 이들은 오후 11시48분 강남 역삼동의 한 아파트 앞에서 A씨를 폭행하고 차량으로 납치했다.

이들이 납치 당시 ‘신종 마약’을 동원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지난 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서 “납치범들이 마취제로 알려진 약물을 사용한 흔적이 있다”며 “최근 연예인들이 약물로 많이 검거되는데, 그들이 쓰는 불법 유통되는 약물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 주장대로, 납치에 활용된 차량에선 마취제가 든 주사기가 발견됐다. 

도심 한복판서 벌어진 납치극인 만큼, 경찰의 사건 인지 속도도 빨랐다. 하지만 경찰 추적이 범행을 막진 못했다.

피의자들은 여러 톨게이트를 통과하며 경기 용인시까지 고속도로로 이동했고, 이후에는 국도를 이용해 대전까지 이동했다. 다음 날인 30일 오전 6시경 A씨를 살해하고 대청댐 인근 야산에 암매장한 직후 차량을 버리고 렌터카·택시를 활용해 도주했다.

피해자 사인은 질식사로 추정된다. 이 교수는 “(마취제를)A씨에게 주사해 호흡이 멈추게 된 것”이라며 “아마 약물 과용으로 결국은 호흡 정지가 와서 질식한 것처럼 보이는 시신으로 발견된 게 아닌가 싶다”고 짚었다.

이 교수는 피의자들이 처음부터 A씨를 살해할 목적이나 계획을 뒀을 가능성도 제시했다.

그는 “A씨에게서 돈을 뺏고 죽이는 것까지 염두에 둔 것 같다. 이들이 주고받은 문자메시지서 ‘장비를 준비하라’는 내용이 나왔고 대청호에 답사를 다녀온 정황도 포착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상식적으로 큰일이 날 수도 있겠다는 걸 짐작할 수 있는 내용들을 의논한 것으로 보인다”며 “상당 부분 사망의 결말을 예견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경찰은 이들이 도주한 지 하루 만인 31일, 이들을 모두 검거했다. 경찰은 납치 현장 인근 CCTV 등을 추적한 끝에 이들을 각각 오전 10시45분·오후 1시15분경 경기 성남시 수정구 소재 지하철역·모텔서 각각 붙잡았다. 추가 공범으로 확인된 이경우는 오후 5시40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소재 건물에서 긴급체포했다.

해당 건물에는 이경우의 아내가 근무하는 성형외과가 있다. 정황상 일당의 약물 수급처는 이곳일 가능성이 크다. 수서 경찰서는 지난 4일, 해당 병원을 압수수색했다.

40대녀 납치, 6시간 뒤 대전서 살해 
범행 하루 뒤 피의자 3명 모두 검거

조사가 진행됨에 따라 범행 수법과 동기가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 사정기관도 철두철미한 조사를 예고했다. 지난 6일에는 경찰에 이어 검찰도 사건 전담수사팀을 꾸리기로 결정했다.

이날 대검찰청은 이원석 검찰총장이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에게 수사 경과를 보고받고 “경찰서 일부 구속 피의자에 대한 사건이 송치되기 전에 미리 전담수사팀을 구성, 경찰과 긴밀히 협력해 범행의 배경과 동기를 포함한 전모를 명확히 규명해 국민 불안이 해소될 수 있도록 철저히 대응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조사 초기에는 이들이 단순히 A씨의 가상화폐 지갑을 노린 것으로 알려졌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지난 1일 언론 브리핑에서 “검거된 피의자 3명 중 1명이 A씨의 ‘코인’을 빼앗을 목적으로 범행했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살인이 납치 단 6시간 만에 벌어졌다는 점에서, 금품만을 노린 범죄라고 보기엔 석연찮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로 피의자 간의 관계, A씨와의 관계 등을 살펴봤을 때, 단순 강도 범행이라고는 보기 어려운 정황들이 계속해서 드러났다.

사건의 전말을 확인할 열쇠는 이경우가 쥐고 있다. 경찰은 이경우를 사건의 주범으로 보고 있다. 황대한과 연지호는 A씨와 일면식이 없고, 이경우에게 범행을 제안받고 범행도구도 지원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반면 이경우는 A씨와 가상화폐 투자 문제로 면식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검거 이후로 계속 혐의를 부인하는 중이다. 

단순 강도?
아닐 텐데…

경찰이 살인 사주 가능성을 들여다보면서, 조사는 새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경찰은 사건의 배후로 유모씨와 황모씨(이하 부인 황씨) 부부를 지목했다. 이들과 이경우는 모두 ‘퓨리에버 코인’이라는 가상화폐를 두고 A씨와 원한 관계로 얽혀있다.

경찰은 부부가 이경우에게 건넨 돈 수천만원을 살해 ‘착수금’으로 의심하며 수사를 이어나가고 있다.

퓨리에버 코인은 일명 ‘미세먼지 코인’으로 불린다. 퓨리에버 코인 측이 발간한 백서에 따르면 실시간 대기질 정보를 자사 시스템에 공유하면 공기질 측정에 따른 보상으로 코인을 채굴할 수 있다. 특히 퓨리에버 코인 측은 공공기관과 대기업과의 협업을 적극적으로 내세우며 투자자들을 불러모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11월 상장했으며, 상장 직후에는 개당 가격이 1만원을 상회했다. 하지만 반년 뒤인 2021년 6월에는 코인 가격이 17원으로 폭락했다.

이들은 모두 퓨리에버 코인 투자자였다. A씨와 부부는 코인 초기 유통책으로 활동했다. A씨는 자신의 해외법인을 통해 확보한 코인 일부를 직접 판매했고, 다른 일부는 유씨 부부에게 넘겨 판매하도록 했다. 그러던 중 이들 사이에 갈등이 불거졌다. 폭락 사태를 겪으면서 책임 공방이 오고 간 것이다.

판매대행 수수료에 대한 이견이 갈등을 부추겼다는 설도 나왔다. 뒤늦게 투자를 시작한 이경우는 퓨리에버 코인 투자로 약 8600만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드러났다. 

이경우와 A씨는 2021년 3월 부인 황씨를 찾아가 가상화폐를 갈취하려 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은 바 있다. 코인 가격이 폭락 중이던 당시, 이 둘을 비롯한 투자자 18명은 다른 투자자인 부인 황씨의 시세조종이 폭락 원인이라고 의심했다.

착수금
오갔나

이들은 서울의 한 호텔에 투숙 중이던 부인 황씨를 찾아가 총 1억9000만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빼앗은 공동공갈 혐의를 받았다. A씨는 혐의가 미미하다는 이유로 불송치됐지만, 이경우는 최근 검찰에 송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이 둘이 범행을 주도한 것은 아니었다. 부인 황씨에게 빼앗은 가상화폐는 주도자인 다른 투자자가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경우 측 변호사(지난 5일부로 사임) 등에 따르면 이경우는 이른바 ‘호텔사건’ 이후 시세조종 혐의에 관한 오해를 풀고 부부와 가까워졌다. 하지만 이 과정서 이경우와 피해자의 관계가 틀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부인 황씨는 2021년 10월 A씨를 상대로 ‘가상화폐 투자 실패로 입은 손해를 배상하라’며 9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YTN 보도에 따르면, 이경우는 2021년9월1일 부인 황씨에게 “투자금 8600만원이 휴지 조각이 됐다. 너무 힘들다”며 “한 번만 살려준다면 당연히 더 큰 보답을 할 것”이라고 3000만원을 요구했다. 그는 “(나는)말로만 하는 사람이 아니다”며 “행동으로 보여주겠다”고도 말했다. A씨에 대해서는 “너무 화가 나 미칠 지경”이라면서 적대감을 확연히 드러냈다.

부인 황씨는 같은 달 10일 이경우에게 총 4000만원을 건넸다. 오간 돈이 착수금이 아니었냐는 의혹이 커지는 가운데, 양측은 이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차용증을 쓰고 계좌를 통해 건넨 돈을 착수금으로 보는 건 상식적이지 않다는 반박이다.

결국 ‘미세먼지 코인’ 때문? 
살인 교사 의혹 배후 부부는? 

반면 황대한과 연지호는 “이경우가 범행을 대가로 공범으로부터 4000만원을 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경찰은 이들이 “이경우가 부부를 ‘가상화폐 업계 큰손’이라고 소개하며, 피해자를 살해하면 유씨 부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고 진술한 것에 기반해 부부를 출국 금지하고 수사를 확대했다.

결국 경찰은 유씨를 지난 강도 살인 교사혐의로 체포했다. 부인 황씨도 임의동행해 조사받았다. 경찰은 유씨를 상대로 이경우에게 실제로 4000만원을 지급했는지, 지급한 이유가 무엇인지를 집중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수사가 뒷선으로 넘어가면서, 경찰이 보다 명확한 범행동기를 찾아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유씨 또한 범행 사실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는 만큼, 경찰 입장서도 혐의 입증을 위해 범행동기를 밝혀내는 게 절실한 상황이다. 경찰은 이들 사이 오간 법적 절차 도중 원한이 생겼을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추가 확보한 정보를 근거로 이경우와 부부의 연결고리를 규명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찰은 이경우와 부부의 휴대전화 위치기록을 토대로 이들이 범행 이후 두 차례 만났던 사실을 파악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달 31일 0시경 경기 용인시 소재의 유씨 자택에서 한 차례, 같은 날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유씨 회사 근처서 한 차례 만났다. 이때 이경우는 유씨에게 6000만원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했다고 한다. 이경우와 유씨가 지난해 초부터 범행 직전까지 수십 차례 통화한 사실도 지난 6일 확인됐다. 

그럼에도 이경우 측은 여전히 범행 관여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그의 변호인은 “범행 사실을 모르는 상태서 이경우와 부부가 만나긴 했다. 사전에 약속된 만남이 아니었고 충분히 해명 가능하다”고 전했다. 

경찰은 유씨 외에 추가 공범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수서경찰서 관계자는 “공범 관계나 배후 등을 확인하기 위해 폭넓게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범행 부인
수사 계속

살인사건에 휘말린 퓨리에버 코인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달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원은 퓨리에버 코인을 유의종목으로 지정했다가 해제했다. 이와 관련해 퓨리에버 코인 재단 측은 사건 관련자들과 전혀 관계가 없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냈다. 퓨리에버 코인 거래가는 지난 6일 기준 5~6원대를 오가고 있다. 고점 대비 0.06%에 불과한 수준이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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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도박왕’ 한창훈 2000억 증발 미스터리

[단독] ‘2조 도박왕’ 한창훈 2000억 증발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필리핀을 거점으로 2조원대 불법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를 받는 한창훈의 아버지도 실형을 피하지 못했다. 범죄수익 약 70억원을 숨긴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고 재산은 전액 몰수됐다. 반면 조직의 자금 흐름을 관리한 것으로 지목된 핵심 인물들은 여전히 해외에 머물고 있다. 한창훈의 아버지는 불법도박 사이트 수익으로 부산 소재 시가 약 45억원 상당의 고급 아파트를 매입하고, 약 25억원을 금융 상품에 넣은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수사 단계서 부동산과 금융재산을 동결한 뒤 범죄수익으로 취득한 재산이라는 점을 입증했다. 한창훈의 아버지는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고 형은 확정됐다. 약 70억원 상당의 재산도 국고로 귀속됐다. ‘꽃계열’ 23개 사이트 한창훈은 이른바 ‘꽃계열’ 도박 사이트 조직의 총책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개나리·연꽃 등 꽃 이름을 붙인 여러 불법도박 사이트가 하나의 운영망 아래 움직였다는 의미에서 붙은 이름이다. 수사기관이 파악한 사이트만 23개다. 한창훈은 2014년 12월부터 2023년 3월까지 필리핀 등을 거점으로 이들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국내 이용자들로부터 약 2조원 규모의 도박 자금을 송금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매출 기준으로는 약 2조800억원대까지 거론됐다. 검찰이 파악한 범죄수익 규모만 약 2000억 원이다. <일요시사>가 앞서 확보한 조직원 진술과 관련 자료를 종합하면 꽃계열은 단순히 해외 사무실 몇 곳에서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는 수준이 아니었다. 운영 책임자와 관리자, 회원 모집책, 충전·환전 담당, 대포통장 관리자 등이 나뉘어 있었고 수십명의 조직원이 회원 응대부터 입·출금, 환전과 정산을 분담하는 형태였다. 국내 이용자가 계좌에 돈을 넣으면 충전팀이 사이버머니를 지급하고, 환전을 요청하면 다시 차명계좌 등을 거쳐 돈을 보내는 방식이었다. 텔레그램 단체방 등을 이용해 회원 모집과 충전·환전, 대포통장을 관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직원 A씨는 자신이 관리한 사이트만 20개가 넘었다고 진술했다. 개인 사이트 하나의 회원만 1000명 수준이었고 하루 베팅금액은 수억원, 월 수익은 수십억원에 달했다는 게 내부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문제는 이렇게 모인 돈이었다. 이용자들의 도박 자금은 수백개의 대포통장과 가상계좌 등으로 흩어진 뒤 다시 현금으로 빠져나왔다. 전국 ATM을 돌며 돈을 뽑아 전달하는 현금 인출책도 존재했다. 도박 사이트에서 나온 돈이 계좌에 그대로 남아 있으면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어렵다. 결국 현금으로 바꾼 뒤 다시 정상적인 재산처럼 보이게 만드는 과정이 필요했다. 그 과정에서 등장한 것이 부동산과 슈퍼카, 고가 시계, 미술품, 법인 등이었다. 대부업·인방·엔터업계까지 자금 담당 류명석 세부 도피 한창훈 조직이 벌어들인 돈의 규모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도 있다.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의 한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 거실에 5만원권 현금 다발이 산처럼 쌓여 있는 사진이다. 당시 수사를 지휘했던 김보성 전 부산지검 강력범죄수사부장은 현금 다발의 가로·세로·높이를 계산했을 때 500억원을 훨씬 넘어가는 규모였다고 밝힌 바 있다. 사건 주임검사였던 이홍석 검사도 처음 사진을 접했을 당시 조작된 사진을 의심했을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검찰 수사서 확인된 고급 부동산은 약 470억원 상당에 달했다. 부가티 시론과 페라리 등 약 50억원 상당의 슈퍼카도 등장했다. 부가티 시론 한 대만 당시 시가가 약 45억원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창훈이 약 140억원을 들여 타이어 회사를 인수한 것도 범죄수익을 정상적인 사업 자금으로 바꾸기 위한 세탁 과정이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1년여 동안 450개가 넘는 계좌를 추적했고 특정된 범죄수익 약 550억원 가운데 약 97%를 압류하거나 추징 보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검찰이 전체 범죄수익으로 지목한 금액은 약 2000억원이다. 결국 나머지 돈이 어디로 이동했는지가 한창훈 사건의 또 다른 핵심이다. 가족만 범죄수익 추적 대상에 등장한 것도 아니다. 수사 과정에서는 조직 관계자들의 배우자와 부모, 장모 등 주변인 명의로 재산을 숨긴 정황이 드러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의 압수수색이 시작되자 수십억원대 고급 차량을 지인 명의 오피스텔 주차장으로 옮겨 숨기거나 조직 핵심 인물을 해외로 빼돌린 정황도 수사 과정서 포착됐다. <일요시사>는 앞서 한창훈의 ‘오른팔’이자 꽃계열의 ‘전무’로 불렸다는 1982년생 류명석의 도피 의혹을 보도했다. 내부 제보자는 류씨가 인터폴 적색수배 상태로 필리핀 세부에 숨어 있으며 현지인 여자친구가 일부 업무를 대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제보자들이 류씨를 주목하는 이유는 그가 단순한 도박 사이트 관리자가 아니라 조직의 돈을 만졌던 인물이라는 주장 때문이다. BJ 철구 연결고리 한 정보원은 “류명석은 사이트 운영보다 환전책이자 자금세탁책으로 봐야 한다”며 류씨가 국내 한 엔터테인먼트업계 인물을 자금세탁 조력자로 언급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다만 이는 현재까지 제보자의 주장으로, 해당 엔터테인먼트 관계자가 실제 범죄수익 세탁에 가담했는지는 수사를 통해 확인돼야 한다. 꽃계열의 자금 흐름을 추적하다 보면 인터넷방송 업계도 등장한다. 핵심 인물은 인터넷방송에서 ‘예비회장’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했던 장승욱씨다. 장씨는 과거 아프리카TV 등에서 유명 BJ들에게 총 17억원 상당의 별풍선을 후원한 것으로 알려져 이름을 알린 ‘큰손’이다. 장씨 이름은 실제 한창훈 사건 관련 수사 자료에서도 언급된 것으로 <일요시사> 취재 결과 파악됐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오래전부터 장씨와 꽃계열의 관계를 둘러싼 의혹이 제기돼 왔다. “한창훈 사건의 자금세탁을 도운 동업자” “한창훈 도박 사이트 지분에 참여했다” 등 글부터 별풍선을 통한 자금세탁 의혹까지 나왔다. <일요시사>가 접촉한 장씨의 지인은 또 다른 이야기를 전했다. 이 지인은 “한창훈은 장씨가 도박 사이트를 실제 운영한 책임자라고 주장했다”며 “실제로는 장씨가 온라인 광고를 통해 이용자를 끌어들이는 일종의 바람잡이 역할을 했고, 한창훈이 장씨에게 매월 수천만원의 생활비를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씨 역시 현재 필리핀 세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주장이 사실이라면 장씨는 단순히 인터넷방송에 거액을 후원한 ‘큰손’이 아니라 꽃계열의 외곽 홍보·자금 라인으로 있었을 가능성이 생긴다. 돈의 이동 경로는 더 넓다. <일요시사> 취재 과정에서는 꽃계열의 범죄수익이 대부업체와 후원금, 인터넷방송, 엔터테인먼트업계 등에 투자금 형태로 들어갔다가 다시 회수되는 방식으로 세탁됐다는 제보가 이어졌다. 별풍선 17억 출처 의문 별풍선 같은 인터넷방송 후원 아이템도 의심 경로 중 하나로 거론된다. 불법 자금으로 별풍선을 구매해 BJ에게 지급한 뒤 플랫폼 정산을 거쳐 현금화하고 일정 금액을 다시 돌려받는 구조가 존재한다면 범죄수익의 출처를 흐릴 수 있기 때문이다. 광고비·행사비·콘텐츠 제작비·출연료·엔터테인먼트 투자금 등도 외형상 정상적인 상거래와 구분하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한창훈은 오랜 도피 끝에 붙잡혔다. 한창훈은 수사망이 좁혀지자 2019년 5월 필리핀으로 도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피 이듬해인 2020년 2월에는 베네수엘라 국적까지 취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과 필리핀 당국의 공조 끝에 한창훈의 신병은 확보됐다. 하지만 총책 한 명을 붙잡았다고 해서 꽃계열 전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류명석을 비롯한 핵심 조직원과 환전책, 대포통장 모집책, 현금 인출책, 해외 도피 조직원들의 행방은 묘연하다. 특히 조직의 범죄수익이 실제 인터넷방송이나 엔터테인먼트업계, 대부업체 등으로 흘러 들어갔다면 한창훈 사건은 단순한 ‘불법도박 사이트 사건’에 그치지 않는다. 한창훈 본인은 아직 한국 법정에 서지 못했다. 필리핀에서 체포됐다고 해서 곧바로 국내로 송환되는 것은 아니다. 현지 사법절차와 범죄인 인도 절차를 밟아야 한다. 여기에 한창훈이 도피 중 베네수엘라 국적까지 취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송환 문제는 더욱 복잡해질 가능성이 있다. 비교할 만한 사례는 이른바 ‘필리핀 마약왕’ 박왕열이다. 박왕열 역시 필리핀에서 장기간 수감되면서 국내 송환이 지연됐지만 한국 정부와 필리핀 당국의 공조 끝에 결국 국내로 압송됐다. <일요시사>는 한창훈뿐 아니라 해외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지목된 꽃계열 핵심 관계자들도 이 같은 방식으로 신병 확보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베네수엘라 국적 취득 후 잡혔지만 국내 송환 아직 한창훈의 아버지가 숨긴 70억원은 국고로 돌아왔다. 거실을 가득 채웠던 500억원대 현금과 차량, 수백억원대 부동산도 하나씩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검찰이 한창훈 조직의 범죄수익으로 보고 있는 돈은 약 2000억원이다. 그 돈의 끝에는 가족과 조직원뿐 아니라 환전책, 대포통장 모집책, 해외 도피자들이 있었다. 여기에 인터넷방송의 거액 후원과 엔터테인먼트 투자금까지 새로운 자금 경로로 의심받고 있다. ‘2조 도박왕’은 붙잡혔지만 사건의 끝은 한창훈 한 명을 한국으로 데려오는 데 있지 않다. 2000억원의 검은돈을 누가 숨겼고, 누가 세탁했고, 마지막으로 누가 가져갔는지 밝혀내는 일이 남았다. 한편, 한창훈의 인터넷방송 개입 정황은 BJ 철구(본명 이예준)가 운영한 엑셀방송 ‘씨나인(C9)’에서도 확인된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2026년 5월 말 메시지에 따르면, 한씨는 여성 BJ들을 자신이 직접 설득해 C9에 입사시켰다는 취지로 말했다. BJ 송채연과 이다니에게는 철구와 방송 운영 방향을 조율하다가 의견 차이로 더 이상 관여하지 않게 됐다는 내용도 전했다. 단순 후원자로 보기 어려운 표현도 등장한다. 한씨는 BJ 혜밍에게 자신이 C9용 콘텐츠를 직접 짜서 전달했다고 밝히면서 “엑셀은 결국 경쟁” “나는 매출을 가장 중요하게 보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C9 스태프 퇴사 등 내부 상황을 언급하고, 철구의 재무 문제에 대해서도 자신이 “조언을 해주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한씨는 C9에 수억원 상당의 별풍선을 후원한 ‘큰손’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여성 BJ 영입, 콘텐츠 기획, 매출과 내부 인력 상황 파악, 철구의 재무 관련 조언까지 했다는 정황이 나오면서 실제 한씨의 역할이 어디까지였는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한씨는 과거 인터넷방송 ‘세야클럽’ 운영 과정에 관여했다는 취지의 메시지도 남겼다. 제보자는 이후 광우상사와 C9까지 한씨의 인터넷방송 개입이 이어졌으며 다수 여성 BJ의 활동 과정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공교롭게도 철구 역시 최근 필리핀 원정도박 사실을 인정했다. 철구는 2024년 무렵부터 필리핀에서 도박을 했으며 한때 일주일에 10억원 이상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른바 ‘큰손’ 등에게 고금리로 돈을 빌리고 불법 사채도 이용했다고 인정했다. 거실에 500억 철구는 약 60억원 규모의 사기 혐의로 고소돼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고소인 측은 철구가 도박 채무와 세금 등으로 변제 능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돈을 빌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엑셀방송은 거액의 별풍선이 짧은 시간 집중적으로 오가는 구조이기 때문에 자금세탁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2024년 국정감사에서도 이른바 ‘별풍선 깡’을 이용한 돈세탁 의혹이 거론됐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