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놓친’ 강남 납치살인사건 전말

서울 한복판서 “살려주세요”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강남 한복판서 납치 살인사건이 터졌다. 경찰은 관련자 신병을 확보하고 정확한 범행동기 파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조사 과정서 ‘살인 교사’ 의혹을 받는 배후도 드러났다. 피의자들과 피해자의 관계도는 한 가상화폐를 중심으로 복잡하게 얽혀있다. 이들이 투자했던 코인의 등락 폭은 약 1800배에 달한다.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 주택가서 발생한 납치·살인 사건은 철저한 계획범죄였다. 경찰에 따르면 이경우, 황대한, 연지호 등 일당 3명은 범행 2~3개월 전부터 피해자 A씨를 미행하는 등 주도면밀한 납치 계획을 짰다. 

늘어나는 
피의자들

황대한과 연지호는 범행 당일 오후 4시경부터 A씨의 사무실 인근서 대기하다가 오후 7시경 퇴근하는 A씨를 미행했다. 때를 기다리던 이들은 오후 11시48분 강남 역삼동의 한 아파트 앞에서 A씨를 폭행하고 차량으로 납치했다.

이들이 납치 당시 ‘신종 마약’을 동원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지난 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서 “납치범들이 마취제로 알려진 약물을 사용한 흔적이 있다”며 “최근 연예인들이 약물로 많이 검거되는데, 그들이 쓰는 불법 유통되는 약물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 주장대로, 납치에 활용된 차량에선 마취제가 든 주사기가 발견됐다. 


도심 한복판서 벌어진 납치극인 만큼, 경찰의 사건 인지 속도도 빨랐다. 하지만 경찰 추적이 범행을 막진 못했다.

피의자들은 여러 톨게이트를 통과하며 경기 용인시까지 고속도로로 이동했고, 이후에는 국도를 이용해 대전까지 이동했다. 다음 날인 30일 오전 6시경 A씨를 살해하고 대청댐 인근 야산에 암매장한 직후 차량을 버리고 렌터카·택시를 활용해 도주했다.

피해자 사인은 질식사로 추정된다. 이 교수는 “(마취제를)A씨에게 주사해 호흡이 멈추게 된 것”이라며 “아마 약물 과용으로 결국은 호흡 정지가 와서 질식한 것처럼 보이는 시신으로 발견된 게 아닌가 싶다”고 짚었다.

이 교수는 피의자들이 처음부터 A씨를 살해할 목적이나 계획을 뒀을 가능성도 제시했다.

그는 “A씨에게서 돈을 뺏고 죽이는 것까지 염두에 둔 것 같다. 이들이 주고받은 문자메시지서 ‘장비를 준비하라’는 내용이 나왔고 대청호에 답사를 다녀온 정황도 포착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상식적으로 큰일이 날 수도 있겠다는 걸 짐작할 수 있는 내용들을 의논한 것으로 보인다”며 “상당 부분 사망의 결말을 예견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경찰은 이들이 도주한 지 하루 만인 31일, 이들을 모두 검거했다. 경찰은 납치 현장 인근 CCTV 등을 추적한 끝에 이들을 각각 오전 10시45분·오후 1시15분경 경기 성남시 수정구 소재 지하철역·모텔서 각각 붙잡았다. 추가 공범으로 확인된 이경우는 오후 5시40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소재 건물에서 긴급체포했다.


해당 건물에는 이경우의 아내가 근무하는 성형외과가 있다. 정황상 일당의 약물 수급처는 이곳일 가능성이 크다. 수서 경찰서는 지난 4일, 해당 병원을 압수수색했다.

40대녀 납치, 6시간 뒤 대전서 살해 
범행 하루 뒤 피의자 3명 모두 검거

조사가 진행됨에 따라 범행 수법과 동기가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 사정기관도 철두철미한 조사를 예고했다. 지난 6일에는 경찰에 이어 검찰도 사건 전담수사팀을 꾸리기로 결정했다.

이날 대검찰청은 이원석 검찰총장이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에게 수사 경과를 보고받고 “경찰서 일부 구속 피의자에 대한 사건이 송치되기 전에 미리 전담수사팀을 구성, 경찰과 긴밀히 협력해 범행의 배경과 동기를 포함한 전모를 명확히 규명해 국민 불안이 해소될 수 있도록 철저히 대응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조사 초기에는 이들이 단순히 A씨의 가상화폐 지갑을 노린 것으로 알려졌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지난 1일 언론 브리핑에서 “검거된 피의자 3명 중 1명이 A씨의 ‘코인’을 빼앗을 목적으로 범행했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살인이 납치 단 6시간 만에 벌어졌다는 점에서, 금품만을 노린 범죄라고 보기엔 석연찮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로 피의자 간의 관계, A씨와의 관계 등을 살펴봤을 때, 단순 강도 범행이라고는 보기 어려운 정황들이 계속해서 드러났다.

사건의 전말을 확인할 열쇠는 이경우가 쥐고 있다. 경찰은 이경우를 사건의 주범으로 보고 있다. 황대한과 연지호는 A씨와 일면식이 없고, 이경우에게 범행을 제안받고 범행도구도 지원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반면 이경우는 A씨와 가상화폐 투자 문제로 면식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검거 이후로 계속 혐의를 부인하는 중이다. 

단순 강도?
아닐 텐데…

경찰이 살인 사주 가능성을 들여다보면서, 조사는 새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경찰은 사건의 배후로 유모씨와 황모씨(이하 부인 황씨) 부부를 지목했다. 이들과 이경우는 모두 ‘퓨리에버 코인’이라는 가상화폐를 두고 A씨와 원한 관계로 얽혀있다.

경찰은 부부가 이경우에게 건넨 돈 수천만원을 살해 ‘착수금’으로 의심하며 수사를 이어나가고 있다.

퓨리에버 코인은 일명 ‘미세먼지 코인’으로 불린다. 퓨리에버 코인 측이 발간한 백서에 따르면 실시간 대기질 정보를 자사 시스템에 공유하면 공기질 측정에 따른 보상으로 코인을 채굴할 수 있다. 특히 퓨리에버 코인 측은 공공기관과 대기업과의 협업을 적극적으로 내세우며 투자자들을 불러모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11월 상장했으며, 상장 직후에는 개당 가격이 1만원을 상회했다. 하지만 반년 뒤인 2021년 6월에는 코인 가격이 17원으로 폭락했다.

이들은 모두 퓨리에버 코인 투자자였다. A씨와 부부는 코인 초기 유통책으로 활동했다. A씨는 자신의 해외법인을 통해 확보한 코인 일부를 직접 판매했고, 다른 일부는 유씨 부부에게 넘겨 판매하도록 했다. 그러던 중 이들 사이에 갈등이 불거졌다. 폭락 사태를 겪으면서 책임 공방이 오고 간 것이다.

판매대행 수수료에 대한 이견이 갈등을 부추겼다는 설도 나왔다. 뒤늦게 투자를 시작한 이경우는 퓨리에버 코인 투자로 약 8600만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드러났다. 

이경우와 A씨는 2021년 3월 부인 황씨를 찾아가 가상화폐를 갈취하려 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은 바 있다. 코인 가격이 폭락 중이던 당시, 이 둘을 비롯한 투자자 18명은 다른 투자자인 부인 황씨의 시세조종이 폭락 원인이라고 의심했다.

착수금
오갔나

이들은 서울의 한 호텔에 투숙 중이던 부인 황씨를 찾아가 총 1억9000만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빼앗은 공동공갈 혐의를 받았다. A씨는 혐의가 미미하다는 이유로 불송치됐지만, 이경우는 최근 검찰에 송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이 둘이 범행을 주도한 것은 아니었다. 부인 황씨에게 빼앗은 가상화폐는 주도자인 다른 투자자가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경우 측 변호사(지난 5일부로 사임) 등에 따르면 이경우는 이른바 ‘호텔사건’ 이후 시세조종 혐의에 관한 오해를 풀고 부부와 가까워졌다. 하지만 이 과정서 이경우와 피해자의 관계가 틀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부인 황씨는 2021년 10월 A씨를 상대로 ‘가상화폐 투자 실패로 입은 손해를 배상하라’며 9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YTN 보도에 따르면, 이경우는 2021년9월1일 부인 황씨에게 “투자금 8600만원이 휴지 조각이 됐다. 너무 힘들다”며 “한 번만 살려준다면 당연히 더 큰 보답을 할 것”이라고 3000만원을 요구했다. 그는 “(나는)말로만 하는 사람이 아니다”며 “행동으로 보여주겠다”고도 말했다. A씨에 대해서는 “너무 화가 나 미칠 지경”이라면서 적대감을 확연히 드러냈다.

부인 황씨는 같은 달 10일 이경우에게 총 4000만원을 건넸다. 오간 돈이 착수금이 아니었냐는 의혹이 커지는 가운데, 양측은 이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차용증을 쓰고 계좌를 통해 건넨 돈을 착수금으로 보는 건 상식적이지 않다는 반박이다.

결국 ‘미세먼지 코인’ 때문? 
살인 교사 의혹 배후 부부는? 

반면 황대한과 연지호는 “이경우가 범행을 대가로 공범으로부터 4000만원을 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경찰은 이들이 “이경우가 부부를 ‘가상화폐 업계 큰손’이라고 소개하며, 피해자를 살해하면 유씨 부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고 진술한 것에 기반해 부부를 출국 금지하고 수사를 확대했다.

결국 경찰은 유씨를 지난 강도 살인 교사혐의로 체포했다. 부인 황씨도 임의동행해 조사받았다. 경찰은 유씨를 상대로 이경우에게 실제로 4000만원을 지급했는지, 지급한 이유가 무엇인지를 집중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수사가 뒷선으로 넘어가면서, 경찰이 보다 명확한 범행동기를 찾아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유씨 또한 범행 사실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는 만큼, 경찰 입장서도 혐의 입증을 위해 범행동기를 밝혀내는 게 절실한 상황이다. 경찰은 이들 사이 오간 법적 절차 도중 원한이 생겼을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추가 확보한 정보를 근거로 이경우와 부부의 연결고리를 규명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찰은 이경우와 부부의 휴대전화 위치기록을 토대로 이들이 범행 이후 두 차례 만났던 사실을 파악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달 31일 0시경 경기 용인시 소재의 유씨 자택에서 한 차례, 같은 날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유씨 회사 근처서 한 차례 만났다. 이때 이경우는 유씨에게 6000만원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했다고 한다. 이경우와 유씨가 지난해 초부터 범행 직전까지 수십 차례 통화한 사실도 지난 6일 확인됐다. 

그럼에도 이경우 측은 여전히 범행 관여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그의 변호인은 “범행 사실을 모르는 상태서 이경우와 부부가 만나긴 했다. 사전에 약속된 만남이 아니었고 충분히 해명 가능하다”고 전했다. 

경찰은 유씨 외에 추가 공범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수서경찰서 관계자는 “공범 관계나 배후 등을 확인하기 위해 폭넓게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범행 부인
수사 계속

살인사건에 휘말린 퓨리에버 코인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달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원은 퓨리에버 코인을 유의종목으로 지정했다가 해제했다. 이와 관련해 퓨리에버 코인 재단 측은 사건 관련자들과 전혀 관계가 없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냈다. 퓨리에버 코인 거래가는 지난 6일 기준 5~6원대를 오가고 있다. 고점 대비 0.06%에 불과한 수준이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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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민낯이 드러났다. 주로 수도인 프놈펜 인근과 시아누크빌 범죄 단지가 그들의 주둔지였다. 국내 조직폭력배가 중국 갱단과 결탁해 만든 ‘셀허브’의 경우 피해자만 수십명이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가장했다. 사이트에는 유명인의 사진이 수차례 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사라진 셀허브 엔터테인먼트의 홈페이지. 지난해 7월 <일요시사>가 취재한 이후 대표이사의 이름과 사진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표창장을 받았다며 문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이 기업의 정체는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확인된 피해액만 약 40억원, 피해자는 수십명이다. 한 언론사는 보도자료까지 작성하며 홍보하기도 했다. 조직적 준비 경찰 수사 중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4일, 셀허브 조직원 3명을 각각 구속·불구속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조건 만남 사이트를 운영한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여성 관련 데이트 상품을 판매하거나 연애 빙자 사기를 일삼았다. 셀허브 조직원이던 A씨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모델과 연락하게 해 준다며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대포통장 계좌에 돈을 입금하게 한 뒤 텔래그램 아이디를 알려주고 연락하게 하는 시스템”이라며 “연결된 여자는 실제 남성이고 한국에서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3월 캄보디아 범죄 밀집 지역인 태자 단지에서 인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같은 해 5월 사이트를 개설해 조직원들에게 민간인 협박, 중국어 통역 등의 역할을 맡기고 수십명으로부터 약 40억원을 뜯어냈다. 같은 해 7월 <일요시사> 취재가 시작되자 이 조직은 셀허브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의 이름을 ‘김현숙’에서 ‘박소희’로 변경하고 유명인의 사진을 수차례 도용했다. 유 전 장관에게 표창장까지 수여받았다며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려는 꼼수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조직에서 탈출하려는 사람은 밤새 맞거나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하기도 했다. 조직폭력배 출신 한국 사람들이 간부고 일반 조직원은 교민 사이트를 통해 ‘한 달에 500만~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일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수사하기 이전인 지난해 7월부터 강서·영등포·구로경찰서 등에 여러 고소장이 접수됐었다. 하지만 수사는 원활하지 않았다. 주요 혐의자가 해외에 거주 중이거나 피의자 특정이 어려운 게 난관이었다.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주요 혐의자들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해부터 공조를 요청했으나 캄보디아 당국이 비협조로 일관했다”며 “고소인분들이 ‘왜 안 잡냐’ ‘내 돈 어떻게 하냐’는 등 불만이 많으셨다. 매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캄보디아가 협조하지 않으면 조치가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3월부터 조직원 모집…태자 단지서 모의 ‘유인촌 표창장’ 걸어 놓고 ‘정상 기업’ 홍보 막막했던 수사는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이재명정부가 캄보디아를 압박했고 현지에 구금된 한국인 범죄자 겸 피해자 수십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송환된 인원 중 일부는 셀허브 사건과도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성학 충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지난 20일 청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로 전원 구속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부건(총책 가명, 40대 초반, 한국말을 쓰는 외국인 추정) 조직으로부터 확인된 피해 건수는 110건, 피해액은 93억여원에 달했다. 약 100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부건은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7월까지 주로 프놈펜 웬치(범죄 단지) 및 태국 방콕 등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범행을 벌여왔다. 부건 조직은 지난 2018년 중국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해 그동안 단속을 피하려 태국, 캄보디아 등지로 거주지를 옮겨가며 범행을 계속해 왔다. 이들은 데이터베이스, 입출금 등을 지원·관리하는 CS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팀,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팀, 코인투자리딩 사기팀, 공무원 사칭 노쇼 사기팀 등 총 5개 팀으로 이뤄진 조직체계를 갖췄다. 이들은 가구판매업을 하러 캄보디아에 갔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지역 선·후배 권유, 고액 아르바이트 인터넷 광고 등을 접하고 범죄에 연루된다는 걸 알면서도 조직에 가입해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속아서 조직에 들어갔다고 진술하지 않은 이들의 유입 경로는 ▲지인 포섭 29명 ▲인터넷 광고 등 포섭 8명 ▲현지 카지노 포섭 6명 ▲기타 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남성 42명과 여성 3명으로 연인도 있었다. 대부분은 20~30대 연령으로 최소 2개월부터 최대 16개월까지 범행에 가담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건 만남 사이트 경기북구경찰청 형사기동대도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피의자 15명 중 11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여성을 사칭, 조건 만남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챘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성 만남 광고를 낸 후 이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에게 여성인 척 채팅으로 유인했다. 여성을 소개받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개발한 조건 만남 사이트에 회원 가입과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속여 인증을 위한 돈을 요구했다. 3차례에 걸친 인증 절차 과정에서 여러 게임에 성공하면 가입비를 돌려준다고 속여 피해자로부터 1인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받아 챙겼다. 피해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별도의 만남 인증과 후기글을 남기는 ‘화력방’도 운영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는 피해자 36명, 피해금 16억원 상당이며, 1인당 최대 피해 금액은 2억1000만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 남녀다. 최초 범죄집단을 구성한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 명칭 ‘툴콕’을 의미하는 ‘TK’파로 스스로를 부르며 총책을 정점으로 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췄다. 조직 운영을 총괄하는 총책, 이를 보좌하며 실무 전반과 인력 공급 등을 담당하는 총관리자, 각 파트 팀원의 근태를 관리하고 지시하는 팀장으로 구성됐다. 또 자체적인 조건 만남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개발자, SNS에 광고 글을 게시하는 홍보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 2개팀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상호 가명 사용 ▲근무 중 휴대전화 금지 ▲사진 촬영 금지 ▲야간에는 커튼으로 외부 차단 ▲다른 부서와의 업무 내용 공유 금지 등의 규칙에 따라 생활하기도 했다. 중국 국적 100명 뒷배 이들은 총책이 마련한 건물에서 2인1조로 합숙했는데 프놈펜 툴콕 지역의 13층 건물을 사용하다가 지난 8월, 현지 단속을 피해 센소크 지역 7층 건물로 이전해 범행을 이어오던 중 현지 수사 당국에 의해 검거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SNS 구직 광고나 조직원을 통해 범죄단체에 가입했다고 진술했으며 사기임을 알고도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 대부분은 현지에서 구금된 중에도 총책이 이른바 관작업을 통해 자신들을 석방시켜 줄 것이라는 말만 믿고 대사관의 도움을 거절하고 귀국하지 않았다. 셀허브 사건 간부들은 타 사건에도 연루됐다. 지난 7일 캄보디아 바벳에 인접한 베트남 떠이닌 지역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30대 여성 B씨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숨지기 직전까지 셀허브 간부와 같이 있었다. B씨의 사인은 마약 과다 투약이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B씨가 셀허브에서 한국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공급해 왔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셀허브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는 역할을 했던 B씨인데 통장을 팔려고 캄보디아에 도착한 한국인들을 유인해 범죄 단지로 팔아넘기고 유인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보·수사기관도 B씨에 의해 범죄 단지에 넘겨지는 피해를 입거나 유흥업소 일을 강요당한 사례를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사실상 마약을 강제로 과다하게 투약당한 살인사건이라는 첩보는 아직 확인 중”이라며 “특정 조직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건 현지 경찰도 수사 중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대개 조직폭력배 출신…지휘는 중국 조직이 맡아 40억 피해액 환수 불가능 “자금 세탁 끝났다” 첫 데이트하던 연인을 치어 여교사를 숨지게 했던 이른바 ‘대전 머스탱 교통사고’의 피의자도 셀허브 조직원으로 확인됐다. 피의자 전모씨는 2019년 2월10일 오전 10시14분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면허도 없이 외제차를 운전하던 중 인도를 걷던 조모씨와 박모씨를 들이받아 박씨를 숨지게 하고, 조씨에게 중상을 입혔다. 전씨가 대여한 외제차는 불법 대여 차량이었다. 이 차량은 애초 대구에 사는 C씨가 자신 명의로 캐피털에서 월 115만원씩 주는 조건으로 60개월간 대여한 것이다. C씨는 사촌 안모씨와 함께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나모씨가 올린 ‘외제차 저렴하게 빌려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보고 접근, 한 달에 136만원씩 받기로 하고 대여한 머스탱 차량을 재임대했다. 나씨는 이렇게 빌린 머스탱 차량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외제차를 빌려준다”고 광고하며 또다시 대여업을 했다. 전씨는 나씨가 올린 이 글을 보고 일주일에 90만원씩 주기로 약속하고 머스탱을 빌려 운전했다. 매년 확정되는 범죄수익 추징금은 30조원을 넘지만 환수 금액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법무부가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 등의 범죄로 발생한 현지 범죄수익을 국내로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법무부는 “캄보디아 내에서 벌어진 범죄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이 1차 현지 수사 의뢰 대상”이라며 “이후 국내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종적으로 환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에 따르면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국내에 있고 피해액이 특정될 경우, 우리 정부가 해외에 범죄수익 환수를 요청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캄보디아와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을 체결해 2021년 정식 발효됐다. 주요 간부들 타 사건 연루 정보기관 관계자는 “범죄자 개인이 아닌 조직을 대상으로 한 범죄수익 환수 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이 끝나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좋지만 이미 늦었다. 범죄조직 특성상 이미 코인이나 대포 통장으로 제3국에 은닉하거나 세탁을 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수사가 끝나고 유죄 판결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환수 절차는 이 모든 사법절차가 종료돼야 가능하다. 특히 조세회피처로 범죄수익을 옮겨놨다면 환수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