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구원 등판한 우종수 신임 국가수사본부장

“이번엔 자녀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우여곡절 끝에 국가수사본부의 새 수장이 결정됐다. 우종수 전 경기남부경찰청장이다. 돌고 돌아 경찰 내부 발탁이 이뤄진 셈이다. 우 본부장은 취임 직후부터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국수본에는 사실상 조직의 온 미래가 걸린 과제가 산적했다. 수사 독립성 확보, 수사 역량 강화, 대공 수사권 이관 등의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우종수 경기남부경찰청장을 제2대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지난 2월25일 검사 출신의 정순신 변호사가 아들 학교폭력 논란으로 낙마한 지 약 한 달 만이다. 검찰 출신 내정자가 야기한 공백을 경찰 내부 출신으로 메우면서, 국수본부장 자리는 돌고 돌아 경찰 몫으로 남게 됐다.

돌고 돌아 
경찰 몫으로

윤희근 경찰청장은 우 본부장을 추천한 배경에 대해 “우 본부장은 치안행정 전반에 대한 이해가 높고 투철한 공직관과 합리적인 업무 스타일로 조직 내에서 신망이 높다”며 “균형 잡힌 시각과 적극적 소통으로 경찰 수사조직을 미래지향적으로 이끌 적임자”라고 밝혔다.

정 변호사 발 여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윤 청장은 후속 인선을 두고 한 달간 고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외부 재공모 대신 내부 발탁으로 가닥을 잡고, 우 본부장을 대통령실에 추천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결정에는 외부 재공모를 벌일 경우, 인선 절차로 공백이 길어질 우려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조직 내에선 경찰 출신을 희망하고, 정 변호사 사태 이후로 외부인사가 공모를 꺼리는 등의 안팎 사정을 고려한 결과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우 본부장은 경찰 내의 대표적인 비경찰대 ‘수사통’이다. 윤 청장을 비롯해 조지호 경찰청 차장 등 경찰 고위 인사가 경찰대 일색인 가운데, 우 본부장 임명을 기점으로 경찰 인사가 균형감을 찾아갈 수 있다는 전망이다. 

그는 1968년 서울 출생으로, 환일고등학교와 성균관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94년 제38회 행정고시에 합격하면서 공직에 발을 들였다. 이후 외교통상부·국가정보원 등에서 근무하다 1999년 경정 특채로 경찰에 입직했다.

서울 용산경찰서장, 경찰청 인사담당관, 행정안전부 치안정책관, 경찰청 과학수사관리관, 경찰청 형사국장 등 여러 요직을 두루 거쳤다. 

굵직한 사건의 수사 지휘 경험도 쌓았다. 우 본부장은 2018년 서울지방경찰청 수사부장(경무관) 시절 드루킹 여론조작 사건 경찰 수사를 지휘했다. 서울경찰청 수사차장(치안감) 재직 중에는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수사를 전담하는 태스크포스(TF) 팀장을 맡았다.

경찰 내부는 우 본부장 임명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 본부장은 인사와 현장 이해도가 모두 풍부하므로 조직 안정화를 잘 이뤄낼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내부 출신이지만 ‘비경찰대’ 
굵직한 사건 수사 지휘 경험

다만 일각에선 “우 본부장이 수사부장을 맡기 전까지 수사 실무경험이 적었다”거나 “전임자인 남구준 전 국수본부장 때에 비해 수사역량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우 본부장은 지난해 8월 윤 청장 취임 당시 공석을 메우며 경찰청 차장(치안정감)으로 승진했다. 이때는 경찰제도발전 TF 단장을 맡아 경찰 4대 현안(경찰의 중립성·책임성 강화, 복수 직급제, 기본급 인상, 수사역량 강화) 논의를 이끌었다. 

우 본부장은 지난해 12월28일 경기남부경찰청장으로 전보된 지 불과 석 달 만에 국수본부장으로 내정됐다. 지난달 27일, 내정 사실이 알려진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서 “국가수사본부장을 맡게 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지나온 경찰 생활 28년보다 앞으로 남은 2년(국수본부장 임기)이 공직생활 평가를 결정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수본 1기 체제가 지났고,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확보한 이후로 경찰 수사에 대한 국민 기대치가 높아졌다”며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국수본에 있는 유능한 직원들과 소통해서 국민 기대에 부응하는 수사 체제와 위상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우 본부장은 조직개편 방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수사종결권을 확보한 만큼 경찰은 공정하고 전문성 있는 수사를 해야 한다”며 “각 지방경찰청의 수사력을 강화할 수 있는 조직과 인력개편안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우 본부장은 숨돌릴 새도 없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국수본 앞에 닥친 상황이 녹록지 않아서다. 국수본은 출범 두 돌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입지가 애매하다는 비판 섞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수사 독립성 확보 ▲수사역량 강화 ▲대공 수사권 이관 준비 등의 과제 해결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곧바로
시험대

국수본부장은 직제상 경찰 내 ‘2인자’이지만, 자리를 능가하는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이는 ‘경찰 수사의 책임성·전문성 강화’ ‘수사 경찰과 행정경찰의 분리’ 등의 국수본 출범 취지를 살리기 위한 포석이다.

우선 국수본부장은 전국 18개 시·도 경찰청장과 3만여명에 달하는 수사 경찰의 지휘권자다. 경찰 수사에 관해서는 경찰청장보다도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경찰청장은 일부 예외적 상황을 제외하고는 국수본부장에게 개별사건을 지휘할 수 없다.

하지만 그동안 국수본은 경찰청장의 지휘서 사실상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왔다. 더군다나 남 본부장은 김창룡 당시 경찰청장의 경찰대 1년 후배였다. 독립성 확보의 ‘첫 단추’인 인사부터 적절치 않았다는 비판이 나왔다.

반면 우 본부장은 국수본 독립성을 제고하기에 유리한 조건을 여럿 가지고 있다. 우 본부장은 행정고시 특채로 입직한 만큼, 경찰 고위직의 고질병인 경찰대 기수 문화서 자유롭다. 게다가 직제상 상급자인 윤 청장과 나이도 같다.

정부가 경찰대 출신 고위직 인사를 견제하고, 비경찰대 출신을 밀어주는 자세를 취한 점 역시 우 본부장 운신의 폭을 넓혀 준다는 분석이다.

경찰뿐 아니라 정치권에서 가해지는 압박을 견뎌내는 것 역시 국수본 독립성 확보의 관건으로 꼽힌다.


취임 일성
범죄 척결

경찰 수사력 강화와 신뢰 회복 역시 중요한 과제다.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 수사력에 대한 국민적 신뢰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국수본은 이태원 참사를 비롯한 사회적 참사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발 부동산 투기 의혹 등 권력형 비리 수사 등 국민 관심이 집중된 주요 사건에서 충분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부실한 수사 과정에 따른 마뜩잖은 성과는 비판 여론만 키웠다. 이를테면 국수본은 LH 투기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은 국회의원 5명 가운데 고작 1명을 강제 수사하는 데 그쳤다. 수사통으로 분류되는 우 본부장이 사회적 관심이 쏠린 사안에서 확실한 ‘업적’을 남길 수 있을지 주목되는 이유다.

이듬해로 다가온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 경찰 이관을 차질 없이 준비하는 것도 당면 과제다. 문재인정부는 2024년부로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을 폐지하고, 관련 수사권을 경찰로 넘기도록 했다. 하지만 정권교체 이후 정부와 여권을 중심으로 이를 백지화하거나 유예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터진 대규모 간첩단 사건이 기존의 경찰 수사역량 부족 비판과 맞물리면서 이 같은 주장에 점차 힘이 실리는 상황이다.

우려를 불식할 유일한 수는 국수본의 ‘결자해지’라는 진단이다. 국정원·검찰·경찰은 과도기의 대공 수사역량 저하를 막기 위해 올해 초 ‘대공 합동 수사단’을 출범했다. 이에 경찰 역시 대공 혐의점을 수사해 검찰에 넘겨주고 있지만, 대공 수사 관련 실적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실정이다. 


국수본이 남은 기간 어떻게든 안보 수사역량을 입증하고, 가시적인 실적을 거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대공 수사권 이관에 차질이 없도록 국정원과 협조체계를 원활히 유지할 것도 함께 요구된다. 우 본부장의 취임 일성은 ‘진일보한 수사경찰’과 ‘서민 대상 범죄 척결’이었다.

출범 3년 차, 자리 못 잡은 조직 운영은?
독립성 확보·대공 수사권 등 과제 산적

우 본부장은 지난달 29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취임식서 “그동안의 기틀을 바탕으로 진일보한 수사 경찰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의 길을 더 단단히 가져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는 국수본의 현 위치를 먼저 진단했다.

우 본부장은 “국수본이 책임수사기관으로 자리 잡고 있음에도 국민들의 기대 수준은 여전히 높고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았다”며 “내부적으로 수사 인프라를 확충하고 있으나 현장의 어려움은 여전하고 사건 수사의 난도는 계속 높아진다”고 말했다. 이어 “국수본부장으로서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여러분의 버팀목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우 본부장은 국수본의 우선 해결 과제를 꼽았다. 첫째는 ‘범죄 척결’이었다. 그는 “일선 개별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수사 지휘와 감독을 보다 확대·강화해 범죄 척결을 선도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전세사기·보이스피싱 등 악성사기는 한 가족의 인생을 파멸시키는 경제적 살인”이라며 “선량한 시민이 억울한 피해를 당하는 서민대상 금융 범죄에 보다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또 “마약류 범죄의 심각성을 무겁게 인식하고 경찰의 수사역량을 집중해 총력 대응하겠다”며 “특히 건설현장 폭력행위 등에 적극 대처해 법치질서를 바로 세우겠다”고 강조했다.

범죄 피해자 피해 회복에 힘을 쏟겠다는 의지도 전했다. 우 본부장은 “스토킹·가정폭력·아동학대와 같은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는 더 신속하게 피해자의 안전이 확보되도록 더욱 세심히 살펴보겠다”며 “국민 관점서 경제범죄 수사의 패러다임을 피해 회복, 범죄수익 환수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했다.

조직 발전과 처우개선에 관한 언급도 빠지지 않았다. 우 본부장은 “진화하는 범죄 수법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최신 과학기술을 수사와 접목해 세계를 선도하는 첨단 수사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당부하는 한편 “우수한 수사관이 오랫동안 근무하는 수사 부서를 만들기 위해 책임 수사역량 강화와 처우개선을 계속해서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정 변호사 사태 이후, 여론은 후임자 인선 검증과정에 주목했다. 정부의 검증 능력에 대한 불신과, 이에 따른 검증 미비 사태 재발 우려가 겹친 탓이다.

‘한국형 FBI’ 
조직 안정화

이와 관련해 윤 청장은 “경찰이 인사검증의 주체가 아니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을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전반적인 확인 작업이 이뤄진 것으로 안다”며 “(우 본부장)본인은 물론 자녀 등 가족 문제와 기타 여러 문제서 자기관리가 돼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우 본부장은 슬하에 1남 1녀를 두고 있다. 우 본부장의 아들은 병역을 정상적으로 마친 것으로 파악됐다.


<jeongun15@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수장 바뀐 국수본 눈길 쏠리는 수사 목록 

지난달 말을 기준으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국민적 관심이 쏠린 사건 여럿을 동시에 수사하고 있다.

과연 국수본은 유의미한 결과를 내 수사역량을 인정받고, 한국형 FBI로 거듭날 수 있을까?

우선 국수본은 현재 성폭력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명석 기독교복음선교회(JMS) 교주의 추가 성범죄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정씨가 구속된 뒤 추가 피해 신고를 접수한 피해자 3명에 대한 조사와 조력자 수사·신병 확보 등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국수본은 고 전두환씨 손자 전우원씨의 ‘마약 폭로’에 대해서도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경찰은 폭로 직후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고, 내사를 진행해왔다.

지난달 28일 새벽 귀국한 전우원씨를 현장 체포한 뒤 조사하기도 했다.

이날 경찰은 전우원씨에게 직접 마약 투약 사실과 폭로의 진위여부를 물었다.

경찰은 전우원씨의 체포 시한과 건강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불구속 수사를 결정했다.

국수본 관계자는 “관련 범죄사실이 특정되면 관련자들을 피의자 전환해 수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의 폭로로 불거진 ‘천공 대통령실 관저 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 역시 진행 중이다.

해당 수사는 대통령실이 방송에서 관련 의혹을 제기한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과 김어준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경찰은 역술인 천공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경찰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양측은 출석 일정을 조율 중이다.

다만 경찰은 수사 추진력 확보에 난항을 겪는 분위기다.

사건의 핵심인 천공의 강제 소환 조사 등이 어려운 탓이다. 

이와 관련해 국수본 관계자는 “천공은 참고인 신분인데, 참고인을 강제로 소환할 수 있는 방법은 지금 단계서 없다. 통상적 참고인 수준에서 수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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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