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구원 등판한 우종수 신임 국가수사본부장

“이번엔 자녀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우여곡절 끝에 국가수사본부의 새 수장이 결정됐다. 우종수 전 경기남부경찰청장이다. 돌고 돌아 경찰 내부 발탁이 이뤄진 셈이다. 우 본부장은 취임 직후부터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국수본에는 사실상 조직의 온 미래가 걸린 과제가 산적했다. 수사 독립성 확보, 수사 역량 강화, 대공 수사권 이관 등의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우종수 경기남부경찰청장을 제2대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지난 2월25일 검사 출신의 정순신 변호사가 아들 학교폭력 논란으로 낙마한 지 약 한 달 만이다. 검찰 출신 내정자가 야기한 공백을 경찰 내부 출신으로 메우면서, 국수본부장 자리는 돌고 돌아 경찰 몫으로 남게 됐다.

돌고 돌아 
경찰 몫으로

윤희근 경찰청장은 우 본부장을 추천한 배경에 대해 “우 본부장은 치안행정 전반에 대한 이해가 높고 투철한 공직관과 합리적인 업무 스타일로 조직 내에서 신망이 높다”며 “균형 잡힌 시각과 적극적 소통으로 경찰 수사조직을 미래지향적으로 이끌 적임자”라고 밝혔다.

정 변호사 발 여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윤 청장은 후속 인선을 두고 한 달간 고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외부 재공모 대신 내부 발탁으로 가닥을 잡고, 우 본부장을 대통령실에 추천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결정에는 외부 재공모를 벌일 경우, 인선 절차로 공백이 길어질 우려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조직 내에선 경찰 출신을 희망하고, 정 변호사 사태 이후로 외부인사가 공모를 꺼리는 등의 안팎 사정을 고려한 결과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우 본부장은 경찰 내의 대표적인 비경찰대 ‘수사통’이다. 윤 청장을 비롯해 조지호 경찰청 차장 등 경찰 고위 인사가 경찰대 일색인 가운데, 우 본부장 임명을 기점으로 경찰 인사가 균형감을 찾아갈 수 있다는 전망이다. 

그는 1968년 서울 출생으로, 환일고등학교와 성균관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94년 제38회 행정고시에 합격하면서 공직에 발을 들였다. 이후 외교통상부·국가정보원 등에서 근무하다 1999년 경정 특채로 경찰에 입직했다.

서울 용산경찰서장, 경찰청 인사담당관, 행정안전부 치안정책관, 경찰청 과학수사관리관, 경찰청 형사국장 등 여러 요직을 두루 거쳤다. 

굵직한 사건의 수사 지휘 경험도 쌓았다. 우 본부장은 2018년 서울지방경찰청 수사부장(경무관) 시절 드루킹 여론조작 사건 경찰 수사를 지휘했다. 서울경찰청 수사차장(치안감) 재직 중에는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수사를 전담하는 태스크포스(TF) 팀장을 맡았다.

경찰 내부는 우 본부장 임명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 본부장은 인사와 현장 이해도가 모두 풍부하므로 조직 안정화를 잘 이뤄낼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내부 출신이지만 ‘비경찰대’ 
굵직한 사건 수사 지휘 경험

다만 일각에선 “우 본부장이 수사부장을 맡기 전까지 수사 실무경험이 적었다”거나 “전임자인 남구준 전 국수본부장 때에 비해 수사역량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우 본부장은 지난해 8월 윤 청장 취임 당시 공석을 메우며 경찰청 차장(치안정감)으로 승진했다. 이때는 경찰제도발전 TF 단장을 맡아 경찰 4대 현안(경찰의 중립성·책임성 강화, 복수 직급제, 기본급 인상, 수사역량 강화) 논의를 이끌었다. 

우 본부장은 지난해 12월28일 경기남부경찰청장으로 전보된 지 불과 석 달 만에 국수본부장으로 내정됐다. 지난달 27일, 내정 사실이 알려진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서 “국가수사본부장을 맡게 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지나온 경찰 생활 28년보다 앞으로 남은 2년(국수본부장 임기)이 공직생활 평가를 결정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수본 1기 체제가 지났고,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확보한 이후로 경찰 수사에 대한 국민 기대치가 높아졌다”며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국수본에 있는 유능한 직원들과 소통해서 국민 기대에 부응하는 수사 체제와 위상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우 본부장은 조직개편 방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수사종결권을 확보한 만큼 경찰은 공정하고 전문성 있는 수사를 해야 한다”며 “각 지방경찰청의 수사력을 강화할 수 있는 조직과 인력개편안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우 본부장은 숨돌릴 새도 없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국수본 앞에 닥친 상황이 녹록지 않아서다. 국수본은 출범 두 돌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입지가 애매하다는 비판 섞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수사 독립성 확보 ▲수사역량 강화 ▲대공 수사권 이관 준비 등의 과제 해결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곧바로
시험대

국수본부장은 직제상 경찰 내 ‘2인자’이지만, 자리를 능가하는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이는 ‘경찰 수사의 책임성·전문성 강화’ ‘수사 경찰과 행정경찰의 분리’ 등의 국수본 출범 취지를 살리기 위한 포석이다.

우선 국수본부장은 전국 18개 시·도 경찰청장과 3만여명에 달하는 수사 경찰의 지휘권자다. 경찰 수사에 관해서는 경찰청장보다도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경찰청장은 일부 예외적 상황을 제외하고는 국수본부장에게 개별사건을 지휘할 수 없다.

하지만 그동안 국수본은 경찰청장의 지휘서 사실상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왔다. 더군다나 남 본부장은 김창룡 당시 경찰청장의 경찰대 1년 후배였다. 독립성 확보의 ‘첫 단추’인 인사부터 적절치 않았다는 비판이 나왔다.

반면 우 본부장은 국수본 독립성을 제고하기에 유리한 조건을 여럿 가지고 있다. 우 본부장은 행정고시 특채로 입직한 만큼, 경찰 고위직의 고질병인 경찰대 기수 문화서 자유롭다. 게다가 직제상 상급자인 윤 청장과 나이도 같다.

정부가 경찰대 출신 고위직 인사를 견제하고, 비경찰대 출신을 밀어주는 자세를 취한 점 역시 우 본부장 운신의 폭을 넓혀 준다는 분석이다.

경찰뿐 아니라 정치권에서 가해지는 압박을 견뎌내는 것 역시 국수본 독립성 확보의 관건으로 꼽힌다.


취임 일성
범죄 척결

경찰 수사력 강화와 신뢰 회복 역시 중요한 과제다.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 수사력에 대한 국민적 신뢰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국수본은 이태원 참사를 비롯한 사회적 참사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발 부동산 투기 의혹 등 권력형 비리 수사 등 국민 관심이 집중된 주요 사건에서 충분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부실한 수사 과정에 따른 마뜩잖은 성과는 비판 여론만 키웠다. 이를테면 국수본은 LH 투기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은 국회의원 5명 가운데 고작 1명을 강제 수사하는 데 그쳤다. 수사통으로 분류되는 우 본부장이 사회적 관심이 쏠린 사안에서 확실한 ‘업적’을 남길 수 있을지 주목되는 이유다.

이듬해로 다가온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 경찰 이관을 차질 없이 준비하는 것도 당면 과제다. 문재인정부는 2024년부로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을 폐지하고, 관련 수사권을 경찰로 넘기도록 했다. 하지만 정권교체 이후 정부와 여권을 중심으로 이를 백지화하거나 유예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터진 대규모 간첩단 사건이 기존의 경찰 수사역량 부족 비판과 맞물리면서 이 같은 주장에 점차 힘이 실리는 상황이다.

우려를 불식할 유일한 수는 국수본의 ‘결자해지’라는 진단이다. 국정원·검찰·경찰은 과도기의 대공 수사역량 저하를 막기 위해 올해 초 ‘대공 합동 수사단’을 출범했다. 이에 경찰 역시 대공 혐의점을 수사해 검찰에 넘겨주고 있지만, 대공 수사 관련 실적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실정이다. 


국수본이 남은 기간 어떻게든 안보 수사역량을 입증하고, 가시적인 실적을 거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대공 수사권 이관에 차질이 없도록 국정원과 협조체계를 원활히 유지할 것도 함께 요구된다. 우 본부장의 취임 일성은 ‘진일보한 수사경찰’과 ‘서민 대상 범죄 척결’이었다.

출범 3년 차, 자리 못 잡은 조직 운영은?
독립성 확보·대공 수사권 등 과제 산적

우 본부장은 지난달 29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취임식서 “그동안의 기틀을 바탕으로 진일보한 수사 경찰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의 길을 더 단단히 가져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는 국수본의 현 위치를 먼저 진단했다.

우 본부장은 “국수본이 책임수사기관으로 자리 잡고 있음에도 국민들의 기대 수준은 여전히 높고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았다”며 “내부적으로 수사 인프라를 확충하고 있으나 현장의 어려움은 여전하고 사건 수사의 난도는 계속 높아진다”고 말했다. 이어 “국수본부장으로서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여러분의 버팀목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우 본부장은 국수본의 우선 해결 과제를 꼽았다. 첫째는 ‘범죄 척결’이었다. 그는 “일선 개별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수사 지휘와 감독을 보다 확대·강화해 범죄 척결을 선도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전세사기·보이스피싱 등 악성사기는 한 가족의 인생을 파멸시키는 경제적 살인”이라며 “선량한 시민이 억울한 피해를 당하는 서민대상 금융 범죄에 보다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또 “마약류 범죄의 심각성을 무겁게 인식하고 경찰의 수사역량을 집중해 총력 대응하겠다”며 “특히 건설현장 폭력행위 등에 적극 대처해 법치질서를 바로 세우겠다”고 강조했다.

범죄 피해자 피해 회복에 힘을 쏟겠다는 의지도 전했다. 우 본부장은 “스토킹·가정폭력·아동학대와 같은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는 더 신속하게 피해자의 안전이 확보되도록 더욱 세심히 살펴보겠다”며 “국민 관점서 경제범죄 수사의 패러다임을 피해 회복, 범죄수익 환수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했다.

조직 발전과 처우개선에 관한 언급도 빠지지 않았다. 우 본부장은 “진화하는 범죄 수법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최신 과학기술을 수사와 접목해 세계를 선도하는 첨단 수사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당부하는 한편 “우수한 수사관이 오랫동안 근무하는 수사 부서를 만들기 위해 책임 수사역량 강화와 처우개선을 계속해서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정 변호사 사태 이후, 여론은 후임자 인선 검증과정에 주목했다. 정부의 검증 능력에 대한 불신과, 이에 따른 검증 미비 사태 재발 우려가 겹친 탓이다.

‘한국형 FBI’ 
조직 안정화

이와 관련해 윤 청장은 “경찰이 인사검증의 주체가 아니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을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전반적인 확인 작업이 이뤄진 것으로 안다”며 “(우 본부장)본인은 물론 자녀 등 가족 문제와 기타 여러 문제서 자기관리가 돼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우 본부장은 슬하에 1남 1녀를 두고 있다. 우 본부장의 아들은 병역을 정상적으로 마친 것으로 파악됐다.


<jeongun15@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수장 바뀐 국수본 눈길 쏠리는 수사 목록 

지난달 말을 기준으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국민적 관심이 쏠린 사건 여럿을 동시에 수사하고 있다.

과연 국수본은 유의미한 결과를 내 수사역량을 인정받고, 한국형 FBI로 거듭날 수 있을까?

우선 국수본은 현재 성폭력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명석 기독교복음선교회(JMS) 교주의 추가 성범죄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정씨가 구속된 뒤 추가 피해 신고를 접수한 피해자 3명에 대한 조사와 조력자 수사·신병 확보 등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국수본은 고 전두환씨 손자 전우원씨의 ‘마약 폭로’에 대해서도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경찰은 폭로 직후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고, 내사를 진행해왔다.

지난달 28일 새벽 귀국한 전우원씨를 현장 체포한 뒤 조사하기도 했다.

이날 경찰은 전우원씨에게 직접 마약 투약 사실과 폭로의 진위여부를 물었다.

경찰은 전우원씨의 체포 시한과 건강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불구속 수사를 결정했다.

국수본 관계자는 “관련 범죄사실이 특정되면 관련자들을 피의자 전환해 수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의 폭로로 불거진 ‘천공 대통령실 관저 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 역시 진행 중이다.

해당 수사는 대통령실이 방송에서 관련 의혹을 제기한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과 김어준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경찰은 역술인 천공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경찰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양측은 출석 일정을 조율 중이다.

다만 경찰은 수사 추진력 확보에 난항을 겪는 분위기다.

사건의 핵심인 천공의 강제 소환 조사 등이 어려운 탓이다. 

이와 관련해 국수본 관계자는 “천공은 참고인 신분인데, 참고인을 강제로 소환할 수 있는 방법은 지금 단계서 없다. 통상적 참고인 수준에서 수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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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신흥시장 라오스는 지금···

범죄 신흥시장 라오스는 지금···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라오스가 동남아의 마지막 프런티어이자 신흥 투자처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이면에는 국제 범죄자들의 주요 거점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있다. 수력발전과 광물, 인프라 개발을 앞세운 투자시장이 활발하게 성장하는 반면, 불법 콜센터를 중심으로 한 사이버 범죄 산업도 동시에 팽창하기 때문이다. 합법과 불법, 투자와 범죄가 교차하는 이 구조는 라오스를 단순한 ‘개발도상국’이 아니라, 국제 금융·사이버 범죄의 회색지대로 바라보게 만든다. 최근까지 라오스에서 발생한 보이스피싱 범죄는 과거 한국이나 중국에서 인식해 온 단순 전화 사기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 대거 이동 범죄 온상 라오스 스스로도 더 이상 ‘내륙 봉쇄국’이 아니라 ‘육상 연결국’을 자임하며 철도와 도로, 에너지, 도시 인프라를 국가 도약의 기반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 밝은 전면 뒤에는 국제 범죄도시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함께 드리워지고 있다. 투자시장과 범죄 산업이 동시에 팽창하는 이중 구조다. 라오스에서 발생하는 보이스피싱과 온라인 투자사기는 전화와 메신저, SNS를 결합한 다층적 구조가 정착됐다. 가짜 투자 플랫폼과 암호화폐, 외환(FX) 거래를 미끼로 한 고도화된 금융사기가 핵심 수법으로 자리 잡았다. 이들 범죄는 국경 지대와 특별경제구역을 거점으로 운영된다. 미얀마·태국과 맞닿은 북부지역 경제특구 일대는 외국 자본과 외국 인력이 밀집한 구조를 악용하기 쉬운 환경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겉으로는 카지노나 리조트, 개발사업사무소로 위장하지만, 내부에서는 각국 언어를 담당하는 인력이 분업 형태로 사기 전화를 걸고 메시지를 발송한다. 최근에는 캄보디아 내 대규모 범죄조직들이 현지 단속을 피해 라오스 등 인접국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정황도 잇따라 포착되고 있다. 지난 10월19일 양기대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라오스에 체류 중인 한국인 민간봉사단체 관계자는 국제 통화에서 “라오스 정부 고위 인사들에게 캄보디아 범죄조직의 라오스 이동 가능성을 물었지만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들었다”고 전했다. 교민사회에서는 태국발 마약 범죄만으로도 벅찬 상황에서 캄보디아발 범죄조직까지 유입되면 감당이 어렵다며, 한국 정부가 후임 대사를 조속히 임명하고 경찰·영사 인력을 보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제는 이 범죄들이 ‘라오스 현지 범죄’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 피해자는 한국과 중국, 일본은 물론 동남아 전역, 유럽과 북미까지 확산돼있다. 라오스는 범죄가 실행되는 물리적 공간일 뿐, 자금은 국제 금융망과 가상자산을 통해 순식간에 국경을 넘는다. 캄 ‘프린스그룹’ 라 ‘킹스 로만스’ 해외투자 뒤에 드리운 검은 그림자 보이스피싱 조직은 가짜 투자 수익 인증 화면과 조작된 거래 내역을 제시해 신뢰를 쌓고, 일정 금액 이상이 입금되면 추가 투자나 긴급 송금을 요구한 뒤 출금을 차단하는 전형적인 수법을 반복한다. 일부 사례에서는 실제 존재하는 라오스 광산 개발, 에너지 프로젝트, 부동산 사업을 사기 시나리오에 끼워 넣어 ‘현지 실물 투자’처럼 포장하기도 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범죄 구조가 인신매매와 강제노동과 결합돼있다는 점이다. 고수익 IT·마케팅 일자리를 제안받고 라오스로 입국한 외국인들이 여권을 압수당한 채 콜센터에 감금돼 사기를 강요받는 사례가 국제 언론과 인권단체 보고서를 통해 반복적으로 드러났다. 성과를 내지 못하면 폭행과 협박이 뒤따르고, 탈출을 시도하면 몸값을 요구받는 구조도 확인됐다. 이는 단순 금융사기를 넘어 국제적 인권 범죄이자 조직범죄로 분류되는 이유다. 캄보디아 시아누크빌 일대에 밀집했던 대형 범죄단지가 해체되며 조직이 점조직 형태로 흩어지고 있다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시사저널> 보도에 따르면, 현지 단속 이후 웬치로 불리는 범죄단지 상당수가 텅 비었고, 이들 조직원 상당수가 라오스와 태국, 미얀마 접경 지역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른바 ‘골든 트라이앵글’은 과거 세계적인 마약 생산지였지만, 최근에는 다국적 피싱 사기의 온상지로 탈바꿈했다. 울창한 산림 지역에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 장비를 설치해 전 세계를 상대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을 이어가는 방식이다. 라오스 북부 보케오 지역에는 ‘범죄단지’를 넘어선 ‘범죄마을’도 존재한다. 중국 카지노 그룹 킹스 로만스가 99년간 임차해 카지노와 호텔을 운영하는 이 지역은 사실상 외부 접근이 차단된 치외법권에 가깝다. 불법도박과 마약 밀매, 스캠 사기, 암호화폐 자금세탁이 복합적으로 이뤄진다는 의혹이 제기돼왔고, 미국은 이미 2018년부터 킹스 로만스를 초국가범죄 기업으로 지정해 제재하고 있다. 캄보디아에 프린스그룹이 있다면, 라오스에는 킹스 로만스가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국경 넘는 나쁜 놈들 마약 범죄 역시 라오스의 또 다른 어두운 단면이다. 최근 라오스 공항에서 마약을 소지한 채 출국을 시도하다 적발되는 한국인이 급증했다. 비엔티안과 지방 공항에서 잇따라 체포된 사례들은 대부분 헤로인과 케타민, 필로폰 등 대량의 마약을 포함하고 있다. 라오스 형법은 마약 범죄에 극히 강경하다. 일정 기준을 초과하면 사형이나 무기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고, 미수나 공범 역시 동일하게 처벌된다. 실제로 2019~2020년 비엔티안 공항에서 필로폰을 소지하다 적발된 한국인 2명은 현재까지도 장기 복역 중이다. 주라오스 한국대사관이 “타인으로부터 물건을 위탁받지 말라”고 반복적으로 경고하는 배경이다. 라오스 정부 역시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불법 콜센터 단속과 외국인 범죄자 검거, 장비 압수와 추방 조치를 공개적으로 발표하며 국제사회의 시선을 의식하는 모습도 보인다. 그러나 단속이 강화될수록 범죄조직이 인접 국가로 이동하는 ‘풍선효과’는 반복되고 있다. 구조적 취약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범죄의 위치만 바뀔 뿐 산업 자체는 유지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범죄 환경은 라오스 투자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복합적인 영향을 미친다. 라오스는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 요소를 갖춘 국가다. 수력발전과 광물, 재생에너지, 일부 농업·임산물 가공 분야는 실질적인 기회를 제공한다.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행정 절차의 불투명성, 계약 집행의 불확실성, 외환 규제와 금융 접근성 문제는 오래된 리스크다. 여기에 사이버 범죄가 결합되면서 정상 프로젝트와 사기성 프로젝트의 경계는 더욱 흐려지고 있다. ‘정부 승인’ ‘양허권 보유’ ‘현지 고위 인맥’ 같은 표현이 반복적으로 등장하지만, 공식 검증 없이는 실체를 가늠하기 어렵다. 동남아 마지막 남은 블루오션 라오스의 개발 모델 역시 기회와 위험이 교차한다. 인프라를 외부 차관과 ODA로 먼저 구축하고 성장을 통해 상환하는 구조는 철도와 도로, 병원, 상수도 같은 가시적 성과를 냈다. 그러나 정부 부채는 GDP(국내총생산) 대비 60% 후반으로 추정되고, 낍(KIP)화 약세는 상환 부담을 키우고 있다. 빚으로 지은 인프라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자산이 아니라 부담으로 남을 수 있다는 경고다. 현장에서는 인프라가 완공돼도 운영 시스템과 인력, 수요가 따라오지 못하는 모습이 반복된다. 다만, 한국 정부는 ‘메콩강 내륙국’으로 외교적 지평을 넓히기 위한 포석으로 라오스를 지목했다. 해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제 개발 속도가 더딘 메콩강 유역 내륙국 시장을 선점해 경제협력의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판단도 깔려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올해 마지막 정상회담 대상국으로 라오스를 선택한 이유다. 이 대통령은 지난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통룬 시술릿 라오스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했다. 이날 정상회담은 이 대통령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라오스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을 위해 방한한 것은 12년 만이다. 라오스는 대표적인 메콩강 유역의 내륙 국가로 꼽힌다. 인도차이나반도의 젖줄인 메콩강은 중국 칭하이성에서 발원해 윈난성과 미얀마,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을 거쳐 남중국해로 흐른다. 한국은 중국과 미국에 이어 '3대 교역국'으로 꼽히는 베트남을 비롯해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의 해양국과 활발한 경제·문화·인적 교류를 해온 반면 라오스와 미얀마, 캄보디아 등 메콩강 유역 내륙국과 비교적 교류가 적었다. 조원득 국립외교원 아세안인도연구센터장은 “(한국의) 경제협력이나 투자는 베트남 등에 집중됐고 동남아의 내륙 국가에 대한 실질적인 투자 등은 이뤄지지 않았다”며 “최근 몇 년간 (한국이) 한미일 외교에 집중하다 보니 (내륙국에 대한) 정치·외교적인 관심이 많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범죄로 얼룩 이면엔 ‘기회의 땅’ 무궁무진 천연 광물과 수력발전 이재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메콩강 유역 국가들은 베트남처럼 경제적으로 한 단계 높은 층위를 차지하는 국가들과 아닌 국가들로 구분돼있다”며 “메콩강 지역 개발의 최대 수혜는 상대적으로 빈곤한 국가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얀마는 군부독재라는 문제가 있고 캄보디아는 온라인 ‘스캠’(사기)으로 대표되는 치안 문제가 있다”며 “한국이 메콩 지역 개발을 위해 손잡고 일할 수 있는 국가는 현재로선 라오스”라고 했다. 이 대통령이 해양국들뿐 아니라 내륙국들과 교류·협력 등을 통해 아세안에서 영향력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된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아세안의 GDP 규모는 약 3조8000억달러(약 5590조원)로 국가로 치면 세계 5위 수준이다. 인구 규모는 6억7000만명으로 세계 3위다. 미중 갈등을 계기로 국제사회의 불확실성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4강’을 넘어 아세안 등 신흥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약 6개월 만에 G7(주요 7개국), 유엔(UN·국제연합)총회,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해 상생과 연대의 가치를 강조하며 자유무역 질서 및 다자주의 회복에 힘쓴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통룬 주석과의 확대회담에서 “라오스가 통룬 주석의 리더십 하에 내륙 국가라는 지리적 한계를 새로운 기회로 바꿔 역내 교통·물류의 요충지로 발전한다는 국가 목표를 성공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확신한다”며 “이 과정에서 한국이 든든한 파트너로서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양국 간 호혜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협력관계를 더욱 확대·발전시켜서 양국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성과를 함께 만들어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수익 보장? 의심부터 결국 라오스의 투자시장과 보이스피싱 범죄는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 제도적 공백과 국경 지대의 느슨한 관리, 외국 자본과 인력 유입이 만들어낸 회색지대라는 동일한 토양에서 자라난 두 개의 얼굴이다. 라오스는 여전히 기회의 땅일 수 있다. 그러나 그 기회는 이제 철저한 검증과 리스크 관리 없이는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이 됐다. 높은 수익률을 약속하는 투자 제안일수록, ‘이미 현지에서 잘 돌아가고 있다’는 말일수록 냉정하게 의심해야 하는 이유다. 라오스 투자시장의 성장과 국제 범죄 산업의 확산은 우연이 아니다. 그것은 같은 구조가 낳은, 서로 다른 두 개의 결과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