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공든 호남탑’ 딜레마

다시 영남으로 핸들 돌리나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역시 말뿐인 챙기기였던 모양새다. 그토록 탄탄히 쌓아온 성을 아주 쉽게 부숴버린 형국이다. 김재원 수석최고위원과 김광동 진실화해위원장의 발언으로 인해 보수당의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과거 발언들까지 소환되면서 호남 표심이 제대로 흔들리고 있다. 지도부가 다급하게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늦은 듯 보인다. 당내에서는 이미 불안함이 감지된다. 

국민의힘 김재원 수석최고위원이 전광훈 목사의 예배에 참석해 내뱉은 말의 후폭풍이 거세다. 소위 전라도를 배척하려는 태도가 강해서다. 전 목사는 김 위원에게 “헌법에 5·18 정신을 넣겠다고 하는데 그런다고 전라도 표가 나오지 않는다. 전라도는 영원히 10%다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또다시
극우로?

김 최고위원은 “불가능하고, 반대”라며 “표 얻으려고 하면 조상묘도 파는 게 정치인”이라고 답변했다. 5·18 정신을 헌법에 수록할 수 없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해당 발언은 이틀 만에 언론과 미디어를 통해서 보도됐고, 파장이 일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김 최고위원은 즉시 “죄송하다”며 SNS를 통해 사과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신임 지도부는 김 최고위원의 발언이 일파만파 커지자 재빨리 진화에 나섰다. 김기현 대표는 진지한 자리가 아니지만 적절한 발언이 아니었다고 꼬집었다. 성일종 정책위원장 역시 당과 관련 없는 이야기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개헌이 되지 않기 때문에 한 이야기지만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논란은 여전히 쉽게 잦아들지 않고 있다. 다만 지도부는 본인이 반성했기 때문에 별도의 징계는 하지 않을 예정이다. 문제는 김 최고위원뿐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최근 임명된 김광동 진실화해위원장의 과거 인터뷰도 다시 재조명됐다. 


앞서 김 위원장은 임명에 앞서 왜곡된 역사 인식으로 자격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인물이다. 그는 공개 석상서 다시 한번 5·18민주화운동에 북한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지난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서 민주당 의원이 김 위원장의 과거 인터뷰를 근거로 질의하자 “그렇다”고 대답하면서 “북한군이라는 표현이 아니라 북한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2020년 열린 한 정책 심포지엄 발표한 논문서도 5·18 헬기 사격은 허위라고 언급한 이력도 있다. 얼마 전 개정된 교육과정에서는 5·18민주화운동이라는 단어가 일제히 삭제된 사건까지 발생했다. 

교육부는 급히 해명에 나섰다. 교육과정 대강화 취지에 따라 교사의 교육 자율권 보장을 위한 조치라고 해명했지만, 5·18 단체를 중심으로 역사 지우기라는 뭇매를 맞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다시 명시하도록 전면 공고했지만, 최근에는 이런 과거 논란까지 다시금 떠오르는 형국이다. 이처럼 여당 지도부 핵심 인사와 윤석열정부 인사들의 발언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은 공격모드에 들어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두 인물이 5·18 정신을 훼손했고, 반국가적 발언을 했다며 해임을 요구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함께 끌어들였다. 두 인물과 결별하지 않으면 한 편이라고 규정했기 때문이다. 해당 여파는 쉽게 가라앉을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이 지금껏 다져온 호남 기반이 와르르 무너지는 모양새다. 즉시 윤 대통령에게까지 악영향을 끼치는 중이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5·18 정신 헌법 수록 입장은 확고하다”고 밝히며 해명에 진땀을 뺐다. 그러면서 “김 위원의 발언은 당론이 아니며, 대통령실과 연결지으면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여러 단체들은 일제히 비판 목소리를 냈다. 참여연대를 비롯해 전국 18개 시민사회단체가 꾸린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는 지난 15일 성명을 내고 망언을 규탄했다. 이날 해당 단체는 “윤 대통령의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 공약을 득표를 위한 공수표 공약으로 폄훼했다”고 비판했다. 

말 한마디에 호남 표심 추풍낙엽
물거품 된 윤석열 대통령의 노력

호남 정치권도 부글부글 끓고 있다. 일각에서는 두 인물을 향한 사퇴 압박까지 가하는 상황이다.

과거에도 국민의힘은 자유한국당, 미래통합당 시절을 거치면서 5·18 민주화운동 관련 논란이 끊임없이 터졌던 바 있다. 문재인정부에 대한 반발이 컸지만, 이 때문에 반사이익을 얻어내지 못했을 정도다. 

이런 상황을 깨고자, 대선 기간 윤 대통령은 호남을 집중적으로 공략해왔다. 후보 시절 무려 일곱 차례나 호남권을 찾으면서 지지를 호소했던 바 있다. 오프라인 홍보물도 모두 호남에 올인해 호남 230만가구에 손편지까지 발송한 적도 있다.

그 결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득표율을 뛰어넘는 기록을 세웠다. 보수정당이 호남서 거둔 가장 높은 득표율이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윤 대통령은 당선 이후에도 이른바 ‘호남 챙기기’에 나섰다. 이를 계기로 보수당의 새로운 변화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5·18 광주민주화 기념식은 윤 대통령의 요청으로 여당 의원이 전원 참석했는데 이는 보수당 대통령으로서 헌정사상 유례없던 일이었다. 현직 대통령이 민주의문을 통과한 것도 보수정당 출신의 현직 대통령 중 처음이기도 했다. 기념식서도 윤 대통령은 자유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덕분에 윤 대통령의 지지율도 동반 상승했다.

분명 윤 대통령도 “42년 전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피로 지켜낸 전 광주·호남 시민의 5월 항거를 기억한다”며 “5월 정신은 자유민주주의 헌법정신 그 자체”라고 추켜세웠다. 이 같은 행보는 여야 정치권서도 상당히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정책적인 부문에서도 호남 챙기기는 빠지지 않았다. 지속적으로 호남 민심을 잡기 위해 두드려왔다. 대선 기간에도 호남 정책을 제시했다. 꾸준히 힘들여온 덕에 지방선거에서도 효과를 거뒀다. 광역단체장 선거에 승리한 후보는 없지만 모두 15%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할 정도였다. 

모두 다
물거품

이 덕에 호남 후보들은 선거비를 보전받을 수 있게 됐고, 보수 열풍이라는 새 기록도 세웠다. 지속적인 호남 포용 효과가 빛을 발한 셈이다. 

광주광역시의회 비례대표 선거에서는 국민의힘 김용님 후보가 시의원에 당선돼 파란을 일으켰다. 광주서 보수정당 시의원이 탄생하는 성과를 거뒀다. 보수정당서 시의원이 당선된 것은 무려 27년 만이다. 


호남 일부 지역에서는 국민의힘 후보의 득표율이 민주당 후보를 앞지르기도 했다. 이처럼 국민의힘은 기존처럼 호남을 배제하려 하지 않았다. 또 보수당이 광주와 전남, 전북서 민주당에 이어 제2당으로 올라서는 쾌거도 이뤘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 역시 호남에 공들여온 인물 중 한 명이다. 이 전 대표 체제하에서는 일찌감치 호남에 상당한 힘을 쏟아부었다. 미리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친호남 기조를 닦았고, 호남 공략을 위한 내실화에 이 전 대표가 힘을 보탰다. 과거에 대한 반성을 선언한 뒤, 본격 지원하겠다는 노선을 깔았다. 

심지어 이 전 대표는 호남 민심을 잡기 위해 흑산도까지 방문했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기간 호남을 찾았다. 이른바 서진정책을 펼치기 위한 움직임이었던 셈이다. 

대선이 끝난 뒤에도 이 전 대표는 호남을 찾아 새벽까지 시민 한 명 한 명을 만나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윤리위 징계를 받은 뒤 장외 여론전을 펼칠 때도 호남은 이 전 대표가 빠짐없이 찾았던 지역으로 유명하다. 무등산을 등반하고 진도, 광주, 순천 등 호남의 여러 지역을 돌아다녔다. 

이처럼 이 전 대표의 호남 방문으로 호남 당원도 크게 증가한 측면이 있다. 이번 3·8 전당대회서도 이전과 다른 분위기가 느껴졌다. 호남서도 국민의힘에 대한 기대감이 상당히 높아졌다. 

없어진
공략점


현장서 준비한 800석의 좌석보다 2배 가까운 1500명의 당원이 몰리는 등 말 그대로 대성황을 이뤘다. 호남서 달라진 보수정당의 위상을 한껏 보여줬던 셈이다. 호남서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당원으로 활동하고, 국민의힘을 돕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안다고 연설했던 바 있다. 

그는 “다른 지역서 노력하는 것에 100배, 1000배 노력을 기울여야 비슷한 결과가 온다”며 “한 표를 주면 반드시 보답하겠다”고 호소했다. 앞서 김 최고위원의 망언 논란은 지금껏 쌓아올린 포인트를 한 번에 무너뜨린 측면이 있다. 

이번 3·8 전대를 통해 새로 꾸려진 지도부서 호남 세력은 찾을 수 없다. 최고위원에 출마했던 민영삼 홍보본부장이 전라도 출신이긴 하지만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내려진다. 민 본부장은 스스로를 호남의 강을 건너온 귀순용사라고 밝혔다.

최고위원들 중에서는 조수진 최고위원이 유일하게 호남 출신으로 정계 입문 당시 보수당으로 발을 들였다. 호남의 딸이라며 외연 확장에 자신감을 보이고는 있지만, 혼자서는 호남 표심을 다지기에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분석된다. 과거에는 호남을 제외하더라도 영남 지역의 인구가 더 많아 비교적 어렵지 않게 선거를 치를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서울에만 호남 출신 유권자가 34%를 넘어섰다. 국민의힘이 자꾸 호남을 배척하는 그림을 연출한다면 차기 총선서 수도권 승리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사실상 힘들어진 외연 확장
이대로라면 총선 망가질 판

그나마 있던 호남 표심이 이탈하려는 모습을 보이자 지도부는 급하게 전주 현장 최고위원회의 개최라는 해결책을 내놨다. 전주는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열리는 지역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다시 한번 5월에 개최될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소속 의원 전원 참석 방안도 모색 중이다. 

이번 전주 보궐선거는 국민의힘에 대한 호남 민심을 가늠할 시험대다. 이번에 득표율 15%를 넘기지 못하면 과거와 달라진 양상이 펼쳐질 수 있어서다. 이런 탓에 국민의힘 외연 확장에도 빨간불이 함께 켜질 수 있다. 양당의 지지율이 크게 차이나지 않는 상황서 불리한 쪽은 국민의힘이다.

대선도 외연 확장으로 선거전략을 꾸려온 마당에 그마나 끌어온 호남을 잃는다면, 어려운 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 현재 여당과 정부가 점차 우클릭 중이라는 것은 정치권 안팎에서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문제는 윤정부 출범 이후 정부 주요 부처 등에도 호남 인사가 극소수란 점으로 대통령실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앞으로도 호남 표심을 다져야 하는데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악재 속에서 호남 민심이 점차 식어가고 있는 가운데, 호남과의 연결통로를 반드시 마련해야 할 숙제가 생겼다. 사업이 진척되고 있긴 하지만, 윤 대통령이 직접 챙기는 모습보다는 공약 이행 차원이나 특별법을 발의해 진전시킨 사례가 많다. 기대를 모았던 광주 최초의 복합 쇼핑몰, 고속철도 등의 대선공약 사업도 예산에서 줄줄이 누락됐다.

김 전 위원장이 과거 광주서 무릎을 꿇기까지 했던 이유는 보수당에 대한 호남의 긍정적 이미지를 끌어올리기 위함이었고, 외연 확장의 필요성을 너무나도 잘 알았기 때문이다. 

재 뿌린
중앙당

두 인사의 망언을 두고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호남서 뛰는 사람이 백날, 천날 뛰어도 중앙에서 재를 뿌린다”고 작심 비판했다. 정치권에서는 과거 총선 패배 트라우마가 벌써부터 불거지는 모양새다. 총선이 1년 남짓 남은 상황에서 다시 한번 같은 이유로 패배할까 하는 우려에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이 (이번 3·8 전대처럼)당원으로만 총선을 치른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며 “공든 탑을 한꺼번에 부셔버렸다”고 언급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김기현도 전광훈 찬양?

국민의힘 김재원 수석최고위원의 발언과 함께 김기현 당 대표의 과거 발언도 함께 주목받는 모양새다.

김 대표는 극우로 평가되는 전광훈 목사를 과거 메시아라고 칭했던 점이 다시 수면으로 떠올랐다.

김 대표는 당시 울산시장이었다.

과거 전 목사가 주최한 집회에서 “패악한 (문재인)정권, 독재 정권을 향해 외치는 이사야 같은 선지자가 전광훈 목사”라고 했던 과거 이력 때문이다.

이런 탓에 당 내부에서도 벌써부터 총선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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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