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대위?’ 여의도 드리운 김종인 그림자, 왜?

‘돌고 돌아’ 도로 민주당으로?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22대 총선 전에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된다면, 비대위원장은 어떤 인물이 맡아야 할까? 민주당의 플랜B를 걱정하고 있는 의원들은 벌써부터 비대위원장에 누구를 앉힐지 고민하고 있다. 몇몇 비명계 의원은 이낙연 전 대표의 복귀를 주장하고 있고, 친명계는 새로운 인물의 영입을 염두에 놓고 있다. 일각에선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의 영입설이 나오는 중이다. 

더불어민주당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는 유권자들에게 매우 익숙한 광경이다. 민주당 당사 앞에서 한 민주당 지지자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은)정상적인 지도체제보다 비상체제인 기간이 훨씬 긴 것 같다. 올 연말에도 비슷한 상황이 올 것”이라며 “마치 2016년 비대위 체제가 생각난다. 다가오는 내년 총선서도 비슷한 그림이 연출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예측했다.

내년 총선도 
비슷한 그림?

이 같은 예측은 최근 민주당에서 나온 ‘질서 있는 퇴진론’에 그 기반을 둔다. 질서 있는 퇴진론은 3월 둘째 주, 한 친명(친 이재명)계 중진 의원이 <문화일보>와 한 단독 인터뷰서 제기한 이 대표의 ‘퇴진 시나리오’다. 해당 의원은 인터뷰서 “이재명 대표가 질서 있는 퇴장을 할 것으로 본다”며 “당이 소프트 랜딩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재판이 많아지는 연말쯤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 지도자가 공당을 자신으로 인한 논란 속에 오래 놔둘 수는 없다. 적어도 대권을 꿈꾸는 지도자라면 그렇게 못한다”며 “총선에 관여하지 않고, 불출마 선언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해당 인터뷰는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고, 민주당 의원들이 애써 외면하고 있던 ‘이 대표 퇴진론’을 대놓고 말할 명분을 줬다. 비명(비 이재명)계 대표 스피커들은 질서 있는 퇴진론이 친명계 내부서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너도나도 한마디씩 거들기 시작했다.

심지어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연말은 너무 늦다며 퇴진 시기를 더 앞당기자고 주장했다. 조 의원은 한 라디오 인터뷰서 “연말이라고 하는 것은 너무 멀다. 내년 총선이 4월인데 그때쯤은 (민주당의)침몰 직전일 수도 있다”며 “지금 지도부는 유례가 없을 정도로 단일 색채다. 선출된 최고위원은 어쩔 수 없지만 (지금부터라도)임명직, 지명직은 다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비명계 의원도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재판이 몰려 있어서 연말이라고 하는데, 그때쯤이면 당 지지율이 이미 다 빠져 있는 상태일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사퇴하는 의미가 매우 퇴색될 것이다. 지금 물러서면 ‘당을 구하기 위해’ 퇴진하는 것이 되지만, 그때 퇴진 하면 ‘살려고 혼자 나가는’ 퇴진이 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연말까지 기다리는 몽니 자체가 이미 퇴진의 의미를 크게 퇴색시킨다는 것이 비명계 의원들의 설명이다. 이왕 퇴진할 거라면 당 지지자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지금이어야 한다는 의미다. 현재 민주당 지지율은 수많은 논란 속에서도 국민의힘과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는 중이다. 

정치적으로 가장 중립적이라고 평가받는 리얼미터 정기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이 대표의 검찰 출석 당시인 1, 2월 소폭 하락했다가 가장 최근인 3월 둘째 주 여론조사에서는 42.6%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41.5%의 국민의힘을 근소하게 앞질렀다.

이 대표의 조기 퇴진을 원하고 있는 민주당 관계자들은 아직 민주당의 인기가 완전히 빠지지 않은 ‘지금의 퇴진’이 지지자들에게 울림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미 지난 3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법정에 출석했고, 올해 말쯤에는 적어도 세 번 이상 법정에 더 출석할 예정이다.

친명서 이 대표 ‘질서 있는 퇴진론’
“연말쯤 각종 송사 전 먼저 나가야”

총선을 앞두고 당 대표가 법원에 계속해서 출두하는 것은 민주당 입장에서는 매우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내년 총선은 윤석열정부를 중간평가하는 ‘중간 선거’ 성격을 띤다. 정계 전문가들은 역대 중간 선거에서 여당이 항상 유리했다고 입을 모은다.

여의도 소식에 정통한 한 정치평론가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대통령 임기 중간에 치러지는 선거는 대부분 야당이 ‘언더독’ 역할을 하는 형태였다”며 “선거라는 것은 항상 중도층 싸움인데, 중도층 유권자들은 의회와 정부가 협조하는 것을 선호한다. 이번에 민주당은 쉽지 않은 선거를 치르게 될 것”이라 분석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가뜩이나 힘겨운 싸움에서 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까지 안고 가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하고 있다. <일요시사>와 만난 민주당 관계자는 “퇴진 시점이 아직 정리되지 않았을 뿐, 민주당 의원 과반 이상이 그(이재명 대표)가 퇴진해야 한다는 데 어느 정도 동의하는 걸로 안다”며 “이 대표 스스로도 연말쯤이면 각종 공판에 참여하는 상황인데, 제대로 총선을 준비할 수 있겠나. 자진 사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혹은 2016년 총선 때처럼 새로운 리더에게 전권을 맡기고 2선으로 후퇴하는 방법도 있다”며 “실제로 그런 준비를 하고 있는 의원님이 몇 분 계신다. 총선에서 전권을 맡길 인물을 외부에서 찾고 있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말대로 2016년 민주당은 지금과 비슷한 정도의 위기를 맞았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새천년민주연합 공동 대표를 맡던 시절, 안 의원이 민주당 비노(비 노무현)계 의원을 대거 이끌고 신당을 창당한 것이다. ‘호남 홀대론’을 들고나온 비노계는 문 전 대통령이 모든 문제의 원인이라며 그에게 사퇴를 요구했다.

이후 당내 인사권을 독단적으로 행사한 점,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에 패배한 점을 문제삼아 비노계는 문 전 대통령이 사퇴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문 전 대통령은 끝까지 사퇴하지 않았고, 돌아선 이들의 마음을 다시 붙잡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비노계는 문 전 대통령의 손을 뿌리치고 모두 당을 떠났다.

박지원 전 의원을 중심으로 비노계가 뭉치기 시작했고, 여기에 천정배계, 김한길계, 박주선계, 정동영계 등 탈당한 모든 야권 인사들이 안 의원이 창당한 국민의당으로 모였다. 이들은 대부분 호남 출신 인사들로 ‘호남홀대론’을 새로운 당의 원천으로 삼았다.

전면 등장?
2선 후퇴?

호남에 정치적 뿌리를 둔 민주당으로선 매우 부담스러운 상황일 수밖에 없었다.

흔들리던 새천년민주연합은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당명을 더불어민주당으로 교체한 뒤, 새로운 인재 영입에 박차를 가했다. 이때 문 전 대통령이 야심차게 영입한 인물이 바로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다.

문 전 대통령은 본인의 힘으로는 다가오는 선거에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해 전권을 김 전 비대위원장에게 넘긴 후 스스로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문 전 대통령은 그해 1월19일 기자회견을 열어 선대위에 권한을 모두 이양하고 2선으로 물러나겠다고 선언했고, 다음 날인 20일 정청래 의원 등 당시 민주당의 최고위원이 모두 동반 사퇴했다. 문 전 대통령도 그로부터 5일 뒤인 25일, 당 대표에서 공식 사퇴하기에 이른다.

선출된 지 1년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 다시 평의원 신분으로 돌아간 것이다.

사퇴 당시 문 전 대통령은 SNS에 “지난 1년간 저와 동고동락하며 어려운 시기에 당을 이끌어주신 최고위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변화와 혁신을 간절히 염원하는 국민과 당원들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의미있는 시간이었다”고 당 대표 시절을 회고했다.

다수의 정계 관계자는 이때 문 전 대통령이 사퇴한 것이 ‘신의 한 수’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의 사퇴 이후 새로운 사령탑이 된 김 전 위원장은 광폭적인 행보를 이어갔다. 그는 테러방지법 독소 개정을 주장하며 필리버스터를 주도하더니, 주요 당내 인선을 중도층을 끌어올 수 있는 인물들로 임명했다.

같은 해 3월 중순 김 전 위원장은 총선 출정식을 열고 “박근혜정부의 경제정책 실패에 대한 심판이 이뤄져야 한다”며 “이명박정부 5년과 박근혜정부의 3년은 ‘잃어버린 8년’이었다”고 선거 전 프레임 전쟁에 돌입했다.

문 전 대통령도 대표직에서 사퇴한 신분이었지만 전국 선거유세를 다니며 동료 의원들을 지원했다. 그는 특히 총선을 앞두고 광주를 방문해 ‘호남홀대론’에 대해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그는 “노무현정부가 호남을 홀대했다는 ‘호남홀대론’은 제 인생을 부정하는 치욕을 안겨주는 것”이라며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패해 호남을 실망시켰던 질책은 모두 제가 받겠다. 호남이 지지를 거둔다면 정계를 떠날 것”이라고 진정성 있는 메시지를 어필했다.

당 대표직 사퇴와 믿을만한 인물 영입 등은 유권자들에게 제대로 먹혔고, 민주당은 2012년 대패의 치욕을 2016년에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었다. 총선서 123석을 확보해 122석을 확보한 새누리당을 누르고 원내1당 자리를 되찾아온 것이다.

이낙연은…
생각 없다”

국민의당이 호남에서 강세를 보이며 38석을 확보해 범야권은 총 161석을 확보할 수 있었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당시의 성공을 ‘문재인의 결단’ 덕분이라고 입을 모은다. 당이 쪼개지는 어수선한 분위기를 잠재울 수 있었던 것은 문 전 대통령이 공천권을 내려놓고 공정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물론 새누리당 내부의 내홍도 원인이었겠지만, 문 전 대통령이 전권을 잡고 친노(친 노무현) 대 비노 싸움으로 몰고 갔다면 선거서 대패했을 가능성이 높았다”며 “그렇게 됐으면 유권자들이 보기에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별반 다를 거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7년이 지나 민주당은 비슷한 위기에 봉착해 있다.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에서 잇따라 패배한 민주당은 총선서도 뚜렷한 승부수를 띄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민주당 일각에선 이 대표의 퇴진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에 외부인사 영입은 필수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2016년 향수를 잊지 못하는 몇몇 민주당 인사들은 조용히 ‘김종인 추대론’을 다시 꺼내들고 있다. 김 전 위원장만큼 경제지식도, 정치적 감각도 있는 무게감 있는 인사가 어디 있냐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김 전 위원장 영입 당시 문 전 대통령은 “이제는 경제민주화를 부활시켜야 할 때”라며 “그러기 위해선 ‘경제민주화’의 상징인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필요하다”고 역설했고, 이에 국민들 대부분은 호응했다. 2016년 선거를 승리로 김 전 위원장은 이후 몸값이 한층 높아졌고 2020년 총선에서는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에 영입되며 보수당 선거를 돕기도 했다.

비명 “지금으로선 김종인이 대안”
이번엔 어떤 제안으로 유혹하나?

당초 민주당의 새로운 비대위원장으로 거론됐던 인물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였으나, 민주당 소식통에 따르면 이 전 대표 측이 아직은 정치 전면에 나설 뜻이 없음을 여러 채널을 통해 민주당에 알려오고 있다.

이 때문에 플랜B를 염두에 두고 있는 일부 민주당 인사들은 이 전 대표를 대신할 인물을 물색하고 있고, 김 전 위원장의 영입을 고려하고 있다.

김 전 위원장도 최근 이 대표에 대한 비판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15일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서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때문에 옥신각신하고 있다. 당의 진로를 놓고 최종 결단을 내려야 할 사람은 결국 이재명 대표”라며 “(이 대표의)개인적인 사법 리스크와 당과는 관계 없는 일이기 때문에 제대로 구분할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비명계 중진 의원은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아시다피시 김 전 위원장이 여기서도(민주당) 저기서도(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맡아봤고, 양쪽에서 모두 선거를 승리로 이끈 경험이 있으신 분”이라며 “그러나 그 이후 김 전 위원장의 정치적 이익은 모두 다른 사람에게 돌아갔다. 거기서 오는 배신감이 무척이나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그를 영입한다면 총선 승리 이후의 열매까지 모두 보장해야 된다. 그 정도의 제안을 해야 김 전 위원장도 민주당의 제안을 받아들일 것”이라며 “현재로선 김 전 위원장이 (민주당의 제안을)받지 않을 가능성이 다분하지만, 여전히 정치적 욕심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안다”고 예상했다.

김 전 위원장은 2016년 총선 승리를 이끈 뒤 문 전 대통령과의 기나긴 갈등 끝에 민주당을 탈당한 바 있다. 총선 당시 비례대표 두 번째로 자진 공천한 김 전 위원장은 여의도에 입성한 뒤 각종 현안마다 문 전 대통령과 상반된 견해를 보였다. 

오랜 갈등을 이어오던 두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 던진 10차 개헌 제안에 오랜 갈등을 터트렸다. 문 전 대통령은 4년 중임제를 주장했고, 김 전 위원장은 의원내각제를 주장한 것이다.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던 둘은 결국 갈라섰다. 

김 전 위원장이 2017년 3월 민주당에 탈당계를 제출하고 야인으로 돌아간 것이다. 탈당 당시 그는 “이 당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더 이상 없기 때문에 당을 떠나고 의원직도 내려놓는다”며 당내 계파 싸움에서 완패한 점을 에둘러 표현했다.

한동안 정계를 떠나있던 김 전 위원장이 정계에 다시 등장한 건 지난 2020년 총선 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등으로 어려움을 겪던 미래통합당은 김 전 위원장에게 당의 운명을 맡겼고, 김 전 위원장은 수도권, 청년, 호남이라는 세가지 키워드를 세우고 다시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탄핵 정국과 민주당의 강세 속에 미래통합당은 21대 총선에서 유례없는 대패를 하게 됐고, 김 전 위원장은 이 모든 책임을 안고 물러나야만 했다.

마지막으로
정치적 열매?

그는 지난해 대선에서도 윤석열 대선후보 캠프의 선대위원장직을 맡았으나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간 벌어진 갈등에 휘말려 선대위를 박차고 나와 그 이후 뚜렷한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그동안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에서 일해 성과를 냈으나 양쪽 모두에서 버려진 꼴이 됐다.

김 전 위원장은 이때의 아픔을 잊지 않고 있다. 민주당 중진 의원이 말한 ‘승리 뒤 권한 보장’도 이 같은 배경에서 나온 조건이다. 만일 민주당이 큰 결단을 내리고 ‘김종인의 민주당’이 될 결심을 세운다면, 김 전 위원장의 민주당 복귀는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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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