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조원’ 로또 사업자 선정 미스터리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3.13 15:03:46
  • 호수 1418호
  • 댓글 7개

“절대 밥그릇 싸움이 아닙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와 행복복권이 서로 자신의 입장을 주장하고 있는 사이 복권사업 관련 소송이 시작됐다. 이 와중에 동행복권은 행복복권을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가 됐다. 앞서 2021년, 동행복권은 복권 인쇄 과정 중 실수로 대형 사고를 냈던 회사다.

“복권은 지난해 기준 연간 약 6조4000억원이 팔린 정부 최대 민간위탁사업으로 중산층과 서민의 희망입니다. 복권으로 형성된 기금은 사회취약계층 복지 재원 등으로 사용됩니다. 매우 중요한 국가사업인 것이죠. 그런데 현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 공무원은 비리와 유착이 많은 기업을 두둔하고 있습니다. 대체 왜 이렇게 흠 많은 특정 사업자에게 ‘하해와 같은 아량’을 베풀고, 이를 바로잡으려는 사업자에게 가혹한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무슨 이유로 ‘밥그릇 싸움’ ‘진흙탕 싸움’과 같은 물타기식 표현으로 폄훼하는지 대답해주십시오.”

방송에
나오고…

이는 지난 7일, 행복복권 공동대표 A씨가 발표한 입장문이다. A씨는 해당 입장문을 통해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와 동행복권의 유착 비리 의혹 및 공익신고자 보복 행위에 대한 조사와 관련 공무원 처벌을 촉구했다.

행복복권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우선 이번 논란을 이해하기 위해선 A씨가 공익신고 제보자라는 것부터 알아야 한다. 시작은 동행복권이었다. 이들은 2018년 3월7일, 4기 복권 수탁사업자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돼 업무 수행을 진행했다.

그러다가 2021년 9월, 동행복권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복권 인쇄 과정 중 대형 사고를 일으켰는데 즉석복권이 지면상으로는 당첨됐지만 전산 확인 시 당첨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던 것이다. 해당 1000원짜리 58회차 복권은 지난해 2월까지 판매됐다. 총판매량은 4000만장인데 반품된 건 2만7000여장뿐이었다.


57회차부터 62회차까지 1등 복권이 나오지 않은 건 이 회차가 유일하다. 이 시기에 A씨는 동행복권에서 ‘개발·운영 하청 업무’를 수행했다.

이때 일을 수행하며 알게 된 ▲기획재정부 담당 공무원과 동행복권이 하자 복권을 판매한 사실 ▲1, 2등 고액 당첨 복권이 어느 판매점에 출하됐는지 알게 한 사실 등을 공익신고했다. 당연히 공익신고는 익명으로 진행됐다.

A씨는 지난해부터 행복복권에서 ‘5기 복권 수탁사업자’에 입찰을 준비했다. 사업명은 ‘복권 수탁사업자 선정’으로, 선정 시 이듬해 1월1일부터 2028년 12월31일까지 복권사업을 맡게 된다. 입찰은 조달청 일반경쟁 입찰로 진행되며, 입찰수수료율은 복권 매출 7조9000억원 기준 1.1281%다.

결과는 좋았다.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는 지난 1월19일 “‘행복복권 컨소시엄’이 차기 복권 수탁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선정 발표와 함께 이날 A씨가 공익신고했던 내용도 방송으로 보도됐다. 사건은 2021년 벌어졌지만 기획으로 준비된 방송이었다. 방송사는 취재 과정에서 A씨의 실명을 거론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A씨의 회사명과 실명이 그대로 거론됐다. 방송사는 즉시 A씨에게 사과하고 수정했다.

과징금 서류·대표 경력 사항 다르다고…
경쟁 업체인 동행복권에 문의한 복권위

이변이 생긴 건 지난달 3일로, 복권위원회는 행복복권에 복권 수탁사업 선정자를 뽑을 때 제출한 제안서 기재 내용 중 ‘구성원 등의 과징금 현황’이 사실과 다르니 확인하고 10일 안에 소명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1차 소명자료를 제출하자 같은 달 17일, 이번에는 A씨 경력 사항이 사실과 다르다며 2차 소명자료를 요청해왔다. 행복복권은 복권위원회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소명서와 소명자료를 제출했다.

행복복권은 복권위원회가 요청했던 소명자료들을 보냈고, 지난달 23일 오전 조달청 계약심사협의회에 참여해 “허위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소명했다. 하지만 조달청은 이날 오후 3시 ‘행복복권을 협상 적격자에서 제외한다’는 공문을 보냈다.

행복복권은 협상 부적격 통보에 대해 “기획재정부가 사실과 달리 기재해 우선협상대상자를 배제 조치했다. 실질적으로 비리를 알린 공익신고자에 대한 보복성 불이익 조치”라며 “기획재정부 담당 공무원은 자신의 비리를 신고한 공익신고자를 ‘거짓말로 복권 수탁사업을 따낸 파렴치한’으로 둔갑시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기획재정부는 다른 입장을 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행복복권 측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조달청에서 서류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고 이를 토대로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의 입장은 사실과 달랐다. 이를 토대로 행복복권은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와 조달청을 상대로 ‘우선협상자대상자 지위 보전 등 가처분’ 소송을 진행 중이다. 반면, 과징금 현황과 A씨의 이력 사항은 ‘전혀’ 문제 될 게 없다는 게 행복복권 측 입장이다.

인쇄 실수
대형 사고

우선 과징금 확인은 도덕성 평가를 위한 것이다. ‘복권법 시행령’ 제9조 제3항에는 ‘(재)수탁사업자에 한정해 영업활동, 재산 상황 등에 대해 복권발행사업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도덕성을 요구한다’고 명시돼있다. 

복권 수탁사업자 선정 제안요청서에는 ‘제안 업체의 도덕성 및 공공성’이란 제목이 있다. 여기에는 ‘지분 비율 5% 이상인 구성원, 구성원의 대표자, 구성원의 최대주주 및 지배회사에 대해 최근 5년 이내 ▲공정거래 ▲환경 ▲노동 ▲조세 등과 관련해 부과받은 과징금 현황’을 요구한다.

즉, 복권법보다 제안요청서의 도덕성 평가를 확장한 것이다. 특히 제안요청서는 ▲공정거래 ▲환경 ▲노동 ▲조세 등의 과징금 현황을 요구했는데, 여기서 현재 시행 중인 법률만 따져도 과징금 종류는 수백개에 이른다. 또 과징금 종류도 수시로 변경되는 게 현실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과징금 부과 권한은 ▲법령 소관 부처의 장 ▲개별 지방자치단체장에게까지 확인을 받아야 한다. 

또 제안요청서는 과징금 유형, 부과 원인, 액수를 한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난해 12월6일, 복권위원회는 ‘제안요청서 설명회’서 “행정기관에 문의해보니 ‘과징금 현황 확인서’라는 별도 양식이 없어 발급이 곤란하다”는 질문에 “과징금에 한정된다”고 답변했다. 

이어 “과징금 현황 확인서는 공식적인 법정 증명서류(양식)의 형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제안 업체는 공정거래위원회, 환경부, 노동부, 조세의 4개 분야별 과징금 소관 부처를 상대로 과징금 부과 현황에 대해 문서로 확인 요청해 회신 공문을 받으면 된다”고 부연했다.


공익 신고
그 후…

복권위원회는 해당 질문에 세 번이나 똑같이 답했다. 이들은 제안요청서에 ‘모든 과징금’ 또는 ‘부과된 전체 과징금’ 제출을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복권위원회는 행복복권 제안요청서 과징금을 ‘등’으로 확대해석해 과징금 현황 범위를 무한정 확장했다. 

결국 행복복권은 이 같은 과징금 확장은 복권사업의 도덕성과 공공성에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복권위원회는 A씨의 경력 사항도 문제 삼았다. 그가 제출한 경력 사항은 동행복권에서 ▲시스템 구축 ▲시스템 운영 ▲블록체인 도화 사업 ▲연금복권 720 개발 ▲PTMS 시스템 개발 ▲PTMS 상황실 운영이 기재됐다. 또 체육진흥공단에서 ▲스포츠토토 차세대 시스템 구축 및 개발 ▲스포츠토토 고정 배달율 시스템 국산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위 경력을 두고 복권위원회는 “A씨가 한 프로젝트는 총괄(Project manager)에 해당하지 않고, 나머지는 아예 참여조차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비리·유착 기업 두둔”
“물타기 표현으로 폄훼”


복권위원회가 인정한 프로젝트는 ‘동행복권 시스템 구축’뿐인데, 이 부분도 총괄하지 않았다는 것이고, 나머지는 모두 허위 기재라고 주장한다. 복권위원회의 이런 판단에 대해, 행복복권이 청취한 의견은 “동행복권과 국민체육공단으로부터 투입 인력을 확인받았다”는 언급뿐이었다.

하지만 동행복권 역시 복권 수탁사업 참여 회사였다. 게다가 행복복권이 허위 서류를 제출해 적격 대상자에서 제외돼 우선협상대상자로 승진한 것이 동행복권이다. 복권위원회는 사업 이해당사자인 동행복권 회신을 근거로 행복복권이 허위 서류를 제출했다고 판단했다. 

이상한 점은 동행복권이 제출한 제안서 중 ‘핵심 보유인력 선행사업 경험’에는 A씨를 두고 ‘복권 경력 분야 17년’이라고 기재했다. 역할은 총괄이었다.

행복복권은 A씨의 경력에 대해 ▲동행복권 시스템 구축 사업 관련 자료 모음 ▲동행복권 시스템 운영 사업 관련 자료 모음 ▲블록체인 고도화 사업 관련자료 모음 ▲연금복권 720 개발 사업 관련 자료 모음 ▲PTMS 시스템 개발 관련 자료 모음 등의 자료로 해명했다.

이외에도 복권업무 관련자들과 이메일을 통해 업무를 처리했기 때문에 업무 지시 메일 등도 자료로 제출했다. 실적증명서와 계약서도 존재했고, 열거된 복권사업에 참여했던 관계자도 A씨가 총괄 역할을 했다고 대답한 바 있다. 앞서 A씨의 경력을 증명한 사실 확인자 명단도 존재한다.

행복복권 관계자는 “방송에 A씨의 실명이 나갔다. 정말 순식간에 소속 회사 이름과 실명이 나갔다. 아마 복권위원회도 당일에는 몰랐는데, 그때 특정된 것 같다”며 “행복복권이 자격 박탈된 뒤 동행복권이 우선협상대상자가 됐는데 이들은 지난해 즉석복권 오류로 벌금과 위약금을 냈다”고 지적했다.

일방적으로
악의적 해석

이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서 벌금, 위약금은 물어보지 않고 과징금만 물어본 것도 이상하다. 소명 자리에서 이미 민간업체 확인서도 제출했지만 복권위원회는 A씨가 PM이 아니란 것만 주장한다”며 “동행복권에서 확인하는 것도 ‘동그라미 칸’ ‘엑스 칸’을 만들어 표시만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런 것을 근거로 해서 허위 경력이라고 주장하는 게 말이 되냐. 본인들이 사업하려면 당연히 사업에 참여 안 했다고 하지 않겠냐. 악의적으로 해석이 충분히 가능하도록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alswn@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공개> 검찰 수사기록으로 본 12·3 내란 사태 전말 ⑥좌파 14명 체포 실패 내막

[단독 공개] 검찰 수사기록으로 본 12·3 내란 사태 전말 ⑥좌파 14명 체포 실패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12·3 계엄 당일 내란 주동자들은 정치인과 판사 등 자신들이 반국가 세력으로 지칭한 14명의 체포를 위해 서둘렀다. 하지만 준비가 된 것은 각 군의 사령관들뿐이었다. 계엄사령부와 합동수사본부의 설치는 훈련 상황서도 24시간가량 걸리는데 이를 간과한 것이다. 미리 계엄을 준비했다는 증거가 계속해서 나오는 상황에 실무진에게 준비시키지 않은 점이 의문점으로 남아있다.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내란 주도자들이 정치인과 판사 등 ‘좌파세력’이라고 지칭한 14명의 체포를 시도했지만 무산됐다. 그 내막에는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이하 합수본)의 미설치가 있다. 진술 나오자 다른 전략 <일요시사>가 검찰 진술 조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계엄이 시작된 계기와 14명의 체포 미수 및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불법 점거의 실패 이유로 ‘합동수사본부 미설치’를 꼽았다.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 국회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립은 심각했다. 과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야당은 자기들끼리 뭉쳐서 법안을 통과시켰고 윤 전 대통령은 재의요구권을 사용했다. 또 야당은 이진숙 방통위원장과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를 수사한 검찰들에 대한 탄핵을 시도하고 김건희씨와 관련한 특검법을 계속 발의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검찰 진술조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27일경, 윤 전 대통령이 관저 식사 자리서 “수사받다가 마음에 안 든다고 검사를 탄핵하고, 재판받다가 마음에 안 든다고 판사를 탄핵하고, 헌법재판소가 마음에 안 들면 정족수를 자르고, 이게 나라냐.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국가 세력의 준동에 관해 청주간첩단 및 창원간첩단 사건과 관련해 수사 과정서 잡은 인원들을 판사 기피 신청이 들어오면 단기간에 결정하는 것이 상식인데 6개월이나 결정을 하지 않아 간첩들의 구속 기간이 끝나 다 풀려나 돌아다니는데도 이런 것을 방치하고 있는 상황이니 나라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미래 세대에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어주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비상계엄)이 필요하겠다”고 강조했다. 일주일이 지난 후 윤 전 대통령은 김 전 장관에게 “야당의 패악질로 나라의 미래가 없다. 국가 비상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들은 비상계엄 관련 논의를 했다. 이때 체포 명단인 이른바 ‘좌파 세력’ 14명의 명단과 군대를 어떻게 투입할지 등을 확정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들은 체포 명단의 사람들의 신병을 확보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게다가 내란 주동자들은 검찰 진술과 형사 법정 등에서도 체포하려 하지 않았다고 진술하고 있다. “합수부 미설치로 체포 불가” “합수부 없어 시작부터 위법” 김 전 장관은 검찰에 “주요 정치인 등에 대한 검거를 시도한 바 없다. 혐의가 있어야 검거를 시도하지 않겠냐”며 “언론에 나오는 위치 추적 등은 포고령에 따라 정치활동이 금지되고 있는 상황이니 주요 정치인 몇 분과 부정선거 등과 관련해 사회서 의혹이 제기되는 사람들의 위치를 미리 파악하라고 이야기한 것일 뿐”이라고 진술했다. 하지만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과 작전에 투입된 군인들의 진술로 체포 명단이 실제로 존재했으며 체포를 지시하고 시도했다는 것마저 모두 드러났다. 체포 시도가 있었다는 진술이 계속해서 나오자 내란 주동자들은 다른 전략을 세우게 된다. 바로 ‘합동수사본부 미설치’다. 김 전 장관은 검찰 진술서 합수본이 미설치돼 체포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계엄사령부와 합수본이 설치되는 과정이라 검거가 불가능하다”며 “합수본이 설치되려면 검찰과 경찰의 협조가 필요한데 아무런 대비도 없이 체포부터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진술했다. 김 전 장관의 진술은 계엄 직후 선관위에 국군 정보사령부 부대원들을 보내 선거인 명부 관리 서버를 장악하고 선관위 당직자들에 대한 통신 제한(휴대전화 압수)과 감금이 위법한 수사 활동임을 나타내고 있다. 계엄이 터지면 통상적으로 합수본 역할을 맡는 국군 방첩사령부 관계자도 검찰 진술 당시 선관위 투입은 잘못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영희 방첩사 비서실 1과장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방첩사 소속 군인들로 하여금 중앙선관위 서버를 꺼내오도록 지시하거나 계엄 해제 이후 관련 증거를 제거하도록 시킨 것은 자신들의 정당한 권한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고 말했다. 불법성 미리 알고? 박성하 방첩사 기획조정실장은 “현장에 나가 있던 소위 체포조에 대해서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면서도 “하지만 전시에도 방첩사가 일부 범죄에만 수사권이 있기 때문에 전시나 계엄 상황이라도 관할권이 없는 선관위나 정치인 등 체포나 점거는 경찰의 협조가 필요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게다가 합수본(방첩사)은 직접 수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통합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하는데 지역 합수단서 해야 할 일을 방첩사 인원으로 진행한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한 군검찰 출신 변호사는 “합수본은 계엄사령관이 임명하는 군사경찰 관리, 경찰공무원, 국가정보원 직원 중 사법경찰 관리의 직무를 수행하는 자, 그 밖에 사법경찰 관리의 직무를 수행하는 자로 구성된다”며 “또 합수본은 계엄사령관이 지정한 사건의 수사와 정보기관 및 수사기관의 조정·통제업무를 관장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선관위로 투입된 인원들은 계엄사령관으로부터 임명을 받지도, 임무를 하달받지도 않았다”며 “게다가 합수본까지 설치되지 않았다고 한다면 시작부터 위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보사와 방첩사 모두 계엄사령군(군사경찰)이 아니기에 정당한 절차가 없었다면 반란군이라고 볼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여기서 의문이 드는 점은 계엄 업무를 해본 김 전 장관이 왜 무리수를 뒀는지다. 김 전 장관은 대한민국 합동참모부서 작전본부장을 역임한 바 있다. 합참 작전본부에는 계엄과가 편제돼있기 때문에 김 전 장관이 계엄군과 합수본 지정 및 운용 등을 몰랐다고 보기 힘들다. 합참 계엄과서 편찬하는 계엄실무편람에도 잘 나와있기 때문이다. 김 전 장관은 논란을 줄이기 위해 계엄이 선포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전군주요지휘관회의를 화상으로 개최하면서 박안수 전 육국참모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을 합동수사본부장으로 임명했다. 하지만 일부 사령관 등에게만 공유됐던 12·3 계엄 작전은 계엄사령부가 설치되기도 전에, 합수본이 설치되기도 전에 끝났다. 사령부만 알았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검찰 진술 조서에 따르면, 김 전 장관은 전군주요지휘관회의서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부 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부 사령관에게 국회와 선관위 출동을 하면서 방첩사에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해서 임무 수행을 하라고 지시했다. 김 전 장관이 방첩사에 지시한 임무는 경찰과 국방부 조사본부에 100명씩 인원을 요청하고 선관위로 먼저 투입된 국군 정보사령부가 접수한 선관위 서버를 꺼내오라는 지시였다. 국방부 조사본부와 경찰에 인원 요청을 한 것은 정치인, 판사, 등 민간인 체포를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조사본부는 방첩사가 요청한 수사관 지원 요청을 4차례 거절했다. 조사본부 한 관계자는 검찰 조사 당시 “지난 3일 계엄령 선포 이후 방첩사로부터 수사관 100명 지원을 네 차례 요청받았지만, 근거가 없다고 판단해 응하지 않았다”며 “이후 합수본 실무자 요청에 따라 시행 계획상 편성돼있는 수사관 10명을 지난해 12월4일 오전1시8분 출발시켰다”고 진술했다. 방첩사의 수사관 파견 요청에는 불응했고, 계엄 시행 이후 방첩사를 중심으로 꾸려지는 합수본 요청에는 응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사관이 파견된 시간은 이미 계엄 해제 의결이 이뤄진 뒤였다. 합수본이 계엄 해제와 비슷한 시기에 모양새라도 갖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김 전 장관이 계엄 직후 전군주요지휘관회의서 여 전 사령관에게 합수본 설치를 지시했지만 설치가 늦어진 이유가 있다. 방첩사에 내려진 지시는 좌파세력 체포와 합수본 설치, 검찰과 경찰 및 국방부 조사본부 등에 협조 요청 등으로 내란 주동자들에게는 어느 것 하나 미룰 수 없는 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박 기획조정실장은 “부대에 도착해보니 OOO회의실에 여 전 사령관이 이경민 참모장, 이창엽 비서실장과 같이 있었다”며 “합수본 설치 지시를 받으려 사령관에 물어봤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여 전 사령관이 다른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는데 ‘합수본부장으로 임명됐다. 우리 대원들은 다 나가 있다’고 말하며 통화에만 집중했을 뿐 합수본 설치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계엄 6개월 전부터 준비 실무진만 ‘닭 쫓던 개’ ‘비상계엄이 선포되면 국가적으로 엄중한 상황이 될 텐데 방첩사는 계엄 선포 예정 사실을 알고 준비하지 않았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계엄이 선포되면 합수본을 설치해야 하는 사람이 나다. 하지만 나는 해당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체포조를 운영한 수사단장도 해당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답했다. 그는 “방첩사 비상소집이 완료된 시간이 지난해 12월4일 오전 1시4분”이라며 “합수본은 기본 시설도 갖추지 못한 상태서 계엄이 해제됐다”고 말했다. 방첩사 인원들이 전원 소집되는 시간에 이미 계엄은 해제된 것이다. 방첩사의 작전 계획상에는 상황실 설치에 8시간, 합수본 설치에 24시간을 예정하고 있는데 비상계엄이 3시간 만에 해제됐다. 본부 설치에만 24시간이 걸리며 계엄사령관으로부터 임명을 받아 합수본을 완전히 구성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한 군사학과 교수는 “계엄 선포에 대해 사령관과 참모진 외에 실무자에게도 공유가 됐다면 미리 합수본 설치를 준비하고 있다가 계엄이 선포된 후 바로 체포를 진행했을 것”이라며 “이번 계엄의 패착은 이전 계엄과 달리 빠르게 대처한 국회를 막지 못한 것과 계엄사령부부터 합수본까지의 실무자들이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방첩사 사령부에서는 미리 계엄 준비를 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방첩사 소속 간부 A씨는 검찰 조사에서 “방첩사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체결한 MOU에 언급된 ‘합동수사본부’는 계엄 시 설치되는 합수부가 맞다”고 진술했다. 방첩사와 국수본은 지난해 6월28일 ‘안보범죄 수사 협력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합동수사본부 설치 시 편성에 부합하는 수사관 등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방첩사가 계엄을 오래전부터 준비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지휘부에서 최초에는 지난해 5월 초순경 3주안에 체결하라는 지시를 했다”며 “보통 미국 국방정보국(DIA) 등 해외정보수사기관과 이런 MOU를 맺고, 국내 기관은 관련 법령이 있어 MOU를 맺지는 않는다. 국내 기관과 MOU를 맺은 건 이번이 처음이고, 굳이 이런 MOU를 맺는 게 의아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다만 조지호 경찰청장은 해당 MOU에도 불구하고 계엄 당일 수사관 지원 요청을 이행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조 청장은 지난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에 나와 “방첩사 주관으로 수사본부가 꾸려질 수 있으니 경찰서 필요한 인력을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해서, 제가 준비하겠다고 했다”고 밝혔으며 계엄 당일 수사관 81명이 방첩사 요청으로 대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두환과 구상 흡사 내란 주동자들은 경찰력을 대거 방첩사로 파견해 합동수사본부를 꾸리고 정치인 체포 작전을 벌일 계획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1979년 비상계엄하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피살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이 만든 합수본과 흡사한 구상이다. 당시 합수본은 정권에 반대하는 정치인에 대한 정보 기능을 도맡아 12·12 군사 반란의 수괴인 전두환씨가 권력을 장악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됐다. <kcj512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계엄 사령부 구성도 완전 실패 <일요시사>가 확보한 검찰 진술조서에 따르면 계엄사령부는 구성조차 못했다. 권영환 전 대한민국 합동참모본부 계엄과장은 계엄이 선포된 후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으로부터 ‘계엄사령부 설치를 도와라’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에 그는 육군 본부 참모진들이 올라올 때까지 계엄사 상황실 구성 준비를 했다. 계엄이 선포되면 계엄사에는 2실(비서실, 기획조정실) 8처(정보처, 작전처, 치안처, 법무처, 보도처, 동원처, 구호처, 행정처)를 구성하도록 돼있으나. 권 전 과장이 계엄사 상황실을 구성하고 있을 당시 국회에서는 ‘비상계엄해제 요구결의안’이 가결됐다. 당시 권 전 과장이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에게 “(계엄해제 요구안이 가결됐으니) 법률상 지체 없이 계엄을 해제하도록 돼있다”고 말하자 박 전 총장은 “그런 것을 조언할 것이 아니라 일이 되게끔 만들어야지 일머리가 없다”며 “올해 연습을 두 번이나 했다고 하면서 구성을 왜 빨리 못하냐”고 꾸짖었다고 한다. 이는 내란 주동자들이 2차 계엄을 생각하고 있었으며 계엄사 구성의 역할이 합참에 있었다는 것을 내포하는 대목이다.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