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조원’ 로또 사업자 선정 미스터리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3.13 15:03:46
  • 호수 1418호
  • 댓글 7개

“절대 밥그릇 싸움이 아닙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와 행복복권이 서로 자신의 입장을 주장하고 있는 사이 복권사업 관련 소송이 시작됐다. 이 와중에 동행복권은 행복복권을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가 됐다. 앞서 2021년, 동행복권은 복권 인쇄 과정 중 실수로 대형 사고를 냈던 회사다.

“복권은 지난해 기준 연간 약 6조4000억원이 팔린 정부 최대 민간위탁사업으로 중산층과 서민의 희망입니다. 복권으로 형성된 기금은 사회취약계층 복지 재원 등으로 사용됩니다. 매우 중요한 국가사업인 것이죠. 그런데 현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 공무원은 비리와 유착이 많은 기업을 두둔하고 있습니다. 대체 왜 이렇게 흠 많은 특정 사업자에게 ‘하해와 같은 아량’을 베풀고, 이를 바로잡으려는 사업자에게 가혹한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무슨 이유로 ‘밥그릇 싸움’ ‘진흙탕 싸움’과 같은 물타기식 표현으로 폄훼하는지 대답해주십시오.”

방송에
나오고…

이는 지난 7일, 행복복권 공동대표 A씨가 발표한 입장문이다. A씨는 해당 입장문을 통해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와 동행복권의 유착 비리 의혹 및 공익신고자 보복 행위에 대한 조사와 관련 공무원 처벌을 촉구했다.

행복복권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우선 이번 논란을 이해하기 위해선 A씨가 공익신고 제보자라는 것부터 알아야 한다. 시작은 동행복권이었다. 이들은 2018년 3월7일, 4기 복권 수탁사업자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돼 업무 수행을 진행했다.

그러다가 2021년 9월, 동행복권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복권 인쇄 과정 중 대형 사고를 일으켰는데 즉석복권이 지면상으로는 당첨됐지만 전산 확인 시 당첨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던 것이다. 해당 1000원짜리 58회차 복권은 지난해 2월까지 판매됐다. 총판매량은 4000만장인데 반품된 건 2만7000여장뿐이었다.


57회차부터 62회차까지 1등 복권이 나오지 않은 건 이 회차가 유일하다. 이 시기에 A씨는 동행복권에서 ‘개발·운영 하청 업무’를 수행했다.

이때 일을 수행하며 알게 된 ▲기획재정부 담당 공무원과 동행복권이 하자 복권을 판매한 사실 ▲1, 2등 고액 당첨 복권이 어느 판매점에 출하됐는지 알게 한 사실 등을 공익신고했다. 당연히 공익신고는 익명으로 진행됐다.

A씨는 지난해부터 행복복권에서 ‘5기 복권 수탁사업자’에 입찰을 준비했다. 사업명은 ‘복권 수탁사업자 선정’으로, 선정 시 이듬해 1월1일부터 2028년 12월31일까지 복권사업을 맡게 된다. 입찰은 조달청 일반경쟁 입찰로 진행되며, 입찰수수료율은 복권 매출 7조9000억원 기준 1.1281%다.

결과는 좋았다.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는 지난 1월19일 “‘행복복권 컨소시엄’이 차기 복권 수탁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선정 발표와 함께 이날 A씨가 공익신고했던 내용도 방송으로 보도됐다. 사건은 2021년 벌어졌지만 기획으로 준비된 방송이었다. 방송사는 취재 과정에서 A씨의 실명을 거론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A씨의 회사명과 실명이 그대로 거론됐다. 방송사는 즉시 A씨에게 사과하고 수정했다.

과징금 서류·대표 경력 사항 다르다고…
경쟁 업체인 동행복권에 문의한 복권위

이변이 생긴 건 지난달 3일로, 복권위원회는 행복복권에 복권 수탁사업 선정자를 뽑을 때 제출한 제안서 기재 내용 중 ‘구성원 등의 과징금 현황’이 사실과 다르니 확인하고 10일 안에 소명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1차 소명자료를 제출하자 같은 달 17일, 이번에는 A씨 경력 사항이 사실과 다르다며 2차 소명자료를 요청해왔다. 행복복권은 복권위원회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소명서와 소명자료를 제출했다.

행복복권은 복권위원회가 요청했던 소명자료들을 보냈고, 지난달 23일 오전 조달청 계약심사협의회에 참여해 “허위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소명했다. 하지만 조달청은 이날 오후 3시 ‘행복복권을 협상 적격자에서 제외한다’는 공문을 보냈다.

행복복권은 협상 부적격 통보에 대해 “기획재정부가 사실과 달리 기재해 우선협상대상자를 배제 조치했다. 실질적으로 비리를 알린 공익신고자에 대한 보복성 불이익 조치”라며 “기획재정부 담당 공무원은 자신의 비리를 신고한 공익신고자를 ‘거짓말로 복권 수탁사업을 따낸 파렴치한’으로 둔갑시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기획재정부는 다른 입장을 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행복복권 측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조달청에서 서류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고 이를 토대로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의 입장은 사실과 달랐다. 이를 토대로 행복복권은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와 조달청을 상대로 ‘우선협상자대상자 지위 보전 등 가처분’ 소송을 진행 중이다. 반면, 과징금 현황과 A씨의 이력 사항은 ‘전혀’ 문제 될 게 없다는 게 행복복권 측 입장이다.

인쇄 실수
대형 사고

우선 과징금 확인은 도덕성 평가를 위한 것이다. ‘복권법 시행령’ 제9조 제3항에는 ‘(재)수탁사업자에 한정해 영업활동, 재산 상황 등에 대해 복권발행사업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도덕성을 요구한다’고 명시돼있다. 

복권 수탁사업자 선정 제안요청서에는 ‘제안 업체의 도덕성 및 공공성’이란 제목이 있다. 여기에는 ‘지분 비율 5% 이상인 구성원, 구성원의 대표자, 구성원의 최대주주 및 지배회사에 대해 최근 5년 이내 ▲공정거래 ▲환경 ▲노동 ▲조세 등과 관련해 부과받은 과징금 현황’을 요구한다.

즉, 복권법보다 제안요청서의 도덕성 평가를 확장한 것이다. 특히 제안요청서는 ▲공정거래 ▲환경 ▲노동 ▲조세 등의 과징금 현황을 요구했는데, 여기서 현재 시행 중인 법률만 따져도 과징금 종류는 수백개에 이른다. 또 과징금 종류도 수시로 변경되는 게 현실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과징금 부과 권한은 ▲법령 소관 부처의 장 ▲개별 지방자치단체장에게까지 확인을 받아야 한다. 

또 제안요청서는 과징금 유형, 부과 원인, 액수를 한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난해 12월6일, 복권위원회는 ‘제안요청서 설명회’서 “행정기관에 문의해보니 ‘과징금 현황 확인서’라는 별도 양식이 없어 발급이 곤란하다”는 질문에 “과징금에 한정된다”고 답변했다. 

이어 “과징금 현황 확인서는 공식적인 법정 증명서류(양식)의 형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제안 업체는 공정거래위원회, 환경부, 노동부, 조세의 4개 분야별 과징금 소관 부처를 상대로 과징금 부과 현황에 대해 문서로 확인 요청해 회신 공문을 받으면 된다”고 부연했다.


공익 신고
그 후…

복권위원회는 해당 질문에 세 번이나 똑같이 답했다. 이들은 제안요청서에 ‘모든 과징금’ 또는 ‘부과된 전체 과징금’ 제출을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복권위원회는 행복복권 제안요청서 과징금을 ‘등’으로 확대해석해 과징금 현황 범위를 무한정 확장했다. 

결국 행복복권은 이 같은 과징금 확장은 복권사업의 도덕성과 공공성에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복권위원회는 A씨의 경력 사항도 문제 삼았다. 그가 제출한 경력 사항은 동행복권에서 ▲시스템 구축 ▲시스템 운영 ▲블록체인 도화 사업 ▲연금복권 720 개발 ▲PTMS 시스템 개발 ▲PTMS 상황실 운영이 기재됐다. 또 체육진흥공단에서 ▲스포츠토토 차세대 시스템 구축 및 개발 ▲스포츠토토 고정 배달율 시스템 국산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위 경력을 두고 복권위원회는 “A씨가 한 프로젝트는 총괄(Project manager)에 해당하지 않고, 나머지는 아예 참여조차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비리·유착 기업 두둔”
“물타기 표현으로 폄훼”


복권위원회가 인정한 프로젝트는 ‘동행복권 시스템 구축’뿐인데, 이 부분도 총괄하지 않았다는 것이고, 나머지는 모두 허위 기재라고 주장한다. 복권위원회의 이런 판단에 대해, 행복복권이 청취한 의견은 “동행복권과 국민체육공단으로부터 투입 인력을 확인받았다”는 언급뿐이었다.

하지만 동행복권 역시 복권 수탁사업 참여 회사였다. 게다가 행복복권이 허위 서류를 제출해 적격 대상자에서 제외돼 우선협상대상자로 승진한 것이 동행복권이다. 복권위원회는 사업 이해당사자인 동행복권 회신을 근거로 행복복권이 허위 서류를 제출했다고 판단했다. 

이상한 점은 동행복권이 제출한 제안서 중 ‘핵심 보유인력 선행사업 경험’에는 A씨를 두고 ‘복권 경력 분야 17년’이라고 기재했다. 역할은 총괄이었다.

행복복권은 A씨의 경력에 대해 ▲동행복권 시스템 구축 사업 관련 자료 모음 ▲동행복권 시스템 운영 사업 관련 자료 모음 ▲블록체인 고도화 사업 관련자료 모음 ▲연금복권 720 개발 사업 관련 자료 모음 ▲PTMS 시스템 개발 관련 자료 모음 등의 자료로 해명했다.

이외에도 복권업무 관련자들과 이메일을 통해 업무를 처리했기 때문에 업무 지시 메일 등도 자료로 제출했다. 실적증명서와 계약서도 존재했고, 열거된 복권사업에 참여했던 관계자도 A씨가 총괄 역할을 했다고 대답한 바 있다. 앞서 A씨의 경력을 증명한 사실 확인자 명단도 존재한다.

행복복권 관계자는 “방송에 A씨의 실명이 나갔다. 정말 순식간에 소속 회사 이름과 실명이 나갔다. 아마 복권위원회도 당일에는 몰랐는데, 그때 특정된 것 같다”며 “행복복권이 자격 박탈된 뒤 동행복권이 우선협상대상자가 됐는데 이들은 지난해 즉석복권 오류로 벌금과 위약금을 냈다”고 지적했다.

일방적으로
악의적 해석

이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서 벌금, 위약금은 물어보지 않고 과징금만 물어본 것도 이상하다. 소명 자리에서 이미 민간업체 확인서도 제출했지만 복권위원회는 A씨가 PM이 아니란 것만 주장한다”며 “동행복권에서 확인하는 것도 ‘동그라미 칸’ ‘엑스 칸’을 만들어 표시만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런 것을 근거로 해서 허위 경력이라고 주장하는 게 말이 되냐. 본인들이 사업하려면 당연히 사업에 참여 안 했다고 하지 않겠냐. 악의적으로 해석이 충분히 가능하도록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alswn@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