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붙은’ 국감 위증 논란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3.02 13:58:30
  • 호수 14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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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박현종 bhc 회장의 위증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앞서 박 회장의 위증 논란은 이미 ‘2020 국정감사’에서 불거졌던 바 있다. 당시 국감이 종료되면서 수면 아래로 꺼졌다가 최근 다시 떠오르는 모양새다. 박 회장에 대한 항소심 판결이 나오면서다.

위증은 거짓으로 증명하거나 증거를 제시하는 것을 말한다. 위증죄가 되려면 법률에 의해 선서한 증인이 허위의 진술을 해야 성립한다. 위증죄는 형법 제152조에 규정돼있다. 형법 제152조(위증, 모해위증)에는 ‘법률에 의해 선서한 증인이 허위 진술을 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논란의
시작은?

이처럼 위증죄는 ‘선서’한 증인이 허위 진술을 했을 경우 성립되는 범죄로 특히 한국 사회선 중죄에 해당한다. 위증 시 재판장이 사실을 오인해 적정한 형벌권을 행사하는 것을 방해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국회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국회증언감정법) 14조(위증 등의 죄)에는 ‘이 법에 따라 선서한 증인 또는 감정인이 허위의 진술(서면답변을 포함한다)이나 감정을 했을 때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명시돼있다.

최근 박현종 bhc 회장의 위증죄가 다시 논란이 될 조짐이 보인다. 발단은 bhc가 지난달 13일 서울고법 제18민사부가 청구한 손해배상청구소송 항소심 판결서 일부 패소하면서부터다. 재판부가 박 회장이 BBQ에 28억원 규모 손해를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판결을 내린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사실상 BBQ가 완전히 승리한 것으로 봤다.

이 소송은 BBQ가 2013년 당시 bhc 매각 작업을 담당했던 박 회장(당시 BBQ 해외사업부문 부사장)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며 2019년 구상권 성격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사건이다.

bhc는 지난달 25일 “BBQ 측 주장이 왜곡된 것”며 즉시 반발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서울고등법원 제18민사부는 손해배상청구소송 항소심 판결문을 통해 박 회장이 ‘주식매매계약(bhc매매)’에서 bhc에 대한 실사 과정을 총괄했거나 가맹점 목록의 구체적 내용의 적성에 관여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상품공급 계약’ 및 ‘물류 용역 계약’ 일방 해지, ‘영업비밀 침해’ 등 소송이 이어져왔는데 판결문을 유리하게 해석한 입장을 언론을 통해 내놓기도 했다.

“모두 직원이 개인적으로 했던 일”
‘2020 국정감사’ 증언 뒤집는 판결

하지만 제네시스BBQ 측은 판결문의 한 문장을 ‘확대해석’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는 판결문에 명시된 ‘박 회장이 주식매매계약에서 bhc에 대한 실사 과정을 총괄했거나 위 가맹점 목록의 구체적인 내용의 작성에 관여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는 문장을 두고 한 말이다.

해당 문장 바로 밑에는 ‘박 회장은 BBQ의 이사로서 bhc 매각에 관한 협상을 담당했다. bhc로부터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이 사건 주식매매계약서의 작성에 관한 사무를 위임받았으며, 박 회장 과실로 제1 진술보증조항의 대상인 bhc 브랜드를 달고 있는 총가맹점 목록이 아닌 개점/일시 폐점(휴점)/폐점 예정으로 분류된 이 사건 가맹점목록을 그대로 이 사건 공개목록에 포함시킴으로써 위반했다’고 판시돼있다.


또 ‘박 회장은 2012년 7월1일부터 2013년 6월4일까지 bhc 회사의 해외글로벌사업부 대표로, 2013년 3월11일부터 2013년 6월28일까지 bhc 사내 등기이사로 각각 재직했다. 2012년 11월8일 이후부터 오랜 대기업 근무 경력, 외국어 능력을 바탕으로 이 사건 주식매매계약 체결 과정에 전반적으로 관여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같은 부서의 오씨 및 이씨를 통해 bhc의 각 부서로부터 이 사건 공개목록에 들어갈 내용을 취합하고 검토하는 과정을 거쳐 이 사건 공개목록을 완성하는 등 이 사건 공개목록의 작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고 기재돼있다.

판결문에 적힌 ‘핵심적인 역할’이라는 것이 박 회장의 위증을 입증하는 증거가 된다는 의미다.

이 같은 판결을 이끌어낸 결정적 요소는 BBQ가 디지털포렌식 작업으로 복구한 증거에 있다. BBQ는 박 회장이 BBQ 재직 당시 bhc 매각 업무를 담당할 때 업무기록을 복구해 증거로 제출했고, 법원이 이를 증거로 인정한 것이다.

뒤집힌
항소심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2020년 국정감사에서 박 회장의 위증죄가 논란이 됐었는데, 이번 판결문을 보고 의원실 차원에서 단계를 거쳐 검토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의원실 관계자의 말처럼, 이번 판결로 인해 다시 화두가 된 것은 박 회장의 위증죄다. 박 회장의 위증죄 논란은 2020 국정감사에서 시작됐다. 

그해 10월22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박 회장은 “선서, 본인은 국회가 실시하는 2020년도 국정감사와 관련해 정무위원회서 증언함에 있어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제7조 및 제8조에 의해 양심에 따라 숨김과 보탬이 없이 사실 그대로 말하고, 만일 진술이나 서면답변에 거짓이 있으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맹세합니다”라고 선서했다. 

당시 정무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은 박 회장을 증인으로 불러 ▲부당한 광고비 의혹 ▲보복성 가맹 계약해지 ▲불공정 거래 행위 ▲갑질 행위 등 bhc와 가맹점협의회 간에 불거진 의혹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의했다.

bhc가 국감에 앞서 전 의원에게 제출한 상생방안도 질의사항에 포함됐다. 박 회장은 전 의원의 질의에 적극적으로 해명하면서 기업 의무 차원에서 상생방안을 추가로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도 신선육 가격 인하가 상생방안에 포함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위증 논란이 불거진 부분은 bhc와 경쟁사 BBQ 간의 갈등에 대한 박 회장의 답변이었다. 당시 bhc는 경쟁사 오너인 윤홍근 BBQ 회장의 회삿돈 횡령 수사 배후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던 상태였다. 정무위 국감을 앞두고 언론 보도를 통해 이 같은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발뺌하더니…
개입 밝혀져

2018년 11월 윤 회장이 회삿돈으로 자녀의 미국 유학비를 10억원 넘게 지원했다는 보도가 나왔고 경찰 수사가 뒤따랐다. 이후 2020년 10월 <한국일보>는 경찰 수사의 배후에 bhc가 개입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매체 보도에 따르면, 미국에 사는 BBQ 전 직원인 제보자 A씨와의 인터뷰, 윤 회장이 결재한 서류 등이 근거로 제시됐다. 경찰은 매체 보도 한 달 뒤 BBQ 본사와 임원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을 한 뒤, 횡령 의혹이 있다며 윤 회장을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BBQ 이미지가 추락됐지만 결국엔 불기소 처리된 횡령 의혹 사건의 배후에는 경쟁업체인 bhc가 있었다. 해당 의혹은 미국 동부에 사는 제보자 A씨와 박 회장의 대화에서 시작됐다.

A씨는 2018년 3월20일 박 회장에게 “생신을 축하드린다”는 카카오톡 메시지로 말문을 텄다. bhc는 2013년 독립하기 전까지 BBQ 계열사였기 때문에 BBQ서 함께 일했던 박 회장과 A씨는 아는 사이였다. 오랜만이었던 두 사람은 BBQ와 bhc의 소송전에 대한 얘기도 나눴다.

두 회사는 bhc가 분리된 후로 현재까지 영업비밀 유출, 계약파기 등을 이유로 여러 건의 소송이 진행 중인 견원지간인 관계다.

A씨가 이튿날 카카오톡으로 박 회장에게 BBQ를 공격할 수 있는 윤 회장 일가 관련 비리 의혹 20여개를 나열하자, 박 회장은 곧바로 항공편을 마련해 A씨를 한국으로 불러들였다. 2018년 4월5일 낮 12시 bhc 계열사인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고급 고깃집에서 만난 두 사람은 A씨가 가져온 BBQ 비리 의혹 자료를 살폈다.

이후 6개월 뒤인 10월1일, 박 회장은 이번에도 항공편을 마련해 A씨를 입국시켜 같은 곳에서 두 번째 만남을 가졌다. 이번에는 박 회장이 A씨로부터 자료를 넘겨받았고 방송사 기자에게 A씨를 소개시켜 주기도 했다. 이것이 A씨가 <한국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서 밝힌 윤 회장 횡령 의혹 보도와 경찰 수사의 발단이다.


‘주식매매계약 체결 과정에 전반적으로 관여’
‘사건 공개목록 작성에 핵심적인 역할 담당’

사건의 단초가 된 윤 회장의 횡령 사건은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내리면서 무리한 경찰 수사 논란으로 번졌다.

제보자 A씨는 윤 회장의 횡령 의혹을 제보하는 과정에서 bhc와 박 회장 등의 사주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박 회장은 A씨를 언론사에 연결해준 일밖에 관여한 것이 없다고 반박했다. bhc는 A씨에 대해 허위 사실 유포 등으로 법적 대응에 나섰다.

전 의원은 박 회장의 해명을 ‘거짓’으로 봤다. 그는 A씨와 bhc 홍보팀장이 주고받은 메시지를 공개하면서 bhc가 담당 임원의 주소, 차량 번호 등 경찰에 진술해야 할 내용을 ‘밀착 코칭’했다고 주장했다. 박 회장의 해명과는 달리 사건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주장이다. 전 의원은 “직원이 개인적으로 일을 진행한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에 박 회장은 “현재 사건과 관련해 법적 조치가 진행 중인 만큼 답변하기 어렵다.(증거로 제출된 카카오톡 대화 내용 등은) 대화 맥락의 앞뒤를 모두 확인해봐야 하는 사안”이라고 답변했다. A씨에게 변호사를 선임해준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제가 알기로는 선임해준 적이 없다”고 답했다.

전 의원은 박 회장의 발언 중 ▲A씨에게 변호사를 선임해주지 않았다 ▲매각 과정을 총괄하지 않았다는 부분이 위증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시 (bhc 분리매각)업무기록을 포함해 증거자료를 행정실에 제출할 수 있도록 위원장님께서 해주신다면, 정무위원회서 위증 고발 조치할 것을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아무런 조치 없이 유야무야 넘어갔다.

박 회장의 위증 문제가 ‘잘못된 지적’이라고 여겨진 시기도 있었다. 바로 판결문에서다. 윤 회장 등 BBQ 측이 2017년 5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중재판정 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같은 해 11월 기각됐다. 이후 서울고법에 항소했지만 소각하 판결이 내려졌다. 이 과정에서 BBQ 측은 형사고소도 병행했다.

위증 고발
다시 검토

재판부는 기각 결정을 내린 사유로 ▲ICC 중재 판정에서 bhc 매각 당시 bhc 대표이사였던 김모씨가 ‘가맹 점포 수 산정을 총괄’하면서 가맹 점포 수를 잘못 계산했다고 인정한 점 ▲BBQ 재무 이사가 중재 재판에서 bhc 가맹점 현황 자료는 bhc 전략기획팀 소속 직원들이 만든 것이고, ‘대표이사가 이를 총괄했다’고 증언한 점 ▲박 회장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bhc 전략기획팀 직원들이 박 회장으로부터 가맹 점포 수를 부풀리라는 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진술한 점 등을 들었다. 이런 상황이 겹치면서 위증 논란도 잠잠해진 것이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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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