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 뇌물’ 곽상도 무죄 후폭풍

이재명 재판도 흔들리나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위기다. 국민의힘 곽상도 전 의원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부실 수사 논란까지 일고 있다. 비판을 의식한 검찰은 공소 유지 인력을 추가 투입하기로 했다. 문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다. 재판부에서 녹취록과 진술 등의 신빙성이 인정되지 않았기에 혐의를 입증할 확실한 물적 증거가 필요한 상황이다.

재판부는 대장동 핵심 증거로 꼽히는 ‘정영학 녹취록’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남욱 변호사 등이 한 주장의 신빙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검찰은 난감한 분위기다. 내부서조차 같은 혐의를 받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법리를 재구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유의미한 진술이라고는 하나 쌍방울·대장동·성남FC 의혹을 뒷받침할 근거가 간접 증거라는 게 검찰에겐 치명타다.

비상식 판단
이례적 무죄

검찰은 지난 13일 국민의힘 곽상도 전 의원의 뇌물수수 혐의에 무죄를 선고한 1심 법원의 판단에 불복해 항소했다. 곽 전 의원 역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유죄 판단에 항소장을 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오후 곽 전 의원의 1심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준철)에 사실 오인과 법리 오해 등을 이유로 항소장을 제출했다.

검찰은 1심 판결 중에 제반 증거와 법리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고, 사회통념과 상식에도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며 항소심서 적극적으로 다툴 방침이라고 밝혔다.

곽 전 의원은 2021년 4월 화천대유서 근무하다가 퇴사한 아들 병채씨의 퇴직금과 상여금 명목으로 50억원(세금 등 제외 25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곽 전 의원에게 징역 15년과 벌금 50억여원, 추징금 25억원을 구형했으나 재판부는 지난 8일, 50억원이 알선 대가나 뇌물이 아니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재판부가 ‘곽상도 부자(父子)가 경제적 공동체가 아니다’는 이유로 뇌물죄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이런 논리가 사회통념과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곽 전 의원 부자의 금전 지원 관계, 자금관리 현황을 보면 두 사람의 경제적 공동체를 부인할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항소심서 충분히 뒤집을 수 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또 관련자들의 일관된 진술에도 재판부가 하나은행이 성남의뜰에 참여할 컨소시엄을 이탈하려는 위기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봤지만 이는 증거관계 판단 오류라고 주장했다. 성남의뜰은 2015년 대장동 일당의 화천대유와 하나은행 컨소시엄이 성남도시개발공사와 대장동 사업 시행을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검찰은 곽 전 의원이 이 컨소시엄이 와해하지 않게 도움을 준 대가로 돈을 받았다고 판단했는데, 재판부는 김씨가 영향력을 행사해달라고 부탁해야 할 정도로 위기 상황으로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검찰이 판단한 전제 자체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특히 대장동 핵심 증거로 꼽히는 정영학 녹취록 중 일부가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전달된 ‘전문진술’이라며 증거 능력이 인정되지 않은 점도 반박할 계획이다. 김씨가 법정서 당사자들끼리의 대화라고 인정한 부분, 즉 전문이 아닌 부분도 증거 능력을 인정하지 않아 판단에 오류가 있다는 주장이다.

“뇌물로 볼 여지 있다”며 “아들 경제적 공동체 아니다”
검찰 전제 자체 무시…김만배 주장 신빙성도 인정 안 해

이원석 검찰총장은 선고 이튿날인 9일,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으로부터 1심 판결 분석 내용과 향후 계획 등을 대면 보고받고 엄정 대응을 당부했다. 공판팀장인 유진승 국가재정범죄합수단장에게도 공판 업무에 만전을 기할 것을 대면 지시했다.

송 지검장도 이날 오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던 1차 수사팀 4명으로부터 판결 분석 결과와 향후 공소 유지 계획을 보고받았다. 이 자리에는 고형곤 4차장검사와 강백신 반부패수사3부장이 배석했으며, 공소 유지 대책과 ‘50억 클럽’, 곽 전 의원 아들 고발 등 관련 사건 수사 방향을 논의했다.


이는 ‘뇌물 무죄’ 판결 뒤 가열되는 비판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50억 클럽엔 곽 전 의원 외에 권순일 전 대법관, 박영수 전 특별검사, 최재경 전 청와대 민정수석, 김수남 전 검찰총장, 홍선근 <머니투데이> 미디어그룹 회장 등이 거론된다. 곽씨도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

송 지검장의 지시는 곽씨가 받은 퇴직금 50억원을 뇌물로 볼 수 없다는 법원 판단에 일고 있는 국민적 공분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검찰은 곽 전 의원 항소심 재판에 인력을 보충하고 반부패수사3부에 배당했던 이 대표의 ‘정자동 호텔 특혜 의혹’ 사건을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돌려보냈다. 곽 전 의원의 무죄로 50억 클럽에 대한 검찰 수사가 수포로 돌아갔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수원지검의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수사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검찰 안팎에서는 곽 전 의원에 대한 기소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는 견해가 나왔다. 1심 때처럼 곽 전 의원의 아들이 받은 50억원을 곽 전 의원이 받은 것과 동일시해 뇌물수수죄(형법 129조 1항)를 적용하는 대신 제3자뇌물제공죄(형법 130조)로 공소장을 변경해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뇌물수수죄 법리를 배척했다. 공무원이 ‘다른 사람’에게 금품을 받게 한 경우 ‘평소 공무원이 그 다른 사람의 생활비 등을 부담하고 있었거나, 그 다른 사람에 대하여 채무를 부담하고 있었다는 등의 사정이 있어서 그 다른 사람이 뇌물을 받으면 공무원은 그만큼 지출을 면하게 되는 경우’에 공무원이 받은 것과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다는 판례에 따른 판단에서다.

인정 못 받은
진술 신빙성

그러나 이 같은 판례에 따라 공무원이 처벌된 사례는 드문 편이다. 검찰은 2015년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의 뇌물수수’ 사건서 STX가 정 총장 장남이 33% 지분을 보유한 요트 회사에 건넨 7억여원의 후원금을 정 총장에게 준 뇌물로 보고 기소한 바 있다.

해당 사건은 대법원서 최종 무죄 판단을 받았다. 결국 검찰은 파기환송심서 죄목을 제3자뇌물제공죄로 변경했다.

힘겨운 싸움이 될 것을 알면서도 검찰은 공소장 내용을 변경하지 않을 전망이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아들 곽씨가 받은 50억원이 곽 전 의원에게 지급됐다고 볼 수 있는 게 상식”이라며 “추가 수사를 통해 법리구성 논리를 제대로 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검찰은 아들 곽씨를 뇌물죄의 공동정범으로 기소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검찰이 제3자뇌물제공죄로 수사 방향을 틀어도 ‘정영학 녹취록’의 신빙성이 인정되지 않으면 성과를 내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뇌물수수의 경우 대가성이 포괄적으로 인정되지만 제3자뇌물죄는 구체적인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는 점이 추가로 입증돼야 하기 때문이다.


1심 재판부가 판결 당시 “호반건설 회장이 하나금융지주 회장에게 컨소시엄 합류를 제안했다가 거절당했다는 사정만으로는 하나은행이 참여하는 성남의뜰 컨소시엄에 ‘와해 위기’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점도 검찰의 어깨에 짐을 더한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1심 재판부서 이미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뇌물공여자와 수뢰자의 상호인식조차 인정되지 않아 묵시적 청탁으로 보기도 어렵기 때문에 포괄적 대가성을 인정하는 뇌물수수 혐의를 그대로 끌고 가는 것이 유리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달 28일과 지난 10일 이 대표를 소환해 대장동·위례 사건 혐의에 대해 추궁했다. 당시 검찰은 각각 150쪽, 200쪽에 달하는 질문지를 바탕으로 이 대표가 결재한 자료까지 제시하며 압박했고, 이 대표는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한방 필요
“추가 수사”

이 대표의 입장은 1차 조사에 출석하면서 검찰과 언론에 공개한 33쪽 분량의 진술서에 담겨있다. 대장동 사업으로 성남시에 손해를 입히지 않았고, 시의 내부정보가 민간업자들에게 흘러갔다고 해도 자신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측근들이 지분을 약속받았다는 천화동인 1호 의혹에 대해서도, 자신은 천화동인 1호의 존재 자체를 언론 보도 전까지 알지 못했다고 선을 그었다.


검찰은 지난 16일 이 대표에 대해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선 배임과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위례신도시 개발사업 특혜 의혹으로는 부패방지법 위반, 성남FC 후원금 의혹에 대해선 제3자뇌물죄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재직 시절 대장동 민간사업자들에게 성남시와 공사의 내부정보를 미리 알려주는 등 화천대유가 포함된 성남의뜰 컨소시엄이 사업자로 선정될 수 있도록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대장동 사업을 통해 민간사업자는 배당금 4054억원 등 7886억원을 수익으로 가져간 반면에 성남시와 공사는 1822억원의 고정이익만 받아갔다. 검찰은 이 같은 수익배분 방식을 설계한 최종 승인·결재권자가 이 대표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대표에 대한 조사는 어느 정도 정리됐지만 여전히 규명이 필요한 부분들이 남아 있다.

반부패수사1부에선 ‘대장동 키맨’으로 불리는 김씨의 범죄수익은닉 혐의에 대해 계속 수사 중이다. 검찰은 김씨가 측근인 최우향(전 쌍방울그룹 부회장) 화천대유 이사와 이한성 공동대표에게 대장동 개발수익 275억원을 은닉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 이사와 이 대표를 먼저 재판에 넘긴 검찰은 최근 김씨를 여러 차례 불러 대장동 개발 배당금의 행방을 추적 중이다. 검찰은 자금흐름 추적이 대장동 수사의 또 다른 갈래인 50억 클럽 의혹 수사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정영학 녹취록’ 증거 인정 안 돼도 뇌물죄 직진?
“제3자뇌물죄” 목소리…부정 청탁 입증 더 어려워

민주당에 이어 정의당이 이른바 ‘50억 클럽’ 의혹까지 포함한 ‘대장동 특검법’ 추진에 힘을 싣고 나섰다.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특검과 대장동 특검을 병행할 것을 주장하고 있지만, ‘캐스팅 보트’를 쥔 정의당이 정쟁요소가 상대적으로 덜한 대장동 특검에 방점을 찍으면서 국회 논의가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정의당은 지난 11일, 의원단·대표단 연석회의를 열고 이튿날(12일) 대장동 특검 추진을 당론으로 정했다. 곽 전 의원 사건을 포함해 정·관계 인사들이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들에게 거액을 약속받았다는 ‘50억 클럽’ 의혹을 특검으로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회의서 “곽상도 아들의 50억 황제 퇴직금 무죄 판결로 촉발된 대장동 50억 클럽에 대한 온갖 의혹의 해결을 위해 국회 차원의 특검은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검찰은 개미투자자들의 돈을 빼앗아 이득을 챙기는 주가조작에 ‘김건희 특검’을 추진하라는 시민들의 요구를 엄중히 받아들여야 한다. 제대로 된 소환수사로 이번 사건에 대해 명백한 진실을 밝히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철저한 검찰 수사 먼저’를 강조하면서 ‘김건희 특검’에는 일단 선을 그은 것이다. 민주당이 검찰의 이재명 대표 수사에 맞불 형식으로 김 여사 수사를 주장하고 있는 만큼, 대장동과 김 여사 의혹을 ‘쌍특검’으로 추진하면 ‘이재명 방탄론’과 맞물려 정쟁의 불쏘시개가 될 수 있다는 게 정의당의 판단이다.

김희서 정의당 대변인은 지난 12일 기자회견서 “국민적 의혹이 밝혀져야 하는데 정쟁으로 사라져버리는 문제에 대해 국민적 눈높이서 어떻게 풀어낼지가 정의당의 고민”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이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맡고 있는 상황에서 특검 도입을 위해선 정의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국회법이 규정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을 통해 법사위를 우회해 본회의로 특검법을 올리려면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이 뜻을 모아야 하기 때문이다.

민주당 169석, 민주당 계열 무소속 5석에 정의당 6석을 보태면 꼭 180석이 된다.

야권이 ‘대장동 특검’에 힘을 합치는 모습이지만, 수사 범위를 놓고는 조율이 필요하다. ‘50억 클럽’ 의혹에 집중하자는 정의당과 달리 민주당은 지난해 3월 당론으로 발의한 대장동 특검법에서 ▲이 대표가 연루된 대장동 개발 과정 전반 ▲윤석열 대통령이 검사 시절 맡은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 ‘봐주기’ 수사 의혹 ▲윤 대통령 아버지 자택 매입 의혹 등을 두루 망라했다.

곽 판결과
상관관계?

정의당 측은 “50억 클럽을 수사하다 보면 여타 의혹들을 수사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도 “특검법 발의 과정서 수사 범위를 놓고 지나치게 정쟁화하는 것은 배제하려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도 ‘50억 클럽 특검’ 도입에 대해서는 큰 거부감이 없어 보인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박영수 전 특검을 언급하면서 우리 당의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지도부와 논의를 해봐야겠지만 50억 클럽만 놓고 본다면 크게 거부할 의원들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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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