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3대 동물권 단체 ‘케어’ 후원금 목매는 속사정

‘자업자득 적자’ 피하려 기부 장사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이제 케어는 동물들의 생존이 아닌, 자신의 생존을 위해 후원금을 긁어모은다. 후원금을 걷기 위해서라면 허위 모금을 하고, 타 단체의 활동 실적을 뺏어 오는 일에도 거리낌이 없다. 모두 ‘업보 청산’을 위해서다. 무리한 구조-밀어내기식 안락사의 순환으로 유지되던 균형이 깨지자, 케어 보호소를 가득 채운 동물들은 막대한 고정 지출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그 C 이사가 구조한 애가 있는데 (부상이)완전 심하다. 그래서 모금이 잘될 것 같다. 그래서 모금이 잘되면 케어도 좀 갖고, 뭐 일부 또 주고 이러면 되지 않겠냐 그래서(중략)… 일단 뭐 모금이 고양이가 요즘 잘되긴 하는데.” 2021년 4월, 박소연 전 대표는 당시 케어 회계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이같이 말했다. 박 전 대표는 한 고양이를 위한 모금액을 두고 ‘치료’보다 ‘분배’를 먼저 입에 올렸다.

치료보다 
분배 먼저?

‘인영이’는 발견 당시 하반신 피부에 큰 상처를 가지고 있는 고양이었다. 인영이는 케어 C 이사가 따로 운영하는 D 고양이 보호단체가 길고양이 중성화사업(TNR)을 위해 설치한 포획 틀 안에서 발견됐다. 하지만 인영이 치료를 위한 모금이 열린 곳은 D 단체가 아닌 케어였다. 

당시 박 전 대표가 회계담당자에게 설명한 바에 따르면, C 이사는 케어 측에 “자신의 D 단체는 돈이 필요 없으니, 케어가 모금해 후원금을 모두 가져라”는 뜻을 전했다. 케어 운영진과 C 이사는 논의 끝에 후원금을 반씩 나누기로 합의했다.

이달 케어는 “인영이의 몸이 회복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며 게시글을 올렸다. “튀김을 만든 끓는 기름에 들어갔다 나왔다고 생각하면 딱 맞을 것”이라는 수의사 소견도 인용했다.

약 석 달 뒤 인영이 근황 사진을 공유하며 재차 후원을 독려하기도 했다. 인영이 앞으로 모인 후원금은 대략 540만원. 앞서 합의한 대로, 케어와 C 이사는 이를 270만원씩 나눠 가졌다. 

케어는 인영이를 돌본 적이 한 번도 없다. 인영이는 구조된 이래로 계속 D 단체서 치료받았다. 케어는 D 단체가 제공한 사진과 동영상을 토대로 모금 요청 게시글을 작성했을 뿐이다. 

이는 일종의 공동모금, 대리 모금으로 인정받기도 어렵다. 당시 케어 회계담당자 증언에 따르면 케어는 자신들 몫으로 분배한 후원금을 인영이를 위해선 한 푼도 쓰지 않았다. 또한 현행법상 대상을 밝히지 않은 ‘대리 모금’ 행위는 불법이다.

하지만 케어의 게시글에는 ‘인영이는 케어가 직접 보호하고 있지 않다’거나 ‘모금액 중 일부를 타 단체와 나눌 예정’ 등과 같은 상황 설명이 없다.

결과적으로 비교적 영세한 D 단체의 모금활동을 케어가 대행해주고, 수수료로 모금액 절반을 떼간 모양새다. 동물권 활동가 사이에서는 케어가 사실상 허위 모금을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케어와 D 단체의 ‘부당거래’ 때문에, 인영이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이중생활을 시작했다. 한 고양이를 두고 케어는 인영이, D 단체는 ‘도리’라고 불렀다. 허위 모금이 발각될 때를 대비해 서로 다른 이름으로 부른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올만한 대목이다.

실제로 2021년 8월 말, 한 D 단체의 한 활동가는 자신의 SNS에 “4월에 입소한 길천사 도리”라는 글과 함께 치료 중인 고양이 사진을 게시했다. 이 고양이는 케어의 인영이와 무늬 상처 부위가 일치했다. 심지어 사용 중인 물건의 색깔과 디자인마저 모두 같았다. 

돈을 나눠 가진 과정도 매끄럽지 않았다. C 이사는 2021년 8월 당시 회계담당자에게 병원비와 위탁비 명목으로 278만원을 요구했다. 이에 담당자는 회계 처리를 위해 C 이사에게 병원 청구서 등 지출 증빙자료를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대신 C 이사는 “안면이 있는 병원에서 진료비를 할인받았는데, 청구서를 끊으면 세금 문제로 비용이 할인 없이 청구될 것”이라며 “위탁·검사·수술을 일임한 것으로 해서 D 단체에 비용을 일괄 지급하라. 내 사업자 명의로 전자계산서를 발행해주겠다”고 제안했다.

담당자는 진료비를 병원에 직접 지급하는 걸 한사코 거부하는 C 이사를 수상히 여겼다. 결국 “돈을 달라”는 C 이사와 “함부로 줄 수 없다”는 회계담당자 사이에 설전이 벌어졌다.

몰래 ‘대리 모금’ 짬짜미…나눠 가져 
도살장 폭파? 실상은 활동 실적 뺏기 

당시 케어 내부에서 인영이 모금의 내막을 아는 이는 극히 소수에 불과했다. 이 중 반대자는 당시 회계담당자뿐이었다. 반면 박 전 대표와 C이사는 후원금 분배에 적극적이었다. 김영환 현 케어 대표는 이를 알면서도 방관했다. 

내친 김에 이들은 완전범죄를 기획했다. 양측이 모두 돈을 원하는 곳에 쓰고도 회계상 오점을 남기지 않도록, 이른바 ‘세탁’할 방법을 살핀 것이다. 

당초 이들은 ‘모금 대행’ 명목으로 돈을 나누려 했지만 실패했다. 그러자 케어는 일단 모금된 540만원 전액을 C 이사에게 지급했다. 돈이 오고 간 표면적 명분은 인영이 ‘위탁비’였다. 당시 C 이사는 회계담당자에게 “인영이를 지난 석 달간 돌봤고, 앞으로 약 석 달 더 돌봐야 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6개월치 위탁비를 달라”고 요구했다.

C 이사는 위탁비로 하루 3만원, 한 달 90만원을 청구했다. 결국 6개월 위탁비는 540만원으로 인영이 모금액과 딱 맞아떨어지는 액수다.

한 달에 90만원이면 케어 단가(?)로는 개 18마리와 맞먹는 금액이다. 케어는 동두천 보호소에 개 한 마리에 5만원 남짓한 위탁비를 달마다 지급하고 있다.

회계담당자는 “위탁비가 너무 과도하다”고 반발했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인영이가 장기치료를 요하긴 했지만, 병원비는 얼마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C 이사가 ‘고양이 치료 경험이 많다’며 자가 치료를 고집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그달 중순 위탁비 지급을 완강히 반대하는 담당자를 전화로 설득하며 진땀을 흘렸다. 그는 전화 도중 “(위탁비 3만원은)말이 안 되는 이야기 아니냐” “일당 3만원이 무슨 소리냐”고 말했다. 자신 역시 위탁비 산정 기준을 납득할 수 없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하지만 김 대표는 약 1시간 뒤 회계담당자에게 “C 이사 개인계좌로 후원금을 모두 이체하라”고 지시했다. 결국 C 이사는 위탁비로 540만원을 지급받았다.

C 이사는 돈을 받기 직전, 케어에 차명으로 270만원을 후원했다. 입금 내역에는 ‘와치독에만 써주세요’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케어는 와치독 후원금을 동물 구조비나 치료비 등에 보태지 않는다. 와치독 후원금은 와치독 ‘활동 지원비’라는 명목 아래 단원 인건비, 커피값 등으로 비교적 자유롭게 지출된다.

돈세탁
수법은?

케어가 모금액을 끌어올리기 위해 자극적인 표현을 고집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또 다른 동물권 활동가는 “인영이 상처가 기름에 튀겨 생겼다고 주장하지만 확실치 않다. 피부병 병변이 심해져도 상처가 저런 식으로 나타날 수 있다”면서 “모금 게시물이 올라간 뒤로 여러번 지적이 나왔지만, 끝내 단정적인 표현은 고쳐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일요시사>는 한 수의학 교수에게 인영이 사진을 보내, 상처 발생 원인을 물었다.

익명을 요구한 해당 교수는 “일명 길고양이 환부가 외부환경에 오염된 지 오래 되면 원인 구분이 어렵다”며 “화상병변과 유사한 피부병변을 나타내는 질환은 수없이 많다. 작은 상처에 간단한 감염이 이뤄진 후 2차 손상에 노출된 경우에도 화상에 준하는 수준의 피부병변이 발생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상처 발생 원인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 케어는 다른 동물권 단체의 활동 성과를 가로채 모금을 유도하기도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케어는 지난해 12월 지역활동가가 포착한 불법 도살 현장을 자신들이 적발·철폐한 것처럼 꾸몄다.

지역활동가 두 명은 지난해 12월 중순 경기도 모처의 개 농장에서 잠복하던 중, 불법 개 도살 현장을 포착했다. 이들은 증거 영상을 촬영한 뒤 경찰과 현장을 급습했다. 이들은 대형 단체에 지원 요청을 남겼다. 한 단체가 이에 호응하면서 사건은 며칠 만에 널리 알려졌다.

관할 지자체에는 관련 민원이 빗발쳤다. 지자체는 개 농장에 각종 행정처분을 내렸다.

지역활동가와 해당 단체는 함께 개 농장주를 설득했다. 이들은 개 농장주에게 소유권을 양도받고, 개 농장 부지에 임시 보호소를 조성해 입양 절차를 밟을 계획을 세웠다. 개 농장주 역시 이 같은 계획에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왔다.

당시 이들은 자유롭게 현장을 드나들면서 개들을 보살폈다. 개 농장주에게 통보한 뒤 몇몇 개와 동물병원에 다녀오기도 했다. 개 농장 폐쇄가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었다. 

내가 했다?
“방해만…”

그런데 케어 A 이사와 와치독이 현장에 등장한 이후, 상황이 급변했다. A 이사는 개 농장주를 만나 각종 위반사항을 열거하며 “막대한 벌금을 내고 고발될 것”이라 압박했다. 그러면서 “오는 4월까지 말미를 줄 테니 개 농장을 자진 폐쇄하라”고 요구했다.

당초 개 농장 폐쇄를 위해 노력하던 활동가와는 별다른 논의도 없었던, 케어의 일방적인 ‘돌발행동’이었다. 

불의의 공격을 받은 개 농장주는 격노했다. 결국 그는 나름의 ‘협조’를 모두 중단했다. 활동가들이 개 농장에 들어가는 것은 물론, 주변에 접근하는 것조차 어려워졌다. 개도, 사람도 모두 난처해진 상황이었다.

하지만 케어는 되레 자신의 SNS에 “와치독, 도살자 법률로 압박해 무릎 꿇렸다. 해당 도살장을 영구히 폭파”라고 홍보했다. 게시글 말미에는 와치독 후원을 독려하는 문구가 달렸다. 심지어 이들은 해당 게시물에서 지역활동가가 찍은 증거 영상을 출처 표기 없이 무단 활용했다.

“케어가 게시물에 ‘케어 활동가들이 현장을 적발했다’고 썼다가 은근슬쩍 지웠다”는 ‘목격담’도 나왔다.

지역활동가가 케어의 이 같은 행태를 비판하는 댓글을 남기자, 케어는 “법적으로 문제된다. 경고한다”며 해당 활동가를 위협했다.

현장 지원을 나갔던 타 단체활동가는 “이번 사건에서 케어가 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방해만 됐다”고 털어놨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케어는 게시글을 올린 뒤에도 별다른 기여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A 이사는 지역활동가를 향해 “왜 영상을 마음대로 올려서 일을 그르치냐. 저 많은 개는 알아서 책임져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A 이사가 구속되자 케어는 현장에서 홀연히 사라졌다.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 뒤, 뒷수습은 처음부터 현장에 있었던 활동가들의 몫으로 남았다. 현재 이들은 인수계약을 마치고 개들을 임시 보호 부지로 옮길 준비에 한창이다.

“안락사 못 하는 동물들 고정 지출 높여”
기부금 모집 자격도…공익단체 지정 취소

앞선 두 사례의 공통점은 케어가 자신의 역할을 허위로, 혹은 과장해 주장했다는 것이다. 이는 박 전 대표의 과거 행적과도 일맥상통한다. 박 전 대표는 2008년 사기죄로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경기 구리, 남양주시에 허위 구조 실적을 제출해 보조금을 편취한 사실이 적발된 것이다.

박 전 대표는 재판에서 “약정된 동물보다 많은 수의 동물을 구조했고, 구조일지를 잘못 작성해 보고했지만 편취 의사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법원마저 이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형이 확정됐다. 

복수의 케어 출신 활동가는 케어가 후원금 확보에 혈안이 된 이유로 ‘과도한 고정 지출’을 꼽는다. 과거 케어가 보호소 수용 능력을 넘어설 정도로 무리한 구조활동을 추진했던 게 패착이라는 지적이다. 

한 케어 출신 활동가는 “예전에는 구조활동을 무리해서 벌이는 한편 보호소에선 밀어내기식 안락사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개체 수를 조절하면서 고정 지출 비용도 통제 범위 안에 있었다”며 “그런데 공론화 이후 안락사를 마음대로 못하게 되자 개체 수와 고정 지출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것이다. 결국 자업자득”이라고 꼬집었다.

케어가 보호 중인 동물의 입양보다 당장 이슈가 되는 동물의 구조, 입양을 우선시한다는 점 또한 문제다.

그는 “입양 적기를 놓친 아이들은 평생 케어 보호소에서 살아야 한다. 케어 입장에서도 이들은 ‘평생 고정 지출’이 되는 건데, 당장의 모금을 바라보고 구조에 먼저 나선다. 악순환이 반복되지만 끊을 생각이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케어가 국세청에 제출한 연간 회계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과 2020년 케어의 고정 지출은 케어의 정기회비 수익을 넘어섰다. <일요시사>가 케어의 고정 지출이라 판단한 항목은 ▲인건비 ▲단체운영비 ▲보호소 운영비 등이다.

여기에 동물 병원비·동물 관리비 세목이 상당 비율을 차지하는 ‘동물구호사업비’도 고정 지출에 포함했다. 2021년에는 고정 지출이 정기회비 수입을 밑돌았지만, 이는 보호소 운영에 들어간 비용이 전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급감한 결과다.

일각의 지적대로 현재 케어는 정기후원금만으로는 적자를 면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추정된다. 원래 ‘계획 외 수입’이 돼야 할 비정기적 모금이 단체 존속을 위한 필수 요소로 자리매김한 이유다.

케어의 기부금 모집 자격도 점차 흔들리고 있다. 앞서 케어는 미등록 계좌를 통해 기부금을 모집하다 적발돼 증여세 수천만원을 추징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지난해 2월 서울시는 케어에 ‘기부금 모집단체 등록 취소’ 처분을 내렸다. 아울러 지난해 말 기획재정부는 케어의 공익단체 지정을 취소했다. 

케어는 서울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아울러 후원자들에겐 “비영리민간단체 케어는 수익사업을 강화하는 쪽으로 활동 방향을 전환한다”며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받기 위해선 사단법인 동물권 단체 케어 회원으로 전환해달라”고 둘러댔다.

해명 요구
연락 두절

케어는 사실상 하나의 단체가 비영리민간단체와 사단법인으로 이원화된 기형적 조직 형태를 갖고 있다. 최근 문제가 불거진 것은 단체의 주축이 되는 비영리민간단체다. <일요시사>는 관련 입장을 묻기 위해 김 대표, C 이사 등에게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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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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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