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유기견 대모’ 박소연의 민낯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1.21 10:37:57
  • 호수 12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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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구조하더만 결국 돈 때문?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박소연 케어 대표가 수년간 구조한 동물을 안락사 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동물 사체를 암매장했다는 의혹과 반려인의 동물을 안락사했다는 폭로도 이어지고 있다. 그는 ‘구조의 여왕’인가 ‘안락사의 여왕’인가. 
 

“케어의 ‘안락사 없는 보호소’는 모두 거짓임이 드러났다. 많은 결정이 대표의 독단적인 의사결정으로 이뤄지는 시스템서 직원들은 안락사와 같이 중요한 사안에 대해 듣지 못한 채 근무했다. 내부 고발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만 동물 80마리,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250마리가 안락사 됐다. 대부분의 안락사는 보호소 공간 확보를 위해 이뤄졌다.”

2015년부터 
250마리 작업

지난 12일 오후 2시 ‘케어 대표 사퇴를 위한 직원연대’는 광화문광장서 기자회견을 열고 “죄송하다. 직원들도 몰랐다”며 “케어 직원도 속인 박소연 대표는 사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전날 전직 케어 직원이 박소연 케어 대표가 구조한 동물들을 무더기로 안락사했다는 폭로가 이어진 직후다. 

동물보호단체 케어는 2002년도에 동물을 사랑하는 연합으로 시작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반려견으로 알려진 토리가 케어서 입양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더구나 최근에 서천 등 특정 지역의 개 농장서 성공적으로 동물을 구조했으며, 유명 인사들의 지지를 받으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케어의 핵심은 안락사 없는 동물보호단체다. 그런데 케어서 수년간 안락사가 이루어졌다는 폭로가 나오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케어의 동물관리국장으로 일하던 A씨는 지난 11일 언론과 인터뷰서 “박 대표의 지시에 따라 2015년 1월부터 4년 가까이 230마리 이상 안락사시켰다”며 “안락사의 기준이 ‘치료하기 힘든 질병’이나 ‘순치 불가능할 정도의 공격성’ 등 합당한 이유가 아니라 ‘보호소 공간 부족’이었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구조한 투견을 입양 보냈다고 속인 뒤 안락사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지난 2017년 2월 KBS <추적 60분>은 ‘죽음을 향한 게임 투견’ 편을 방영했다. 당시 KBS 제작진과 경찰이 투견장을 급습하는 현장에 케어의 박 대표가 참여했다. 이날 <추적 60분>은 “2016년 9월에도 충남 서산경찰서가 서산 투견장을 급습해 투견 16마리를 압수했으며, 이 중 8마리가 미국으로 입양됐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서산경찰서에서 인계받은 투견 중 미국으로 입양간 개는 한 마리도 없던 것으로 전해진다. 내부 고발자는 당시 보도와 달리 서산경찰서에서 케어가 인계받은 투견은 12마리였고, 이 중 6마리가 안락사당했다고 주장했다.

안락사 된 투견에 대한 취재가 시작되자, 박 대표는 다른 투견을 사오라고 지시했다.

안락사 논란 ‘케어’ 보호소에 무슨 일?
센터 후원금 사적으로 유용한 의혹도

탐사보도 언론 <셜록>이 입수한 통화 음성파일에는 “비슷한 투견 세 마리를 구해야 한다”는 박 대표의 목소리가 담겼다. 녹취록에 따르면 박 대표는 투견의 근황을 확인하는 서산경찰서의 전화를 받은 뒤 내부 직원에게 연락했다. 박 대표는 “어떤 기자가 형사한테 전화해서 서산경찰서에서 케어로 인계한 투견이 안락사 당했다고 말했다더라”며 A씨에게 “투견이 몇 마리가 남았느냐”고 물었다. 

박 대표는 이 직원에게 “한 곳에서 한꺼번에 (투견을) 데려오면 의심받을 수 있으니 여기저기서 조금씩 데려오자. 주둥이는 염색해서 검은색으로 두 마리는 그렇게 해보고”라고 말했다.
 

▲ 박소연 케어 대표

케어는 2015년부터 구조한 동물은 1100여마리에 달하는데, 이들 중 745마리가 입양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통계가 조작됐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내부고발자는 “(박 대표가)안락사한 명단을 입양간 것으로 처리했다”며 통계 조작이 있었음을 시인했다.

그는 “많은 동물을 구조할 경우 보호소가 과밀 상태에 이르게 되고 결국 개체수를 조절하기 위해 안락사시키게 된다”며 “박 대표가 간부들을 중심으로 은밀하게 안락사를 지시·승인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체 처리 비용을 치료비인 것처럼 보이도록 시도하거나 안락사한 개를 위탁 보호한 것으로 가장하는 등 안락사 은폐 정황이 담긴 카카오톡 메시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박 대표에겐 케어의 후원금을 사적으로 유용한 의혹도 제기됐다. 전직 케어 활동가들은 박 대표가 후원금을 변호사 비용과 실손 의료 보험료 지급 등에 사용했다는 것이다. 

복수의 전직 케어 활동가들은 “2017년 하반기 박 대표가 ‘변호사 비용으로 쓰려 하니 3300만원을 달라’고 해서 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대표가 달라고 해서 줬을 뿐 어디에 사용했는지 직원들은 알 수 없었다”고 전했다.

없었다더니…
거짓말 들통

이에 대해 박 대표는 “근무시간 외 직접 작성한 글을 토대로 모금한 금액의 일부다. 케어 활동을 방해하는 세력으로부터 케어를 보호하기 위한 법률적 대응에 사용했다”고 해명했다. 박 대표가 언급한 ‘방해 세력’은 박 대표와 함께 동물보호 활동을 하다 의견 충돌로 사이가 틀어진 전·현직 활동가들을 지칭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 대표 개인 보험료를 단체 후원금으로 내온 사실도 드러났다. 한 전직 직원은 “매월 5만원 정도씩 박 대표의 실손 보험료가 후원금에서 지출됐다”고 말했다. 직원들의 말을 들어보면, 과거 후생 복지 차원서 직원들에게 단체로 보험을 가입시켜줬다고 한다. 그런데 다른 직원들은 퇴사하고 2016년 이후 박 대표 보험료만 계속 후원금서 빠져나갔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박 대표가 후원금으로 부동산을 샀다는 의혹도 나왔다.

박 대표 관련 의혹 제보를 여럿 받았다고 밝힌 손수호 변호사는 지난 17일 한 언론과 인터뷰서 “박 대표가 사단법인 케어의 자금을 개인적으로 유용한 정황이 있다”며 “케어가 충주에 동물보호소를 만들려고 시도하는 과정서 수상한 내용들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손 변호사에 따르면 케어는 경기도 포천의 내촌 보호소 등이 꽉 찼다는 이유로 새로운 보호소 건립을 위한 모금을 진행해 2012년 2억원의 후원금을 거뒀다. 이후 2016년 9월경 1억8000만원을 들여 충북 충주시에 있는 토지를 매입했다. 

손 변호사는 보호소 설립에 쓰겠다고 구매한 땅이 박씨 명의인 것과 관련해 두 가지 이유를 들었다. 우선 박씨가 자금을 횡령하거나 착복했을 가능성, 또 현행법상 법인 명의로 농지를 구매할 수 없기 때문에 박씨가 명의를 빌려줬을 가능성이다.

이에 대해 손 변호사는 “편의상 이름을 빌려준 것이라고 해명한다면 그 자체가 ‘명의신탁’으로 부동산 실명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보호소 지을 땅이 전국에 그곳뿐이었는가’ ‘굳이 왜 법인 이름으로 살 수 없는 땅을 샀는가’ ‘이건 혹시 보호소를 세울 수 없는 땅을 산 것 아닌가’ 등 여러 의문이 계속 꼬리를 물고 있다”고 말했다.

모금 돈으로
부동산 샀나

박 대표에 대한 평판은 극과 극으로 엇갈린다. 뮤지컬 배우 출신인 그가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2002년 케어의 전신인 동물사랑실천협회의 대표가 되면서부터다. 그는 헌신적인 구조 활동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아왔고 육견단체와의 마찰이나 논쟁도 마다하지 않았다.

특히 개 농장서 식용견을 구출하는 과정을 인터넷으로 실시간 중계하거나 구조 작업에 유명 연예인을 동원하는 등 미디어를 활용하는 능력이 남달랐다. 하지만 박 대표는 과거에도 수차례 안락사 문제로 구설에 올랐다. 박 대표와 동사실의 역사는 곧 논란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6년 동사실은 경기도 남양주와 구리시로부터 위탁을 받아 보호소를 운영했다. 당시 동물보호소로 들어온 ‘주인 없는 동물’은 열흘 뒤면 안락사가 가능했다. 공립 보호소 입찰에 동물보호단체가 참여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었다. 

보호소를 운영하며 직접 약물주사를 투여해 안락사시켰다는 의혹도 받는다. 이때 박 대표는 구조한 동물 수를 허위로 보고하고 보조금을 가로챈 사실이 적발돼 사기 혐의로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기도 했다. 같은 해 인천 남동구 장수동 재개발 지역에 방치된 개들을 구조하며 언론의 주목을 받았으나 구조된 개 상당수를 안락사해 논란에 휩싸였다. 

2011년 3월에도 그는 안락사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박 대표는 경기도 포천에 있는 동물보호소서 아무런 가림막 없이 다른 개들이 보는 가운데 개 20마리를 안락사시킨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경찰 조사 결과 주인이 있는 위탁견 2마리 등 안락사 대상이 아닌 개까지 죽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그를 기소의견으로 송치했으나 검찰은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연평도서의 반려동물 구조활동도 논란이 됐다. 해당 사실은 2010년 12월 북한의 포격으로 주민들이 떠난 연평도서 반려동물 구조활동을 벌였다. 주인 없이 방치돼있던 고양이 ‘노랑둥이’를 발견해 서울로 데려왔으나 고양이가 호흡기 질환에 걸리자 안락사시켰다. 이를 두고 동물단체는 불필요한 구조로 고양이가 끔찍한 최후를 맞았다며 공개 비판하기도 했다.

박 대표의 구조 방식도 논란거리였다. 2011년 11월에는 경기도 과천의 한 야산에 있는 동물 우리서 개 5마리와 닭 8마리를 구조했으나 특수절도죄로 이듬해 기소돼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그럼에도 박 대표는 언론 등을 통해 동물 안락사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후원금 더 모으려고?
개체 조절하기 위해?

는 2011년 한 언론 인터뷰서 “동물보호소 내 개체 수가 과도하게 증가하면, 전체 동물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질병이 확산하는가 하면, 서열 다툼이 생기는 등 전체적으로 동물의 복지 상태가 나빠진다”며 “불가피한 안락사는 인도적인 것임에도 불구하고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기소한다면, 우리 단체는 앞으로 어떤 동물도 구조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고 주장했다.

또 “동물보호소는 폐쇄적이고 소수의 선택된 동물만을 보호하는 곳일 수는 없으므로 더 많은 동물에게 기회를 주어야 하기에 안락사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케어는 동물 학대 의혹이 있는 동물병원 수의사를 단체서 채용했다는 의혹으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해당 병원 원장이 직접 한 행위는 아니었고 직원들이 한 일이었으며 이로 인해 수의사가 스스로 문을 닫았고 기회를 주는 측면서 그를 고용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한편 박 대표는 지난해 9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서 ‘2010년 전까지는 소수 안락사가 불가피했다. 하지만 2011년부터는 안락사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케어 내부고발자의 폭로로 2015년부터 200여마리가 넘는 동물을 안락사시킨 사실이 알려지며 안락사 사실을 은폐하며 후원금을 모았다는 비난에 직면하게 됐다.
 

박 대표의 민낯이 드러나면서 케어가 휘청이고 있다. 케어 홈페이지에는 후원을 중단하고, 탈퇴하겠다는 글이 잇따랐다. 또 불신이 다른 단체까지 확산되는 조짐도 보인다. 케어와 함께 대표적인 동물보호단체로 꼽히는 동물자유연대나 동물권행동 카라에도 후원을 중단하겠다는 회원들이 나타난 상황이다. 

카라는 지난 15일 회원들에게 메일을 보내 “생명 존중 원칙을 어긴 적이 한 차례도 없다”고 주장했다. 동물자유연대 역시 이날 홈페이지에 구조된 동물을 보호소에 입소시킨 뒤 입양, 사후 관리하는 과정 등을 상세히 보여줬다.

잇단 후원 중단
다른 단체 불똥

케어 직원은 박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전직 직원은 박소연 대표를 횡령 등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다. 하지만 박 대표는 자발적 사퇴를 사실상 거부했다. 지난 15일 밤 페이스북에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며 금주 내에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밝혔다. 자신의 거취에 대해선 “사퇴 문제를 이사회나 대책위원회에서 결정되는 대로 따르겠다”며 “직위에 연연하지 않고 케어를 정상화시키고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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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