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일상의 풍경’ 이현우

순간을 잡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LG유플러스 갤러리C가 이현우 작가의 개인전 ‘Catch the Moments’전을 개최했다. 이현우는 무심코 지나치고 아무렇지도 않게 마주하는 일상의 순간과 풍경을 회화라는 조형 언어로 표현해왔다. 

이현우는 작업실과 집을 오가며 마주하는 풍경에서 느끼는 온도와 질감을 기억해 캔버스 면을 채운다. 단순한 평면으로 보이는 작업에는 이현우가 관찰한 실제 장소의 깊은 표면을 다지기 위해 쌓아낸 수천번의 붓질이 녹아 있다. 

화면 속 장면

켜켜이 쌓인 물감은 이현우가 마주한 공기, 색과 모양, 감정 등을 이야기한다. 그는 의도적으로 삭제한 캔버스 너머의 공간을 통해 우리가 일상에서 흘려보내는 찰나의 소중함을 역설적으로 환기시킨다. 

이현우는 “낯선 현실 속에서 대상의 모습을 멀리서 조망하던 태도에서 조금 더 가까이, 그것의 피부를 보듯 다가가고자 했다”며 “지금 발을 딛고 있는 길바닥, 옆을 지나며 스치는 벽면 등은 내 신체가 닿고 있는 얼굴을 마주하는 면들”이라고 설명했다. 

온도와 질감 캔버스에
수천 번의 붓질로 쌓아


그러면서 “벽과 보도블록의 규칙적인 패턴과 그 위로 그려지는 그림자는 반복적인 리듬을 만드는 동시에 자유분방한 드로잉을 그린다”며 “네모난 화면으로 들어온 장면은 잘려 나간 풍경을 상상하게 만든다. 창과 문, 현수막과 같이 가려진 저 너머의 궁금증으로 능동적 바라보기의 문제를 삼았던 태도의 연장선”이라고 덧붙였다. 

최나욱 미술비평가는 “이현우의 그림에는 ‘폴리’(형태만 있는 구조물)가 등장한다. 도시 내 풍경을 그린 것 같지만 내러티브가 소거된 화면 안에서 우리는 어떤 기능이나 의미를 상상할 수 없다”며 “이현우는 구조물을 굳이 화면으로 옮기려 하지 않고 직접 일상에서 발견하는 오브제를 재현하는 식으로 폴리를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캔버스라는 공간에 맞춰 구도와 구성을 변형하고 때로는 색감과 형태 또한 편집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상에서 발견한 특별함
찰나의 소중함 환기시켜

이어 “직접 현실에서 가져온 오브제는 희미한 지표성만 가진 채로 화면에 등장한다. 어떤 실재를 가리키고는 있지만 희화화되는 과정을 통해 인덱스적 성질에는 개의치 않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가 일상을 오가며 봐왔을 대상이며 기능이 확실하게 존재하는 오브제다. 일상적으로 도외시하는 조형물을 순수하게 바라보고 재구성하는 이현우의 미학이 새로워 보이는 이유”라면서 “모든 게 ‘이미지로 돼가는’ 마당에 일부러 ‘이미지 같은 회화’를 그리는 모습이 자못 역설적”이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이현우는 이미지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이미지를 만드는 가장 느린 방법을 선택했다”고 덧붙였다.  


잘려 나간 풍경

이현우는 “일상의 순간에서 특별함을 발견하고 차분히 그림으로 옮김으로써 그림과 관람자를 마주보게 하며 본다는 것과 보여지는 것, 일상과 특별함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고 밝혔다. 정주연 더 트리티니 갤러리 큐레이터는 “너무나 일상적이라 스쳐 지나가게 되는 소중한 순간을 Catch the Moments전을 통해 되짚어보길 바란다”고 기대를 드러냈다. 전시는 4월28일까지.


<jsjang@ilyosisa.co.kr>

 

[이현우는?]

▲학력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조형예술과 전문사 졸업(2019)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조형예술과 예술사 졸업(2016)

▲개인전

‘Catch the Moments’ 갤러리C(2023)
‘Flint’ 이목화랑(2022)
‘PIC.K’ FAS(2021)
‘한낮의 데시벨’ 이목화랑(2020)
‘<오후 서너 시, 벽과 벽 사이>’ 누크갤러리(2019)
‘doors’ GOP project space(2018)
‘솔직한 회화’ 유아트스페이스(2018)
‘낯:가림’ 예술공간 서:로(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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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