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부 펀드’ 향한 두 가지 시선

백기사 vs 흑기사, 어떤 게 진짜 모습?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강성부 펀드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경영 개선이라는 대의는 소액주주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충분했고, 어느새 행동주의 펀드는 개미 투자자들의 흑기사로 자리매김한 양상이다. 다만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마냥 긍정적인 건 아니다. 단기적 이익을 위해 과도한 요구를 내세운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KCGI(Korea Corporate Governance Improvement)’는 강성부 대표가 2018년 설립한 토종 사모펀드다. 대중에게는 흔히 ‘강성부 펀드’로 불리며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기업가치 증대를 목표로 하는 행동주의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 

지배구조 개선
기업가치 증대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은 KCGI라는 이름이 수면 위로 부각된 시발점이었다. 2019년 11월 한진칼 지분 9%를 확보해 2대주주로 올라선 이후 꾸준히 보유주식 수를 늘렸고, KCGI는 이듬해 5월 한진칼 지분을 15.98%까지 높이는 데 성공했다. 

이를 토대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KCGI는 2019년 5월29일 ‘경영권 분쟁 소송’을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이 무렵 KCGI는 서울지방법원에 검사인 선임을 청구했다. 약 한 달 전 이사회에서 조원태 대표이사를 ‘회장’에 선임하는 안건이 적법하게 상정됐는지, 그렇지 않다면 회장이라는 명칭을 보도자료와 금융감독원 공시자료에 기재한 경위 등을 조사해야 한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또한 KCGI는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퇴직금을 지급했는지, 퇴직금 지급 규정에 대한 주총 결의 여부 등도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양호 회장의 퇴직금은 조 회장 일가의 상속세 재원이라는 점에서 관련 업계에서는 KCGI가 조 신임 회장의 승계를 흔들기 위한 시도에 나섰다고 평가했다. 이후 KCGI는 반도건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3자 연합’을 결성해 조 회장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였다.

그러나 3년 넘게 이어진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은 결국 조 회장의 완승으로 끝났다. 지난해 3월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이사의 자격을 강화하는 안건 등 KCGI가 낸 주주제안은 모두 부결됐다. 

이후 KCGI는 한진칼 주식을 호반건설에 전량 매각하는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 다만 KCGI에 득보다 실이 컸다고 보긴 힘들었다. KCGI라는 이름이 각인될 수 있었던 계기이자, 행동주의 펀드에 대한 인식 제고의 기회가 됐다는 점 때문이었다.

그간 행동주의 노선을 지향한 펀드는 부정적인 인식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들에게는 먹튀, 탐욕 등의 수식어가 뒤따랐던 탓이다.

하지만 주주가치 증대를 앞세운 KCGI의 요구는 한진그룹 오너 일가에 대한 탐탁지 않은 시선과 맞물리면서 큰 반향을 이끌어냈다. 심지어 행동주의 펀드가 소액주주의 대변자이자 자본시장의 수호자쯤으로 비춰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고 봐도 무리는 아니었다.

소액주주
대변


인지도를 높인 KCGI는 최근 들어 한층 활발해진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올 초 결정된 메리츠자산운용 인수 결정이 대표적이다.

KCGI 컨소시엄은 지난달 6일 메리츠금융지주 보유 메리츠자산운용 보통주 100%인 264만6000주를 인수하는 주식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매각가는 400억~5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메리츠자산운용의 자산 규모는 3조원에 달한다.

KCGI는 영남지역 향토 건설사인 화성산업과 컨소시엄을 이뤘고, 화성산업은 2대주주가 될 예정이다. 화성산업이 인수작업에 참여한 것은 미래 성장 잠재력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인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존 리 전 대표의 불명예 퇴진으로 메리츠자산운용의 신뢰도가 타격을 입자, 그룹 차원에서 매각을 추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메리츠자산운용은 지난해 6월 존 리 전 대표가 차명 투자 의혹으로 금융감독원 조사를 받으면서 논란을 겪었고, 존 리 전 대표는 지난해 6월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메리츠자산운용 인수 소식이 공표된 지 얼마 안 된 시점에서 KCGI는 또 한 번 의미심장한 행보를 드러냈다. 오스템임플란트 보유 주식 늘리기가 바로 그것이다. 

어느새 M&A 시장 큰 손
활약만큼 커지는 우려

지난해 12월21일 오스템임플란트는 에프리컷홀딩스가 지분 5.58%(83만511주)를 보유했다고 공시했다. 매입 금액은 1073억원 규모다. 에프리컷홀딩스는 기존에 71만7903주를 가지고 있었는데, 장내에서 11만2608주를 신규로 취득했다. 에프리컷홀딩스는 KCGI가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고, 지분 취득 목적은 ‘경영권 영향’이다.

이를 계기로 KCGI는 오스템임플란트 3대주주로 올라섰다. 오스템임플란트 최대주주는 지분 20.6%를 보유한 최규옥 오스템임플란트 회장(특수관계인 포함)이다. 기관 지분은 ▲라자드에셋매니지먼트 7.18% ▲KB자산운용 5.04% ▲국민연금 5.04% 등을 포함하면 23%대로 파악되고 있다.

최근 KCGI는 또 한 번 오스템임플란트 주식 사들이기에 나선 상태다. 지난달 27일 오스템임플란트는 에프리컷홀딩스가 장내 매수를 통해 자사 주식 5만9002주를 추가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이로써 에프리컷홀딩스의 오스템임플란트 보유 주식은 97만9254주에서 103만8256주로 늘어났고, 지분율은 6.57%에서 6.92%로 상승했다.

앞서 KCGI는 지난달 19일 오스템임플란트에 공개 주주서한을 보내 “후진적인 거버넌스 탓에 기업가치가 저평가됐다”며 최 회장의 퇴진과 함께 독립적인 이사회를 구성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오너 리스크로 피해를 본 개인투자자들의 ‘흑기사’를 자처한 모양새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지난해 1월 코스닥 사상 최대인 2215억원의 횡령 사건이 발생하면서 신뢰도에 커다란 흠집이 생긴 바 있다. 

오스템임플란트 최대주주 측도 곧바로 사모펀드 유니슨캐피탈코리아(UCK)와 MBK파트너스를 ‘백기사’로 끌어들여 대응에 나섰다.


지난달 25일 UCK와 MBK파트너스는 공동 설립한 특수목적법인 ‘덴티스트리인베스트먼트’를 통해 경영권 인수를 목적으로 오스템임플란트 주식을 공개매수한다고 밝혔다. 장외 시장에서 239만∼1117만주(지분 15.4∼71.8%)를 주당 19만원에 오는 24일까지 공개매수한다는 계획이다.

UCK는 나흘 전 최 회장의 보유주식 가운데 144만2421주(잠재발행주식 총수의 약 9.3%)를 공개매수 가격과 같은 가격으로 매수하는 주식 매매계약 및 투자합의서를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UCK가 오스템임플란트 주식 15.4%를 공개매수에 성공하면, 최 회장으로부터 인수하는 주식과 회사가 보유한 자기주식 6% 등을 포함해 최소 34.3%로 최대주주가 된다.

진짜 모습
무엇?

금융투자업계에서는 KCGI와 유사한 토종 행동주의 펀드의 활동이 앞으로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행동주의 노선을 표방한 사모펀드는 경영 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주주권 행사를 최우선 가치로 내건다. 최근 행동주의 펀드가 등장하면 주가가 오르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국내에서 행동주의 펀드의 활동 영역이 늘어난 것은 지난 정부에서 ‘대주주 의결권 3% 룰’ 등 이른바 경제민주화 법안이 대거 채택된 영향이 크다. 감사·감사위원 선임 등에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최대 3%로 제한하는 상법 규정 도입, 감사위원 분리 선임, 소수 주주권 행사의 선택적 적용 명문화 이후 행동주의를 표방하는 헤지펀드 활동이 크게 늘었다.

코로나 사태 이후 대거 주식시장에 진입한 개인투자자들이 행동주의 활동에 지지를 나타내는 추세다. 기업의 ‘ESG 경영’에 대한 커진 관심도 행동주의 펀드의 입지를 넓힌 요인이다.


다만 행동주의 기능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행동주의 펀드가 단기적 이익을 위해 기업을 공격하거나 보유 지분 이상으로 기업 경영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다수의 행동주의 펀드에서는 단기간 주식을 집중 매집해 주가를 높이고 수익을 내면 손을 털어버리는 모습이 심심치 않게 목격된 바 있다. 불합리한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표면상 목적과 달리 실리를 추구하면 떠나는 행태가 더 많다는 것이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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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코로나19 종식과 비상계엄,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조기 대선을 치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대 대선과 21대 대선 모두 운명의 길목서 치러진 셈이다.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정치권도 큰 영향을 받았다. 코로나19 정국과 내란 정국서 대선을 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는 지난 3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3년 전, 20대 대선이 치러지던 2022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코로나19 시기였던 점을 감안해 소상공인 정책과 경제 재건에 초점을 맞췄다. 민주당의 1호 공약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완전 극복’과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완전한 지원’이었다. 경제 대통령 앞세웠지만… 이 외에도 ▲오미크론 등 변이종 확산 대응 강화 ▲백신 및 치료제 확보 ▲의료보건체제 구축에 대한 충분한 재정 투입 ▲필수예방접종의약품 자급화 실현을 위한 국가지원체제 구축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시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는 ‘유능한 경제 대통령’에 초점을 맞춰 5대 비전으로 ▲신경제 ▲공정 성장 ▲민생 안정 ▲민주사회 ▲평화·안보 등을 제시했다. 10대 공약으로는 수출 1조달러를 비롯한 311만호 주택 공급, 문화 강국 실현 같은 경제 중심의 공약을 제시했다. 차기 정부의 큰 틀이 되는 10대 공약을 살펴보면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가 두루 담겼지만, 가장 주목을 받는 건 이 후보의 상징과도 같은 ‘기본 시리즈’ 정책이었다. 기본소득부터 기본주택, 기본금융을 합친 것으로 이 후보의 숨은 1호 공약이란 평도 나왔다. 기본 시리즈는 전 국민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동시에 주거와 금융 면에서 보편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공약이다. 가장 대표적인 공약으로는 ‘청년 125만원’ ‘전 국민 25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꼽을 수 있었다. 기본소득은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이던 때부터 추진하던 정책이다. 2021년 7월 경선 후보 2차 정책 발표 기자회견서 이 후보는 “대전환의 위기 시대에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대대적 정부 역할도 중요한 성장 수단이지만, 세계 최저 수준인 국가의 가계소득 지원과 가계소비를 늘리는 것도 경제 성장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 임기 내에 청년에게는 연 200만원, 그 외 전 국민에게 100만원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아울러 “지역 골목경제 활성화와 매출 양극화 해소를 위해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현금과 달리 경제 활성화 효과가 극대화된다”며 “기본소득은 어렵지 않다. 작년 1차 재난지원금이 가구별 아닌 개인별로 균등하게 지급되고 연 1회든 월 1회든 정기 지급된다면 그게 바로 기본소득”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비상계엄 정신없이 도는 정치판 “전 국민 25만원 지원” 3년 사이 변화는?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이 과거 보수 정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장하던 ‘경제 민주화’와 닮았다고 봤다. 그러나 이 후보의 기본소득은 재원 확충 방안 등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민주당은 재원 마련 방안으로 재정개혁을 추진하는 동시에 국토보유세와 탄소세 도입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보수 진영에서는 “코로나19 지원금으로 나라 곳간이 텅 비었다”며 ‘포퓰리즘’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지원하는 방안은 20대 대선 이후에도 이 후보가 꾸준히 밀던 정책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등 지원, 분배 방식 등에 변화가 생겼지만 이 후보는 지난해 윤 전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서 “민생회복 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며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포퓰리즘이라는 보수 진영의 비판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부분적 기본소득은 아이러니하게도 2012년 대선서 보수 정당 박근혜 후보가 주장했다.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한다는 공약은 박빙의 대선서 박 후보 승리 요인 중 하나였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이 후보는 대선 정국이 시작됨과 동시에 1호 공약으로 “AI 인공지능 3강 도약”을 외쳤다. 경제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AI 대전환 시대를 위한 산업 육성을 약속했다.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를 5만개 이상 확보하고 한국형 챗GPT를 국민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국가 비전으로는 K-이니셔티브를 제시했다. 국내 AI 기술 등에 방점을 찍어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고 경제 성장 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취지다. 이 후보는 K-이니셔티브를 지역별로 쪼개 맞춤형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경기 동탄서는 K-반도체를, 대전서는 K-과학기술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냈고 전북 전주서는 K-컬처를 겨냥해 국악인과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후보의 21대 대선 공약은 ‘K’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지난 대선서 기본소득 같은 ‘이재명표 공약’을 앞세웠다면 이번에는 12·3 내란 사태로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워 ‘진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지원금 어디로? 공약 발굴 과정 역시 K-이니셔티브를 앞세웠다. 후보 직속인 K-문화강국위원회는 문화 강국 실현을 위한 공약을, K-경제성장위원회는 맞춤형 의제를 설정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선대위 산하에는 K-민주주의·평화위원회를 설치해 ‘빛의 혁명’에 참여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조직을 꾸렸다. 서울·인천·경기를 겨냥한 K-수도권 비전을 발표하며 “서울을 뉴욕에 버금가는 글로벌 경제 수도로, 인천을 물류와 바이오산업 등 K-경제의 글로벌 관문으로, 반도체와 첨단기술, 평화·경제의 경기로 수도권 K-이니셔티브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기본 시리즈의 존재감은 희미하다. 지난 대선서 기본 시리즈를 앞세운 것과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기본 사회’라는 단어로 묶어 포괄적인 복지 정책으로 탈바꿈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국가 공동체가 책임지는 사회, 기본 사회로 나아가겠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전담기구인 ‘기본사회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양극화로 인한 분열과 갈등이 만연한 사회에 우려를 표하며 “기본 사회는 단편적 복지나 소득 분배에 머무르지 않고 국민의 주거·의료·돌봄·교육·공공서비스 전반에 대한 실질적 보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사회위원회는 기본 사회 실현을 위한 비전과 정책 목표, 핵심 과제 수립 및 관련 정책 이행을 총괄·조정·평가하게 된다. 아동수당 확대나 청년미래적금,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등 생애주기별 소득 보장 체계를 구축하고 농어촌 기본소득과 햇빛·바람 연금 같은 지역 맞춤형 소득 지원도 점차 확대해갈 예정이다. 개헌에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나 싶더니 선거 막판서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등을 골자로 한 구상을 밝혔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서, 늦어져도 2028년 총선서 국민의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개헌을 완성하자”고 말했다. 이후 최종 공약집서 “위기의 민주주의를 개헌으로 지키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한번 못을 박았다. 우클릭? 융통성!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인 건 경제, 그중에서도 부동산 정책이다. ‘민주당 우클릭’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민주당은 중도우파까지 껴안는 방법을 마련했다. 우선 민주당은 주택 공급은 늘리되 부동산시장에는 최소한으로 개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왔다. 문재인정부 당시 과도한 세금 규제로 집값이 오르는 등 발생할 각종 부작용과 혼란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후보는 ‘경제 유튜브 연합 토크쇼’에 출연해 “주거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바꾼 편이다. 집은 주거용이지 투자·투기용은 아니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더라”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시장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만큼 규제를 완화하는 방법을 택해야지, 억눌러서는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우클릭, 태세 전환,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시장과 경제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정책을 수정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면 거래세를 줄이고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저항을 줄이기 위해 국토보유세는 전 국민에게 고루 지급하는 기본소득형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는 시대는 지났다”며 선을 그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의 핵심 세제 역시 큰 틀에서 손대지 않고 현행 체계를 유지할 전망이다. 다만 이 후보뿐만 아니라 모든 대선후보들이 이렇다 할 부동산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어 비교 대상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후보 모두 부동산 정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공약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난 3년간 일부 노선이 수정된 반면, 이 후보가 뚝심 있게 밀고 나간 공약도 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여성가족부를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기능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는데 이번 역시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기본 소득’ 내리고 ‘K-시리즈’ 올리고 갈라치기 대신 ‘중도 실용주의’ 노선으로 이 후보는 사전투표가 진행되기 하루 전날인 지난달 28일6 자신의 SNS에 ‘성평등가족부 확대 공약 메시지’를 내고 “여성들이 여전히 우리의 사회 많은 영역서 구조적 차별을 겪고 있음에도 윤석열정부는 성평등 정책을 후순위로 미뤘다”고 꼬집었다. 이어 “향후 내각 구성 시 성별과 연령별 균형을 고려해 인재를 고르게 기용하고 성평등 거버넌스 추진 체계도 강화하겠다. 중앙 부처와 지자체의 양성평등정책담당관제도를 확대해 성평등 정책 조정과 협력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지자체 내 전담부서를 늘려 성평등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도 약속했다. 대법관 구성과 다양성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한 ‘대법관 증원’도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현재 대법관 한 명이 맡는 사건의 수가 많아 증원은 불가피하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번 공약집에도 민주당은 상고심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대법관 증원과 전원합의체 변론 공개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공약집에는 구체적인 증원 규모를 적시하지 않았다. 앞서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자 사법개혁을 예고했다. 이때 민주당이 대법관의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선대위가 해당 법안의 철회를 지시하면서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 역시 20대 대선서도 주장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필요한 정책을 취하고, 김대중·박정희 정책을 따지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에도 이 후보는 국민 통합을 제시하며 좌우를 가리지 않고 오직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상계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인 만큼 급진적인 변화와 이념 갈라치기보다는 대한민국을 안정 궤도에 되돌리는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리미리 착착척척 선대위 소속인 한 민주당 의원은 “조기 대선인 만큼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선거가 치러졌다. 그동안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 바빴지만 국민 의견을 적극 수용해 좋은 공약이 나올 수 있었다”며 “대부분 이 후보 머릿속에 원래 있던 공약들이다. 여기에 지난 3년 동안 각종 위원회서 활동한 의원들의 시너지가 합쳐져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공보물, 분위기도 바뀌었다? 대선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책자형 선거 공보물도 눈에 띈다. 지난 공보물은 ‘경제’ ‘일하는 대통령’ 등 유능함을 내세웠다면 이번에는 ‘내란 극복’ ‘빛의 혁명’을 반복적으로 강조해 희망에 초점을 맞추었다. 책자 한 면 전체를 응원봉 시위대 사진으로 채워 이번 조기 대선을 내란 세력 심판 성격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대선 출마 영상도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는 평이다.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 후보는 검은 배경의 스튜디오서 파란 넥타이와 정장을 갖춰 입은 채 출마를 선언했다. 반면 21대 대선 출마 영상서 이 후보는 밝은 분위기의 실내서 베이지색 니트를 입고 등장해 부드러운 면모를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