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대선주자 3인 현미경 검증 ?건강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09.27 14: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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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다 가져도 건강 잃으면 다 잃은 것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오는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야의 대선주자들이 치열한 대권레이스를 벌이고 있다. 상대를 이겨야 웃을 수 있는 레이스에서 최후에 웃게 될 자는 누가 될 것인지에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요시사>는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대통령후보로 확정된 박근혜 문재인 후보와 비정치권 주자로 안철수 원장을 유력 대선주자로 선정해 세세히 검증을 해오고 있다. 앞서 출생과 정치입문·병역·정치권 지지기반·배우자·재산·화법·학력·롤모델·취미·별명·저서·친구·고향까지 살펴본데 이어 열여섯 번째로 그들의 '건강'을 살펴봤다.

'돈을 잃으면 적게 잃는 것이고, 명예를 잃으면 많이 잃는 것이며, 건강을 잃으면 전부 다 잃는 것'이라고 했다. 아무리 훌륭한 정치인도 몸이 건강하지 못하다면 제대로 된 국정운영은 불가능한 일. 대선이 불과 80여 일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출마의 뜻을 밝힌 후보들이라면 그들의 건강 역시 중요한 검증 대상일 수밖에 없다.

 

'철의 여인' 박근혜 
"연약해보이지만 건강 이상무"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유일한 여성후보다. 게다가 박 후보는 올해 환갑을 맞이했다.
겉모습은 무척 왜소해 보인다. 선거 때마다 유권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느라 퉁퉁부어 붕대를 감은 손은 박 후보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그러나 박 후보는 정치 입문 후 지금까지 매년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하면서도 단 한번도 건강상의 문제를 드러낸 적이 없는 철의 여인이다.

박 후보를 도와 선거를 뛰어본 사람들은 박 후보의 걸음걸이가 무척 빠른 편이어서 건강한 남자도 따라잡기가 벅찰 지경이라고 말한다.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그는 일단 구두를 벗는다. 운동화 내지는 단화를 신고 구석구석을 누빈다.

지난 4·11총선 때부터 하루 2~3시간 잠을 자면서 강행군을 이어가고 있지만 그의 강건한 체력에는 참모들도 혀를 내두른다. 박 후보는 차량이동 중에도 등받이에 등을 대는 일이 없다고 한다. 이동 중에는 전화를 걸거나 신문을 꼼꼼히 읽는다. 시간에 쫓겨 정독을 못했거나 다시 보고픈 기사는 본인이 직접 스크랩해서 집에서라도 읽는 스타일이다.


박 후보는 꼼꼼한 성격만큼 평소 철저한 건강관리로 익히 잘 알려져 있다. 박 후보는 매일 새벽 5시쯤 일어나 국선도를 한다. 체조와 단전호흡, 팔굽혀펴기, 물구나무서기로 이어진다. 먼저 간단한 체조로 몸을 풀고 단전호흡에 들어간다. 운동을 하면서 새벽에 조용히 명상할 수 있는 기회까지 주는 국선도 단전호흡은 지금까지 박 후보의 건강을 지켜주는 핵심 비법이다. 박 후보가 국선도와 단전호흡을 시작하게 된 특별한 동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한다. 다만 10여년 전쯤 건강을 챙겨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해 국선도와 단전호흡을 시작했고 지금까지도 꾸준히 지속하고 있을 뿐이다.

박 후보의 식사법 역시 건강관리의 비결이라면 비결일 수 있다. 박 후보는 현미밥과 두릅나물처럼 담백한 음식을 좋아한다. 한때 보좌진들은 박 후보가 기름진 음식을 멀리하는 줄 알고 중식당 예약을 피했다. 그러나 중식은 물론 양식, 일식 등 종류를 가리지 않는다.

술은 소주 2~3잔 정도는 마시며 막걸리나 양주도 조금씩은 한다. 그렇지만 절대 과음은 하지 않는다. 정치인이 하루 세끼 밥을 규칙적으로 먹는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지만 박 후보는 가능하면 규칙적으로 맞추려 애쓴다. 또 채식 위주로 소식(小食)을 한다.

박 후보는 아침 운동 외에도 몇 가지 구기종목을 즐긴다. 특히 테니스와 탁구를 좋아한다. 과거 청와대에서 생활할 때부터 즐겼다고 한다. 같이 땀을 흘리는 가운데 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많은 분들을 만날 수 있는 좋은 운동이라고 말한다. 물론 정치를 시작하면서부터는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아 아쉬움도 많다.

너무 시간에 쫓기는 요즘은 나름대로 한 가지 묘안을 짜냈다. 허리에 '만보기'를 차고 가급적 많이 걷는 것이다. 의원회관이든 어디든 틈만 있으면 그저 열심히 걷는다. 박 후보는 원래부터 산책을 좋아하는데 유명정치인이다 보니 어디에서든 외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마음 편히 걸어 볼 기회가 드물다. 그래서 해외 방문길에 나서면 보좌진의 주요 업무 중 하나는 숙소 인근의 산책로 물색이다. 원래 산책을 좋아하는데 국내에서는 그럴 기회가 없다보니 외국에 나가면 공원이나 숲속을 잠시라도 거닐길 좋아한다고 한다.

박 후보는 정치를 하면서 정치인에게 건강이 얼마나 중요한가 새삼 실감하곤 한다고 말한다. 특히 여성 정치인에게 건강한 체력은 필수다. 선거 때가 되면 지원 유세를 위해서 하루에 800km 이상을 이동한다. 그러다 보면 자연히 차 안에서 김밥 등으로 끼니를 때워야 하는 경우도 많았다. 박 후보의 측근들은 국선도로 꾸준히 관리해 온 체력이 아니었다면 그런 강행군을 버텨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녹내장·고혈압' 문재인 
"특전사 출신 만능스포츠맨"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는 연설 때마다 발음이 안 좋다는 지적을 받곤 한다. 이는 문 후보가 치아 열 개를 임플란트로 교체한 탓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참여정부 시절 초대 민정수석을 지낸 문 후보는 녹내장과 고혈압 등 건강악화로 1년 만에 청와대를 떠나야 했다. 이 기간 동안 스트레스로 치아가 10개나 빠졌다.

문 후보는 당시 상황에 대해 "청와대에 들어간 첫 1년 동안 의욕을 앞세워 밤낮 없이 일하다 보니 건강이 많이 상했다. 혈압도 높아졌고, 근무 첫 1년 동안 치아를 10개쯤 뽑았다. 1년쯤 되자 다들 지쳐서 나가떨어졌다. 좀 더 긴 호흡으로 멀리 보면서 체력관리를 해 나가는 게 바람직했다"고 회고했다.

문 후보가 이렇듯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 이유는 참여정부 출범 후 중대한 사안이 연이어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문 후보는 참여정부 출범 첫 해에 겪었던 이라크 파병, 그리고 부안 원자력 발전소 폐기물 처리장 문제가 가장 힘들었다고 말한다.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다. 특히 지지층으로부터 격렬한 비판을 받았기 때문에 더더욱 부담이 컸다.

실제로 그의 업무량은 상상을 초월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는 청와대 일을 1년 정도만 하고 나가겠다는 말을 공공연히 해왔다고 전해진다. 한 명 뒀던 여직원을 슬그머니 두 명으로 늘렸고 그 사이에 이가 하나하나 빠졌다. 남들은 다 긴장하는 치과치료를 받으며 졸았을 정도로 일을 했다고 한다. 평소 취미가 등산에 스쿠버다이빙일정도로 건강에 자신이 있던 문 후보였지만 청와대 생활 1년 만에 고혈압과 녹내장을 얻었다.

결국 문 후보는 건강악화를 이유로 민정수석을 그만두고 네팔 산행에 나선다. 하지만 운명은 그를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 네팔 산행 도중 문 후보는 연락이 두절된 상황에서 영자신문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의 탄핵 소식을 듣고 즉시 귀국해 변호인단을 꾸렸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무효 판결 이후 다시 청와대로 복귀한 문 후보는 시민사회수석, 민정수석을 거쳐 참여정부 마지막 비서실장을 지냈다.

이렇듯 문 후보는 참여정부 시절 건강문제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감히 문 후보를 '약골'이라 부를 수는 없다. 문 후보는 다름 아닌 특전사 출신이기 때문이다. 그는 학생운동을 하다 강제징집 당해 공수부대에 차출된 뒤 1공수특전여단 3대대에서 복무했다. 유신독재 정권은 학생운동 주동자들의 맥을 끊기 위해 신체검사도 하지 않은 상태로 강제징집했다.

그렇게 강제징집을 당한 문 후보는 특전사에 입대한 후 오히려 뛰어난 재능을 발견했다. 문 후보는 특전사에서 특등사수였으며 학생운동을 주도하던 모습대로 선임분대장을 맡으며 최고의 군인으로 변해갔다. 그는 악명 높은 특전사 훈련을 단순히 견뎌낸 것이 아니라 그 곳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최강의 군인들만 모인 특전사에서 두 번씩이나 최우수 특전사 표창을 받은 것이 그 증거다. 폭파 주특기로 당시 정병주 특전사령관으로부터 폭파 특기 최우수상을 받았으며, 전두환 전 대통령으로부터는 최우수 화학병 표창도 받았다.

문 후보의 취미 또한 군 시절 수중폭파조 경험으로 익힌 스킨스쿠버다. 이처럼 문 후보는 뛰어난 운동신경을 자랑한다. 비록 과로 앞에 잠시 무릎을 꿇기도 했지만 특전사 출신에 만능스포츠맨, 가리는 것 없는 식성으로 유명한 문 후보의 건강에는 이상이 없어 보인다.

'만성 B형 간염' 안철수 
"건강의 중요성 누구보다 잘 알지만…"

지난 19일 정식으로 대선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출마를 앞두고 본격적인 건강관리에 들어갔다. 그는 한 강연에서 "체력이 달려서 요즘 근육 만드는 운동을 한다"며 "식스팩을 만들기 위해 복근운동을 하는데 식스팩이 윗부분에 두 개만 있고 아래 네 개가 아직 안 생겼다"고 말해 청중의 폭소를 자아냈다. 안 원장은 "운동을 시작한 후 몸이 무척 가벼워진 느낌"이라며 건강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안 전 원장이 대선출마를 이토록 망설인 이유가 그의 '건강'에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안 전 원장은 의사출신인데다 모범적인 사생활로도 유명하지만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재학 시절엔 술을 무척 자주 마셨고, 회사를 경영하던 시절에도 과음을 해 간 건강이 크게 악화되었던 경험이 있다. 그 이후 술을 끊어 전혀 마시지 않고 있으며 흡연도 하지 않지만 전문가들은 간 관련 병력은 아무리 관리를 잘해도 피로가 누적되고 무리를 하면 재발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안 전 원장이 대선출마를 앞두고 본격적인 건강관리에 나선 것도 이 같은 배경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안 전 원장은 간염 보유자다. 안 전 원장의 직접적인 병명은 '만성 B형간염'으로 그는 1988년 이후 7년간이나 하루 4시간씩만 자면서 의사 생활과 백신개발을 병행해 신체를 너무 혹사하는 바람에 간염에 걸려 두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겼다. 지난 1998년에는 한창 크고 있던 '안철수연구소'를 자리 잡게 하는 일과 미국 유학생활을 병행하느라 무리한 나머지 급성간염으로 입원했다. 안 전 원장은 당시 누워서 회의를 주재했다는 유명한 일화도 있다.


안 전 원장의 측근은 당시 상황에 대해 "술은 전혀 마시지 않았지만 과로로 인한 간염이었다. 6개월 정도 고생한 후에야 이전의 상태를 거의 회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뜻밖에 찾아온 간염은 안 전 원장의 신체적 건강은 물론 경영 활동에도 영향을 미쳤다. 우선 피로감이 심해지면서 회사 업무에 전념할 수 있는 시간이 눈에 띄게 줄었다. "건강 회복에 대한 부담감으로 인해 경영자로서의 업무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그는 털어놨다.

하지만 갑작스런 건강악화는 안 전 원장에게 많은 것을 깨닫게 해준 계기가 됐다. 건강을 포함한 사업 외적인 부분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 것이다. 특히 의학도였던 그로서는 새삼 건강의 의미에 대해 되짚어 볼 수 있는 기회도 됐다.

안 전 원장은 병을 앓고 난 뒤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강한 추진력과 집중력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 이러한 것들은 건강과 체력이 뒷받침 돼야 가질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이번에 다시 한 번 깨닫게 됐다"고 회고했다.

이러한 경험 때문에 그 이후로 안 전 원장은 건강관리에 무척 신경을 썼다고 한다. 아침마다 30~40분 정도 러닝머신을 이용해 빨리 걷는 운동을 한다. 안 전 원장은 "학창시절부터 단거리 달리기는 못하는데 장거리 달리기는 잘한다"며 스스로 이를 악물고 오래 참는 데는 소질이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B형 간염을 한번 앓은 사람은 이를 완벽하게 치료할 방법이 아직은 없다고 한다. 안 전 원장의 평소 건강관리를 위한 노력이 이번 대선과정에서 빛을 발할지 아니면 또 다시 건강상의 문제점을 드러낼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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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br>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필리핀에서 프리랜서 아나운서 김나정에게 강제로 마약을 투약한 한국인 사업가 권모씨에게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졌다. 권씨는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일대에 서버를 두고 투자 사기, 마약 유통 등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6년간 수사망을 피하며 도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24일 경기북부경찰청 마약수사계는 아나운서 김나정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관련 증거를 경찰에 제출했지만, 경찰은 해당 증거로는 강제성을 증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외 도주 대담한 행적 김씨는 지난해 11월12일 마닐라에서 자신의 SNS에 “제가 필리핀에서 마약 투약한 것을 자수한다”며 “죽어서 갈 것 같아서 비행기를 못 타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이후 그는 마닐라에서 여객기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귀국해 인천국제공항경찰대의 조사를 받았다. 사건은 주소지 등을 고려해 경기북부경찰청으로 넘어왔다. 이후 김씨 측은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던 법무법인 충정은 “김나정은 뷰티 제품 홍보 및 속옷 브랜드 출시를 위해 필리핀을 찾았다가 젊은 사업가 A씨(권씨)를 소개받았다. 젊은 사업가가 김나정의 사업을 적극 도와주겠다고 해 시간을 할애해 방문했을 뿐이다. 항간에 도는 소위 ‘스폰’의 존재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가 필리핀에서 만난 1995년 8월5일생의 사업가 권씨는 SNS에 ‘투자 리딩방’을 개설해 범죄수익을 벌어들인 범죄자다. 업계에서 일명 ‘재림’으로 불리는 그가 리딩방 총책으로 활동하며 발생시킨 투자 사기 피해액만 약 3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2019년 8월4일 필리핀으로 간 권씨는 이후 국내로 입국한 적이 없다. 유튜버 크라임넷 등 제보에 따르면 권씨는 드라마 의 주인공 차무식의 실존 인물인 이상태씨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보호받아왔다고 한다. 검찰은 21년간 필리핀에서 도주 행각을 이어가던 이씨를 현지 교민 정보망을 활용해 검거했다. 법원에서 실형이 선고됐으나, 광주지검 목포지청(곽영환 지청장)은 해외 도주를 이어가던 이씨를 필리핀 현지에서 검거했다고 지난해 8월23일 밝혔다. 사업가로 변신, 김나정 앞에 나타난 권씨 취재 결과 70억대 사기단 우두머리로 확인 이씨는 2014년 공범과 함께 필리핀에서 불법 도박 사무실을 운영하겠다며 투자금 1억10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20년 2월 징역 2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구속 기소된 공범은 실형을 살았지만, 해외에 있던 이씨는 공소시효 임박에 따라 궐석재판으로 징역형이 확정돼 ‘자유형 미집행자’ 신분이 됐다. 자유형 미집행자는 징역·금고 등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잠적하거나 도주한 사람을 뜻한다. 이씨는 2003년 필리핀으로 출국한 뒤 세부섬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며 21년간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서 공갈·사기 범행을 11건(피해액 약 8000만원) 저질러 지명수배·지명 통보 조치가 내려진 인물이다. 목포지청은 검거팀을 꾸려 이씨 검거에 나섰는데, 필리핀 현지 교민 사이트에서 이씨 거주지를 특정하는 단서를 확보해 검거에 성공했다. 현지 주민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씨에 대한 제보를 받아 검거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획득했다. 결국 법무부, 필리핀 파견 검찰 수사관, 필리핀 이민청 수배자 검거팀과 국제공조로 클락시에서 이씨를 검거했다. 검찰은 “7000여개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의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본섬인 루손섬이 아닌 곳에서 범인을 검거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현실판 차무식의 비호를 받고 유유자적한 삶을 살아온 범죄자가 바로 권씨인 것이다. 권씨의 이름은 다른 사건에서도 언급된다. 2022년 SNS에 ‘투자 리딩방’을 만든 뒤 대체 코인 거래 사이트로 이용자 130명을 유인해 70억원대 투자 사기 행각을 벌이다가 경찰에 붙잡힌 일당도 권씨가 총책이라고 진술했다. 그해 6월30일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혐의로 투자 사기 일당 16명을 검거해 총판 관리팀장 20대 A씨 등 8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도주한 조직 총책인 권씨 등 핵심 간부 5명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하고, 국내에 체류 중인 나머지 조직원 1명은 지명수배해 뒤를 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1년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SNS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서 전문 투자 상담사를 사칭해 투자자 130명을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게 한 뒤 투자금 약 7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강제 투약 진실은? 총책인 권씨는 필리핀에 본사를 두고, 본사 운영팀과 총판 관리팀, 회원 모집책 등 역할을 나눠 치밀하게 조직을 운영했다. 우선, 인터넷에서 불법 수집한 개인정보를 활용해 국내 휴대전화 사용자에게 무작위로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뒤 SNS에 개설한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 초대했다. 이들 일당은 “대체 코인 투자로 300~400%의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라거나 “VIP에게만 제공하는 투자 리딩이 진행된다”며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회원 모집책 20대 C씨 등 13명은 투자 리딩방에서 대체 코인에 투자해 큰 수익을 낸 전문가인 것처럼 1인 다역 행세를 했고, 이에 속은 투자자들이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C씨 등은 가짜 투자 전문가 자격증과 사업자 등록증을 소셜미디어 프로필에 게시하거나 피해자에게 보여주며 안심시켰다. 이들의 속임수에 넘어간 가입자 중에는 노후 자금 1억5000만원을 날린 60대 남성과 최대 2억5000만원의 투자금을 날린 50대 남성도 있었다. 또 가상 자산인 코인 시장에 처음 들어가 재테크를 해보려고 나선 대학생과 주부 피해자들도 포함됐다. 피해자는 모두 130명에 달한다. 1인당 피해 금액은 1000만원에서부터 2억5000만원에 이른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일당은 피해자들에게 처음 한두 차례는 소액으로 투자한 수익금을 그대로 돌려줘 신뢰를 쌓은 뒤, 큰 투자금을 받는 수법으로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 일당이 범행에 사용한 계좌 28개를 지급 정지하고, 1억2000만원 상당의 범죄 수익에 대해 법원 결정을 받아 추징·보전 조치한 상태다.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는 권씨는 필리핀에서 가장 부유하고 발전된 보니파시오 지역 등 부동산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제보자에 따르면, “필리핀, 태국 등지에 권씨의 차명 부동산이 여럿 있고, 일부 한국 영사들이 지내는 집도 사실상 권씨의 소유”라고 한다. 현실판 차무식 돈이 곧 권력이자, 신분인 동남아에서 권씨가 경찰을 매수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권씨는 수사망을 피해 사업가로 위장했고 다수의 여성과 향락을 즐겼다. 김씨도 부유한 사업가로 위장한 권씨를 의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충정 측은 “김나정은 술자리를 가져 다소 취했던 상황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손이 묶이고 안대가 씌워졌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김나정이 연기를 흡입하게 했다. 김나정이 이를 피하는 모습을 보이자 급기야 어떤 관 같은 것을 이용해 김나정이 강제로 연기를 흡입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며 “김나정의 핸드폰에 손이 묶이고 안대를 가리고 있는 영상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나정에게 문제가 된 마약을 강제 흡입시키기 전, 총을 보여주고 사람을 쉽게 죽일 수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 사실을 증명할 자료는 따로 없으나 경찰 조사 과정에서 권씨는 다수의 범죄를 범해 수배 중인 자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자”라면서, “김나정은 권씨의 정체를 알게 됐고 후술하는 권씨의 협박이 허풍이 아니라는 생각에 공포를 느끼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나정이 귀국 전 소셜미디어에 올린 마약 자수 관련 게시물은 ‘긴급 구조 요청’을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투약은 이번 단 한 번만 있었던 것이고 앞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강제로 행해진 것”이라며 “김나정이 경찰과 본인의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영상통화를 했고 이 과정에서 권씨의 관계자로 보이는 자가 권씨와 통화하며 김나정을 추적하는 영상을 녹화했다. 즉 김나정은 긴급히 구조 요청을 하기 위해 마약 투약 사실을 자수한 것이지, 자의로 마약을 투약했음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후 자료를 제출받은 경찰은 약 3개월 동안 분석 작업을 했다. 또 경기북부경찰청은 김씨 측이 강제성을 주장하며 언급한 권씨에 대해 경찰청 본청 국제 관련 사건 담당 부서에 수사를 요청했다. 대검찰청은 2016년 필리핀 국가수사청과 초국가적 범죄 대응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22년부터 검찰수사관 2명을 현지에 파견해 국제공조·도피 사범 검거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필리핀 본사···치밀한 조직 운영 추정 범죄 수익만 3000억원 이상 다만, 지난해 경기북부경찰청은 권씨에 대해 “수배 중인 자라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씨가 인천국제공항 경찰단에서 2회 정도 조사를 받았고, (사건은) 주거지 관할인 경기북부경찰청으로 인계됐다”며 “사전 조사 후 1~2회 정도 소환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법에서 마약을 다른 사람에게 강제로 투약하는 행위에 대해서 가중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마약 강제 투약도 일반적인 마약 관련 행위와 마찬가지로 마약 관리법 위반으로만 처벌된다. 지난 2019년 국회에서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임시 마약류를 다른 사람 의사에 반해 투약하거나 흡연 또는 섭취하게 한 경우 법정형의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마약류관리법 개정안 발의가 이어졌지만 모두 폐기됐다. 법무부가 ‘신중 검토’ 의견을 제시한 이후 20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다. 한편, 동남아에서 활동하는 투자 리딩방 범죄조직들은 대부분 마약 유통에도 가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례로 ‘김미영 팀장’으로 불린 보이스피싱 총책 박모씨와 함께 필리핀 구치소에서 탈옥한 조직원들도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서 보이스피싱과 마약 유통을 결합한 신종 범죄조직을 꾸렸다. 이른바 ‘비쿠탄 마약왕’으로 알려진 송모씨는 2022년 수원에서 필로폰을 소지한 채 붙잡힌 김모씨의 상선이라는 정황이 드러났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대포폰 판매, 마약 유통 사업으로 수감 생활을 이어갔다. 박씨와 함께 탈옥한 송씨 등은 비쿠탄 교도소 내에서 대포 유심칩으로 신분을 숨겨 텔레그램 ‘마약방’을 개설했다. 평소 이들은 주식 및 코인 리딩방 등을 운영해오면서 모은 수만명의 회원들을 마약방으로 초대해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했다. 이들은 수억원의 범죄수익을 비트코인으로 환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제보자는 “리딩방,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권씨도 똑같은 수법으로 마약 유통에 가담하고 있다”며 “그렇기에 김나정에게 마약을 쉽게 투약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활동명 ‘재림’ 그러면서 “지난해 탈옥한 송씨도 필리핀 파사이 등에 있는 마약 공급책을 통해 한 달에 5kg 정도의 필로폰 유통을 지시했다”며 “송씨는 비쿠탄에서 만난 중국 마피아로부터 싸게 구입한 필로폰 등을 드로퍼(전달책)에게 전달해 한국으로 수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송씨가 드로퍼에게 준 배달료는 한화 약 1000만원가량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