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대선주자 3인 현미경 검증 ?건강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09.27 14: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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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다 가져도 건강 잃으면 다 잃은 것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오는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야의 대선주자들이 치열한 대권레이스를 벌이고 있다. 상대를 이겨야 웃을 수 있는 레이스에서 최후에 웃게 될 자는 누가 될 것인지에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요시사>는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대통령후보로 확정된 박근혜 문재인 후보와 비정치권 주자로 안철수 원장을 유력 대선주자로 선정해 세세히 검증을 해오고 있다. 앞서 출생과 정치입문·병역·정치권 지지기반·배우자·재산·화법·학력·롤모델·취미·별명·저서·친구·고향까지 살펴본데 이어 열여섯 번째로 그들의 '건강'을 살펴봤다.

'돈을 잃으면 적게 잃는 것이고, 명예를 잃으면 많이 잃는 것이며, 건강을 잃으면 전부 다 잃는 것'이라고 했다. 아무리 훌륭한 정치인도 몸이 건강하지 못하다면 제대로 된 국정운영은 불가능한 일. 대선이 불과 80여 일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출마의 뜻을 밝힌 후보들이라면 그들의 건강 역시 중요한 검증 대상일 수밖에 없다.

 

'철의 여인' 박근혜 
"연약해보이지만 건강 이상무"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유일한 여성후보다. 게다가 박 후보는 올해 환갑을 맞이했다.
겉모습은 무척 왜소해 보인다. 선거 때마다 유권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느라 퉁퉁부어 붕대를 감은 손은 박 후보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그러나 박 후보는 정치 입문 후 지금까지 매년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하면서도 단 한번도 건강상의 문제를 드러낸 적이 없는 철의 여인이다.

박 후보를 도와 선거를 뛰어본 사람들은 박 후보의 걸음걸이가 무척 빠른 편이어서 건강한 남자도 따라잡기가 벅찰 지경이라고 말한다.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그는 일단 구두를 벗는다. 운동화 내지는 단화를 신고 구석구석을 누빈다.

지난 4·11총선 때부터 하루 2~3시간 잠을 자면서 강행군을 이어가고 있지만 그의 강건한 체력에는 참모들도 혀를 내두른다. 박 후보는 차량이동 중에도 등받이에 등을 대는 일이 없다고 한다. 이동 중에는 전화를 걸거나 신문을 꼼꼼히 읽는다. 시간에 쫓겨 정독을 못했거나 다시 보고픈 기사는 본인이 직접 스크랩해서 집에서라도 읽는 스타일이다.


박 후보는 꼼꼼한 성격만큼 평소 철저한 건강관리로 익히 잘 알려져 있다. 박 후보는 매일 새벽 5시쯤 일어나 국선도를 한다. 체조와 단전호흡, 팔굽혀펴기, 물구나무서기로 이어진다. 먼저 간단한 체조로 몸을 풀고 단전호흡에 들어간다. 운동을 하면서 새벽에 조용히 명상할 수 있는 기회까지 주는 국선도 단전호흡은 지금까지 박 후보의 건강을 지켜주는 핵심 비법이다. 박 후보가 국선도와 단전호흡을 시작하게 된 특별한 동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한다. 다만 10여년 전쯤 건강을 챙겨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해 국선도와 단전호흡을 시작했고 지금까지도 꾸준히 지속하고 있을 뿐이다.

박 후보의 식사법 역시 건강관리의 비결이라면 비결일 수 있다. 박 후보는 현미밥과 두릅나물처럼 담백한 음식을 좋아한다. 한때 보좌진들은 박 후보가 기름진 음식을 멀리하는 줄 알고 중식당 예약을 피했다. 그러나 중식은 물론 양식, 일식 등 종류를 가리지 않는다.

술은 소주 2~3잔 정도는 마시며 막걸리나 양주도 조금씩은 한다. 그렇지만 절대 과음은 하지 않는다. 정치인이 하루 세끼 밥을 규칙적으로 먹는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지만 박 후보는 가능하면 규칙적으로 맞추려 애쓴다. 또 채식 위주로 소식(小食)을 한다.

박 후보는 아침 운동 외에도 몇 가지 구기종목을 즐긴다. 특히 테니스와 탁구를 좋아한다. 과거 청와대에서 생활할 때부터 즐겼다고 한다. 같이 땀을 흘리는 가운데 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많은 분들을 만날 수 있는 좋은 운동이라고 말한다. 물론 정치를 시작하면서부터는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아 아쉬움도 많다.

너무 시간에 쫓기는 요즘은 나름대로 한 가지 묘안을 짜냈다. 허리에 '만보기'를 차고 가급적 많이 걷는 것이다. 의원회관이든 어디든 틈만 있으면 그저 열심히 걷는다. 박 후보는 원래부터 산책을 좋아하는데 유명정치인이다 보니 어디에서든 외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마음 편히 걸어 볼 기회가 드물다. 그래서 해외 방문길에 나서면 보좌진의 주요 업무 중 하나는 숙소 인근의 산책로 물색이다. 원래 산책을 좋아하는데 국내에서는 그럴 기회가 없다보니 외국에 나가면 공원이나 숲속을 잠시라도 거닐길 좋아한다고 한다.

박 후보는 정치를 하면서 정치인에게 건강이 얼마나 중요한가 새삼 실감하곤 한다고 말한다. 특히 여성 정치인에게 건강한 체력은 필수다. 선거 때가 되면 지원 유세를 위해서 하루에 800km 이상을 이동한다. 그러다 보면 자연히 차 안에서 김밥 등으로 끼니를 때워야 하는 경우도 많았다. 박 후보의 측근들은 국선도로 꾸준히 관리해 온 체력이 아니었다면 그런 강행군을 버텨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녹내장·고혈압' 문재인 
"특전사 출신 만능스포츠맨"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는 연설 때마다 발음이 안 좋다는 지적을 받곤 한다. 이는 문 후보가 치아 열 개를 임플란트로 교체한 탓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참여정부 시절 초대 민정수석을 지낸 문 후보는 녹내장과 고혈압 등 건강악화로 1년 만에 청와대를 떠나야 했다. 이 기간 동안 스트레스로 치아가 10개나 빠졌다.

문 후보는 당시 상황에 대해 "청와대에 들어간 첫 1년 동안 의욕을 앞세워 밤낮 없이 일하다 보니 건강이 많이 상했다. 혈압도 높아졌고, 근무 첫 1년 동안 치아를 10개쯤 뽑았다. 1년쯤 되자 다들 지쳐서 나가떨어졌다. 좀 더 긴 호흡으로 멀리 보면서 체력관리를 해 나가는 게 바람직했다"고 회고했다.

문 후보가 이렇듯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 이유는 참여정부 출범 후 중대한 사안이 연이어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문 후보는 참여정부 출범 첫 해에 겪었던 이라크 파병, 그리고 부안 원자력 발전소 폐기물 처리장 문제가 가장 힘들었다고 말한다.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다. 특히 지지층으로부터 격렬한 비판을 받았기 때문에 더더욱 부담이 컸다.

실제로 그의 업무량은 상상을 초월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는 청와대 일을 1년 정도만 하고 나가겠다는 말을 공공연히 해왔다고 전해진다. 한 명 뒀던 여직원을 슬그머니 두 명으로 늘렸고 그 사이에 이가 하나하나 빠졌다. 남들은 다 긴장하는 치과치료를 받으며 졸았을 정도로 일을 했다고 한다. 평소 취미가 등산에 스쿠버다이빙일정도로 건강에 자신이 있던 문 후보였지만 청와대 생활 1년 만에 고혈압과 녹내장을 얻었다.

결국 문 후보는 건강악화를 이유로 민정수석을 그만두고 네팔 산행에 나선다. 하지만 운명은 그를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 네팔 산행 도중 문 후보는 연락이 두절된 상황에서 영자신문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의 탄핵 소식을 듣고 즉시 귀국해 변호인단을 꾸렸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무효 판결 이후 다시 청와대로 복귀한 문 후보는 시민사회수석, 민정수석을 거쳐 참여정부 마지막 비서실장을 지냈다.

이렇듯 문 후보는 참여정부 시절 건강문제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감히 문 후보를 '약골'이라 부를 수는 없다. 문 후보는 다름 아닌 특전사 출신이기 때문이다. 그는 학생운동을 하다 강제징집 당해 공수부대에 차출된 뒤 1공수특전여단 3대대에서 복무했다. 유신독재 정권은 학생운동 주동자들의 맥을 끊기 위해 신체검사도 하지 않은 상태로 강제징집했다.

그렇게 강제징집을 당한 문 후보는 특전사에 입대한 후 오히려 뛰어난 재능을 발견했다. 문 후보는 특전사에서 특등사수였으며 학생운동을 주도하던 모습대로 선임분대장을 맡으며 최고의 군인으로 변해갔다. 그는 악명 높은 특전사 훈련을 단순히 견뎌낸 것이 아니라 그 곳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최강의 군인들만 모인 특전사에서 두 번씩이나 최우수 특전사 표창을 받은 것이 그 증거다. 폭파 주특기로 당시 정병주 특전사령관으로부터 폭파 특기 최우수상을 받았으며, 전두환 전 대통령으로부터는 최우수 화학병 표창도 받았다.

문 후보의 취미 또한 군 시절 수중폭파조 경험으로 익힌 스킨스쿠버다. 이처럼 문 후보는 뛰어난 운동신경을 자랑한다. 비록 과로 앞에 잠시 무릎을 꿇기도 했지만 특전사 출신에 만능스포츠맨, 가리는 것 없는 식성으로 유명한 문 후보의 건강에는 이상이 없어 보인다.

'만성 B형 간염' 안철수 
"건강의 중요성 누구보다 잘 알지만…"

지난 19일 정식으로 대선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출마를 앞두고 본격적인 건강관리에 들어갔다. 그는 한 강연에서 "체력이 달려서 요즘 근육 만드는 운동을 한다"며 "식스팩을 만들기 위해 복근운동을 하는데 식스팩이 윗부분에 두 개만 있고 아래 네 개가 아직 안 생겼다"고 말해 청중의 폭소를 자아냈다. 안 원장은 "운동을 시작한 후 몸이 무척 가벼워진 느낌"이라며 건강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안 전 원장이 대선출마를 이토록 망설인 이유가 그의 '건강'에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안 전 원장은 의사출신인데다 모범적인 사생활로도 유명하지만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재학 시절엔 술을 무척 자주 마셨고, 회사를 경영하던 시절에도 과음을 해 간 건강이 크게 악화되었던 경험이 있다. 그 이후 술을 끊어 전혀 마시지 않고 있으며 흡연도 하지 않지만 전문가들은 간 관련 병력은 아무리 관리를 잘해도 피로가 누적되고 무리를 하면 재발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안 전 원장이 대선출마를 앞두고 본격적인 건강관리에 나선 것도 이 같은 배경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안 전 원장은 간염 보유자다. 안 전 원장의 직접적인 병명은 '만성 B형간염'으로 그는 1988년 이후 7년간이나 하루 4시간씩만 자면서 의사 생활과 백신개발을 병행해 신체를 너무 혹사하는 바람에 간염에 걸려 두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겼다. 지난 1998년에는 한창 크고 있던 '안철수연구소'를 자리 잡게 하는 일과 미국 유학생활을 병행하느라 무리한 나머지 급성간염으로 입원했다. 안 전 원장은 당시 누워서 회의를 주재했다는 유명한 일화도 있다.


안 전 원장의 측근은 당시 상황에 대해 "술은 전혀 마시지 않았지만 과로로 인한 간염이었다. 6개월 정도 고생한 후에야 이전의 상태를 거의 회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뜻밖에 찾아온 간염은 안 전 원장의 신체적 건강은 물론 경영 활동에도 영향을 미쳤다. 우선 피로감이 심해지면서 회사 업무에 전념할 수 있는 시간이 눈에 띄게 줄었다. "건강 회복에 대한 부담감으로 인해 경영자로서의 업무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그는 털어놨다.

하지만 갑작스런 건강악화는 안 전 원장에게 많은 것을 깨닫게 해준 계기가 됐다. 건강을 포함한 사업 외적인 부분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 것이다. 특히 의학도였던 그로서는 새삼 건강의 의미에 대해 되짚어 볼 수 있는 기회도 됐다.

안 전 원장은 병을 앓고 난 뒤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강한 추진력과 집중력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 이러한 것들은 건강과 체력이 뒷받침 돼야 가질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이번에 다시 한 번 깨닫게 됐다"고 회고했다.

이러한 경험 때문에 그 이후로 안 전 원장은 건강관리에 무척 신경을 썼다고 한다. 아침마다 30~40분 정도 러닝머신을 이용해 빨리 걷는 운동을 한다. 안 전 원장은 "학창시절부터 단거리 달리기는 못하는데 장거리 달리기는 잘한다"며 스스로 이를 악물고 오래 참는 데는 소질이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B형 간염을 한번 앓은 사람은 이를 완벽하게 치료할 방법이 아직은 없다고 한다. 안 전 원장의 평소 건강관리를 위한 노력이 이번 대선과정에서 빛을 발할지 아니면 또 다시 건강상의 문제점을 드러낼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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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