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목의 함정’ 설날 특수 사기주의보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1.16 15:31:04
  • 호수 14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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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이라 들떠…눈 뜨고 코 베인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민족의 명절 설날이 찾아왔다. 그리운 가족과 친구를 만날 수도 있고, 일상생활에 쌓인 피로를 풀 수 있는 시간이다. 이번 설 연휴는 총 4일이다. 지난해 크리스마스와 새해 첫날이 주말이어서 오랜만에 찾아온 연휴다. 그러나 즐거운 마음을 망치는 불청객이 있다. 바로 명절마다 나타나는 사기꾼들이다.

오는 22일은 추석과 더불어 한국의 대표적인 명절인 설날이다. 이날은 일가친척을 만나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고, 친척이나 이웃 어른에게 세배를 하는 것이 전통이다. 설날은 음력설 당일을 기준으로 전날과 다음 날을 포함해 총 3일간 공휴일로 지정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올해 설 연휴는 대체 공휴일을 포함해 1월21일부터 24일까지로 결정됐다.

치밀한 
시나리오

처음부터 설날이 ‘설날’이었던 건 아니다. 설날은 1989년 공휴일로 지정됐고, 3일 연휴제가 시행했다. 이때부터 설날에 고향을 방문하는 귀성행렬이 시작됐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설날이 되면 고향에 못 내려가더라도,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을 찾아 덕담을 나누고 선물을 주는 문화가 있다.

설날이 ‘대목’이 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기업들은 ‘설날 감사 선물세트’ ‘전통주 세트’ ‘설날 명절맞이 기획전’을 기획 상품으로 내놨다. 설 명절 베스트 선물도 온라인에선 화제다. 추천 선물로 ▲건강식품 선물세트 ▲수산물 세트 ▲육류 세트 ▲과일 세트 ▲와인 및 술 세트 ▲육가공류 세트 ▲기름 세트 ▲상품권 및 현금 ▲화장품 및 세면도구 ▲커피 세트가 있다.

올해는 대목이 사라진 설날이라고도 하지만, 그만큼 정부나 지자체는 지원금을 배포해 소비를 활성화시키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5일 성수품 물가안정을 위해 ▲20만8000만톤 성수품 공급 ▲300억원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 ▲대형 유통업체 연계 할인 및 우체국·공영홈쇼핑 등 할인행사 ▲신속통관·운송 지원 및 성수품 수급 안정 대책반 일일 운영을 지원했다.

이 밖에도 중소·소상공인 근로자를 위해 ▲중소·소상공인 대상 39조원 규모 명절 자금 공급 ▲노인, 청년 등 취업 취약계층을 위한 조속한 고용 여건 개선 등의 정책을 발표했다.

말 그대로 명절은 국가적 잔칫날이 되는 것이다. 반면 ‘잔칫날 맏며느리 앓아 눕는다’는 말이 있다. 가장 중요한 때 일해야 하는 사람이 탈이 나서 눕게 된다는 말이다. 명절만 되면 극성인 사기꾼들 때문에 명절선물을 준비하던 사람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이번 설날도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명절 전, 각 지자체와 지역 소속 경찰청이 범죄 취약지 점검과 강력 범죄에 대한 엄정 대응 조치를 발표한다. 지역별로 범죄 현황을 분석하고 범죄 다발 지역의 상가·주택 등 대상으로 방범 진단을 해 취약 요소에 대한 보완을 당부한다.

경찰은 순찰 중에 만나는 주민의 안부를 직접 확인하기도 하고, 애로사항을 청취해 치안 시책에 반영하는 등 주민과 접촉을 강화해 세밀한 순찰활동을 강화한다.

선물 샀더니 벽돌 배송·먹튀도 당해
대부분 “선착순이니 빨리 입금부터”

이런 상황에도 막을 수 없는 것은 SNS를 통한 사기다. 설날에 가족과 친구의 선물을 많이 사는 사람이 당하기 쉬운 사기 유형이다. SNS와 중고거래 사이트에 ‘설날’ ‘설 선물’ 등의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설 선물 저렴하게 판매합니다” “설 연휴 숙박권 양도합니다” 등의 판매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표면적으로 봤을 때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좋은 기회처럼 비춰진다. 하지만 개인과 개인 간의 온라인 거래로 판매가 이뤄지는 만큼 돈만 받고 물건을 보내주지 않는 ‘먹튀’와 하자가 있는 상품을 보내는 행위 등 상상하지 못한 다양한 사기행각이 벌어지고 있다.

대학생 A씨는 이 같은 사례를 경험했다. 명절 연휴 동안 국내 유명 관광지를 여행할 예정이었던 A씨는 SNS에 올라온 숙박권 반값 양도 글을 발견했다. 숙박권 판매자는 “연휴 기간 개인사정으로 인해 숙박권을 급하게 처분하는 중이다. 선착순이니 빨리 입금하라”고 A씨를 재촉했다.

급한 마음에 A씨는 곧바로 숙박권 가격을 판매자에게 입금했다. 하지만 입금이 확인되자 판매자는 연락이 두절됐다. 문제는 개인정보를 주고받은 것이 아닌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을 사용해서 사기꾼의 개인정보를 추적하기 어려웠다.

A씨는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 너무 자연스럽고 친절하게 이야기해서 사기일 거라고 생각도 못했다”고 털어놨다. 

개인 간 거래 사이트인 네이버 중고나라 사례는 더 심각하다. 30대 직장인 B씨는 설 선물로 전복을 구매했는데 전복 대신 벽돌 두 개를 배송받았다. B씨는 “처음에 택배를 받아보고 무게감이 있어 눈치를 못 챘는데 열어보니 벽돌이었다”고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개인 간의 거래가 아닌 사기를 당한 경우도 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상품을 구매할 때 현금결제를 유도한 뒤 돈만 챙기고 챙기고 사라지는 사기 판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업계 1위로 불리는 온라인 쇼핑몰 XX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온라인 쇼핑몰이 대응을 잘하지 못해 문제가 끊이지 않는다.

불청객 접근
사기꾼 극성

C씨는 온라인 쇼핑몰에 올라온 121만원짜리 TV를 구매했다. 제품 설명에는 한정판매 특가상품이라며, 별도로 재고 문의를 해달라고 적혀있었고 문의는 카카오톡으로 가능했다.

C씨가 카카오톡으로 문의하자 판매자는 C씨에게 “XX 판매는 종료됐다. 사고 싶으면 다른 오픈마켓서 현금으로만 살 수 있다”며 계좌이체 사이트를 보냈다. ‘저렴한 가격에 TV를 구매할 수 있다’는 기대에 급하게 돈을 입금한 C씨는 곧 이런 방식이 사기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느낌이 이상해서 ID 1234, 비밀번호 5678 이렇게 로그인을 했다. 로그인이 되고 입금계좌가 다 똑같이 나오더라. 어처구니없이 속았다”고 허탈해했다.

C씨는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곧바로 피해 사실을 해당 온라인 쇼핑몰에 알렸지만, 사측은 “담당 부서가 없다. 휴일 지나 처리하겠다”는 답변뿐이었다. 그는 “내가 미숙해서 사기를 당한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사이 또 다른 피해자가 나타날 걸 뻔히 아는 상황에서 항의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온라인 쇼핑몰의 대응은 황당했다”고 지적했다.

결국 주말 사이에 추가 피해는 계속됐다. 처음부터 C씨에게 TV를 판매한다고 사기 친 아이디는 다른 판매자의 것으로, 이 판매자는 아무것도 모른 채 자신의 아이디를 도용당했다. 주말 내내 해당 판매자에게 문의와 항의 전화가 폭주했다.


해킹당한 판매자는 “아이디를 해킹한 것 같다. 나는 TV를 판매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주말에 전화만 80명 넘게 왔던 것 같다. 전화 때문에 일도 못하고, 경찰서만 왔다 갔다 했다”고 밝혔다.

명절에 기차표를 구매하지 못한 귀성객들을 상대로 하는 티켓 사기도 여전하다. 명절을 앞두고 고향으로 가는 열차 승차권이나 항공권을 구매하지 못한 사람을 대상으로 사기 행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명절이 다가오면 기차표나 항공권의 수요가 급증한다. 먼저 구입하지 않으면 기회를 놓칠지 모른다는 불안한 소비심리가 작용해 사기 피해를 보기 쉽다”고 조언했다.

최근 비교적 잠잠했던 백화점 상품권 사기도 다시금 고개를 드는 모양새다. 피해자가 주로 생성되는 곳은 지역구 기반의 플랫폼인 당근마켓이나 지역 커뮤니티였다.

저렴한 물건
미끼로 유인

D씨는 명절을 맞이해 백화점 상품권 구매를 계획하고 있었다. 그때 자신의 아파트 커뮤니티 카페에 “30만원짜리 백화점 상품권을 20만원에 판매한다”는 글이 올라온 것을 확인했다. D씨는 곧바로 오픈 채팅방을 열고 판매자를 초대했다.


판매자 아이디는 아파트 동호수까지 기입돼 아파트 주민인 것처럼 보였다. 판매자는 은행 계좌번호를 전달해 “남편 계좌로 입금 부탁한다. 우리도 명절 선물로 받았던 건데, 사용하지 않아서 판매한다”며 “필요 수량이 어느 정도냐? 더 구매해도 되는데 많이 판매하니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당장 구매할 수 없어도 다른 백화점 상품권도 구매할 수 있다. 상품권이 필요할 때는 언제든 연락줘도 된다”고 설명했다. 

D씨는 판매자의 말을 믿고 돈부터 입금했다. 판매자는 D씨에게 “고맙다. 연락처를 남겨주면 바로 문자 발송을 해주겠다. 5분 안에 문자가 갈 것”이라고 말했지만 그 후 판매자는 연락을 받지 않았다.

또 다른 피해자인 E씨는 시세보다 싸게 백화점 상품권을 판다는 당근마켓 글을 보고 구매했다가 피해를 봤다고 호소했다. 다른 점은 D씨는 돈을 지불하고 상품권조차 받지 못한 사례였고, E씨는 상품권을 받았다는 점이다. 다만 문제는 종이로 출력한 백화점 상품권 이미지였다.

E씨는 “10% 할인된 가격으로 백화점 상품권을 판매 중이었다. 블로그에 댓글도 많고 카카오톡으로 상담해보니 괜찮아 보였다. 사업자등록증을 보내줬는데, 대표자와 통장 계좌주 이름이 동일했다”며 “인증한다고 이것저것 보내주니 믿고 입금했고, 퀵 발송했더니 종이로 출력한 백화점 상품권이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무슨 배짱으로 사업자등록증까지 보여주면서 사기를 치는지 모르겠다. 이번 명절 선물로 보내려고 백화점 상품권 200만원을 샀는데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어 “피해 사실 인지 후 곧바로 당근마켓에 신고했다. 그러나 수일간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통장 거래정지를 위해 경찰에 전화도 했지만 보이스피싱 거래가 아니라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백화점 측도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해 그간 경찰에 수사 의뢰, 피해 주의 공지 등을 지속해서 진행했다. 하지만 뾰족한 예방법이 없는 게 문제다. 백화점 관계자는 “안전하게 백화점 상품권을 구매하려면 백화점이나 공식 상품권 숍을 이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으로 낚시질
연휴 스미싱 비율 전체 건수 42%

개인 간 거래로 인한 사기가 명절 사기의 보편적 방법이라면, 최근 급상승하는 방법은 피싱 사기다. 실제로 최근 설날 연휴를 앞두고 대출 등 금융 지원 안내, 택배 배송 등을 사칭한 스미싱(문자메시지와 피싱의 합성어)과 지인 명절 인사 등으로 위장한 메신저 피싱이 증가했다.

이에 각 은행은 고액 현금 인출 시 보이스피싱 피해가 없는지 확인을 강화하는 한편, 각 사가 개발한 금융 사기 탐지 기술을 활용해 피해 예방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해 9월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9년~2021년 동안 스미싱은 매년 설날과 추석이 있는 1·2·9월 명절 기간에 발생하는 비율이 전체 건수의 42.4%에 달했다. 

특히 2021년에는 50.4%로 절반을 웃돌았다. 이들은 악성 앱 주소가 포함된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전송해 이용자가 악성 앱을 설치하거나 전화하도록 유도해 금융 정보·개인정보 등을 탈취하는 수법을 이용한다.

스미싱에는 대표적으로 5가지 종류가 있다. 첫 번째로는 명절에 가장 흔한 ‘택배 관련 스미싱’이다. 문자가 “[배송조회] 1/31 고객 주소가 잘못되었습니다. 택배가 반송되었습니다. 배송 주소 수정 uuuu.ne/FgMRD7” “[○○택배] 설날 배송 물량 증가로 배송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배송 일정을 확인하세요. http://nene.you/MKin78”이런 식으로 오면 대부분 택배 스미싱이다.

두 번째는 공공기관을 사칭하는 스미싱이다. 공공기관 사칭은 “[생활불편신고] 귀하에게 민원이 접수되어 통보 드립니다. 민원 확인 http:/bit.ly/2Hh9vp9” “고객님께서는 아래 상품 승인 대상자입니다. 상품 내용 : 정부 지원 서민금융상품 http.365.com”이라고 문자가 온다.

세 번째는 지인 사칭·선물 관련 스미싱이다. 이 스미싱은 친근한 메시지를 보내 속이는 게 특징이다. 대표적으로 “(^0^) 설날 잘 보내시고 2023년에도 모두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 http://woz/kr/mhgd” “설날 선물 도착 전 상품 무료 배송! 할인쿠폰 지급 완료! 즉시 사용 가능! 확인 : http://yno.kr/ncnqbH” “○○○님 설날 명절 선물로 모바일 상품권을 보내드립니다. 확인 바랍니다. http:/hpbl.are/nbaBl” “설 명절 직접 찾아뵈어야 하는데 영상으로라도 인사드립니다. 즐거운 연휴 보내세요! http://mnon.it/Pnti1” 등 형태로 스미싱 문자다.

코로나19 정부 지원금 사칭 관련 스미싱도 있다. 스미싱은 “손실보상금 지원을 위해 아래에 접속 후 신청해주십시오. http://sxxxs.xyz/?phogcd” “지원금 신청이 접수됐습니다. 다시 한번 확인 부탁드립니다. http://mxxxt.xyz/ldxxdz” “[긴급재난자금] 상품권이 도착했습니다. 확인해주세요. http://bit.ly/3xxxMel” “2월 추가 코로나19 재난지원금 www.coroona-19.net 신청”이다.

마지막으로 스미싱을 이용한 보이스피싱 피해다. 이런 문자는 “[Web] 발신 ㈜XOXXXOXX 주문하신 안마의자 57만2000원 결제됐습니다. 문의번호 : 02-○○○○-○○○”라고 온다.

신고하라고?
무용지물

이런 문자를 받는다면 가장 좋은 방법은 문자를 바로 삭제하는 것이다. 만약 스미싱·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했다면 ▲경찰서에 피해 내용을 신고하기 ▲경찰서에 발급받은 ‘사건사고 사실 확인원’을 이동통신사, 게임사, 결제대행사 등 관련 사업자에 제출하기 ▲핸드폰의 악성 파일을 삭제하기 ▲핸드폰에 저장돼있는 공인인증서를 즉시 폐기하고 재발급받아야 한다.

결국 은행이 피해를 막기 위해 힘쓰고 있더라도, 결국 개인이 받은 문자가 ‘스미싱’인지 알아야 피할 수 있는 것이다. 명절 연휴 중 사기 의심 문자메시지를 수신했거나 악성 앱 감염 등이 의심되는 경우 국번 없이 118 상담센터에 신고하면 24시간 무료 상담을 받을 수 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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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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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