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주자 3인 한가위 민심 잡을 '비장의 카드' 대해부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09.26 11:4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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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밥상머리민심' 잡아야 '주도권' 잡는다"

[일요시사= 김명일 기자]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추석 민심은 이번 18대 대선의 분수령이다. 전국에 흩어져 있던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만큼 12월 대선이 주요 화제로 떠오를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 기간에 어떤 여론이 형성되느냐에 따라 선거판세는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그렇다면 여야 대선주자들이 추석 민심을 사로잡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비장의 카드'는 과연 어떤 것들이 있을까?

유력한 장외주자로 분류되던 안철수 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지난 19일 대선출마를 공식선언함에 따라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함께 대권을 향한 치열한 3각 구도가 완성됐다. 이들 세 사람이 대권을 잡기 위해서는 당장 추석 민심이 중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역대 대선에서의 사례를 보더라도 추석 연휴기간 조성된 민심이 연말 대선 판도에 상당한 영향을 끼쳐온 것을 알 수 있다. 

대선 분수령
명절의 중요성

한 여론조사기관에서도 명절이 선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국민들의 일방적인 정보가 한자리에 모인 일가친척들 사이에서 상호작용을 일으켜 지역 간, 세대 간 융합을 이뤄내는 흔치 않은 기회"라며 "여론의 큰 흐름을 조성해 선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때문에 정치전문가들은 여야의 대선주자들이 각자 추석연휴를 앞두고 민심을 사로잡을 비장의 카드를 내놓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그렇다면 선거의 여왕 박근혜, 13연승의 사나이 문재인, 타이밍 정치의 귀재 안철수가 내놓을 비장의 카드는 과연 무엇일까? 정치권 안팎의 국민적 관심사도 여기에 집중돼 있다. 

3파전 구도 완성…"진짜 대선레이스는 이제부터!"
각 후보가 꺼낼 비장의 카드에 정치권 이목 집중


우선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24일 최근 불거진 역사인식 논란에 대해 전격적으로 사과를 하며 추석민심잡기에 나섰다. 역사인식 논란은 박 후보가 후보당선 이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방문하는 등 파격행보를 보이며 추진해온 '국민대통합'을 무색케 만드는 것은 물론 중도층을 돌아서게 만들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실제로 역사인식 논란 이후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17∼18일 여론조사(1500명·95% 신뢰수준에 ±2.5%p 오차)에 따르면 양자대결에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47.1%)가 박 후보(44.0%)를 처음으로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문 후보의 지지율이 박 후보를 추월한 것은 리얼미터가 지난 7월부터 양자대결 조사를 시작한 이래 처음이다. 그만큼 역사인식논란은 박 후보에게는 치명적이었던 것이다.

박근혜의 전격 사과
문재인은 쇄신할까?

박 후보는 당초 과거사와 관련해 할 말은 다했다는 입장을 견지했었지만 정치전문가들은 물론 캠프 내에서도 역사인식에 관한 사과 없이는 대권을 잡는 것이 어렵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자 결국 추석을 앞두고 전향적 사과를 한 것이다.

박 후보가 내놓을 수 있는 또 다른 카드로는 당 지도부 교체 등의 쇄신방안도 거론된다. 공천헌금 사태와 안철수 불출마 종용 논란에 이어 최근에는 측근인 홍사덕, 송영선 전 의원이 비리에 연루돼 새누리당이 큰 곤혹을 치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 없이 추석을 맞이한다면 박 후보로서는 무척 불리한 상황이 될 수밖에 없다.

이밖에도 장외에서 박 후보에게 꾸준히 견제구를 날리고 있는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 등 비박계 정치인들과의 극적인 대화합을 연출하는 것도 상당한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비박계 정치인들과의 극적인 화해는 표 확장은 물론이고 경선과정에서 박 후보가 얻게 된 '불통' 이미지를 상당부분 희석시켜줄 것으로 기대된다. 평소 박 후보가 강조해온 '대통합' 정신과도 일치한다.

정치권 일각에선 새누리당과 선진통일당의 전격적인 연대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선진당은 현재 비록 4석을 가진 소수정당에 불과하지만 대선의 향방을 가를 충청권 토착정당임을 무시할 수 없다. 한 표가 아쉬운 상황에서 선진당의 이인제 대표가 최근 공공연히 제3세력을 운운하며 안 전 원장을 지지할 수도 있다고 밝힌 점은 박 후보로서는 적잖은 부담이다. 새누리당과 선진당의 노선이 비슷한 만큼 보수대연합을 기치로 내걸고 박 후보가 먼저 손을 내민다면 이번 대선과정에서의 연대가능성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다음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다. 문 후보는 당내 경선에서 파죽지세의 13연승을 차지하며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하지만 경선과정에서 불거진 모바일투표 논란 등 불공정 경선 의혹은 여전히 그의 발목을 잡고 있다.

경선에서 승리하기는 했지만 당원 간의 갈등이 극에 달했다는 평가다. 이대로라면 대선에서 같은 당원들의 지지조차 받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경선과정에서 당원들 간에 벌어진 계란투척과 욕설, 몸싸움 등 막장행태는 중도층의 등까지 돌리게 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문 후보 측이 추석 전 파격적인 당 쇄신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당 안팎의 인사들도 한결같이 파격적인 쇄신 없이 정권교체를 이뤄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민주당도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의 모든 권한을 대선후보에게 위임하기로 하는 등 문 후보가 중심이 돼서 당 쇄신에 나설 여건은 이미 만들어졌다. 이제 정치권의 이목은 문 후보가 과연 어떠한 쇄신책을 내놓을지에 집중되고 있다. 이번 쇄신 드라이브의 성공 여부는 문 후보의 리더십을 검증하는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문 후보가 과감한 쇄신에 성공한다면 대내외적으로 자신의 리더십을 인정받을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쇄신작업이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경선과정에서 '친노 패권주의'가 드러났다며 관리부실과 소통부재를 이유로 이해찬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의 동반사퇴까지 거론하고 있기 때문이다.

야권단일화 변수
안철수의 행보는?
  

대선이 80여 일 앞으로 다가온 급박한 상황에서 당대표와 원내대표를 전격적으로 교체하는 것은 당 운영에 커다란 혼란을 가져올 수도 있다. 당 지도부 역시 개혁의 주체여야 할 당대표와 원내대표가 오히려 개혁의 대상으로 거론되는 현 상황에 대해 무척 곤혹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만약 문 후보가 기대에 못 미치는 쇄신책으로 국민들에게 또 한 번 실망감을 안긴다면 대권행보에 큰 걸림돌이 될 공산이 크다.

또 문 후보 진영에서는 당내 대선경선에 참여했었던 '비문 3인방(손학규·김두관·정세균)' 끌어안기도 추석민심을 사로잡을 카드로 거론되고 있다. 비문 3인방은 지난 16일 최종 경선(서울지역)이 끝난 직후 일제히 "결과에 깨끗이 승복한다"며 "정권교체를 위해 힘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경선과정에서의 갈등을 이유로 일부 후보가 안 원장 측에 가세할 것이라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그만큼 이번 경선 과정에서 생긴 문 후보와 비문 3인방의 갈등이 깊은 것이다.

만약 당내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비문 3인방이 문 후보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기는커녕 실제로 안 원장 측에 가세하게 된다면 단일화 과정에서 문 후보가 무척 불리해질 것이 틀림없다. 비문 3인방과의 진정성 있는 화해는 막장경선으로 굳어진 민주당의 구태정치 이미지를 씻는데도 주효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문 후보 측은 아직 선대위 인선을 마무리 짓지 않은 만큼 파격적 인사의 영입으로 추석 민심 잡기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마지막으로 안철수 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지난 19일 추석을 10여 일 앞두고 출마선언을 한 것 자체가 추석민심을 사로잡기 위한 포석으로 평가받고 있다. 안 전 원장 측은 "민주당 경선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경선이 끝난 이후에 출마를 선언 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안 전 원장이 대선정국에서 추석이 가지는 의미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미 출마선언의 마지노선을 추석 전으로 정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역대 대선에서도 추석 민심 따라 대권 판도 '출렁'
여야 대선주자 총력전 나설 듯…중간승자는 누구?

또 안 전 원장 측은 공식적으로 출마를 선언한 만큼 파격적인 캠프인선으로 다시 한 번 국민들의 시선을 사로잡고자 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외에도 안 전 원장은 다른 후보들과는 달리 이제 막 대선판에 정식으로 뛰어든 만큼 구체적인 비전제시만으로도 국민들의 이목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평가다.

게다가 안 원장과 문 후보에게는 야권단일화라는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비장의 카드가 아직 남아 있다. 추석 전 양 후보가 야권단일화에 원칙적으로 합의하겠다는 선언만으로도 단숨에 이슈의 중심에 설 수도 있다.

세 후보가 공통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카드도 있다. 바로 상대후보에 대한 검증과 대형공약의 발표다. 전문가들은 만약 상대후보에 대한 결정적 네거티브 카드를 가지고 있다면 추석을 앞두고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이미 이번 대선이 진흙탕 네거티브전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여론은 고려해야 할 부담이다.


국민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만한 대형공약을 발표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 당시 야권이 '무상급식'이란 화두로 돌풍을 일으켰던 것이 좋은 예이다. 하지만 이 역시 최근 포퓰리즘 공약에 대한 국민들의 경계심이 높아진데다 여야가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중도층을 겨냥한 정책을 발표해 이미 공약의 차별성이 없어졌다는 평가가 많아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본격적인 대선경쟁
검증·공약 대결 예상
 

한편 한 정치전문가는 "대선이 불과 80여 일 앞으로 다가왔고 안 전 원장의 출마선언으로 삼파전 구도가 완성된 만큼 이제는 본격적인 대선경쟁이 시작 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특히 각 주자들은 추석연휴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총력전을 벌일 것이 분명하다. 때문에 추석연휴에 어떤 주자가 주도권을 잡는가는 향후 대선 판세를 엿볼 수 있는 주요 관전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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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