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싣고 ‘멈춘’ 구급차 사연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1.13 12:33:08
  • 호수 14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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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 응급차가 달린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차량에 문제가 발생하면 해당 차량 운전사뿐 아니라 인근 차량 차주까지 위험해질 수 있다. 해당 차량이 구급차일 경우 문제는 더 커진다. 구급차의 1분1초가 환자의 생명과 직결돼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차 발주 구급차에 문제가 생겼지만 차량을 고칠 수도, 교환할 수도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구급차는 의료적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병원으로 이송하기 위해 제작된 긴급자동차를 말한다. 이 같은 이유로 구급차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구급차 운행 중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출고된 지 9년이 지난 구급차의 운행을 금지시켰다. 또 이송 중 처치 상황을 확인할 수 있도록 구급차 내에는 CCTV를 설치해야 한다.

위험천만

이는 2015년에 만들어진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과 ‘구급차의 기준 및 응급환자 이송업의 시설 등 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의 내용이다. 9년이 지난 구급차의 운행 금지를 비롯해, 구급차 최초 신고·허가는 3년 이내 차량만 가능하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구급차의 운행 연한을 초과할 경우 ‘자동차 관리법’의 검사를 거쳐 최대 2년까지 연장이 가능하다. 당시 복지부 관계자는 “안전 문화 확산 기조에 맞춰 구급차 차체뿐만 아니라 내부에 탑재되는 장비까지 시의성 있게 개선하는 개정안으로 구급차에 대한 안전성과 이미지를 제고, 응급의료 이송 서비스 질 향상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응급환자 이송업을 하기 위해선 ▲구급차 환자실의 길이는 운전석과 구획 칸막이에서 뒷문의 안쪽 면까지 250㎝ 이상이어야 하고 ▲간이침대 매트리스의 끝에서 뒷문의 안쪽 면 사이에는 25㎝ 이상의 공간이 있어야 하며 ▲구급차 환자실의 바닥에서 천장 안쪽 면까지의 높이는 특수 구급차는 150㎝ 이상, 일반 구급차는 120㎝ 이상이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이처럼 구급차를 운행하기 위해선 필수로 선행돼야 할 조건들이 있다. 이런 조건을 다 갖췄다고 해도 구급차 운행을 위해 해당 보건소에 구급차 운용에 관한 서류를 제출해서 허가를 받아야 한다. 구급차를 운용하고 있다면 운용 일지도 작성해야 하고, 민간 구급차라도 응급 구조사 2명이 환자와 함께 탑승해야 한다.

특히 민간 구급차는 중증·긴급 환자가 멀리 있는 병원으로 이송될 때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11월 요소수 품귀 현상이 있을 때는 확보한 요소수를 민간 구급차에 우선 배분했고, 2021년에는 집에서 치료 중인 코로나19 확진자 중 병원에 이송돼야 할 환자를 빠르게 병원으로 옮길 수 있도록 민간 구급차의 협조를 받았다.

9년 이상 구급차는 운행 금지
해당 차량 구매 후 바로 고장

민간 구급차가 우리 사회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증거다. 하지만 이런 민간 구급차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없게 되는 경우가 있다. 출시된 지 얼마 안 됐지만 고장 난 불량 구급차 때문이다. 

A씨는 민간 구급차 사업을 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9인승 차량을 구급차로 신차 출고했다. 이후 A씨가 구급차 운용 지역의 구급차 운행 허가를 받아 해당 차량을 민간 구급차로 사용했다. 

하지만 차량을 사용하자마자 문제가 생겼고, A씨는 구매 차량을 구급차로 사용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출고 후 한 달도 안 된 차량에서 문제점이 계속 발생됐기 때문이다. 차량 문제는 일반 차량이라도 사고 발생 위험이 높은데 A씨의 차량은 더구나 구급차였다. 자칫 주행 중 문제 발생 시 환자들의 안전까지 위험해진다.

A씨의 차량에서 발생되는 증상은 ▲차량 출력 저하 ▲엔진 부조 현상 ▲가속 불량 ▲변속 시점 딜레이 현상 ▲운행 중 차량 울컥거림 ▲배기가스 저감장치(dpf) 경고등 점등 계속됨 ▲주행 중 브레이크를 밟을 때마다 드르륵 거리는 브레이크 디스크 불량 등이 있었다.


급기야 사고가 날 뻔한 위험천만한 일도 발생했다. 지난달 14일 오후 10시47분 의식이 없어 급하게 병원으로 이송돼야 할 남성 환자 한 명이 구급차에 실렸다. 탑승한 응급 구조사는 환자에게 안전 조치를 했다. 구급차와 환자가 착용하고 있는 산소호흡기를 연결했고, 구급차 내 침대에서 환자가 떨어지지 않게 점검했다.

차량이 출발하고 있던 순간이었는데, 이때 차량 엔진이 꺼졌다.

곧 차량 엔진이 켜지긴 했다. 정말 다행인 것은 운행 중 도로 한복판에서 차량이 멈추지 않은 부분이다. 해당 문제로 인해 A씨는 불안한 마음에 차량을 사용할 수 없었고 자동차 수리소에 맡겼다. 

수리해도 “문제 없다”
본사 “법적으로 해라”

여러 가지 문제점에 대해 수리를 받은 뒤 정상적인 운행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A씨는 다시 구급차로 사용했다.

그러나 다시 엔진이 멈추는 현상이 재발됐다. 이번에도 응급환자 및 중증환자 이송 도중에 차량이 멈췄다. 차량이 멈추는 선에서 끝나지 않고 급발진 가능성도 있는 만큼 A씨는 해당 차량을 구급차로 사용할 수 없었다. 

A씨는 자동차 교환·환불을 요청했다. ‘자동차 관리법 제47조의 2’에 따르면, 국내서 판매한 신차 구매 후 1년 이내(주행거리 2만㎞ 이내)에 같은 증상의 중대한 하자가 발생해 2회(일반 하자는 3회)이상 수리했으나, 같은 증상이 재발한 경우 자동차 ‘안전하자심의위원회’의 중재를 통해 자동차 제작사에 교환 또는 환불을 받을 수 있다.

기준은 ▲2019년 1월1일부터 계약 후 판매된 차량 ▲안전이 우려되거나 경제적 가치가 현저하게 훼손되거나 사용이 곤란한 자동차가 해당한다. 

하지만 A씨는 이 같은 혜택을 받지 못했다. A씨 차량은 지난달 1일부터 31일까지 지속적인 문제가 있었고, 수리도 5회 이상 진행했다. 그러나 차량의 서비스센터는 계속해서 차량에 문제가 없다는 대답을 했을 뿐이다. A씨를 당황스럽게 한 것은 차량 본사 측의 태도였다. 차량 본사 측 관계자는 A씨에게 “법적으로 하라”고 말했다.

A씨는 “일반 차량도 아니고 응급환자 이송을 하는 구급차인데 무조건 정상이라고만 한다. 이런 상황에 마음 졸여가면서 운전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수리, 교환, 반품이 다 불가능하다. 이런데 법적으로 하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울분을 토했다.

일촉즉발

한편 해당 차량 본사는 전자제어 유압장치(HECU)의 내부 합선으로 화재 발생 가능성, 변속기 제어장치의 안전모드 관련 소프트웨어 설계 오류로 오일펌프 불량 시 변속이 되지 않는 가능성이 발견됐다. 총 17만7681대 차량이 자발적으로 시정 조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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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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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체감상 1년은 된 것 같다.” 어느 덧 이재명정부가 출범 100일째를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에겐 숨 가쁜 3개월이었다. 12·3 비상계엄 선포, 탄핵 정국, 조기 대선 등 대형 정치 이슈는 지나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실현해야 하는 시기다. 지지율은 이미 요동치고 있다. 어떤 이슈가 이정부를 뒤흔들었던 걸까? 지난 6월3일 21대 대통령선거가 열렸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개월 만에 대선이 치러졌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이 대선 전부터 파다했고 실제로 이변은 없었다. 재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다만, 과반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정부 상태 산적한 이슈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여서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됐다. 이 대통령 앞에는 비상계엄 사태 수습, 민생 회복, 국민 통합 등 국내 문제는 물론 미국발 통상 전쟁 등 국외 문제까지 이슈가 산적한 상태였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무정부’나 다름없는 상태로 6개월 동안 이어진 국정 공백을 메워야 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후 소감 연설에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공화정 공동체 안에서 국민이 주권자로 존중받고 협력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 반드시 그 사명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 극복 ▲민생 회복 ▲국민 안전 ▲한반도 평화 ▲국민 통합 등을 언급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국회의 과반 의석을 등에 업고 ‘윤석열정부 지우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으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을 통과시켰다.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은 윤정부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폐기됐던 법안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엿새 만인 6월10일 국무회의에서 3대 특검법을 의결했다. 그는 국무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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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의료계와 국민 여론의 괴리가 큰 상황이라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재와의 전쟁’은 임기 초 이정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 공장을 현장 방문하는가 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반복 공시로 주가 폭락’ 등 수위 높은 발언으로 건설업계를 겨냥했다. 이 대통령이 산업재해 근절을 외치자 건설업계가 납작 엎드렸다.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사용주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도 일터에서 근로자가 죽는 사례가 거듭 일어나자 대통령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연이어 산재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는 대표이사가 바뀌었고 DL건설은 임직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정부가 지나치게 기업을 ‘잡도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스피 5000’을 외치며 주가 부양을 공언한 것과 실제 행보는 정반대라는 의견이다. 지금까지의 주가 상승은 이정부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됐다면 앞으로의 상승분은 실물 경제에서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이를 이끌 기업을 너무 옥죄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 정책의 방향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달 1일 코스피 지수가 126.03포인트(3.88%)나 하락했다. 주가 3200선이 깨졌고 하락률은 미국발 상호 관세 부과로 충격을 받았던 지난 4월7일(-5.5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른바 ‘검은 금요일’의 배경은 전날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침체된 경기 소비쿠폰으로 이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최고 35%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조건부로 인하된 증권거래세율도 현재의 0.15%에서 2023년 수준인 0.2%로 환원됐다. 또 법인세 세율을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 걸쳐 1%포인트씩 일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검은 금요일’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문제였다. 주가가 폭락한 지난달 1일 이후 열흘 사이에 거래 대금이 20%가량 줄었다. 이른바 ‘국장’에서 빠져나간 개인 투자자들이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관세 협상으로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부양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방증이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끊이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물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이 노란봉투법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규제가 덜한 외국으로 나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단체 등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까지 했지만 그대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이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이라며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노동계에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광복절을 앞두고는 사면 문제가 불거졌다. 취임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전임 정부에서 임기 초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터라 이정부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던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8개월 밖에 안된 점도 ‘사면 불가론’에 힘을 더했다. 주가 부양 공약 반대되는 정책 지난해 12월12일 대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 전 대표는 나흘 뒤인 12월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만기 출소일은 내년 12월15일이었다. 조 전 대표가 이끌던 조국혁신당은 당시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대선 청구서’라는 말이 따라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종교계, 시민단체, 정치권 일부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 전 대표가 검찰의 횡포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부 진영에서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등이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직접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조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 요직을 맡은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대표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각별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빗발치는 사면 요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치권 등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달리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입시 비리 혐의 등이 민주당 지지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반한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민심 이반이 예상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장고 끝에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조 전 대표를 비롯해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27명을 포함해 총 83만6678명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광복절 특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광복절 사면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뒤흔들었다. 사면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지율은 발표 이후 눈에 띄게 꺾였다. 조 전 대표가 사면 이후 ‘광폭 행보’를 보이며 노출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제 개편안·사면으로 지지율 흔들 한일·한미 정상회담은 긍정적 평가 조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사면이 끼친 영향은) N분의 1 정도’라고 발언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전 대표는 수감 한 달여 만에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권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행보를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되며 야권에서는 이정부를 공격하는 소재가 된 모양새다. 특히 조 전 대표를 비롯한 조국혁신당에서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행보를 공언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 5년간 외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상회담도 잇따라 열렸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던 ‘트럼프발 통상 전쟁’의 대응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부터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에 싸움을 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로 쌀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가 ‘0’이었기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증액 등을 언급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에 이른바 ‘동맹 비용’을 내라는 요구였다. 실무진이 진행한 관세 협상은 그 시발점이었고 정상회담은 미국발 청구서의 윤곽이 드러난 자리였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표면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 정상을 불러놓고 면전에서 망신주기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식의 트럼프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작 중요한 사안은 하나도 논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조선업 협력, 원전 문제를 비롯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붙는 관세까지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실무진이 틀을 만들고 정상회담에서 결정되는 방식의 외교 관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 전 과거 한일 간 위안부 합의와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며 기존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발 관세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당분간 민생 집중 취임 후 첫 외교 시험대를 넘은 이 대통령은 당분간 민생을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당분간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몇 주간 정상회담에 몰두했기 때문에 국내, 특히 민생·경제성장과 관련된 부분을 앞으로 주력해서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