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끝나지 않은 신드롬 배우 이성민

‘연기의 신’ 전성기는 지금부터!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흥행가도를 달리던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이 시원찮은 결말과 함께 종영했다. 아쉬운 목소리가 커질수록, 극에서 조기 퇴장한 이성민을 향한 찬사도 덩달아 커졌다. 이성민은 엄청난 내공이 담긴 연기를 선보이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항간에서는 벌써 “연기대상은 따놓은 당상”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성민은 지난달 말 종영한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순양그룹의 총수 ‘진양철’을 연기했다. 실제 나이보다 20세 이상 많은 노인으로 분해 인상적인 연기를 펼치며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다. 이성민은 어느덧 연기파 배우의 대표주자로 자리 잡았다. 그 뒤에는 긴 무명 생활과 꿈을 향한 뚝심이 있다. 

접었던
배우의 꿈

이성민은 1968년 경상북도 봉화군 봉화읍 도촌리에서 태어나 인근 도시인 영주시에서 중·고등학교를 나왔다. 이성민은 스스로 생각해도 어렸을 때 자신이 연기자로서의 소질이 부족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고등학교 때 배우가 되기로 결심했다. 당시 시민회관에서 단체 관람한 연극이 뇌리를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심을 굳힌 이성민은 중앙대 연극영화과에 지원했다. 하지만 교수들에겐 무시를 당하기 일쑤였고, 가족들은 강력하게 반대했다. 영화를 아주 좋아하던 그의 아버지 역시 다르지 않았다.

부친은 그가 대학원서를 내던 시절 같이 냉면을 먹자고 부른 뒤 “네가 연기를 좋아하는 건 알지만 너는 아니다. 차라리 공부를 더 해서 좋은 대학 다시 가라. 용돈을 줄 테니 여행이라도 다녀오라”며 그의 면전에서 원서를 찢어버렸다. 결국 이성민은 일단 배우의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재수생이 된 이성민은 또다시 배우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 소백산 철쭉제를 구경하러 갔다가 하필 연극 단원 모집 포스터가 다시 눈에 들어왔다. 이성민은 이를 통해 비교적 인구가 적은 영주시에서도 극단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결국 이성민은 “이 정도는 공부와 병행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극단으로 향했다.

그는 극단에서 여러 작품을 새로 접하는 등 시야를 넓힐 수 있었다. 집에는 말할 수 없었지만 그는 극단 선배들의 뒤를 항상 따라다니며 극단 생활에 모든 것을 걸었다. 당시 이성민은 생애 처음으로 무대에 설 수 있었다. 그에 따르면 첫 대사는 루퍼트 부르크의 작품 <리투아니아>의 “잘 먹었습니다. 아주 잘 먹었어요”였다. 

하지만 은밀한 이중생활은 금새 들통나고 말았다. 독서실 사감이 어느 날 독서실을 찾은 그의 어머니에게 그가 “공부는 전혀 안 하고 매일 밤 셔터를 열고 들어온다. 몰래 극단 생활을 하고 있다”고 폭로하면서다. 결국 이성민은 어머니의 추궁을 견디지 못하고 공연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실토한다.

집안은 또다시 뒤집혔다. 고모까지 찾아와 연극 생활을 만류할 정도였다고 한다. 결국 그는 “마지막 공연까지만 하고 군대를 다녀와 다시 공부하겠다”고 가족들과 약속했다. 배우의 꿈을 또다시 포기한 것이다.

하지만 이성민은 이미 한 번 올라선 무대를 군 생활 중에도 잊을 수 없었다. 결국 한 연출가가 “대구로 오면 담뱃값은 주고 밥은 먹여주겠다”고 제안하자, 전역한 지 일주일 만에 단돈 7만원을 들고 대구로 향했다. 이때가 1991년, 그의 나이 스물넷이었다. 

타지 생활은 쉽지 않았다. 당시 이성민은 텅 빈 쪽방에서 지내는 등 끊임없이 생활고에 시달렸다. 쪽방에는 가구도, 가재도구도, 심지어 방충망도 없었다. 오직 대본과 커피포트뿐이었다. 밥값도 제대로 챙겨받지 못해 끼니를 거르는 일이 잦았다. 당시 이성민은 낯선 타지에서 외롭고 굶주려 혼자 베개를 껴안고 많이 울었다고 한다. 


그는 배고픔을 견디다 못해 끓인 물에 커피 프림을 풀고 남은 마가린 조각과 설탕을 부어 죽을 만들어 마셨다. 1000원어치 떡볶이를 주문할 때도 국물을 더 달라고 사정해 떡볶이 국물로 배를 채웠다. 그는 밤새도록 쓰린 속을 달래야 했다.

그럼에도 연극에 대한 열정은 여전했다. 이성민은 “누가 연극 포스터를 붙이라고 시키면 한 장도 빠짐없이 붙였다. 손가락이 쓰릴 정도로 힘들게 1만장의 포스터를 붙여본 적이 있다”고 회상했다. 훗날 주연으로 열연한 드라마 <골든타임>에 빗대 자신의 인생 골든타임은 직접 포스터를 붙이던 20대 시절이라고 밝혔다.

<재벌집 막내아들> 종영 후에도…
뇌리에 박힌 ‘진양철’…열연 찬사

이성민은 극단 활동을 이어가다 아내를 만났다. 아내는 이성민이 출연하던 연극 <B언소>의 안무가 제자였다. 이성민은 아내를 만난 이후 2001년 전국 연극제에서 <돼지사냥>으로 최우수 연기상을 수상하는 등 겹경사를 누렸다. 

2002년 이성민은 서른다섯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부인과 딸을 대구에 둔 채로 홀로 상경했다. 앞으로 배우의 길을 쭉 걸을 것인데, 한 번쯤은 대한민국 연극계의 중심인 대학로에서 자신의 실력을 검증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주변에서도 서울로 가 보라는 조언이 이어졌다.

당시 이성민은 가족에게 “3년만 도전해보고 안 되면 다시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다. 형편은 여전히 좋지 못했던 터라, 서울살이도 쉽지 않았다. 이성민은 1주일에 한 번씩 대구로 내려와 아내에게 10만원의 용돈을 받아갔다. 여기서 차비·교통카드 충전·담뱃값으로 빼면 남는 게 없었다.

교통비를 아끼려 동대구역에서 당시 집이 있던 시지동까지 2시간이 넘도록 걸어 다녔다. 이성민은 혹시라도 일자리를 잃으면 곧바로 돈을 벌 생각으로 택시·대리운전회사 전화번호를 적어 주머니에 넣고 다녔다고 한다.

극단 ‘차이무’ 소속으로 <B언소> <돼지사냥> <거기> 등의 연극에 출연하던 이성민은 영화계에도 발을 들였다. 시작은 단역부터였다. 이성민은 2004년 영화 <맹부삼천지교>서 ‘사채 조폭1’역으로 출연했다. 그런데 단역, 조연 출연만으로도 이성민의 진가를 알아보는 이들이 생겨났다.

<맹부삼천지교에> 함께 출연했던 손현주는 그에게 단막극 출연을 추천했다. 드라마 <오 필승 봉순영>의 주연 안재욱은 이성민이 연극 시간을 이유로 ‘박 검품장’역을 고사하자 본인의 스케줄을 조정하면서까지 이성민을 배려했다.

가족과 약속한 3년은 속절없이 흘러갔다. 하지만 이성민은 그때까지도 무명 신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성민은 고민 끝에 서울에 남기로 결심한다. 지방인 대구 출신의 배우도 연기 실력이 뛰어나면 전국적으로도 인정받을 수 있다는 선례를 만들겠다는 다짐 때문이었다. 가족들도 그와 뜻을 모아 서울로 거처를 옮겼다.

어려운 형편은 여전했다. 어렸던 딸이 유난히 고기를 좋아했었는데, 이성민은 1000원대의 대패삼겹살밖에 사줄 수 없었다. 그때의 아픈 기억이 지금까지 남아있다고 한다. 

단역서
주연으로


이성민은 2005년 <말아톤> 등 여러 영화에 단역으로 출연했지만 상당수가 편집됐다. 2006년에는 차이무 출신 배우들이 힘을 합쳐 만든 영화 <비단구두>서 인간적인 조폭 ‘성철’역을 맡아 열연했다. 영화계의 이목을 끌긴 했지만 저예산 영화의 한계로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지는 못했다.

그래도 이성민은 이후 각종 영화와 드라마에서 조연으로 발돋움했다. <대왕세종>의 집현전 학사 최만리, <고고70>의 팝 칼럼니스트, <부당거래>의 부장검사 역할 등을 맡았다. 

이성민은 박찬욱 감독의 <박쥐>에 출연할 기회를 잡았다. 이전에 <밀양>서 호흡을 맞췄던 송강호가 그를 직접 추천했다. 그런데 이성민은 오디션장에서 “송강호와 친하냐”는 질문에 “안 친하다”고 대답했다. 결국 그 대답 때문인지 이성민은 오디션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훗날 송강호가 “왜 친하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이성민은 “솔직히 친한 건 아니었지 않느냐”고 답했다 한다. 

그래도 이성민은 점차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어가기 시작했다. 그 시작은 2010년 MBC 드라마 <파스타>의 레스토랑 바지사장 설준석역이었다. 이성민은 극 중에서 얄밉긴 해도 쉽게 미워할 수 없는 매력적인 악역 연기를 선보였다.

그 뒤엔 드라마 <글로리아> <내 마음이 들리니>, 영화 <작은 연못>, 연극 <늘근 도둑 이야기> 등에 잇달아 출연했다.


2011년에는 KBS 2TV 드라마 <브레인>에서 권력욕에 찌든 의사 고재학역을 맡았다. MBC 드라마 <마이 프린세스>에선 정의로운 척하면서 자기 잇속 챙기기에 열중하는 대통령 이영찬역으로 분했다.

주로 얄미운 악역을 많이 연기하던 이성민은 2012년 MBC 드라마 <더킹 투하츠>에서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다. 당시 그는 주인공(이승기)의 형이자 전임 국왕인 이재강역을 열연해 호평받았다.

몇 달 뒤 방영된 MBC 드라마 <골든타임>에서는 외상전문의 최인혁역을 맡았다. 비중만 놓고 보면 사실상 주연급에 가까웠다. 이성민은 같은 의사 역할이었던 <브레인>의 고재학과는 달라진 의사 연기를 선보일 생각에 체중을 7㎏나 감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촬영 때 신을 운동화를 이전부터 질질 끌고 다니는 등 응급실 의사의 실상을 최대한 살리려 노력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결국 이성민은 <골든타임>에서 대중들에게 주연급 배우로 당당히 인정받았다.

미생 출연
배우 정점

2013년 말 개봉한 영화 <변호인>에서 주인공 송우석 변호사(송강호)의 고교 동창이자 부산지역 신문사 사회부 기자인 이윤택역을 연기했다. 조연이지만 나름 적지 않은 출연 비중을 보였다. 같은 시기 방영한 MBC 드라마 <미스코리아>에서는 화장품 회사 사장 김형준(이선균)으로부터 빚을 받아내려 쫓아다니는 퇴물 조폭 정선생역을 맡았다.

이성민은 2014년 tvN 드라마 <미생>에 출연하면서 배우 생활의 정점을 찍었다. 오상식역으로 출연해 실감나는 직장인 연기로 시청자들의 찬사를 받았다. 이성민은 <미생> 출연으로 2015년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남자 최우수 연기상을 수상했다. 2016년 tvN10 Awards에서도 같은 배역으로 남자배우상을 수상했다.

이성민은 2016년 초 개봉한 <로봇, 소리>에서 첫 영화 주연을 맡았다. 2018년엔 영화 <공작>으로 생전 처음 칸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았다. 수상 복도 따랐다. 이성민은 이 작품으로 부일영화상, 대종상,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디렉터스컷 어워즈서 남우주연상을 휩쓸었다.

2019년 제55회 백상예술대상에서도 영화부문 남자 최우수연기상을 받았다.

2020년 개봉한 영화 <남산의 부장들>에서 연기력으로 또다시 극찬을 받았다. 극 중 이성민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연기했다. 처음 캐스팅 때는 외관상 전혀 닮지 않은 탓에 부정적인 반응도 감지됐지만, 낮게 깔리는 경북 사투리와 열연을 통해 반전 평가를 이끌어냈다.

특히 김규평(이병헌)과 5·16군사정변 당시 새벽 한강 다리에서의 일화를 회상하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김규평이 한강다리를 건너지 않았더라면 어땠을지 질문을 던질 때 미세한 표정변화를 표현하는 연기가 두고두고 회자됐다.

지난해 초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에서 주연 강원중역을 맡았다. 가족에게 비정하면서도 아들에게 죄책감을 가지는, 동시에 공천에 떨어질까 노심초사하는 입체적인 모습을 잘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오랜 무명 생활 견딘 ‘대기만성형’
올 개봉 영화 3편…대세 이어갈까?

지난해 말 <재벌집 막내아들> 진양철역을 맡으며 연기력이 극에 다다랐다는 평가를 받았다. 가족까지 내칠 정도로 자신이 일군 회사에 집착하는 재벌 1세대 역을 완벽하게 소화해내면서 시청자들의 극찬을 받았다. 

본인의 출신을 잘 살린 경상도 사투리와 노인 특유의 탁한 목소리를 성공적으로 구사하면서 캐릭터에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이성민이 극을 힘있게 이끌어가던 만큼, ‘진양철’이 퇴장한 이후 드라마의 몰입감이 순식간에 떨어졌다는 이야기가 시청자 사이에서 돌았다.

드라마 전체로 보면 비극이지만, 이성민 개인에게는 이만한 찬사가 없었을 것이다.

이성민은 지난해 29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재벌집 막내아들> 종영 이후 첫 인터뷰를 가졌다. 앵커가 “다시 태어나면 배우는 안 할 거라는 얘기는 왜 자꾸 하는 건가”라고 묻자 그는 “다른 일을 해보고 싶다. 난 다른 일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많은 배우가 아르바이트 등 여러가지 일을 했다고 하지 않느냐”고 답했다.

그러면서 “내 삶이 가끔 불쌍할 때가 있다. 다른 삶을 잘 몰라서 다시 태어난다면 배우는 그만하고 싶다. 다양한 직업, 다양한 모험을 해보지 못했다”고 부연했다.

이성민은 진양철을 연기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에 대해 “내 연령대의 역할이 아니다 보니 나이를 연기하는 게 가장 신경쓰였다”고 털어놨다. 이어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에게 방해를 주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게 제일 우선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청자를 설득하는 힘의 원천은 배우의 힘보다 시나리오의 공”이라며 자신을 향한 찬사에도 겸손함을 보였다.

실감나는 경상도 사투리 연기에 대해 “이번 작품은 거의 애드리브가 없었다. 고향 친구들이 연락해 ‘네 애드리브 아니냐’고 묻던데 대본이 그 정도로 완벽했다”며 “작가님 남편이 경상도 분이라서 고증했다고 하더라. 그 당시 분들이 쓰는 단어를 잘 써줘서 감탄하면서 연기했다”고 말했다.

앵커가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늘 취해 있지 말라는 그 대사 같으신 분이라고 오늘 느꼈다”고 소감을 전하자, 그는 “그러려고 오늘도 정신 차리자고 주문을 건다. 내년에도 많은 관객을 만났으면 좋겠고, 새해 3월에 조진웅 배우와 찍은 영화 <대외비>를 개봉한다. 그 때 다시 뵀으면 좋겠다. 내년에 소원 꼭 다 이루레이”라고 덕담을 건넸다.

앞으로
더 기대

올해는 이성민이 출연한 영화 3편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성민은 <대외비>에 이어 <핸섬가이즈> <서울의 봄>으로 극장가 복귀에 나선다. 대표적인 ‘다작’ 배우답게, 드라마 활동도 이어간다. 이성민은 현재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형사록2> 촬영에 열중하고 있으며 드라마 <운수 오진 날> 출연도 확정지었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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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추석 연휴 직후 진행될 국정감사에선 여야가 수많은 현안을 놓고 공방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안을 밀어붙이려는 더불어민주당과 자기 앞가림도 어려운 국민의힘이 이번에도 맹탕 국감을 진행하는 데 머무를지 많은 국민이 지켜볼 예정이다. 2025년 국정감사는 13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진행된다. 첫날인 13일엔 국방위·정무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이하 과방위)·국토교통위·법제사법위(이하 법사위)·행정안전위(이하 행안위)·기획재정위(이하 기재위)의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누가 또… 회피성 출장 정치적인 주목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은 국회 운영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운영위는 대통령비서실 등을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다. 지난달 24일 전체회의서 증인·참고인 명단을 확정할 때, 당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김현지 제1부속실장 출석 여부는 큰 논란이 됐다. 이번 증인·참고인 명단에 김 실장은 명단에 포함되지 않자 운영위 국민의힘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김 비서관은 절대 불러선 안 되는 존엄한 존재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이라고 평가받는 김 비서관을 국회에 보내지 않으면, 뭔가 숨기는 게 있기 때문이란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에 따르면, 지난 1992년부터 지난해까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11명은 한 해도 빠짐없이 국감에 출석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간사인 문진석 의원은 “정부 출범 후 6개월 동안은 정부에 협조적 태도를 보이는 게 관례”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상혁 의원도 “대통령비서실 최종 책임자는 강훈식 실장”이라며 “비서실장이 증인으로 채택된 것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대통령비서실은 여야의 논쟁이 이어지던 지난달 29일 돌연 김 실장을 제1부속실장으로 발령냈다. 김남준 당시 제1부속실장은 대통령실 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제1부속실장은 국정감사에 출석할 의무가 없다. 김 실장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이 없다. 이 대통령과의 인연을 맺은 시기는 지난 1998년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은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이 이 대통령에게 소개한 것을 계기로 당시 이 대통령이 설립했던 성남시민모임에 합류했다. 장성철 공감과정책 소장은 지난 8월 “김 실장이 실세라는 소문은 자자했지만 누구도 만나지 않고, 로비도 안 통한다고 알려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실장의 남편은 세무사인데, 사람이 너무 몰려 견디지 못한 남편은 얼마 못 가 개업한 세무사 사무소를 폐업했다”고 설명했다. 신상 정보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채 ‘대통령의 집사’로 통하는 총무비서관으로 임명됐던 인물 사례로는 박근혜정부 당시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이 있다. 이 전 비서관은 박근혜정부 ‘문고리 3인방’ 중 1명으로 거론됐다. 이런 전례가 있어서 야당도 김 실장에 대한 공세를 준비하려고 했다. 김현지 증인 거론되자 급하게 보직 변경 사이버 레커 피해자 쯔양도 참고인 출석 대통령실은 보직 이동으로 이를 피했고, 이는 상당히 오랫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정치적 구설수로 연결됐다. 김 실장이 대장동 소재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야권의 공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김 실장이 국회에 직접 출석해 야당의 공세를 받는 일은 피했지만, 여야 간 공방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선 오는 14일 국민의힘 김장겸 의원의 신청으로 유튜버 쯔양이 참고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쯔양 측도 “국회 출석에 부담이 있었지만, 고민 끝에 사이버 레커 관련 추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결정했다”면서 출석 의사를 밝혔다. 쯔양은 구제역·카라큘라·주작감별사·크로커다일 등 온라인견인차 공제회에 소속된 유튜버들로부터 “과거사를 폭로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수익금 수십억원을 갈취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구제역은 항소심에서까지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한 경제지의 법조 전문 기자로 근무하면서 이들이 쯔양을 협박하도록 배후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 최우석 변호사는 제1심에서 법정 구속됐다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그외 유튜버들은 각각 징역형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이 쯔양을 공갈한 사실이 알려진 후 “기성 언론사와 비교해 사이버 레커에 대한 법적 규제가 너무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어 ▲수익 창출 정지 ▲처벌법 신설 ▲전담 규제 기관 신설 등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과방위 국감에선 쯔양의 피해 증언을 토대로 그동안 제시됐던 관련 대책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많은 논점이 제기돼 여야 간 격론이 가장 치열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교육위원회(이하 교육위)다.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윤석열정부를 겨냥해 리박스쿨 관련 공세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리박스쿨은 ‘이승만·박정희 학교’의 약자로 알려졌다. 리박스쿨은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우호적인 관점을 유지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부정선거론에도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일각에선 “극우 성향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리박스쿨에 대해선 지난 대선서 일명 ‘자손군(자유 손가락 군대)’로 알려진 댓글 조작팀을 운영했단 의혹이 제기됐다. 자손군은 국민의힘 김문수 당시 대선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달면서, 이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함께 달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뜨거울 교육위 리박스쿨은 불과 하루 동안 진행되는 교육을 이수한 이들에게 늘봄학교 강사 자격증을 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자격증 발급과 초등학교 방과후 강사 알선을 미끼로 댓글 작성을 제안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수강생과 교육 이수자를 상대로 김 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작성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도 있다. 일각에선 “윤석열정부가 리박스쿨에 특혜를 제공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리박스쿨은 서울교대와의 협약을 토대로 서울 소재 10개 학교서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전직 우체국장이었던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가 교육부의 교육정책 자문위원 직함을 가졌던 것도 그동안 제기됐던 특혜 의혹의 일부분이다. 민주당에선 신문규 전 대통령실 교육비서관을 증인으로 부를 예정이다.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의 박사 과정 논문 관련 논란도 재점화될 예정이다. 김씨는 국민대 대학원에서 지난 2007년부터 2년 동안 3편의 논문을 작성했다. 이 중엔 ‘회원 유지’를 영문 ‘Member Yuji’로 표기한 논문도 있어 윤 전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부터 큰 논란이 돼왔다. 아울러 역술인의 홈페이지와 사주팔자 관련 블로그에 게재된 내용을 출처 표기 없이 무단 전재한 논문도 있었다. 논란이 불거진 후 국민대는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국민대는 지난 2021년 “만 5년이 지나 접수된 제보는 처리하지 않는다는 규정에 따라 검증 시효가 지나 본조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혀 적잖은 비판을 받았다. 여론의 비판을 이기지 못해 재조사에 착수했지만,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 “연구 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학회의 검증 기준을 알 수 없어 검증할 수 없다”는 취지로 의혹을 무마하려고 했다. 김씨의 논문은 지난 2022년 교육위 국감에서도 큰 화제였다. 김지용 국민대 이사장과 임홍재 총장은 해외 일정을 이유로 국감에 출석하지 않았다. 국민대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몰락하고,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난 7월이 돼서야 김 여사의 박사학위를 최종 취소했다. 이에 대해선 “정치 상황 변화에 따른 대응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어, 국감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이사장은 이번 국감서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물론 범여권도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윤 전 대통령은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이 문재인정부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그의 일가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려다가 정치적으로 주목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형을 확정받았다가, 지난 8월 광복절 특사로 석방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딸 조민씨에게도 논문 관련 논란이 있다. 조씨는 한영외고 1학년이었던 지난 2009년 대한병리학회지에 게재된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됐고, 이를 고려대학교 수시전형 자기소개서에 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백종원 대표 증인으로? 조씨는 단국대 의대 의과학연구소에서 2주 동안 인턴으로 활동한 후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논문은 연구부정행위가 인정돼 게재가 철회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을 둘러싼 비판은 그가 석방된 이후 곧바로 정치 행보에 들어가고 비대위원장까지 맡으며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동원 고려대 총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지난 6월 학생 3명이 사망한 부산 브니엘예고 사태도 국감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사망한 학생들은 전임 강사와 심각한 마찰을 빚다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들은 전임 강사의 수업 중 태도를 문제 삼아 고소를 준비하고 있었다. 학교 측에 “부실하게 운영돼 각종 민원이 이어졌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아울러 “교장이 특정 학원과 연결돼 해당 학원에 다녀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선·후배 간 군기도 과도해 폭력적”이란 지적도 이어졌다. 현임숙 브니엘고 교장은 증인으로서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를 소관 기관으로 두고 있는 국회 정무위에선 롯데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연이은 홈플러스 지점 폐쇄가 쟁점으로 두드러진다. 롯데카드에선 지난 8월 해킹 사고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약 222만명의 결제 정보가 유출됐고, 47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롯데카드는 지난달 1일 해킹 및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신고했다. 홈플러스는 회생 절차에 돌입한 이후 임대료가 조정되지 않는 점포를 중심으로 총 15개의 점포를 폐쇄했다. MBK 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금융권에서 7조2000억원을 차입했다. 담보는 홈플러스 주식이었다. 이 때문에 홈플러스는 5조원대 부채를 떠안았고, 8년 동안 부담한 이자만 약 3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는 지난 3월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이후 지점 폐쇄에 대해선 “알짜 부동산을 매각해 차입금을 상환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롯데카드와 홈플러스의 최대주주는 MBK 파트너스다. 정무위는 김병주 MBK 파트너스 회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현안 많은 교육위, 여야 불꽃 공방 예상 롯데카드·홈플 논란에 김병주도 국회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에선 하이볼 원산지 표기 논란을 놓고,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앞서 백 대표는 매출·수익률 허위 과장 논란이 불거진 연돈볼카츠 사태와 관련해 국감 증인 출석 여부가 거론됐던 적이 있다. 백 대표는 지난 2월 돼지고기 함량 및 가격 논란에 휘말린 빽햄 사태가 불거진 이후 지속해서 그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와 관련해 광범위한 위법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법사위에선 최근 정치권 최대의 이슈로 거론되는 ▲대법관 증원 ▲검찰 해체 ▲조희대 대법원장 논란 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시도하는 대법관 증원과 검찰 해체 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설치에 대한 비판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이후 최대 숙원이었던 검찰 해체를 달성했기 때문에 쉽게 물러서지 않으리라고 예상된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달 30일 조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 청문회를 진행했다. 조 대법원장은 출석을 거부했고, 민주당은 고발 조치와 국정감사 증인 소환을 압박 카드로 제시했다. 대법관 증원은 대법원에서 매우 꺼리는 이슈였기 때문에, 이번 법사위 국감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사법부의 대결로 채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선 ▲대왕고래 프로젝트 실패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 등에 대한 정치적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대해선 “윤석열정부가 정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반전하기 위해 성급하게 발표했다”는 논란이 이어졌다. 이정부의 정부 조직 개편으로 신설되는 기후에너지환경부의 경우 “환경부가 재생에너지·원자력 발전을 맡고, 기존 화석연료 정책은 산업부에 남는 등 이원화한다”는 데 따른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위원회에선 건강보험공단에 대한 국정감사 중 건강보험 재정 등 이슈가 여야 간 공방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의사·간호사 증원 문제도 다시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위에선 ▲해병 대원 특검법 ▲비상계엄 사태 ▲합참 이전 비용 등 이슈가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선 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시설법 위반 논란과 관련해 장형진 영풍 고문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우려되는 맹탕 국감 이번 국감은 이정부 출범 후 처음 진행되는 국감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이 다수의 의석을 앞세워 각종 현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장외 투쟁 ▲중도 공략 ▲특검법 방어 등 당내 현안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해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많은 현안 앞에서 이전처럼 존재감 부각 목적의 쇼 위주로 진행되는 맹탕 국감으로 끝나진 않을지, 국민의 시선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