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라인 서는 이재명 세 가지 방탄 노림수

정치 놀음으로 전락한 기싸움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새해가 밝으며 검찰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간의 기싸움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지난달 검찰은 새해 기싸움의 예고편을 미리 날린 바 있다. 지난달 둘째 주 이 대표에게 이미 소환 통보를 보낸 것이다. 이 대표가 통보받은 날짜는 지난달 28일 수요일로, 민주당 측은 이미 일정이 예정돼있어 ‘28일 소환에는 불응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내 몇몇 소식통에 따르면, 이재명 대표 측은 당초 검찰 소환에 전면 불응할 계획을 세웠었다. 이 당시에는 아직 소환 통보를 받기 전이었지만, 민주당은 곧 검찰 소환이 있을 것을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언제?
어떻게?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지난달 초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에서 “알다시피 정치적인 목적으로 수사 중인 검찰은 곧 이재명 대표에게 소환 통보를 할 것”이라며 “그러나 모두 불응할 예정이다. 검찰, 정권의 의도가 뻔히 보이는 소환조사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예견대로 검찰은 지난달 22일 민주당 측에 정식으로 소환조사 요청을 했고, 통보 소식을 들은 언론은 발 빠르게 이를 보도했다. 세간의 이목은 이 대표의 출석 여부에 쏠렸으나 민주당은 바로 소환에 응하지 않겠다고 언론에 알렸다. 

민주당 김의겸 대변인은 이날 오후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검찰이 성남FC 광고비 사건으로 소환조사하겠다고 통보했다”며 “검찰이 이 대표를 소환조사하겠다고 통보한 게 어제 저녁이다. 일선 당직자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했고, 팩스 한 장 보낸 게 전부”라며 거부의 뜻을 밝혔다.


현재 이 대표가 검찰에 수사받고 있는 혐의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대표적 사법 리스크인 대장동 개발 의혹부터 변호사비 대납 의혹, 성남FC 후원금 의혹, 대선운동 선거법 위반에 이 대표 가족 리스크까지 검찰은 전방위적으로 이 대표를 압박하고 있고, 최측근들과 가족들은 연일 검찰에 소환돼 조사받고 있다.

검찰이 이번에 소환을 통보한 혐의는 대장동도, 가족 리스크도 아닌 성남FC 후원금 의혹이었다.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3부(유민종 부장검사)는 이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재임하던 시절, 네이버, 차병원, 두산건설 등 당시 성남시에 위치한 기업들로부터 성남FC 후원금을 받고 기업들의 편의를 봐줬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치권에 따르면 수원지검은 이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검찰은 이 대표에게 제3자뇌물죄를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제3자뇌물공여죄란 공직에 있는 사람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요구 또는 약속할 때 처벌하는 법조항이다.

이를 위반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 정지 처벌을 받는다. 검찰은 성남시장이었던 이 대표가 기업들로부터 제3자인 성남FC에 뇌물(후원금)을 받게 하고 기업들에게 유리한 인허가 건을 해결해줬다고 해석하고 있다.

다소 생소한 법률인 제3자뇌물죄는 실제 처벌까지의 과정이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초 전면 불응 가닥…최근 기류 바뀌어
균열 가는 친명, 검찰 출석 숨은 의도는?

그러나 지난 국정 농단 사건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해당 법률로 처벌된 바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게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제3자)에 후원하게 하고 기업 승계 문제에 관여한 혐의를 받았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묵시적 청탁만으로도 부정한 청탁이 인정된다”고 판단해 유죄를 선고했다.

법률가들은 박 전 대통령의 사례를 들어 이 대표의 경우도 처벌받을 확률이 상당하다고 파악하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특히 두산건설과 이 대표 간의 관계를 유심히 지켜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두산건설은 1991년 성남 일대에 70억원가량의 병원 부지를 매입한 바 있다. 문제는 이때 사놓은 토지가 ‘용도 변경’을 통해 가격이 급등한 사실이다. 

현재 두산이 보유한 토지는 1조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지나며 땅값이 오르는 것은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두산처럼 100배나 오르는 경우는 드물다. 토지 전문가들은 이런 기하급수적인 땅값 상승이 성남시청 덕분이라고 입을 모은다.

2015년 성남시가 해당 토지를 용적률 250%에서 670% 상향 조정해주고 연면적도 1만2000평에서 3만8954평으로 높여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때 당시 당시 성남시장을 맡고있던 사람은 다름 아닌 이 대표였다.

성남FC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 의지가 매우 강한 검찰에 이 대표의 소환조사는 필수적이다. 이를 알고 있는 이 대표 측이 쉽사리 소환에 응하지 않을 계획을 세운 것이다.

그러나, 최근 그런 이 대표 측의 수사 협조 의지가 바뀌었다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이 대표가 당초 정해놨던 ‘소환 불응’을 철회하고 포토라인에 설 각오를 했다는 것이다.

지난달, 민주당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린 이미 일정이 정해져 있다. 다른 일정이 있는데 일방적으로 나오라고 통보하는 건 제1야당과 제1야당 대표에 대한 태도가 아니다”며 “보통 일반인 소환하는 것도 이렇게는 안 한다. 조율해서 하는 거지, 일방적으로 하는 경우는 없다”고 소환조사 불참 사유를 밝혔다.

이로부터 며칠 후, 이 대표는 직접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검찰에 출두할 뜻을 밝혔다. 그는 “잘 아시는 것처럼 무혐의로 종결된 사건”이라면서도 “검찰의 행태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지만 당당하게 임하도록 하겠다. 이미 정해진 일정 등이 있어 당장 가기는 어렵지만, 가능한 날짜와 조사 방식에 대해 변호인을 통해 협의해서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검찰 소환에 응할 계획임을 밝혔다.

강제소환?
자진출석?

이 대표의 변호인은 검찰에 12월28일 출석은 어렵고, ‘1월 둘째 주 닷새’ 동안 검찰에 출석이 가능하다는 내용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 측이 오히려 출석일을 상정해 전달한 것이다. 이에 검찰은 오는 10일 오전 그를 불러 조사할 계획을 세웠다.


제1야당 대표의 검찰 소환이 비로소 구체화되고 있는 것이다. 너무 많은 혐의점에 얽매이며 소환에 불응할 방침을 세운 이 대표가 갑자기 변심한 이유는 무엇일까.

<일요시사>가 만난 민주당 소식통에 따르면 이 대표는 검찰에 ‘한 차례’ 정도 출석할 것이고 이때 받은 조사 과정을 가감 없이 언론에 알릴 예정이다.

정계 관계자들은 이 대표가 검찰 출석하는 데 민주당 내부 단속, 여론 전환, 지지층 결집 등 적어도 세 개의 노림수가 있을 것이라고 봤다. 가장 큰 노림수는 내부 단속이다. 최근 민주당 내 기류는 이 대표의 결백을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대표와 가깝다고 알려진 의원들까지 이 대표가 ‘무죄’가 아닐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 따르면, 대선 운동기간부터 이 대표와 정치적 공동체로 인식됐던 친명(친 이재명)계 의원이 이 대표를 향해 쓴소리를 냈다. 그는 “이재명 대표가 ‘당은 당이고(사법 리스크는) 내 문제’라고 당당하게 말을 했어야 했다. 당당하게 왜 말을 못 하나”라며 “개인에 대한 공격인지, 당에 대한 공격인지에 대한 판단이 서로 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친명계가 야당 탄압이라고 주장한 검찰의 수사에 대해 최초로 결이 다른 목소리를 낸 것이다. 이는 ‘수사는 수사대로 받고 당 문제는 별개’라는 비명(비 이재명)계 논리를 그대로 차용한 것이다. 한 민주당 인사는 “수사가 진척되면서 친명계 사이에 의심의 눈초리가 매서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인사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저 보도(친명계 의원 인터뷰)가 나간 것은 이미 분위기가 많이 쏠린 후”라며 “비명계는 물론이고 최근엔 친명계까지 이 대표에 대한 의견이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상태다. 계속 억울하다고만 하는 이 대표지만 검찰의 수사는 꽤 진척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여의도 중앙 무대 경험이 없는 만큼 원래 정치세력이 많지 않은 인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전력만 있는 이 대표는 지난해 보궐선거로 처음 국회에 입성한 초선 의원이다. 오랜 시간 그와 가깝게 지냈다던 7인회 등을 빼면 친명계는 사실 세력이 다져진 지 1년을 갓 넘은 신생 세력이다.

2021 대선 경선과 2022년 전당대회를 거치며 그 세가 민주당의 절반쯤으로 불어난 상태지만 규합된 세월이 짧은 만큼 결속력도 낮다는 게 지배적이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현재 지도부와 처럼회 등은 이 대표 당선 이후 그와 긴밀한 관계를 꾸준히 유지해오고 있다.

계파 갈등이 한창 불거졌을 때 이 대표를 끝까지 지켜낸 것도 이들이며 최근 이 대표를 향해 조여오고 있는 검찰의 수사망을 비판하고 있는 것도 이들이다.

그러나 치밀해지는 검찰 수사에 절반가량 불어난 친명계가 점점 와해되고 있다는 지적이 최근 계속 속출하고 있는 분위기다. 길어지는 검찰 수사에 버티지 못하는 의원이 하나둘 이 대표를 향한 위기설을 고조시키고 있고, 내년 22대 총선이 다가올수록 이런 의원들의 목소리가 점차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민주당 내부서 들리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를 누구보다 빨리 읽고 있는 이 대표 측근들은 당내 분위기 전환을 위해 그가 ‘정면돌파’해야 한다는 의견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반창꼬?

여의도 전문가들은 이 대표의 검찰 출석 결정은 자의보다는 타의에 의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 비명계 의원실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균열이 가고 있는 친명계 의원들의 충성심에 이 대표가 스스로 나서서 반창고를 붙여주는 꼴”이라며 “이 대표가 위기 때마다 보여줬던 ‘정면돌파’ 스타일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것으로 읽힌다”고 분석했다. 

내부 단속도 단속이지만 여론의 동향도 심상치 않다. 연일 도배되고 있는 이 대표 수사에 대한 뉴스는 유권자들에게 이미 피로감을 상당히 준 상태다. 검찰은 야당 대표의 각종 사법 리스크를 수사하며 언론에 크고 작은 뉴스를 매일 흘리는 중이다. 수사 중인 혐의가 많은 만큼 뉴스의 종류도 다양하고 횟수도 빈번하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 직후 잠깐 상승곡선을 탔던 민주당 지지율은 엎치락뒤치락을 반복하다가 최근 다시 20%대로 주저앉았다.

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달 말 전국 18세 이상 성인 101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 지표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도는 12월 3째주 26%로, 5째주 지지도는 32%로 각각 나타난 것으로 조사됐다. 그에 반해 민주당은 3째주 30%, 5째주엔 28%를 기록했다.

윤 대통령의 여러 헛발질이 잠잠해지자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앞지르는 여론조사가 계속 발표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5째주 지지율 조사에서 민주당이 28%를 기록한 것은 민주당 지지율이 석 달 만에 30% 이하로 떨어진 수치다.

“시간은 여당편”이라는 속설을 증명하듯 계속되는 지지율 추락은 민주당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민의힘이 연달아 비대위를 해산시켰다가 다시 출범하는 등 안정적이지 못한 모양새를 계속 보임에도, 당의 권력구도가 어느 정도 정리된 ‘안정된’ 민주당이 계속해서 ‘지는’ 여론조사가 나오는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치 혁신과 획기적인 결단을 통해 여당을 이길 ‘반전 카드’를 모색해야 할 때, 당 대표가 계속 검찰과 줄다리기만 하고 있으면 이 동향이 총선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불안한 목소리도 나온다. 여의도 정가에선 이 대표의 검찰 출석은 그런 당내 불만 목소리에 어느 정도 부응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친명계 단속·여론전환·지지층 결집
이 대표, 개딸들 안심시키는 데 총력

민주당 내부 소식에 정통한 한 평론가는 “여론을 반전시킬 결단의 카드일 수도 있다”며 “지난 대선 때를 상기시켜보면 이 대표가 각종 리스크에 정면을 맞받아칠 때마다 지지율은 상승해왔다. 정치인이 검찰에 출석하는 것을 본 대중은 ‘뭔가 있는 것 아니냐’며 생각하기보다는 ‘떳떳한가 보다’로 생각하는 게 최근 여론 동향이다. 이 대표도 이를 알고 있을 것”이라고 <일요시사>에 전했다.

실제로 이 대표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아들과 배우자 문제가 불거지고, 대장동 수사가 진척될 때마다 직접 해명하거나 사과하면서 지지율을 방어한 전례가 있다. 이미 수차례 포토라인에 섰을 때 망신보다 직접 나서서 해결하는 ‘안정감’이 더 중요하다는 경험을 한 셈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이 대표는 민주당 지지자들에 대한 내부 결속도 기대할 수 있다. 최근 이 대표는 개딸(개혁의 딸들)로 불리는 열성 지지자들을 중앙위원회에 포함시키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민주당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민주당 서울시당은 최근 당의 의사결정기구인 운영위원회에 권리당원 2명을 앉히기로 결정했다. 

민주당원 중 당비를 6개월 이상 납부하면 누구나 권리당원이 될 수 있다. 전대 때 대거 유입된 이 대표의 열성 지지자 중 누구나 시도당의 의사결정기구에 들어갈 수 있다는 얘기다. ‘팬덤정치’로 비판받고 있는 이 대표의 열성 지지자들에게 민주당의 ‘키’를 맡긴 셈인데, 이를 두고 이 대표의 민주당 길들이기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이는 민주당이 시행하고 있는 시스템 공천에서 결정적 영향을 미칠 위치에 개딸들을 배치하겠다는 것으로 실현 시 자연스럽게 이 대표의 세력 확장에 매우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 또 당내서 중요해진 강성 지지층들에게도 이 대표는 검찰 출석이라는 카드로 결집을 유도할 수 있다.

이미 이 대표가 검찰에 ‘탄압’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지지층에게 검찰에 출석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그동안 그랬던 것처럼 지지층은 모두 ‘이 대표 지키기’에 돌입할 것이라는 게 민주당 내부의 시각이다.

이 대표의 지지층은 그가 정치하며 많은 탄압을 받았다고 생각하고 그럴 때마다 본인들이 ‘지켜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먹고
먹히는

정치화된 검찰 수사와 또 그를 역이용하려는 정치권은 서로 먹고 먹히는 싸움을 진행 중이다. 시급한 현안들조차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있는 제21대 국회는 이처럼 정치 검사와의 기싸움으로 남은 1년을 보낼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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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이후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미묘한 시기에 사정기관의 칼끝이 문재인정부를 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기관에 대해 ‘바람이 불기도 전에 눕는다’고 비판한다. 권력의 향방에 따라 행보를 달리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과도기’ 상황에 놓여있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탄핵안 인용으로 파면됐고 새 대통령은 아직 뽑히지 않았다. 헌법은 대통령 궐위 이후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존재하긴 하지만, 한정된 권한만을 행사할 수 있기에 우리나라는 이른바 ‘반쪽짜리 정부’ 상태에 있는 셈이다. 새 정부 앞두고… 대선 정국이 시작되면 국가기관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움직임은 느려진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이전 정부와 180도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 보고 변화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형태로 직에서 물러나면서 다음 정부는 여느 정부보다 ‘전 정부 지우기’에 몰두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서 새로운 정책을 펴거나 기존 정책을 발전시키는 행보는 무의미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사정기관은 말할 것도 없다. 선거에 미칠 영향 때문에라도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편이다. 특히 유력 후보와 관련한 사건은 대선 이후로 미루는 경우도 허다하다. 자칫하다가는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 이번 대선은 선거 기간이 짧아 국민의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 작은 사건이 대선에 나비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검찰과 감사원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후보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전 대통령이 표적이 됐다. 이전부터 해온 수사와 조사의 결과를 내놓는다고 하기엔 시기가 미묘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4일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21년 12월 시민단체 고발 이후 3년5개월여 만이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모씨의 항공사 특혜 채용 의혹 등을 수사해 왔다. 서씨가 취업했던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도 뇌물공여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문 전 대통령의 딸인 다혜씨와 서씨는 기소유예 처분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다혜씨, 서씨와 공모해 이 전 의원이 실소유한 이스타항공의 해외법인 격인 타이이스타젯에 서씨를 임원으로 채용하도록 했다. 서씨는 2018년 8월 취업 이후 2020년 3월까지 타이이스타젯에서 급여로 약 1억5000만원, 주거비 명목으로 6500만원을 받았다. 집값 통계 조작 결과 발표 청와대 외압 정황도 나와 검찰은 서씨의 취업으로 문 전 대통령이 그간 다혜씨 부부에게 주던 생활비 지원을 중단한 점을 들어 문 전 대통령이 이 금액만큼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봤다고 판단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 직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의원은 “터무니없고 황당한 기소”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보복성 기소”라는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윤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린다. 그는 “법정서 진실을 밝히는 것을 넘어 검찰권이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행사되고 남용되고 있는지 밝히는 계기로 삼겠다”며 “수사권 남용 등 검찰의 불법행위에 대해 형사 고소하는 것은 물론, 검찰을 개혁하는 기회로 여기겠다”는 발언도 내놨다. 검찰 기소에 앞서 감사원도 문정부에 대한 감사 결과를 내놨다. 문정부 임기 동안 부동산 등 국가 통계를 광범위하게 조작했다는 내용이다. 특히 청와대와 정부가 통계 작성 기관 등에 압박을 가한 사실도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지난달 17일 감사원은 ‘주요 국가 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주택통계), 가계동향 조사(소득통계), 경제활동인구 조사(고용통계) 등을 감사한 자료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11명)·국토교통부(7명)·한국부동산원(7명)·통계청(6명) 등 총 31명에 대해 징계 요구(14명)·인사자료 통보(17명) 등 엄중 조치하는 한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와 통계청 등에 통계의 정확성·신뢰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고 향후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제도개선 통보 및 주의 요구를 처분했다. 검찰 기소 왜 지금? 감사원은 2023년 9월 대통령비서실·국토부·통계청·한국부동산원(이하 부동산원) 소속 22명 가운데 일부 주요 관련자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당시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및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홍장표 전 경제수석,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이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와 국토부는 주택 가격에 대해 부동산원에 ‘통계 결과를 미리 알고 싶다’며 사전 제공하도록 지시했고 이 자료를 바탕으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 결과를 임의로 수정하고 통계 개선 명목으로 표본 가격을 조작하는 등 통계 왜곡을 은폐했다. 이렇게 집값 관련 통계 수치를 조작한 사례는 감사원 확인 결과 102건에 달했다. 청와대와 국토부가 부당한 외압을 행사한 구체적인 정황도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외압은 2018년 1월 서울 양천, 성남 분당의 주택 매매 가격 주간 변동률 왜곡 등에 처음 시작됐고, 2018년 하반기 부동산시장이 요동치자, 객관적 근거도 없이 특정 지역 개발계획 철회 등 정부 발표 내용이 시장 안정에 효과를 준 것처럼 통계에 반영토록 요구했다. 감사원은 “국회·언론은 국정감사 등에서 주택 가격 동향 조사 변동률 등이 시장 상황 및 민간 통계 등과 다르다며 통계의 정확성·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으나 개별 표본 가격 등 구체적인 통계자료는 공개되지 않아 표본 가격이 시장가격과 격차가 벌어진 사실은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감사원 감사 결과 문정부가 핵심 정책의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통계를 조작한 사실도 드러났다. 문정부는 출범 때부터 ‘소득 주도 성장’을 일관되게 밀어붙였다.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도 정부 주도로 진행했다. 문제는 그 효과를 정부 차원에서 왜곡했다는 점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통계청은 2017년 각각 2·3·4분기 가계소득을 가집계한 결과 전년 대비 감소로 확인되자, 정당한 절차 없이 표본 설계에 없는 가중값을 임의로 적용해 가계소득을 증가시켰다. 부동산·고용 다 건드렸다 소득 불평등과 관련해서도 ‘마사지’가 들어갔다. 청와대는 2018년 1분기 소득5분위 배율이 역대 최악(5.95)으로 나타나자 통계청에 개인정보 등이 포함된 통계자료를 사전 제공하도록 부당한 지시를 했다. 또 한 노동연구원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개인별 근로소득 불평등 개선’으로 보고·발표하도록 지시했다. 통계청은 청와대 지시에 따라 통계자료 제공 관련 보도 설명 자료 등을 사실과 다르게 작성·발표했다. 감사원 결과가 나온 이후 정치권은 들끓었다. 국민의힘은 ‘국기 문란 범죄’라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감사원의 ‘표적 감사’라고 맞섰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이 모든 실패를 통계 조작으로 감추고 국민의 고통 위에 거짓의 탑만 쌓아 올렸다. 거짓의 탑이 무너지려고 하자 최재해 감사원장을 탄핵했다”며 “한술 더 떠서 이재명은 감사원을 민주당 자신들이 장악한 국회 아래로 이관해 손아귀에 틀어쥐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표본도, 지수 작성 방식도, 자료 수집 방식도 다른 통계를 동일선상에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상식 중의 상식”이라며 “이미 전 정권이 돼버린 윤석열정권의 잔당들이 전 정권(문재인정부)의 숨통을 기어이 끊어놓겠다는 의지가 부른 희대의 사건”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발표한 시기도 지적했다. 한 최고위원은 “윤석열정부 출범 4개월 만에 착수한 감사를 새 정부 수립을 불과 47일 앞둔 때에 마무리한 저의가 대체 무엇인가”라며 “대통령선거에 개입하겠다는 저열한 의도가 있지 않고서야 이런 짓을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이 의도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북한 GP 파괴 두고도 수사 요청 민주 “해체 준하는 개혁” 반발 감사원은 지난달 24일에도 문정부 당시 군 인사 6명을 수사해달라 요청했다. 이들은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북한이 파괴한 북한군 최전방 감시초소(GP)에 대한 우리 측의 불능화 검증을 부실하게 진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경두·서욱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국방부·합동참모본부 관계자들이 수사 요청 대상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2018년 체결한 9·19 군사 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내 GP 10개씩을 파괴하고 1개씩은 원형을 보존하면서 병력과 장비를 철수시킨 뒤 상호 현장 검증을 실시했다. 당시 군 당국은 북한군 GP 1개당 총 7명씩 총 77명으로 검증단을 파견해 현장 조사를 한 뒤 북한군 GP가 완전히 파괴됐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북한군 GP 지하시설의 존재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우리 군 당국이 이 부분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나왔다. 전직 군 장성 모임인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은 지난해 1월 이 내용을 포함한 북한군 GP 불능화 검증 부실 의혹에 대한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그 결과가 이번 감사원의 수사 요청인 셈이다.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와 감사원의 연이은 문정부 ‘공격’에 민주당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검찰과 감사원이 노골적으로 대선에 개입하며 ‘신 관권선거’를 주도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5일 국회 소통관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기소하고 감사원이 북한의 GP 파괴 관련 결과를 내놓은 이후다. 조 수석대변인은 “권력기관이 이제 대통령선거에까지 사실상 개입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마지막까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졸개이기를 자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내란 세력이 벌이는 최후의 저항을 국민과 함께 막아내고 내란 세력을 철저히 뿌리 뽑아 국민 주권을 돌려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대세 영향 미칠까? 앞서 민주당은 집값 등 통계 조작 관련 감사원 발표 이후 ‘해체에 준하는 개혁 대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민주당 전 정권 탄압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서 나온 발언이다. 민주당은 “독립 기관이라는 존재 가치를 상실한 채 내란 옹호 기관이라는 오명을 안은 감사원에 닥칠 결말은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도 문정부 표적 감사, 윤정부 부실 감사 등을 이유로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헌재가 탄핵안을 기각해 최 원장은 직무에 복귀했으나 감사원장이 국회로부터 탄핵 소추당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