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라인 서는 이재명 세 가지 방탄 노림수

정치 놀음으로 전락한 기싸움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새해가 밝으며 검찰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간의 기싸움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지난달 검찰은 새해 기싸움의 예고편을 미리 날린 바 있다. 지난달 둘째 주 이 대표에게 이미 소환 통보를 보낸 것이다. 이 대표가 통보받은 날짜는 지난달 28일 수요일로, 민주당 측은 이미 일정이 예정돼있어 ‘28일 소환에는 불응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내 몇몇 소식통에 따르면, 이재명 대표 측은 당초 검찰 소환에 전면 불응할 계획을 세웠었다. 이 당시에는 아직 소환 통보를 받기 전이었지만, 민주당은 곧 검찰 소환이 있을 것을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언제?
어떻게?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지난달 초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에서 “알다시피 정치적인 목적으로 수사 중인 검찰은 곧 이재명 대표에게 소환 통보를 할 것”이라며 “그러나 모두 불응할 예정이다. 검찰, 정권의 의도가 뻔히 보이는 소환조사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예견대로 검찰은 지난달 22일 민주당 측에 정식으로 소환조사 요청을 했고, 통보 소식을 들은 언론은 발 빠르게 이를 보도했다. 세간의 이목은 이 대표의 출석 여부에 쏠렸으나 민주당은 바로 소환에 응하지 않겠다고 언론에 알렸다. 

민주당 김의겸 대변인은 이날 오후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검찰이 성남FC 광고비 사건으로 소환조사하겠다고 통보했다”며 “검찰이 이 대표를 소환조사하겠다고 통보한 게 어제 저녁이다. 일선 당직자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했고, 팩스 한 장 보낸 게 전부”라며 거부의 뜻을 밝혔다.


현재 이 대표가 검찰에 수사받고 있는 혐의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대표적 사법 리스크인 대장동 개발 의혹부터 변호사비 대납 의혹, 성남FC 후원금 의혹, 대선운동 선거법 위반에 이 대표 가족 리스크까지 검찰은 전방위적으로 이 대표를 압박하고 있고, 최측근들과 가족들은 연일 검찰에 소환돼 조사받고 있다.

검찰이 이번에 소환을 통보한 혐의는 대장동도, 가족 리스크도 아닌 성남FC 후원금 의혹이었다.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3부(유민종 부장검사)는 이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재임하던 시절, 네이버, 차병원, 두산건설 등 당시 성남시에 위치한 기업들로부터 성남FC 후원금을 받고 기업들의 편의를 봐줬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치권에 따르면 수원지검은 이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검찰은 이 대표에게 제3자뇌물죄를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제3자뇌물공여죄란 공직에 있는 사람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요구 또는 약속할 때 처벌하는 법조항이다.

이를 위반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 정지 처벌을 받는다. 검찰은 성남시장이었던 이 대표가 기업들로부터 제3자인 성남FC에 뇌물(후원금)을 받게 하고 기업들에게 유리한 인허가 건을 해결해줬다고 해석하고 있다.

다소 생소한 법률인 제3자뇌물죄는 실제 처벌까지의 과정이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초 전면 불응 가닥…최근 기류 바뀌어
균열 가는 친명, 검찰 출석 숨은 의도는?

그러나 지난 국정 농단 사건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해당 법률로 처벌된 바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게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제3자)에 후원하게 하고 기업 승계 문제에 관여한 혐의를 받았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묵시적 청탁만으로도 부정한 청탁이 인정된다”고 판단해 유죄를 선고했다.

법률가들은 박 전 대통령의 사례를 들어 이 대표의 경우도 처벌받을 확률이 상당하다고 파악하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특히 두산건설과 이 대표 간의 관계를 유심히 지켜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두산건설은 1991년 성남 일대에 70억원가량의 병원 부지를 매입한 바 있다. 문제는 이때 사놓은 토지가 ‘용도 변경’을 통해 가격이 급등한 사실이다. 

현재 두산이 보유한 토지는 1조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지나며 땅값이 오르는 것은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두산처럼 100배나 오르는 경우는 드물다. 토지 전문가들은 이런 기하급수적인 땅값 상승이 성남시청 덕분이라고 입을 모은다.

2015년 성남시가 해당 토지를 용적률 250%에서 670% 상향 조정해주고 연면적도 1만2000평에서 3만8954평으로 높여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때 당시 당시 성남시장을 맡고있던 사람은 다름 아닌 이 대표였다.

성남FC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 의지가 매우 강한 검찰에 이 대표의 소환조사는 필수적이다. 이를 알고 있는 이 대표 측이 쉽사리 소환에 응하지 않을 계획을 세운 것이다.

그러나, 최근 그런 이 대표 측의 수사 협조 의지가 바뀌었다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이 대표가 당초 정해놨던 ‘소환 불응’을 철회하고 포토라인에 설 각오를 했다는 것이다.

지난달, 민주당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린 이미 일정이 정해져 있다. 다른 일정이 있는데 일방적으로 나오라고 통보하는 건 제1야당과 제1야당 대표에 대한 태도가 아니다”며 “보통 일반인 소환하는 것도 이렇게는 안 한다. 조율해서 하는 거지, 일방적으로 하는 경우는 없다”고 소환조사 불참 사유를 밝혔다.

이로부터 며칠 후, 이 대표는 직접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검찰에 출두할 뜻을 밝혔다. 그는 “잘 아시는 것처럼 무혐의로 종결된 사건”이라면서도 “검찰의 행태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지만 당당하게 임하도록 하겠다. 이미 정해진 일정 등이 있어 당장 가기는 어렵지만, 가능한 날짜와 조사 방식에 대해 변호인을 통해 협의해서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검찰 소환에 응할 계획임을 밝혔다.

강제소환?
자진출석?

이 대표의 변호인은 검찰에 12월28일 출석은 어렵고, ‘1월 둘째 주 닷새’ 동안 검찰에 출석이 가능하다는 내용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 측이 오히려 출석일을 상정해 전달한 것이다. 이에 검찰은 오는 10일 오전 그를 불러 조사할 계획을 세웠다.


제1야당 대표의 검찰 소환이 비로소 구체화되고 있는 것이다. 너무 많은 혐의점에 얽매이며 소환에 불응할 방침을 세운 이 대표가 갑자기 변심한 이유는 무엇일까.

<일요시사>가 만난 민주당 소식통에 따르면 이 대표는 검찰에 ‘한 차례’ 정도 출석할 것이고 이때 받은 조사 과정을 가감 없이 언론에 알릴 예정이다.

정계 관계자들은 이 대표가 검찰 출석하는 데 민주당 내부 단속, 여론 전환, 지지층 결집 등 적어도 세 개의 노림수가 있을 것이라고 봤다. 가장 큰 노림수는 내부 단속이다. 최근 민주당 내 기류는 이 대표의 결백을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대표와 가깝다고 알려진 의원들까지 이 대표가 ‘무죄’가 아닐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 따르면, 대선 운동기간부터 이 대표와 정치적 공동체로 인식됐던 친명(친 이재명)계 의원이 이 대표를 향해 쓴소리를 냈다. 그는 “이재명 대표가 ‘당은 당이고(사법 리스크는) 내 문제’라고 당당하게 말을 했어야 했다. 당당하게 왜 말을 못 하나”라며 “개인에 대한 공격인지, 당에 대한 공격인지에 대한 판단이 서로 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친명계가 야당 탄압이라고 주장한 검찰의 수사에 대해 최초로 결이 다른 목소리를 낸 것이다. 이는 ‘수사는 수사대로 받고 당 문제는 별개’라는 비명(비 이재명)계 논리를 그대로 차용한 것이다. 한 민주당 인사는 “수사가 진척되면서 친명계 사이에 의심의 눈초리가 매서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인사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저 보도(친명계 의원 인터뷰)가 나간 것은 이미 분위기가 많이 쏠린 후”라며 “비명계는 물론이고 최근엔 친명계까지 이 대표에 대한 의견이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상태다. 계속 억울하다고만 하는 이 대표지만 검찰의 수사는 꽤 진척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여의도 중앙 무대 경험이 없는 만큼 원래 정치세력이 많지 않은 인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전력만 있는 이 대표는 지난해 보궐선거로 처음 국회에 입성한 초선 의원이다. 오랜 시간 그와 가깝게 지냈다던 7인회 등을 빼면 친명계는 사실 세력이 다져진 지 1년을 갓 넘은 신생 세력이다.

2021 대선 경선과 2022년 전당대회를 거치며 그 세가 민주당의 절반쯤으로 불어난 상태지만 규합된 세월이 짧은 만큼 결속력도 낮다는 게 지배적이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현재 지도부와 처럼회 등은 이 대표 당선 이후 그와 긴밀한 관계를 꾸준히 유지해오고 있다.

계파 갈등이 한창 불거졌을 때 이 대표를 끝까지 지켜낸 것도 이들이며 최근 이 대표를 향해 조여오고 있는 검찰의 수사망을 비판하고 있는 것도 이들이다.

그러나 치밀해지는 검찰 수사에 절반가량 불어난 친명계가 점점 와해되고 있다는 지적이 최근 계속 속출하고 있는 분위기다. 길어지는 검찰 수사에 버티지 못하는 의원이 하나둘 이 대표를 향한 위기설을 고조시키고 있고, 내년 22대 총선이 다가올수록 이런 의원들의 목소리가 점차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민주당 내부서 들리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를 누구보다 빨리 읽고 있는 이 대표 측근들은 당내 분위기 전환을 위해 그가 ‘정면돌파’해야 한다는 의견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반창꼬?

여의도 전문가들은 이 대표의 검찰 출석 결정은 자의보다는 타의에 의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 비명계 의원실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균열이 가고 있는 친명계 의원들의 충성심에 이 대표가 스스로 나서서 반창고를 붙여주는 꼴”이라며 “이 대표가 위기 때마다 보여줬던 ‘정면돌파’ 스타일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것으로 읽힌다”고 분석했다. 

내부 단속도 단속이지만 여론의 동향도 심상치 않다. 연일 도배되고 있는 이 대표 수사에 대한 뉴스는 유권자들에게 이미 피로감을 상당히 준 상태다. 검찰은 야당 대표의 각종 사법 리스크를 수사하며 언론에 크고 작은 뉴스를 매일 흘리는 중이다. 수사 중인 혐의가 많은 만큼 뉴스의 종류도 다양하고 횟수도 빈번하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 직후 잠깐 상승곡선을 탔던 민주당 지지율은 엎치락뒤치락을 반복하다가 최근 다시 20%대로 주저앉았다.

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달 말 전국 18세 이상 성인 101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 지표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도는 12월 3째주 26%로, 5째주 지지도는 32%로 각각 나타난 것으로 조사됐다. 그에 반해 민주당은 3째주 30%, 5째주엔 28%를 기록했다.

윤 대통령의 여러 헛발질이 잠잠해지자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앞지르는 여론조사가 계속 발표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5째주 지지율 조사에서 민주당이 28%를 기록한 것은 민주당 지지율이 석 달 만에 30% 이하로 떨어진 수치다.

“시간은 여당편”이라는 속설을 증명하듯 계속되는 지지율 추락은 민주당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민의힘이 연달아 비대위를 해산시켰다가 다시 출범하는 등 안정적이지 못한 모양새를 계속 보임에도, 당의 권력구도가 어느 정도 정리된 ‘안정된’ 민주당이 계속해서 ‘지는’ 여론조사가 나오는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치 혁신과 획기적인 결단을 통해 여당을 이길 ‘반전 카드’를 모색해야 할 때, 당 대표가 계속 검찰과 줄다리기만 하고 있으면 이 동향이 총선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불안한 목소리도 나온다. 여의도 정가에선 이 대표의 검찰 출석은 그런 당내 불만 목소리에 어느 정도 부응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친명계 단속·여론전환·지지층 결집
이 대표, 개딸들 안심시키는 데 총력

민주당 내부 소식에 정통한 한 평론가는 “여론을 반전시킬 결단의 카드일 수도 있다”며 “지난 대선 때를 상기시켜보면 이 대표가 각종 리스크에 정면을 맞받아칠 때마다 지지율은 상승해왔다. 정치인이 검찰에 출석하는 것을 본 대중은 ‘뭔가 있는 것 아니냐’며 생각하기보다는 ‘떳떳한가 보다’로 생각하는 게 최근 여론 동향이다. 이 대표도 이를 알고 있을 것”이라고 <일요시사>에 전했다.

실제로 이 대표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아들과 배우자 문제가 불거지고, 대장동 수사가 진척될 때마다 직접 해명하거나 사과하면서 지지율을 방어한 전례가 있다. 이미 수차례 포토라인에 섰을 때 망신보다 직접 나서서 해결하는 ‘안정감’이 더 중요하다는 경험을 한 셈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이 대표는 민주당 지지자들에 대한 내부 결속도 기대할 수 있다. 최근 이 대표는 개딸(개혁의 딸들)로 불리는 열성 지지자들을 중앙위원회에 포함시키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민주당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민주당 서울시당은 최근 당의 의사결정기구인 운영위원회에 권리당원 2명을 앉히기로 결정했다. 

민주당원 중 당비를 6개월 이상 납부하면 누구나 권리당원이 될 수 있다. 전대 때 대거 유입된 이 대표의 열성 지지자 중 누구나 시도당의 의사결정기구에 들어갈 수 있다는 얘기다. ‘팬덤정치’로 비판받고 있는 이 대표의 열성 지지자들에게 민주당의 ‘키’를 맡긴 셈인데, 이를 두고 이 대표의 민주당 길들이기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이는 민주당이 시행하고 있는 시스템 공천에서 결정적 영향을 미칠 위치에 개딸들을 배치하겠다는 것으로 실현 시 자연스럽게 이 대표의 세력 확장에 매우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 또 당내서 중요해진 강성 지지층들에게도 이 대표는 검찰 출석이라는 카드로 결집을 유도할 수 있다.

이미 이 대표가 검찰에 ‘탄압’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지지층에게 검찰에 출석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그동안 그랬던 것처럼 지지층은 모두 ‘이 대표 지키기’에 돌입할 것이라는 게 민주당 내부의 시각이다.

이 대표의 지지층은 그가 정치하며 많은 탄압을 받았다고 생각하고 그럴 때마다 본인들이 ‘지켜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먹고
먹히는

정치화된 검찰 수사와 또 그를 역이용하려는 정치권은 서로 먹고 먹히는 싸움을 진행 중이다. 시급한 현안들조차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있는 제21대 국회는 이처럼 정치 검사와의 기싸움으로 남은 1년을 보낼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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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