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줄다리기’ 중대선거구제 뭐길래…

서로 “죽겠다” 앓는 소리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거대 양당의 독식을 끝내야 한다는 주장은 정치권에서 매년 나왔던 이야기다. 권력을 분산시켜야 한다는 말도 마찬가지다. 현역 의원들도 대부분 겉으론 동의한다. 그러나 권력의 맛에 이미 심취해버린 이들이 쉽게 내려놓을 수 있을까.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노동·연금 등 3대 개혁을 띄운 이후 시선이 정치권으로 쏠리고 있다. 정치개혁이 필요하다고 인식한 모양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신년 인터뷰에서 “중대선거구제가 필요하다”며 시동을 걸었다. 김진표 국회의장도 힘을 보태면서 중대선거구제는 향후 여야 정국의 중요한 핵심 의제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채택 여부에 관심이 모인다. 

장단 극명

현행 투표는 소선구제 방식으로 1개 지역구서 1명의 의원을 뽑는다. 이를 두고 2등 이하의 후보에게 투표한 모든 표들은 모두 사표가 돼 다소 시대에 뒤떨어진 선거제도라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게다가 지역주의를 심화하고, 양당 대결구도를 공고히 한다는 단점도 존재한다.

반면, 중대선거구제는 한 선거구서 2~3인의 대표를 선출하는 제도로 박정희 유신정권 시절과 전두환 군부정권 시절 당시 도입됐던 바 있다. 이들은 중대선거구제를 여당의 절대 다수 확보 수단으로 활용했는데 이는 현재 운영 중인 소선구제로 바뀐 계기가 됐다. 

과거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김무성 전 대표와 문재인 전 대통령(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은 박근혜정부였던 2015년, 선거제도 개편을 위한 논의를 가졌다. 당시 박정부에서 반대 기조가 워낙 뚜렷했던 탓에 개편 작업은 결국 무산됐다. 


지난해 20대 대선 당시 윤 대통령도 중대선거구제 개편이 필요하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 역시 양당 독식 체제를 깨야 한다며 다당제 도입에 찬성했다. 이 같은 이유를 근거로 21대 국회에서는 여야 중진 의원들과 원내 5당 의원들이 지난해 정치개혁 5법을 공동 발의하기도 했다. 

사실 소선구제 개편 작업은 크게 어렵지 않다. 선거구제만 개편하면 되는 일이기 때문에 헌법 개정 같은 복잡한 프로세스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국회서 여야가 기득권을 내려놓겠다고 합의 시 충분히 개혁이 가능한 셈이다. 

현역 의원들 겉으론 동의
실제 내려놓을 수 있을까

중대선거구제도의 장단점은 극명히 갈린다. 장점은 지역주의가 심한 대표적인 지역인 호남에서 보수 정치인이, 반대로 영남서 진보 정치인이 당선될 수 있다는 점이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중대선거구제의 장점을 높이 평가했다.

정당 지지도가 낮은 정당서 당선인을 낼 수 있고, 정당 경쟁구도 형성과 다당제 진입을 용이하게 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6·1 지방선거에서도 실험 차원에서 일부 지역(30곳)에 중대선거구제가 도입돼 실시됐다.

그러나 결국 양당의 독식 체제를 깨는 데는 실패했다. 선거구 총 109곳 가운데 단 4곳을 제외하고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나눠 가졌다. 과거에도 이 같은 거대 양당의 나눠먹기 폐해는 꾸준히 제기돼왔다. 

보통 선거 지역구는 인구를 기준으로 나뉘는데 지방은 인구소멸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해마다 눈에 띄는 인구감소로 인해 지역구도 총선 때마다 바뀌는 추세다. 중대선거구제를 실시하게 될 경우, 지역을 어떻게 나눌지도 문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선거구제 개편을 띄운 배경을 두고 ‘수도권 흔들기’ 전략이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나온다.

현재 서울·경기·인천은 민주당이 100석을 차지하고 있는 반면, 국민의힘은 19석에 불과하다. 실제로 국민의힘 내에선 수도권이 최대의 취약 지역으로 꼽히는 만큼 수도권 승리가 절실하다. 수도권 내 다수 의석을 차지해야 국정운영이 원활해지기 때문이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한 라디오 인터뷰서 “선거 지역이 넓어지고, 내 사람들의 인지도가 낮아 진출하는 데 좋은 방안으로 지역구를 바꿔 볼까하며 흔드는 차원의 문제 제기”라고 말했다. 

민주당, 수도권서 불리해져
국민의힘, 텃밭서 어려워져

또 다른 이유는 정계개편이다. 선거제 개편으로 당락이 엇갈리는 후보들이 서로 뭉치게 될 경우, 거대 양당 외에 3당 혹은 4당 출현을 기대하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도 본격적으로 선거구제 개편 논의에 들어가는 모양새다. 다만 민주당이 윤 대통령의 정치적 의도에 의구심을 표하는 등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2일, 국회 최고위원회서 “당내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라 쉽게 말하는 건 적절치 않다”면서도 “제3 선택이 가능한 정치 시스템이 바람직하고, 그 방식이 중대선거구제여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반대 입장임을 분명히 했다.

이는 앞서 대선 당시 “양당 독식 체제를 깨야 한다”며 다당제 도입 주장과는 정면 배치되는 발언으로 추후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른바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는 궤변이라는 주장이 나올 수도 있다.

김성환 정책위의장도 “대통령제하에서는 소선구제가 궁합이 잘 맞는다”며 “윤 대통령의 발언은 국민 심판 여론을 피하기 위한 뜻”이라고 규정해버렸다. 중대선거구제가 시행되면 민주당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는 탓이다.

수도권서 민주당 의석 수가 자연스레 감소할 수 있는데 이 같은 이유로 의원 개개인들 사이서도 다소 혼란이 일고 있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선거구 제도의 장단점을 치열하게 토론해 적합한 제도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장일단이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친윤(친 윤석열)계 인사들은 선거구제 개편과 관련해 목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다. 이들 대부분은 보수 텃밭에 자리 잡고 있는데 공천만 받으면 당선은 떼어놓은 당상이기 때문이다. 굳이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다. 오히려 비윤(비 윤석열)계 인사들이 적극 찬성하는 분위기다.

비윤계 하태경 의원은 “경선 과정에서 윤 대통령과 많은 이야기를 했는데, 그 점(중대선거구제)에서 생각이 일치했다”고 언급했다. 


또 대치?

정치권 일각에서는 차기 총선서 중대선거구제를 바로 적용하기는 힘들지 않겠냐는 의견도 나온다. 22대 총선에 적용되려면 최소한 1년 전까지는 여야가 합의해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민주당이 대놓고 반대 입장인 데다 기존 현역 의원들의 반발까지 맞물려 있는 만큼 사실상 차기 총선에 적용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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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