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삼표 오너 일가 '인제 땅' 수수께끼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2.09.24 19:5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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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급 천혜 요새에 초호화 별장?

[일요시사 경제팀] 김성수 기자 = 삼표그룹 오너 일가가 땅을 사들였다. 국보급 천혜의 요새로 평가되는 강원도 인제의 첩첩산중 부지를 대거 매입했다. 밭도 있고, 산도 있고, 하천도 있다. 가족이 총동원돼 노른자위를 집중 공략했다. 돈 많은 재벌이라 충분히 그럴 수 있다. 그런데 용도가 의문이다. 도대체 뭘 하려고…. 혹시 '별장'은 아닐까.

삼표그룹 오너일가가 강원도 인제 땅을 대거 매입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모두 9000평에 이른다. 개발이 쉽지 않은 지역이라 용도에 시선이 쏠린다.

대법원 인터넷등기소에 따르면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과 그의 자녀(1남2녀)들은 지난해 11월과 지난 5월 두 차례에 걸쳐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방동리 일대 총 13필지 2만8960㎡(약 8775평)를 매입했다. 이들은 모두 강남에 사는 사업가 김모씨로부터 땅을 매매로 소유권 이전했다.

한사람과 거래

정 회장은 지난 5월 방동리 임야 4번지(476㎡)와 잡종지 5-1번지(4261㎡)·5-3번지(83㎡), 전 6-1번지(436㎡)·6-3번지(96㎡)·8-3번지(205㎡) 등 6필지 5557㎡(약 1683평)를 사들였다. 앞서 그의 외아들 대현씨는 지난해 11월 방동리 하천 7번지(863㎡)와 전 8-4번지(456㎡)·10-1번지(936㎡)·10-3번지(516㎡)·11번지(2655㎡) 등 5필지 5426㎡(약 1644평)를 소유하게 됐다. 같은날 정 회장의 두 딸인 지선·지윤씨도 전 8-1번지(17818㎡)와 대지 9번지(159㎡) 등 2필지 17977㎡(약 5447평) 규모의 부지를 각각 지분 50%씩 나눠 매입했다.

첩첩산중이라 매매가는 그리 비싸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교통부 조회 결과 해당 부지들의 공시지가는 지난 1월 기준 단위면적(㎡)당 1만2000원∼1만8000원으로 나타났다. 정 회장과 대현씨, 지선·지윤씨 명의의 부지 공시지가는 각각 6700만원, 5900만원, 2억2200만원 등 총 3억4800만원으로 계산된다.


당연히 실거래가로 따지면 이를 웃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일대의 실거래가가 공시지가보다 훨씬 비싼 가격으로 흥정된다고 입을 모은다. 이곳의 땅값은 지난해부터 매수세가 두드러지면서 최근 가파르게 올랐다고 한다. 이를 토대로 현시세는 10억∼20억원 정도로 파악된다.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인제 방동리의 청정환경이 잇달아 방송 등 언론에 소개된 이후 매수인이 늘면서 지역 땅값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며 "정확한 금액은 알 수 없지만 환경적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삼표 오너일가가 지불한 땅값은 얼추 10억∼20억원을 호가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지에선 해당 부지에 정 회장 일가의 초호화 별장이 들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현씨가 매입한 부지엔 냇가(하천)까지 포함돼 있어 이른바 '아방궁'조성 가능성을 높인다. 삼표그룹은 지난 6월 한 취업사이트에 오너일가의 인제 땅과 향후 별장을 관리할 '별장관리인'채용공고를 내기도 했다.

만약 별장이 조성될 경우 국내 재벌들이 소유한 별장 가운데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정 회장과 그의 자녀들은 현재 인근 땅의 추가 매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부동산 개발업자는 "대기업 오너가 개인 명의로 사업부지를 매입할리 없다. 투기(투자)가 아니라면 해당 부지가 있는 곳은 국보급 천혜의 요새로 평가되는 만큼 별장을 조성할 가능성이 높다"며 "정 회장은 강원도에 다른 별장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9000평에 달하는 크기면 거의 대형 농장 수준"이라고 말했다.

회장·자녀 강원 첩첩산중 부지 대거 매입
'아방궁'조성 추진…특혜·훼손 논란 일듯

다만 별장 등으로 개발 시 특혜 의혹과 자연훼손 논란 부상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이 일대는 방태산(자연휴양림) 자락 진동계곡이 있는 1급 자연지로, 특히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원시림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아침가리골(조경동)이 자리 잡고 있다.


인제군은 이 지역을 '자연휴식년제'구간으로 지정해 건축 불허는 물론 지난해 7월부터 2014년 6월까지 일반인들의 출입을 철저하게 통제하고 있다. 수질과 자연생태 보존을 위해 정기적인 계곡수 수질검사와 각종 수중생물 서식실태 파악 등 체계적인 보존활동을 펼치기 위해서다.

인제군은 "부분통제구간은 사람의 통행만 허용되고 전면통제구간은 차량 및 사람의 출입행위를 절대 금지하고 있다"며 "야영, 취사, 피서, 야유회, 천렵, 세차, 낚시, 목욕, 쓰레기 투기 등 수질오염과 숲 생태환경을 훼손하다 적발되면 최고 2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고 설명했다.

더구나 정 회장 일가가 매입한 땅은 대부분 전(밭)과 임야인 탓에 부지 용도변경 시 적잖은 뒷말이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건축은 대지로 지목이 변경돼야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전·임야 용도는 바로 건축행위를 할 수 없다.

토지 형태를 바꾸는 형질변경을 거쳐 지목을 대지로 변경할 수 있는데, 형질변경을 하기 위해선 국토계획법에 따라 사전에 지자체의 '개발행위 허가'를 받아야 한다. 형질변경도 일종의 개발행위인 셈이다.

그룹 측은 오너일가의 땅 매입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땅의 용도에 대해선 확정된 것이 없다고 일축했다.

삼표그룹 관계자는 "사업부지는 아니다. 오너일가가 인제 땅을 매입한 것은 사실이지만 개인 일이라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없다"며 "별장 조성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땅의 용도에 대해선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관련 부서에 확인해보니 적법한 절차를 거쳐 땅을 매입했다. 만약 별장 등으로 개발을 한다 해도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덧붙였다.

9000평 사들여

정 회장은 형 정문원 전 강원산업 회장을 대신해 부친 고 정인욱 창업주가 별세한 1999년부터 삼표그룹 경영을 맡고 있다. 대현씨는 2005년 과장으로 ㈜삼표에 입사해 2009년 부장으로 승진한데 이어 이듬해 상무가 됐다. 그의 부인은 구자명 LS니꼬동제련 회장의 장녀 윤희씨다.

정 회장의 두 딸도 모두 재계에서 내로라하는 '있는 집'으로 시집갔다. 지선씨는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의 외아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과, 차녀 지윤씨는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장남 박성빈 사운드파이프코리아 대표와 결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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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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