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계 지렛대’ 모나미 황태자의 믿는 구석

쏠쏠한 알짜배기 똘똘한 전진기지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모나미 오너 3세가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사내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 중인 데다, 창업주의 타계를 계기로 지분율에서도 사촌들을 앞선 상황이다. 황태자가 보유한 알짜배기 개인회사는 향후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쏠쏠한 쓰임새가 부각될 것으로 기대된다. 승계 재원 마련을 위한 전진기지로 활용될 여지가 충분하다.

모나미는 고 송삼석 창업주가 1960년 설립한 광신화학공업에 뿌리를 두고 있다. 송 창업주는 필기구의 심 끝에 금속구를 단 볼펜을 국내에서 처음 개발한 인물이다. 철필(펜촉에 펜대를 끼워 쓰는 필기구)이 주류였던 당시 문구 시장에 잉크를 필요로 하지 않는 볼펜은 사무 분야의 혁신을 몰고 왔다.

승계 윤곽
착실한 행보

모나미는 1993년부터 송하경 회장을 축으로 하는 2세 경영 체제를 가동했다. 송 창업주의 장남인 송 회장은 1984년 연세대 응용통계학과를 졸업하고 로체스터대 경영대학원 석사를 수료했다. 1986년 모나미에 입사해 과장, 차장 등을 거쳐 1993년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송 회장은 2000년이 돼서야 송 창업주부터 지분 12%(27만8000주)를 증여받아 모나미 최대주주에 올라섰다.

올해 들어 모나미에서는 주주 구성에서 변화가 목격된 상태다. 지난 4월 송 창업주가 94세에 숙환으로 타계한 게 계기였다. 송 창업주가 보유했던 모나미 지분 3.08%(58만1655주)에 대한 상속은 지난 9월이 돼서야 일단락됐다.


상속 대상은 손자·손녀 총 5명이었고, 당시 주식시세로 20억원(종가 3475원 기준) 상당이다. 송 창업주의 차남(송하철 부회장)과 삼남(송하윤 사장)의 자녀 4명은 송 본부장의 절반인 지분 0.51%씩을 받았다.

송 회장의 아들인 송재화 모나미 상무는 1.03%를 상속받았다. 이로써 송 상무의 보유 주식은 기존 15만9697주에서 35만3582주로 증가했고, 0.84%였던 지분율은 1.87%로 높아졌다. 오너 2세 가운데 송 회장만 자녀가 한 명이어서 송 상무가 상대적으로 많은 주식을 상속받을 수 있었다. 

베일 속
아들 회사

관련업계에서는 이번 상속을 계기로 모나미 3세 경영 체제의 윤곽이 잡혔다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송 상무가 조부 보유 지분을 가장 많이 상속받은 데다, 송 상무가 오너 3세 중 유일하게 모나미에서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는 점을 주목한 것이다.

향후 경영권 승계가 본격화 되더라도 송 상무를 축으로 하는 절차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송 상무의 모나미 지분율이 오너 3세 가운데 가장 높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모나미의 경우 ‘모나미→항소·플라맥스·모나미이미징솔루션즈→엠텍’ 등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 모나미에 대한 지배력이 나머지 계열회사로 연결되는 구조다. 모나미 최대주주는 모나미 지분 13.76%(260만310주)를 보유한 송 회장이다.

다만 송 회장의 지분율은 압도적인 수준이 아닌 만큼, 송 회장 단독으로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행사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송 회장과 송 상무의 주식을 합쳐도 지분율은 15.63%에 그친다.


송 회장 측의 부족한 지배력을 보완하는 게 송 회장의 동생들이다. 송하윤 사장과 송하철 부회장의 지분율은 각각 5.13%(97만189주), 4.54%(85만8114주)로 2·3대주주에 이름을 올라 있다. 친인척의 주식을 모두 합치면 지분율은 28.23%(532만9661주)로 올라간다. 

송 상무가 확실한 후계자로 발돋움하려면, 송 회장의 모나미 지분을 넘겨받는 작업이 뒤따라야 한다. 송 회장이 보유한 모나미 주식은 지난 17일 종가 기준 약 86억원으로 평가된다. 송 상무는 아버지 주식을 모두 흡수하려면 상속세를 감안해 50억원 가까운 금액이 필요한 상황이다. 

측면 지원하는 확실한 우군
아버지 지분 흡수 어떻게?

1%대에 불과한 송 상무의 모나미 지분율을 고려하면, 현금배당 등으로 승계 재원을 마련하기에는 부족함이 엿보인다. 이 같은 부분을 보완하는 차원에서라도 송 상무에게 우군 역할을 하게 될 제3자가 필요하다. 모나미의 관계사인 물류업체 ‘티펙스(T-Pex)’를 예의주시해야 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 

티펙스는 2008년 2월 설립된 물류·운송업체로 2012년 현재의 사명으로 변경했다. 자본금은 2억원. 티펙스는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않는 관계로 재무 상태, 지분구조 등을 명확하게 특정하기 힘든 상황이다. 또한 모나미 지배구조에 이름을 올린 회사도 아니다.

일단 모나미 사업보고서 상에서 티펙스를 기타 특수관계자로 분류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회사가 오너 일가와 관련된 회사라는 걸 미뤄 짐작할 수 있다. 현재 송 상무와 그의 모친인 홍의숙씨는 티펙스 사내이사에 등재된 상태다.

송 회장이 티펙스의 전신인 익스프레스라인의 최대주주였다는 사실도 이 같은 시각을 뒷받침한다. 1999년 말 기준 익스프레스라인의 1대 주주는 지분 42%를 확보한 송 회장이었고, 아이포와 모나미가 각각 39.8%와 18%씩 보유한 상태였다.

익스프레스라인은 2000년 아이포를 흡수합병하는 등 지배구조에 변동이 생겼다. 이후 특정 시기를 거치며 송 회장이 보유한 익스프레스라인 지분이 송 상무에게 넘어갔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티펙스가 송 회장 일가의 가족회사 혹은 송 상무의 개인회사일 경우, 모나미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티펙스가 지렛대 역할을 담당할 가능성을 따져봐야 한다. 일단 티펙스가 쏠쏠한 수익을 올리는 알짜배기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현황시스템에 따르면 티펙스는 2016년부터 2018년 사이에 매년 80억원 안팎의 매출과 6억5000만원에서 10억원가량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최근 들어 수익성이 다소 낮아졌지만, 흑자 기조는 이어지고 있다.

티펙스 매출은 대부분 모나미에서 파생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2020년 티펙스가 모나미와의 거래를 통해 거둔 매출은 42억원(매입 4억원, 기타 38억원)으로, 당해 총매출(50억원)의 8할에 해당한다. 

든든한 배경
기반도 조성


티펙스는 2018년 45억원이던 총자산이 2020년에 119억원으로 2.5배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총자본이 24억원에서 31억원으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는 점에서, 부채의 급격한 증가가 총자산의 변동으로 이어졌음을 알 수 있다. 티펙스가 꾸준히 수익을 낸 회사임을 고려하면 부채의 급증은 시설투자를 위한 자금 조달 차원으로 풀이된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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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9월 정기국회 첫날부터 한복과 상복으로 기싸움을 벌이던 여의도 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12월 정기국회 종료까지 겨우 한 달 남았지만 여야 간의 파열음은 여전하다. 더불어민주당은 개혁 추진 동력을 얻기 위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질세라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거대 여당의 폭주에 맞서겠다며 맞불을 놨다. 고성과 퇴장이 난무하던 이재명정부 첫 국정감사(이하 국감)가 종합감사만 남긴 채 막바지에 돌입했다. 수많은 안건 속에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언급된 건 김현지·조희대 두 사람의 이름이다. 여전히 베일에 싸인 김현지 제1대통령실 부속실장과 사퇴 압박에도 꼿꼿하게 버티는 조희대 대법원장을 둘러싼 국감 후폭풍이 이어질 전망이다. 김현지 조희대 오는 6일 열리는 국회 운영위원회가 대통령실을 대상으로 한 종합감사에 김 실장 이름을 증인으로 올렸지만 끝내 불발됐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김 실장을 증인으로 불러 모든 의혹을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감사가 아닌 정치공세”라며 이를 거부했다. 민주당은 김 실장이 국감 당일 오전 또는 오후 1시까지만 출석할 수 있다고 밝혔고 ‘반반 출석’ 논란을 키웠다.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김현지 증인 출석을 놓고 민주당이 내놓은 안은 오전 출석, 오후 불출석이라고 하는데 국감이 치킨인가? 반반 출석하게”라며 “김 실장 한 사람을 지키려고 하니 이런 코미디가 나오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국민의힘이 ‘김현지 흔들기’에 나서자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을 도마 위에 올렸다. 민주당은 “국감이 끝난 이후 사법개혁을 처리하겠다”며 조 대법원장이 스스로 거취를 정할 수 있는 데드라인을 그어줬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이번 사법개혁안은 제왕적 대법원장의 전횡을 막고 재판의 민주적 절차를 강화하기 위한 사법정상화법이다. 사법 독립성과 책임성을 두텁게 하고 국민의 공정한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사법부 장악 논란을 사전에 잠재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은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은 “대법원이 조 대법원장의 사퇴 요구를 외면할 경우 탄핵을 포함한 모든 법적·정치적 수단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며 으름장을 놨다. 두 사람의 이름은 오는 12월 정기국회를 마치고 해를 넘겨서도 호명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 모두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를 겨냥해 상대편의 아킬레스건을 물고 늘어지겠다는 전략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김건희 특검이 12월까지 갈 것으로 봤는데 조희대라는 새로운 공격 포인트가 생겼다. 민주당이 쉽게 놔주지 않을 것”이라며 “‘내란 세트’로 묶어서 지방선거까지 끌고 가겠다는 심산이다. 내란이라는 키워드만큼 국민의힘을 공격하기 좋은 소재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에 민주당은 부동산 실책이 뼈아프다. 그걸 덮기 위해 조 대법원장을 계속해서 끌어들일 것”이라며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과 추경호 의원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면 이제 그쪽을 노리지 않겠나? 여아가 머리채만 안 잡았지, 아마 역대급 국회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야 ‘사이좋게’ 하나씩 쥔 약점 특검 앞 권성동·추경호 운명은? 추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회의 계엄해제 의결을 방해한 혐의로 첫 조사를 받았다. 특검은 당시 원내대표였던 추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가 의원총회 장소를 여러 차례 변경함으로써 고의로 표결을 방해했는지를 들여다볼 예정이다. 이날 추 의원은 조은석 내란특검에서 진행되는 1차 피의자 소환조사에 응해 “무도한 정치 탄압”이라며 “당당하게 특검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권성동 전 원내대표의 첫 재판은 오는 3일로 예정돼있다. 권 전 원내대표는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처럼 각종 악재가 국민의힘을 단단히 휘감자 부동산으로 한차례 휘청한 민주당이 반사이익 효과를 볼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 여론조사 대납 의혹을 받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의 대질이 오는 8일 예정돼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 판까지 흔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는 5일부터 시작되는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놓고 긴장감이 고조된다. 이정부 출범 후 첫 예산 심사로 국민의힘은 지역사랑 상품권 등 이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인 지역 화폐를 겨냥해 맹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두 차례에 걸쳐 민주당 주도로 추경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국민의힘이 크게 반발했고, 지난 8월 정부 예산안이 공개되면서 본격적으로 ‘이재명식 포퓰리즘’ 프레임 굳히기에 나섰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오는 5일 있을 예산안 공청회를 시작으로 6∼7일 이틀간 종합정책질의를 실시할 예정이다. 10~11일에는 경제부처, 12∼13일에는 비경제부처 부별 심사가 진행되고 17일에는 소위원회 예산안의 감·증액을 심사하는 예산안조정소위가 가동된다. 각 소위의 논의를 거친 예산안은 전체회의 의결을 통해 본회의에 상정된다. 예산안 국회 본회의 처리 법정 시한은 매년 12월2일이지만 늘 그렇듯 여야의 예산 샅바싸움으로 해당 날짜를 넘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월 728조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올해 본예산에 견줬을 때 8.1% 늘어난 규모다. 이 대통령은 초혁신 경제 분야 등에 큰 폭으로 투자해 경제의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예산안이 의결되던 날 이 대통령은 “지금은 어느 때보다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씨앗을 빌려서라도 뿌려서 농사를 준비하는 게 상식이고 순리”라고 말했다. 역대급 규모 쩐의 전쟁 이어 “현재 우리 경제는 신기술 주도의 산업 경제 혁신, 그리고 외풍에 취약한 수출 의존형 경제의 개선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며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는 내년도 예산안은 이런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경제 대혁신을 통해 회복과 성장을 이끌어내기 위한 마중물”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AI 투자다. 그동안 이 대통령은 AI 3대 강국을 강조한 만큼 예산 역시 이에 맞춰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10조1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자동차·조선, 반도체 등 주요 산업에 AI를 접목하고 휴머노이드 로봇용 AI 모델 등 ‘피지컬 AI’ 분야에도 집중 투자를 예고했다.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예산은 지난해보다 19.3% 증가한 35조3000억원이다. 역대 규모인 이번 예산 중 10조6000억원이 AI·바이오·콘텐츠·방산·에너지·제조 등 6대 첨단산업의 핵심 기술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투입된다. 이 중에서도 국민의힘은 26조2000억원으로 책정된 ‘민생경제 회복과 사회연대경제 기반 구축’ 부문을 눈여겨보고 있다. 정부는 24조원 규모로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을 지원하고 지역별 여건을 고려해 국비 보조율을 상향 조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민주당은 24조원은 총 발행되는 상품권의 액면가이며 이 중 3~7%를 예산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예산은 4000억원으로 도합 4조5000억원 규모로 책정됐다. 또 정부는 연 매출 1억400만원 미만인 소상공인 230만개 사에 경영안정 바우처 25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예산안이 발표되자 국민의힘은 곧바로 ‘국민 부담 가중 청구서’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정부 예산이 올해보다 8.1% 늘어난 728조원 규모로 편성됐다. 조세감면까지 포함하면 실질 지출은 무려 808조5000억원에 달한다”며 “내년도 국가채무는 1415조원, 2029년에는 무려 1789조 원으로 폭증할 전망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 49.1%에서 내년 51.6%, 2029년에는 58%까지 치솟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문재인정부 5년 동안 국가채무 비율이 33.9%에서 46.8%로 뛰어올랐는데 이정부는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는 나랏빚을 통제하기는커녕, 폭발 직전까지 끌어올릴 심산”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거짓 선동”이라며 민생 최우선에 초점을 맞췄다고 반박했다. ‘올려’ ‘내려’ 본회의 난타전 쟁점 법안 처리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민주당은 사법개혁을 위한 법 왜곡죄를, 국민의힘은 이정부의 부동산을 겨냥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를 밀어붙이고 있다. 앞서 민주당과 혁신당은 각각 법 왜곡죄를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판·검사가 증거를 조작하거나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등 잘못된 사실관계에 법을 적용해 기소나 유죄 판결을 내리는 경우 처벌토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현재 법 왜곡죄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지난달 28일 국정감사 대책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사법개혁안에 대해 “이번달 까지 (입법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백혜련 사법개혁특별위원장도 MBC 라디오를 통해 “특위에서 낸 5대 개혁안은 상당한 공감대가 이미 이뤄져 있다”며 “당내, 국민적으로 그리고 법원과도 대법관 증원 문제 빼고는 의사소통이 이뤄졌다. 법사위 논의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면 이번 정기국회 내 충분히 처리 가능하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개혁 골든타임을 절대로 실기하지 않고 연내에 반드시 마무리 짓겠다”며 힘을 실었다. 헌법 제84조이자 형사소송법 개정안인 ‘대통령 재판중지법’에도 군불을 땠다. 법사위 국감에서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이 대통령 파기환송심은 다시 기일을 잡아 (재개)할 수 있느냐” 고 물은 데 대해 김대웅 서울고등법원장이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답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에 발생한 범죄로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당시 사법 리스크 족쇄를 풀지 못한 이재명 대표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대통령의 불소추특권’ 조항을 놓고 여러 갈래의 해석이 제기됐다. 민주당은 법안이 당론은 아니라면서도 향후 사법부의 행동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압박에 나섰다. 민주당 박상혁 의원은 YTN 라디오를 통해 “많은 국민이 지난 국감에서 서울고등법원장의 발언을 보고 깜짝 놀라셨을 것”이라며 “벌써 몇 달째 계류 중인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국민이 만들어주신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사법개혁? 부동산? 마음은 지선 노발대발 ‘쇼츠각’ 잡는 의원들 거대 여당인 민주당이 의석수로 법안을 통과시킨다면 국민의힘은 막아낼 도리가 없다. 대신 국민의힘은 부동산 규제를 파고들면서 이정부의 가장 아픈 곳을 찔렀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이하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재건축 활성화의 핵심인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얻은 초과이익에 부담금을 부담하는 규제다. 앞서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당 차원의 결정은 아니”라며 입장을 선회했다.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후 예상보다 후폭풍이 크자 신중론을 내세운 것이다. 여당의 갈지자 부동산 행보가 오히려 시장 혼란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오는 지점이다. 국민의힘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국민적 비난과 여론의 뭇매로 궁지에 몰리자 이제야 국민의힘이 줄곧 주장해 온 재초환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한다”며 “이미 김은혜 의원이 법안을 발의해 놨다. 정기국회에서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신속 처리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감에서 재초환 유지 방향에 공감한다는 뜻을 밝히면서 여야 간 이견만 커지는 모양새다. 민주당 이연희 의원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재초환 폐지는 투기 광풍을 불러올 조치기 때문에 결코 안 된다.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에 김 장관은 “공감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를 정기국회 내 처리하자는 국민의힙 요구에 대해 “원내 중심의 대화를 기대한다”며 협상의 여지를 열어뒀다. 다만 더 이상 부동산 문제로 자책골을 넣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강한 만큼 국민 여론을 충분히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여당인 민주당이 언제까지나 ‘신중하게’ 입장을 보류할 수 없다는 점이다. 부동산 시장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국민의힘 페이스에 말려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기류가 흐르는 만큼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 어느 각도에서 보더라도 여야의 강대강 대치는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달 26일 국회가 이례적으로 국감 도중 본회의를 열고 비쟁점 민생 법안 70여건을 일괄 처리하면서 협치의 물꼬가 트이나 싶었지만 또다시 서로를 향해 날을 세우는 형국이다. 앞서 민주당은 APEC 주간을 앞두고 국민의힘을 향해 “무정쟁 주간을 갖자”고 제안했으나 국민의힘은 “경제 참사·부동산 참사를 덮기 위한 침묵 강요이자 정치적 물타기”라고 오히려 비판 수위를 높였다.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이정부와 민주당이 독선과 독재를 멈추고 정치를 회복시키면 정쟁은 없어진다”고 훈수했다. 손 내밀어도 고개만 팽 한 정치권 관계자는 “여당인 민주당은 정부의 외교 성과를 띄우고 야당인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잘한 것과 아쉬운 것을 구분해 견제해야 하는데 지금 의원 한 명 한 명이 국회를 자기 정치의 장으로 쓰고 있다”며 “내년 지방선거 영향이 크다. 선거를 앞뒀는데 어떤 정당이든 서로 의견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회의감을 내비쳤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