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강남 유명 성형외과 ‘대리 수술’ 의혹

“오늘 수술자 너무 많아…좀 있다 사람 올 거야”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녹음기를 가지고 코 성형수술 상담을 받은 것은 상담 내용을 정확하게 기억하기 위해서였다. 상담이 끝나고 진행된 수술에도 녹음기는 켜져 있었다. 잊고 있던 녹음기는 수술 후에도 지속된 코 통증 때문에 꺼냈는데 녹취록에 담긴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녹음에는 대리 수술의 정황이 그대로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은 성형수술 강국으로 유명하다. 빛이 있는 만큼 어둠도 짙어, 성형수술 부작용에 관한 이슈도 끊이지 않는다. 한국소비자원의 지난해 통계에 따르면 성형시술 건수가 증가하는 만큼 성형 부작용 사례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성형수술을 받은 4명 중 1명꼴로 성형수술 후 부작용을 경험하고 있다. 

충격적인
대화 내용

성형수술의 부작용은 외형적‧기능적 장애도 있지만 최악의 경우는 식물인간이 되거나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성형수술 중 코 성형은 가장 성형수술 중 많이 시행되는 수술이지만, 간단한 수술이 아닌 어려운 수술에 속한다.

그 이유는 코의 모양뿐 아니라 비염 수술이나 코 주위에 난 작은 여드름으로도 뇌에 악영향을 줄 수 있고, 안경동맥 근처여서 세균이 침입하는 경우 뇌병변 등의 심각한 부작용이 동반한다. 가벼운 코 성형의 부작용은 들창코나 보형물 내 감염으로 염증이 생기는 정도다.

실제로 코 수술로 인한 재수술은 코 성형을 한 사람 5명 중 2~3명이 결정할 정도다. 


코 성형 부작용 피해자가 많은 실정이지만, 보통 피해자가 수술하던 중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는 알기 어렵다. 성형외과가 수술 중 CCTV를 공개해 “안심하고 수술을 받아도 된다”고 홍보하더라도, 피해자가 수술 중인 CCTV를 봤다는 말은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다.

서울에 거주 중인 40대 남성 김모씨 역시 코 성형 수술 피해자 중 한 명이다. 김씨는 지난해 6월18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A 성형외과에서 코 재수술 및 비염 수술을 받았다. 김씨가 A 성형외과를 선택한 이유는 아래와 같다.

김씨는 평소 비염과 비중격만곡증(코 중앙에 있는 뼈가 비정상적으로 휘어있는 증상)으로 숨을 쉬기 어려웠다. 코의 기능과 미용을 동시에 회복하기 위해 코 수술을 잘하는 것으로 유명한 병원을 여러 곳 방문해 상담을 받았다. 

유명인이 많이 찾는다는 병원을 알아보기도 했다. 그중 가장 눈에 띈 병원이 A 성형외과였다. A 성형외과는 성형 수술 중 코 수술을 잘하는 것으로 입소문이 나 있었다. 홈페이지 하단에는 유명 유튜버와 일반인의 성형수술 후기가 있었다. 

특히 성형외과 수술 후기를 공개하는 앱에서는 A 성형외과의 B 원장에 대해 “얼굴 비율에 맞게 디자인을 잘 해준 것 같다. 만족한다” “콧대가 낮아 보였고 퍼져 보였다. 복코 느낌이 강했는데, A 성형외과 원장의 실력이 좋다는 소문을 듣고 수술했다. 100% 만족한다” “A 성형외과에서 문제점과 개선법을 정확하게 말해줘서 수술받았다. 이제 한 달 됐는데 코끝 모양과 콧대까지 이어지는 라인이 마음에 든다. 사후관리를 받으러 갔을 때도 잘해줬다”고 기재됐다.

의사 지정해 수술 받았는데…
녹취록 들어보니…“경악”

이런 이유로 김씨는 A 성형외과에서 코 수술을 받기로 결정했다. 그중에서도 코 수술을 잘한다고 소문난 B 원장에게 수술을 받으려고 ‘선택진료제도’를 이용했다. 선택진료제도는 환자나 보호자가 병원의 특정한 의사를 선택해 진료받는 제도로, 환자나 보호자가 선택진료 의사로 발생한 추가 비용을 전액 부담해야 한다.


김씨는 B 원장에게 수술받기 위해 병원비 650만원을 지불했다. 코재 수술이나 비염 수술 가격이 통상적으로 300만원이기 때문에 2배나 비싼 금액을 지불한 것이다. 

그는 수술한 지 일주일 후 코에 고정해둔 부목을 떼러 A 성형외과에 방문했다. 해당 작업을 위해선 수술 당시 코 안에 넣어뒀던 솜을 제거해야 한다. 그러나 솜을 빼려고 하니 피가 쏟아졌고 다시 집어넣어야 했다. A 성형외과는 김씨에게 코의 통증을 참을 수 없으면 다시 병원으로 내원하라고 했다. 

당시 김씨는 하루에 펜잘 진통제 한 통을 다 먹으면서 버텼지만 도저히 통증을 참을 수 없었다. 김씨가 녹음기를 켜서 들어본 것은 이 시점이다. 이 녹음에는 B 원장이 “잘하는 사람 한 명이…” “오늘 수술이 너무 많다. 벌써 5~6개 하고 있다” “(환자의 피가 많이 나는 상황에서)좀 있다가 잘하는 사람 한 명 더 올 거야”라고 말했다. 간호사는 “(원장이)곧 나가실 거예요” 등의 말을 이어갔다.  

녹음 중반에는 B 원장 외 다른 의사가 등장한다. 이 의사는 수술실에서 “혈압 언제 잰 거예요? (환자가)고혈압은 있나요” “이렇게 하면 잘 안되니까 각도를…” “(피가)여기에서는 하나도 안 나고 그냥 밑에, 실리콘 밑에서…” “피가 너무 많이 난다” “블라인드 쪽에 묶여 있습니다. 일부러 높이 안 생기게 하려고 이쪽에…” “피가 멈추긴 했는데 아까 꿰맬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등의 대화가 녹음됐다.

다른 의사가
메스 잡았나

김씨는 분명히 A 성형외과에서 자신의 수술을 할 의사로 B 원장을 선택했다. 상담도 B 원장과 했기 때문에 목소리를 분명하게 기억했다. 수술 중 등장한 의사는 분명히 낯선 사람이었다. 김모씨는 녹취 증거자료를 앞세워 의료법 위반, 사기, 상해로 서울강남경찰서에 신고했다. 

녹음기의 음성처럼 다른 의사가 김모씨의 수술을 집도했다면, A 성형외과는 선택진료제도로 수술을 받기로 한 김모씨와 한 계약을 위반한 것이다. 

서울강남경찰서에 신고한 결과는 불송치였다. A 성형외과는 해당 사건 녹취록에 등장하는 의사를 지난해 4월25일 군의관을 전역한 후 첫 직장으로 취업했던 의사라고 설명했다. 김씨의 코 성형 수술에 참가한 이유는 다른 의사의 수술을 참관하거나, 환자가 지혈이 필요할 때 도왔다고 설명했다.

B 원장 외 의사는 수술을 참관하거나 지혈을 도운 것이기 때문에 의료법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서울강남경찰서는 의사가 “환자가 고혈압 있어요?”라고 물어본 시점에서 출혈의 원인을 고혈압으로 생각한 것이라고 판단해 불송치 결정을 내린 것이다. 김모씨는 서울강남경찰서의 불송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김씨는 코 높이 차이 및 비대칭 등의 영구장애가 발생했다. 한 눈에 봐도 티가 나는 비대칭도 문제였지만 갑자기 생긴 알레르기 천식으로 숨을 쉬는 게 불편했다. 

제대로 잠을 잘 수도 없었다. 잠을 자려면 입으로 숨을 쉬어야 해서 입술이 자꾸 말랐다. 정신적으로 힘든 시간이 계속되니 식사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코 기능과 미용적인 면도 수술 전보다 더 나빠졌다.

선택 진료
계약 위반?


김씨는 해당 사건을 알리기로 결심했고, 법률사무소 율신의 손영서 변호사와 함께했다. 손 변호사는 유튜브 채널에 해당 사건 동영상을 올리면서 동시에 A 성형외과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이 같은 피해자가 더 발생하면 안 된다는 마음도 있었다. 그리고 김씨는 피해자에서 가해자가 됐다. 

A 성형외과는 손 변호사에게 ▲손 변호사는 해당 사건 동영상을 삭제하라 ▲동일하거나 유사한 내용을 게시하면 안 된다며 고소를 진행한 것이다. 

또 김씨가 녹음기로 수술 중 수술실 대화를 녹음한 것에 대해, 간호사와 의사가 수술 중 녹음을 동의하지 않았다는 것에 중점을 뒀다. 고로 손 변호사가 수술실에서 녹음한 내용을 유튜브에 등록해 사용한 것 자체가 위법하다는 주장이다. 

김씨와 손 변호사는 수사기관에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이는 ▲대리 수술이 의심되는 정황에 관한 의료법 위반 및 사기죄에 대한 검토 ▲홈페이지에 기재돼있었던 ‘대리 수술 없는 책임성형 수술 실명제 시행’으로 진행된 지정 의사 신청 ▲대리 수술이 의심되는 녹취록 내용에 관한 것이다. 

지난 5일 검찰은 김씨와 손 변호사 측의 이의신청을 받아들여,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가 결정됐다.

이에 대해 김씨는 “A 성형외과는 대리 수술로 내게 피해를 입혔는데 사과 한마디도 없었다. 그러면서 오히려 피해자를 가해자로 만들었다. 제대로 된 사과만 했어도 좋았을 텐데, 정신적으로 피해를 입은 게 너무 크다”며 “수술 중 CCTV 확인을 요청했었는데 A 성형외과는 CCTV가 없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계속되는 코 통증 후유증
소송, 소송 그리고 또 소송

이어 “그런데 지금은 홈페이지에 수술 중 CCTV를 확인할 수 있다고 홍보한다. 지금 내 코는 제대로 된 기능을 하지 못한다”며 “코 모양도 상담했던 내용과 다르다. 대학병원에서 진단도 받았다. 나는 피해자고, A 성형외과가 죗값을 받길 원한다”고 하소연했다.

손 변호사는 “성형외과는 수술 건수마다 경제적인 이익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분업식 대리 수술이나 변종형 유령 수술 문제가 굉장히 심각하다. 김씨 사건은 제3자인 의사가 대리 수술을 45분이나 진행했다”며 “집도의가 ‘이거 똑같이 해줘요’라고 의사에게 말하고 약 27분 뒤 들어와서 보고받는다. 이런 과정이 고스란히 남아있는데도 집도의와 의료기관은 여전히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주장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나는 단순히 환자 개인의 소송대리인이 아니라 이 사건의 피의자이자 피고로서 소송의 당사자가 됐다. ‘대리 수술의 공론화’라는 공익의 목적뿐 아니라 김씨의 피해에 관한 손해배상청구 및 나의 향후 소송 과정에서 적극적인 방어권 행사를 위해 1인 시위를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보통 환자는 성형수술을 선택할 때 실력 있는 특정 의사에게 수술받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한 명의 의사가 수술을 진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유명한 의사가 직접 수술하는 것처럼 환자를 속여 비용을 줄이고 분업하는 방식으로 업무 효율성을 높인다”며 “성형외과의 대리 수술 근절을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이러한 관행은 절대 뿌리 뽑히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A 성형외과 측 법무법인 박진식 변호사는 반대의 입장임을 분명히 했다. 이 사건의 코 성형수술은 대리 수술이 아니고, 단순히 김씨가 수술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박 변호사는 “우선 김모씨가 코 높이 차이 및 비대칭의 영구 장애가 발생했다고 하는데, 여기부터 아무런 근거가 없다. 김씨의 주관적 인식이다. 그리고 손 변호사가 유튜브에 편집해 자극적으로 올리는데, 이는 변호사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영구장애
경찰 불송치

이어 “대리 수술에 대해 검사도 혐의없음 처분을 할 것으로 사료된다”며 “손 변호사는 가처분이 기각되자 병원 앞에서 시위를 하는 등 영업을 방해했다. 우리는 형사 고소와 진정을 진행할 것이다. 손 변호사가 공익을 위해 대리 수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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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민낯이 드러났다. 주로 수도인 프놈펜 인근과 시아누크빌 범죄 단지가 그들의 주둔지였다. 국내 조직폭력배가 중국 갱단과 결탁해 만든 ‘셀허브’의 경우 피해자만 수십명이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가장했다. 사이트에는 유명인의 사진이 수차례 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사라진 셀허브 엔터테인먼트의 홈페이지. 지난해 7월 <일요시사>가 취재한 이후 대표이사의 이름과 사진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표창장을 받았다며 문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이 기업의 정체는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확인된 피해액만 약 40억원, 피해자는 수십명이다. 한 언론사는 보도자료까지 작성하며 홍보하기도 했다. 조직적 준비 경찰 수사 중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4일, 셀허브 조직원 3명을 각각 구속·불구속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조건 만남 사이트를 운영한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여성 관련 데이트 상품을 판매하거나 연애 빙자 사기를 일삼았다. 셀허브 조직원이던 A씨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모델과 연락하게 해 준다며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대포통장 계좌에 돈을 입금하게 한 뒤 텔래그램 아이디를 알려주고 연락하게 하는 시스템”이라며 “연결된 여자는 실제 남성이고 한국에서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3월 캄보디아 범죄 밀집 지역인 태자 단지에서 인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같은 해 5월 사이트를 개설해 조직원들에게 민간인 협박, 중국어 통역 등의 역할을 맡기고 수십명으로부터 약 40억원을 뜯어냈다. 같은 해 7월 <일요시사> 취재가 시작되자 이 조직은 셀허브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의 이름을 ‘김현숙’에서 ‘박소희’로 변경하고 유명인의 사진을 수차례 도용했다. 유 전 장관에게 표창장까지 수여받았다며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려는 꼼수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조직에서 탈출하려는 사람은 밤새 맞거나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하기도 했다. 조직폭력배 출신 한국 사람들이 간부고 일반 조직원은 교민 사이트를 통해 ‘한 달에 500만~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일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수사하기 이전인 지난해 7월부터 강서·영등포·구로경찰서 등에 여러 고소장이 접수됐었다. 하지만 수사는 원활하지 않았다. 주요 혐의자가 해외에 거주 중이거나 피의자 특정이 어려운 게 난관이었다.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주요 혐의자들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해부터 공조를 요청했으나 캄보디아 당국이 비협조로 일관했다”며 “고소인분들이 ‘왜 안 잡냐’ ‘내 돈 어떻게 하냐’는 등 불만이 많으셨다. 매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캄보디아가 협조하지 않으면 조치가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3월부터 조직원 모집…태자 단지서 모의 ‘유인촌 표창장’ 걸어 놓고 ‘정상 기업’ 홍보 막막했던 수사는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이재명정부가 캄보디아를 압박했고 현지에 구금된 한국인 범죄자 겸 피해자 수십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송환된 인원 중 일부는 셀허브 사건과도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성학 충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지난 20일 청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로 전원 구속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부건(총책 가명, 40대 초반, 한국말을 쓰는 외국인 추정) 조직으로부터 확인된 피해 건수는 110건, 피해액은 93억여원에 달했다. 약 100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부건은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7월까지 주로 프놈펜 웬치(범죄 단지) 및 태국 방콕 등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범행을 벌여왔다. 부건 조직은 지난 2018년 중국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해 그동안 단속을 피하려 태국, 캄보디아 등지로 거주지를 옮겨가며 범행을 계속해 왔다. 이들은 데이터베이스, 입출금 등을 지원·관리하는 CS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팀,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팀, 코인투자리딩 사기팀, 공무원 사칭 노쇼 사기팀 등 총 5개 팀으로 이뤄진 조직체계를 갖췄다. 이들은 가구판매업을 하러 캄보디아에 갔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지역 선·후배 권유, 고액 아르바이트 인터넷 광고 등을 접하고 범죄에 연루된다는 걸 알면서도 조직에 가입해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속아서 조직에 들어갔다고 진술하지 않은 이들의 유입 경로는 ▲지인 포섭 29명 ▲인터넷 광고 등 포섭 8명 ▲현지 카지노 포섭 6명 ▲기타 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남성 42명과 여성 3명으로 연인도 있었다. 대부분은 20~30대 연령으로 최소 2개월부터 최대 16개월까지 범행에 가담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건 만남 사이트 경기북구경찰청 형사기동대도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피의자 15명 중 11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여성을 사칭, 조건 만남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챘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성 만남 광고를 낸 후 이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에게 여성인 척 채팅으로 유인했다. 여성을 소개받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개발한 조건 만남 사이트에 회원 가입과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속여 인증을 위한 돈을 요구했다. 3차례에 걸친 인증 절차 과정에서 여러 게임에 성공하면 가입비를 돌려준다고 속여 피해자로부터 1인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받아 챙겼다. 피해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별도의 만남 인증과 후기글을 남기는 ‘화력방’도 운영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는 피해자 36명, 피해금 16억원 상당이며, 1인당 최대 피해 금액은 2억1000만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 남녀다. 최초 범죄집단을 구성한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 명칭 ‘툴콕’을 의미하는 ‘TK’파로 스스로를 부르며 총책을 정점으로 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췄다. 조직 운영을 총괄하는 총책, 이를 보좌하며 실무 전반과 인력 공급 등을 담당하는 총관리자, 각 파트 팀원의 근태를 관리하고 지시하는 팀장으로 구성됐다. 또 자체적인 조건 만남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개발자, SNS에 광고 글을 게시하는 홍보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 2개팀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상호 가명 사용 ▲근무 중 휴대전화 금지 ▲사진 촬영 금지 ▲야간에는 커튼으로 외부 차단 ▲다른 부서와의 업무 내용 공유 금지 등의 규칙에 따라 생활하기도 했다. 중국 국적 100명 뒷배 이들은 총책이 마련한 건물에서 2인1조로 합숙했는데 프놈펜 툴콕 지역의 13층 건물을 사용하다가 지난 8월, 현지 단속을 피해 센소크 지역 7층 건물로 이전해 범행을 이어오던 중 현지 수사 당국에 의해 검거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SNS 구직 광고나 조직원을 통해 범죄단체에 가입했다고 진술했으며 사기임을 알고도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 대부분은 현지에서 구금된 중에도 총책이 이른바 관작업을 통해 자신들을 석방시켜 줄 것이라는 말만 믿고 대사관의 도움을 거절하고 귀국하지 않았다. 셀허브 사건 간부들은 타 사건에도 연루됐다. 지난 7일 캄보디아 바벳에 인접한 베트남 떠이닌 지역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30대 여성 B씨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숨지기 직전까지 셀허브 간부와 같이 있었다. B씨의 사인은 마약 과다 투약이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B씨가 셀허브에서 한국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공급해 왔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셀허브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는 역할을 했던 B씨인데 통장을 팔려고 캄보디아에 도착한 한국인들을 유인해 범죄 단지로 팔아넘기고 유인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보·수사기관도 B씨에 의해 범죄 단지에 넘겨지는 피해를 입거나 유흥업소 일을 강요당한 사례를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사실상 마약을 강제로 과다하게 투약당한 살인사건이라는 첩보는 아직 확인 중”이라며 “특정 조직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건 현지 경찰도 수사 중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대개 조직폭력배 출신…지휘는 중국 조직이 맡아 40억 피해액 환수 불가능 “자금 세탁 끝났다” 첫 데이트하던 연인을 치어 여교사를 숨지게 했던 이른바 ‘대전 머스탱 교통사고’의 피의자도 셀허브 조직원으로 확인됐다. 피의자 전모씨는 2019년 2월10일 오전 10시14분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면허도 없이 외제차를 운전하던 중 인도를 걷던 조모씨와 박모씨를 들이받아 박씨를 숨지게 하고, 조씨에게 중상을 입혔다. 전씨가 대여한 외제차는 불법 대여 차량이었다. 이 차량은 애초 대구에 사는 C씨가 자신 명의로 캐피털에서 월 115만원씩 주는 조건으로 60개월간 대여한 것이다. C씨는 사촌 안모씨와 함께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나모씨가 올린 ‘외제차 저렴하게 빌려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보고 접근, 한 달에 136만원씩 받기로 하고 대여한 머스탱 차량을 재임대했다. 나씨는 이렇게 빌린 머스탱 차량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외제차를 빌려준다”고 광고하며 또다시 대여업을 했다. 전씨는 나씨가 올린 이 글을 보고 일주일에 90만원씩 주기로 약속하고 머스탱을 빌려 운전했다. 매년 확정되는 범죄수익 추징금은 30조원을 넘지만 환수 금액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법무부가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 등의 범죄로 발생한 현지 범죄수익을 국내로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법무부는 “캄보디아 내에서 벌어진 범죄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이 1차 현지 수사 의뢰 대상”이라며 “이후 국내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종적으로 환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에 따르면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국내에 있고 피해액이 특정될 경우, 우리 정부가 해외에 범죄수익 환수를 요청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캄보디아와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을 체결해 2021년 정식 발효됐다. 주요 간부들 타 사건 연루 정보기관 관계자는 “범죄자 개인이 아닌 조직을 대상으로 한 범죄수익 환수 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이 끝나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좋지만 이미 늦었다. 범죄조직 특성상 이미 코인이나 대포 통장으로 제3국에 은닉하거나 세탁을 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수사가 끝나고 유죄 판결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환수 절차는 이 모든 사법절차가 종료돼야 가능하다. 특히 조세회피처로 범죄수익을 옮겨놨다면 환수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