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강남 유명 성형외과 ‘대리 수술’ 의혹

“오늘 수술자 너무 많아…좀 있다 사람 올 거야”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녹음기를 가지고 코 성형수술 상담을 받은 것은 상담 내용을 정확하게 기억하기 위해서였다. 상담이 끝나고 진행된 수술에도 녹음기는 켜져 있었다. 잊고 있던 녹음기는 수술 후에도 지속된 코 통증 때문에 꺼냈는데 녹취록에 담긴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녹음에는 대리 수술의 정황이 그대로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은 성형수술 강국으로 유명하다. 빛이 있는 만큼 어둠도 짙어, 성형수술 부작용에 관한 이슈도 끊이지 않는다. 한국소비자원의 지난해 통계에 따르면 성형시술 건수가 증가하는 만큼 성형 부작용 사례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성형수술을 받은 4명 중 1명꼴로 성형수술 후 부작용을 경험하고 있다. 

충격적인
대화 내용

성형수술의 부작용은 외형적‧기능적 장애도 있지만 최악의 경우는 식물인간이 되거나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성형수술 중 코 성형은 가장 성형수술 중 많이 시행되는 수술이지만, 간단한 수술이 아닌 어려운 수술에 속한다.

그 이유는 코의 모양뿐 아니라 비염 수술이나 코 주위에 난 작은 여드름으로도 뇌에 악영향을 줄 수 있고, 안경동맥 근처여서 세균이 침입하는 경우 뇌병변 등의 심각한 부작용이 동반한다. 가벼운 코 성형의 부작용은 들창코나 보형물 내 감염으로 염증이 생기는 정도다.

실제로 코 수술로 인한 재수술은 코 성형을 한 사람 5명 중 2~3명이 결정할 정도다. 


코 성형 부작용 피해자가 많은 실정이지만, 보통 피해자가 수술하던 중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는 알기 어렵다. 성형외과가 수술 중 CCTV를 공개해 “안심하고 수술을 받아도 된다”고 홍보하더라도, 피해자가 수술 중인 CCTV를 봤다는 말은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다.

서울에 거주 중인 40대 남성 김모씨 역시 코 성형 수술 피해자 중 한 명이다. 김씨는 지난해 6월18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A 성형외과에서 코 재수술 및 비염 수술을 받았다. 김씨가 A 성형외과를 선택한 이유는 아래와 같다.

김씨는 평소 비염과 비중격만곡증(코 중앙에 있는 뼈가 비정상적으로 휘어있는 증상)으로 숨을 쉬기 어려웠다. 코의 기능과 미용을 동시에 회복하기 위해 코 수술을 잘하는 것으로 유명한 병원을 여러 곳 방문해 상담을 받았다. 

유명인이 많이 찾는다는 병원을 알아보기도 했다. 그중 가장 눈에 띈 병원이 A 성형외과였다. A 성형외과는 성형 수술 중 코 수술을 잘하는 것으로 입소문이 나 있었다. 홈페이지 하단에는 유명 유튜버와 일반인의 성형수술 후기가 있었다. 

특히 성형외과 수술 후기를 공개하는 앱에서는 A 성형외과의 B 원장에 대해 “얼굴 비율에 맞게 디자인을 잘 해준 것 같다. 만족한다” “콧대가 낮아 보였고 퍼져 보였다. 복코 느낌이 강했는데, A 성형외과 원장의 실력이 좋다는 소문을 듣고 수술했다. 100% 만족한다” “A 성형외과에서 문제점과 개선법을 정확하게 말해줘서 수술받았다. 이제 한 달 됐는데 코끝 모양과 콧대까지 이어지는 라인이 마음에 든다. 사후관리를 받으러 갔을 때도 잘해줬다”고 기재됐다.

의사 지정해 수술 받았는데…
녹취록 들어보니…“경악”

이런 이유로 김씨는 A 성형외과에서 코 수술을 받기로 결정했다. 그중에서도 코 수술을 잘한다고 소문난 B 원장에게 수술을 받으려고 ‘선택진료제도’를 이용했다. 선택진료제도는 환자나 보호자가 병원의 특정한 의사를 선택해 진료받는 제도로, 환자나 보호자가 선택진료 의사로 발생한 추가 비용을 전액 부담해야 한다.


김씨는 B 원장에게 수술받기 위해 병원비 650만원을 지불했다. 코재 수술이나 비염 수술 가격이 통상적으로 300만원이기 때문에 2배나 비싼 금액을 지불한 것이다. 

그는 수술한 지 일주일 후 코에 고정해둔 부목을 떼러 A 성형외과에 방문했다. 해당 작업을 위해선 수술 당시 코 안에 넣어뒀던 솜을 제거해야 한다. 그러나 솜을 빼려고 하니 피가 쏟아졌고 다시 집어넣어야 했다. A 성형외과는 김씨에게 코의 통증을 참을 수 없으면 다시 병원으로 내원하라고 했다. 

당시 김씨는 하루에 펜잘 진통제 한 통을 다 먹으면서 버텼지만 도저히 통증을 참을 수 없었다. 김씨가 녹음기를 켜서 들어본 것은 이 시점이다. 이 녹음에는 B 원장이 “잘하는 사람 한 명이…” “오늘 수술이 너무 많다. 벌써 5~6개 하고 있다” “(환자의 피가 많이 나는 상황에서)좀 있다가 잘하는 사람 한 명 더 올 거야”라고 말했다. 간호사는 “(원장이)곧 나가실 거예요” 등의 말을 이어갔다.  

녹음 중반에는 B 원장 외 다른 의사가 등장한다. 이 의사는 수술실에서 “혈압 언제 잰 거예요? (환자가)고혈압은 있나요” “이렇게 하면 잘 안되니까 각도를…” “(피가)여기에서는 하나도 안 나고 그냥 밑에, 실리콘 밑에서…” “피가 너무 많이 난다” “블라인드 쪽에 묶여 있습니다. 일부러 높이 안 생기게 하려고 이쪽에…” “피가 멈추긴 했는데 아까 꿰맬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등의 대화가 녹음됐다.

다른 의사가
메스 잡았나

김씨는 분명히 A 성형외과에서 자신의 수술을 할 의사로 B 원장을 선택했다. 상담도 B 원장과 했기 때문에 목소리를 분명하게 기억했다. 수술 중 등장한 의사는 분명히 낯선 사람이었다. 김모씨는 녹취 증거자료를 앞세워 의료법 위반, 사기, 상해로 서울강남경찰서에 신고했다. 

녹음기의 음성처럼 다른 의사가 김모씨의 수술을 집도했다면, A 성형외과는 선택진료제도로 수술을 받기로 한 김모씨와 한 계약을 위반한 것이다. 

서울강남경찰서에 신고한 결과는 불송치였다. A 성형외과는 해당 사건 녹취록에 등장하는 의사를 지난해 4월25일 군의관을 전역한 후 첫 직장으로 취업했던 의사라고 설명했다. 김씨의 코 성형 수술에 참가한 이유는 다른 의사의 수술을 참관하거나, 환자가 지혈이 필요할 때 도왔다고 설명했다.

B 원장 외 의사는 수술을 참관하거나 지혈을 도운 것이기 때문에 의료법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서울강남경찰서는 의사가 “환자가 고혈압 있어요?”라고 물어본 시점에서 출혈의 원인을 고혈압으로 생각한 것이라고 판단해 불송치 결정을 내린 것이다. 김모씨는 서울강남경찰서의 불송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김씨는 코 높이 차이 및 비대칭 등의 영구장애가 발생했다. 한 눈에 봐도 티가 나는 비대칭도 문제였지만 갑자기 생긴 알레르기 천식으로 숨을 쉬는 게 불편했다. 

제대로 잠을 잘 수도 없었다. 잠을 자려면 입으로 숨을 쉬어야 해서 입술이 자꾸 말랐다. 정신적으로 힘든 시간이 계속되니 식사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코 기능과 미용적인 면도 수술 전보다 더 나빠졌다.

선택 진료
계약 위반?


김씨는 해당 사건을 알리기로 결심했고, 법률사무소 율신의 손영서 변호사와 함께했다. 손 변호사는 유튜브 채널에 해당 사건 동영상을 올리면서 동시에 A 성형외과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이 같은 피해자가 더 발생하면 안 된다는 마음도 있었다. 그리고 김씨는 피해자에서 가해자가 됐다. 

A 성형외과는 손 변호사에게 ▲손 변호사는 해당 사건 동영상을 삭제하라 ▲동일하거나 유사한 내용을 게시하면 안 된다며 고소를 진행한 것이다. 

또 김씨가 녹음기로 수술 중 수술실 대화를 녹음한 것에 대해, 간호사와 의사가 수술 중 녹음을 동의하지 않았다는 것에 중점을 뒀다. 고로 손 변호사가 수술실에서 녹음한 내용을 유튜브에 등록해 사용한 것 자체가 위법하다는 주장이다. 

김씨와 손 변호사는 수사기관에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이는 ▲대리 수술이 의심되는 정황에 관한 의료법 위반 및 사기죄에 대한 검토 ▲홈페이지에 기재돼있었던 ‘대리 수술 없는 책임성형 수술 실명제 시행’으로 진행된 지정 의사 신청 ▲대리 수술이 의심되는 녹취록 내용에 관한 것이다. 

지난 5일 검찰은 김씨와 손 변호사 측의 이의신청을 받아들여,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가 결정됐다.

이에 대해 김씨는 “A 성형외과는 대리 수술로 내게 피해를 입혔는데 사과 한마디도 없었다. 그러면서 오히려 피해자를 가해자로 만들었다. 제대로 된 사과만 했어도 좋았을 텐데, 정신적으로 피해를 입은 게 너무 크다”며 “수술 중 CCTV 확인을 요청했었는데 A 성형외과는 CCTV가 없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계속되는 코 통증 후유증
소송, 소송 그리고 또 소송

이어 “그런데 지금은 홈페이지에 수술 중 CCTV를 확인할 수 있다고 홍보한다. 지금 내 코는 제대로 된 기능을 하지 못한다”며 “코 모양도 상담했던 내용과 다르다. 대학병원에서 진단도 받았다. 나는 피해자고, A 성형외과가 죗값을 받길 원한다”고 하소연했다.

손 변호사는 “성형외과는 수술 건수마다 경제적인 이익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분업식 대리 수술이나 변종형 유령 수술 문제가 굉장히 심각하다. 김씨 사건은 제3자인 의사가 대리 수술을 45분이나 진행했다”며 “집도의가 ‘이거 똑같이 해줘요’라고 의사에게 말하고 약 27분 뒤 들어와서 보고받는다. 이런 과정이 고스란히 남아있는데도 집도의와 의료기관은 여전히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주장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나는 단순히 환자 개인의 소송대리인이 아니라 이 사건의 피의자이자 피고로서 소송의 당사자가 됐다. ‘대리 수술의 공론화’라는 공익의 목적뿐 아니라 김씨의 피해에 관한 손해배상청구 및 나의 향후 소송 과정에서 적극적인 방어권 행사를 위해 1인 시위를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보통 환자는 성형수술을 선택할 때 실력 있는 특정 의사에게 수술받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한 명의 의사가 수술을 진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유명한 의사가 직접 수술하는 것처럼 환자를 속여 비용을 줄이고 분업하는 방식으로 업무 효율성을 높인다”며 “성형외과의 대리 수술 근절을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이러한 관행은 절대 뿌리 뽑히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A 성형외과 측 법무법인 박진식 변호사는 반대의 입장임을 분명히 했다. 이 사건의 코 성형수술은 대리 수술이 아니고, 단순히 김씨가 수술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박 변호사는 “우선 김모씨가 코 높이 차이 및 비대칭의 영구 장애가 발생했다고 하는데, 여기부터 아무런 근거가 없다. 김씨의 주관적 인식이다. 그리고 손 변호사가 유튜브에 편집해 자극적으로 올리는데, 이는 변호사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영구장애
경찰 불송치

이어 “대리 수술에 대해 검사도 혐의없음 처분을 할 것으로 사료된다”며 “손 변호사는 가처분이 기각되자 병원 앞에서 시위를 하는 등 영업을 방해했다. 우리는 형사 고소와 진정을 진행할 것이다. 손 변호사가 공익을 위해 대리 수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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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불확실성의 시대에 가장 확실하다고 굳게 믿었던 관계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새 정부 초기부터 보이기 시작한 적신호가 이제 눈 돌릴 수 없을 정도로 커진 모습이다. 어디서부터 균열이 시작된 걸까? 우리나라 외교는 한미동맹을 배경으로 진행됐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 외교를 꾀한 때도 있지만 대체로 한·미 혹은 한·미·일 관계가 우선시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나라와 미국이 삐걱거리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고 있다. 상수였는데 변수됐나 지난 12일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 316명이 귀국했다. 이번에 구금된 한국인은 총 317명으로 남성 307명, 여성 10명이다. 이 가운데 1명은 잔류를 택했다. 지난 4일, 미국 이민 당국의 불법체류 및 고용 전격 단속에서 체포돼 포크스턴 구금시설 등에 억류된 지 8일 만이다. 이들은 미국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중에 체포·구금됐다. 문제 해결을 위해 조현 외교부 장관이 미국을 급히 방문했다. 당초 이들은 지난 10일(현지시각)에 전세기를 타고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미국 측 사정’으로 지연됐다. 외교부는 이번에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향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미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현 외교부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에게 이들이 신체적 속박 없이 신속히 귀국하고 향후 미국에 재입국하는 데 불이익이 없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미국 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답을 받았다고 한다.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미국을 떠나는 방식을 두고 우리나라와 미국 간의 이견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자진 출국’을, 미국은 ‘추방’을 언급한 것이다. 자진 출국 방식으로 귀국하면 향후 ‘5년 입국 제한’ 등의 불이익이 없다. 반면 추방 명령으로 미국을 떠나면 영구적으로 기록이 남아 최대 10년간 미국에 들어갈 수 없다. 지난 8일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법대로 하고 있다. 그들은 추방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출국 형태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다행히 미국 측과 조율이 이뤄지면서 자진 출국 형태로 귀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도 이재명 대통령과 도출한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고, 이 사안에 대한 한국인의 민감성을 이해하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제조업 부흥을 위한 한국의 투자와 역할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야 “700조원 줬는데도?”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측이 원하는 바대로 가능한 한 이뤄질 수 있도록 신속히 협의하고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상황이 봉합되는 모양새지만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의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인 체포·구금 과정에서 드러난 미국 이민 당국의 모습을 두고 동맹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말이 나왔다. 실제로 미국 측은 한국인 체포 과정에서 수갑을 채웠고, 이들을 환경이 열악한 수용소에 구금했다. 야권에서 ‘외교 참사’가 일어났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6일,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이후 내놓은 논평에서 “이재명정부는 700조원 선물 보따리를 미국에 안겼지만 회담은 공동성명조차 발표하지 못한 채 끝났다”며 “그 결과가 고스란히 현대차-LG 합작 공장 단속 사태로 돌아왔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국민 사이에서는 실컷 투자해 주고 뒤통수 맞은 것 아니냐는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700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약속해 놓고도 국민의 안전도, 기업 경쟁력 확보도 실패한 것이 이재명정부의 실용 외교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는 관세 협상,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미국에 5000억달러(약 70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지난 6일 페이스북에 글을 썼다. 수갑 채우고 수용소 넣고 장 대표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불법체류자 단속을 넘어 앞으로 미국 내 한국 기업 현장과 교민 사회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수많은 한국 기업이 미국 전역에서 공장을 건설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이 무더기로 체포되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국가적 차원의 리스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미국 측과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루비오 장관 등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태의 재발 방지책과 대미 투자 한국 기업 관계자들의 비자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새로운 비자 카테고리를 만드는 등 다양한 방안 논의를 위한 ‘한미 외교부-국무부 워킹그룹’ 신설을 제의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한미 관계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미 관계가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지 않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 직후부터 관세 등을 무기로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동맹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된 바 있다. ‘삐걱거림’은 이정부 출범 초기부터 감지됐다. 미국 백악관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과 관련해 처음 내놓은 메시지에서 중국을 언급해 ‘이례적’이라는 말을 들었다. 백악관은 지난 6월3일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한미동맹은 철통같이 유지된다”면서도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진행했지만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의 메시지를 두고 이정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행사 견제, 실용 외교를 표방하는 이 대통령이 중국과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압박 등 다양한 해석이 이어졌다. 당시 미국은 중국과 관세를 두고 이른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었다. 시간이 가면서 다소 소강상태가 되긴 했지만 갈등의 골은 여전히 남아 있다. 분위기만 화기애애? 관세 협상이나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도 여전히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 시한으로 정한 날짜를 하루 앞두고 미국과 타결을 이뤄냈다. 당초 한미FTA로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의 관세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0’이었기에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한을 통해 언급한 상호 관세 25%를 15%로 낮추는 데는 합의했지만 과정은 난항을 거듭했다. 루비오 장관의 방한이 취소되는가 하면 ‘한미 2+2 통상 협의’를 앞두고 미국 측의 취소로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길을 돌리는 일도 벌어졌다. 일본이 먼저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기준이 생기고 시간에 쫓기는 등 여의치 않은 상황이 지속됐다. 결국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일본과 비슷한 수준에서 정리됐고 동시에 천문학적인 수준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이때도 관세 협상 결과를 두고 이견이 나타났다. 우리 정부 측은 쌀, 소고기 등 농산물 개방은 없다고 주장했던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면 개방을 말했다. 또 대미 투자의 방식에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보였다. 이견은 한미 정상회담을 거치고도 조율되지 않은 모양새다. 미국 측은 관세 협상 타결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대통령의 방미를 언급했고 실제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정상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앞에 두고 면박을 주는 등의 돌발 행동을 보인 바 있어 우려가 제기됐지만 무난하게 마무리됐다는 평을 받았다. 문제는 명문화된 결과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달 25일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했지만 공동합의문은 발표하지 않았다.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을 통해 동맹의 성과와 협력 의제를 문서화해 왔다. 당선 메시지에 중국 언급 정상회담 합의문도 없어 당시 공동합의문이 나오지 않은 데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제기될 정도였다. 정상회담에서 각종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지만 구체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결과였다. 특히 자동차 관세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업계는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 관세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으로 타결했지만 문서로 명시되지 않은 것이다. 안보 문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인 지난달 2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동발표문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니”라며 “정상 간 논의 내용은 상당 부분 생중계됐고 나머지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양국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위 안보실장은 “문건을 만들어내기까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많은 공감대가 있었다. 그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가 협의를 하면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온 조 장관의 발언은 조금 더 구체적이었다. 그는 “투자 부문에서 국민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어 수용하지 않았다”며 공동합의문이 발표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말했다. 이어 “미일 간 합의문 내용을 보면 왜 우리가 협상을 지연해 가면서까지 안을 만들고 있는지 이해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본은 관세 협상에서 제조업·항공우주·농업·에너지·자동차 등 분야에서 미국에 시장을 개방하고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내용의 합의를 진행했다. 또 합의 불이행 시 미국이 관세를 재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굴욕 협상’이라는 말도 나왔다. 조 장관은 “일본의 타결 협상안을 보면 우리가 비슷한 협상안을 받아들인다고 할 때 여러 문제점이 많다”며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분명히 하며 협상을 강하게 하다 보니 합의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품목 관세가 부과될 때 최혜국 대우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그렇다”고 인정했다. 불확실성 해소될까?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에 자리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타국을 대하는 방식은 이제 변수를 넘어 상수가 되는 모양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한미 관계를 더 흔들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