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강남 유명 성형외과 ‘대리 수술’ 의혹

“오늘 수술자 너무 많아…좀 있다 사람 올 거야”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녹음기를 가지고 코 성형수술 상담을 받은 것은 상담 내용을 정확하게 기억하기 위해서였다. 상담이 끝나고 진행된 수술에도 녹음기는 켜져 있었다. 잊고 있던 녹음기는 수술 후에도 지속된 코 통증 때문에 꺼냈는데 녹취록에 담긴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녹음에는 대리 수술의 정황이 그대로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은 성형수술 강국으로 유명하다. 빛이 있는 만큼 어둠도 짙어, 성형수술 부작용에 관한 이슈도 끊이지 않는다. 한국소비자원의 지난해 통계에 따르면 성형시술 건수가 증가하는 만큼 성형 부작용 사례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성형수술을 받은 4명 중 1명꼴로 성형수술 후 부작용을 경험하고 있다. 

충격적인
대화 내용

성형수술의 부작용은 외형적‧기능적 장애도 있지만 최악의 경우는 식물인간이 되거나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성형수술 중 코 성형은 가장 성형수술 중 많이 시행되는 수술이지만, 간단한 수술이 아닌 어려운 수술에 속한다.

그 이유는 코의 모양뿐 아니라 비염 수술이나 코 주위에 난 작은 여드름으로도 뇌에 악영향을 줄 수 있고, 안경동맥 근처여서 세균이 침입하는 경우 뇌병변 등의 심각한 부작용이 동반한다. 가벼운 코 성형의 부작용은 들창코나 보형물 내 감염으로 염증이 생기는 정도다.

실제로 코 수술로 인한 재수술은 코 성형을 한 사람 5명 중 2~3명이 결정할 정도다. 


코 성형 부작용 피해자가 많은 실정이지만, 보통 피해자가 수술하던 중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는 알기 어렵다. 성형외과가 수술 중 CCTV를 공개해 “안심하고 수술을 받아도 된다”고 홍보하더라도, 피해자가 수술 중인 CCTV를 봤다는 말은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다.

서울에 거주 중인 40대 남성 김모씨 역시 코 성형 수술 피해자 중 한 명이다. 김씨는 지난해 6월18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A 성형외과에서 코 재수술 및 비염 수술을 받았다. 김씨가 A 성형외과를 선택한 이유는 아래와 같다.

김씨는 평소 비염과 비중격만곡증(코 중앙에 있는 뼈가 비정상적으로 휘어있는 증상)으로 숨을 쉬기 어려웠다. 코의 기능과 미용을 동시에 회복하기 위해 코 수술을 잘하는 것으로 유명한 병원을 여러 곳 방문해 상담을 받았다. 

유명인이 많이 찾는다는 병원을 알아보기도 했다. 그중 가장 눈에 띈 병원이 A 성형외과였다. A 성형외과는 성형 수술 중 코 수술을 잘하는 것으로 입소문이 나 있었다. 홈페이지 하단에는 유명 유튜버와 일반인의 성형수술 후기가 있었다. 

특히 성형외과 수술 후기를 공개하는 앱에서는 A 성형외과의 B 원장에 대해 “얼굴 비율에 맞게 디자인을 잘 해준 것 같다. 만족한다” “콧대가 낮아 보였고 퍼져 보였다. 복코 느낌이 강했는데, A 성형외과 원장의 실력이 좋다는 소문을 듣고 수술했다. 100% 만족한다” “A 성형외과에서 문제점과 개선법을 정확하게 말해줘서 수술받았다. 이제 한 달 됐는데 코끝 모양과 콧대까지 이어지는 라인이 마음에 든다. 사후관리를 받으러 갔을 때도 잘해줬다”고 기재됐다.

의사 지정해 수술 받았는데…
녹취록 들어보니…“경악”

이런 이유로 김씨는 A 성형외과에서 코 수술을 받기로 결정했다. 그중에서도 코 수술을 잘한다고 소문난 B 원장에게 수술을 받으려고 ‘선택진료제도’를 이용했다. 선택진료제도는 환자나 보호자가 병원의 특정한 의사를 선택해 진료받는 제도로, 환자나 보호자가 선택진료 의사로 발생한 추가 비용을 전액 부담해야 한다.


김씨는 B 원장에게 수술받기 위해 병원비 650만원을 지불했다. 코재 수술이나 비염 수술 가격이 통상적으로 300만원이기 때문에 2배나 비싼 금액을 지불한 것이다. 

그는 수술한 지 일주일 후 코에 고정해둔 부목을 떼러 A 성형외과에 방문했다. 해당 작업을 위해선 수술 당시 코 안에 넣어뒀던 솜을 제거해야 한다. 그러나 솜을 빼려고 하니 피가 쏟아졌고 다시 집어넣어야 했다. A 성형외과는 김씨에게 코의 통증을 참을 수 없으면 다시 병원으로 내원하라고 했다. 

당시 김씨는 하루에 펜잘 진통제 한 통을 다 먹으면서 버텼지만 도저히 통증을 참을 수 없었다. 김씨가 녹음기를 켜서 들어본 것은 이 시점이다. 이 녹음에는 B 원장이 “잘하는 사람 한 명이…” “오늘 수술이 너무 많다. 벌써 5~6개 하고 있다” “(환자의 피가 많이 나는 상황에서)좀 있다가 잘하는 사람 한 명 더 올 거야”라고 말했다. 간호사는 “(원장이)곧 나가실 거예요” 등의 말을 이어갔다.  

녹음 중반에는 B 원장 외 다른 의사가 등장한다. 이 의사는 수술실에서 “혈압 언제 잰 거예요? (환자가)고혈압은 있나요” “이렇게 하면 잘 안되니까 각도를…” “(피가)여기에서는 하나도 안 나고 그냥 밑에, 실리콘 밑에서…” “피가 너무 많이 난다” “블라인드 쪽에 묶여 있습니다. 일부러 높이 안 생기게 하려고 이쪽에…” “피가 멈추긴 했는데 아까 꿰맬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등의 대화가 녹음됐다.

다른 의사가
메스 잡았나

김씨는 분명히 A 성형외과에서 자신의 수술을 할 의사로 B 원장을 선택했다. 상담도 B 원장과 했기 때문에 목소리를 분명하게 기억했다. 수술 중 등장한 의사는 분명히 낯선 사람이었다. 김모씨는 녹취 증거자료를 앞세워 의료법 위반, 사기, 상해로 서울강남경찰서에 신고했다. 

녹음기의 음성처럼 다른 의사가 김모씨의 수술을 집도했다면, A 성형외과는 선택진료제도로 수술을 받기로 한 김모씨와 한 계약을 위반한 것이다. 

서울강남경찰서에 신고한 결과는 불송치였다. A 성형외과는 해당 사건 녹취록에 등장하는 의사를 지난해 4월25일 군의관을 전역한 후 첫 직장으로 취업했던 의사라고 설명했다. 김씨의 코 성형 수술에 참가한 이유는 다른 의사의 수술을 참관하거나, 환자가 지혈이 필요할 때 도왔다고 설명했다.

B 원장 외 의사는 수술을 참관하거나 지혈을 도운 것이기 때문에 의료법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서울강남경찰서는 의사가 “환자가 고혈압 있어요?”라고 물어본 시점에서 출혈의 원인을 고혈압으로 생각한 것이라고 판단해 불송치 결정을 내린 것이다. 김모씨는 서울강남경찰서의 불송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김씨는 코 높이 차이 및 비대칭 등의 영구장애가 발생했다. 한 눈에 봐도 티가 나는 비대칭도 문제였지만 갑자기 생긴 알레르기 천식으로 숨을 쉬는 게 불편했다. 

제대로 잠을 잘 수도 없었다. 잠을 자려면 입으로 숨을 쉬어야 해서 입술이 자꾸 말랐다. 정신적으로 힘든 시간이 계속되니 식사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코 기능과 미용적인 면도 수술 전보다 더 나빠졌다.

선택 진료
계약 위반?


김씨는 해당 사건을 알리기로 결심했고, 법률사무소 율신의 손영서 변호사와 함께했다. 손 변호사는 유튜브 채널에 해당 사건 동영상을 올리면서 동시에 A 성형외과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이 같은 피해자가 더 발생하면 안 된다는 마음도 있었다. 그리고 김씨는 피해자에서 가해자가 됐다. 

A 성형외과는 손 변호사에게 ▲손 변호사는 해당 사건 동영상을 삭제하라 ▲동일하거나 유사한 내용을 게시하면 안 된다며 고소를 진행한 것이다. 

또 김씨가 녹음기로 수술 중 수술실 대화를 녹음한 것에 대해, 간호사와 의사가 수술 중 녹음을 동의하지 않았다는 것에 중점을 뒀다. 고로 손 변호사가 수술실에서 녹음한 내용을 유튜브에 등록해 사용한 것 자체가 위법하다는 주장이다. 

김씨와 손 변호사는 수사기관에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이는 ▲대리 수술이 의심되는 정황에 관한 의료법 위반 및 사기죄에 대한 검토 ▲홈페이지에 기재돼있었던 ‘대리 수술 없는 책임성형 수술 실명제 시행’으로 진행된 지정 의사 신청 ▲대리 수술이 의심되는 녹취록 내용에 관한 것이다. 

지난 5일 검찰은 김씨와 손 변호사 측의 이의신청을 받아들여,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가 결정됐다.

이에 대해 김씨는 “A 성형외과는 대리 수술로 내게 피해를 입혔는데 사과 한마디도 없었다. 그러면서 오히려 피해자를 가해자로 만들었다. 제대로 된 사과만 했어도 좋았을 텐데, 정신적으로 피해를 입은 게 너무 크다”며 “수술 중 CCTV 확인을 요청했었는데 A 성형외과는 CCTV가 없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계속되는 코 통증 후유증
소송, 소송 그리고 또 소송

이어 “그런데 지금은 홈페이지에 수술 중 CCTV를 확인할 수 있다고 홍보한다. 지금 내 코는 제대로 된 기능을 하지 못한다”며 “코 모양도 상담했던 내용과 다르다. 대학병원에서 진단도 받았다. 나는 피해자고, A 성형외과가 죗값을 받길 원한다”고 하소연했다.

손 변호사는 “성형외과는 수술 건수마다 경제적인 이익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분업식 대리 수술이나 변종형 유령 수술 문제가 굉장히 심각하다. 김씨 사건은 제3자인 의사가 대리 수술을 45분이나 진행했다”며 “집도의가 ‘이거 똑같이 해줘요’라고 의사에게 말하고 약 27분 뒤 들어와서 보고받는다. 이런 과정이 고스란히 남아있는데도 집도의와 의료기관은 여전히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주장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나는 단순히 환자 개인의 소송대리인이 아니라 이 사건의 피의자이자 피고로서 소송의 당사자가 됐다. ‘대리 수술의 공론화’라는 공익의 목적뿐 아니라 김씨의 피해에 관한 손해배상청구 및 나의 향후 소송 과정에서 적극적인 방어권 행사를 위해 1인 시위를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보통 환자는 성형수술을 선택할 때 실력 있는 특정 의사에게 수술받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한 명의 의사가 수술을 진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유명한 의사가 직접 수술하는 것처럼 환자를 속여 비용을 줄이고 분업하는 방식으로 업무 효율성을 높인다”며 “성형외과의 대리 수술 근절을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이러한 관행은 절대 뿌리 뽑히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A 성형외과 측 법무법인 박진식 변호사는 반대의 입장임을 분명히 했다. 이 사건의 코 성형수술은 대리 수술이 아니고, 단순히 김씨가 수술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박 변호사는 “우선 김모씨가 코 높이 차이 및 비대칭의 영구 장애가 발생했다고 하는데, 여기부터 아무런 근거가 없다. 김씨의 주관적 인식이다. 그리고 손 변호사가 유튜브에 편집해 자극적으로 올리는데, 이는 변호사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영구장애
경찰 불송치

이어 “대리 수술에 대해 검사도 혐의없음 처분을 할 것으로 사료된다”며 “손 변호사는 가처분이 기각되자 병원 앞에서 시위를 하는 등 영업을 방해했다. 우리는 형사 고소와 진정을 진행할 것이다. 손 변호사가 공익을 위해 대리 수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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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