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돌고 돌아’ 다시 윤핵관 시대

왼손에 장총 오른손에 권총 들고 ‘재장전’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올해 국민의힘에서 빼놓을 수 없는 단어 중 하나는 ‘혼란’과 ‘당내 투쟁’이다.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이 후 당이 잠시 안정화되는 듯 싶었으나 원조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들이 다시 돌아오자 또다시 비윤(비 윤석열)계와 친윤(친 윤석열) 그룹이 맞서 싸울 태세다. 윤석열 대통령이 재신임을 드러낸 상황에서 윤핵관이 이번에는 실수 없이 대통령실의 미션을 잘 수행할 수 있을까.

국민의힘 권성동·장제원 의원이 최근 언론 노출 빈도가 늘어났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원조 윤핵관이 다시 돌아왔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한동안 조용하던 친윤과 비윤 그룹의 불화가 재차 수면으로 떠오르는 형국이다. 윤핵관 중 최측근 핵관으로 불리는 이들은 적극적으로 대통령실을 옹호하거나 민주당을 향한 공세에서 돌격대장 역할을 맡았다. 

오자마자
큰 목소리

국민의힘에선 최근 더불어민주당 등 야3당이 띄운 이태원 참사 관련 국정조사를 두고 내부 마찰음이 감지됐다. 주호영 원내대표와 당내 친윤 그룹에서 불화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주 원내대표는 국정조사에 일말의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장 의원을 포함한 친윤 그룹에서 강한 반발이 일었다. 

특히 장 의원은 오랜만에 목소리를 높였다. 주 원내대표와 친윤 그룹이 갈등을 겪은 사안은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8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 당시 발생했던 이른바 ‘웃기고 있네’ 필담 논란이 일었을 때 위원장이었던 주 원내대표가 김은혜 홍보수석에게 퇴장을 요구하자, 장 의원이 지난 10일 “그렇게(퇴장)까지 할 필요가 있었나. 협치는 좋은데 그렇게까지 해서 우리가 뭘 얻었느냐”고 비판했다. 

장 의원이 다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이유는 여당이 윤정부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판단이 깔려있는 듯 보인다.

이미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국민의힘이 야당을 공격할 여러 무기를 가지고 있음에도 휘둘리고 있다는 불만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장 의원이 재빠르게 해당 불만을 접수하고 선수친 것으로 읽힌다.

권 의원 역시 민주당이 윤 대통령을 강하게 공격하는 모션을 취하자, 가만히 있지 않는 모양새다. 하루에도 몇 번씩 SNS에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면서 윤 대통령 방어에 나서고 있다. 얼마 전만 해도 2선으로 물러났던 행보와는 정반대되는 모습으로 당무와 관련된 사안들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이들이 석 달 만에 전면에 다시 나타난 배경에는 소수 여당의 자존심 재건 및 윤 대통령의 지속적인 지지율 하락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최근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끊임없이 20~30%대를 오락가락하면서 친윤 그룹 역시 적잖은 타격을 받았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여권에서 충분한 공격거리로 삼을 수 있지만, 당 지지율 역시 박스권에 갇혀 있다. 정치권에서는 윤핵관을 중심으로 다시 당의 구심점 역할을 하기 위해서라는 시선이 강하다.

다시 움직이는 원조 윤의 남자들
비대위원장, 원내대표보다 힘세

결국 당의 위기가 친윤 그룹의 몰락과 연결돼있는 상황에서 윤핵관의 몰락을 막기 위한 재등판인 셈이다. 앞서 두 윤핵관 인사가 밀려난 이유는 이준석 전 대표와의 갈등 및 대통령실 인적 쇄신과 관련한 책임 때문이다. 윤핵관 세력은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 당내에서 지대한 영향력을 발휘한 인물들이다. 

사실상 원조 윤핵관인 장 의원과 권 의원은 정치적 공동 운명체 격이다. 권 의원과 윤 대통령의 깊은 인연은 이미 세간에 잘 알려져 있다. 10대 초반부터 알고 지내왔으며, 윤 대통령이 어린 시절 외가인 강릉에 놀러갔을 때 윤 대통령의 외조모가 소개한 옆집 할머니의 손자가 권 의원이었다.

본격적으로 정치 동지가 된 건 대선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을 때 즈음부터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에서 물러나고 대선을 준비하고 있을 당시 윤 대통령과 권 의원이 만찬을 하면서다. 

또 다른 윤핵관으로 불리는 장 의원과 윤 대통령의 인연은 사실 좋게 시작하진 못했다. 그는 과거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시절에는 “다들 윤석열한테 충성 경쟁을 벌이는 게 안타깝다”며 공격하기도 했다. 국정감사에서도 장모 의혹 등으로 혹독하게 윤 대통령을 야단을 친 적도 있다. 

이후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직을 내던지면서 이들의 악연은 해소됐다. 윤 대통령이 장 의원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고, 장 의원은 종합상황실장으로 합류했다. 당선 후 장 의원은 가장 먼저 당선인 비서실장으로 발탁되기도 했다. 당시 윤 대통령을 밀착 보좌하는 역할을 맡았다. 

사활 걸고
친윤 지키기

권 의원의 경우 윤석열정부 초기 압도적인 지지세로 원내 사령탑에 올랐으나 그 기간은 오래가지 못했다. 윤정부 초창기 권 의원은 압도적인 표차로 원내대표에 당선돼 스스로 대세임을 입증해냈다.

대세는 거기까지였다. 권 원내대표는 끝내 이 전 대표와의 갈등을 풀지 못했다. 또 윤 대통령과의 사적 대화 논란으로 여론의 공분까지 샀는데,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나게 된 결정적인 계기 중 하나로 작용했다. 

두 인물은 당내에서 대세 중 대세로 불리며 거침없는 행보를 보였다. 이들의 대세 행보가 멈춘 이유는 자꾸 헛발질을 해서다. 결국 2선으로 물러났고 한동안 잠잠하게 지냈다. 당시 장 의원은 “당의 혼란에 무한 책임을 느끼며 지역구 의원으로서 책무, 상임위 활동에만 집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계파 활동도 자제하겠다고도 했다. 

권 의원 역시 무한 책임을 느낀다며 후퇴했다. 윤핵관이 2선으로 물러났지만, 당내 혼란의 멈춤은 일시적이었다. 전당대회 시점과 직전 원내대표 선거에서 비윤계가 선전하는 파란이 일었기 때문이다.

친윤계는 합의 추대설을 띄웠지만, 비윤계인 이용호 의원이 40표가 넘는 표를 거두면서 윤심이 불안하다는 말이 나왔다. 당내에서도 윤핵관을 배척하려는 여론이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후 이 전 대표의 가처분 리스크를 해소했고, 정진석호가 본격 궤도에 오르면서 당은 한동안 안정화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러나 최근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를 두고 분위기가 뒤숭숭한 가운데 원조 윤핵관인 장 의원과 권 의원이 전면으로 부상하는 모양새다. 아직까지는 이들이 당내서 힘을 발휘하지는 못하고 있다. 직전까지 주 원내대표는 야3당의 국정조사 요구에 대해 애매한 태도를 취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장 의원이 나서면서 주 원내대표의 입장이 깔끔하게 ‘국조 불가’로 정리됐으며 현재는 가능한 경찰 조사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주 원내대표가 윤 대통령의 신뢰를 잃었다는 반응도 나온다. 윤 대통령을 지키라는 미션에 윤핵관들은 충실한 측면이 강하다. 

결국 주 원내대표가 나름 여론을 반영해 합리적이고 상식적으로 국회를 운영해보자는 취지에서의 국정조사 수용 여부를 고심한 것들이 물거품이 돼버렸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주 원내대표가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생각을 하면서 대통령의 신뢰를 잃었다”고 해석했다. 

장 의원은 지난 14일, 이태원 국정조사 관련 3선 이상 중진 의원 모임에서 ‘의견이 거의 일치했다’는 식으로 발표했다. 윤핵관이 전면에 나서 목소리를 높이자 비윤계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권은희·김웅 의원이 “장 의원의 발언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여전한
믿을맨?

한발 더 나아가 윤핵관 세력은 아예 정진석 비대위원장까지 흔드는 모양새다. 정 비대위원장이 전국 당협 정비 및 당무감사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 확고하자 일부 친윤계가 거칠게 반응하고 있다. 전당대회 시기가 늦춰질 가능성이 생겨서다.

현재까지는 내년 초 전대 실시가 예상되고 있지만, 당협 정미 및 당무감사 실시로 인해 4~5월 사이 개최가 유력한 상황이다. 사실상 당무감사 마무리 전까지 전대 개최가 불가능한 셈이다. 당협 정비와 당무감사는 차기 총선 공천과도 관련된 사안이다. 정 비대위원장의 계획을 윤 대통령이 밀어주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 전대 시기에 따라 당권주자들의 행보가 뒤바뀔 수 있는 데다, 차기 당 대표는 2024년 총선서 막강한 공천권까지 틀어쥘 수 있다. 

정 비대위원장은 본래 윤핵관 그룹이 아니며 지난 대선 당시에도 윤 대통령과 활발한 소통을 해왔다고 보기에도 무리가 있다. 

당초 정 비대위원장은 차기 당 대표 후보군 중 한 명으로 거론돼왔으나 지속적인 욕심 등 내부에서의 공격에 결국 당 대표 출마는 없던 일이 됐다. 

내년 총선에서 친윤 그룹과 윤핵관이 당내에서 입지를 견고히 하기 위해서는 공천을 잘 받아야 한다. 정 위원장 계획에 반발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사실 조기 전대 개최는 차기 당권주자들 사이에서 꾸준히 언급된 사안이다. 그동안 정 비대위원장이 조기 전대 불가론을 띄우며 잠잠해졌지만 최근 윤핵관의 입김이 더해진 탓에 조기 전대론이 재차 수면으로 올랐다. 

과거 실책으로 완벽 신뢰 힘들어
과도 충성 탓 내부서 무너질 수도

일각에서는 정 비대위원장이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이에 대해 딱히 부인하지 않았던 정 위원장에게 결국 윤핵관의 압박이 통한 모양새다. 그는 지난 17일, 당권 도전 생각이 없다고 못 박았다. 결국 친윤 역할론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셈이다. 

다만 원조 윤핵관인 두 인물이 함께 손을 잡지는 않았다. 장 의원은 해오던 대로 대통령실 비호 역할을 맡았다면 권 의원은 다시 한번 직접 뛰어들 태세다. 권 의원이 당권을 노리는 듯한 움직임이 포착돼서다. 인물론보다는 윤 대통령을 앞세우겠다며 윤심을 드러내기도 한다.

친윤 그룹은 두 윤핵관의 복귀를 쌍수 들고 환영하는 분위기다. 또다시 윤 대통령을 등에 업고 당을 장악하려 든다. 윤 대통령 입장에서도 정치권의 ‘믿을맨’은 윤핵관 뿐이다. 과거 정치적 기반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윤핵관의 손을 잡고 윤 대통령은 정치권으로 뛰어들었다. 

앞선 실책은 여전히 윤 대통령에게 중요한 사안이 아니었던 것처럼 여겨진다. 이태원 참사에서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책임론이 계속 불거졌으나 여전히 윤 대통령은 그에 대한 신임을 보이고 있다. 해외순방 직후 이 장관의 어깨를 툭툭 치며 “고생했다”는 말로 감쌌다. 

취임 초 윤정부는 여의도, 대통령실의 기반 세력을 윤핵관 중심으로도 짰다. 이번 재등판 역시 친윤의 본격적인 세력화인 동시에 자신의 세력을 꾸리기 위함이라고 풀이된다. 

장 의원은 기본 전투력이 있는 정치인 중 한 명으로 확실하게 윤 대통령의 편이라는 느낌도 강하다. 여러 사안을 가리지 않고 대통령을 향해 충성할 수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윤핵관을 앞세웠다가 한 번의 실패를 맛보면서 이들에 대한 신임도가 낮아져 있다. 추후 이들에게 중대한 사안을 무작정 맡기기에는 부담이 따를 수 있다. 

정치권에서는 윤핵관이 재등판하면서 오히려 당 전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한 충성심으로 인해 내부서부터 무너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국민의힘이 다시 분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윤 대통령
다음 미션은?

앞서 보수정권이 무너졌던 이유는 과한 충성심 경쟁 때문이었다. ‘친박 학살’이 대표적 사례다. 차기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윤핵관을 필두로 세우고도 패한다면 국민의힘에게는 물론, 윤정부의 국정동력에 찬물을 끼얹을 수밖에 없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윤핵관이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미션에 앞으로도 충실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것저것 안 가리고 또 대통령을 향해 충성할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기용한다”고 덧붙였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민의힘 당 대표 하마평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후보군이 10명 가까이에 이른다.

원내에서는 윤상현·김기현·안철수·조경태·권성동 의원 등이 거론된다.

반면 원외에서는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유승민 전 의원, 황교안 전 국무총리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또 윤핵관으로 불리는 권 의원, 장제원 의원이 다시 움직임에 따라 친윤 그룹의 움직임도 눈에 띄게 늘었다.

심지어는 권영세 통일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이름까지 오르내린다.

정치권에서는 차기 당 대표는 결국 윤석열 대통령의 마음이 어디로 향하는가에 따라 달렸다고 본다.

현재 여론조사상으로 당권주자 중 민심의 선택을 받은 인사는 유 전 의원, 당심에서는 나 부위원장이 1위를 달리고 있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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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독해진 송영길 역할론

더 독해진 송영길 역할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이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이미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은 김민석 전 국무총리에게 쏠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그는 누구보다도 ‘정청래 고립 작전’에 힘을 쏟고 있다. 친정청래계의 십자포화를 견디면서까지 존재감을 키우는 그의 의도는 무엇일까? 오는 8월 치러지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전당대회가 다가올수록 당의 내홍도 거세지는 분위기다. 지난달 대표직 사퇴 이후 사실상 연임을 선언한 정청래 전 대표는 ‘민주당 전통성’을 부각시키며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노사모(노무현 전 대통령을 사랑하는 모임)’ 출신인 점 등을 강조하면서 친문(친 문재인) 진영의 표심을 흡수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타깃은 한 명뿐 그런 정 전 대표를 향해 날을 세우는 건 또다른 후보군인 송영길 의원이다. 송 의원은 초반부터 매섭게 정 전 대표를 몰아세우며 그의 적통성 행보를 차단하고 나섰다. 송 의원은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 전 대표가 친노(친 노무현)·친문 등 정체성을 부각한다”는 진행자의 말에 “그는 완전히 노무현 대통령과 등을 져서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못했다”며 “다른 분이면 몰라도 정 전 대표는 (친노의) 적통성을 따질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전 대표는 2002년 노사모를 기반으로 한 인터넷 정당 ‘정정당당 추진위원회’을 꾸리면서 정치에 입문했지만, 2007년 노무현정부와 대립각을 세운 열린우리당 정동영 당시 의장(현 통일부 장관)과 더 가깝다는 평이 나오면서 적통성을 의심받고 있는 것이다. 그러자 정 전 대표는 “이렇게까지 하느냐. 100% 허위 사실”이라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고, 송 의원은 “당일 정 전 대표를 본 기억이 없어서 (노 전 대통령) 장례식에도 참석도 못했다는 말을 했다”며 사과의 뜻을 건넸다. 송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제 발언의 요체는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 앞에 우리는 모두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라는 사실이다. 다시 이런 비극을 재현해서는 안 된다”면서도 “노 전 대통령께서 한미 FTA를 추진할 때 민주당 대부분 의원이 격렬하게 반대했다. 그 선봉에 (당시) 정청래 의원이 있었다”며 또다른 논란을 꺼내 들었다. 이는 친청(친 정청래)계와 친명(친 이재명)계 간의 계파 대리전으로 번졌다.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이제는 한미 FTA 찬반까지 끌어와 당 대표 경선을 혼란스럽게 한다”며 “이런 편파적 파묘 안 하시면 안 되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갈등은 필연이지만 팩트로 논쟁하자”며 “적통 논쟁도 하지 말자. 지금은 AI시대”라고 말했다. “네가 친노?” 20년 전 사건까지 파묘 거세게 몰아치는 ‘정청래 고립 작전’ 최 의원은 송 의원의 ‘사당화’ 주장에도 반박했다. 앞서 송 의원은 “대통령과 손발을 맞추려면 할 일이 많은데 우리 민주당은 운동장을 너무 좁게 쓰고 있다. 정 전 대표 측근 아니면 당무에서 거의 배제되고 최고위원도 자기들끼리만 한다”며 사당화를 도마 위로 올렸다. 이에 대해 최 의원은 “송 의원이 정 전 대표를 비난하면 기다렸다는 듯 재래식 언론이 줄줄이 보도한다. 민주당이 극복한 ‘문모닝(하루를 문 대통령 비판으로 시작한다)’의 악몽이 되살아나려 하는데 막을 사람이 바로 송 의원”이라고 주장했다. 논란의 한가운데에 선 정 전 대표는 “소모적 적통 논쟁을 하지 말자”며 싸움을 그만둘 것을 제안했다. 그는 “저는 제 입으로 적통의 적자도 꺼낸 적이 없고, 그럴 생각도 없다. 위대한 대통령 누구의 적통이라고 주장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정 전 대표는 “저는 김대중 대통령을 존경했고, 노무현 대통령을 사랑했으며 문재인 대통령을 좋아했다”며 “이재명 대통령과는 동지이자 전우로 윤석열 검찰독재정권의 폭압을 함께 뚫었다. 12·3 불법 비상계엄 내란의 밤 때는 목숨 걸고 국회 담장을 넘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렇게 말한 것이) 뭐가 문제가 되냐”면서 “제 입으로 말하지도 않은 것을 상상하고 비틀어서 ‘적통이네 아니네’ 하는 언론의 프레임에 맞장구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달 초를 기점으로 민주당의 분위기가 한층 누그러졌다는 평이 나온다. 이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오찬 회동을 하며 지지자 간의 갈등 봉합을 시도했고, 보안수사권 폐지 역시 정부가 먼저 치고 나오면서 논란을 잠재웠다. 퇴로까지 끊었다 정 전 대표의 전당대회 필살기가 사라졌다. 여기에 친문 의원들조차 “하늘에 계신 분들이 (정 전 대표의 적통성을) 인정하겠나” 등 표현으로 거리를 두면서 고립 직전에 놓였다. 정 전 대표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송 의원의 여론전도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송 의원은 정 전 대표에게 힘을 싣는 여의도 밖 스피커와도 각을 세우고 있다. ‘ABC론’ ‘증축·재건축론’ 등을 주장한 유시민 작가를 향해 “간신은 주군 옆에서 권력을 독점해 똑똑하고 새로운 사람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차단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유 작가는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는 과정에서 열렬히 지켜주고 응원했던 사람들이 원했던 것은 증축이었는데, 대통령은 재건축을 하려고 했던 것 같다. 대통령의 자신감이 지나쳤던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민주 진영 코어 지지층이 바란 것은 중도·보수로의 ‘증축’이지만 이 대통령은 원주민(코어 지지층)과 상의 없이 ‘재건축’에 나서 이들이 이탈하고 있다는 증축·재건축론을 제기한 것이다. 이에 송 전 대표는 YTN <장성철의 뉴스명당>에 출연해 “충신은 자기 주군의 성공을 위해서 더 똑똑한 사람, 새로운 사람을 계속 영입한다”며 유 작가의 주장을 반박했다. 연일 송 의원의 견제가 이어지고 있지만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지지를 받는 정 전 대표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따라서 김민석 전 총리와 송 의원 둘 중 누구든 결선에 진출해 ‘반 정청래’ 전선을 꾸리는 것이 1차 목표라는 설명에 힘이 실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현 상황에 대해 “지금으로서는 송 의원은 당 대표를 하겠다는 열망보다 정 전 대표를 막겠다는 열망이 더 강해 보인다”고 봤다. 이처럼 정치권에서는 송 의원을 개별 후보가 아닌 김 총리의 페이스메이커로 보는 분위기다. 명심을 등에 업은 김 총리가 거칠게 나올 경우 국정 운영에 차질이 생길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만큼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적은 송 의원이 ‘정청래 저격수’ 역할을 자처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오래전 큰 그림 송 의원의 의중과 상관없이 두 사람의 단일화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번 전당대회서 정 전 대표에게 유리한 것으로 알려진 1인1표제가 적용되는 만큼 김 전 총리와 송 의원이 손을 잡는 것이 안전하다는 이유에서다. ‘김민석+송영길 대 정청래’ 구도로 선거를 치른다면 압승도 가능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정치권에서는 전당대회에 출마한 송 의원이 가장 주목을 받는 시점에 김 전 총리와의 단일화를 선언한 후 사퇴하는 시나리오도 점치고 있다. 자신의 지지층 결집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김 전 총리에게 힘을 실어준 뒤 물러서는 방식으로, 이럴 경우 확실한 1 대 1 구도가 만들어지게 된다. 정치권에서는 송 의원이 전당대회를 통해 체급을 키운 뒤 청와대에 외교부 장관 등 자신이 희망하던 자리를 요구하지 않겠냐는 해석도 나온다. 국회 입성 이후 송 의원의 외교부 장관 입각설 등이 꾸준히 나오는 것 역시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 그동안 송 의원은 자칭타칭 ‘외교 전문가’로 이름을 알려왔다. 그는 문재인정부 당시 러시아 특사를 지냈으며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과 민주당 동북아평화협력특별위원회 초기 위원장을 지냈다. 21대 국회 전반기에는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꾸준히 외교·통일 정책 비전을 밝혀왔다. 지난 2월 복당을 앞둔 때에는 향후 외교 분야에서 역할을 맡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송 의원은 부산 벡스코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결과 북극 항로의 미래’를 주제로 열린 민주당 부산시당 주최 특강에서 “러시아와 미국 등 외교 현안에서 역할을 감당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송 의원은 러시아와의 협력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현재 한국은 러시아보다 우크라이나에 더 가까운 입장”이라며 “전쟁 중이라는 특수성이 있지만 아쉬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극 항로를 열기 위해서는 실용주의 외교가 필요하다”며 이정부의 실용주의 노선과 궤를 같이 했다. 그는 최근까지도 활발한 외교 행보를 보였다. 지난달 24일 조정식 국회의장 특사 자격으로 미국 출국길에 올라 전방위 외교 활동에 나서기도 했다. 송 전 의원은 미국 워싱턴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와 미 의회 지도부와 연쇄 면담을 갖고, 북핵 문제와 경제 제재 예외 조치 등 한미 간 주요 현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복당 후 역할은…” 마음은 다른 곳에? ‘미주민주참여포럼(KAPAC)’이 워싱턴DC의 한 호텔에서 개최한 콘퍼런스에서 송 의원이 이 대통령의 서면 축사를 대독에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에 국민의힘 신지호 전 의원은 송 의원이 “양손에 떡을 다 쥘 수 있는 상황이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이같이 주장하며 “누군가 송 의원에게 ‘너 외교부 장관 할래, 당 대표 할래?’라고 묻는다면 바보가 아닌 이상 당 대표라고 답한다. 이번에 당 대표가 되면 공천권을 쥘 수 있기 때문”이라며 “(선거를) 하다가 여의치 않을 경우 외교부 장관으로 가는 것이고, 지금의 이런 것들이 또 외교부 장관으로 가기 위한 과정이 될 수 있다. 지금 양쪽 접근을 다 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유리한 지점에 서 있는 만큼 송 의원의 당권 레이스 완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21년 치러진 전당대회서 당선된 경험이 있는 만큼 이미 민주당에 조직 기반이 있다는 점에서다. 최근에는 경남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당원 등 100여명이 모여 ‘8·17 전당대회, 응답하라 송영길!’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송 의원의 출마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지금 대한민국은 대내외적으로 복합적인 위기와 갈등을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며 “이런 시대일수록 국정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하고 당을 하나로 묶어낼 검증된 지도력이 절실하다. 송영길 의원은 ‘이재명 국민주권정부’의 성공적인 국정 운영을 가장 안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정치적 경험과 국가 운영 능력을 갖춘 인물”이라며 평가했다. 친명 좌장으로 불리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은 8월 전당대회와 관련해 “제가 아는 송영길 의원은 (김 전 총리를 위한) 페이스메이커로 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누구든지 1등을 하기 위해서 나가고, 만약에 결선투표로 간다면 1등, 2등 해서 결선에 가서 이기겠다는 생각일 것”이라며 “송 의원이 누구를 위해서 자기가 페이스메이커로 나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양손에 쥔 꽃놀이패 송 의원 역시 본인이 김 전 총리의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는 분석에 대해 “후보자들은 일종의 면접시험을 보고 있는 것이고 인사권자인 당원들께서 판단하실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결선투표 제도가 없다면 단일화 논란이 일어날 수 있지만 전당대회는 제도적으로 결선투표제가 있다”며 완주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았다. 만일 송 의원이 전당대회를 완주한다면 정 전 대표와 청와대라는 양강 구도에 변수가 된다. 그의 선택에 따라 이번 전당대회 판세가 갈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그가 페이스메이커가 아닌 ‘게임 체인저’로 바뀔지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여의도 복귀 김민석, 전대 신호탄 김민석 전 국무총리가 당권 경쟁자인 정청래 전 대표를 겨냥해 “지금까지 했던 방식으로 굳이 (대표를) 두 번 할 필요나 필연성은 지금 발견하기 어렵다”고 직격했다. 총리직에서 퇴임해 여의도에 복귀하자마자 이같이 밝힌 김 전 총리는 유튜브 채널 ‘오마이TV’가 공개한 영상에서 “이제는 정청래 전 대표와 다른 색깔, 역량, 스타일, 장점을 가진 리더십이 필요한 때”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지방선거로 (정부 출범 후) 최초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당의 역할 폭과 숙제 크기가 더 넓고 커지고 강해졌다. 이제 당이 더 본격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당이 어떻게 가야 하나, 무엇을 해야 하나에 대한 제 나름의 생각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최대한 반영하고 싶다”며 “대한민국 역사의 황금시대 도래, 그 첫 장을 이재명정부가 열고 있다고 보고 그것을 실제로 만들어내는 일에 모든 걸 다 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올해 초 정 전 대표가 시도했다가 무산된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도 꺼내들었다. 김 전 총리는 “그것(합당)을 풀어가는 데 문제 제기와 과정이 잘못돼서 일을 그르쳤다고 본다”며 “같은 세력은 통합하고 다르면 연대하고, 통합과 연대와 확장이 반드시 필요하다. 통합을 할 것이냐 연대를 할 것이냐의 문제에 대해서는 혁신당이 스스로 명확하게 판단하고 (입장을) 드러내는 것이 좋다”고 제언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