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윤석열-이기흥 기막힌 우연, 왜?

손바닥으로 통하는 대통령과 회장님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큰 논란 없이 윤석열정부 첫 국정감사를 마무리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성남FC 후원 의혹’과 체육회 운영 전반에 대해 여야의 질타가 쏟아졌으나 무난하게 매듭을 지었다는 평가다. 이 회장은 진보·보수를 가리지 않고 정부와 밀접한 관계를 형성해온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가 체육계에서 거물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지난해 재선에 성공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체육 외에도 자신의 종교인 불교에도 관심이 깊다.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신도회 회장을 지냈을 정도다. 윤석열 대통령도 공식적이진 않지만 독실한 불자로 알려져 있다. 김건희 여사와의 연을 맺어줬다는 ‘무정 스님’의 존재만으로도 그가 불교에 관심이 깊다는 걸 알 수 있다.

정관계
마당발

이 때문에 역대 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이 회장과 윤석열정부 간 불협화음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일요시사>는 이 회장과 윤 대통령 및 현 정부와의 닮은꼴을 알아봤다.

이 회장은 체육계에서 대표적인 ‘마당발’로 통한다. 문재인정부와도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앞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한국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추가 문제를 논의했을 때 ‘현재 2명인 한국의 IOC 위원(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유승민 IOC 선수위원) 수를 한국의 국제스포츠 기여도에 맞게 3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논의한 사실을 말했다고 한다.

당시 바흐 위원장은 문 대통령에게 “IOC 내부 절차를 따르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체육회는 2017년 6월8일 이사회를 열고 이 회장에게 국가올림픽위원회(NOC) 위원장 자격과 IOC 위원 후보 추천을 위임한다고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그러나 이 회장은 그해 8월 IOC로부터 위원 추천을 받지 못했다. 셀프 추천 논란에 대해 이 회장은 “사실은 많은 사람과 의논하고, 다른 사람에게 권유하는 등 절차를 다 거쳤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 회장이 문재인정부 출범에 기여한 인물로 꼽혀 IOC 위원으로 이름이 오르내렸던 것 아니냐는 관측이 무성했다. 이 회장과 문정부의 관계를 보여주는 또 다른 일화도 있다.

윤, 대선 경선 과정 왼손 ‘왕(王)’자 논란
이, 2018년 국감 당시 비슷한 문양 포착

2017년 3월 올림픽공원 역도경기장에서 2000여명의 체육인이 결집하는 상황에서 이 회장은 대선후보였던 문 전 대통령을 그림자처럼 수행했다. 그 자리에는 문재인 캠프에서 문화예술교육특보단장로를 역임한 도종환 전 문체부 장관도 있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수년간 활동한 도 전 장관은 대선 유세 기간 중인 같은 해 4월 대전에서 열린 대한체육회 및 시·도(시·군·구)체육회 임직원 워크숍에도 참석해 체육정책에 대한 관심과 함께 이 회장과의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 회장의 인맥은 정치권에 한정되지 않는다. 과거 야당 총재 비서관과 사업가로 활동한 덕에 법조계와 재계에도 이 회장과 친분이 깊은 사람이 즐비하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는 과거부터 무속 논란의 중심에 섰다. 특히 윤 대통령은 인위적으로 하얀색 눈썹을 붙였다거나 왼손 손바닥에 임금 왕(王)자를 일부러 새기고 토론회에 나왔다는 주장이 상당했다.

윤 대통령의 임금 왕자는 지난해 9월26일 국민의힘 대선후보 3차 토론회에서 처음 등장했다. 정치권에서는 왕자의 크기와 모양이 다르게 보였던 만큼 누군가 매번 새로 써줘 주술적 의미가 담긴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원조 왕자’
빨간색으로

당시 대선후보였던 홍준표 대구시장은 “주술에 의존해서 대통령이 되겠다는 거냐”고 비판했다. 윤석열 캠프 측은 홍 시장의 비판에 대해 “주술적 의미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며 “6차 토론회에도 누가 써주면 그대로 나갈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윤 대통령의 무속 논란은 건진법사 전모씨가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직속 네트워크본부 고문으로 활동했다는 의혹이 핵심이다. 당시 선거대책위원회는 “전씨가 고문으로 활동한 사실이 없다”며 네트워크본부 자체를 해산했다.

논란의 불씨를 꺼버린 것이지만 윤 대통령을 견제하는 언론과 정치권 입장에서는 사실상 증거를 인멸했다고 볼 수 있다.

‘손바닥 왕 자’는 윤 대통령보다 이 회장이 앞섰다. 2018년 10월23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앞서 선서 중인 이 회장의 <뉴스1> 사진을 보면 윤 대통령과는 다른 오른속에 왕 자로 보이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누군가가 이 회장의 손금을 봐준 것으로 추정된다. 무속에서 손바닥에 왕자를 쓰는 것은 언변이 부족하거나 가기 싫은 자리에 가야 하는 상황에서 좋은 기운을 받기 위한 것이라는 의미를 갖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던 조계종 부설 사단법인인 날마다좋은날은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원혼과 일제강점 이래 역사 속에서 억울하게 쓰러진 넋들을 기리기 위해 2014년 8월 공연을 열기도 했다. 넋전이란 사람의 넋을 모양내 오린 종이로, 불교의 제사의식에서 유래돼 민간 제사의식에까지 널리 퍼진 전통문화의 하나다.

현재는 사찰에서 행해지는 백중행사 등에 흔적이 남아 있고 무속신앙에 쓰이고 있다.

이른바 이 회장의 무속 의혹은 윤 대통령의 의혹과는 본질이 다르다. 또 윤 대통령과는 다르게 이 회장이 무속에 관심이 깊은 정황이 포착되거나 언급된 적도 없다.

“주술 아니다”
“기운” 해석도


윤 대통령은 불교계 인연이 각별하다. 검찰총장이 되기 전인 2019년 7월까지 김 여사와의 연을 맺게 해준 ‘무정 스님’과 깊은 친분을 유지했고 불교 신자였던 그의 어머니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윤 대통령과 불교의 첫 인연은 1980년대 초 윤 대통령이 서울대 법대 재학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서울대 법대에서 1980년 5·18광주민주화운동 유혈 진압에 대한 모의재판이 열렸다. 검사 역할을 맡은 윤 대통령은 전두환 당시 대통령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이후 외갓집이 있는 강원도 강릉으로 피신한 윤 대통령은 중광 스님과 인연을 맺었다. 중광 스님은 윤 대통령에게 멘토 역할을 하면서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이 중관 스님을 강원도 양양 낙산사에서 처음 만났다는 주장도 있으나 사실관계 확인은 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불교는 종교를 넘어 우리의 역사이자 문화 자체로, 불교 문화재의 원형 보존 및 훼손 방지는 선택이 아닌 국가의 의무”라고 강조하며 불교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과거 내세웠던 불교 공약은 ▲전통사찰 보존 ▲전통문화유산 보존 ▲국립공원 제도 개선 ▲공공기관 종교 편향 근절 등 4개 분야로 나눠 각각의 방안을 마련했다.

윤 대통령은 불교 공약 외에도 지난 1월 열린 불교리더스포럼 5기 출범식에 참석하는 등 불심 잡기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불교리더스포럼은 이 회장이 상임대표로 있는 곳으로 불교지도자 네트워크로 알려진 단체다.

이 회장은 지난해 4월 상임대표로 위촉됐고 15명의 공동대표로는 ▲이귀남 전 법무부 장관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 ▲이철희 전 청와대 정무수석 ▲육현표 삼성경제연구소 사장 ▲김민배 TV조선 대표 ▲차승재 동국대 교수 ▲최영현 한국복지대학교 특임교수 ▲윤종원 IBK기업은행장 ▲한자경 이화여대 교수 ▲손창동 공무원불자연합회장 ▲이인정 아시아산악연맹회장 ▲최현국 공군 예비역 중장 ▲고유환 동국대 교수 ▲정연만 전 환경부 차관 ▲윤성이 동국대 총장 등 각 사회 분야 최고 전문가들이 있다.


조카 대통령실 근무 확인…소통창구 역할?
아주 특별한 인연…닮은꼴 불교 행보 눈길

윤정부와 불교계의 교감은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 회장의 조카인 이강래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은 강승규 시민사회수석과 함께 지난달 제37대 총무원장으로 취임한 진우 스님을 예방했다.

앞서 이 선임행정관은 성균관대학교 국정전문대학원에서 행정학 박사학위를 받고, 행정사 자격증을 갖춘 행정 전문가다.

연세대학교 행정대학원 겸임교수로 강의했고 UC 버클리 동아시아연구소 객원연구원, 한국정책분석평가학회 정책사례·실무연구이사(위원장), 한국행정연구원 연구운영실무협의회 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엘리트 코스를 밟기도 했다.

특히 국회와 청와대에서 10여년간 정부 정책에 대한 실무 경험을 쌓았다. 이명박정부 청와대에서 대통령 의전관(행정관)으로 G20 서울정상회의, 핵안보정상회의 등 국내외 주요 행사를 기획·총괄하고 홍보기획팀장(선임행정관)으로서 대통령의 이미지(PI) 관리와 다양한 정책 행보를 기획했다.

재직 중에는 ‘정책제안 우수자’로 선정되어 대통령실장 표창(장관급)을 받기도 했다.

이 선임행정관과 강 수석은 ‘취임을 축하드립니다’라는 메시지가 적힌 윤 대통령의 축하 난을 진우 스님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같은 달 이진복 정무수석은 대통령실불자회장으로 취임했다.

이 수석은 취임사로 “국익과 국민을 위한 국정 운영이 마치 부처님의 말씀처럼 노력을 통한 공덕을 쌓아가는 과정”이라며 “공덕의 과정에 많은 어려움이 직면할 수 있겠지만 부처님의 자비와 사랑으로 지혜롭게 헤쳐나가겠다”고 밝혔다.

국회 정각회장인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도 “국회 정각회에서 함께 활동하며 신심과 책임감을 인정받은 이진복 정무수석이 회장을 맡게 돼 든든하다”며 “불교계 현안 해결에 끝까지 책임을 다하기 위해 국회 정각회장 소임을 맡게 된 만큼, 대불회와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불교계의 숙원이 잘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독실한 불자?
교감 공통점

이 회장은 “세대, 지역, 종교 등 사회적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되는 현상을 극복하고 지혜롭게 해결해나가기 위한 노력에 대통령실불자회가 앞장서 달라”며 “명예와 이익을 구하지 말고 수행을 위해 끝없이 정진해야 한다는 태고보우 스님의 말씀처럼 행동 하나가 모두 국민과 함께하는 수행이라고 여기고 굳건한 사명감으로 임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안민석 VS 이기흥,  체육계 진짜 실세는?

체육 행정을 총괄하는 사람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다.

하지만 체육계 인사들은 보통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과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진짜 실세라고 입을 모은다.

두 사람은 관계는 친분이 있다기보다는 앙숙에 가깝다. 실제 서로가 비난하는 모습도 여러 차례 공개됐다.

조재범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코치의 성폭력 파문이 터졌을 당시 안 의원은 한 방송사 TV 토론 프로그램에 나와 “이 회장이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안 의원은 “이 회장이 물러나지 않으면 대한체육회와 대한올림픽위원회(KOC)를 분리하면 된다. 그러면 대한체육회장 선거를 다시 치러야 한다”며 KOC 분리를 주장했다.

이 회장이 대한체육회장과 KOC 위원장을 겸임하고 있는 것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하지만 이 회장은 사퇴하지 않았고 KOC 분리에 대해서도 “이런 상태에서 KOC 분리라니 지금 앞뒤가 안 맞는, 애들 장난도 아니고”라며 반발했다.

이 회장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에 당선됐을 때도 두 사람의 불편한 관계가 나타났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낙연 전 국무총리를 비롯한 체육계 주요 인사가 대거 축하 메시지를 보냈지만 안 의원은 IOC 위원 선출에 대해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안 의원은 서울대학교 체육교육과를 졸업한 대학 교수 출신이다.

생활체육과 학교체육을 강조하고 KOC 분리를 주장하는 대표적 인사로 알려진다.

반면 이 회장은 대한카누연맹, 대한수영연맹을 이끈 뒤 대한체육회 부회장을 거쳐 2016년 10월 통합 대한체육회장으로 선출된 입지전적 인물로 안 의원과는 기반이 대조적이다.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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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접수 정청래 ‘절대 권력’ 플랜

여당 접수 정청래 ‘절대 권력’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두려워하던 개혁의 시간이 밝았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신임 당대표가 키를 쥐면서 야당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정 대표의 목소리가 거칠어질수록 당원들의 환호는 커지는 모양새다.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의 수장인 그를 막아낼 사람이 없다. 지난 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신임 당대표로 당선됐다. 득표율은 61.74%로 38.26%를 얻은 박찬대 의원을 약 30%p 차이로 누르고 승기를 거머쥐었다. 국힘 향해 칼질 예고 정 대표의 당선 배경에는 국민의힘의 극우화와 ‘검찰·언론·사법 3대개혁 완수’ ‘내란세력 척결’이 제대로 들어맞은 게 컸다는 분석이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수사를 거부하고, 아스팔트 보수 인사들이 국민의힘을 쥐락펴락하면서 내란을 현재 진행형으로 본 것이다. 정 대표는 전당대회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강경 노선을 유지했다. 날카롭고 선명한 목소리로 국민의힘을 비판했고 당원들은 내란에 종지부를 찍을 정 대표를 선택했다. 정 대표는 당선 직후부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그는 수락 연설을 통해 “당대회 기간 내내 강력한 개혁 당대표가 되겠다고 초지일관 말씀드렸다. 약속드린 대로 강력한 개혁 당대표가 되어 검찰개혁, 언론개혁, 사법개혁을 추석 전에 반드시 마무리하도록 하겠다”며 “전당대회가 끝난 즉시, 지금 바로 검찰개혁 태스크포스(이하 TF), 언론개혁TF, 사법개혁TF를 가동시키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정 대표는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점은 내란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이라며 “이 땅에서 윤석열의 비상계엄 내란 사태는 다시는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 내란 세력을 뿌리 뽑아야 한다. 아직도 반성을 모르는 내란 우두머리 피의자 윤석열과 그 동조 세력을 철저하게 처벌하고 단죄해야 할 것”이라고 소리 높였다. 이어 “프랑스 공화국이 관용으로 건설되지 않았듯이 대한민국도 내란 범죄자들을 철저히 처벌함으로써 민족정기를 바로 세워야한다. 당이 앞장서서 내란 척결에 총력을 기울이겠다. 법사위원장 때처럼 속 시원하게, 헌법재판소 국회 탄핵소추위원 때처럼 진중하게 당을 이끌겠다”고 덧붙였다. 당권을 쥔 정 대표는 국민의힘과의 협치 가능성을 조금도 열어 놓지 않았다. 지난 5일 우원식 국회의장과 김민석 국무총리,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 등 범여권 4개 야당 대표를 예방했지만 국민의힘에 대해서는 “사과와 반성이 먼저 있지 않고서는 그들과 악수하지 않을 것”이라며 적대심을 드러냈다. 국민의힘은 ‘내란 동조당’일 뿐, 제1야당으로서 인정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정 “악수는 사람이랑 하는 것” 초반부터 강수⋯목표는 야 해산 앞서 정 대표는 이날 오전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뉴스공장-겸손은 힘들다’에 출연해 “악수도 사람과 하는 것”이라며 “협치보다 내란 척결이 먼저”라고 말한 바 있다. 정 대표는 “내란을 일으킨 윤석열은 국민의힘 당원이었다. 비상계엄 내란 사태를 일으킨 것에 대해 국민의힘은 연대책임이 있지 않느냐”며 “‘윤 어게인(Again)’을 주장하고 탄핵 반대를 주장하는 사람과 악수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먼저 기본적인 대국민 사과와 진솔한 석고대죄, 이런 것은 기본으로 있어야 한다”며 “악수도 사람하고 악수하는 것이지 어떻게 그런 사람들을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정당 해산 추진 가능성도 언급했다. 정 대표는 ‘진짜로 정당 해산을 추진하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박근혜정부 때 내란 예비 음모 혐의로 해산됐던 통합진보당 사례에 비춰보면 국민의힘은 10번, 100번 정당해산 감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내란 특검에서 수사 결과가 발표되면 국민의힘과 윤석열뿐만 아니라 내란에 대해서 중요 임무를 수행했다는 등의 사실이 밝혀지면 국민이 가만히 있겠나. 저 정당을 빨리 해산시키라고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정권 초반인 이재명정부가 곧바로 제1야당에 대한 정당 해산 심판을 법무부에 청구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정 대표는 “그래서 제가 국회에서 의결을 한 경우에는 정당 해산 심판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 국무회의 심의를 하라는 법을 낸 것”이라며 “국회에서 의결해 온 것이기 때문에, 국무회의에서 무시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벌써부터 큰 그림? 내란 척결을 앞세운 정 대표가 야당의 기강을 잡으며 진두지휘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과 아주 긴밀하게 소통하고 미세한 부분까지 잘 조정해서 우리 국민과 당원께서 만족할 만한 개혁 방안을 내올 것”이라고 자신하기도 했다. 권력이 최정점을 찍었을 때 당원들의 숙원인 검찰 개혁을 빠르게 해결해 정치적 효능감을 안겨주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3대 개혁 특위와 당원주권정당 특위 설치를 의결했다. 그는 “검찰개혁, 언론개혁, 사법개혁은 폭풍처럼 몰아쳐서 전광석화처럼 끝내겠다”며 “3대 개혁 모두 개혁의 방향과 내용이 이미 구성돼 있고, 윤석열 검찰독재정권과 내란 사태를 겪으면서 국민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검찰개혁 특위위원장 민형배 의원 ▲언론개혁 특위위원장 최민희 의원 ▲사법개혁 특위위원장 백혜련 의원 등이 임명됐다. 당원주권정당 특위위원장에는 장경태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임기 초반부터 강하게 치고 나가는 만큼 정치권에서는 벌써 정 대표의 다음 스텝을 주목했다. 관건은 내년 6월 지방선거다. 이변이 없는 한 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인 가운데, 내년 8월 임기를 마치는 정 대표가 훈풍을 타고 당대표직 재임에 도전할 것이란 해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가 노무현의 전 대통령과 이 대통령의 경기도 지사 시절 향수를 불러일으킨다는 점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봤다. 그는 “그동안 당원들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그리움과 이 대통령의 ‘사이다 화법’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며 “이제 정 대표에게 두 사람을 투영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개혁가 적인 면모와 이 대통령의 선명함을 닮았다고 본 것이다. 당원들의 가려운 곳을 속 시원하게 긁어줄 유일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열됐던 전당대회 열기가 사그라지면 이른바 ‘정청래 라인’도 새로 생기지 않겠나. 그럼 그때부터는 대권주자로서 입지가 강해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전당대회가 진행되는 동안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은 박찬대 후보”라는 확신이 여의도 전역에 깔려 있었다는 점이다. 지금 이 순간도 이 대통령은 통합을 외치지만 정 대표는 협치에 선을 그었다. 정부를 뒷받침해야 할 여당이 튀는 행보를 보인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러한 탓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 대표가 미래 권력을 염두에 둔 자기 정치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한 라디오서 국민의힘 위헌 정당 해산과 관련해 ‘이 대통령이 해산 추진을 하지 말라고 할 경우 어떻게 하겠냐’는 질문을 받자 정 대표가 “대통령이 하지 말라고 하면 그때는 심각하게 (고려해보겠다)”고 말한 것을 두고 그가 용산에 부담을 주는 동시에 벌써 몸집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 것이다. 정당 해산 과정서 야당과의 소통 대신 대통령의 의중을 묻겠다는 것인데, 어떤 선택이 떨어져도 본인에게는 득이 되는 만큼 미리 포석을 깔아뒀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김상욱 의원은 정 대표의 ‘자기 정치설’에 선을 그었다. 김 의원은 YTN라디오 <신율의 뉴스 정면 승부>에 출연해 “자기 정치를 하면 당원들이 반대하는 여론이 형성이 될 것이고 그러면 아마 내년에 다시 당 대표를 뽑아야 할 때 그만한 후폭풍이 불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통령은 협치를, 정 대표는 내란 세력 척결을 외치는 등 당정 간의 시각차가 있어 야당이 주장하는 자기 정치 논란은 꾸준히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까지 정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이 국정에 전념할 수 있도록 당이 앞장서겠다. 대통령은 일을, 싸움과 궂은일은 제가 하겠다”며 투트랙 전략을 제시했다. 비록 지금은 국민의힘이 ‘윤어게인’으로 회귀하는 길목에 서 있어 정 대표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엇박자’가 되지 않겠냐는 지적이다. 흠집조차도… 의미 없는 싸움 정 대표의 광폭 행보가 이어지자 국민의힘은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전당대회를 앞둔 만큼 후보들은 저마다 ‘여당 때리기’를 전략으로 내세워 정 대표를 집중적으로 겨냥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당 대표 후보는 자신의 SNS에 “정 대표가 취임 일성으로 국민의힘에 대해 내란 혐의로 위헌 정당 해산을 추진하겠다고 선전포고하더니 국민의힘 방문도 패싱했다”며 “이쯤 되면 전쟁이다. 진짜 해산해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직격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해산돼야 할 정당은 어느 정당인지 이 대통령에게 끝장 토론을 제안한다”며 대응에 나섰다. 김 후보는 “민주당은 지금이라도 야당 해산을 위한 보복의 굿판을 거두어들여야 한다”며 “제1야당 없는 대한민국이 어디를 향하게 될지, 우리는 어떤 체제에서 살게 될지 현명한 국민은 판단하실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내란 특검은 계엄을 빌미로 야당 말살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있다. 저 김문수는 내란 특검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다수 의석을 무기로 밀어붙인 내란 특검에 제1야당이 끌려다녀서는 안 된다”며 “양당 체제로 운영돼 온 대한민국 정치의 틀을 해체하려는 ‘정치적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안철수 후보는 정 대표가 차명 주식거래 의혹을 받는 민주당 이춘석 의원에 대해 윤리감찰단에 긴급 진상 조사를 지시한 것을 꼬집었다. 안 후보는 “강선우는 정청래 사람, 이춘석은 이재명 사람으로 가려서 보느냐”며 “민주당에 명심, 어심(방송인 김어준씨의 의중)이 따로 있다고 하더니 이렇게도 빨리 노골적으로 드러날 줄은 몰랐다”고 비꼬았다. 국민의힘을 내란 정당으로 부르는 것에 대해서는 “내란에 대해 현재 법정에서 판결이 진행 중이고 아직 결론도 나지 않았다”며 “내란 이미지를 심어주려고 하는 선동 메시지”라고 주장했다. 협치는 없다? 용산과 엇박자 우려 “벌써 대권 노리고 자기정치” 비판도 너도나도 목소리를 키우고 있지만 거대 여당 대표의 벽은 견고하다.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로 맞섰지만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가운데 방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정 대표 체제로 뭉친 민주당은 8월 임시회서 남은 법안을 몽땅 처리하겠다며 벌써 벼르고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정 대표의 보폭은 더욱 넓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양당의 차이점을 보았을 때 국민의힘은 당이 먼저 나서야 당원이 움직이지만 민주당은 당원이 먼저 움직이고 다음이 정치인”이라며 “살아 있는 권력이 미래 권력을 점지하지 않는다. 당원이 선택한 인물을 밑에서부터 끌어 올리고 탄탄하게 받쳐주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민주당은 더욱 당원 중심으로 움직이고, 당원이 앞서 나가는 당원 주권 정당이 될 것이다. 당원이 이 대통령을 만들고 명심을 받는 박 후보 대신 정 후보가 당대표가 된 것이 그 증거”라고 봤다. 민주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정 대표에 대한) 확대해석을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아직 처벌받지 않고 기소조차 되지 않은 내란 동조 세력이 곳곳에 남아 있다. 이들을 제대로 털고 가는 것이 이번 민주 정권의 숙명”이라며 “그 중요한 시작을 정 대표가 끊었다. 차기 대통령이 될지에 대한 고민은 다음 단계”라고 설명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그러면서 “지금 정 대표는 자신의 정치 인생에 있어 최고점을 찍었다. 여기서 더 올라 대권주자가 될지, 악재가 겹쳐 하락장이 될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그는 굉장히 똑똑한 정치인이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요건만 주어진다면 차기 대권주자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힘발 청-명 갈라치기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끝나자 국민의힘에서는 곧바로 ‘정청래 vs 이재명’ 프레임을 내세웠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정청래 대표를 ‘수박’이라고 비난하며 당권을 잡은 그가 정부와 상의 없이 개혁안을 비롯한 인사권을 휘두를 것이란 주장이다. 국민의힘 장성민 당대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민주화 투쟁 경험이 전무한 이재명 대통령은 생리적으로 민주당 정서에 맞지 않는 캐릭터이고, 그만큼 호남 지역의 권력 기반이 취약하다”며 “청-명 권력 구도에서 친명(친이재명) 쪽은 친청(친정청래) 쪽에 계속 밀리는 프레임에 빠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춘석 법사위원장의 긴급 제명·축출에서 이를 확인했다”며 “김어준의 울타리가 새로운 친청계의 세력화를 예고했다”고 덧붙였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