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직원-검사역 커넥션 신협 ‘청탁 감사’ 의혹

4년 만에 드러난 2600만원의 진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2018년부터 시작된 전남의 한 단위신협과 신협중앙회 간 갈등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단위신협 직원과 중앙회 검사역 간에 돈이 오고 간 사실이 4년여 만에 드러난 것. 신협 직원은 4촌 이상의 사람과 사적 금전대차를 할 수 없고 검사역은 수검 조합으로부터 식사 제공도 받아서는 안 된다.

신용협동조합(신협)중앙회 대구경북지역본부는 지난달 14~16일, 경북의 한 단위신협에 대한 특별검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검사역이 수검 조합 간부로부터 점심식사로 복요리를 대접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검사팀 관계자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간부와 두터운 친분관계가 있어 자리를 함께했다”고 해명했다.

밥도 문젠데
돈 오갔다고?

신협중앙회 내부 규정 ‘검사원 복무수칙’에 따르면 “검사원(검사역)은 직무와 관련해 수검 조합으로부터 직접, 간접을 불문하고 사례‧증여(금품‧선물) 또는 식사접대를 받아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있다. 부득이한 경우에 3만원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제공되는 간소한 식사는 가능하지만 그마저도 ‘인근 조합’으로 한정했다. 

지난 8월 전남 영광군 법성포에 위치한 ‘영광굴비골신협’ 직원과 신협중앙회 검사역 간에 돈 거래가 이뤄진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일요시사>가 당시 내용을 토대로 같은 달 5일, 해당 직원에게 문답을 진행한 ‘문답서’를 단독으로 입수했다.

해당 직원은 이날 문답에서 신협중앙회 검사역에게 돈을 송금한 사실을 시인했다. 


문답서에 따르면 당시 영광굴비골신협 군남점 지점장을 맡고 있던 김모 전 차장은 2018월 7월2일과 17일 각각 600만원, 2000만원을 장모 전 신협중앙회 검사역에게 송금했다. 김 전 차장은 장 전 검사역과 업무적으로 통화하는 과정에서 병원비가 필요하다고 해 돈을 빌려줬다고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김 전 차장은 아버지의 계좌를 사용해 돈을 송금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창구를 통해 돈을 송금하려면 계좌 개설 시 등록한 인감 등을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김 전 차장은 해당란에 자필로 서명했다. 위임장을 받는 등의 필요한 절차는 지키지 않았다. 

장 전 검사역에게 돈을 송금하고 두 달 뒤인 9월13일 계좌를 해지하는 과정에서도 문제가 드러났다. 당사자가 아닌 대리인이 계좌를 해지할 때는 예금주의 위임장, 인감증명서 및 도장, 통장, 비밀번호가 필요하다. 이 중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책임자에게 승인을 받아 ‘편의취급’ 절차로 처리 가능하다.

아버지 계좌로 두 번 보내
두 달 뒤 계좌 ‘셀프 해지’

문제가 된 부분은 이 편의취급 절차로 처리한 사람이 김 전 차장 본인이라는 점이다. ‘셀프 승인’을 한 셈이다.

김 전 차장은 아버지 계좌를 이용해 차명으로 거래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가족이 위임해줘서 처리한 부분’이라고 해명했다. 해당 계좌 자체가 가족이 같이 사용하는 것이고 자신은 관리를 맡았다고 덧붙였다. 돈을 송금하고 계좌를 해지할 때 서명으로 처리한 부분에 대해서는 ‘착오’라고 답했다. 

하지만 가장 크게 문제가 되는 부분은 따로 있었다. 김 전 차장이 장 전 검사역에게 돈을 송금한 시기다. 당시 김 전 차장은 상사인 주모 전 영광굴비골신협 전무에 대한 내부고발을 한 상태였고 신협중앙회가 그 내용을 근거로 검사를 나왔다. 장 전 검사역은 당시 검사팀 가운데 한 명이었다. 


실제 장 전 검사역은 5번에 달하는 영광굴비골신협 검사(2017년 5월15~17일, 2017년 10월11~13일, 2018년 2월26~28일, 2018년 8월28~31일, 2018년 11월19~23일)에 모두 참석했다. 이 사건의 전말은 한 직원이 거래전표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장 전 검사역과 같은 이름을 발견하면서 드러났다.

영광굴비골신협 직원들에겐 장 전 검사역이 그만큼 각인돼있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공교로운 점은 김 전 차장이 주 전 전무의 후배였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하면 주 전 전무가 어떤 이유로든 퇴직할 경우 그 자리에 김 전 차장이 갈 확률이 높았다는 것. 

영광굴비골신협은 그동안 수차례에 걸친 신협중앙회의 검사, 임직원에 대한 형사고소‧고발, 징계 요구 등으로 몸살을 앓았다. 특히 사건의 중심에 있는 주 전 전무는 지난해까지 면직 요구, 고발 등으로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됐다. 현재도 신협중앙회와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가족이라
괜찮다?

사건은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때부터 앞서 진행된 영광굴비골신협 부문 검사에서 드러난 비위 행위에 대한 결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2017년 신협중앙회의 부문 검사에서 주 전 전무의 사적 금전대차 기록이 발견됐다.

주 전 전무는 2012년 한 조합원이 급하게 쓸 일이 있다면서 돈을 빌려달라고 요청하자 자신의 이름으로 대출을 받아 3000만원을 빌려줬다. 

두 달 뒤 해당 조합원은 주 전 전무에게 100만원을 더해 3100만원을 갚았다. 주 전 전무는 이 중 이자 60만원을 포함해 3060만원을 상환했다. 문제는 그가 나머지 40만원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다는 점이다. 이 사실을 파악한 신협중앙회는 주 전 전무를 고발했다.

2018년 8월22일 광주지검은 주 전 전무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사금융 알선 등)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벌금 3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여기에 김 전 차장은 주 전 전무 등에 대한 17건의 비위 행위를 정리해 신협중앙회에 내부고발을 진행했다. 신협중앙회는 김 전 차장의 내부고발을 근거로 검사를 진행해 주 전 전무 등을 징계하라고 요구했다. 주 전 전무는 “내부고발, 공익제보는 분명히 필요하다. 하지만 사실을 왜곡해 고발하고 제보하는 것도 내부고발, 공익제보라고 볼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후 2018년 8월28~31일 신협중앙회에서 영광굴비골신협에 대한 검사를 나왔다. 김 전 차장이 장 전 검사역에게 돈을 송금하고 한 달 반 뒤에 진행된 일이다. 검사 첫날 영광굴비골신협의 한 조합원이 주 전 전무를 ‘횡령, 사문서 위조, 위조 사문서 유용, 사기’ 등의 혐의로 고소하는 일도 있었다.

해당 사건은 경찰의 불기소-재정신청 끝에 2019년 주 전 전무의 결백이 입증됐다. 


단위신협
잡으려고?

하지만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신협중앙회는 ▲CSS(개인의 신상, 직장, 자산, 신용, 금융기관 거래정보 등을 종합 평가해 대출 여부를 결정해주는 자동전산 시스템)에 따라 산정된 대출 가능 범위를 초과해 대출해준 점 ▲동일인에게 신용대출한도를 초과해 돈을 빌려준 점 등을 근거로 들어 주 전 전무를 포함한 임직원 4명에 대해 개선(임원에게 내리는 면직 처분), 면직, 정직 등의 중징계를 내렸다. 

주 전 전무는 2019년 8월5일 면직처분을 받아 해고되기에 이른다. 이후 전남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주 전 전무 등이 제기한 구제신청을 받아들여 근로자의 손을 들어줬다. 징계 사유는 인정되지만 양형이 과하다는 게 골자였다.

주 전 전무는 “신협중앙회는 나 하나 잡겠다고 온 역량을 동원했다”고 주장했다.

이번에는 행정소송이 문제로 떠올랐다. 2019년 10월4일 신협중앙회는 신용협동조합 검사및제재에관한규정 시행규칙을 개정했다. ‘조합은 필요한 경우 중앙회를 보조 참가자로 신청할 수 있다’에서 ‘중앙회는 징계 관련 소송에 보조 참가를 신청할 수 있고 이 경우 조합은 중앙회의 지도에 따라 공동으로 소송대리인을 선임해야 한다. 다만 조합 자체적으로 소송대리인을 선임할 시 감독이사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또한 법원에 서면을 제출 시 중앙회에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로 바꿨다. 

단위신협에서 진행되는 소송에 신협중앙회가 관여할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둔 것이다.


일각에서는 지역 단위신협에서 일어난 일로 신협중앙회 내부 규정을 바꾼 것이 아니냐며 ‘과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신협중앙회는 단위신협을 관리·감독할 권한을 갖고 있지만 운영에 있어서는 조합원의 뜻이 먼저여야 한다는 것.

게다가 지역 단위신협은 엄연한 독립법인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점도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2017~2018년 5번 진행
임직원 4명 중징계·고발

결국 신협중앙회는 주 전 전무 등 중징계를 받은 3명을 상대로 법적 소송을 제기했다. 이미 중징계를 받은 직원에게 ‘이중 징계’한다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멈추지 않았다. 총 17건의 비위 행위를 근거로 고발이 이뤄졌는데, 이 중 6건이 기소돼 재판 중이다.

1심 재판부는 주 전 전무에 대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다른 2명은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이 진행되는 도중에 김 전 차장과 장 전 검사역의 돈 거래가 드러나면서 영광굴비골신협은 발칵 뒤집혔다. 지난 5월 거래전표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을 발견한 직원부터 관련자에 대한 조사가 대대적으로 진행 중이다.

검사역은 수검 조합 관계자와 식사만 해도 문제가 되는데 돈이 오간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건이 확대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영광굴비골신협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자체적으로 조사가 진행 중이다. 김 전 차장에 대한 형사고발 여부 등에 대해서도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 인사위원회 개최를 요청한 상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직 조사를 계속하고 있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신협중앙회에는 보고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신협중앙회 관계자는 “확인 결과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들은 바가 없다”면서 “장 전 검사역은 올해 개인사정으로 퇴사했다”고 밝혔다. 직원의 비위 행위가 퇴직 이후에 발각되면 어떻게 처분하느냐는 질문에는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퇴직하면 끝이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더 나아가 신협에 대한 소관부처의 관리·감독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신협은 금융위원회 소관이다.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을 통해 신협의 자산건전성을 관리한다. 

신협중앙회
“퇴사했다”

주 전 전무는 “규정을 지키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두말할 필요없이 내 잘못이다. 하지만 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 모두 징계양정이 과하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신협중앙회는 단위신협 직원을 동원해 거짓정보를 만들고 그 정보를 이용해 형평성 없는 검사를 진행했다”며 “단위신협을 관리·감독하는 신협중앙회, 신협중앙회를 관리‧감독하는 금융감독원까지 모두 다 잘못돼있다”고 일갈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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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