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성남FC 후원금 의혹’ 의문의 시민단체 추적

희망살림? 롤링주빌리? 주빌리은행?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의 칼끝이 매섭다. 성남FC에 후원금을 낸 기업을 발판 삼아 ‘윗선’을 겨누고 있다. 2018년 고발-경찰의 불송치-고발인의 이의신청-수사무마 의혹-재수사 등 우여곡절을 겪은 사건이 검찰에 이르러 마치 쾌속열차를 탄 듯 질주하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방탄조끼에 균열이 가고 있다. 이 대표는 대선 패배 이후 3개월도 안 돼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대선에서 진 후보는 일정 시간 정치권에서 사라진다는 일종의 관행을 뛰어넘은 행보였다. 당 대표 선거에도 나서 투표율은 낮았지만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당선됐다. 

갑옷 입고
방어했지만…

금배지와 당 대표 간판, 여기에 민주당에서 밀어붙인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숱한 의혹을 받아온 이 대표를 지킬 최후의 보루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한동훈 법무부 장관 취임 이후 조직 정비를 마친 검찰이 수사 속도를 높이면서 이 대표는 벼랑으로 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변호사비 대납 의혹 사건으로 쌍방울그룹이 수사 선상에 올랐고 최근에는 이 대표의 측근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뇌물 수수 혐의로 구속됐다. 변호사비 대납 의혹 사건은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로 재임 중이던 2018년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맡은 변호인들에게 쌍방울그룹의 전환사채 등을 활용해 거액의 수임료가 대납됐다는 내용이다.

쌍방울그룹 수사 과정에서 이 전 부지사의 뇌물 수수 의혹이 불거졌고 결국 그가 구속되면서 변호사비 대납 의혹 사건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 수사가 급물살을 타는 중이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재임 중이던 2015~2017년 두산건설, 네이버 등 6개 기업이 성남FC에 후원금을 내고 민원을 해결했다는 내용이다. 

앞서 검찰은 두산건설 전 대표를 뇌물공여 혐의로, 전 성남시 전략추진팀장을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제3자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두산건설은 성남FC에 55억원 상당의 광고 후원금을 내고 그 대가로 2015년 두산그룹이 소유한 분당구 정자동 병원 부지 3000여평을 상업용지로 용도변경 받았다는 의혹을 받았다. 

검찰은 이들을 기소하면서 전 성남시 전략추진팀장이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 대표, 정책실장이었던 민주당 정진상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과 공모했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그러면서 두산건설 외의 5개 기업으로 수사를 확대했다.

당초 경찰은 두산건설 외에 5개 기업에 대해서는 ‘혐의 없음’ 처분한 바 있다. 

두산건설 전 대표 기소
검, 네이버로 수사 확대

5개 기업 중 주목도가 높은 곳은 네이버다. 다른 기업과 달리 ‘우회 지원’이라는 독특한 방식을 통해 성남FC에 후원금을 지급했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사단법인 희망살림’에 40억원의 후원금을 냈고, 희망살림은 성남FC에 광고비 명목으로 39억원을 지급했다.

이후 네이버는 정자동에 제2사옥 신축 허가권을 따냈다. 대가성 의혹이 불거지는 대목이다. 


2015년 5월19일 성남시와 네이버, 희망살림과 성남FC는 ‘빚 탕감 프로젝트 참여와 확대를 위한 협약’을 맺었다. 이날 4자협약식에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과 김진희 당시 네이버 I&S 대표, 곽선우 당시 성남FC 대표, 그리고 민주당 제윤경 전 의원이 희망살림 상임이사 자격으로 참석했다. 

협약의 골자는 ▲네이버가 희망살림에 2015~2016년 2년간 4회에 걸쳐 10억원씩 총 40억원의 후원금 지급 ▲희망살림이 성남FC에 19억5000만원씩 2년간 39억원을 메인 스폰서 광고비로 지급 ▲성남FC가 ‘롤링주빌리’ 로고를 메인스폰서 광고로 표출 등이다.

네이버의 후원금이 희망살림을 거쳐 성남FC의 광고비로 가는 구조다.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네이버와 성남FC 사이에 있던 희망살림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김웅 의원이 “저소득층 경제자립을 위한 법인이 갑자기 2년간 네이버로부터 40억원을 후원받았다”며 “네이버가 희망살림을 이용해 성남시에 뇌물을 줬다는 걸 누가 반박하겠는가. 희망살림은 뇌물 퀵배송업체 아닌가 싶다”고 지적하면서 크게 부각됐다. 

두산 잡고
그 다음은?

여기에 오세훈 서울시장은 희망살림이 네이버로부터 후원금을 받아 성남FC 광고비로 사용한 것을 두고 “누가 봐도 정상적이라고 생각하기 어렵다”며 “국감 이후에 자세히 들여다보고 필요하면 감사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네이버에 집중됐던 의심의 눈초리가 희망살림으로까지 확대되는 모양새다. 

2012년 6월21일 설립된 희망살림은 ‘복지제도에서 소외된 저소득 가구의 경제적 자립과 기부문화 확산을 통한 공동체 의식 함양에 이바지함’을 사업 목적으로 삼고 있다. 그 일환으로 ▲저소득 취약계층 대상 금융복지상담 사업 ▲저소득 취약계층을 위한 기부금 사업 ▲그 밖의 법인의 목적 달성에 필요한 사업 등을 영위하겠다고 명시했다. 2019년 12월 롤링주빌리로 법인명을 변경 등기했다.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에서 희망살림이 부각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성남FC에 광고비 명목으로 39억원을 지급한 게 본래의 사업 목적과 전혀 결이 다르다는 것.

2015년 언론 보도에 따르면 희망살림은 2014년 4월부터 2015년 1월까지 대부업체 기부 등으로 51억여원어치의 부실채권을 소각했고 이로 인해 약 800명이 빚에서 벗어났다.

다시 말하면 네이버가 낸 후원금을 원래 목적에 따라 사용했다면 최소 수십명에서 수천명이 ‘빚 탕감’의 혜택을 볼 수 있었다는 뜻이다. 희망살림이 목적 사업을 뒤로하고 성남FC 유니폼에 ‘롤링주빌리’ 로고를 노출하는 데 2년간 39억원을 쓴 것을 두고 끊임없이 뒷말이 나오는 이유다. 

석연치 않은 점은 홍보를 위해 광고비를 들여놓고 ‘기부금품 모집등록’은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기부금품의모집및사용에관한법률 4조(기부금품의 모집등록)에 따르면 1000만원 이상 기부금품을 모집하기 위해선 행정안전부 장관 또는 지자체장에게 모집·사용계획서를 등록해야 한다. 10억원을 기준으로 그 이상은 행안부, 이하는 지자체에 등록하도록 돼있다.


목적 잊고
다른 용도?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희망살림은 2012년 설립 이후 2019년까지 2015년을 제외하고 단 한 차례도 기부금품 모집등록을 하지 않았다. 2015년은 희망살림이 성남시·네이버·성남FC 등과 4자협약을 맺은 해다. 그마저도 네이버로부터 받은 돈은 후원금이 아니라 ‘법인회비’ 명목으로 처리됐다. 

당시 희망살림 대표였던 이헌욱 전 GH(경기주택도시공사) 사장은 2015년 3월4일부터 그해 말까지 기부금품을 모집하겠다고 신청했다. 그리고 같은 해 4월7일 사임했다. 이 전 사장이 사임한 날 희망살림 대표로 취임한 김재욱 목사는 대표자만 바꿔 다시 신청했다. 

희망살림이 2016년 4월 서울시에 제출한 ‘기부금품 모집 및 사용명세 보고서’에 따르면 모집금액은 4180만원으로 확인된다. 2015년 3월부터 그해 말까지 약 9개월 동안 기부받은 금액이다. 희망살림은 이 중 ▲부실채권 매입 2266만원 ▲채무자 상담 및 교육 1225만원 ▲제도개선 운동 및 캠페인 598만원 ▲모집비용(운영·관리비 등) 91만5200원을 사용했다.

흥미로운 점은 그 시기 기부금품 모집등록을 한 또 다른 ‘롤링주빌리’가 있다는 사실이다. 2015년 8월27일 설립된 비영리단체 롤링주빌리다. 사단법인 희망살림, 바뀐 이름인 사단법인 롤링주빌리와는 별개의 조직으로, 세간에는 ‘주빌리은행’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명예은행장을 맡은 적이 있고, 현재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원장이 명예은행장으로 돼있다. 


<일요시사>가 단독으로 입수한 ‘롤링주빌리 서울시 기부금품 모집 등록 내역(2015~2021)’에 따르면 비영리단체 롤링주빌리는 2015년(10월30일) 제윤경 전 의원, 2017년(1월25일)과 2018년(2월22일), 2019년(2월25일) 유종일 원장을 대표자로 기부금품을 모집하겠다고 등록했다.

4자 협약 후 우회지원
비영리단체 또 있다?

2020년(2월21일)과 지난해(2월25일)는 설은주 현 희망살림 대표가 대표자로 명시됐다.

<일요시사>가 확인한 ‘2015년, 2017~2021년(2016년은 모집기간이 겹쳐 없는 것으로 추정) 모집등록증·사용계획서·사용명세서’ 등을 보면 비영리단체 롤링주빌리는 기부금품을 꾸준히 모집한 것으로 확인된다. 모집 목적은 ‘장기연체 부실채권을 매입해 채무자 구제, 채무자 중심의 금융 환경을 위한 토론회, 캠페인, 금융소비자 교육 등을 추진’으로 돼있다. 

2015년(10월30일~2016년 10월29일) 3억7754만7288원, 2017년(1월25일~2018년 1월24일) 1억4661만2534원, 2018년(2월22일~2018년 12월31일) 5650만4263원, 2019년(2월25일~2020년 2월24일) 7166만9178원 등을 모았다. 지난해에는 2월25일부터 올해 2월24일까지 8억7000만원을 모집하겠다고 목표액으로 등록하면서 모집비용으로 1억2600만원을 사용하겠다고 기재했다. 

사단법인 희망살림(롤링주빌리)이 존재하는데도 불구하고 같은 이름의 비영리단체가 만들어진 점, 비슷한 일을 하고 있는데 사단법인은 기부금품 모집등록을 하지 않고 비영리단체는 진행한 점 등에서 의문이 제기됐다. 특히 희망살림의 경우 2015년에만 기부금품 모집등록을 신청한 점이 의아하다는 반응도 나왔다. 

희망살림과 비영리단체 롤링주빌리의 상임이사를 맡고 있는 유순덕씨는 “가계부채의 심각성과 부실채권 시장의 문제가 있다는 걸 알고 희망살림에서 먼저 부실채권 소각운동을 시작했다”며 “하지만 (일처리를 위해서는)이사들이 계속 모여서 승인을 받아야 하는 점 때문에 사단법인에서 하기에는 힘들었다. 그래서 비영리단체 롤링주빌리를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교수님들께 금융시장이 잘못됐다는 걸 알리면서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이거는 필요한 것이다’라고 하면서 우선 성남시민을 상대로 부실채권 소각 운동을 시작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과정에서 유종일 원장과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명예은행장을 맡았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2015년 12월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가 유종일 박사님과 주빌리 은행 공동은행장인 거 아시죠?”라는 글을 올린 적 있다. 유 이사는 “명예은행장은 명예직일 뿐 운영에 관여하거나 이사회에 참석하는 등의 권한은 없었다”고 말했다.

기부금품 모집등록과 관련해서는 “서울시에 확인해본 결과 희망살림의 경우 2012~2014년, 2016~2019년 기부금품 모집등록을 하지 않은 게 맞다. 2020년부터 다시 등록했다”며 “2015년에는 따로 사업을 하겠다고 신고한 걸로 알고 있다. 그 당시 일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네이버 때문에 한 게 아니라 사업계획서를 따로 낸 것 같다”고 밝혔다.

같은 이름
다른 목적?

성남공정포럼 관계자는 “사단법인과 비영리단체는 설립 과정이나 운영 방식, 비용 처리 등에 있어서 큰 차이를 보인다. 일반적으로 사단법인이 비영리단체에 비해 엄격한 관리를 받는다는 것”이라며 “사단법인이 있는데도 굳이 비영리단체를 만들어 기부금품을 모집한 이유에 대해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비영리단체 롤링주빌리의 경우 롤링주빌리로 고유번호증을 받아놓고 주빌리 은행이라는 실체 없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며 “수사당국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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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