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성남시-성남FC 수상한 4자 협약서 공개

대표도 아닌데 ‘대리 사인’?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성남시민프로축구단(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이 다시 불거졌다. 성남FC에 후원금을 준 기업, 지원 방식, 대가성 여부, 협약 과정 등이 하나씩 드러나는 중이다. 동시에 성남지청의 수사 무마 의혹도 제기됐다. 3주 앞으로 다가온 대선의 마지막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성남시민프로축구단(이하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 동안 6개 기업이 성남FC에 후원한 돈의 성격을 두고 처음 제기됐다. 네이버 40억원, 두산건설 42억원, 농협 36억원, 차병원 33억원, 현대백화점 5억원, 알파돔시티 5억5000만원 등 총 161억5000만원이다. 6개사가 성남FC에 후원금을 낸 시기 인근에 성남시가 인허가 및 토지 용도 변경 등 이들의 민원을 해결해준 대목에서 의혹이 불거졌다.

5년 넘게
해결 안 돼

6개사는 ▲차병원-분당경찰서 부지 선정 ▲네이버-제2사옥(정자동) 신축 ▲농협-성남시 금고 지정 ▲두산건설-정자동 부지 선정 ▲알파돔시티-신축공사 ▲현대백화점-신축공사 등 성남FC에 돈을 후원한 후 바라던 바를 얻어냈다. 당시 성남시장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이 부분을 두고 6개사가 후원한 돈의 성격이 이 후보에 대한 뇌물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은 2018년 1월 이 후보와 제윤경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현 경기도 일자리재단 대표)을 제3자 뇌물수수 혐의로 고발했다. 당시 김상헌 네이버 전 대표도 뇌물공여 혐의로 함께 고발됐다. 같은 해 6월에는 바른미래당 측 성남적폐진상조사특별위원회 위원장이었던 장영하 변호사가 이 후보를 제3자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고발했다. 

경찰은 지난해 2월부터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수사에 나섰고 9월 증거불충분으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고발이 이뤄진 지 3년여 만이다. 조용해지나 했던 사건은 지난달 25일, 수원지검 성남지청 차장검사가 돌연 사직 의사를 밝히면서 다시 재점화됐다.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을 담당하던 박하영 전 검사(지난 10일 퇴임)다. 

박 전 검사는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 수사를 두고 상부와 마찰을 빚은 것으로 파악됐다. 법조계에 따르면 그는 “예전에 생각했던 것에 비해 조금, 아주 조금 일찍 떠나게 됐다”며 “이리 저리 생각을 해보고 대응도 해봤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고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글을 올렸다.

2018년 제3자 뇌물 혐의로 고발
담당 차장검사 사직으로 재점화

박 전 검사가 사직 의사를 밝히면서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옴과 동시에 성남지청의 수사 무마 의혹이 불거졌다. 경기남부 분당경찰서에서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을 증거불충분에 따른 무혐의로 불송치 결정한 것을 두고 박 전 검사는 ‘직접 보완수사 혹은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고, 박은정 성남지청장이 이를 막았다는 것이다. 

의혹이 계속되자 김오수 검찰총장은 수원지검에 경위 파악을 지시했고, 수원지검은 지난 7일 성남지청에 보완수사를 지시했다. 다시 성남지청은 경기 분당경찰서가 보완수사를 하도록 했다. 이와 별개로 수원지검과 서울중앙지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는 수사 무마 의혹과 관련해 고발장이 제출됐다. 

이 과정에서 성남시-네이버-사단법인 희망살림(현 롤링 주빌리)-성남FC 간의 4자 협약이 관심을 받고 있다. 네이버는 성남FC에 직접 후원금을 준 게 아니라 시민단체인 희망살림을 통해 우회 지원했다. 희망살림은 저소득층의 부채 탕감을 지원하는 비영리법인으로 2012년 설립됐다. 2019년 단체명을 롤링 주빌리로 변경등기했다.

네이버는 2015년 2회, 2016년 2회 등 4차례에 걸쳐 희망살림에 40억원을 기부했다. 희망살림은 이 중 39억원을 성남FC에 광고비로 지급, 2년간 메인 스폰서 자격을 따냈다. 이 기간 동안 성남FC 선수들은 ‘롤링 주빌리(Rolling Jubilee)’ 문구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뛰었다.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네이버의 지원 방식이다. 

2017년 10월 당시 자유한국당 박성중 의원은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네이버가 희망살림에 4번째 10억원을 납부한 뒤 성남시는 네이버 계열사인 네이버 I&S 건물에 대한 건축허가를 내줬다”고 주장했다. 성남시는 성남시와 네이버, 희망살림, 성남FC가 협약을 맺었다면서 당초 네이버가 내는 돈이 성남FC 스폰서 비용으로 쓰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우회 지원
왜 그렇게?

당시 이 후보는 관련 언론 보도가 쏟아지자 2017년 10월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2015년 5월19일 진행한 4자(성남시-네이버-희망살림-성남FC)간 협약서를 공개했다.

그는 “퇴출돼야 할 적폐 세력 자한당. 가랑잎도 배로 둔갑시키는 놀라운 기술”이라고 비판했다. 협약 당시에는 언론에서 후원 광고 공익 기여를 조합한 훌륭한 사례로 대서특필 해놓고 이제는 후원금 39억원을 빼돌린 부도덕한 행위로 왜곡하고 있다는 것이다. 

협약서에는 4자간 협약의 목적을 ‘개인파산, 가정파탄들의 원인이 되는 가계 빚으로 고통받는 성남시민들을 구제하기 위해 빚탕감 프로젝트(이하 롤링 주빌리)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사회공헌의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이 협약을 체결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네이버가 희망살림에 2년(2015~2016년)간 4회에 걸쳐 10억씩 지급한다고 명시했다. 

희망살림은 성남FC에 1년에 현금 19억5000만원씩, 2년간 총 39억원을 메인 스폰서 광고료로 지급한다고 했다. 그 조건으로 성남FC는 롤링 주빌리의 로고를 메인 스폰서 광고로 표출하기로 정했다. 성남시는 협약 내용 진행을 위한 행정 지원, 캠페인 참여를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참여했다. 

이 협약서에서 눈여겨볼 만한 대목은 ‘서명’ 부분이다. ‘㈜성남시민프로축구단 대표이사 곽선우’라고 기재된 부분엔 곽선우 성남FC 대표이사가, ‘성남시장 이재명’이라고 된 부분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서명했다. 네이버는 ‘네이버㈜ 대표이사 김상헌’이라고 기재돼있지만 서명은 김진희 당시 네이버I&S 대표가 했다.

희망살림의 경우 ‘(사)희망살림 상임이사 제윤경’이라고 표기돼있고, 제윤경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자신의 이름을 적어 넣었다. 이날 진행된 협약식에도 이 4명이 참석했다. 

등기부등본
확인해보니…

성남시의 한 시민단체는 네이버와 희망살림의 서명자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이 시민단체 관계자는 “후원금을 지급하는 주체는 네이버인데 정작 서명은 네이버I&S 대표가 했다. 삼성전자가 협약을 진행하는데 대표이사가 아니라 과장이 나온 격”이라며 “이 과정에서 위임장 제출 등의 절차가 지켜졌는지 확인해봐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진희 대표가 적법하게 김상헌 대표를 대리했느냐는 지적이다. 실제 이 시민단체에서 정보공개를 통해 김상헌 대표의 위임장 제출 여부를 확인한 결과, 성남시청은 ‘정보 부존재’라 답했다. 위임장이 없었다는 것이다. 네이버 역시 위임장을 제출하진 않았다고 밝혔다.

네이버 홍보팀 관계자는 “당시 김상헌 대표에게 다른 행사가 있어 김진희 대표가 대리 참석했다”고 설명했다.

더 흥미로운 부분은 희망살림 측 서명이다. 대표권을 가진 대표가 아니라 상임이사가 서명한 것. 등기부등본상으로 확인한 결과 2015년 5월19일 4자 협약 당시 희망살림의 대표는 김재욱씨로 돼있다. 대표권 제한 규정에 따라 ‘김재욱 외에는 대표권이 없음’이라고 명시돼있다(현재 희망살림 대표는 설은주씨). 

일반적으로 협약을 진행할 때 대표권을 가진 대표가 참석한다는 점을 미뤄보면 서명자는 김재욱 당시 희망살림 대표여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온다. 4자 협약이 진행되고 두 달 뒤인 2015년 7월 성남시와 두산건설이 진행한 협약서에는 이 부분이 명확하게 기재돼있다.

2015년 7월30일 ‘정자동 두산계열사 사옥 신축/이전을 위한 성남시-두산건설 주식회사 협약서’의 ‘효력’ 조항에는 ‘상기 사항의 증명으로 각 당사자는 적법하게 권한을 위임 받은 대표자에 의하여 본 협약서에 서명 또는 기명날인 하였고’라는 부분이 있다. 4자 협약서에는 없는 내용이다.

이상한 빚탕감 프로젝트
위임장 없이 참석해 ‘쇼’

당시 서명한 제 전 의원이 실제 희망살림의 상임이사가 아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제 전 의원은 ‘희망살림 상임이사’를 자신의 경력으로 내세워왔다. 여러 언론 보도에도 희망살림에 대해 ‘제윤경 전 의원이 운영한 단체’라 표기돼있다.

지난해 3대 경기도 일자리재단 대표로 임명되기 전 진행한 인사청문회에서도 제 전 의원은 자신이 주빌리 은행이라는 빚탕감 프로젝트를 시민단체 형태로 만들어 빚탕감 운동을 전개하게 됐다고 발언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인사청문회 요청서’에는 2014년 5월부터 2016년 3월까지 상임이사 직책으로 주빌리 은행 관리 활동을 했다고 기재했다. 

하지만 희망살림, 롤링 주빌리 등의 등기부등본 상에서 제 전 의원의 이름은 한 차례만 등장한다. 국세청에 공시된 희망살림의 2015년 ‘공익법인 결산서류 등의 공시’ 자료에서 제 전 의원이 이사로 기재된 부분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그마저도 ‘비상임’으로 나와 있다.

희망살림 설립 과정에서 5000만원을 출연한 에듀머니와 관계가 있다는 뜻의 ‘여’라는 표기만 있을 뿐이다. 제 전 의원은 2007년 사회적 기업 에듀머니를 창립한 바 있다.

이 부분을 지적한 시민단체는 “제 전 의원이 무슨 권한으로 당시 4자 협약에 서명을 한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네이버는 서명란에 김상헌 대표의 이름을 넣고 김진희 대표가 와서 사인을 한 경우지만 희망살림은 아예 제 전 의원을 서명자로 정해 놓고 서명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유순덕 희망살림 이사는 “(4자 협약)당시 제윤경 대표가 희망살림 운영을 맡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제 전 의원이)대표성 있게 활동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저 같은 경우에도 현재 대표는 설은주 대표님이지만 그분이 바쁘거나 일이 있을 때는 제가 (협약식 같은 곳에)참석해서 제 이름으로 서명한다”고 말했다. 대표에게는 구두로 보고하고 승인받았다는 것이다. 

석연치 않은
서명자 누구?

성남시 공보실 관계자는 “4자 협약서 작성은 성남시에서 한 게 아닌 걸로 확인된다”고 말했다. 제 전 의원을 서명자로 기재한 부분에 대해서는 “체육진흥과에 확인한 결과, 당시 제 전 의원이 희망살림 대표였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세한 내용은 성남FC에 확인해 보라고 전했다. 성남FC 측은 이 부분에 대해 “본업(축구)에 관련된 사안이 아니면 어떤 것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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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