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성남시 4자 협약 풀리지 않는 의혹

협약 하루 전 졸속 회원가입?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성남시-네이버-사단법인 희망살림-성남FC 간의 4자 협약을 둘러싼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속사정을 들여다볼수록 ‘왜?’라는 물음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7년 전 지자체와 대기업, 시민단체와 프로축구단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일요시사>가 당시 상황을 재구성했다.

대선후보의 삶은 그 자체로 검증 대상이다. 선출직이든 임명직이든 후보가 공직에 있을 때 일어난 일에는 더더욱 관심이 쏠린다. 당시 후보가 한 발언, 찍은 사진, 관련 서류, 관계자 등은 선거 기간 내내 초미의 관심사다. 역으로 말하면 그때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사건의 전말이 드러나는 시기이기도 하다. 

대선 물려
수면 위로

성남시민프로축구단(이하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은 지난 1월 ‘수사 무마 의혹’이라는 키워드와 함께 다시 급부상했다. 사건을 수사 중이던 박하영 전 수원지검 성남지청 차장검사가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쓴 글이 불씨가 됐다. 그는 사건에 내린 경찰의 무혐의 처분을 두고 보완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은 2018년 1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 민주당 제윤경 전 의원(현 경기도 일자리재단 대표)을 제3자 뇌물수수 혐의로 고발했다. 당시 김상헌 네이버 전 대표도 뇌물공여 혐의로 함께 고발됐다.

같은 해 6월에는 바른미래당 측 성남적폐진상조사특별위원회 위원장이었던 장영하 변호사가 이 후보를 제3자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고발한 바 있다.


지난해 9월 사건을 맡은 분당경찰서는 고발 이후 3년여 만에 증거불충분에 의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박은정 성남지청장이 박 전 검사의 보완수사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의혹, 즉 수사 무마 의혹이 제기됐다.

대표적인 친정부 성향의 검사로 알려진 박 지청장이 이 후보가 성남시장일 당시 일어난 사건을 뭉개려 한 게 아니냐는 내용이다. 

2015~2016년 후원한 40억원
국세청 자료 ‘회원 회비’로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은 이 후보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할 무렵 6개 기업이 성남FC에 후원한 돈의 성격이 무엇이냐가 쟁점이다. 네이버 40억원, 두산건설 42억원, 농협 36억원, 차병원 33억원, 현대백화점 5억원, 알파돔시티 5억5000만원 등 6개사가 성남FC에 후원금을 낸 시기 인근에 성남시가 인허가 및 토지 용도 변경 등 이들의 민원을 해결해준 대목에서 의혹이 불거졌다.

6개사는 ▲차병원-분당경찰서 부지 선정 ▲네이버-제2사옥(정자동) 신축 ▲농협-성남시 금고 지정 ▲두산건설-정자동 부지 용도 변경 ▲알파돔시티-신축공사 ▲현대백화점-신축공사 등 성남FC에 돈을 후원한 후 바라던 바를 얻어냈다.

이 부분을 두고 6개사가 후원한 돈의 성격이 이 후보에 대한 뇌물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특히 관심을 끄는 대목은 네이버에서 ‘사단법인 희망살림’이라는 비영리법인을 거쳐 성남FC로 들어간 39억원이다. 희망살림은 저소득층의 부채 탕감을 지원하는 비영리법인으로 2012년 설립됐다. 이헌욱 전 경기주택도시공사(GH) 사장, 제 전 의원 등이 깊숙이 관여돼있다. 2019년 단체명을 ‘롤링 주빌리’로 변경등기했다. 


꼬리 무는
의문점들

네이버는 다른 기업과는 달리 4자 협약 이후 우회 지원이라는 방식으로 돈을 후원했다. 2015년 5월19일 성남시-네이버-희망살림-성남FC는 성남시청 상황실에서 ‘빚탕감 프로젝트 참여와 확대를 위한 협약식’을 진행했다. 성남시는 당시 성남시장인 이 후보가, 네이버는 김상헌 전 대표 대신 김진희 당시 네이버 I&S대표가 참석했다.

희망살림은 김재욱 대표가 아닌 제 전 의원이 상임이사 자격으로, 성남FC는 곽선우 당시 대표가 서명했다. 

김상헌 전 네이버 대표의 위임장 존재 여부, 제 전 의원의 희망살림 대표성 여부 등이 의문으로 제기됐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네이버는 김진희 전 대표의 대리 참석에 대한 위임장을 제출하지 않았다. 희망살림 측에서 대표권을 가진 김재욱 대표가 아니라 제 전 의원이 나온 부분에서 의문이 나왔다.

제 전 의원이 희망살림 상임이사가 맞는지 여부도 의혹으로 떠올랐다.(1362호 <단독>성남시-성남FC 수상한 4자 협약서 공개 참고).

협약서에는 4자 간 협약의 목적을 ‘개인파산, 가정파탄들의 원인이 되는 가계 빚으로 고통받는 성남시민들을 구제하기 위해 빚탕감 프로젝트(이하 롤링 주빌리)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사회공헌의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이 협약을 체결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네이버가 희망살림에 2년(2015~2016년)간 4회에 걸쳐 10억원씩 후원금으로 지급한다고 명시했다. 

희망살림은 성남FC에 현금으로 19억5000만원씩 2년간 총 39억원을 메인 스폰서 광고료로 지급한다고 했다. 그 조건으로 성남FC는 롤링 주빌리의 로고를 메인 스폰서 광고로 표출하기로 정했다. 성남시는 협약 내용 진행을 위한 행정 지원, 캠페인 참여를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참여했다. 

국세청에 공시된 희망살림의 ‘기부금품의 모집 및 지출 명세서’에 따르면 네이버는 2015년 6월과 10월, 2016년 7월과 9월 4차례에 걸쳐 희망살림에 10억원씩 후원했다. 그리고 희망살림은 2015년 6월과 10월 ‘빚탕감 캠페인’ 명목으로 성남FC에 9억5000만원씩 총 19억원을 지급했다.

2016년에는 8월과 10월 ‘목적 부실채권매입’ 명목으로 10억원, 5억원, 5억원을 성남FC에 입금했다. 

성남시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4자 협약서에는 광고료 명목으로 성남FC에 지급한다고 명시돼있는데 ‘지급 목적’ 부분이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2016년 10월 5억원씩 2번에 걸쳐 나간 돈은 지급처 명이 ‘성남시’로 돼있어 네이버가 후원한 돈이 성남시로 흘러 들어간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희망살림 측은 언론 보도에 대해 “직원이 잘못 기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은행이 발급한 공용영수증을 증거로 제시했다. 


일단락되는 듯했던 논란은 의외의 부분에서 터졌다. 네이버가 희망살림에 후원한 돈이 ‘회원 회비 수입’으로 잡혀 있던 것. 회원 회비는 말 그대로 회원들이 내는 돈이다. 회비는 일반회비와 특별회비로 나뉜다. 일반회비는 정기적으로 부과하는 회비와 경상경비가 부족할 때 추가로 부과하는 회비를 뜻한다.

특별회비는 일반회비 외 회비를 말한다.

특별회비?
도대체 왜?

희망살림의 2016년(사업년도 2015년) ‘고유목적사업 수입금액 세부현황’을 보면 기타 고유목적 사업수입 항목의 회원회비 수입에 20억1465만이 기재돼있다. 이 중 20억원이 네이버에서 희망살림에 낸 돈이다. 2017년(사업년도 2016년) 현황에서도 기타 고유목적 사업수입 항목의 회원 회비 수입에 21억2880만5000원이 기재돼있다. 역시 이 중 20억원은 네이버에서 나온 돈이다. 

네이버가 희망살림에 후원금으로 지급한 돈은 특별회비로 추정된다. 2017년 이후 내역에서 네이버가 낸 것으로 보이는 회원 회비는 없기 때문.

유순덕 희망살림 이사는 이 부분에 대해 네이버가 2015년 5월18일 희망살림의 법인회원으로 가입했다고 설명했다. 4자 협약 하루 전날이다. 유 이사에 따르면 ‘회원가입 신청서’를 작성하면 법인회원으로 가입된다. 다시 말해 네이버는 희망살림에 법인회비를 낸 셈이다.


유 이사는 기부금품법모집및사용에관한법률 2조(정의)를 근거로 들었다. 해당 조항은 ‘법인, 정당, 사회단체, 종친회, 친목단체 등이 정관, 규약 또는 회칙 등에 따라 소속원으로부터 가입금, 일시금, 회비 또는 그 구성원의 공동이익을 위해 모은 금품은 기부금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이다.

유 이사는 네이버에서 나온 40억원이 ‘법인(희망살림)이 소속원(법인회원)으로부터 받은 일시금, 회비’라고 말했다. 그렇기에 기부금에 해당하지 않고 따로 신고도 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실제 희망살림이 서울시에 제출한 ‘기부금품 모집 및 사용명세 보고서’에는 네이버가 낸 돈의 흔적이 전혀 없다. 

기부금품법모집및사용에관한법률 4조(기부금품의 모집 등록)에 따르면 1000만원 이상 기부금품을 모집하기 위해선 행정안전부 장관 또는 지자체장에게 모집·사용계획서를 등록해야 한다. 10억원을 기준으로 그 이상은 행안부, 이하는 지자체에 등록하도록 돼있다. 10억원 이하로 기부금품을 모집하겠다고 지자체장에게 등록해놓고 그 이상을 모을 경우 기부금품법 위반이 된다. 

기부금품 사용명세서에도 없어
“세제 혜택 없이 비용 처리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2015년 희망살림의 기부금품 모집 등록증을 보면 2015년 3월4일 이헌욱 당시 희망살림 대표 이름으로 서울시장에게 등록했다고 나온다. 

모집 목적은 ‘가계부채 해결 캠페인, 장기연체 부실채권 매입 소각, 채무관련 제도 개선 운동’ 등이고 모집 목표액은 9억9000만원이다. 모집 기간은 그해 말인 2015년 12월31일까지로 돼있다. 그로부터 한 달 뒤인 4월7일 이헌욱 대표가 희망살림에서 사임했다. 후임 대표는 김재욱씨.

김 대표 이름으로 2015년 5월15일 기부금품 모집 등록 변경이 이뤄졌다. 모집 내용은 동일하고 대표자만 바뀌었다.

희망살림이 2016년 4월 서울시에 제출한 ‘기부금품 모집 및 사용명세 보고서’에 따르면 모집금액은 4180만원으로 기재돼있다. 2015년 3월부터 그해 말까지 약 9개월 동안 기부받은 금액이다. 희망살림은 이 중 ▲부실 채권 매입 2266만원 ▲채무자 상담 및 교육 1225만원 ▲제도개선 운동 및 캠페인 598만원 ▲모집비용(운영·관리비 등) 91만5200원을 사용했다고 적시했다. 

이후 희망살림은 2016~2019년 서울시에 모집 등록을 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희망살림과 네이버 양측은 지정기부금 증명서(영수증)를 주고 받았다고 답변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정기부금 영수증은 기부금품법상 기부금에 해당하지 않는 항목에도 발급할 수 있다”며 “법인회원이 낸 특별회비의 경우 반드시 신고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희망살림 측은 “변호사 자문 결과, 절차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흥미로운 부분은 네이버가 희망살림에 후원한 40억원에 대해 세제 혜택을 받지 않았다는 점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법인세법상 세액 공제가 아니라 비용으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희망살림에 법인회원으로 가입한 부분에 대해서는 “해당 사실을 확인해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법인회원?
“잘 모른다”

한 성남시 시민단체 관계자는 “한두 푼도 아니고 40억원을 후원하는 데 세제 혜택 없이 돈을 냈다는 사실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며 “사단법인에 법인회원으로 가입한 부분도 이렇게 허술할 수 있는지 의문이 남는다”고 전했다. 이어 “4자 협약 과정, 기부금 사용내역 등에 있어서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 공권력에 의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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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