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빈’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운명

갈 길 먼데…노동자 없이 간다?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윤석열정부의 노동개혁 복안이 출범 이후 공전을 거듭해온 가운데, 일각에서는 ‘탈선’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윤정부가 내린 결단이 매번 악수로 작용하면서 노동계와의 관계가 계속 악화됐다. 분수령은 내년 초 예정된 한국노총 새 위원장 선거다. 이 결과에 정부 노동정책의 사활이 달렸다. 민주노총에 이어 한국노총마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불참을 선언한다면, 윤정부의 노동개혁 동력에 큰 타격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부의 굵직한 노동정책은 모두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이하 경사노위)를 거쳐서 나온다고 봐도 무방하다. 경사노위의 협의를 거친 노동정책은 대표성과 정당성을 보장받는다. 그 자체가 사회적 합의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윤석열정부 들어 경사노위가 유명무실화될 위기에 처했다. ‘노동개혁 드라이브’를 예고한 윤정부 입장에서는 난감한 상황이다.

대통령 직속
자문위원회

경사노위는 근로자·사용자 등 경제·사회 주체와 정부가 고용 노동정책을 비롯해 이와 관련된 경제·사회정책 등을 협의하는 대통령 직속 자문위원회다. 논의 대상은 ▲주요 노동정책 및 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책 ▲노사관계 발전을 위한 제도·의식·관행 개선 ▲노사정 협력 증진사업 지원 등이다.

경사노위는 1998년 ‘노사정위원회’라는 이름으로 출범했다. 김대중 당시 대통령 당선인은 양대 노총인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지도부와 이틀 간 회담을 나눈 끝에 노사정위원회 발족에 합의했다. 이들은 외환위기 사태 극복과 노사관계 개혁 등을 주제로 머리를 맞댔다.

이윽고 이들은 출범 20일 만에 헌정사상 최초로 ‘노사정 대타협’을 이뤄냈다. 공공·금융 구조조정의 원칙과 방향을 협의하며 체결한 사회협약은 그 항목이 90개에 달했다.


노사정위원회는 짧은 활동 기간에도 괄목할만한 성과를 일궈냈다. 이윽고 물 흐르듯 법적 상설기구로 격상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임기 시작 직후 관련 대통령령 제정을 통해 노사정위원회의 법적 기반과 기능을 명시했다. 이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경제사회노동위원회 등 그 이름과 형식을 조금씩 바꿔오면서 오늘날에 이르렀다.

경사노위는 사회적 합의 도출, 노사 갈등 중재 등에서 두각을 보였다. 이들은 2008년 경제위기 당시에도 이를 극복하기 위한 합의를 도출했고, 현대자동차·철도 파업 사태 등에서 중재자 역할을 자임했다.

경사노위 중용은 진영을 가리지 않았다. 박근혜정부는 노동개혁을 경사노위의 틀 안에서 추진했다. 문재인정부는 주 52시간 근무제 연착륙 방안·과로사방지법·근로자대표제 등 노동계 현안 20여가지를 경사노위에서 합의했다.

경사노위가 이 같은 ‘감초’ 활약을 펼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노동계와 재계의 꾸준한 참여가 있었다. 특히 한국노총은 정부의 사회적 대화 요청에 지속적으로 협조했다. 1999년 민주노총이 탈퇴한 이래로, 정부에게 한국노총은 사실상 노동계 유일한 ‘대화 창구’다.

반면, 민주노총은 탈퇴 후 중대 사안을 논의하기 위한 임시특별기구에 몇 번 참여한 것 외에, 공식 회의체에는 전면 불참 중이다. 한국노총 역시 이탈한 전적이 있지만 그 기간은 대부분 길지 않았다. 

이에 역대 정권들은 대부분 한국노총을 정책 파트너로 낙점했다. 한국노총은 제17대 대선에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 제18~19대 대선 때는 문 전 대통령과 정책 연대를 맺은 바 있다.


한노-정부 사사건건 충돌 ‘이러다 이탈?’
노총 빼고 사회적 합의 사실상 불가한데… 

이번 대선 때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당시 대선후보)와 정책 협약을 체결했다. 한국노총은 국내 제1 노조로, 조합원 수가 2020년 기준 115만4000명에 달한다. 노동계 최고 대표성을 보유한 한국노총의 지원사격은 그동안 정권의 노동정책 개편안에 든든한 명분을 제공했다. 

윤 대통령이 이를 모를 리 없었다. 윤 대통령 역시 한국노총에 적극적인 구애를 보냈다.

그는 후보와 당선인 시절 한 번씩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을 만났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월 한국노총을 찾아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고 평가하지 않는 국가·사회·기업은 더 이상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며 “어느 때보다 한국노총의 역할이 중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윤정부 출범 이후로 한국노총의 적극적인 협조는 없었다. 오히려 한국노총은 윤정부와 노동 현안에서 사사건건 충돌했다. 한국노총은 윤정부의 노동개혁안에 공공연히 반대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한국노총은 다음 달 5일 전국노동자대회 대규모 개최를 예고했다. 이들의 목표는 ‘윤정부의 노동개혁 저지’다. 한국노총은 윤정부가 추진 중인 ▲노동시간 유연화 ▲공공 부문 구조조정  ▲공적연금 개편 ▲중대재해처벌법 개정 등에 모두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한국노총 지도부는 지난달부터 회원조합을 순회 방문하는 등 이미 투쟁 일정 조율에 한창이다.

김 위원장은 순회 일정에 앞서 “윤석열정부의 노동시장·공공 부문 개악과 연금개악을 저지하기 위해 회원조합별 투쟁을 기조로 11월5일 전국노동자대회를 대규모로 개최하겠다”며 “불평등 양극화 해소와 노동 중심의 정의로운 사회 전환을 위한 한국노총 결의를 천명하겠다”고 밝혔다.

노동계 안팎에선 이 같은 맥락을 이유로 한국노총의 경사노위 불참 결단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현 상황만 놓고 보면 당장 테이블을 박차고 나와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는 평이 나온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 김 위원장은 경사노위 운영에 관해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이는 차기 지도부의 협상 카드를 굳이 낭비하지 않는 한편, 정부를 압박하며 태도 변화를 유도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불참 결단?
유리한 고지

실제로 한국노총의 새 위원장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선거예정일은 내년 1월 중이다. 선거운동 기간 등을 고려하면 오는 12월부터는 완연한 선거 국면에 접어든다고 봐야 한다. 또한 일각에서는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한국노총 출신인 점도 결정 유보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분석한다.


보수정권 입장에서 민주노총과의 전면적 협력 가능성은 희박하다. 협상 주도권이 한국노총 측에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정부는 현재 충돌 중인 노동개혁안 외에도 추가적인 과제를 경사노위에서 만들어 내겠다는 방침이다.

더구나 극심한 진통이 예상되는 ‘정년 연장 논의’는 경사노위를 무조건 거쳐야 하는 과제로 분류된다. 이대로 한국노총이 이탈하면서 경사노위가 ‘(노)사정협의체’로 전락해버린다면, 정부가 각계 의견수렴조차 진행하지 못할 공산이 크다. 

실제로 2016년 한국노총은 정부의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해석 및 운용 지침의 양대 지침 강행처리에 강력 항의하며 위원회를 탈퇴했다. 2015년 극적으로 체결된 ‘노동시장 구조 개선을 위한 노사정 합의-사회적 대타협’은 폐기됐고, 2018년 한국노총이 복귀할 때까지 위원회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다. 

하지만 윤정부와 노동계의 관계는 여전히 개선될 기미가 없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를 경사노위 위원장으로 임명하면서 노-정 갈등에 기름을 부었다.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달 29일 김 위원장의 인선 배경에 관해 “정치력과 행정력을 겸비했다”며 “노동현장 경험이 많아 정부·사용자·노동자 대표 간 원활한 협의와 의견 조율은 물론이고 상생의 노동시장 구축 등 윤석열정부 노동개혁 과제를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노동운동가 출신으로 1970년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에 입학한 뒤 운동권에 투신했다. 1974년 민청학련 사건으로 제적된 뒤에는 청계천 피복공장에서 재단보조공으로 일했다. 전국금속노조 한일도루코 노조위원장을 지내며 노동운동을 주도하다가 서대문구치소에 수감된 이력이 있다.


불난 집에 
부채질하다

하지만 정치 입문 이후의 발자취를 보면 위원장 인선에 의문부호가 따른다. 1996년 그는 국민의힘의 전신인 신한국당에 입당해 3선 의원·재선 경기도지사를 지냈다. 2010년대 후반에 들어서는 극우 행보를 이어왔다. 박근혜정부 때 탄핵 반대 시위를 주도했고, 전광훈 목사와 함께 강경 우파 정당인 자유통일당을 창당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탄핵 재판소 탄핵’ ‘문 전 대통령 총살’ 등의 발언 등으로 막말 논란에 수차례 휩싸인 바 있다. 그가 경사노위 위원장으로 임명된 뒤에는 몇 달 전 자신의 유튜브 영상에서 “불법 파업에 손배(손해배상청구) 폭탄이 특효약”이라고 발언한 사실이 드러나 인선 적절성 논란이 일었다.

노동계 반발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민주노총은 지난달 29일과 지난 4일 연이어 논평을 내고 김 위원장을 맹폭했다.

민주노총은 “윤석열정부의 노동 개악 추진에 들러리로 소임을 다해야 하는 경사노위 위원장에 그간 색깔론과 노조혐오에 가득한 시각과 발언으로 문제를 일으킨 김문수씨를 임명한 것은 그 속이 너무 뻔하다”며 “경사노위가 정말 형식적으로나마 작동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민주노총은 경사노위에 참여할 계획도 없어 인선에 대한 코멘트를 하지 않았고 설마 상식이 조금이라도 있는 정부라면 해프닝에 그칠 인사라고 생각했다”며 “지금까지처럼 윤석열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악에 맞서 투쟁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노총 역시 우려를 표했다. 한국노총은 “김 위원장은 1970년대 구로공단 노동자로 위장 취업했던 노동운동가 출신이다. 세 번의 국회의원과 두 번의 경기도지사를 역임할 당시 노동계와 관계가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면서도 “몇 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구속에 반대하는 태극기부대에 합류하고 이후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반노동 발언을 일삼는 행보 등으로 노동계가 환영할 만한 인물이라고 말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다만 한국노총은 비판보다는 올바른 역할 수행 촉구에 주안점을 뒀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 위원장 낙점
극우·반 노동 행적에 노동계 반발

이들은 이어진 성명에서 “그동안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사회적 대화의 끈을 놓지 않고 고민하고 노력해왔다. 한국노총이 사회적 대화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것은, 그렇게 어렵게 이룬 성과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김 위원장 스스로 노동계의 우려를 잘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노동계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한국노총이 어렵게 이어온 사회적 대화의 끈을 놓지 않도록, 역할을 수행해주기 바란다”고 적었다.

김 위원장은 지명 이후 유튜브 채널을 폐쇄하는 등 제기된 비판을 의식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4일 취임식에선 “경사노위와 저에 대해 믿을 수 없다는 말씀, 잘 듣고 있다”면서 “특히 저 개인에 대한 불신에 대해서는 저 자신이 더욱 진지하고 겸허하게 스스로를 돌아보며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 리스크’는 여전히 노-정 갈등의 뇌관으로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김 위원장이 이날 이어진 질의에서 과거 막말 논란과 극우 행적을 바로잡을 뜻이 없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그는 ‘문 전 대통령은 총살감’ 등의 과거 발언에 대해 “집회하다 보면 흥분해서 그런 소리는 할 수 있는데”라며 “이제 와 갑자기 수정하는 것은…”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박 전 대통령 탄핵에 관해서는 “헌법재판소도 문제가 많다. 박 전 대통령 탄핵은 잘못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저도 깨끗하다고 소문나 있지만 (박 전 대통령은) 저보다 훨씬 깨끗한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이 이 같은 태도를 계속 견지한다면, 이를 비판한 노동계와의 협의 역시 더욱 요원해질 것으로 점쳐진다. 게다가 김 위원장은 이날 ‘노란봉투법(파업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제한)’ ‘중대재해처벌법’ 등 현안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양대 노조와의 대립으로 이어질 수 있는 불씨가 또 하나 남겨진 셈이다. 

경사노위 위원장은 장관급 인사로, 임기가 2년이다. 김 위원장으로 인해 정부와 노동계 관계가 돌이킬 수 없을 만큼 틀어진다면 윤정부는 임기가 반환점을 돌 때까지 노동정책 추진 동력을 사실상 상실한다. 

윤정부는 우선 대내외적으로 이번 인선의 적절성을 입증해야 한다. 이에 그치지 않고 김 위원장을 통해 정부의 방향성에 맞는 사회적 합의가 도출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지금으로서는 첫 번째 전제부터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되레 “김 위원장의 강경 기조로 2016년 한국노총의 장기 이탈 사례가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비관적 전망이 앞선다. 

그나마 정부가 기댈 곳은 한국노총의 차기 위원장 선거 구도가 아직 오리무중이라는 점이다. 지금으로서는 한국노총 내 여당 지지파와 반대파 중 어느 쪽이 실권을 잡을지 확신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이탈 분수령
위원장 선거

현재 한국노총 내부에서는 지지파에 속하는 산하 위원장 중 일부가 출마를 저울질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파에서는 김 위원장의 연임 도전이 거론된다. 이로써 다가오는 한국노총 위원장 선거는 이례적으로 노동계를 넘어 정치권의 주목까지 한 몸에 받을 전망이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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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