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 하면 꺼내든 탄핵카드 후폭풍

정권 끝까지…일단 던지고 본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연속적으로 장관 해임, 탄핵 카드를 꺼내고 있다. 주무부 장관을 압박해 윤석열정부 국정 동력에 타격을 주겠다는 취지다. 이 정도면 탄핵 중독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원하는 대로 되면 좋지만 민주당에게도 여러 가지 부담이 따른다. 아직 여론이 확실히 기울지 않아서다. 

윤석열 대통령 비속어 논란이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 건의안으로까지 전선이 확대됐다. 여야 간 공방이 갈수록 심해지는 양상이다. 박 장관의 해임 건의안, 윤 대통령의 비속어, 외교 참사 논란 사안은 지난 4일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에서도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한 명씩
발목 잡기 

더불어민주당은 해당 자리에서 영국 조문 취소, 48초 환담, 한일 정상회담의 간담회 논란 등을 꺼내고, 박 장관을 몰아붙였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정치공세라며 적극적인 방어태세를 펼치며 박 장관을 옹호했다. 결국 외통위 국정감사는 30분 만에 파행을 맞았고, 박 장관은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 

외통위가 다시 국정감사를 시작한 시각은 이날 오후 2시경이다. 박 장관 역시 다시 자리했으나, 정회와 재개가 반복됐다. 

박 장관의 해임 건의안은 지난달 30일 민주당이 단독으로 의결한 사안으로 169명의 소속 의원 전원 이름으로 발의됐다. 윤 대통령의 해외순방 외교에서 참사가 발생했으니 외교부 수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다. 


민주당이 해임 건의안을 발의하기 전 민주당은 박 장관을 비롯해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김은혜 홍보수석 등의 교체를 촉구한 바 있다. 대통령실에서 별다른 반응이 없자, 민주당은 즉시 해임 건의안을 통과시켰다. 

박 장관은 자신의 해임 건의안이 통과되자 “흔들림 없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윤 대통령 역시 박 장관에게 굳건한 신임을 보내며, 하루 만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단순히 민주당의 정치공세로 보는 인식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이 이토록 최근 해임 건의안, 탄핵 등 국무위원 불신임 조치 공세를 벌이는 이유는 정치적 계산이 깔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에게 ‘불통’ 이미지를 더욱 덧씌우려는 셈이다. 취임 직후 대통령실은 인적 쇄신을 머뭇거렸던 바 있다. 

그러나 여론이 악화되면서 뒤늦게 칼을 빼들었고 인적 개편을 단행했다.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하락한 이유도 외교 성과에 대한 논란은 제쳐두더라도, 비속어에 따른 논란이 일파만파 커진 데서 시작됐다. 하지만, 대통령실의 사과는 없었고 대신 변명으로 일관했다.

이런 탓에 민심과 싸운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고, 고집과 불통 이미지가 한층 더 깊어졌다. 결론적으로 중도층과 무당층이 이탈할 수밖에 없던 것이다. 

민주당이 윤 대통령 이미지를 악화하기 위해 파고든 부분으로 실제로 국정 지지율도 다시 20%까지 떨어졌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 지지율이 연속해서 하락하는 데 자신감을 얻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박 장관을 통해 여론 반응도 살폈다. 해외 순방에 대한 부정 평가는 65% 이상으로 높았다.

장관 해임으로 국정 동력에 타격
오히려 정치인 몸값 키워주는 꼴


누군가는 해외순방 외교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는 여론도 높게 나왔다. 이 같은 여론 속에서 대통령실은 외교 문제와 관련해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이런 탓에 거부권을 행사한 윤 대통령이 얻을 실익이 없어졌다.

민주당은 그동안 탄핵 카드로 재미를 톡톡히 봤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은 촛불 정권을 탄생시켰고, 180석이라는 매머드급 당까지 만들어줬다. 여론을 주도해온 민주당을 향한 지지는 압도적이었다. 일각에서는 보수 세력이 망했다는 소리까지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민주당의 꾸준한 헛발질은 오히려 독이 됐다. 지지율은 폭삭 주저앉았고, 틈만 나면 꺼내들던 탄핵이라는 단어에 오히려 반감을 드러내는 이가 적지 않다. 다만 장관 해임 건의안이나 탄핵은 민주당이 늘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사안이다. 민주당은 여기서 멈추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의원의 과반수가 찬성하면 의결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맞이했던 패배의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은 모양새다. 독단적인 행보가 선거에서 독이 된 경험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탓에 직접적인 탄핵안을 발의하기보다는 국무위원을 향한 발언 수위를 높인다. 

이번 박 장관 해임 건의안 역시 단순 망신주기에 그치지 않았다는 시각이 큰 측면도 있다. 우선 최대한 국무위원에 대한 흠집내기로 불신임을 강조해 여론전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의 탄핵 후보 리스트에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포함돼있다. 민주당이 한 장관의 탄핵을 주장하는 이유는 시행령으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뒤집는 시도를 했다는 데서 촉발됐다. 이른바 검수원복이다. 우선 한 장관 고발부터 시작했다.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형사소송법, 검찰청법 개정안을 둘러싼 권한쟁의심판에서 한 장관이 직접 출석한 모두 진술이 문제라는 데서 비롯됐다.

그가 모두 진술을 통해 허위사실을 유포했고, 자신들의 명예가 훼손됐다는 이유다. 민주당이 단독 의결했던 검수완박으로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대상에서 6대 중요 범죄인 공직자, 대형참사, 방위사업, 선거, 공직자는 빠졌다. 

재미보던
과거 시절

이 중 수사 개시 범위를 경제, 부패 등으로 한정지었다. 이에 대해 한 장관은 ‘등’을 폭넓게 해석했다. 직무유기,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기부 행위 등 일부를 검찰이 수사할 수 있도록 부활시킨 것.

민주당을 제대로 한 방 먹인 셈이다. 이는 한 장관을 더욱 차기 대권주자로 인식하도록 만든 계기다. 현재 한 장관은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이제는 한 장관의 태도 문제를 물고 늘어진다. 발언에 있어서 최소한의 예의나 규칙을 따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한 장관의 탄핵을 추진하는 게 오히려 독이 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한 장관은 대중에게 ‘엘리트 중 엘리트’로 불린다. 보수층을 비롯해 중도층에게 한 장관은 좋은 이미지로 각인돼있다. 또 한 장관의 탄핵을 주도한다고 해도 오히려 과거 추-윤(추미애-윤석열) 사태의 결과를 반복할 수 있다며 우려한다.

이와 함께 한 장관이 정치적 세력을 더욱 불릴 수 있도록 하는 행위라는 인식이 가득하다. 한 장관 역시 민주당이 쉽게 자신을 탄핵시킬 수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보인다. 지난달 29일 그는 “법무부 장관으로서 할 일을 하면서 헌법 절차에 당당히 임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오히려 한 장관의 몸값만 올려주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데 동의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오히려 민주당의 실력 없음만 드러내는 꼴이 될 수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한 장관 탄핵은 시기상조라는 말이 나온다. 

한 장관에 이어 민주당은 이 장관의 탄핵도 여론에 슬쩍 띄웠다. 이 장관을 탄핵해야 하는 이유로 경찰국 신설을 꼽는다. 

박진 이어…
다음은 누구?

경찰국은 30여년 전 폐지했던 기능을 부활시킨다는 논란이 인 바 있다.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는 경찰의 민주적 관리와 운영을 효율적으로 수행시키겠다는 방안이다. 권고안에는 행정안전부 내에 경찰 관련 지원조직을 신설하고, 감찰 및 징계 제도의 개선, 수사의 공정성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행정안전부 내 경찰 지원 조직을 신설해 행정안전부 장관이 총경급 인사에 관여할 방법을 마련한 셈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에서는 즉각 반대 목소리를 내는 한편, 이 장관을 탄핵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다. 국민의힘은 권은희 의원이 당내서 유일하게 비판했으나 실제 경찰국과 관련한 공청회 개최 등 논의는 민주당이 계속 주도했다.

심지어 권한쟁의심판 청구와 이 장관 탄핵소추안 발의 등이 지난 7월부터 거론돼왔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 역시 경찰국 신설을 두고 “이 장관을 탄핵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뒷전으로 밀린 모양새다. 여러 불안 요소가 존재해 실질적인 대응책 마련에 나서지 못하는 중이다. 민주당의 권한쟁의심판 청구는 아직까지 검토 단계에 머물러 있는데 탄핵을 꺼내든 순간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또 민주당이 먼저 나서서 탄핵하는 게 오히려 국민의 반감을 사기만 할 뿐이라는 이유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민주당은 추 장관을 또 다른 탄핵 목표로 정한 모양새로 최근에는 그에 대한 탄핵설까지 흘러나온다. 

대통령 불통·고집 이미지 각인
중도층 민주당에 붙으면 가능?

추 장관의 탄핵 사유는 영빈관에 대한 자료 제출 불응 등이다. 영빈관은 윤 대통령이 878억원을 들여 외빈 접견을 위해 신축하겠다는 계획이 나왔으나 여론이 좋지 않자 하루 만에 철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그러자 민주당은 기재부에 영빈관 예산과 예타(예비 타당성) 면제 관련 자료 제출을 요청했으나 기재부가 거절했다. 이런 탓에 민주당은 재차 추 장관의 탄핵 카드를 꺼내려는 모양새로 고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실효성은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여야의 대립을 더욱 심화하려는 전략으로 보고 있다. 

장관과 윤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압박하는 법안도 발의됐다. 민주당 김남국 의원을 필두로 국회가 직접 장관을 해임할 수 있는 법안을 발의했다. 해당 개정안은 국회에서 서류 등 제출을 요구받은 국가기관이 별다른 이유 없이 자료 제출을 거부하거나, 잘못된 자료를 제출하면 주무 장관의 해임을 건의할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공동 발의자로는 서영교, 장경태 최고위원과 강득구 원내부대표 등 당 지도부 의원들이 함께 한다. 그만큼 당 지도부가 장관을 향한 압박 수위를 높이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이 같은 상황에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이 걸핏하면 탄핵으로 여론을 주도하려고 하는데, 지금까지 탄핵을 띄워 여론이 압도적인 적이 있었느냐”며 “단순 이슈화를 통해 여당 발목잡기에 나서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국민의힘도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민주당이 지속적으로 여론전에 나서고 있는 만큼 철저한 대비가 필요해 보인다.

민주당도
역풍 우려

민주당이 연속해서 장관 탄핵을 거론하는 이유는 민주당 지지층을 한층 더 결속시키려는 취지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에 지지율이 역전당한 상황에서 중도층 이탈도 가속화된 상태다. 중도층 표심이 민주당 쪽을 지지하게 되는 경우, 민주당이 절대 우위를 차지하게 될 수도 있다. 민주당이 여론전을 계속 펼치고 있는 이유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이 자신의 지지율만 지키키에 급급해 무리수를 던지고 있다”며 “해당 행위가 오히려 민주당에게 악수로 돌아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여론조사 최악 성적표 결국 대통령 탓?

윤석열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가 여전한 가운데, 지지율은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보수층의 핵심 지역인 곳에서도 민심이 흉흉하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가 더 드리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매일 아침 도어스테핑에 나서고 있지만,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논란에는 답변을 피하고, 이번 해외 순방에서의 논란 역시 말을 아꼈다.

대통령실은 15시간 만에 사과 없이 설명만 했다.

또 윤 대통령은 자신의 문제에 대해 질문을 받으면 문재인정부는 안 했냐는 반문으로 여전히 과거 탓을 해 불통 이미지를 부각한다.

이에 대해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반성도 없이 적반하장, 책임 전가의 고집불통”이라며 윤 대통령을 꼬집었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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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