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24시간 돌아가는 ‘도박 도우미방’ 실체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08.08 12:56:17
  • 호수 1387호
  • 댓글 1개

“돈 따게 도와드립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불법 도박사이트에 들어갔다. 사이트를 찾는 데 걸린 시간은 5분도 채 되지 않았다. 사이트를 가입하는 데도 그 정도 소요됐다. ‘불법이니까 꼭꼭 숨겨놨겠지’라는 생각은 완벽하게 비켜나갔다. 대신 사이트는 해외에서 관리됐다. 사이트 관리자나 회원은 한마음 한뜻으로 보안에 힘써 사이트를 관리했고, 도박사이트 회원 카톡방은 도박 정보공유로 24시간 쉬지 않았다.

도박은 돈이나 본인의 소유물을 상대에게 걸고, 결과가 불확실한 사건에 내기를 거는 행위다. 이 행위는 경쟁을 포함하는 놀이, 금전을 추구한다. 특징은 승패가 우연성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결과가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약 바둑이나 장기 등의 게임을 하면서 돈을 건다면 도박이 된다.

중독되는
시스템

도박 종류는 여러 가지다. 오프라인에서 사람이 하는 스포츠 경기인 축구, 야구, 당구, 골프, 권투, 볼링, 자전거, 자동차, 모터보트 등에서 참여 선수 중 누가 이길지 돈을 거는 방식이 있다. 주로 경마, 경륜, 경정, 체육 진흥 투표권으로 진행된다.

동물 경기로는 경견, 투견, 투계, 소싸움 등이 대표적이다. 기구나 기계를 이용해서 하는 도박도 있다. 윷놀이, 주사위, 장기, 바둑, 체스, 화투, 골패, 마작이 대표적이다.

도박용 기계를 사용하는 스크린 경주, 빙고, 룰렛, 슬롯머신, 전자오락도 있다. 이 경우는 보통 장소가 불법 하우스, 바다 이야기, 스크린 경마, 카지노에서 이뤄진다.


숫자 추첨 방식인 로또나 복권도 도박으로 분류되고, 재물 자체를 걸고 하는 주식 투기 역시 도박으로 분류된다.
온라인에서 하는 도박도 있다. 보통은 오프라인에서 하는 게임을 온라인으로 가져온 형태다. 트럼프, 도박형 웹보드 게임, 사다리, 그래프 로하이 등이 있다.

도박 종류가 많은 만큼 부작용도 잇따른다. 도박은 대중화돼있고, 도박을 접할 기회는 남녀노소 상관없이 어디서나 존재한다. 특히 대부분 사람은 도박을 잠깐의 오락이나 여가로 여기고 시작하기 때문에, 본인이 도박에 중독됐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

불법 도박하는 청소년 50% 이상 증가
“중독 탈출 도와주겠다” 사이트 소개

하지만 대부분은 ▲대박에 대한 기대 ▲충동적 행동 ▲잃은 돈을 만회하고자 하는 욕구 ▲도박에 이길 확률을 높이는 방법이 있다는 생각 ▲불쾌한 일을 대처하기 위한 방법 모색 ▲우울감이나 외로움으로 도박에 중독된다.

도박이 가진 사회적 문제는 너무 많지만, 최근 들어서 더욱 심각해지는 경향이 있다. 예전에는 도박이 성인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도박을 접하는 연령층이 확연하게 낮아졌다. 

도박 중독으로 진료를 받거나 치료를 받고 있는 청소년이 최근 50%가량 증가했다. 청소년들은 ‘온라인 도박’으로 도박을 접했다.

더불어민주당 오영환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청소년 도박 중독으로 진료를 받은 만 10~19세 청소년이 2018년 65명에서 2020년 98명으로 약 50% 증가했다.


도박 중독으로 인한 청소년 도박 범죄 검거도 증가했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경찰의 청소년 도박범죄 검거 현황을 살펴보면 48명에서 55명으로 증가했다. 연령별로는 제일 어린 연령이 14세였다. 

한국 도박 문제 관리센터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2020년 청소년 도박 문제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도박 첫 인지 경로는 ‘주변 사람들이 하는 것을 보고’ 51.2%, ‘친구나 선후배의 소개’ 19.8%인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들이 접한 도박의 종류는 ▲온라인 스포츠 도박 801건 ▲기타 온라인 도박 796건 ▲카드 38건 ▲기타 27건 ▲화투 12건 ▲성인오락실 6건 ▲체육 진흥 투표권 6건 ▲주식 1건 순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도박은 불법이다. 정확하게는 한국 국적자에게 공인한 도박은 복권, 경마, 경륜, 경정, 강원랜드 카지노, 체육복표사업인 스포츠 토토, 베트맨, 소싸움이다. 모두 성인만 이용이 가능하다.

루저들
돕고 싶다?

이쯤에서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청소년들이 도박을 접근하는 게 이렇게 쉬운 것일까. 게다가 청소년들이 이용을 많이 한다는 온라인 스포츠 도박은 불법이다. 

<일요시사>는 온라인 불법 도박사이트 접근을 시도했다. 일차적으로는 도박사이트 접근이 얼마나 쉬운지 아는 것과 사이트가 유지되는 방법이 궁금해서다. 이용자가 얼마나 많을까.

우선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플랫폼으로 알려진 유튜브(YouTube)에서 ‘도박’을 키워드로 검색했다. 다양한 콘텐츠들이 쏟아졌다. 도박에 관련된 영화 리뷰, 도박 중독자 인터뷰, 도박에 중독되지 않는 법 등이었다. 

그중 눈에 띄는 영상이 있었다. 이 영상에서는 자신을 도박 중독자였다고 소개했다. 과거에 자신은 도박 중독으로 생활이 힘들었던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도박으로 진 빚을 다 갚고 나니 욕심이 생겼다. 그때 든 생각이 단 도박을 하는 것이다. 적은 금액과 적은 시간을 투자해서 아주 가끔 배팅을 즐기다 보니 도박 중독에 쉽게 벗어났다”며 “이 방법을 다른 사람에게도 알려주고 싶다. 많은 사람들이 단 도박을 해서 도박 중독에 벗어나도록 도와주고 싶다. 지금은 직장도 그만두고 총판을 하면서 번 돈으로 영상 제작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도박에서 이기는 법 ▲강원랜드 현실 ▲도박 중독 탈출 방법 등의 영상이 있었다. 그는 사람들을 돕고 싶다며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주저 말고 연락하라고 당부하며 링크를 남겨놨다. 그 링크를 따라 들어가니 카카오 그룹 채팅방으로 넘어갔다.

너무 쉬운
접속 방법


채팅방에 들어가니 상담원과 대화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내가 봤던 영상의 주인공은 아니었다. 상담원은 바로 “도박사이트에 가입하겠느냐”고 물었다. 도박 중독에 도움을 주겠다는 영상의 말은 어디에도 없었다. 영상은 도박에 관심 있는 사람을 모으는 용도였을 뿐이다. 

상담원은 “게임을 잘 모르면 가족방을 보고 알아가면 된다. 처음인 사람도 많은데, 대부분 오래되신 분이라 승률이 높다. 어차피 본인이 게임 배팅을 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사이트에 가입하면 카카오톡 ‘가족방’에 초대받을 수 있다고 했다. 가족방은 도박 게임을 공개적으로 도와주는 곳이었다. 가입비도 없고 요금 충전 강요도 일절 없다고 덧붙였다.

도박사이트 가입은 단순했다. 아이디나 비밀번호 등 일반적인 개인정보를 적으면 끝이었다. 현금을 거래할 은행 계좌번호도 적었다.

사이트에 가입하자 가입 확인 전화가 왔다. 해외에서 연결된 번호였다. 전화 상담원은 “계좌번호가 대포통장인지 확인해야 한다. 계좌로 1원을 보낼 테니 거기 나온 4자리 숫자와 신분증을 보내달라. 신분증 뒷자리는 가려서 보내면 된다”고 말했다. 사이트 가입이 승인되면 공지사항을 꼭 확인하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도박사이트에 접속하자마자 게임이 보였다. 여기에는 ▲네임드 달팽이 ▲주사위 게임 ▲파워 사다리 ▲파워볼 게임 ▲로투스 홀짝 ▲로투스 바카라 ▲로투스 용호 ▲로투스 식보 등이 있었다.


이 게임을 하기 위해선 현금을 충전해야 한다. 입금 계좌는 수시로 변경되기 때문에 입금 전 항상 문의를 해야 한다. 경찰 단속을 피하기 위한 용도로 보였다. 또한 도메인 주소도 자주 변경되는 것으로 보였다.

‘이기는 법’ 미끼로 ‘가족방’ 가입 유도
수시로 바뀌는 입금 계좌·도메인 주소

도메인 주소 변경은 사전 쪽지나 공지를 통해 회원에게 통보 후 문자로 주소를 보내준다고 나와 있다. 또 회원이 보안에 신경 쓰지 않으면 문제가 생기니 타 사이트와 같이 이용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게시판에는 회원들이 남긴 글도 있었다. 대부분은 도박에 이기자고 다짐하는 글이거나, 도박에 진 걸 아쉬워하는 글이었다. 하루에 올라오는 게시물이 많은 것을 감안할 때 도박사이트 이용자 역시 많을 것으로 추측됐다.

이쯤해서 가족방에 초대됐다. 가족방은 세 가지로 나뉘었다. 파워볼, 파워 사다리, 달팽이, 다리다리 게임을 도와주는 ‘미니 게임방’과 로투스, 바카라, 홀짝의 ‘카드 게임방’ 그리고 스포츠 대화방이었다. 

한 가족방당 인원은 300명정도였다. 최소한 이 정도의 인원이 도박사이트를 이용하는 것으로 추측됐다. 사적인 대화는 일절 없이 대부분 게임 정보를 공유했다.

“다니엘, EOS 5분 - 99 일홀 적중, 01 일언” “모아니면모 - #김○○, 09:05 Tepatitlan 2.5?? ○, 09:10 알도시비 2.5?? ○, 다음기준 4.43배, 적중ㅅ ㅅ ㅅ ㅅ ㅅ ㅅ ㅅ ㅅ” 등으로 대부분 도박 은어로 대화했다.

짬이 날 때면 “도박 빚은 일해서 갚는 거다” “돈 왕창 벌어서 복수하자” “날도 더운데 고생이 많다” “꼭 승리하자” 등의 일반적인 대화를 나눴고, 스포츠 경기 방에는 경기를 분석하는 대화를 이어갔다. 

가족방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카카오톡 프로필을 수정할 수 없었는데, 각각 카카오톡 프로필에는 한 눈에 봐도 앳되게 보이는 학생의 사진, 군복을 입은 사진 등이 많았다.

저녁쯤에는 그날 수익을 표로 만들어 게재했다. 이 표는 지난 4일 기준으로, 수익이 얼마나 발생했는지 보여줬다. 현 순수익은 8억2259만원이었고, 매달 최소 100만원에서 최대 4000만원의 수익을 발생시킨 달도 있었다. 손해를 본 달은 딱 한 번뿐이었다.

앞선 표를 보면 도박으로 쉽게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직접 도박을 했던 사람은 도박으로 수익을 절대 만들 수 없다고 말한다. 도박 중독 치료를 받고 있는 A씨는 “도박은 돈을 따기가 쉽다. 그리고 게임을 하다 보면 ‘이길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게 게임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선심 유혹

이어 “이렇게 만들지 않으면 도박 중독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도박하는 사람들 다 큰돈 만져봤고 수십일 게임에서 이긴다. 그런데도 적자”라며 “365일 중 364일 이기면 뭐하나. 하루 만에 1년 이긴 것과 대출까지 해서 다 잃어버린다. 도박은 그런 것”이라고 귀띔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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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도살인’ 칼춤 추는 김문수 표적

‘차도살인’ 칼춤 추는 김문수 표적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과 윤석열 전 대통령을 겨냥해 3대 특검법을 가결했다.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대선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당무감사 진행 의사를 밝혔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정당 해산 가능성을 경고했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 흐름을 타고 당 장악을 시도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지난 5일 3대 특검법(내란·김건희 여사·채상병)을 모두 통과시켰다. 이 법들은 윤석열정부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때문에 통과되지 못했다. 민주당은 이재명정부 출범 후 하루 만에 일사천리로 이 법안들을 통과시켰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0일 이를 국무회의서 의결했다. 하루 만에 일사천리 이 중 국민의힘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특검법은 내란 특검법과 김 여사 특검법이다. 특히 김 여사 특검법엔 명태균 게이트 수사 관련 내용도 포함돼있다. 특검법 3개 모두 “수사 과정서 인지된 관련 사건”이라는 조항이 포함돼있다. 따라서 윤정부와 국민의힘 인사 모두를 겨냥할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공개적으로 반발하진 않았다. 하지만 국민의힘 박수민 원내대변인은 지난 11일 기자들에게 “민주당이 야당 시절 추진한 특검은 최소한의 명분이라도 있었다”며 “지금은 여권이 검찰을 직접 지휘해서 수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일부 국민의힘 의원실이 휴대전화를 교체하고, 각종 문서를 파쇄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편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8일, 당 체질개선을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김 비대위원장은 이날 국회서 기자회견을 열고 ▲9월 초 안에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개최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 ▲비상계엄 옹호 시 윤리위원회 징계 ▲대선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당무감사 진행 ▲내년 지방선거 100% 상향식 공천 실시 등 개혁 과제를 제시했다. 이 방안들은 지난 9일, 5시간 동안 진행된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논의됐다. 김 비대위원장은 “5대 개혁안을 받아주지 않으면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원들은 조기 전당대회 개최에 대해서만 찬성하고, 다른 안에 대해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박형수 원내수석부대표는 의총 직후 기자들을 만나 “거의 모든 의원이 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당무감사를 부적절하게 여겼다”며 “의원 한두 명만 찬성 의견을 냈다”고 말했다. 이날 의총에선 오는 30일 임기가 끝나는 김 비대위원장의 거취에 대해서도 ▲즉각 사퇴 ▲오는 16일 진행되는 원내대표 선거 이후 논의 등으로 의견이 엇갈렸다. 김 비대위원장은 “본인의 거취 문제와 전당대회 개최 여부를 전당원 투표로 결정하자”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 비대위원장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대선후보의 당무우선권을 매개로 지명했다. 후보 교체 시도 피해자가 지명한 비대위원장이 이에 대한 감사를 시도한다면, 보복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국민의힘 권영세 전 비대위원장 등 지도부는 지난달 10일,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의 단일화에 소극적이었던 김 전 장관을 밀어내고, 한 전 총리를 새 대선후보로 지명하려고 했다. 지도부는 이날 오전 1시 김 전 장관의 대선후보 자격을 취소했다. 3대 특검법 통과 이어 김 공세 장외에선 홍준표 해산 부채질 후보자 등록 신청 공고는 그날 오전 3시부터 1시간 동안 국회 본관 비대위원장실서 32종의 서류를 제출받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비상식적인 진행이었기 때문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분노한 국민의힘 당원들은 당원투표서 후보 교체 안건을 부결시켰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10일, 원외 당협위원장들과의 간담회서 “징계 목적으로 진행하는 게 아니다. 문제가 없다면 없는 대로, 고쳐야 할 부분이 있으면 명명백백히 시민과 당원에게 알리려고 추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2일엔 자발적으로 당무감사위의 면담 조사에 응했다. 하지만 다수의 당원이 분노했던 사안에 대한 책임 소재가 밝혀지는 자체가 가담자들에겐 보복으로 느껴질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민주적으로 운영돼야 하는 정당서 이 같은 파행이 진행됐다는 자체가 정당 해산 근거로 연결될 수도 있다. 근본적으로는 파행의 전모를 밝히고 교정하는 게 정당이 민주적으로 운영된다고 판단할 근거가 되지만, 이해당사자는 시야가 좁아진다. 당무감사 이후 따라올 순서는 국민의힘 내부 징계일 수밖에 없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후보 교체 시도에 가담한 ▲권 전 비대위원장 ▲권성동 전 원내대표 ▲성일종 의원 ▲박수영 의원 등을 ‘4적’으로 규정했다. 아울러 사무총장으로서 실무를 지휘했고, 국민의힘 의원 단체 대화방서 당시 사태를 변명하려고 했던 이양수 의원도 책임으로부터 벗어나기 어렵다. 홍 시장은 지난 7일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시의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서 반민주 행위·정당 해산 사유가 될 수 있다”며 “자신들의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느냐”고 성토했다. 김 전 장관은 대선 낙선 직후인 지난 4일, 관악산에 올라가 턱걸이를 했다. 김 전 장관의 측근인 국민의힘 김재원 전 최고위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전 장관이 턱걸이를 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 열혈 청년 김문수”라는 문구를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 전 장관의 당권 도전 가능성으로 해석하는 시선이 있다. 김 전 장관은 대선서도 만 73세의 고령을 염려하는 시선이 많았다. 따라서 김 전 최고위원이 올린 영상에 대해선 “당권·차기 대권 도전에도 따라다닐 나이 문제를 불식시키려고 한 것 아니겠느냐”는 분석도 나왔다. 턱걸이하는 열혈 청년 김 전 장관이 당권 도전을 암시하는 상황서 그가 지명한 비대위원장이 자신이 큰 피해를 볼 뻔한 사건에 대한 당무감사를 진행한다면, 당의 재편성 시도로 해석될 가능성이 따라올 수밖에 없다. 김 전 장관이 당권을 확보하려면 친윤(친 윤석열)을 친김(친 김문수)으로 개편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의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당은 지난 11일부터 당무감사를 시작했다. 따라서 자신을 따르지 않거나 지나치게 강경한 친윤 의원은 본보기로 삼을 필요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후보 교체 시도 가담자들이 김 전 장관이 주도하는 국민의힘 재편성 이후 입지를 확보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진다. 또 향후 진행될 특검 수사에 무방비로 노출될 위험도 커진다. 김 전 장관으로선 이들이 운 좋게 특검 수사망을 피했을 경우까지 대비할 필요가 있다. 현재로선 다수의 국민의힘 의원들이 내란 특검과 김 여사 특검으로 수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내란 특검의 수사 범위엔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해 “국회의 실질적 권한 행사 능력을 마비시키려고 한 혐의”가 포함돼있다. 국민의힘 의원 중엔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관련 수사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당시 의원들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로 소집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비상계엄령 해제를 위해 의원들을 국회의사당으로 소집했다. 추 전 원내대표의 지시를 따른 국민의힘 의원 40여명은 당사서 우왕좌왕하는 동안 국회에 모여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18명이었다. 이들은 대부분 친한(친 한동훈) 성향 의원들이었다. 당시엔 국민의힘 소속이었던 민주당 김상욱 의원은 추 전 원내대표를 일컬어 “의원들이 국회로 못 가도록 계속 헷갈리게 다른 곳으로 가라고 문자메시지를 돌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작 추 전 원내대표는 국회 원내대표실에 머물고 있었다. 추 전 원내대표는 국회서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본회의 표결 30분 연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계엄군은 유리창을 부수고 국회 본청에 진입해 국회 직원 및 보좌진과 대치하고 있었다. 이후 추 전 원내대표에 대해 “국민의힘 의원들이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일부러 엉뚱한 장소로 안내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따라다니고 있다. 당시 민주당은 추 전 원내대표에 대한 체포 요구안을 가결했고, 추 전 원내대표를 용의자에 포함한 상설특검법을 가결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에도 공모자로 적시됐다. 또 지난해 12월28일엔 경찰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기도 했다. 이후 추 전 원내대표에 대한 수사는 진행되지 않았지만, 정권이 교체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곡소리가… 줄초상 위험 아울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주도했던 공조수사본부가 지난 1월, 윤 전 대통령 체포를 시도했을 당시 국민의힘 의원 30여명이 이를 저지하기 위해 대통령 관저 근처로 집결한 사건도 재조명될 수 있다. 내란 특검법 수사 범위엔 ‘사건 수사 중 인지된 관련 사건’이 포함된다.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의 당시 행위는 시도 자체만으로 특수공무집행방해 행위로 해석돼 인지된 관련 사건으로 볼 여지가 있다. 아울러 개혁신당 천하람 대표 권한대행도 “법원이 적법하게 발부한 영장 집행을 막는 행위는 또 다른 내란”이라고 주장했다.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선 추 전 원내대표만이 적극적 참여 가능성을 의심받는 것과 달리, 김 여사 특검법과 관련해선 ‘줄초상’으로 연결될 위험이 있다. 김 여사 특검법 수사 내용 중엔 명태균 게이트가 포함돼있다. 구체적으로는 ▲명태균·건진법사 등의 국정·인사개입 의혹 ▲선거 관련 불법·허위 여론조사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의혹 등이 거론된다. 명씨와 관련된 모든 사건도 김 여사 특검 수사 범위에 포함된다. 지금까지 가장 구체적으로 의혹이 거론됐던 국민의힘 정치인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현재는 탈당한 홍 전 시장이다. 오 시장에 대해선 “명씨가 13회의 비공개 여론조사를 진행했고, 오 시장의 후원자 김한정씨가 비용을 대납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김씨가 제보자 강혜경씨를 회유하려고 했단 의혹도 불거졌다. 오 시장은 지난해 12월 명씨와 강씨를 고소했지만, 여전히 의혹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5일엔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홍 전 시장에 대해선 “측근이 명씨 측에 여론조사 대가로 10회에 걸쳐 3700만원을 입금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지난 2021년 진행된 홍 전 시장의 국민의힘 복당과 관련해서도 “아들 친구가 관련 여론조사 비용을 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명씨 측은 “명씨가 홍 전 시장의 아들을 통해 홍 전 시장과 교류했고, 지난 2022년 대구시장 선거 당시에도 경선 여론조사를 제공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패장 한동훈 재등판? 당 수습 후 지선 지휘?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에 대해선 “2021년엔 무소속이었던 윤 의원을 명씨가 복당시킨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명씨는 지인과 통화하면서 “내가 윤 의원을 국민의힘에 복당시켰다”고 주장했다. 이후엔 “윤 전 대통령의 공천 개입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는 의심을 받을 수 있는 명씨의 통화 녹취록이 공개돼 큰 파문이 일었다. 현재는 국민의힘 소속이 아니지만, 당시 당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도 연루 가능성을 여전히 의심받고 있다. 당 대표 경선서 이 의원에게 패배했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당시 전당대회에 명씨가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당시 전당대회 여론조사엔 20대 남성 표본이 지나치게 많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강씨는 “명씨가 이 의원을 차기 대통령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명태균 게이트 연루 의혹을 받는 국민의힘 전·현직 국회의원 규모를 140명으로 보고 있다. 명씨의 변호인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 2월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명씨의 황금폰을 포렌식하니, 명씨의 휴대전화에 등록된 전·현직 국회의원 전화번호가 140명이 넘는다”고 주장했다. 김 여사 특검은 ▲특검 1명 ▲특검보 4명 ▲검사 40명 등을 포함해 최대 205명 인원으로 구성하고, 최장 170일 동안 수사할 수 있다. 이 정도 규모와 기간이라면, 국민의힘을 충분히 들쑤실 수 있다. 의혹이 수사와 재판을 거쳐 법률적 진실로 확정된다면,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정당이 맞느냐”는 의문과 연결돼 정당 해산의 근거가 될 가능성이 있다. 홍 전 시장은 연일 ‘정당 해산’을 언급하면서 국민의힘을 비난하고 있다. 홍 전 시장이 주장하는 정당 해산 근거는 앞서 언급한 후보 교체 시도만은 아니다. 그는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특검 수사가 끝나면, 정당 해산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보이니 각자도생할 준비들이나 하라”고 일갈했다. 미국 하와이에 머물면서 국민의힘을 비난하는 홍 전 시장의 향후 행보에 대해선 개혁신당 입당 및 신당 창당 가능성이 거론됐다. 홍 전 시장은 자신의 홈페이지 ‘청년의 꿈’에서 “개혁신당 입당설은 낭설”이라면서도 “홍준표 중심 신당을 만들어달라”는 지지자의 요구에 “알겠다”고 답변했다. 국민의힘에 대한 정당 해산을 언급하면서 신당 창당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는 것으로 볼 때, 홍 전 시장에 대해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대비해 자신이 주도하는 ‘노아의 방주’를 만들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더 이상 윤 없다 이재명정부와 민주당이 준비하는 특검이 몰아치고 있는 중에 홍 전 시장이 그 이삭을 챙길 준비를 하고 있다. 안에선 김 전 장관이 외부 상황을 이용해 ‘차도살인’할 준비를 하고 있다. 또 친한은 조기 전당대회 개최를 추진하면서, 한 전 대표가 당을 수습한 후 지방선거를 지휘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친윤은 여전히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 등 조치에도 반발하는 등 상황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면 안팎으로 썰리고 갈릴 가능성이 커진다. 거부권을 총 25회 행사하면서 자신과 계파의 생존을 추구했던 윤 전 대통령은 이제 없다. 친윤의 눈앞에 있는 사람은 김 전 장관이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