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24시간 돌아가는 ‘도박 도우미방’ 실체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08.08 12:56:17
  • 호수 13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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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따게 도와드립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불법 도박사이트에 들어갔다. 사이트를 찾는 데 걸린 시간은 5분도 채 되지 않았다. 사이트를 가입하는 데도 그 정도 소요됐다. ‘불법이니까 꼭꼭 숨겨놨겠지’라는 생각은 완벽하게 비켜나갔다. 대신 사이트는 해외에서 관리됐다. 사이트 관리자나 회원은 한마음 한뜻으로 보안에 힘써 사이트를 관리했고, 도박사이트 회원 카톡방은 도박 정보공유로 24시간 쉬지 않았다.

도박은 돈이나 본인의 소유물을 상대에게 걸고, 결과가 불확실한 사건에 내기를 거는 행위다. 이 행위는 경쟁을 포함하는 놀이, 금전을 추구한다. 특징은 승패가 우연성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결과가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약 바둑이나 장기 등의 게임을 하면서 돈을 건다면 도박이 된다.

중독되는
시스템

도박 종류는 여러 가지다. 오프라인에서 사람이 하는 스포츠 경기인 축구, 야구, 당구, 골프, 권투, 볼링, 자전거, 자동차, 모터보트 등에서 참여 선수 중 누가 이길지 돈을 거는 방식이 있다. 주로 경마, 경륜, 경정, 체육 진흥 투표권으로 진행된다.

동물 경기로는 경견, 투견, 투계, 소싸움 등이 대표적이다. 기구나 기계를 이용해서 하는 도박도 있다. 윷놀이, 주사위, 장기, 바둑, 체스, 화투, 골패, 마작이 대표적이다.

도박용 기계를 사용하는 스크린 경주, 빙고, 룰렛, 슬롯머신, 전자오락도 있다. 이 경우는 보통 장소가 불법 하우스, 바다 이야기, 스크린 경마, 카지노에서 이뤄진다.


숫자 추첨 방식인 로또나 복권도 도박으로 분류되고, 재물 자체를 걸고 하는 주식 투기 역시 도박으로 분류된다.
온라인에서 하는 도박도 있다. 보통은 오프라인에서 하는 게임을 온라인으로 가져온 형태다. 트럼프, 도박형 웹보드 게임, 사다리, 그래프 로하이 등이 있다.

도박 종류가 많은 만큼 부작용도 잇따른다. 도박은 대중화돼있고, 도박을 접할 기회는 남녀노소 상관없이 어디서나 존재한다. 특히 대부분 사람은 도박을 잠깐의 오락이나 여가로 여기고 시작하기 때문에, 본인이 도박에 중독됐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

불법 도박하는 청소년 50% 이상 증가
“중독 탈출 도와주겠다” 사이트 소개

하지만 대부분은 ▲대박에 대한 기대 ▲충동적 행동 ▲잃은 돈을 만회하고자 하는 욕구 ▲도박에 이길 확률을 높이는 방법이 있다는 생각 ▲불쾌한 일을 대처하기 위한 방법 모색 ▲우울감이나 외로움으로 도박에 중독된다.

도박이 가진 사회적 문제는 너무 많지만, 최근 들어서 더욱 심각해지는 경향이 있다. 예전에는 도박이 성인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도박을 접하는 연령층이 확연하게 낮아졌다. 

도박 중독으로 진료를 받거나 치료를 받고 있는 청소년이 최근 50%가량 증가했다. 청소년들은 ‘온라인 도박’으로 도박을 접했다.

더불어민주당 오영환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청소년 도박 중독으로 진료를 받은 만 10~19세 청소년이 2018년 65명에서 2020년 98명으로 약 50% 증가했다.


도박 중독으로 인한 청소년 도박 범죄 검거도 증가했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경찰의 청소년 도박범죄 검거 현황을 살펴보면 48명에서 55명으로 증가했다. 연령별로는 제일 어린 연령이 14세였다. 

한국 도박 문제 관리센터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2020년 청소년 도박 문제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도박 첫 인지 경로는 ‘주변 사람들이 하는 것을 보고’ 51.2%, ‘친구나 선후배의 소개’ 19.8%인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들이 접한 도박의 종류는 ▲온라인 스포츠 도박 801건 ▲기타 온라인 도박 796건 ▲카드 38건 ▲기타 27건 ▲화투 12건 ▲성인오락실 6건 ▲체육 진흥 투표권 6건 ▲주식 1건 순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도박은 불법이다. 정확하게는 한국 국적자에게 공인한 도박은 복권, 경마, 경륜, 경정, 강원랜드 카지노, 체육복표사업인 스포츠 토토, 베트맨, 소싸움이다. 모두 성인만 이용이 가능하다.

루저들
돕고 싶다?

이쯤에서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청소년들이 도박을 접근하는 게 이렇게 쉬운 것일까. 게다가 청소년들이 이용을 많이 한다는 온라인 스포츠 도박은 불법이다. 

<일요시사>는 온라인 불법 도박사이트 접근을 시도했다. 일차적으로는 도박사이트 접근이 얼마나 쉬운지 아는 것과 사이트가 유지되는 방법이 궁금해서다. 이용자가 얼마나 많을까.

우선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플랫폼으로 알려진 유튜브(YouTube)에서 ‘도박’을 키워드로 검색했다. 다양한 콘텐츠들이 쏟아졌다. 도박에 관련된 영화 리뷰, 도박 중독자 인터뷰, 도박에 중독되지 않는 법 등이었다. 

그중 눈에 띄는 영상이 있었다. 이 영상에서는 자신을 도박 중독자였다고 소개했다. 과거에 자신은 도박 중독으로 생활이 힘들었던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도박으로 진 빚을 다 갚고 나니 욕심이 생겼다. 그때 든 생각이 단 도박을 하는 것이다. 적은 금액과 적은 시간을 투자해서 아주 가끔 배팅을 즐기다 보니 도박 중독에 쉽게 벗어났다”며 “이 방법을 다른 사람에게도 알려주고 싶다. 많은 사람들이 단 도박을 해서 도박 중독에 벗어나도록 도와주고 싶다. 지금은 직장도 그만두고 총판을 하면서 번 돈으로 영상 제작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도박에서 이기는 법 ▲강원랜드 현실 ▲도박 중독 탈출 방법 등의 영상이 있었다. 그는 사람들을 돕고 싶다며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주저 말고 연락하라고 당부하며 링크를 남겨놨다. 그 링크를 따라 들어가니 카카오 그룹 채팅방으로 넘어갔다.

너무 쉬운
접속 방법


채팅방에 들어가니 상담원과 대화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내가 봤던 영상의 주인공은 아니었다. 상담원은 바로 “도박사이트에 가입하겠느냐”고 물었다. 도박 중독에 도움을 주겠다는 영상의 말은 어디에도 없었다. 영상은 도박에 관심 있는 사람을 모으는 용도였을 뿐이다. 

상담원은 “게임을 잘 모르면 가족방을 보고 알아가면 된다. 처음인 사람도 많은데, 대부분 오래되신 분이라 승률이 높다. 어차피 본인이 게임 배팅을 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사이트에 가입하면 카카오톡 ‘가족방’에 초대받을 수 있다고 했다. 가족방은 도박 게임을 공개적으로 도와주는 곳이었다. 가입비도 없고 요금 충전 강요도 일절 없다고 덧붙였다.

도박사이트 가입은 단순했다. 아이디나 비밀번호 등 일반적인 개인정보를 적으면 끝이었다. 현금을 거래할 은행 계좌번호도 적었다.

사이트에 가입하자 가입 확인 전화가 왔다. 해외에서 연결된 번호였다. 전화 상담원은 “계좌번호가 대포통장인지 확인해야 한다. 계좌로 1원을 보낼 테니 거기 나온 4자리 숫자와 신분증을 보내달라. 신분증 뒷자리는 가려서 보내면 된다”고 말했다. 사이트 가입이 승인되면 공지사항을 꼭 확인하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도박사이트에 접속하자마자 게임이 보였다. 여기에는 ▲네임드 달팽이 ▲주사위 게임 ▲파워 사다리 ▲파워볼 게임 ▲로투스 홀짝 ▲로투스 바카라 ▲로투스 용호 ▲로투스 식보 등이 있었다.


이 게임을 하기 위해선 현금을 충전해야 한다. 입금 계좌는 수시로 변경되기 때문에 입금 전 항상 문의를 해야 한다. 경찰 단속을 피하기 위한 용도로 보였다. 또한 도메인 주소도 자주 변경되는 것으로 보였다.

‘이기는 법’ 미끼로 ‘가족방’ 가입 유도
수시로 바뀌는 입금 계좌·도메인 주소

도메인 주소 변경은 사전 쪽지나 공지를 통해 회원에게 통보 후 문자로 주소를 보내준다고 나와 있다. 또 회원이 보안에 신경 쓰지 않으면 문제가 생기니 타 사이트와 같이 이용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게시판에는 회원들이 남긴 글도 있었다. 대부분은 도박에 이기자고 다짐하는 글이거나, 도박에 진 걸 아쉬워하는 글이었다. 하루에 올라오는 게시물이 많은 것을 감안할 때 도박사이트 이용자 역시 많을 것으로 추측됐다.

이쯤해서 가족방에 초대됐다. 가족방은 세 가지로 나뉘었다. 파워볼, 파워 사다리, 달팽이, 다리다리 게임을 도와주는 ‘미니 게임방’과 로투스, 바카라, 홀짝의 ‘카드 게임방’ 그리고 스포츠 대화방이었다. 

한 가족방당 인원은 300명정도였다. 최소한 이 정도의 인원이 도박사이트를 이용하는 것으로 추측됐다. 사적인 대화는 일절 없이 대부분 게임 정보를 공유했다.

“다니엘, EOS 5분 - 99 일홀 적중, 01 일언” “모아니면모 - #김○○, 09:05 Tepatitlan 2.5?? ○, 09:10 알도시비 2.5?? ○, 다음기준 4.43배, 적중ㅅ ㅅ ㅅ ㅅ ㅅ ㅅ ㅅ ㅅ” 등으로 대부분 도박 은어로 대화했다.

짬이 날 때면 “도박 빚은 일해서 갚는 거다” “돈 왕창 벌어서 복수하자” “날도 더운데 고생이 많다” “꼭 승리하자” 등의 일반적인 대화를 나눴고, 스포츠 경기 방에는 경기를 분석하는 대화를 이어갔다. 

가족방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카카오톡 프로필을 수정할 수 없었는데, 각각 카카오톡 프로필에는 한 눈에 봐도 앳되게 보이는 학생의 사진, 군복을 입은 사진 등이 많았다.

저녁쯤에는 그날 수익을 표로 만들어 게재했다. 이 표는 지난 4일 기준으로, 수익이 얼마나 발생했는지 보여줬다. 현 순수익은 8억2259만원이었고, 매달 최소 100만원에서 최대 4000만원의 수익을 발생시킨 달도 있었다. 손해를 본 달은 딱 한 번뿐이었다.

앞선 표를 보면 도박으로 쉽게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직접 도박을 했던 사람은 도박으로 수익을 절대 만들 수 없다고 말한다. 도박 중독 치료를 받고 있는 A씨는 “도박은 돈을 따기가 쉽다. 그리고 게임을 하다 보면 ‘이길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게 게임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선심 유혹

이어 “이렇게 만들지 않으면 도박 중독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도박하는 사람들 다 큰돈 만져봤고 수십일 게임에서 이긴다. 그런데도 적자”라며 “365일 중 364일 이기면 뭐하나. 하루 만에 1년 이긴 것과 대출까지 해서 다 잃어버린다. 도박은 그런 것”이라고 귀띔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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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