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24시간 돌아가는 ‘도박 도우미방’ 실체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08.08 12:56:17
  • 호수 1387호
  • 댓글 1개

“돈 따게 도와드립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불법 도박사이트에 들어갔다. 사이트를 찾는 데 걸린 시간은 5분도 채 되지 않았다. 사이트를 가입하는 데도 그 정도 소요됐다. ‘불법이니까 꼭꼭 숨겨놨겠지’라는 생각은 완벽하게 비켜나갔다. 대신 사이트는 해외에서 관리됐다. 사이트 관리자나 회원은 한마음 한뜻으로 보안에 힘써 사이트를 관리했고, 도박사이트 회원 카톡방은 도박 정보공유로 24시간 쉬지 않았다.

도박은 돈이나 본인의 소유물을 상대에게 걸고, 결과가 불확실한 사건에 내기를 거는 행위다. 이 행위는 경쟁을 포함하는 놀이, 금전을 추구한다. 특징은 승패가 우연성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결과가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약 바둑이나 장기 등의 게임을 하면서 돈을 건다면 도박이 된다.

중독되는
시스템

도박 종류는 여러 가지다. 오프라인에서 사람이 하는 스포츠 경기인 축구, 야구, 당구, 골프, 권투, 볼링, 자전거, 자동차, 모터보트 등에서 참여 선수 중 누가 이길지 돈을 거는 방식이 있다. 주로 경마, 경륜, 경정, 체육 진흥 투표권으로 진행된다.

동물 경기로는 경견, 투견, 투계, 소싸움 등이 대표적이다. 기구나 기계를 이용해서 하는 도박도 있다. 윷놀이, 주사위, 장기, 바둑, 체스, 화투, 골패, 마작이 대표적이다.

도박용 기계를 사용하는 스크린 경주, 빙고, 룰렛, 슬롯머신, 전자오락도 있다. 이 경우는 보통 장소가 불법 하우스, 바다 이야기, 스크린 경마, 카지노에서 이뤄진다.


숫자 추첨 방식인 로또나 복권도 도박으로 분류되고, 재물 자체를 걸고 하는 주식 투기 역시 도박으로 분류된다.
온라인에서 하는 도박도 있다. 보통은 오프라인에서 하는 게임을 온라인으로 가져온 형태다. 트럼프, 도박형 웹보드 게임, 사다리, 그래프 로하이 등이 있다.

도박 종류가 많은 만큼 부작용도 잇따른다. 도박은 대중화돼있고, 도박을 접할 기회는 남녀노소 상관없이 어디서나 존재한다. 특히 대부분 사람은 도박을 잠깐의 오락이나 여가로 여기고 시작하기 때문에, 본인이 도박에 중독됐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

불법 도박하는 청소년 50% 이상 증가
“중독 탈출 도와주겠다” 사이트 소개

하지만 대부분은 ▲대박에 대한 기대 ▲충동적 행동 ▲잃은 돈을 만회하고자 하는 욕구 ▲도박에 이길 확률을 높이는 방법이 있다는 생각 ▲불쾌한 일을 대처하기 위한 방법 모색 ▲우울감이나 외로움으로 도박에 중독된다.

도박이 가진 사회적 문제는 너무 많지만, 최근 들어서 더욱 심각해지는 경향이 있다. 예전에는 도박이 성인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도박을 접하는 연령층이 확연하게 낮아졌다. 

도박 중독으로 진료를 받거나 치료를 받고 있는 청소년이 최근 50%가량 증가했다. 청소년들은 ‘온라인 도박’으로 도박을 접했다.

더불어민주당 오영환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청소년 도박 중독으로 진료를 받은 만 10~19세 청소년이 2018년 65명에서 2020년 98명으로 약 50% 증가했다.


도박 중독으로 인한 청소년 도박 범죄 검거도 증가했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경찰의 청소년 도박범죄 검거 현황을 살펴보면 48명에서 55명으로 증가했다. 연령별로는 제일 어린 연령이 14세였다. 

한국 도박 문제 관리센터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2020년 청소년 도박 문제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도박 첫 인지 경로는 ‘주변 사람들이 하는 것을 보고’ 51.2%, ‘친구나 선후배의 소개’ 19.8%인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들이 접한 도박의 종류는 ▲온라인 스포츠 도박 801건 ▲기타 온라인 도박 796건 ▲카드 38건 ▲기타 27건 ▲화투 12건 ▲성인오락실 6건 ▲체육 진흥 투표권 6건 ▲주식 1건 순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도박은 불법이다. 정확하게는 한국 국적자에게 공인한 도박은 복권, 경마, 경륜, 경정, 강원랜드 카지노, 체육복표사업인 스포츠 토토, 베트맨, 소싸움이다. 모두 성인만 이용이 가능하다.

루저들
돕고 싶다?

이쯤에서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청소년들이 도박을 접근하는 게 이렇게 쉬운 것일까. 게다가 청소년들이 이용을 많이 한다는 온라인 스포츠 도박은 불법이다. 

<일요시사>는 온라인 불법 도박사이트 접근을 시도했다. 일차적으로는 도박사이트 접근이 얼마나 쉬운지 아는 것과 사이트가 유지되는 방법이 궁금해서다. 이용자가 얼마나 많을까.

우선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플랫폼으로 알려진 유튜브(YouTube)에서 ‘도박’을 키워드로 검색했다. 다양한 콘텐츠들이 쏟아졌다. 도박에 관련된 영화 리뷰, 도박 중독자 인터뷰, 도박에 중독되지 않는 법 등이었다. 

그중 눈에 띄는 영상이 있었다. 이 영상에서는 자신을 도박 중독자였다고 소개했다. 과거에 자신은 도박 중독으로 생활이 힘들었던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도박으로 진 빚을 다 갚고 나니 욕심이 생겼다. 그때 든 생각이 단 도박을 하는 것이다. 적은 금액과 적은 시간을 투자해서 아주 가끔 배팅을 즐기다 보니 도박 중독에 쉽게 벗어났다”며 “이 방법을 다른 사람에게도 알려주고 싶다. 많은 사람들이 단 도박을 해서 도박 중독에 벗어나도록 도와주고 싶다. 지금은 직장도 그만두고 총판을 하면서 번 돈으로 영상 제작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도박에서 이기는 법 ▲강원랜드 현실 ▲도박 중독 탈출 방법 등의 영상이 있었다. 그는 사람들을 돕고 싶다며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주저 말고 연락하라고 당부하며 링크를 남겨놨다. 그 링크를 따라 들어가니 카카오 그룹 채팅방으로 넘어갔다.

너무 쉬운
접속 방법


채팅방에 들어가니 상담원과 대화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내가 봤던 영상의 주인공은 아니었다. 상담원은 바로 “도박사이트에 가입하겠느냐”고 물었다. 도박 중독에 도움을 주겠다는 영상의 말은 어디에도 없었다. 영상은 도박에 관심 있는 사람을 모으는 용도였을 뿐이다. 

상담원은 “게임을 잘 모르면 가족방을 보고 알아가면 된다. 처음인 사람도 많은데, 대부분 오래되신 분이라 승률이 높다. 어차피 본인이 게임 배팅을 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사이트에 가입하면 카카오톡 ‘가족방’에 초대받을 수 있다고 했다. 가족방은 도박 게임을 공개적으로 도와주는 곳이었다. 가입비도 없고 요금 충전 강요도 일절 없다고 덧붙였다.

도박사이트 가입은 단순했다. 아이디나 비밀번호 등 일반적인 개인정보를 적으면 끝이었다. 현금을 거래할 은행 계좌번호도 적었다.

사이트에 가입하자 가입 확인 전화가 왔다. 해외에서 연결된 번호였다. 전화 상담원은 “계좌번호가 대포통장인지 확인해야 한다. 계좌로 1원을 보낼 테니 거기 나온 4자리 숫자와 신분증을 보내달라. 신분증 뒷자리는 가려서 보내면 된다”고 말했다. 사이트 가입이 승인되면 공지사항을 꼭 확인하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도박사이트에 접속하자마자 게임이 보였다. 여기에는 ▲네임드 달팽이 ▲주사위 게임 ▲파워 사다리 ▲파워볼 게임 ▲로투스 홀짝 ▲로투스 바카라 ▲로투스 용호 ▲로투스 식보 등이 있었다.


이 게임을 하기 위해선 현금을 충전해야 한다. 입금 계좌는 수시로 변경되기 때문에 입금 전 항상 문의를 해야 한다. 경찰 단속을 피하기 위한 용도로 보였다. 또한 도메인 주소도 자주 변경되는 것으로 보였다.

‘이기는 법’ 미끼로 ‘가족방’ 가입 유도
수시로 바뀌는 입금 계좌·도메인 주소

도메인 주소 변경은 사전 쪽지나 공지를 통해 회원에게 통보 후 문자로 주소를 보내준다고 나와 있다. 또 회원이 보안에 신경 쓰지 않으면 문제가 생기니 타 사이트와 같이 이용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게시판에는 회원들이 남긴 글도 있었다. 대부분은 도박에 이기자고 다짐하는 글이거나, 도박에 진 걸 아쉬워하는 글이었다. 하루에 올라오는 게시물이 많은 것을 감안할 때 도박사이트 이용자 역시 많을 것으로 추측됐다.

이쯤해서 가족방에 초대됐다. 가족방은 세 가지로 나뉘었다. 파워볼, 파워 사다리, 달팽이, 다리다리 게임을 도와주는 ‘미니 게임방’과 로투스, 바카라, 홀짝의 ‘카드 게임방’ 그리고 스포츠 대화방이었다. 

한 가족방당 인원은 300명정도였다. 최소한 이 정도의 인원이 도박사이트를 이용하는 것으로 추측됐다. 사적인 대화는 일절 없이 대부분 게임 정보를 공유했다.

“다니엘, EOS 5분 - 99 일홀 적중, 01 일언” “모아니면모 - #김○○, 09:05 Tepatitlan 2.5?? ○, 09:10 알도시비 2.5?? ○, 다음기준 4.43배, 적중ㅅ ㅅ ㅅ ㅅ ㅅ ㅅ ㅅ ㅅ” 등으로 대부분 도박 은어로 대화했다.

짬이 날 때면 “도박 빚은 일해서 갚는 거다” “돈 왕창 벌어서 복수하자” “날도 더운데 고생이 많다” “꼭 승리하자” 등의 일반적인 대화를 나눴고, 스포츠 경기 방에는 경기를 분석하는 대화를 이어갔다. 

가족방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카카오톡 프로필을 수정할 수 없었는데, 각각 카카오톡 프로필에는 한 눈에 봐도 앳되게 보이는 학생의 사진, 군복을 입은 사진 등이 많았다.

저녁쯤에는 그날 수익을 표로 만들어 게재했다. 이 표는 지난 4일 기준으로, 수익이 얼마나 발생했는지 보여줬다. 현 순수익은 8억2259만원이었고, 매달 최소 100만원에서 최대 4000만원의 수익을 발생시킨 달도 있었다. 손해를 본 달은 딱 한 번뿐이었다.

앞선 표를 보면 도박으로 쉽게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직접 도박을 했던 사람은 도박으로 수익을 절대 만들 수 없다고 말한다. 도박 중독 치료를 받고 있는 A씨는 “도박은 돈을 따기가 쉽다. 그리고 게임을 하다 보면 ‘이길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게 게임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선심 유혹

이어 “이렇게 만들지 않으면 도박 중독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도박하는 사람들 다 큰돈 만져봤고 수십일 게임에서 이긴다. 그런데도 적자”라며 “365일 중 364일 이기면 뭐하나. 하루 만에 1년 이긴 것과 대출까지 해서 다 잃어버린다. 도박은 그런 것”이라고 귀띔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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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 업체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에 직격탄을 맞았다. 해당 업체는 보도자료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보도자료를 쓴 의원실 보좌관은 “잘못된 부분이 없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일요시사>가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 봤다. 국회의원은 최고 헌법기관인 국회의 구성원인 동시에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는다. 법률을 만들고 개정하는 입법 기능 외에도 인사청문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투표로 선출된 ‘국민의 종’으로서 국회의원은 기자회견, 보도자료 등을 통해 국민에게 활동 상황을 보고한다. 국회의원 민원 창구? 국회의원 이름으로 하루에도 수건씩 보도자료가 쏟아진다. 법안을 발의하거나 지역구 예산을 수주했다는 내용, 자료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부 기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 등이다. 언론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를 받아 기사로 작성한다. 언론 보도는 사정기관의 감사나 수사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한 국회의원실에서 나온 보도자료가 논란이 되고 있다. 보도자료에 언급된 정부 기관, 그 기관과 일하는 업체 등이 후폭풍에 휘말렸다. 보도자료를 받아 쓴 일부 매체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됐다. 언론사 기자들의 이메일로 배포된 보도자료는 국회의원실 보좌관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월14일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실 오모 보좌관은 ‘경찰청, 순찰차 납품 지연 및 특정 업체 유착 의혹에도 자료 제출 거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작성해 언론사 기자들에게 보냈다. 신정훈 의원은 전남 나주·화순을 지역구로 하는 3선 의원으로,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경찰청은 행정안전위원회의 피감기관이다. 순찰차는 일반 차량에 특장 작업을 거쳐 경찰청에 납품된다. 멀리서도 순찰차임을 확인할 수 있는 리프트 경광등을 달고 겉면에 스티커를 부착하는 ‘데칼’ 작업을 거쳐 수배·체납·도난 차량을 확인할 수 있는 멀티캠을 내부에 다는 등의 작업을 거친다. 순찰차 한 대를 특장하는 데 약 1700만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1000여대의 노후 순찰차가 교체된다. 신정훈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노후 순찰차 959대를 교체하기 위해 총 491억원의 예산이 집행됐다. 하지만 이 중 약 225억원 상당인 343대가 납기를 맞추지 못했고 완성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또 납품업체의 문제로 순찰차 납품이 늦어졌는데도 불구하고 발주 기관인 경찰청은 지체상금 부과, 계약 해지 등의 조치를 하지 않는 등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정훈 의원실의 자료 요구에 경찰청이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신정훈 의원실은 ‘공공계약에 정통한 한 법조계 관계자’의 “경찰청이 계약성 권리조차 행사하지 않고 이를 묵인한 데다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도 거부한 것은 행정 편의주의를 넘어 법적 의무의 명백한 방기”라며 “이 정도 사안이면 감사원 감사는 물론 직권남용과 배임 혐의까지 적용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코멘트를 인용했다. 순찰차 납품 과정 지적 해당업체 “사실과 달라” 납품업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신정훈 의원실은 “동일한 지배 구조를 가진 Y사(보도자료에는 A사)와 N사(B사)가 10여년간 경찰청의 대형 계약을 반복적으로 수주해 왔다”며 “수의계약이나 경쟁입찰의 형식을 빌린 사실상의 내정 또는 담합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공정거래법상 ‘부당 공동행위’ 및 ‘입찰 방해’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N사는 Y사의 임직원이 만든 회사로 두 업체는 모회사-자회사 관계다. 신 의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되는 치안 장비 도입 사업이 법적 절차와 원칙을 무시한 채 일부 업체에 특혜로 왜곡되고 있다”며 “기존 계약분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규 발주가 진행돼서는 안 된다. 철저한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몇몇 언론이 기사를 냈다. 보도 이후 납품업체인 Y사가 보도자료 내용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 법무부 등에 차량을 개조해 납품하는 특장업체다. Y사 관계자는 “보도자료가 배포되기 전, 기사가 나가기 전에 신정훈 의원실이나 언론으로부터 단 한 차례의 연락도 받지 못했다. 보도가 나간 이후 오 보좌관을 만나 사실과 다른 부분을 상세히 설명했지만 아무것도 반영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달에 관련 보도가 한 차례 더 나갔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청과 직접 계약을 맺거나 현대자동차로부터 하도급을 받는 형태로 이번 납품에 참여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현대자동차로부터 616대(소나타), Y사로부터 73대(스타리아 37대, 넥쏘 36대), N사로부터 270대(아이오닉 181대, 그랜저 89대) 등 총 959대를 납품받았다. Y사 관계자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지적한 납품 지연과 검사 불합격에 대해 “제작은 이미 완료됐고 출고를 기다리던 중에 검사 하나가 마무리되면 또 다른 검사를 요청하는 식으로 5개월 동안 시간을 끌었다”며 “2015년부터 경찰청에 순찰차를 납품해 왔지만 이번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납기에 늦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와 N사의 계약 차량은 납품까지 5개월 넘게 걸렸고 H사의 계약 차량은 검사 하루 만에 출고 처리됐다”며 “그동안 경찰청 검사가 미진했다고 주장하려면 우리든 H사든 같은 잣대로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사실 확인 안 했다? H사는 순찰차에 설치하는 리프트 경광등을 제작하는 업체로 현대자동차와 하도급 계약을 맺고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Y사와 N사가 담합해 경찰청 계약을 10년 동안 수주해 왔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경찰청은 조달사업법에 따른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우선 구매 제도를 통해 (업체들과) 계약했다. 나라장터에 물건을 올리면 경찰청에서 선택하는 방식”이라면서 “우리와 N사는 같은 차종으로 경쟁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고 반박했다. 반면 오 보좌관은 순찰차 사업과 관련해 드러난 문제를 고치라고 여러 차례 얘기했는데 시정되지 않자 보도자료를 통해 지적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비서실에서 <일요시사>와 만나 “공무원이 어떤 업무를 하다가 다소간 실수가 발생할 수 있고 관행적으로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걸 인정하고 시정하면 끝까지는 안 간다”고 말했다. 이어 “순찰차 관련 문제를 (경찰청에) 수도 없이 얘기했는데 고쳐지지 않았다. 1차 차량 검사에서 불합격이 나왔는데 2차 검사를 할 때 보니 1차에서 나온 문제가 하나도 시정되지 않았다. 3차 검사는 나도 모르게 진행됐다. 시험성적서를 달라는 말에도 개인 정보를 이유로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납품한 순찰차에 설치된 경광등이 사양서에 맞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오 보좌관은 “리프트 경광등의 핵심 기능은 주야간 150m 구간에서 잘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납품된 것은 그게 안 된다. 30m만 떨어져도 잘 보이지 않는다. 순찰차에 치명적인 장애”라고 비판했다. Y사 관계자는 “사양서가 존재하는데 30m 밖에서 안 보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경찰청에서 3회가량 시연회를 진행했고 현장에서도 더 밝다는 의견이 있었다. 경광등이 사양서와 일부 맞지 않는 건 애초에 사양서 자체가 H사의 제품에 맞춰진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오히려 H사의 경광등이 경찰청 순찰차 사양서에 적용돼 2015년부터 2024년, 우리와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 10여년간 독점적으로 사용됐다”고 반박했다. “현장 직원들 사이에서 고장이 잦아 수리 비용이 많이 나온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는 이 관계자는 “이번 일이 일어난 것도 H사가 자사의 경광등을 납품하기 위해 오 보좌관에게 문제 제기를 한 게 시발점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정 안 해” “문제 없다” 순찰차를 납품하는 업체들이 자사의 경광등이 아닌 다른 업체의 것을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H사가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이번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Y사 관계자는 “2022~2023년 H사 경광등에 문제가 발생해 현대자동차가 납기를 놓치는 일이 일어났다. 이 일을 계기로 지난해 5~6월 경광등 납품업체를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던 걸로 안다”고 주장했다. Y사 역시 H사와 경광등 발주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Y사 관계자는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H사에 경광등 발주 견적서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납기가 (지난해) 12월12일까지라 우리한테도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해) 11월15일 경찰청과 경광등 업체를 바꾸는 문제로 협의를 진행했고, 11월26일에 바뀐 업체의 경광등으로 우리 공장에서 시연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H사는 순찰차 납품업체들과의 갈등을 ‘민원’을 통해 해결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H사 대표가 신정훈 의원실 오 보좌관을 만나 억울함을 토로했고 그 내용이 지난 5월 나온 보도자료의 배경이 됐다는 의혹이다. 실제로 오 보좌관은 처음에는 민원을 받아 보도자료를 작성한 게 아니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H사 대표를 만났다고 인정했다. 지난해 8월경 지역의 향우회장과 함께 H사의 대표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오 보좌관이 경찰청의 순찰차 사업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오 보좌관은 지난 5월14일에 나온 보도자료에 대해 묻자 “지난해 8월부터 이 문제를 파고 있었다”며 “내부에서 나온 정보도 있고 경찰청에서도 (순찰차 사업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고 있었다. 이 문제로 경찰청 관계자를 30~40번 만났다”고 밝혔다. 눈여겨볼 대목은 H사 대표가 같은 시기 신 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을 냈다는 점이다. <일요시사>가 나주시·화순군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입수한 신 의원의 ‘연간 300만원 초과 기부자 명단’을 확인한 결과 H사 대표는 지난해 8월22일 500만원을 기부했다. 신 의원은 2014년 7월30일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이 됐고 20대(2020년), 21대(2024년) 총선에서 배지를 달았다. 2014~2016년, 2020~2024년 등 신 의원이 국회의원 활동을 하는 동안 H사 대표가 후원금을 낸 건 지난해 8월이 유일하다. 경광등 업체 변경 문제 때문? “사기업 갈등에 보좌관이 왜?” 오 보좌관은 H사 대표가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을 알았냐는 질문에 “몰랐다”면서 “회계를 관리하는 직원은 나주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H사 대표에 대해 “이전까지 전혀 몰랐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 정치후원금 모금 한도) 3억원 중에 500만원을 후원했다고 해서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이 문제에 매달리겠느냐”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업체의 문제 제기가 합당하다고 생각했고, 자료를 받아보니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좌관은 “경찰차 특장 시장 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아 뛰어드는 업체도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맨날 같이 했던 업체를 빼버리면 가만히 있겠나. 나는 Y사가 욕심을 부리면서 이 상황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해왔던 곳과 똑같이 하면 되지, 더 이익을 취하려 하느냐”고 되물었다. 업체 간 중재의 의도도 있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민원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을 지지하는 차원에서 후원금을 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일을 잘하신다는 말을 들어서 후원금을 냈다. 지금 이 문제와는 무관하다”며 “사업을 접을까 생각할 정도로 머리 아픈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오 보좌관을 만나 민원을 넣었는지는 “오래돼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Y사는 신정훈 의원실발 보도자료로 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Y사 관계자는 “정부 기관에 납품하는 제품을 만드는 건 맞지만, 엄연히 사기업 간 일어난 일에 국회 보좌진이 개입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기사가 나간 이후 우리 회사는 경제, 이미지 부분에서 큰 타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경찰청과 지체상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업체 문제로 인한 지연이 결정되면 지체상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차량 출고가 늦어지면서 보관을 위한 토지 대여료가 1억2000만원 정도 나갔다. 무엇보다 자회사인 N사의 신용등급 하락, 기사로 인한 이미지 훼손 등 무형적인 피해도 만만찮다”고 하소연했다. 받아쓴 언론 “취하해 달라” 한편 Y사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나간 보도자료로 기사를 작성한 매체 3곳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Y사는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인해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으며 국민에게 경찰 장비 도입 과정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며 “신청인(Y사)의 업무 수행 능력과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을 야기해 치안 활동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어 정정보도를 구한다”고 조정을 신청했다. Y사 관계자는 “2곳의 매체에서 ‘기사를 내릴 테니 소를 취하해 달라’는 내용의 답변을 언론중재위원회에 보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